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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장 재기
최창식은 멍하니 흘러가는 한강을 내려다보면서 옆에 놓인 소주를 마셨다.
꿀꺽꿀꺽.
깡 소주라서 그런 지, 속이 후끈하게 달아올랐다.
하지만 그는 그다지 신경 쓰지 않았다.
어차피 자신은 이미 끝까지 간 마당.
소주 먹다가 죽는 것도 차라리 낫다고 생각했다.
생각할수록 웃음이 나왔다.
지난 기억이 절로 하나하나 떠올랐다.
신일전기를 설립한 것은 나쁘지 않았다. 더욱이 자신은 건설 현장에서 무려 20년이나 잔뼈가 굵었기에 그 바닥을 잘 알았다.
이런 경험을 살려서 관심을 가진 것은 특수 형광등이었다.
기존의 형광등보다는 색이 좀 더 부드러운 놈이었다.
운이 좋아서인지 이것을 개발한 것이다.
그리고 이 형광등 판매는 나쁘지 않았다.
아니 대박이었다.
일단 자신이 알고 있는 인맥을 통해서 초도 물량 5만대를 판매하고 나서는 그 다음부터는 일사천리였다.
단숨에 10만대를 넘어서, 50만대를 가볍게 넘어선 것이다.
이유는 아주 간단했다.
저렴한 가격과, 바로 고객의 품질에 대한 만족이었다.
특히 형광등 내부에 들어간 물질은 거의 5년에 걸쳐서 개발을 한 놈이었다.
워낙에 독특하니, 다른 제품에 비해서 가격 경쟁력을 가진 것이다.
‘여기까지는 참 좋았지.’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어느 정도 품질에 확신을 가지자 기업을 좀 더 키우고 싶었다.
바로 욕심을 낸 것이다.
그래서 은행에서 다소 무리하게 융자를 냈다.
대략 50억 정도의 금액이었다.
기존에 이미 물건 판매를 통해서 들어온 수익에 이것을 합쳐서 공장은 건설했다.
여기까지도 나쁘지 않았다.
공장 건설과 더불어서 생산 단가를 낮춘 것이다.
더욱이 여기에 품질 관리 시스템을 도입해서 기존의 품질을 더욱 향상시켰다.
덕분에 그야말로 승승장구였다.
여기서 다시 추가 대출을 받아서 다시 공장 하나를 더 건설했다.
좋았다.
이제는 성공이 바로 눈 앞이었다.
문제는 다음 부터였다.
누가 흘렸는지는 알 수가 없었다. 자사에서 만들어 놓은 형광 물질에 관한 기밀 정보가 외부로 흘러나간 것이다.
바로 그 개발자 놈이었다.
이놈이 돈을 받고 다른 업체에 넘긴 것이다.
그것도 한국 업체가 아니었다.
바로 중국 업체였다.
이 기술을 받은 중국 업체는 곧 바로 이 형광등을 자신이 팔고 있는 가격에 무려 1/6 가격으로 해서 한국에 뿌린 것이다.
타격이 엄청났다.
불과 1개월이 채 지나지 않아서 매출이 반토막 났다.
2개월이 넘어가자 다시 반토막이 났다.
부랴부랴 이 사실을 알고 경찰에 고소했다. 다행히 수사가 진행되었고, 그 개발자 놈을 잡는 것까지는 성공했다.
문제는 중국 업체였다.
여긴 손을 쓸 수가 없었다.
더욱이 고소하기도 쉽지가 않았다. 딱 정해진 그 성분 물질을 사용해서 만드는 것 자체는 불법이 아닌 까닭이다.
어처구니가 없지만 막을 방법이 없었다.
불과 3개월을 채 넘기지 못하고, 은행에서 압박이 들어왔다.
그리고 5개월이 넘어가자 결국 부도가 난 것이다.
그 다음은 지옥이었다.
은행에서 자신이 살고 있는 아파트를 바로 차압해버렸다.
놀라운 것은 그 다음이었다.
기다리고 뭐고 없었다.
살고 있는 자신의 가족을 바로 밖으로 내 쫓았다.
그 추운 겨울에.
자식은 울고, 또 울었다.
부인은 견디다 못해서 도망쳤다.
결국 자식을 근처 아는 고아원에 맡겼다.
그것이 바로 어제 일이었다.
주르르.
눈물이 절로 나왔다.
지금 자신의 처지가 도통 이해가 되지 않았다.
‘도대체 그 놈이 왜 그 개발 자료를 중국 놈들에 팔아넘긴 것일까?’
지금 생각해도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받은 돈이라고 해봐야 겨우 7천 만 원.
겨우 그 때문에 자신은 졸지에 알거지가 되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지금에 와서 후회한 들 별로 의미가 없는 일이었다.
이제는 그냥 죽고만 싶었다.
그런데.
휘이익.
신문지 하나가 날아온 것은 바로 그 순간이었다.
마침 딱 자신의 얼굴로 날아와서는 딱 붙어버리자 그것을 떼어내서는 던지려고 했다.
그런데.
-DS 조민우 사장 또 다시 410만평 부지를 매입하다!
이 기사 제목을 본 것이다.
처음에는 분노했다.
하지만 그는 자극적인 머리 글 밑에 나와 있는 내용 중에 ‘조민우 사장이 처음 사업에는 실패해서 절망적인 생활을 보내었다. 그는 당시에 한강에 뛰어내려서 자살까지.......’ 이 말을 본 것이다.
다시 몇 번이나 눈을 비볐다.
자신이 잘못 보았다고 생각했다.
그 자신이 아는 조민우 사장 결코 부도를 경험할 사람이 아니었다.
그런데 아니었다.
자신보다 더한 경우였다.
묵묵히 그 기사를 보고 또 보았다.
그리고 희망을 가졌다.
그런 중에 눈에 뜨인 기사 내용.
‘조민우 사장은 이런 자신의 과거 쓰라린 경험에 대해서 돌아보고 난 후에 바로 DS 밸리라는 새로운 초대형 프로젝트를 시작하고 말했습니다. 이 DS 밸리는 쉽게 말해서 아이디어와, 일하고자 하는 의지만 있다면 그에게 창업의 기회를 만들어 주기 위한.......’
딱 여기까지였다.
그 다음은 굳이 대충 봐도 눈에 들어왔다.
그가 말하고자 하는 내용은 바로 자신과 같은 사람에게 또 다른 기회를 주기 위함이라는 것을.
‘다시 도전해 보자!’
이를 악물었다.
그리고 곧 바로 DS 밸리가 있는 대구로 향했다.
***
DS 밸리 임시 건물.
최창식은 안에 들어선 후에 우선 몇 가지 걱정했다.
조민우가 막상 신문을 통해서 말한 내용이지만 정말 그런 행동을 할지는 확신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것은 기우에 불과했다.
신청란에 가서 자신의 이력을 적어서 제출하자 곧 한 사람이 자신 앞에 나타났다.
그는 묵묵히 자신이 만든 이력을 하나하나 확인한 후에 상담을 시작했다.
그 내용은 특별한 것이 없었다.
자신이 이제까지 사업한 내용에 관한 것이다.
신기술 개발, 생산, 그리고 판매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이었다.
묵묵히 듣고 있던 그는 곧 한 가지 제안을 내놓았다.
“사장님, 그렇다면 DS ww1를 활용한 형광등 제품은 어떨까요? 다른 사람과 달리 사장님이라면 충분히 가능할 것 같아요.”
“DS 형광등 말이군요.”
“아, 일테면 그렇게 되는 거죠. 이름은 어떻게 정하셔도 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저에게 남은 것이라고는.......”
“아 걱정 마십시오. 지금 이 건물은 공사 때문에 공간이 부족합니다. 그래서 계속 저희 옆에 조립식 건물을 만들고 있습니다. 거기서 작업하시면 될 겁니다. 그리고 자금은 저희 쪽에서, 인력은 경한대 측 담당자와 상의를 하시면 될 겁니다.”
“그, 그러면 그걸 전부 무료로 해준다는 말입니까?”
“그건 아닙니다. 성공한 후에 생기는 이익에 일부 로열티 비용은 감안하셔야 합니다. 지금 봐서는 대략 순이익의 2-3% 정도 될 겁니다.”
실로 놀라운 제안이었다. 인력, 기술, 그리고 원천기술까지 몽땅 제공하겠다는 상대의 제안. 솔직히 믿기가 어려울 정도였다.
특히 한국과 같은 나라에서 말이다.
“가, 감사합니다.”
“꼭 성공하시기 바랍니다.”
***
김삼식은 경한대 화학과 석사 2년차인데, 기분이 썩 좋지가 않았다.
바로 다른 친구들은 벌써 파트너를 만나서 개발 진행이 한참인데, 자신만은 이상하게 파트너가 생기지 않았다.
나름 속상했다.
하지만 그도 곧 얼마 있지 않아서 한 사람이 자신을 딱 지정하자 그냥 보지도 않고 승낙했다.
그리고 시작하게 된 것은 바로 DS 형광등.
처음에는 이게 뭔가 싶었다.
그런데 알고 나서야 DS ww1을 이용해서 형광등 개발이었다.
막상 시작할 때만 해도 갑갑했다.
최창식은 달랐다. 그는 사업가이면서도 이 일에 전념을 다해서 매달린 것이다. 덕분에 옆에 같이 있으면 우선 일하는 방법을 배웠다.
하지만 역시 이 일에 대해서는 부정적이었다.
일단 자신의 능력이 딸리는 것도 있지만 도저히 방법이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그는 놀랍게도 여기에 대한 돌파구를 찾아냈다.
“형광등의 원리와 비슷하게 DS ww을 이용하면 어떻겠나?”
“무슨 말씀입니까? 설마 DS ww을 기체로 만들어서 실험을 해보자는 말입니까?”
“그렇지.”
“하지만 이 녀석은 액체인데요? 그게 과연 먹힐까요? 펑하고 터질 것만 같은데요.”
“그건 해보지 않고 판단하기는 이르지 않을까?”
바로 형광등 분야에만 십 년 넘게 일해 왔기에 내놓은 제안이었다. 기존의 DS ww 현상을 쭉 살피는 중에 일반 물과는 좀 다를 것이라 생각한 것이다.
그리고 이 계획에 따라서 개발이 진행되었다.
처음에는 물론 되지 않았다.
딸칵.
조용.
아예 불이 켜지지 않았다.
하지만 대안으로 내놓은 것은 바로 DS ww 기체 양을 늘리는 것이다.
그렇게 되자 놀라운 현상이 나타났다.
반짝.
빛이 발생한 것이다.
“!”
두 사람은 이 결과를 보고는 경악했다.
설마 이게 될 지는 스스로도 장담을 못했던 것이다.
하지만 그 다음은 일사천리였다.
일단 어느 정도 가능성을 찾자 반복하고 또 반복했다.
가장 핵심적인 것은 DS ww1의 양이었다.
이것을 최대한 줄이는 것에 역점을 두었다.
그리고 빛의 밝기.
어느 정도 고객의 코드에 맞추는 것이 중요했다.
그렇게 나온 결과.
바로 DS 형광등이었다.
그는 이 결과가 나오자 곧 바로 DS 밸리 내에 있는 규정에 따라서 자금 지원을 요청했다.
승인을 받는데 걸린 기간은 불과 1주일.
자금 규모는 정확히 50억이었다.
곧 바로 이 자금을 가지고, 작은 생산 공장을 구입한 후에 인력 충원을 한 후에 생산을 시작했다.
그리고 그 제품을 가지고 기존에 거래한 업체들을 찾아다녔다.
“어라? 최 사장님 아닙니까?”
다행히 사업을 망했지만 신뢰는 잃지 않았던 것이 주효했다.
기존의 업체들을 기꺼이 자신의 물건을 받아주었다.
그 다음은 예상대로였다.
DS 형광등은 일반적인 형광들과는 달리 눈에 피로가 거의 없는 특이한 놈이었다.
안 팔리는 것이 오히려 이상했다.
1주일 동안 팔린 물량은 비로 5천개 정도였다.
하지만 그 다음은 입소문을 통해서 급격하게 판매가 늘어나기 시작해서 곧 바로 2만개를 넘어가더니, 순식간에 10만개를 넘어섰다.
그리고 두 달이 지나자 다시 50만개를 넘어서기 시작하더니 100만개를 돌파한 것이다.
중요한 사실은 그 다음 부터였다.
해외에서 주문이 들어오기 시작한 것이다.
미국에서 당장 들어온 오더만 해도 무려 200만개였다.
이 날 계약서를 보고는 울고 또 울었다.
이렇게 자신이 다시 재기할 지는 꿈에도 몰랐던 것이다.
그리고 이 사실은 당연히 조민우에게 알려졌다.
***
DS 본사 집무실.
정성일 부장은 그다지 표정이 좋지가 않았다.
“일단 판매 가격은 대략 10,000원입니다. 기존 형광등에 비해서 무려 2-3배 고가이죠.”
“그런데 물량이 300만개이니, 지금까지 순수한 매출만 잡아도 300억이군요.”
“네, 그런데 그게 문제가 아닙니다. 지금 분위기 봐서는 이제부터입니다. 저희 기획팀에서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올해 예상 판매 물량은 무려 3,000만 개 정도 됩니다.”
“3,000억이군요.”
“네.”
조민우는 힐끗 정성일 부장이 꽁해 있는 것을 확인하고는 피식 웃었다.
“왜 그러세요?”
“아뇨, 뭐 특별한 것은 아닙니다. 다만 이건 좀.......아닌 것 같아서요.”
“하하하, 너무 그렇게 생각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네? 하지만 다른 직원들도 불만이 많습니다. 정작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엄한 놈이 채가고, 우리는 농사만 짓고 있으니,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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