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현대 마법사-256화 (256/397)

< -- 256 회 -- >

총장이 딱 이 말을 듣자 박수쳤다.

짝짝짝.

곧 이어서 다른 단과 대학 학장들 역시 환호해주었다.

“주옥같은 말씀입니다. 그리고 앞으로 저희들 역시 학장님의 말씀을 명심해서 노력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봅니다.”

분위기는 열기에 가득해 있었다.

바로 미래에 대한 기대로 말이다.

***

경한대 총장은 회의를 끝내고 나서는 이 안건을 그냥 그대로 넘기지 않았다. 그는 기존 커리큘럼을 아예 새로 판을 짠다는 기분으로 전부 손을 대기 시작했다.

물론 전권은 각 단대 학장에게 다 넘겼다.

자신은 그것을 조율하는 방향으로 나아갔다.

이런 노력은 기존에 틀에 박힌 커리큘럼을 완전히 벗어나는 계기를 만들어 주었다.

“야아, 너희들 들었냐? 이제부터는 출석 점수가 아예 포함되지 않는데.”

“헐? 그게 무슨 말이야? 그러면 대학에 안 나와도 된다는 이야기야?”

“그런데 문제가 있어.”

“뭔데?”

“중간, 기말 시험이 없어지면서 전부 세미나, 프로젝트 과제로 대체된다는 거야. 따라서 강의를 듣지 않아도 좋기는 한데, 그러면 세미나, 프로젝트를 아예 할 수가 없다는 거야.”

“뭐, 뭐야? 그건 더한 착취잖아!”

“착취까지는 아니지. 본인이 하기에 달렸으니, 그런데 더 웃기는 것이 뭐냐 하면, 단순한 세미나, 프로젝트 과제로는 최대로 받아봐야 C+야.”

“헐? 그러면 그 이상 점수를 받으려면?”

“결과가 있어야 돼. 저기 DS 밸리 본관 건물 보이잖아? 거길 통해서 나온 결과가 있으면 바로 학점이 A0에서 시작해.”

“.......”

듣고 있는 이들은 아예 입을 다물었다.

이미 DS 밸리에서 하는 일이 뭔지 모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다들 한 다리씩 걸치고 있는 까닭이다.

따라서 그것이 얼마나 까다로운 지는 본인들이 더 잘 알았다.

결국 견론은 아주 간단했다.

“이거 설마 커리큘럼 자체를 아예 DS 밸리 프로젝트로 대체하는 것 아니겠지?”

“바로 그거야!”

순간 분위기는 싸늘해졌다.

대충 앞으로 해야 할 일의 양이 눈에 보이지 않는 까닭이다.

결국 과중한 일 부담을 느끼자 눈치 빠른 이부터 짐을 싸서는 곧 바로 DS 밸리 쪽으로 방향을 털었다.

“나 먼저 간다.”

그리고 그 다음 순선.

“으씨발, 오늘부터 죽었구나. 이놈의 대학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어.”

물론 여기에 대한 대답을 해주는 이도 있었다.

“너무 그렇게 생각마라. 따지고 보면 전부 다 우리에게 피가 되고, 살이 되는 거잖아. 다만 좀 힘들어서 그렇지.”

틀린 이야기는 아니었다.

놀랍게도 DS 밸리는 경한대 전체 커리큘럼에 영향을 주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것은 미국이나, 다른 유명 대학과는 다른 경한대만의 독특한 과정이었다.

***

박칠식은 올해 고등학교 3학년이다. 그도 원래는 DS 대학을 타켓으로 집중 공부했다.

그런데 문제가 있었다.

‘30만대:1이라고? 빌어먹을 이 터무니없는 경쟁률은 또 뭐야?’

한국 고교생만으로 나오기가 불가능한 경쟁률이었다.

즉 이것은 다른 국가에서 지원자가 더 많다는 이야기였다.

물론 한국인쿼터제가 있지만 그것 역시 들어가기는 어렵기는 매 한 가지였다.

역시에는 석사, 박사, 심지어 직장 경력 15년차의 베테랑도 있었다.

그들만이 아니라, 외국으로 갔던 한국애들 중에 유턴하는 인력 역시 만만치 않았다. 도저히 경쟁해서 이기고 말고가 아니었다.

하지만 그는 정말 포기하기 싫었다.

꿈의 대학이라는 DS에 반드시 입사하고 싶었다.

문제는 현실의 벽이 너무 높다는 것이다.

그런데.

곧 이런 그의 눈에 들어온 것은 바로 DS 대학과, 자매결연 정도가 아니라, 아예 커리큘럼 일부를 공유하기 시작한 경한대였다.

요즘 고3들끼리 하는 이야기로는 DS 경한대라고 한다.

그런데 이게 의외로 흥미로웠다.

더욱 놀라운 것은 대학 소개 책자에 나와 있는 ‘이달 DS 밸리 자산 순위’였다. 그곳에는 놀랍게도 경한대 재학생 중에서 사업에 성공해서 1,000억대 자산가가 된 이들이 있었다.

이런 결과를 보자 경한대가 더욱 끌렸다.

그래서 진학 상담 교사를 찾아갔는데.......

“네? 제 성적으로 안 된다고요? 이 정도면 서울대 지질학과 정도는 들어갈 수 있는 점수인데요?”

“그래서 안 된다는 거야.”

“무슨 말씀입니까?”

“올해 들어서 학과 커트라인이 좀 바뀌었어. 지금 경한대 심리학과가 커트라인이 대략 서울대 전자과와 비슷해.”

“저랑 농담 따먹기 하자는 겁니까?”

빠악.

“크윽.”

“이 녀석이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야? 내가 지금 너랑 장난치게 생겼냐? 그리고 말이 나왔으니 하는 말인데, 나 요즘 재수 학원 다녀.”

“설마 경한대 들어가시려고요?”

“당연하지. 거기 들어가서 노력만 하면 얼마든지 1,000억 자산가가 될 수 있어. 이런 애들 상담하는 일을 평생 하는 것보다 훨씬 나아!”

“.......”

그는 어이가 없어서 입을 다물었다.

도대체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 지 알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포기할 수는 없었다.

결국 진학 상담 선생과 계속 치고 박고 싸운 중에 나온 타협안이 바로.

“심리학과를 가겠다고? 뭐 상관이 없겠지. 어차피 거긴 들어가고 나면 학과가 별로 의미가 없걸랑.”

“헐? 그건 또 무슨 말이에요?”

“어차피 학점 따는 것과, DS 밸리에서 하는 일은 서로 연관되어 있어. 설사 심리학과 들어가도 다른 전자나, 화학 쪽 프로젝트를 하면 상관이 없다는 이야기지. 요즘 그런 편법을 사용하는 놈들이 꽤 많아. 덕분에 전반적인 커트라인이 전부 서울대 보다 높은 현상이 나온 거지.”

“화, 황당하군요.”

“그러게 말이다. 참 살다보니, 별의 별 일을 다 겪어. 나도 이제 서서히 무덤 갈 때가 된 것 같아.”

이런 상황.

이것은 단순히 여기서만 끝난 것은 아니었다.

대한민국 전국에 있는 모든 고교에 동시에 적용이 되었다.

그리고 이것은 다시 입소문을 타고 미국으로도 전파가 되었고, 곧 이어서 전 세계로 퍼져나갔다.

그렇지 않아도 DS 대학에 들어가는 것은 다들 반쯤 포기하고 있는 상황.

그 대안으로 DS 경한대를 선택한 것이다.

당연히 커트라인은 이에 비례해서 고공행진을 거듭했다.

***

경한대의 전진.

이것은 경한대에게는 축복이었다.

하지만 다른 대학 입장에서는 좀 달랐다. 경한대가 앞서가면서 서울대를 비롯한 상위권 대학 위상의 추락은 불가피했다.

각 대학 총장들은 이런 결과에 대해서 분노했다.

그들은 곧 바로 교육부를 찾아가서 항의했다.

“이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하지만 교육부라고 해서 딱히 뭐라고 할 말은 없었다.

다만 경한대는 국립대.

이런 점을 고려했다.

“일단 경한대 총장하고 이야기를 좀 해보겠습니다.”

“빠른 처리를 부탁합니다.”

김응구 제1차관은 이런 사태에 대해서 기분이 정말 좋지가 않았다.

이미 DS 대학 때문에 한 번 홍역을 치루고 나서는 교육부조차 요즘은 권위를 잃었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상황인 탓이다.

따라서 이번 일은 일벌백계로 다스리기로 마음먹었다.

곧 바로 경한대 총장을 찾아가서 이 사태에 대해서 따졌다.

경한대 총장 왈.

“무슨 말인지 모르겠습니다. 저희 보고 어떻게 하라는 말입니까?”

“그건.......커리큘럼을 정상화 해주세요.”

“네? 무슨 말씀이신지? 그게 왜 문제가 된다는 말입니까?”

“하아, 이봐요, 경 총장, 이건 정말 너무 하지 않습니까? 대충 알아듣게 말을 했으면 알아들어야지요.”

“그런데 그게 제 뜻대로 안 됩니다. 이미 DS와 커리큘럼 진행에 관해서는 계약서에 명시가 되어 있습니다. 만약 이제 와서 저희 대학 멋대로 하면 위약금을 물어내야 합니다.”

“그거야 내면 되지 않소!”

“대략 20조가 넘는데, 교육부에서 내주겠다고 하면 제가 기꺼이 원하시는 대로 따르죠.”

“그, 그렇게 많습니까?”

“휴우, 지금 아직 분위기 파악을 전혀 못하시는 군요. 지금 경한대는 제가 총장이지만 어떻게 할 수준이 아닙니다. 이게 대학 재정 관련 지난달까지 보고서이니, 한 번 읽어보세요.”

그는 곧 보고서를 받아서 쭉 읽어보았다.

하지만 읽으면 읽을수록 입이 딱 벌어졌다.

‘세, 세상에 내, 내년 대학 집행 예상 자금이 3, 30조라고?!’

***

이창수 이장은 오늘 따라 몸이 좋지가 않아서 회사에 년차를 내고는 집 앞에 있는 마루에서 담배나 피면서 쉬웠다.

날씨는 참 좋았다.

이제는 더할 나위가 없었다.

자신에게 남아 있는 한 가지 소망만 해결된다면 말이다.

‘그 놈은 잘 지내나 모르겠구나.’

비록 DS 때문에 돈을 많이 벌었지만 지금은 그런 것 따위 필요 없었다. 오로지 자식만이 잘 되었으면 할 뿐이다.

그런데 연락이 없는 그 놈.

그저 자식에 대한 갈망을 할 뿐이다.

그런데.

부르릉.

갑자기 DS 도로를 따라서 들린 소리.

검은 세단이었다.

한 대가 아니었다. 앞 쪽에 있는 놈을 따라서 마치 초등학생처럼 줄을 지어서 그 뒤에 꼬리를 문 채로 따르고 있었다.

모두 합쳐서 12대.

12대의 검은 세단이 마치 군기가 바짝 든 신병처럼 DS 본사를 향해서 가고 있었다.

그는 문득 특이한 차량 행렬을 물끄러미 쳐다보다가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비가 오려나?’

***

조민우는 최근 들어서 DS 밸리 중심으로 일어나는 변화 때문에 당황했다. 그도 의도한 바가 있어서 일을 벌이기는 했지만 이렇게까지 심하게 변화를 거듭할 지는 상상도 못했다.

“내년에 예상되는 총 예상 DS 밸리 계열사 매출이 30조라고요?”

정성일 부장 역시 황당하기는 매 한 가지였다.

“그게 사실입니다. 그것도 가장 낮게 잡은 예상치입니다.”

“이상하군요. 도대체 왜 그렇게 되었대요? 우리가 한 것은 그 정도까지는 아니었는데.......”

“지금 나와 있는 결과만 봐서는 기존 대학 주입식 시스템에 때문에 능력이 죽어버린 재학생 중에서 자신의 능력을 다시 자각한 이들 때문이라는 것이 저희 기획팀의 결론입니다.”

“자각이라.......”

“네, 원래는 주입식 경한대 교육 때문에 자신의 능력을 깨닫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기회가 주어지자 상황이 달라진 겁니다. 더욱이 노력만 하면 얼마든지 1,000억대 자산가가 될 수 있으니, 더합니다. 그 때문에 직원들 사이에도 불만이 많습니다.”

“그건 정말 미안하게 생각해요.”

“휴우, 제가 이제 와서 사장님에게 뭐라고 하겠습니까? 하지만 남들을 생각하는 것만큼만 저희 직원들도 좀 감안해주셨으면 하는 의견입니다.”

그냥 나온 말이 아니었다.

DS 직원들은 죽으라고 일을 해도 딱딱 월급만 받는 월급쟁이다.

그런데 정작 DS 대학의 재학생은 자신이 하기에 따라서 얼마든지 인생 대박을 터트릴 수가 있었다.

이건 거꾸로 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 역시 이런 점을 무시하지는 않았다.

“좋습니다. 제가 의견을 한 번........”

-사장님, 교육부 장관님과, 전국 대학 총장님들이 찾아왔습니다.

“네?”

그는 황당한 표정을 한 채 다소 당황한 표정을 하고 있는 비서를 쳐다보았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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