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261 회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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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어서 입시에 대한 학부모들의 생각이 바뀐 것은 바로 DS 대학 때문이었다. 저기 들어가기만 하면 애들 장래는 보장 받았다.
더욱이 엘리트 코스는 다 놓은 당상이었다.
사실 이보다 더욱 중요한 것이 있었다.
바로 인맥.
DS 대학의 주축을 이루는 원탁의 교수(?)과 인맥을 엮어 놓으면 앞으로 자식의 미래는 승승장구할 것이라 확신했다.
단순히 기술적인 면만이 아니었다.
다른 분야를 가도 도움이 된다. 이 때문에 학부모들의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DS 대학에 자녀를 입학시키려고 했다.
하지만 천문학적인 경쟁률.
수십 만 대 일을 넘어서는 그 압도적인 경쟁률 앞에서 절망했다.
하지만 그들은 결코 포기하지 않았다.
그런데 갑자기 교육부에서 발표한 대학 구조 조정안.
바로 기존의 대학을 DS 대학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내용이었다.
당연히 환호했다.
물론 여기에 대해서 심하게 반발하는 이들이 있었다.
바로 기존 대학 출신의 기득권자들이다.
하지만 학부모들의 원성에는 속수무책이었다.
-야이, 개새끼들아, 당장에 한국을 떠나!
한 두 사람이 아니었다. 수백만 명의 학부모들이 반발하자 반발 세력은 조용히 한 쪽으로 찌그러져서 침묵했다.
다만 걱정되는 것은 어떻게 바뀌느냐와.
과연 뭐가 DS 대학 수준으로 변경되느냐 하는 점이다.
물론 여기에 대해서 언론을 통해서 공개가 되었다.
그리고 곧 알아챘다. 자식을 DS 대학은 어려워도 이제는 DS 분교로 바뀐 각 대학에 보낼 수 있다는 확신이었다.
다만 문제가 있다면.......
입시 제도였다.
누군가 질문을 던졌다.
“저기 그러면 애들을 앞으로 어떻게 뽑나요?”
“.......”
교육부는 물론 대답하지 않았다.
그건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제대로 바뀌면 선발 방식도 바뀌어야 했다.
그게 간단한 것이 아니었다.
‘어떻게 하지?’
고민을 하다가 떠올린 것은 역시.
‘어쩔 수 없이. 미안하지만 그 친구(?)에게 또 부탁해야 되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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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민우는 최근 돌아가는 대학 구조 조정에 대해서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좋았다.
그도 처음에 제안을 받았을 때만 해도 귀찮은 것은 둘째 치고, 얻는 것이 별로 없어서 망설였다. 더욱이 자신이 고안한 기술을 내놓아야 하는 상황이니, 이게 기꺼울 리가 없었다.
설사 로열티 비용을 받는다고 해도 말이다.
하지만 그도 한국 대학의 고질적인 문제 일부가 해결된 모습에는 보람을 느꼈다.
특히 각 대학이 전략적으로 선택한 과목이 다른 세계적인 대학에 비해서도 떨어지지 않다는 점에서는 말이다.
‘이게 사는 보람일까?’
과거 부도나기 전의 인생은 그야말로 돈만을 생각하는 삶이었다.
어쩌면 돈민우라고 불린 것도 그런 앙금이 남아 있는 것과 관련이 있다. 그런데 지금은 전혀 그런 삶과는 좀 다른 생활을 하고 있었다.
바로 명예였다.
딱히 평판을 원한 것은 아니지만 그렇게 흘러가자 기분이 참 묘했다.
다만 그도 자신의 일이 있다.
곧 바로 해야 할 일에 집중하려고 했다.
그런데 곧 다시 교육부에 온 공문 하나.
-대학 입시제도 개편에 대한 협조 요청.
“?”
도통 이 공문이 왜 자신에게 와야 하는 지 알 수가 없었다.
결국 DS 대학 내부에 있는 교육부 부서에 전화를 걸었다.
“뭐죠?”
“아, 죄송합니다. 그 공문을 보낸 이유는 지금 대학 제도 개편 때문에 현행 입시 제도에 손을 봐야 할 상황입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그 바뀐 대학 제도에 맞는 인재 선발에 관해서는 저희 교육부 측에서도 전혀 모릅니다. 그러니 아예 일을 시작할 수가 없습니다. 그런 점을 좀 해결해주셨으면 합니다.”
“아니 그걸 왜 제가 합니까?”
“그러면 누가 하죠? 사실 사장님 외에는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습니다.”
“.......”
그는 이 어처구니가 없는 교육부의 어거로에 혀를 내둘렀다. 아니 어느 정도 말이 되는 제안을 해야 이해라도 할 것이다.
그런데 이건 정말 아니었다.
결국 고민을 하다가 선택한 것은.
‘역시 고등학교에 직접 가보는 것이 맞겠지? 보자 정명훈 담임선생님은 잘 지내나 모르겠네.’
***
정명훈은 경한 고등학교 영어를 담당하고 있다. 하지만 그는 요즘 들어서 영 힘이 생기지가 않았다. 바로 자신이 가르치는 애들 때문이었다.
물론 최근 들어서 변화가 생긴 입시 제도와도 관련이 있다. 다만 그는 입시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과정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몇 번이나 말을 해야 알아듣겠냐?”
조용.
하지만 애들은 다들 입을 다문 채 말을 하지 않았다.
다들 시선을 피하기에 급급할 따름이었다.
보다 못해서 머리를 굴렸다.
“좋아, 그러면 내가 한 가지 예를 들지. 혹시 한천우라고 들어봤어?”
당연히 대답이 나왔다.
“어? 요즘 프리미어리그에서 최고로 잘 나가는 그 축구선수 말 인가요?”
“맞아. 그래도 다행히 아는 구나.”
“알다뇨? 한천우 선수 모르는 한국 사람이 누가 있다는 말이죠? 그야말로 축구 마법사로 세계에 가장 잘 알려진 선수인데요.”
“그래, 맞아. 그건 사실이야. 그런데 너희들 혹시 그거 아냐? 그 한천우가 나온 고등학교가 바로 이 경한고라는 사실을?”
“헐? 저, 정말이에요?”
“당연하지. 내가 무엇 때문에 거짓말을 하겠냐?”
“!”
그제야 애들은 화들짝 놀랐다.
이런 이야기는 처음 들어보는 까닭이다.
보다 못한 한 사람이 손을 들었다.
“그런데 왜 자랑스러운 졸업생 명단에는 나오지 않나요?”
“그게 좀 복잡해. 으음, 정치적인 이야기라고 알아두면 좋겠다.”
하지만 애들 눈치는 빨랐다.
“가만 저거 혹시 교장 선생하고 트러블 있는 것 아냐?”
“아, 맞다, 그런 이야기를 나도 들은 것 같아. 과거에 무슨 악연 때문에 교장 선생이 한천우 선수를 지독하게 싫어한다고.”
“헐? 그렇다고 한천우 선수가 같은 세계적인 선수 배출한 것을 묻어버렸다고?”
“그러니 교장이 똘아이 소리를 듣는 거지. 개가 정말 이상하잖아.”
“하긴 정신질환자 비슷하기는 하다만.......”
“휴우, 그런 새끼가 계속 교장질을 하니, 우리 경한고가 요 모양인거다!”
“.......”
정명훈 담임은 기가 차서 이 조숙한 놈들을 째려보았다.
무슨 말을 하기가 겁이 날 지경이다.
하지만 그는 곧 바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 한천우 고등학교 담임이 나였다.”
“헐? 저, 정말입니까?”
“이놈들이 정말 사람 말을 왜케 안 믿어!”
“하지만 너무 뜬금없어서요.”
“좋아, 그건 나중에 내가 설명 해주지. 그런데 그거 아느냐? 그 한천우가 지금의 세계적인 선수가 될 수 있는 바탕이?”
“아!”
그제야 한 사람의 탄식이 있었다.
정명훈은 피식 웃으면서 질문했다.
“너는 들어봤나 보구나.”
“아? 네, 사실 얼마 전에 인터뷰 기사를 본 적이 있었는데, 자신이 지금의 위치에 오른 것은 결국 고등학교 시절에 꾸준히 한 기본기가 바탕이 되었다고 했어요.”
“그래, 그게 바로 내가 하고자 하는 말이다. 자꾸 입시가 바뀐다고 혼란해서 하는 공부를 등하시면 안 된다는 말이다. 제도가 어떻게 바뀌어도 본질은 변치가 않아. 그리고 그런 노력이 너희들의 미래에 큰 밑거름이 될 거야!”
조용.
그제야 다들 입을 다물었다.
물론 이번에는 반발하는 이들이 없었다.
다들 주섬주섬 책을 꺼내어서 기존에 하던 공부를 시작한 것이다.
그는 이 모습을 보면서 겨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휴우, 이제 좀 됐군. 그나저나 도대체 교육부는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아무런 기준도 없이 대학 구조 조정만 한다고 하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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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한고 교무실.
“네? 교육부에서 사람이 나왔다고요?”
“아마 이미 대학 제도 개편 때문인가봐. 자네가 가서 한 번 만나 보게.”
“저요? 아니 그 일을 왜 제가?”
“그 쪽에서 자네를 찾아!”
“?”
도통 알 수가 없는 일이었다.
***
경한고 접객실.
“어? 가, 가만 너는 민우, 조, 조민우잖아?”
조민우는 교육부 직원 한 사람과 동행한 채로 조용히 앉아 있다가 곧 들어온 그를 보자 방긋 미소 지었다.
“정말 오랜 만입니다.”
“이놈아, 어떻게 오랜 만이다 뿐이야. 전에 잠깐 본 이후로 벌써 5년이나 지났구나!”
“그러고 보고 그러네요. 대학에 왔을 때 잠깐 봤지요.”
간단한 말.
그리고 지난 시절의 추억.
어떻게 보면 그 때 시절을 잊기가 어려웠다.
자신이 사업할 수 있는 근간을 만들어 준 것도,
그리고 힘든 시절에 버틸 수 있었던 바탕을 만들어 준 것도,
결국 지금의 위치에 이른 것도 어떻게 보면 정명훈 담임의 철학 때문이었다.
곧 바로 떠오른 한 마디.
“포기하지 마.”
“하하하, 그래, 그게 도움이 되었느냐?”
조민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가시죠. 뭐라고 좀 먹으면 서 이야기를 하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아니다, 난 아직 오늘 수업이 있어.”
“바쁘신가 봐요?”
“늘 그렇지. 그래도 너 같은 녀석에 대한 소식을 듣는 것만으로 보람을 느낀다. 한천우가 졸업한 이례로 고만고만한 놈들만 나왔는데.......”
“한천우 선배요? 지금 그 프리미어리그에서 이름을 날리고 있는?”
“그래. 그 놈도 보통은 아니었지. 아마 너와 비교해도 큰 차이가 없을 거다.”
“흐음, 그렇군요.”
“하하하, 나중에 한 번 만나 봐. 그러면 알게 될 테니까.”
“하긴 그 분이 설립한 리얼 소프트도 세계적인 기업이죠. 아마 볼 날이 있을 겁니다.”
“하지만 DS도 아마 시간이 많이 흐르면 리얼 소프트보다 더욱 큰 기업이 될 거야.”
“하하하, 고맙습니다.”
이게 서로에 대한 안부.
그리고 곧 본론.
“그런데 무슨 일로 이렇게 날 찾아 왔느냐? 더욱이 교육부 직원까지 데리고 말이다.”
“아, 그건 혹시라도 무슨 문제가 생길까 교육부 측에 도움을 구한 겁니다. 여기 방문한 것은 바로 대학 구조 조정 관련해서 입시 제도를 어떻게 해야 할 지에 대해서 판단이 잘 서지 않아서요.”
“아. 그것 때문이었구나.”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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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한 운동장이 내려다보이는 한 벤치.
“흐음, 굳이 여기까지 와서 이야기를 해야 합니까?”
“아무래도 그런 이야기는 안에서 하기는 좀 그렇지.”
“설마 도청이라고 할까 걱정하시는 겁니까?”
“그거야 모르는 일이지. 너도 알지 모르겠다만 졸업생인데, 정지훈이란 녀석은 도청에 대해서라면 아주 학을 떨지.”
“아니 왜요?”
“CIA나, 국정원에서 거의 스토커 수준으로 감시를 하거랑.”
“그런 일도 다 있군요.”
“하하하, 농담이고, 다만 입시제도 같은 이야기는 솔직히 하고 싶지가 않아. 그런데 내 얼굴을 보니, 단순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아서 내 의견을 말하려니, 이런 것이 좋을 것 같아서다.”
“하긴 쉬운 문제가 아니죠.”
“당연하지. 지금 우리나라 대학의 병폐도 따지고 보면 시작을 잘못해서 생긴 문제야. 그것을 바로 잡는 일이 간단할 리가 없어. 더욱이 지금과 같은 기회라면 철저하게 고민해서 그 문제점을 바로 잡는 것이 맞아.”
조민우가 원한 바.
“그러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합니까?”
그건 쉽게 답할 사항이 아니었다.
“글세.”
그 역시 어느 정도 짐작한바 곧 바로 질문했다.
“솔직히 제가 현업에 있지 않으니, 감을 잡기가 어려워요. 그래서 이렇게 찾아 뵌 겁니다.”
“그래?”
“네, 전 선생님이 그냥 소신껏 답해주면 된다고 생각하면, 제가 전혀 모르면 일 처리를 할 수가 없으니까요. 지금도 보면 DS 대학 입학 처리는 제가 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DS 대학 교수님이 하세요. 그런데 그 분들은 딱히 무슨 기준으로 잡고 뽑는 것인지는 저도 잘 모릅니다.”
“그게 문제군.”
“그런 셈입니다.”
바로 DS 대학에서 사용하는 입학제도와, 기존의 다른 대학 입학제도 차이에서 나오는 문제이다. 그리고 이건 일괄적으로 정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정명훈 역시 그런 점을 느끼자 섣불린 대답할 수가 없었다.
다만 어느 정도 방향은 잡아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