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현대 마법사-262화 (262/397)

< -- 262 회 -- >

“하지만 중요한 것은 바로 창의적인 인재를 키워 내는 것이겠지? 문제는 기존 우리 고등학교 교육으로는 불가능해. 따라서 내가 보기에는 차라리 내신은 기본적으로 참고 정도로 하고, 다른 대안을 택하는 것이 맞지 않을까? 일테면 각 대학에서 알아서 말이야.”

“그러면 혼란이 많이 생길 텐데요?”

“차라리 그런 혼란이 낫다는 이야기지. 그러면 편법이나, 다른 어떤 방법을 쓰도 쉽게 들어갈 수 있는 것이 아니거든.”

“그게 왜 나은 거죠?”

“서열을 없앨 수가 있지.”

“아.”

“이런 말하기는 그렇지만 내가 가르친 김정현, 김민우, 정지훈, 조민우, 한천우은 전부 자신만의 독특한 색깔이 있었어. 그리고 이들은 그것을 포기하지 않았지. 결국에는 자신 색깔로 성공한 거지. 너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너 자신이 추구하는 것을 버렸다면 과연 지금 그 자리에 있겠어?”

“그건 아니군요.”

“그래, 내가 해 줄 수 있는 조언은 바로 그거야. 자신만의 색깔을 가진 사람을 대우해주는 것. 그러면 굳이 입시 때문에 겨우 단기 벼락치기 하고, 암기과목을 달달 외우는 폐습은 사라질 거라고 봐. 아니 사라져야 할 악습이지.”

“.......”

그도 이 말을 듣고는 입을 다물고야 말았다.

전혀 근거 없는 이야기는 아니었다.

‘그렇다면 어떤 방법이 있을까?’

12장 DS 제도

조민우는 물론 정명훈 한 사람에게만 질문한 것은 아니었다. 그는 딱 몇 사람을 정해서 그들과 적지 않는 시간을 협의를 거듭했다.

물론 의견이 사람마다 조금씩 달랐다.

하지만 그들이 말하는 본질은 비슷했다.

-지금 주입식 교육을 꼭 없어져야 합니다!

바로 이 점이다.

그 역시 이런 점에는 공감했다.

다만 누구나 인정할 수 있는 방안을 내놓아야 했다.

문제는 여기에 있었다.

‘내가 내놓은 의견이 모든 사람이 인정할 정도는 아니야.’

자신이 마법을 가지고 기술 혁신을 거듭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건 엄연한 반칙.

그것만으로는 소용이 없었다.

뭔가 다른 대안이 필요했다.

아니 정확히 자신 혼자 고안해 낼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도움이 필요하군.’

***

원탁의 교수실.

스코트 교수는 천천히 예약되어 있는 자신의 자리에 앉으면서 의혹에 가득한 교수들을 한 번 힐끗 쳐다보았다. 다들 오늘 왜 회의가 소집되었는지 궁금한 모습이었다.

그는 피식 웃으면서 간단하게 설명해주었다.

“조민우 사장이 아무래도 우리 DS 대학 제도 때문에 문의할 것이 있나 봅니다.”

“무슨 말씀이시죠? 설마 이제 와서 우리 DS 대학에 간섭을 하겠다는 말입니까?”

“하하하, 그렇지 않습니다. 그 친구는 아마 우리 대학 에 간섭하라고 해도 하지 않을 친구입니다. 그런 걱정 안 해도 됩니다.”

다들 쭉 앉은 이들의 표정에는 누구도 DS 대학에 대한 간섭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눈빛을 하고 있었다. 벌써 DS 대학이 어느 정도 자리 잡으면서 생긴 현상이었다.

즉 서로 경쟁을 하고 있다는 말이다.

***

조민우 역시 가장 뒤 늦게 나타나서 이런 분위기를 보고는 혀를 내둘렀다.

‘이거 내가 생각한 것과는 많이 변했어.’

일단 원탁의 자리에 앉은 교수 수준 역시 과거에 비해서 많이 달라 있었다.

그것이 바로 외형적인 변화.

하지만 과거와 달라진 점은 이것만이 아니었다. 당시에는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그들의 모습은 많이 사라져 있었다.

뭔가 목표를 향해서 꾸준히 나아가는 태도, 그리고 열의에 가득한 모습이었다.

그 역시 이런 점을 보면서 느끼는 바가 있었다. 처음에는 단순히 자문을 구하려고 했는데, 그럴 필요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굳이 내가 손을 대 필요가 없을 정도로 바뀌었어. 이 정도라면 그 밑에 있는 이들 역시 그렇게 변화하지 않을까?’

즉 자신이 손을 대려고 하는 순간에 오히려 나빠질 것이라는 생각이다.

하지만 일단 질문을 해보았다.

“제가 여러분을 이 자리에 모이라고 한 것은 아주 간단합니다. 향후 DS 기술 중에서 12가지를 각 대학에 이관할 생각이고, 그 기술에 대해서는 저희 DS 대학 측에서 향후에는 손을 대지 않을 예정입니다. 필요하다면 협조를 구해서 공동 연구에 들어가면 될 겁니다.”

스코트 교수는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전문성이군.”

“네, 바로 그것입니다. 다만 그렇게 하고 나면 문제가 되는 것이 각 대학의 입학 제도입니다. 기존 제도로는 힘드니까요.”

“결국 우리에게 자문을 얻겠다는 말이군.”

“하하하, 그렇습니다. 그게 차라리 맞을 것 같아서요.”

스코트 교수는 힐끗 다른 교수들을 한 번 쳐다보았다가 부드럽게 입을 열었다.

“이미 자네는 그 답을 알고 있지 않나?”

“그게 좀 애매합니다.”

“그게 답이야.”

“네?”

“세상을 가두려고 하면 알력이 생기는 법이야. 자네가 비록 좋은 방법을 만들어서 그들에게 제안한다고 해도 역시 일시적으로 해결이 되겠지만 향후는 문제가 될 거야.”

“으음, 결국 지금처럼 간섭하지 않는 것이 최선이라는 말입니까?”

“원칙만 정해주면 되겠지. 그 12가지 기술을 넘긴 대신에, 불필요하게 다른 대학과 문제를 일으키면 안 된다는 것이야. 뭐 본인들이 기존의 제도를 사용하겠다면 내버려두라는 이야기야. 그러면 결국에는.......”

“도태가 된다는 이야기군요.”

“그렇지. 인재를 키우지 못하는 대학은 살아남기가 어려워. 자네는 아직 우리 DS 대학 분위기를 잘 모르겠지만 여긴 내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MIT보다는 3배 이상의 교육 질을 가지고 있어. 그건 자네가 아마 미국에서 곧 나오는 세계 대학 평가를 보면 알 거야. 좀 놀랄 거야.”

“그렇군요.”

하지만 다른 교수 의견도 필요했다.

“혹시 다른 분은?”

의외로 답은 없었다.

다들 수긍한 모습이었다.

그 역시 어느 정도 답을 찾을 수가 있었다.

‘그런가?’

***

조민우는 물론 원탁의 교수와의 협의를 통해서 답을 찾기는 했지만 막상 이렇게 하라고 말을 하는 것은 역시 망설여졌다.

속된 말로 너희들 알아서 해! 이런 제도인 탓이다.

그런데 생각을 거듭한 것 중에 DS 대학 변화에 대해서 다시 고민해보았다.

지금 DS 대학이 현재처럼 성장한 것은 그 자신이 손을 대서 된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그냥 내버려 둔 것이 알아서 저절로 컸다.

‘그렇게 보면 참 이게 운이 좋다고 해야 할까?’

그도 여기에 대해서는 확실한 수가 없었다. 다만 이미 여러 가지 고민을 해봐도 답은 이미 정해져 있다는 것을 깨닫자 더 이상 생각하는 것은 포기했다.

곧 바로 이 사실을 교육부 쪽에 알린 것이다.

-이미 저희 쪽에서 말한 몇 가지 말한 규정을 제외하고는 향후 대학 선발에 관해서 각 대학 자율에 맡기는 것으로 했으면 합니다.

이것이었다.

교육부 내부에서도 이 때문에 말이 많았다.

대다수는 부정적인 의견이었다.

“이거 조민우 사장이 이제 귀찮아서 저러는 것이 아닐까요? 그냥 알아서 하라니, 그게 어디 말이 되는 소리입니까?”

“저도 공감입니다. 아마 이렇게 공표했다가는 한국 대학계는 대 혼란에 빠질 겁니다.”

“솔직히 이건 진짜 아닙니다.”

하지만 그 때 나온 의견.

“그러면 다른 대안이 있으세요?”

조용.

없다는 것이 문제였다.

조민우가 넘긴 기술을 가지고 어떻게 풀어갈 지에 대해서는 이들도 아는 바가 없었다. 정확히는 누구도 그런 시도를 해 본 적이 없었다.

결국 이러 쿵 저러 쿵 해봐도 대안이 없는 상황에서 선택의 여지는 별로 없었다.

“일단 시도하고 나서 추이를 보고 판단합시다.”

이렇게 된 것이다.

결국 이 사실은 언론을 통해서 대대적으로 공개가 되었다.

-올 해 입시부터는 대학 신입생 채용 방식에 있어서 이전의 제도와는 달리 각 대학 자율에 맡기는 것으로 결정 내렸습니다.

“?”

학부모들이 보인 반응은 황당함 그 자체였다.

***

최소연은 요즘 들어서 고3인 자식 때문에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바로 입시제도 때문이었다.

도대체가 딱 정해진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하려고 해도 가이드라인이 없으니, 뭘 해야 할지를 알 수가 없었다.

그녀는 선태의 여지가 없어서 기존에 하던 학원에 자식을 계속 보냈다. 그러면서 교육부의 추이를 지켜보았다.

결국 나오기는 나왔다.

-올 해 입시부터는 대학 신입생 채용 방식에 있어서 이전의 제도와는 달리 각 대학 자율에 맡기는 것으로 결정 내렸습니다.

이렇게 된 것이다.

‘이게 무슨 개소리야?’

일당 황당하기 짝이 없었다. 아니 딱히 정해진 가이드도 없으면 어떻게 신입생을 뽑을지에 대해서 명확한 기준이 없었던 것이다.

그녀는 결국 담임선생을 찾아가서 이 문제에 대해서 문의했다.

“어떻게 했으면 좋겠습니까?”

담임선생은 그래도 뭔가 지침을 받았는지 한 마디는 해주었다.

“그냥 맘 편하게 하시면 됩니다.”

“?”

“크흠, 이런 말하기는 그런데요. 이제는 각 대학 자율에 따라서 자기 멋대로 뽑는다는 이야기입니다. 따라서 굳이 학원가서 기존처럼 고생해봐야 소용이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아니 그게 지금 말이 되는 소리를 하시는 겁니까? 그러면 돈 많은 놈들이 대학 교수에게 뇌물 주고 들어가도 될 것 아닙니까?”

“그럴 수도 있죠. 다만 그런 식으로 처리하면 그 대학은 오래 못 갈 겁니다.”

“네?”

“으음, 지금 개편된 대학 구조 조정에 따르면 각 대학은 자신 만의 고유 영역이 있습니다. 그것을 계속 개발하고, 연구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어렵습니다. 즉 그들은 살기 위해서 자신의 대학에 맞는 인재를 고를 겁니다.”

“아, 그렇다는 말씀은.......그 대학에 맞는 공부를 해야 한다는 이야기군요.”

“그런 셈입니다. 그런데 그것도 딱히 정해진 것은 없습니다. 단적인 예로 카이스트가 향후 DS 전기 영역 특성화 대학이 되는데, 그건 어디 가서 배울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러면 어떻게 하라는 말씀이죠?”

“그러니 입시를 위해서 공부하는 것은 소용이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오히려 자신의 색깔을 찾을 수 있는 방향으로 경험을 쌓도록 해주는 것이 맞을 겁니다.”

“구체적으로 뭐죠?”

“간단하죠. 자신의 경험, 창의성을 얻을 수 있는 일을 해보면 됩니다. 파트 타임으로 일하는 것도 한 방법이고, 음악이나, 미술을 배우는 것도 나쁘지 않죠. 소설을 쓰는 것도 마찬가지이고요. 물론 기본적인 성적 관리는 해야 합니다. 성실성을 보니까요. 그런데 이거 말을 해 놓고 보니, 미국 대학에서 이미 하고 있는 부분이군요.”

“......”

그녀도 결국에는 입을 다물고 말았다.

처음에는 황당하다고 생각한 방식이 그렇지가 않았다.

각 대학에 자율권을 준 대신에 치열한 생존 경쟁이 시작된 것이다.

만약 이 경쟁에서 살아남지 못하면 그 대학은 존립하기 어려웠다.

‘세상이 정말 많이 변했구나.’

이건 그녀만이 느끼는 감정이 아니었다. 처음에 바뀐 입시제도 때문에 혼란을 겪었던 학부모들도 곧 안정을 찾았다.

그리고 그들은 곧 이런 제도에 맞는 방식으로 자녀를 도와주기 시작했다.

이런 변화가 처음에는 그저 단순한 것으로 만 보였다.

***

김영식은 고등학교 2학년인데, 학급에서 성적이 그렇게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자신이 하는 공부를 그다지 좋아하지는 않았다.

어쩔 수 없이 강요에 의해서 했다.

그런데 최근에 와서 입시 제도가 바뀐다는 소리는 들었다.

“이게 무슨 개소리야?”

“원래 그 새끼들 그러잖아. 그런가 하고 생각해야지.”

이렇게 생각했다.

얼마 있지 않아서 바뀐 입시제도가 공개되었다.

바로 각 대학의 알아서 하란 내용.

“이건 또 무슨 소리야?”

“모르겠는 걸.”

처음에는 분위기 파악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자 개정된 입시제도의 색깔이 밝혀졌다. 바로 주입식 형태의 공부는 전혀 입시에 도움이 되지 않다는 것이 말이다.

그 역시 다른 애들처럼 혼란을 겪었다.

그런 차에 학교 측에 내놓은 몇 가지 신설 과목이 있었다. 바로 음악, 미술, 소설가를 초빙해서 실습 형식의 교육이었다.

놀라운 것은 뭐냐 하면 지금 당장에 그 분야에서 일을 하고 있는 사람이었다.

그가 택한 것은 바로 소설이었다. 처음에는 그냥 학교에서 형식으로 한다고 생각하고는 가볍게 접근했다.

그렇지가 않았다.

“지금 하는 실습 교육에 따른 결과는 제가 점수를 매기기는 하지만 그건 참조 사항이 될 뿐입니다. 다만 향후에 여러분이 대학 선정할 때 이게 반영이 됩니다.”

“?”

도대체 뭔 소리를 하는 건지.

소설 강사 역시 곤혹스럽기는 매 한 가지였다.

“쉽게 말해서 여러분 쓰고 싶은 것을 쓰라는 이야기입니다. 전 다만 여러분이 작업할 때 그 방법과, 기교만 도와줄 뿐입니다.”

이게 다였다.

그리고 주제 하나를 정해주었다.

-경영에 대해서 쓰시오!

(* 물론 자신이 주제를 선택해서 쓰도 됩니다.)

이것이 다였다.

정말 황당하기 짝이 없었다.

“야아, 이게 도대체 무슨 소리야?”

“나도 몰라. 골 아프다.”

“세상이 완전히 미쳐 가는 것 아냐?”

이런 반응이 나오기는 했지만.

“그런데 난 나쁘지 않을 걸. 그렇지 않아도 내가 쓰고 싶은 것이 있었는데, 그렇게 하려고. 누구도 간섭하는 사람도 없으니, 속이 편해.”

“헤에, 너 그거 재미있냐?”

“아니 그냥 하다보면 성취감 같은 것이 있어. 이전에 학교에서 공부하는 과목도 나쁘지는 않는데, 정말 별로였거든.”

이런 이야기를 하는 이들이 있었다.

그것도 작은 숫자가 아니었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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