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264 회 -- >
***
김영식 모친은 그렇게 잘 사는 편은 아니다.
한 때는 잘 나가던 적도 있었다.
바로 지금하고 있는 빵집이 잘 나가던 때 말이다.
그런데 지금은 그렇지가 않았다.
대기업에서 우후죽순처럼 골목상권을 치고 들어오면서 지금은 휘청 이는 중이었다.
남편은 하루하루 마음 고생하면서 괴로워하고 있었다.
매달 적자가 계속 400만원씩 누적되어가자 이제는 한계에 도달한 것이다.
‘어떻게 해야 하나? 최소한 영식이 대학 졸업할 때까지는 버티려고 했는데.......’
그게 간단히 생각대로 되지는 않았다.
더욱이 최근에 교육 제도가 바뀌면서 더욱 난감했다.
다만 오히려 너무 이상하게 바뀌어서 학원비가 적게 들어가는 것에 오히려 안도했다.
하지만 최선을 다해서 자식이 원하는 대로 도와주려고 했다.
상황은 그렇게 되지 않았다.
대학 등록금하고, 학비 역시 만만치 않았다.
몇 년 전이라면 상관없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하아, 어떻게 해야 하나?’
자식이 갑자기 집으로 후다닥 뛰어 들어왔다.
“엄마!”
그리고 내놓은 DS 대학 합격 통지서와, 상금.
“!”
그녀는 입을 딱 벌렸다.
믿을 수가 없었다.
도저히 납득할 수도 이해하기도 어려운 금액이었다.
아니 자신도 이제까지 만져볼 수가 없었던 것이었다.
김영식은 어깨를 으쓱했다.
“나 한 대단하지?”
“이, 이게 정말이냐? 정말 상금을 이렇게 많이 받았어?”
“헤에, 정말이쥐. 그런데 그게 중요한 것이 아냐. 내 책을 곧 출간한다는 것이 중요하지.”
그녀는 기쁨에 가득해서 눈물을 글썽였다.
“이, 이놈아!”
믿기지가 않았다.
‘이제 한숨을 놓아어. 더욱이 학비 걱정도 하지 않아도 되고.’
여기까지는 일단 상금을 받은 것에 만족한 일이었다.
그리고 DS 대학에 입학한 것도.
하지만 상황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
DS 대학 제7 본관 교무처.
“아, 김영식 학생이군요.”
“네, 여기 있습니다.”
한 사무원이 합격 통지서를 받은 후에 곧 DS 대학 입학에 대한 설명을 해주었다.
“물론 김영식 군이 소설 때문에 저희 DS 대학 입학 허가를 받은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단편적인 일입니다. 저희 대학에서는 이런 김영식 군의 결과를 높이 평가한 것이니까요. 따라서 이제부터 원하시는 대학 전공을 선택하면 됩니다. 물론 거기서 다시 들어갈 교수님 방을 선택해야합니다.”
이렇게 시작된 이야기.
들으면 들을수록 놀랍기만 했다.
그녀는 자식이 DS 대학에 입학했다는 말보다 상금에 더욱 안도했기에 미처 간과했는데, 뒤늦게 자식이 DS 대학에 들어갔다는 것을 깨달았다.
처음에 기뻐했다.
하지만 여기 와서 자세한 설명을 들을수록 그저 놀랍기만 했다. 아니 이것 보다 더욱 경이로운 것은 이곳의 설비였다.
지금 자신이 있는 건물만 해도 기존의 한국 건축 양식이 아니라, 영화에서나 그것도 간간히 볼 수 있는 방식이었다.
건물 천정이 얼마나 높은 지 시선을 위로 올려다봐야 할 정도였다. 더욱이 조금 전에 들어오면서 본 DS 대학의 놀라운 광경은 아직도 선뜻 믿기지가 않았다.
‘정말 대단하구나.’
말로는 DS 대학이라고 많이 들었지만 여기 와서 본 감상은 충격적이었다.
그녀는 그저 묵묵히 DS 대학에서 설명해주는 것을 듣기만 했다.
자신이 간섭하고 말고가 아니었다.
옆에 있는 남편 역시 마찬가지였다. 두 사람이 아는 일반적인 대학과는 너무 차이가 나서 그냥 지켜보는 것이 최선이었다.
놀라운 것은 곧 이어서 나온 제안이었다.
“아, 이미 말씀 드렸지만 김영식 군의 소설은 이미 DS 경한대 교수님들이 이미 검토를 끝낸 상황입니다. 아마 초안이 곧 나올 것이고, 그러면 작업에 들어갈 겁니다. 다만 아직 작가님이 미성년자라 두 분이 여기에 서명을 하시면 됩니다.”
두 사람은 곧 계약서를 보았다.
하지만 놀라운 것은 바로 계약금이었다.
“헐? 계약금이 3천만 원이라고요?”
“그건 선인세와는 별도로 나가는 금액입니다. 작가님의 경제적인 도움을 주어서 작업의 완성도를 올리기 위해서 나가는 금액이죠.”
“그저 놀라울 뿐이네요. 단순히 소설을 쓴 것인데, 이렇게 해주시다니.”
“호호호, 저희 대학이 그렇게 허술한 것이 아닙니다. 김영식 군이 쓴 소설은 그만한 가치가 있기에 이렇게 투자를 하는 것뿐입니다.”
“알겠습니다.”
이렇게 사인을 했다.
그녀는 곧 DS 대학을 나섰다.
하지만 그러면서 힐끗 자식을 쳐다보았다.
“인석아, 정말 대단하구나.”
“헤에, 그렇게 대단한 것 아니에요. 우리 경한고의 교과 과정이 다른 고등학교에 비해서 그만큼 잘 되어 있을 뿐이에요.”
“그렇구나.”
그녀도 이때 까지만 해도 그냥 넘겼다.
***
김영식 모친은 일단 자식이 장학금과, 책 출간이 된 것만으로 고마웠다. 그녀는 때문에 다른 것은 굳이 더 따지지 않았다.
하지만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아서 자식이 양장본 책을 들고 들어왔다.
“엄마, 이거 내가 낸 책.”
“어디 한 번 보자꾸나.”
그녀는 곧 자식에서 받아서 책을 펼쳤다.
책 종이 질은 일반적인 종이와는 너무 달랐다.
반질반질하면서 품격이 있었다.
그리고 책 내용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녀는 대충 읽어보자는 심사에서 잠깐 보았는데, 눈을 떼기가 어려웠다. 특히 여인의 섬세한 심리를 아주 짧은 필치로 들어간 부분은 보면 볼수록 찬사가 정말 나왔다.
“정말 잘 썼구나.”
“놀랍죠? 지금 발간된 지 불과 1주일 만에 초판은 다 매진되었대요.”
“몇 부 찍었는데?”
“삼만 부요.”
“........”
그녀도 입을 다물었지만 뒤 늦게 안으로 들어온 그의 부친 역시 충격을 받기는 매 한 가지였다. 단순히 계산한 것만으로 인세 수익이 짐작이 가지 않았다.
적어도 3천은 거뜬히 넘을 갈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두 사람은 이내 고개를 내저었다.
‘도대체 이게 어떻게 된 것일까?’
잘 믿기지 않은 것이다.
하지만 두 사람은 미처 모르고 있는 사실이 있었다.
이미 김영식에 대한 소문은 경한고를 중심으로 벌써 퍼져 나간 지가 오래였다.
그리고 그 소문은 곧 경한고를 넘어서 황금동, 파동을 넘어서 대구 수성구 전 지역으로 퍼져나가더니, 곧 주변 다른 지역까지 알려지기 시작했다.
자연스럽게 주목을 받은 사람은 역시 xxx 작가였다.
곧 그에 대한 뜨거운 섭외가 이어졌다.
하지만 이미 경한고에서 뜨거운 맛을 본 xxx 작가의 대답은.
“Oh No!”
이게 다였다.
중요한 사실은 이런 일은 이곳에서만 일어나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대한민국 전국에 있는 고등학교에서 비록 작은 수이기는 하지만 계속 나오고 있었다.
그들은 단순히 고등학교 수준을 뛰어넘어서 자신 만의 독특한 색깔을 가지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곧 대한민국 학부모들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
-세, 세상에 정말 대단하네!
자연스럽게 그들은 김영식을 비롯한 성공적으로 바뀐 제도에 적응한 이들을 분석했다. 그리고 그들이 한 것처럼 노력하기 시작했다.
과거에 주입식 교육에만 매달려 있던 교육 분위기가 점점 바뀌어가기 시작했다.
***
교육부.
“허어, 참, 정말 뭐라고 할 말이 없어요.”
“그러게 말입니다. 그냥 내버려두는 것이 최선이었다니 말이다.”
“하긴 그럴 수도 있는 것 같아요. 보통 시장 가격도 보면 그렇잖아요? 수요와 공급이 일치하는 선에서 정해지죠. 그것처럼 이런 교육의 수요 역시 자연스럽게 시장의 반응에 따라서 형성되는 것이 맞을 것 같습니다.”
“과거에는 그렇게 못했죠. 공급자인 대학이 별로 미래도 없었고, 저희 교육부가 중간에 끼어서 배나라, 사과 나라 마음대로 했으니까요.”
“확실히 그런 점은 정말 잘못된 것 같습니다.”
“이번 일을 통해서 정말 느낀 바가 많습니다.”
교육부 장관은 여기까지 듣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 나머지 올라왔던 부작용 내용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해서 이 안대로 밀고 나가는 것으로 하지.”
“알겠습니다.”
그리고 이런 사실은 곧 언론을 통해서 외부에 알려졌다. 바로 대학 입시제도 개정안이 드디어 마무리가 된 것으로 말이다.
***
조민우는 물론 DS 대학을 소유자답게 교육 제도를 바뀐 후에 일어나는 현상에 대해서 지켜보았다. 그가 그렇게 시킨 것도 있지만 특이 사항에 대해서 올라오는 것도 있었다.
특히 DS 대학이나, 경한대, 밸리 같은 경우에는 그 자신의 손으로 만들어진 것이라서 항상 최종적인 내용은 전부 올라왔다.
김영식 같은 건은 그도 솔직히 놀랐다.
‘책 수준이 어느 정도 있어서 가능할 것 같아서 밀어주기는 했지만 이렇게 잘 나갈 줄이야. 벌써 10만부가 팔렸다니.’
솔직히 기가 막힐 지경이었다. 겨우 고등학교 3학년이 집필한 책이 이렇게 센세이션을 불러일으킬 줄은 상상도 못한 것이다.
하지만 이내 이런 상념을 털어버렸다.
이제는 자신과 관련이 없는 일이다.
이제부터는 자신이 해야 할 일을 하는 것이 우선이었다.
‘가만 그런데 무엇을 해야 하나?’
생각해보니, 당혹스럽기만 했다. 경한대, 교육부의 제안을 받아서 정신없이 달리다 보니, 정작 자신이 해야 할 일은 등한시 한 것이다.
그는 결국 정성일 부장을 호출했다.
***
DS 본사 회의실.
조민우는 이미 단단히 마음먹었기에 일단 부드러운 대화로 회의를 시작했다.
“요즘 회사 분위기는 어때요?”
“나쁩니다.”
“네?”
“다들 분위기가 흉흉합니다. 다들 요즘 고등학생 사랑에만 빠져 있는 사장님에게 미운 오리 새끼 당했다고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하하하,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아뇨, 정말 그렇게 생각합니다.”
여기까지 말을 한 후에.
“저 역시 비슷합니다.”
조민우는 그제야 자신이 해야 할 일에 대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 지금부터 본격적으로 해보죠.”
“네? 뭘 말입니까?”
“조금 전에 말씀하신 거요.”
“설마 드디어 저희 직원들의 요구를 들어주겠다는 말입니까?”
“당연하죠. 제가 명색이 DS 사장 아닙니까?”
“알겠습니다. 바로 팀장 회의를 소집하겠습니다.”
“네.”
그는 대답과 동시에 흥분해서 후다닥 나가는 정성일 부장을 보고는 고개를 내저었다.
‘하여간에 왜 들 저러는 지......’
***
보통 일이란 것이 그렇다.
어느 정도 경험이 쌓이면 그 일을 바탕으로 해서 다음 일이 나온다.
DS 역시 지금까지 해온 일이 있었다.
바로 생수 판매였다.
그리고 곧 그것이 청량제로 바뀌었다.
지금은 이 때문에 꾸준하게 성장을 거듭하고 있었다.
이미 제약 업계 1위로 올라서 것만 해도 큰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문제는 여기에 있었다.
지금까지 한 것은 바로 청량제에 관한 일이다. 그런데 기존에 직원들이 가지고 있는 경력은 바로 제조에 관한 것이다. 두 가지 일은 절대로 같이 상충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곧 모인 팀장들은 결국 의견을 말하려다가 이 모순점에 부딪치자 결국 침묵하고야 말았다.
조민우가 오히려 이들을 재촉했다.
“왜들 그러세요? 안으로 좀 내놓아 보세요. 제가 웬만한 것은 승인하겠습니다.”
“.......”
하지만 입을 여는 사람들은 없었다. 아이디어는 많았는데, 그게 지금 DS가 이제까지 진행해온 사업방향과는 좀 맞지가 않았다.
정성일 부장 역시 마찬가지였다.
입에서 맴도는 것은 아주 많았다.
‘MP3는 아닌 것 같아. 그렇다고 핸드폰이나, 스마트폰을 하는 것도 이상하고, 그러면 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을까?’
완전히 전부 새로 시작하는 일.
지금 DS 입장에서 전부 손실로 잡히는 일이다.
단순히 직원들의 취향만 생각해서 할 수 있는 일은 아니었다.
조민우는 물론 이런 이들이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정 부장님이 사실 지금 회의를 요청하신 것 아닙니까? 그런데 입을 다물고 계시면 어떻게 합니까?”
“그게 좀.......”
“아 정말 갑갑하시네요. 아니 말을 해야 할 것 아닙니까?”
소명석 영업 부장이 슬쩍 끼어들었다.
“사장님, 아무래도 시간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그게 무슨 말씀이시죠? 아니 그러면 이제까지 전혀 아무런 생각도 없이 무조건 일을 하자고 했다는 말입니까?”
조용.
다들 시선을 피하기에 급급했다. 이제까지 물 기르고, 농사짓기 싫어서 항의를 한 것인데, 갑자기 이런 상황이 되자 당혹스러웠다.
생각해보면 화가 날 일이다.
그런데 도저히 내색할 수는 없었다.
조민우는 이런 그들을 보면서 계속 잔소리를 늘어놓았다.
“이건 정말 실망입니다. 도대체 과거의 그 빠릿빠릿한 정신 자세와, 미래에 대한 항상 준비된 자세는 어디로 간 겁니까?”
‘그건 농사짓는데 다 사용했죠!’라는 말이 다들 입가에서 멤 돌았지만 꿀꺽 삼켰다.
결국 이런 식이 되자 회의는 겉돌기만 했다.
그도 결국 도저히 이런 분위기 속에서는 회의를 지속할 수가 없었다.
“휴우, 그러면 제가 한 번 고민해본 후에 다시 이야기를 합시다.
***
조민우는 이렇게 해서 일단 자신이 먼저 고민하는 것으로 결정을 내리고서는 이 문제에 대해서 고민을 쭉 해보았다.
하지만 그도 딱 그 순간부터 걸렸다.
‘가만 지금 DS에서 제조를 해도 되는 것일까?’
안 되는 것은 아니었다.
다만 이제까지 땅 장사, 물장사, 청량제 장사를 하다가 뜬금없이 전자제품으로 갈아타는 것이 웃기는 일이었다.
결국 이 문제 때문에 고민을 거듭했다.
‘MP3는 아냐, 스마튼 폰, 핸드폰 역시 패스, 으음 가전 사업? 그건 더 아니고.’
쭉쭉 고민을 해봐도 딱히 떠오르는 것이 없었다.
‘그것참 골치네, 뭐 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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