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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한 것이 아니었다.
그의 설명은 로봇에 대한 기본적인 개념을 포함하고 있었다.
바로 아예 모르는 이들을 위해서 로봇의 정의부터 시작한 것이다. 외부환경을 인식하고, 스스로 상황을 판단하여 자율적으로 동작한다고 정의했다.
물론 기존의 로봇과의 차이점에 대한 설명도 있었다.
“바로 상황판단 기능과, 자율 동작 기능입니다. 상황판단 기능은 다시 환경인식 기능과, 위치인식 기능으로 나누어집니다. 여기에 자율동작 기능은 조작제어 기능과, 자율이동 기능으로 나눌 수가 있습니다. 따라서 이 4가지 기능을 가능하게 기술이 가장 중요합니다. 물론 아이보에는 이런 경험들이 전부 들어가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은 여전히 걸음마 단계입니다.”
그리고 쭉쭉 이어진 설명은 바로 아이보의 구조에 대한 것이다.
실제 내부 분해도에 따라서 각각의 부품이 어떻게 이루어지는 간에 대한 설명이 이어졌다.
관절 하나하나에 들어간 모터 숫자만 해도 간단하지가 않았다.
더욱이 그 관절을 각각 제어할 때 일어나는 기계적인 동작 역시 그냥 쉽게 보기에는 어려웠다.
하나하나가 전부 기술이고, 노하우였다.
그가 아무리 금반지로 인해서 지능이 올라갔다고 해도 저 복잡한 것을 한 번에 듣고 바로 이해할 수는 없는 일이다.
처음에는 이런 사실을 잘 몰랐지만 설명을 듣고 나서야 자신이 지금 진행한 인수가 얼마나 안이 했는지를 깨달았다.
‘이건 좀 아닌 것 같아.’
딱 산으로 갔다는 그 느낌.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그것이었다.
결국 계속 듣는 중에 잘 이해도 되지 않자 화장실 핑계를 되고는 슬그머니 빠져나왔다.
‘삽질했군!’
3장 불굴의 도전
조민우는 로봇을 시작하겠다고 생각한 것은 무슨 커다란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는 자신의 DS 시리즈를 진행하면서 나온 많은 의문이 있었다.
그런데 거기에 대해서 답을 얻기 위해서는 단순히 실험실의 실험 결과로는 어려웠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바로 나노 로봇이었다.
작은 로봇이 세포 수준에서 작업을 하게 된다면 좀 더 특이하고 효율적인 일이 가능할 것이라고 보았다.
더욱이 이것을 활용하면 직원들의 불만 역시 어느 정도 맞출 수 있다고 보았다.
실제로 그런 면에서는 효과가 있었다.
문제는 그 규모가 자신이 생각한 것과는 너무 다르다는 점이다.
‘이건 완전히 돈 먹는 하마야!’
소니가 왜 아이보 사업을 접었는지 새삼 실감했다.
그냥 하면 될 것이라 생각했는데, 그렇지가 않았다.
지금 당장은 ‘어? 이게 아니에요?’하고 접고는 싶었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소니에서 당장에 DS로 이직한 이들이 문제였다.
거기에 그나마 좋아하는 직원들 입장도 생각해야 했다.
다만 그렇다고 아예 돈만 축내는 사업을 크게 벌일 수는 없었다.
‘그렇다면 일단 투자 규모를 줄이고, 모른 척하면 되지 않을까?’
그리고 그들에게는.......
‘일단 농사(?)나 짓게 하지.’
이렇게 편하게 생각했다.
물론 지금은 아니었다.
일단 가시적인 결과를 지켜봐야 했다.
***
크리스티 소장은 이미 소니 내부에서 몇 년에 걸쳐서 많은 알력을 받았다.
정신적인 고통.
그것은 쉬운 것이 아니었다.
그는 이 고통을 극복하기 위해서 별의 별 짓을 다했다.
심지어 마약까지 복용했다.
하지만 소용이 없는 일이었다.
그나마 DS에 합병되고 나서는 좀 좋아졌다.
하지만 그는 이 때문에 사람의 마음에 대해서 아주 예민한 능력이 있었다. 딱 보고 있으면 저 사람이 실망했다, 아니다 정도를 파악하는 것이다.
딱히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DS 사장인 조민우를 어느 정도 만족시켜줘야 하기에 나름 아이보에 대해서 열심히 설명했다.
그런데 그 결과는.......
‘아니군.’
뭔지는 모르겠지만 상대는 크게 실망한 표정이었다.
그는 때문에 이 상황에 대해서 심각하게 받아들였다.
아니 그냥 조용히 있지 않았다.
“사장님이 아무래도 저희 아이보 아이템에 대해서 마음에 들지 않은 것 같습니다.”
정성일 부장 역시 한 눈치는 한다.
“그건 아마 실망해서 그럴 겁니다.”
“네?”
“사장님이 원래 실망하면 저런 행동을 합니다. 이제 와서 자신의 실수다! 하고 하는 것은 아닌 것 같고, 그렇다고 일을 진행하자니, 답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죠.”
“그렇다는 말씀은........”
“삽질했다고 생각하시는 겁니다.”
크리스티 안색을 딱딱해졌다.
물론 그의 옆에 있는 다른 팀장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제 겨우 새 집주인을 찾았는데, 잘못하면 여기서도 쫓겨날 상황이었다.
“그, 그러면 어떻게 되는 겁니까? 저희들은 곧 바로 구조조정을 당하는 겁니까?”
“구조 조정요? 저희 사장님 사전에 그런 것은 없습니다. 절대로 직원들을 자르지는 않습니다. 다만 그냥 방치해버리죠. 아 그런데 급료를 삭감하지는 않습니다. 그것 역시 그대로 줍니다. 그런 것을 보면 참 대단한 분이죠. 누가 뭐래도 인생을 맡길 만하죠.”
“.......”
그는 어처구니가 없어서 입을 다물었다.
지금 상황이 대충 감은 온 것이다.
다만 난감하기 짝이 없었다.
결국 일단 조민우가 원하는 것을 알아야하기에 몇 번에 걸쳐서 계속 질문을 거듭했다.
“도대체 사장님이 원하시는 것이 뭡니까?”
“나노 로봇.”
***
로봇 사업부 건물.
크리스티는 급하게 만들어진 건물에 모여서 협의를 해야 했다.
“자네들도 들었지?”
“네.”
하지만 입을 여는 이들은 아무도 없었다.
그저 싸늘하기만 했다.
설마 먼 이국인 한국에까지 와서 이렇게 찬밥대우를 당할지는 몰랐다.
물론 배신은 아니다.
상대는 분명히 자신을 자른다고 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방치한다니.
정말 황당하기 짝이 없었다.
“소장님, 이제는 어떻게 하죠?”
“휴우, 일단 일을 해야지.”
“네? 어떻게 말입니까? 지금 봐서는 아예 목표도 없고, 아무것도 없는 것도 없는 것 같은데요? 심지어 양산은 아예 포기해야 할 상황 아닙니까?”
크리스티 소장은 여기까지 설명을 듣고는 잠깐 눈을 감았다.
너무 억울하고 분해서 미칠 것만 같았다.
물론 조민우에 대한 화는 아니었다.
그에게 분노할 이유는 없었다.
바로 자신의 무능함에 대한 분노였다.
순간 오기가 치밀어 올랐다.
‘이대로 포기할 수 없는 없어!’
이를 살짝 깨물었다.
“그걸 우리가 스스로 세워야지!”
“.......”
다들 멍한 표정이었다.
설마 저렇게 말을 할지는 몰랐다.
그 역시 자신이 다소 좀 썰렁한 말을 했다는 것은 알았지만 솔직하게 말해주었다.
“잘 생각해보게, 분명히 회사에서 자르지는 않는다고 했어. 더욱이 자네들도 은근히 기대했지만 DS는 돈이 많지 않은가? 당연히 웬만한 일을 다 할 수가 있어. 다만 큰 자금은 어렵겠지만.......그건 우리가 노력하면 된다고 생각해.”
“무슨 말씀입니까?”
“사장님의 투자를 이끌어 낼만한 매력적인 일을 하자는 말이지.”
“어떻게 말입니까?”
“정성일 부장에 살짝 듣기로 나노 로봇 쪽을 생각한다고 했어. 그렇다면 이 방향으로 초점을 맞추면 되겠지? 일단 아이보 두뇌 부분은 상관이 없어. 더욱이 여기에 다른 몸체 부분은 작아서 큰 동력도 필요가 없고, 그런 관점에서 접근하면 될 것 같아.”
“일테면요?”
“일단 모기 수준 크기의 로봇을 한 번 진행해보세.”
“알겠습니다.”
답을 하는 이들의 안색은 실로 긴장으로 가득해 있었다.
바로 일종의 사무라이 정신.
한 칼 맞으면 죽는다는 그런 자세.
바로 그것이었다.
이들은 곧 바로 어수선한 분위기여야 하는 상황과는 반대로 일에 매달리기 시작했다. 이런 분위기는 곧 바로 생산 직원들에게도 영향을 주었다.
자연스럽게 알려진 것이다.
덕분에 로봇 사업부 직원들은 오히려 일본에 있을 때마보다 더욱 일을 열심히 하기 시작했다. 하루에 겨우 2시간 정도면 간간히 야식은 컵라면으로 띠우면서 강행군을 거듭하기 시작했다.
물론 조민우 사장이 딱히 제안한 것은 없었다.
자발적으로 한 것이다.
바로 생존하기 위해서.
다만 정성일 부장을 통해서 주워들은 딱 한 마디 말 ‘나노 로봇’이라는 말에 모든 것을 집중했다.
나머지는 잊었다.
***
조민우에게 아주 좋지 않은 버릇이 있다면 자신의 실수를 인정을 하는데, 그 이후에는 아예 쳐다보지 않는다는 것이다.
일종의 방치다.
아니 그냥 포기하라고 하면 될 텐데, 사람이 너무 우유부단해서 그러지 못한 것이다.
이 때문에 정성일 부장을 비롯한 직원들은 과거에 꽤 마음고생을 겪었다.
당시에는 이를 갈았다.
그런데 지나고 나면 그렇지가 않았다.
그는 적어도 자신의 뒤통수를 치지는 않았다.
최소한의 기회를 준다는 것.
그리고 그것도 그냥 짧은 기간이 아니었다.
회사가 허락하면 1년이고, 10년이고 끝까지 옆에서 묵묵히 지켜봐준다는 것이다.
그 역시 이런 사실을 잘 알지만 고치기가 어려웠다.
너무 냉정하게 나서는 것을 싫어하는 탓이다.
다만 고민을 하는 척은 했다.
그런 중에 생긴 변화.
‘헐? 아직도 일해?’
새벽 4시에 잠깐 일어나서 화이트 데리고 산책을 하는 중에 본 것은 바로 환하게 불이 켜져 있는 로봇 사업부였다.
그들을 위해서 내부에 생산 공장 까지 같이 해준 건물인데, 전 층에 전부 불이 들어와 있었다. 때문에 호기심으로 조심스럽게 건물 안을 들어가 보았다.
로봇 사업부 건물 내부.
3층에 도달하자 그곳에 있는 대회의실에는 곧 열띤 회의에 정신이 없었다. 다들 눈에는 광기마저 번쩍인 채 아이보의 도면을 보면 분석을 거듭하고 있었다.
“지금 여기 들어가 있는 관절들 대다수는 이미 어느 정도 기본적인 틀을 갖춘 것입니다. 하지만 지금 진행하는 일에는 이렇게 복잡하게 다 필요는 없습니다. 따라서 여기서 불필요한 A1-A8, D3-D7 부분은 전부 빼버리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 동력과 관련된 부분은........”
물론 묵묵히 듣고 있는 직원들의 얼굴에는 누구 하나 다른 곳을 쳐다보지 않았다. 이 일에 죽기 살기로 매달려 있었다.
새벽 4시가 넘어간 시간.
지금 모여 있는 직원들 숫자는 무려 300명.
거의 로봇 사업부 인원이 열외 없이 이곳에 나와 있었다.
“........”
그는 순간 가슴이 뭉클했다.
자신의 삽질에 이들이 보인 반응은 실로 놀라웠던 것이다.
‘이거 참.......미안하게 하는 군.’
정말 이런 경우는 처음이었다.
과거 정성일 부장도 비슷한 경우는 있었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다.
그는 때문에 잠깐 이들의 분위기를 살펴보다가 조용히 빠져나갔다.
자신이 어떻게 해 줄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신경을 좀 쓰야 겠어!’
***
조민우는 일단 로봇 사업부 분위기를 알자 조심스럽게 그들이 하는 일을 지켜보았다. 아마 평소 성격대로라면 아예 쳐다보지도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럴 수가 없었다. 그러면서 간간히 자신을 찾아오는 품에 안겨서 장난치는 최현주와의 데이트도 즐겼다.
“요즘 할만 해?”
“휴우, 너무 힘들어요.”
한 숨을 푹 쉬는 그녀.
안색이 침침했다.
눈가에는 다클 서클이 한 가득.
보고 있으면 너무 안쓰러워 보였다.
가볍게 그녀의 허리를 안아주었다.
토닥토닥.
“힘내.”
“그런데 잘 안 돼요. 도저히 진도를 따라가기가 너무 힘들어요.”
“응? 그게 무슨 소리야?”
살짝 그녀의 몸을 뒤로 밀면서 눈빛을 응시했다.
그녀는 힐끗 그의 시선을 피했다.
“사실 오빠 때문에 여기 들어온 것은 사실이에요. 그런데 여기는 제가 생각하는 것과는 너무 달라요. 뭐 하나 쉬운 것이 없어요. 그렇다고 가르쳐주는 사람도 없고요. 그냥 일을 하면서 그 때 그 때 혼자 공부하야 하는데, 저 같은 경우는 완전히 미치겠어요.”
구구절절 하소연.
쭉 시작되는 이야기는 전부 불만이었다.
대체적으로 요약하면 아주 간단했다.
너무 무성의한 학사 규정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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