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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마법사-268화 (268/397)

< -- 268 회 -- >

“솔직히 제가 여기 입학 한지 3개월 됐거든요. 그런데 경한대에서 3년 동안 공부한 것과 비슷해요. 제가 왜 이렇게 공부를 해야 하는 지 잘 모르겠어요.”

“흐음.”

그도 뭐라고 하기에는 좀 그랬다.

자신?

아마 연구실에 잠깐 얼굴을 보인 시간이 대략.

‘한 일주일 되나?’

그것도 가서 공부한 것도 아니었다.

가서 교수와 가벼운 분위기 속에서 노가리 까다가 나오는 것이 보통이었다.

그녀에게 이런 이야기를 할 수는 없었다.

물론 그녀도 눈치는 있었다.

“오빠는 어때요? 물론 경한대 있을 대 워낙에 실력이 있었으니, 저처럼은 아닌 것 같기는 하지만 쉽지는 않을 것 같은데요? 더욱이 회사 경영까지 해야 하잖아요?”

붉은 혀를 살짝 내밀면서 하는 하소연.

귀염기도 했지만 애처롭기는 더했다.

하지만 사실은 말해줄 수는 없었다.

“나도 힘들지. 그래도 어떻게 하겠어? 졸업을 해야 하니까.”

“하지만 저는 더 못 참겠어요. 솔직히 그만둘까 싶어요.”

깜짝 놀랐다.

“헐? 저, 정말?”

“어라? 오빠 몰라요? 해마다 그만두는 사람이 꽤 많아요. 제가 알기로 올해 까지 벌써 500 명 가까이 그만뒀데요. 물론 돈 많은 이들이야 대학에서 제적만 안 당할 정도로 하더라고요.”

그냥 하는 말이 아니었다.

DS 대학은 들어가는 것도 어렵다.

하지만 들어갔다고 해서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여기 들어가서 살아남는 것은 또 다른 문제였다.

설사 적응했다고 또 끝나는 문제가 아니다.

그 다음에 기다리고 있는 혹독한 과정이었다.

대체적으로 이것을 견디지 못하고 다 포기해버린다.

그녀가 하는 이야기는 바로 이런 점을 말하고 있었다.

그는 물론 그녀에게 위로를 계속해주었지만 소용이 없었다.

“어차피 DS 경한대로 편입은 생각보다 쉬워요. 그래서 고민을 좀 해봐야겠어요. 솔직히 오빠보고 싶으면 간간히 찾아오면 되거든요. 저는 더욱이 무슨 대단한 연구 따위는 하고 싶지 않거든요. 그렇게 보면 이건 정말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요.”

“으음, 그건 내가 한 번 알아 봐줄게.”

“네? 무슨 말이죠?”

“내가 DS 오너잖아? 당연하지.”

“헐? 정말요?”

“그럼, 우리 귀염둥이가 힘들다고 하는데, 편의 좀 봐줘야지!”

말과 더불어서 살짝 안아주면서 히프를 토닥였다.

“치이, 모해요!”

“그러면 안 알아본다?”

“마음대로 만져요.”

‘하여간에 현주는 재미있다니까!’

***

조민우는 어차피 로봇 사업부 쪽에 문제점을 지켜보는 중이라서 거기에서 DS 대학까지 알아보는 것은 부담이 크게 되지 않았다.

물론 그 일은 바로 정성일 부장에게 지시했다.

“DS 대학 내부 문제에 대해서 좀 알아봐주세요.”

그는 오늘도 변함없는 얼굴로 나타나서는 차분하게 지신 받은 일에 대해서 설명을 해주었다.

“사장님이 요청하신 부분은 확실히 맞습니다. DS 대학은 너무 빡빡한 학사 일정 때문에 내부 경쟁이 너무 살인적입니다. 작년에 무려 800명이나 중간에 도태되었으니까요.”

“헐? 800명요? 그러면 기부 입학자도 있을 것 같은데요?”

“물론이죠. 다만 기부금 환불은 안 되는 것이 규칙인지라......”

“뭐라고 항의를 안 합니까?”

“항의하죠.”

“그런데요?”

“그런데 원탁의 교수 분들이 무시해버립니다. 분명히 학사 규정에 나와 있고, 처음에 입학 할 때 그 부분에 관해서는 충분히 주의를 주었다고요. 심지어 기부금을 받을 때 그 부분에 관해서 따로 확인 후에 서명 란까지 있습니다. 딱히 잘못한 것은 아니죠.”

이 부분이 사실 GS 대학의 문제점이었다.

너무 교수들에게 전권이 가 있는 탓에 일어나는 문제이다.

특히 원탁의 교수에게는 가 있는 권한은 실로 막강했다. 단순히 커리큘럼만의 문제가 아니라, 기부 입학금, 거기에 다른 외부 회사의 산학 협력에 이르기까지 전반적인 관여를 하고 있었다.

덕분에 DS 대학이 지금껏 발전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 정도가 너무 심했다.

특히 최현주처럼 적응하지 못하는 이들에 대해서 단호한 조치는 좀 문제의 소지가 있었다.

그도 이 문제에 대해서는 그냥 둘 수가 없었다.

‘가서 한 마디 해줘야겠군.’

***

스코트 교수는 요즘 들어서 정말 행복한 삶을 살고 있었다. DS 대학은 그야말로 자신과 같은 실력, 명성을 겸비한 교수에게 꿈의 낙원이었다.

여기에는 누구도 간섭하는 사람이 없었다. 자신의 능력만 있다면 얼마든지 DS 대학에서 풍부한 펀딩을 받아서 무엇이든지 할 수가 있다.

특히 그런 중에 외부 업체와의 산학 역시 마찬가지였다.

지금은 단순히 한국 내의 기업뿐만 아니라, 인텔, MS, GM, GE, 골드 소프트, 리얼 소프트, 제엔비와 같은 회사의 막대한 투자까지 받아서 자신 입맛대로 연구를 할 수가 있었다.

로열티에 대한 지분 역시 거의 강권이라고 할 만큼 자신들 기준이었다.

하지만 그도 어느 정도 선을 지켰다.

문제는 지키지 않는 이들이 있다는 것이다.

‘아마 조민우 사장이 이런 사실을 알면 뭐라고 할 것 같은데.......’

다른 것은 모르지만 너무 지나친 행동에 대해서는 심하게 반발하는 조민우의 외유내강 성격을 이제는 좀 아는 탓이다.

아니나 다를까.

-조민우 사장님이 회의를 소집하셨습니다.

곧 바로 원탁의 회의실을 찾았다.

원탁의 교수 회의실

자신이 들어가자 제일 상좌에 앉아 있는 조민우를 힐끗 쳐다보았다.

안색이 그다지 좋지가 않았다.

평소와는 좀 다른 모습.

말을 하려다가 일단 지켜보기만 마음먹었다.

곧 이어서 필요한 사람이 다 오자 그가 입을 열었다.

“여러분들은 이렇게 공식적인 자리에서는 오랜 만에 뵙습니다.”

“그건 저희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가끔은 좀 자주 찾아오셨으면 합니다.”

여기까지는 좋았다.

조민우의 어조가 곧 바뀌었다.

“제가 구질구질하게 여러 분에게 잔소리를 하지 않겠습니다. 다만 딱 한 마디만 하겠습니다!”

딱 이 말.

스코트 교수를 비롯한 원탁의 교수들은 그제야 다소 안도했다.

그리고 이어진 말.

“저는 가능하면 DS 대학에 대해서 손을 대지 않으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너무 지나치고, 일방적인 행정은 좀 곤란합니다. 여러분은 물론 세계적인 석학이시니, 밑에 갓 입학한 신입생들이 하찮게만 보일 것입니다. 하지만 그들은 어떻게 보면 우리 DS 대학의 새싹이나 마찬가지입니다. 따라서 그들에게 압박을 주기보다는 보호하고, 이끌어줘야 합니다. 그게 마땅하지 않겠습니까?”

딱 이 한 마디.

조용.

침묵이 감돌았다.

사실 저 부분은 다들 뜨끔한 부분이었다. 너무 자신들의 실적 위주 일에 바쁘다 보니, 신입생 정도 몇 명 없어져도 신경을 쓰지 않았다.

한두 교수 입장에서 그런데, 전체 DS 대학 관점에서 보면 심각한 상황이었다.

조민우는 이런 자신의 신념에 따른 이야기를 계속 해주었다.

“조금은 여유를 가지고, 밑에 신입 애들에게 숨 쉴 수 있는 여유를 줬으면 합니다. 너무 몰아붙이면 사람은 도망가기 마련입니다.”

스코트 교수가 다른 교수들 분위기를 한 번 살피더니 먼저 나섰다.

“그 부분에 관해서는 학사 행정을 좀 보완하도록 하겠습니다.”

“좋습니다. 그 정도 하면 알아들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런데요.......”

딱 이 말과 동시에 이어진 것은.

바로 돈 문제였다.

“제가 여러분 연구비에 대해서 뭐라고 할 생각은 없습니다. 그렇다고 서로 선의의 경쟁을 해야 할 분들이 자신들의 실적을 급급해서 아예 연구 결과를 비밀로 한 채 입을 다물고 있는 모습. 정말 보기가 좋지 않습니다.”

딱 이 한 마디.

스코트 교수는 순간 ‘특급 비밀입니다! 라는 것을 강조하신 분은 사장님 아닙니까?’라는 말을 하기는 어려웠다.

다만 일리는 있기에 이 부분 역시 수긍했다.

“죄송합니다. 그 부분 역시 시정하도록 하겠습니다.”

조민우는 의외로 자신의 지적에 이들이 거의 반대도 없이 바로 인정해버리자 오히려 의아했다. 설마 이렇게까지 스스로 문제를 인정하는지 몰랐다.

따라서 여기서 끝내려고 했지만 그냥 넘어가지 않았다.

“그리고 분명히 말을 했지만 DS 경한대, DS 밸리, 다른 대학에서 지금 중점적으로 하고 있는 12가지 DS 과제에 대해서는 DS 대학 내에서는 연구 금지라고 제가 분명히 언급을 했지요?!”

이렇게 시작된 잔소리.

쭉쭉 나왔다.

하다 보니, 계속 나오기 시작했다.

“제가 정말 여러분에게 실망한 것은 뭐냐 하면, 왜 여러분이 잘 아는 이들의 기부 입학만 받습니까? 우리 DS 대학이 무슨 미국 상류층 클럽인지 아십니까? 좀 적당히 하셔야 할 것 아닙니까?”

이런 이야기까지 나오자 그 다음은 더욱 좋지가 않았다.

“좋습니다. 아는 인맥이니, 좀 봐줄 수도 있죠. 어차피 기부입학이니, 뭐라고 합니까? 그런데 왜 그 금액을 깎습니까? 생판 모르는 사람에는 100억을 받고, 왜 잘 아는 사람에게는 50억을 받습니까? 이게 말이 됩니까? 이런 식이 되면 바로 말 나오지 않겠습니까?”

그러다가 보니 자연스럽게 이야기는 살벌해졌다.

아니 말로만 한 것이 아니었다.

양 손으로 원탁의 테이블을 후려쳤다.

콰아앙.

“설마 제가 감사팀을 만들어서 여러분을 매주 내사를 해야 합니까? 그걸 정말 원하십니까? 원한다면 제가 그렇게 해드리겠습니다!!!”

조용.

스코트 교수를 비롯한 교수들은 이내 고개를 푹 숙인 채 입을 열지 못했다.

구구절절 사실인 탓이다.

그런데 정말 열 받는 것은 ‘제가 구질구질하게 여러 분에게 잔소리를 하지 않겠습니다. 다만 딱 한 마디만 하겠습니다!’라고 말하고서 무려 천 마디 이상을 하는 조민우의 행동이었다.

무슨 노인도 아니고, 주구장창 이어지는 잔소리는 듣고 있으니 머리가 띵했다.

이상한 것은 자꾸 한귀로 듣고 흘리려고 해도 그것이 되지 않았다. 마치 자신의 뇌에게 계속 신호를 팍팍 주고 있었다.

‘기절하겠군.’

그 역시 다소 지나쳤다는 것을 깨닫고는 마무리했다.

“크흠, 오늘은 이 정도로 약소하게 끝내겠습니다. 제가 다음 주에 다시 한 번 여러분의 이행 사항에 대해서 체크하겠습니다. 아시겠습니까?”

“네.”

겉으로는 얌전하게 대답했지만 내심 욕설을 퍼부었다.

‘정말 두 마디만 더 했다가는 일주일 밤을 꼬박 세우겠어.’

***

조민우는 회의를 끝내고 나서는 묵은 숙변을 제거한 것처럼 시원시원했다. 다만 정성일 부장이 바로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어라? 무슨 일입니까?”

“급히 보고 드릴 것이 있어서요. 그런데 설마 지금까지 회의를 하신 겁니까?”

“물론이죠. 허심탄회하게 서로 DS 대학의 발전을 위해서 의견을 나누었을 뿐입니다.”

“.......”

그는 힐끗 조민우를 째려봤다.

딱 봐서는 벌써 감이 왔던 것이다.

‘으이구, 사장님도 좀 적당히 하시지.’

하지만 곧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일단 요청하신 로봇 사업부 관련해서 계속 확인을 하고 있습니다. 특히 지금 그 쪽에서는 아이보의 설계를 바탕으로 해서 소형 로봇에 우선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소형 로봇요?”

이렇게 시작된 이야기.

평소의 보고 내용과 다를 바가 없었다.

그는 묵묵히 들으면서 고개만 끄덕일 따름이었다.

‘일단 계속 지켜봐야겠지.’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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