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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을 해보았다.
생각해보면 나노 로봇 개발의 일환을 위해서 시제품으로 만든 것이다.
즉 이것 자체는 별로 의미가 없었다.
원래 하려는 것은 바로 이 보다 더 작은 초소형, 즉 나노 로봇 개발이다.
그것이 있어야 기존에 DS 시리즈와 연계해서 시너지를 최대한 올릴 수가 있는 까닭이다.
다만 문제가 있다면.......
‘당장에 돈이 돼.’
현실은 무시할 수가 없었다.
***
DS 임의 회의실.
조민우는 결국 크리스티 소장을 비롯한 책임자들과 따로 회의를 가져야 했다. 이 문제는 쉽게 생각하면 별 것 아니지만 다르게 생각하면 결코 간단한 일이 아닌 탓이다.
“어떻게 했으면 좋겠습니까?”
크리스티 소장은 바로 의견을 내놓았다.
“저는 원래 하던 목표대로 갔으면 합니다. 이것은 어디까지나 중간 과정일 따름입니다.”
하지만 정성일 부장 생각은 좀 달랐다.
“물론 크리스티 소장님, 기분은 모르는 것은 아닙니다. 지금은 의욕이 충분하실 겁니다. 하지만 조금은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무엇을 말인가요?”
“지금 이 DS 모기는 나름 효과가 있습니다. 특히 감시 카메라를 장착하면 보안 장비로 꽤 효용 가치가 있습니다. 원격으로 해서 주변을 감시하는 기능이죠. 특히 기존의 보안 카메라와는 달리 이동이 가능하기 때문에 응용 가치가 무궁무진합니다.”
“설마 이 DS 모기를 바로 판매하자는 말입니까?”
“저는 그것도 나쁘지 않다 봅니다. 일단 이 제품 판매를 통해서 로봇 사업부가 수익을 올리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합니다. 괜히 어설프게 나노 로봇을 개발한다고 장기적으로 자금만 소진한다면 크리스티 소장 입장도 넌처해지실 겁니다. 이미 아이보에서 충분히 경험했으리라 생각합니다만?”
크리스티 소장은 이 말을 듣자 순간적으로 지난 일 때문에 발끈했지만 곧 지난 일을 떠올리고는 순순히 인정했다.
“그건........맞군요.”
조민우 역시 바로 끼어들었다.
“정성일 부장님이 누가 뭐래도 경험이 많으신 분입니다. 특히 제품 쪽으로요. 솔직히 저도 비슷한 의견입니다. 개인적으로 지금 당장은 상관이 없지만 시간이 지나도 결과가 없게 되면 문제의 소지가 있어요. 제가 그러고 싶어서 그런 것이 아니라, 적자가 나는 사업부를 지켜보면 힘들어요. 그러면 당연히 소장님도 정신적으로 위축 됩니다. 그건 바람직하지 못합니다. 따라서 지금 나온 DS 모기를 일단 판매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요.”
소명석 영업 부장이 조용히 귀만 기울이고 있다가 냉큼 끼어들었다.
“그러면 저대로 바로 판매를 할 생각입니까?”
“그게 문제죠.”
정확히는 개인용이나, 아니면 다른 특수한 용도이냐 하는 점이었다.
그리고 여기에 대한 의견은 역시.
“저걸 개인적인 제품으로 판매하기는 좀 그렇지 않을까요? 저런 물건을 설마 장난감으로 애들에게 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그게 문제인 거죠.”
이야기가 쭉쭉 가다가 나온 결론은 역시 간단했다.
“군용이라는 말이군요!”
***
국방부 조달 본부는 육해공 3군의 군수품을 조달하기 위해서 세워진 산하기관이다. 다만 방위 산위청으로 이관되면서 사라졌다.
그런 중에 간혹 군무원이 방위 산업체로부터 뇌물을 받아서 감봉과, 경고등의 징계 처분을 계속해서 받기도 했었다. 이후에는 주로 입찰을 통해서 필요한 군수품 공급 일을 전담했다.
외형적으로 조달본부 소관으로 되어 있으나, 실제로 이 일은 합동참모본부, 국방품질관리소, 국방과학 연구소 동으로 흩어진 상태이다.
정부는 물론 군수품 조달 과정을 투명화하고 업무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 업무를 한 곳으로 모았는데, 방위 사업청이 그 일을 주로 맡은 것이다.
이곳은 차관급을 청장으로 독립적 기능을 수행하고 있으며, 주요 조직은 획득기획국, 방산진흥국 등으로 구성된 청 본부와, 여러 다른 조직으로 나눈다.
김팔식 과장은 바로 이 방위 사업청 본부 쪽에 소속되어 있었는데, 신규 납품 관련해서 특이한 건에 대해서 주로 처리를 담당한다.
그가 DS 조민우 사장과, 소명석 영업부장을 같이 만났다.
“무슨 일 때문에 이렇게 긴히 연락을 하자고 한 겁니까?”
공무원이 늘 그러하듯 딱딱한 어조였다.
조민우 역시 딱 이 목소리를 듣는 것만으로 그 순간 갈등했다.
자신이 무슨 애국자는 아니지만 이 DS 모기는 DS 전투 모기로 사용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나타났는데, 지금 봐서는 그렇게 보이지 않았다.
‘이거 잘 될지 모르겠군.’
그는 힐끗 소명석 영업부장에게 눈빛으로 바턴을 넘겼다.
소명석 부장은 자연스럽게 앞으로 나서면 DS 모기에 대한 파일을 내밀었다.
“사실 저희 DS에서 최근 개발한 DS 모기라는 감시 로봇입니다. 원래는 군용으로 만든 것은 아니지만 충분히 군대에서 사용 가능할 것 같아서요.”
그는 천천히 파일을 받아서 쭉 확인해보았다. 내용은 바로 조민우가 회의를 통해서 설명한 부분에서 개략적인 것만 나와 있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충분히 효과가 있었다. 더욱이 김팔식 과장이 전형적인 공무원인 것은 사실이지만 바보는 아니었다.
그는 묵묵히, 그리고 세심하게 보고서를 살피고 나서는 조용히 파일을 덮었다. 간단하게 넘길 일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놀랍군요!”
조민우는 뜻밖의 대답에 오히려 눈빛을 반짝였다.
“혹시 국방부에서 구매할 생각이 있으십니까?”
“만약 저희 쪽에서 구매를 안 하면 어떻게 할 생각입니까?”
“그거야 당연히 수출하겠죠.”
“네?”
“미군 쪽이나 아니면 다른 일본을 비롯한 쪽을 위주로 컨택할 생각입니다. 아 물론 그 때부터는 이렇게 비밀리에 따로 만나지 않을 겁니다. 인터넷을 통해서 전 세계에 뿌릴 생각이니까요.”
“지금 협박하시는 겁니까?”
“아뇨, 사실을 말해줄 겁니다. 기존의 CCTV보다는 오히려 효율이 좋아요. 따라서 그 대체품으로 전 세계 소비자를 상대로 판매할 생각도 있습니다. 솔직히 저희 회사 입장에서는 그게 이익입니다.”
“그런데 사장님은 지금 국익을 위해서 양보 하겠다? 이 말씀입니까?”
“으음, 그건 아닌데, 하여간에 비슷하게 되었습니다. 다만 그건 국방부 측에서 그만큼 매입을 하셔야 합니다. 솔직히 철책 지대에서 군인들을 밤새도록 고생시켜 봐야 효과가 있습니까? 그 병력을 줄이는 대신에 이 DS 전투 모기로 대체해도 더 효과가 클 겁니다.”
“냉정하시군요. 좋습니다. 그건 내부적으로 한 번 검토를 한 후에 다시 이야기를 드리죠.”
“네.”
“참 이거 한 마리 당 납품 단가 얼마 정도 됩니까?”
“50만원!”
***
방위 산업청 회의실.
“돈민우, 돈민우, 하는 말이 그냥 나온 말이 아니었어요.”
조용히 보고서를 살피던 강조명 대령 역시 혀를 내둘렀다.
“이건 정말 획기적인 물건인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가격이 역시 걸리는 군요. 대당 50만원이라, 아무리 봐도 재료비만 봐서는 겨우 3-4천원 내외인데, 그러면 순이익이 무려 50만원? 휴우, 정말 이건.......”
“........국방부 갈취죠.”
조필수 청장 역시 짜증스럽기는 매 한 가지였다.
“이자가 아무래도 그걸 노린 수작 같습니다. 뻔히 매입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을 노린 술수라고 봐야 합니다.”
“하지만 그런 것도 있어요. 만약 이 DS 전투 모기가 해외에 시판된다면 DS 입장에서 더욱 큰 시장을 가지게 되겠죠.”
“그런데 그걸 또 확신하기는 힘듭니다. 계약서상에는 우리 동맹국에는 판매 금지 조항을 넣을 수가 없다고 되어 있어요. 다만 우리 측에는 원하는 옵션 사항은 가능하면 들어주겠다는 겁니다. 예를 들면 적외선 감시 카메라 같은 기능이죠.”
“흐음.”
여기가지가 협의 사항이었다.
묵묵히 이야기를 나누던 이들의 머릿속에는 다들 비슷한 생각으로 가득했다.
이 DS 전투모기를 사용하면 얼마든지 휴전선 근처, 좀 더 깊숙이 북한 근처 초소 내부는 충분히 감시가 가능했다. 기존의 위험한 방식을 사용하지 않고도 말이다.
‘그 정도만 해도........’
북한에 비해서 전력적인 면에서 압도적인 정보의 이점을 가지는 것이다. 따라서 이 DS 전투 로봇은 무조건 구매를 해야 했다.
다만 걸리는 것이 역시 가격이었다.
“역시 가격이 문제군요.”
“그건 직접 불러 타협을 하는 것이 맞을 것 같습니다.”
“김 과장, 바로 조민우 사장을 부르게.”
“알겠습니다.”
***
조민우는 이번 거래가 워낙에 규모가 작지 않다고 생각하기에 본인도 같이 동행했다.
그는 방위 산업청이라는 이름만 보고는 뭔가 대단한 것이 있는 건물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막상 들어와서 본 것은 그냥 일반 사기업 건물과 다를 바가 없었다.
간간히 병사들이 눈에 뜨이기는 했지만 별 다른 것은 없었다.
그는 이런 주변 경관을 한 번 살펴보면서 느긋한 표정을 한 채 방위 산업청장을 비롯한 국방부 인물을 만날 수가 있었다.
잠깐 서로 편한 이야기가 오고갔지만 그것은 오래 가지 않았다.
“뭐 길게 서로 이야기 할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조민우 사장님도 충분히 이 DS 전투모기를 만들 때는 그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고 전략적으로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점에서 대해서는 저희 국방부 측에서 충분히 그 노고를 인정합니다.”
“......”
조민우도 딱 이 말을 듣고는 힐끗 소명석 부장과 서로 눈치를 주고받았다. 전혀 그것과는 무관한 탓이다. 여기 온 것도 사실 머리를 굴리다보니, 나온 것이지 딱히 국방부에 공급하겠다는 생각도 없었다.
그는 더욱이, 자신의 선입견으로, 머리에 나사가 빠진 한국 국방부가 이렇게 빠른 판단을 내릴 지는 상상도 못하고 있었다.
그래서 묵묵히 듣기만 했다.
“따라서 그런 점에서는 인정을 합니다. 하지만 저희 국방부 사정도 좀 양해를 해주십시오. 저희 예산은 전부 국민의 혈세로 운영이 됩니다. 결국 저희는 어떻게 해서라도 경비를 줄여야 합니다.”
해석을 잘 해보면, 만약 비싸게 팔아먹으면 국민의 혈세를 갈취한다는 의조가 내포되어 있었다.
그도 이 말에는 더 이상 참지 않았다.
“이런 말하기는 좀 그래요. 미국 차세대 전투기 사업에 책정하는 금액이 10조, 20조 단위로 알고 있어요. 거기에 비하면 이 DS 전투모기는 새발의 털이지 않습니까?”
이렇게 이야기가 풀리자.......
“대신에 동맹국에 대해서 판매를 허락하겠습니다. 그 정도면 되겠습니까?”
“진심으로 하는 말입니까?”
“대신에 조건이 있습니다. 바로 우리 측에 납품하는 DS 전투 모기의 옵션을 좀 다양화 해주셨으면 합니다. 일테면 적외선, 자외선, 무 소음 기타 등을 말하는 겁니다.”
이 정도라면 나쁘지는 않았다.
비싼 경비를 줄이는 대신에 타협을 한 것이다.
“좋아요. 그러면 어느 정도 가격이면 됩니까?”
“30만원!”
“콜, 크흠, 그렇게 하는 것으로 하죠.”
“한국 군인의 한 사람으로 감사드립니다.”
“저 역시요.”
이게 끝이었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국방부에 납품하기로 한 초도 물량은 정확히 20만대, 즉 600억 물량이었다.
그는 최종 서명을 하고 나서는 미소를 지었다.
‘이 정도면 시작으로는 나쁘지 않겠어.’
실리와, 명분을 다 챙긴 것이다.
이익은 다른 곳에서 뽑으면 충분했다.
***
조민우는 물론 애국자가 아니다. 그는 어차피 국방부에서 묵인한 이상 굳이 더 이상 거래를 망설일 이유는 없었다.
곧 바로 주한미국을 찾아갔다. 그리고 간단한 소개와 더불어서 국방부 납품 실적을 살짝 언급한 후에 DS 전투 모기의 다양한 옵션에 대한 설명을 늘어놓았다.
쭉쭉 이어진 설명.
마지막에는 슬쩍 한 마디 부언해주었다.
“미국에서 굳이 공급하지 않겠다면 중동국가 쪽과 계약 협상을 진행할 생각입니다.”
“바, 바로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
“기다리지요.”
이러고는 조용히 첫 대화를 끝냈다.
물론 그 다음에는 굳이 미국부대를 찾아가지 않았다.
사무실에서 걍 전화로 해결했다.
<으음, 귀사에 만든 DS 전투모기에 대한 자료와, 시제품을 보았습니다. 얼마 정도 가격에 납품을 생각하고 있습니까?>
<저희 쪽에서 생각하고 있는 계약 조건은 대당 300만원, 초도 물량 10만대입니다.>
<........>
순간 상대측에서는 잠깐 대답을 하지 않았다.
그리고 전화기를 통해서 괴이한 소리가 들렸다.
콰앙.
퍼엉.
개새끼!
어쩌고, 저쩌고.
그리고 그제야 좀 가라앉은 목소리가 이어졌다.
<크흠, 이건 좀 그냥 하는 말입니다. 저희 미국이 귀국을 안보를 지켜주기 위해서 얼마나 고생을 하는지 모르시는 것 같습니다만?>
<아, 그건 고려했기에 그 가격인 겁니다. 그렇지 않았다면 3,000만원을 받았겠죠.>
<끄응, 조, 좋습니다. 가, 가격 네고를 좀 했으면 합니다만......>
<혹시나 하는 말이지만 조금 전에 방금 전화 온 것이 바로 이라크.......>
<좋습니다. 하지만 우리 미국 동맹국 외에 국가에는 판매 금지를 해주셔야 합니다. 그 정도 조항은 해주실 수 있겠죠?>
<당연히 해드려야죠.>
<바, 바로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
<수고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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