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279 회 -- >
“20억이라면.......나쁘지 않군.”
“말 나온 김에 바로 계약하는 것은 어떻습니까? 이 정도라면 단순히 육전만이 아닙니다. 해군에서도 바로 사용해 먹을 수가 있지요. 특히 근접전에서는 놀라운 위력을 발휘할 겁니다.”
“으음, 좋네, 이건 내가 한 번 알아봐주지.”
어떻게 보면 당연한 결론이었다.
저 전투모기를 20억에 매입하는 것만 해도 조민우가 많은 것을 양보한 탓이다.
‘이건 대박이군.’
***
조민우는 일단 국방부에게 열쇠를 넘긴 후에 느긋하게 기다렸다.
그가 굳이 답답해할 이유는 없었다. 태클 걸면서 전부 파기하던지, 아니면 미군 쪽에 넘긴 후에 술수를 하면 간단하게 될 일이었다.
그는 이미 그런 경험을 교육부 통해서 몸을 해봤기에 확신했다.
그리고 그 결과는 이런 자신의 예상과 큰 차이가 없었다.
“좋네, 그렇게 하지. 하지만 조금 가격 조정을 해줬으면 하네. 대신에 우리 국방부 측에서 5,000억 물량을 일시불로 구입하지. 수량은 500대로 해주게.”
원칙대로 하면 1조 가격이지만.......
그건 아무리 봐도 돈이 없는 국방부에서 불가능한 일이었다.
더욱이 아직은 실전 테스트가 제대로 되지 않는 것을 감안하고, 애국심을 눈꼽만큼만 넣는 것으로 해서 일단 타협을 보았다.
“좋습니다.”
“고맙네. 대신에 자네가 지금까지 한 불법 행위에 대해서는 모든 자료를 파기하는 것으로 하지.”
뜻밖의 이야기가 곧 나왔다.
“크흠, 뭐가 좀 그러네요.”
“호오, 그러면 내가 한 번 일일이 다 설명을 해 줄까? 일단 불법으로 니트로글리세린을 대량으로 구매한 것부터 시작해서, 불법으로.......”
“아, 아, 아 좋습니다. 그 정도로 하죠.”
“하하하, 탁월한 선택이네.”
적당한 선에서 타협을 보았다.
그는 이렇게 해서 들어온 5,000억을 죄다 로봇 사업부에 퍼 부었다. 주로 정밀 기계나, 첨단 계측 장비 위주였다.
특히 특수한 금속을 가공하거나, 지금처럼 DS 글리세린을 작업하는 설비들 위주였다.
이게 간단해 보이지만 그렇지가 않았다.
“휴우, 뭔 놈의 장비 하나가 50억씩 합니까?”
“완전히 날 강도죠. 지금 봐서는 그저 쇠 조각 몇 개와, 컴퓨터, 그리고 거기에 연결되어 있는 로봇 팔이 전부입니다. 물론 절삭을 위한 레이저가 있기는 하지만 원가라고 해봐야 겨우 1억을 넘지 않을 겁니다.”
“이런 놈들이 있으니, 미국 애들이 죄다 욕먹는 거죠.”
“그러게 말입니다. 이건 재료비만 감안해도 3억이면 떡을 치죠.”
“어느 정도 현실성을 감안해서 팔아야하는데, 이런 썩은 정신이니, 문제가 되는 겁니다. 이건 해도해도 너무한 폭리에요.”
이런저런 불만들이 다 나왔다.
하지만 그도 문득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DS 전투폭격무기 생산단가는......., 내가 알기로 겨우 500만 원 정도에 불과한데........,그걸 20억에 팔았으니, 크흠, 생각하지 말자.’
***
조민우는 이렇게 첨단 제조 장비가 들어오자 로봇 사업부가 더욱 탄력을 받아서 움직이는 것을 보고는 만족했다.
특히 크리스틴 소장은 마치 다른 사람이라도 된 것처럼 입가에 미소를 달고 다녔다.
너무너무 좋았던 것이다.
정성일 부장 역시 그런 모습을 보면서 툴툴거렸다.
“확실히 결과는 좋게 끝났습니다.”
“크흠, 무슨 뜻이죠?”
“아, 별 다른 의미는 아닙니다. 다만 최근에 사장님이 하신 일은 아주 위험했습니다. 잘못했다가는 큰일 날 뻔했습니다.”
“하지만 덕분에 큰돈이 들어왔지 않아요? 기존에 들어오는 이익도 있고 하니 잘 된 거죠.”
“그러니 결과가 잘 끝났다고 하는 겁니다. 만약 그 UFO 드립이 단순히 사고가 아니었으면 어떻게 할 뻔했습니다.”
순간 지난 어물 쩡 넘어간 사고(?) 기억을 떠올리고는 안색을 굳혔다.
“그건 확실히 문제군요.”
“네.”
***
조민우도 이 이야기를 듣고는 심각하게 생각했다.
그저 쉽게 생각할 문제는 아니었다.
‘만약 DS 대학에 피해라도 줬다면 수 천 명의 희생자가 생겼을 수도 있어.’
충분히 그럴 수가 있었다.
아니 그렇다고 봐야 했다.
그 때 방사된 그 괴 에너지가 만약에 DS 대학을 덮쳤다면 참혹한 일이 발생했을 것이다. 정 부장 말대로 운이 좋았다.
하지만 계속 운만으로 살아갈 수는 없었다.
“많이 생각해봤는데, 이런 점은 보완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어떻게 하시려고요?”
“DS 실험 건물을 새로 추가하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네? 또 건물을 더 추가하겠다고요? 지금 있는 건물은 어떻게 하시려고요?”
조민우는 곧 이런 정성일 부장의 의견을 무시한 채로 DS군의 지도를 쭉 펼쳤다. 그리고 곧 손으로 DS 능선 자락을 가리켰다.
“지금 여기 보시는 DS 능선을 따라서 분지 내에 있는 곳이 바로 우리 DS 본사, DS 대학입니다. 그런데 아시다시피 그 너머 땅 역시 저희 DS 소유입니다. 물론 황무지이기는 하지만 이 정도라면 딱 실험 건물을 건립하기가 좋을 겁니다.”
“위험한 설비는 전부 그 쪽으로 옮긴 생각이군요.”
“네, 그래서 여기 건물들은 좀 특수한 공법을 사용할 생각입니다.”
“어떻게 말입니까?”
“통짜 강관으로 해서 아예 쇠로 일체가 된 건물이죠. 두께는 대략 5m 정도로 해서요. 물론 각 건물은 블록으로 해서 차단하는 것을 원칙으로 합니다. 만약의 사고에 대해서 폐쇄를 할 수 있게 하는 거죠. 그리고 전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발전소 설비(?)까지 구축하는 것으로 하고요.”
“.......”
다들 입을 다문 채 멍하니 조민우를 쳐다보았다.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지 알 수가 없었다.
정성일 부장이 결국 다시 나섰다.
“사, 사장님, 여기에 무슨 마징가 제트 기지라도 만들 생각입니까?”
“바로 그거죠. 그 비슷한 거를 만드는 거죠. 그러면 저번 사고와 같은 사태를 막을 수 있을 겁니다. 파괴된 건물을 정밀하게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5m 두께면 겨우 건물 2-3 동에 끝나니까요.”
“하, 하지만.......”
그는 이 부분에 대해서는 의외로 단호했다.
“저도 이런 설비를 만들고 싶어서 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만에 하나라도 선의의 희생자가 나오는 것을 원치 않아서입니다.”
“하지만 이런 건설은 건설부에서 허가를 해주지 않을 것 같은데요.”
“그건 두고 봐야죠.”
***
DS(?) 시청.
조민우는 이곳을 들어와서는 힐끗 한 번 내부를 쭉 돌아보았는데, 정성일 부장은 여전히 뭔가 찜찜한 모습이었다.
그는 가볍게 웃고는 곧 한 공무원의 안내를 받아서 시청 안으로 들어갔다. DS(?) 시장은 곧 반가운 얼굴을 한 채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니 이거 조 사장님, 아닙니까? 이거 정말 바쁘실 테네, 이곳을 방문하시고, 연락을 미리 주셨어야죠.”
“하하하, 제가 감히 그렇게 할 수가 있겠습니까?”
이렇게 가벼운 인사로 서로 분위기는 시작되었다.
안으로 들어온 것 역시 특별한 손님을 위해서 준비해 놓은 인삼차였다.
그는 것을 가볍게 마시면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곧 본론으로 들어갔다. 아니 아예 이미 구상한 도면을 펼쳐서 설명하기 시작했다.
“지금 우리 DS에서는 방산업체로 정부에서 지정을 받은 후에, 꽤나 위험한 물질을 많이 다루고 있습니다. 그런 것 중에는 폭발의 위험 소지가 있는 것이 있어요. 따라서 이런 실험을........”
이렇게 쭉쭉 이어진 설명.
하지만 DS 시장은 다소 곤혹스러운 표정이었다.
나름 문제될 것은 없지만 뭔가 좀 찜찜했다.
조민우가 이런 그의 표정을 곧 바로 염두에 둔 한 가지 떡밥을 살짝 던졌다.
“건설비만 해도 1조 정도 예상이 됩니다. 더욱이 이 지역은 전부 황무지 아닙니까? 거기에 도로까지 깔아서 시가지를 조성하면 시의 예산에도 아마 큰 도움이 될 겁니다.”
쿠쿵.
1조.
서울시에게 작은 돈은 아니지만 DS 시 같은 경우에는 너무도 큰돈이었다. 그도 묵묵히 들으면서 간과한 부분 한 가지를 깨닫고는 화들짝 놀랐다.
“저, 정말 1조 공사를 진행할 생각입니까?”
“물론이죠. 아마 추가로 여기 들어가게 되는 제반 경비를 포함하면 그 이상이라고 봐야 할 겁니다. 더욱이 건설 회사는 죄다 이곳에 있는 업체들을 다 사용할 겁니다. 그렇게 되면 시장님의 평판은.......”
“다, 당장에 제가 알아보죠.”
“하하하, 감사합니다. 그러면 저는 시장님만 믿고 이만.”
딱 여기까지 하고는 자리를 떠났다.
정성일 부장은 여전히 걱정스러웠다.
“사장님, 하지만 아무래도 일은 좀 불안해요. 분명히 정치권에서도 뭐라고 할 것 같은데요.”
“절대 그럴 리가 없습니다.”
“네? 무슨 말씀이시죠?”
“그자들은 돈을 버는 방법이 있어요. 그러니 반대할 이유는 없죠. 다만 공사 일정을 좀 조정을 할 겁니다. 자신들도 주변 땅을 매입해야 하니까요.”
“아!”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하지만 상황은 정말 그의 예상대로 흘러갔다.
일단 건설 공사가 다소 늦어졌다.
“허가 때문에 한 달 정도는 기다리셔야 합니다.”
그리고 곧 변화가 생겼다.
바로 땅 매입에 관한 문의건이 폭주하기 시작했다.
다만 건설하기로 되어 있는 DS 부지야 어차피 조민우가 소유한 땅이라서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하지만 그 주변 땅은 달랐다. 더욱이 대다수가 버려진 땅이라서 땅 가격이 심지어 평당 천원 단위인 것도 있었다.
이곳을 구입만 하면 무조건 수십 배 이상의 차이를 보는 것이었다. 바로 이 땅에 대한 매매가 급격하게 늘어나기 시작한 것이었다.
그 역시 부동산 업자를 통해서 이 결과를 지켜보면서 고개를 내저었다.
‘어쩔 수 없지. 안 그러면 그 자들이 공사를 하게 내버려두지 않을 테니.......’
***
이창수 부장은 DS 내부에서는 이제는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경우에 속했다. 그는 특히 농부 중에서도 사회 경험이 많아서 쉽게 DS 측에서 요구하는 것에 대해서 제대로 맞추어 주었다.
자연스럽게 DS에서도 그에게 많은 권한을 주었다.
바로 DS 농부 사업부 부장 직위까지 준 것이다.
“축하합니다!”
그는 물론 한 편으로 기쁜 척을 했지만 그렇게까지 좋은 것은 아니었다.
돈을 없어서가 아니었다.
이제는 살만했다.
하지만 역시 걸리는 것이 있었다.
‘명수, 이놈이 잘 살아 있는지.’
과거에 자신의 퇴직금을 몰래 빼돌린 것 때문에 자식 원망도 많이 했다.
그런데 지금은 아니었다.
이제 자신은 곧 있으면 무덤으로 간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재산.
그렇게까지 필요가 없었다.
오로지 자식이 잘 되었으면 하는 마음뿐이었다.
하지만 자식은 자신이 한 일 때문인지 나타나지 않았다.
하루하루 농사를 지으면서도 계속 기다렸지만 소용이 없었다. 심지어 자신의 통장에 들어있는 돈을 노려서라도 올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그렇지가 않았다.
자식은 죽었는지, 살았는지 나타나지 않았다.
다만 그는 DS 시리즈를 장복하면서 조금씩 체력에 여유를 가지자 그나마 여유를 가질 뿐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그런데 최근 들어와서는 생긴 변화에는 얼떨떨했다.
바로 대규모 건설 공사가 시작된 것 때문이었다.
DS 능선 한 쪽에 구멍을 뻥 뚫어서 그 반대편에 있는 황무지에 아예 새로운 규모의 빌딩을 건설하는 대규모 토목 공사였다.
쿠르르.
간간히 DS 도로를 보다보면 수십 대의 불도저와, 포크 레인이 지나가는 장면이 보였다. 더욱이 건설인부가 탄 차량 수백 대가 줄을 지어서 건설 공사 현장으로 가는 모습 역시 마찬가지였다.
“허어, 정말 우리 사장님, 대단한 분이셔.”
“그러게 말입니다. 보다 보면 정말 깜짝깜짝 놀랄 때가 많아요.”
“휴우, 저는 그 얼마 전에 사고 때문에 경기마저 들었다 아닙니까?”
“아, 그 폭발사건요? 그거 UFO 때문이라고 판명 낳지 않습니까?!”
“무슨 얼어 죽을 UFO여. 아는 사람들은 다들 사장님이 뭔가 실험하다가 사고 낸 것이라는 의견인데!”
“크흠, 그런 말을 하는 것이 아닙니다. 사장님이 매일 동네를 돌면서, ‘이번 일은 UFO 사건입니다!’고 나발을 불지 않았습니까? 적당히 좀 맞춰줘야죠.”
“아, 실없는 소리는 그만 좀 혀. 뭔 놈의 UFO야. 그냥 펑하고 좀 터진 것을 가지고, 그렇게 할 일없으면 가서 일이나 혀!”
이런 분위기.
이창수 부장 역시 피식 웃었다.
하지만 그는 한 편으로 그랬다.
저렇게 외부에서 많은 이들이 들어오는 현상.
나쁘지 않을 것이라도 생각했다.
‘그놈이 이런 소문을 듣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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