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현대 마법사-280화 (280/397)

< -- 280 회 -- >

***

이명수는 이제 겨우 대구 외각의 한 도시에 자리를 잡았다. 처음에는 돈이 없어서 고구마나, 노가다다 닥치는 대로 일을 했는데, 그 돈으로 모은 종자돈을 이용해서 운 좋게 구입한 슈퍼마켓이 돈이 되면서 이제 안정을 잡은 것이다.

하지만 그도 한 가지 만큼은 가슴이 아팠다.

‘아버지가 많이 걱정할 텐데.......’

물론 그건 그만이 생각이 아니었다.

“아버님한테, 정말 미안해요. 하지만 도저히 면목이 없어서 찾아가지를 못하겠어요. 돈이라도 많다면 돌려줄 요량이라도 가겠는데........”

이제 겨우 입에 풀칠하는 상황.

거기에 자식은 초등학교 다니는 중인데, 곧 중학교에 올라가면 들어가는 학비 역시 걱정이었다.

지금은 부친을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죄송합니다.’

이렇게 그냥 흘러가는 듯 했다.

하지만 그도 곧 뉴스를 통해서 DS 연구단지 건설에 관한 소식을 들었다.

바로 자신의 고향이었다.

화면에 나온 것을 보기만 해도 가슴이 저릿했다.

하지만 그는 곧 화면에 나온 고향의 발전상을 보고는 깜짝 놀랐다. 특히 DS 대학을 중심으로 한 발전상은 눈부시다는 말로 표현하기 어려웠다.

주변에는 자고 일어나면 건물이 새로 생긴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무섭게 발전하고 있었다.

자신이 원래 살던 집 주변은 이미 흔적도 없었다.

‘서, 설마 아버지가 쫓겨 난 거야?’

우려가 되었다.

이제는 돈이 문제가 아니었다.

너무 걱정이 되어서 견딜 수가 없었다.

보다 못한 부인이 한 마디 했다.

“당신, 그러지 말고 우리 찾아가서 아버님에게 사과를 하는 것이 어때요?”

“저, 정말?”

“네, 지난 일은 가서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것이 맞을 것 같아요. 저도 아버님 말씀이 옳은 것인지는 잘 모르고, 그렇게 심하게 행동한 것이 가슴 아파요. 가서 최소한 사과를 하고 싶어요.”

“그럽시다!”

***

이창수 부장은 오늘 따라 기분이 너무 이상했다.

가슴 한 쪽에 뭔가 느껴졌다.

본능이었다.

그는 때문에 평소와는 달리 회사에 전화해서 년차를 내었다. 그리고 이왕 이렇게 된 김에 지금 한창 공사하고 있는 것을 한 번 가보고 싶었다.

마침 비번인 다른 동내 친구들 몇 사람과 같이 DS 능선을 넘어갔다.

운동 삼아서 말이다.

과거라면 도저히 오르기 힘든 산이다.

그런데 지금은 달랐다.

“이거 정말 체력이 많아 좋아졌어.”

“이장님, 그러게 말입니다. 저도 옛날 같았으면 꿈도 못 꿀 일입니다.”

하지만 그들은 곧 DS 능선을 넘어서 펼쳐진 거대한 건설 공사 현장을 보고는 입을 딱 벌렸다. 얼핏 봐서는 무려 10만평이 넘어보였다.

그 거대한 땅을 블록별로 나누어서 기초공사는 하는 모습은 실로 장관이었다.

중동 건설 현장에서나 볼 수 있는 엄청난 장면.

“휴우, 우리 사장님은 진짜.......”

“......짱이지!”

“암요, 확실히 크게 노는 분입니다.”

“아마 물건도 엄청나게 클 겁니다. 배포가 워낙에 크니, 말입니다.”

“어라? 자네들 몰라? 사장님 물건이 말(?) 물건하고 비견이 된다고 그러더군. 그렇지 않다면 애첩을 무려 5명이나 데리고 살 수는 없지!”

“저, 정말입니까?”

“그래야 말이 되지. 안 그러면 여자끼리 투정을 부리니까.”

“정말 부러울 따름입니다.”

이창수 부장은 여기까지 하고는 곧 자신의 집으로 향했다. 하지만 그는 이상하게 집으로 다가갈수록 심장이 두근거렸다.

그리고 보았다.

세 사람이 멍하니 자신의 집 앞에 서 있는 모습을.

-며, 명수야!!!

그리고 뛰었다.

그들 앞에 도착하자 이내 두 사람을 땅 바닥에 조아렸다.

“아, 아버지, 불효자식입니다.”

“아버님, 죄송해요.”

“아니다, 되었다. 됐어. 이렇게 돌아온 것만으로 된 거야.”

그는 어느 듯 눈물을 주르르 흘리고 있었다.

도저히 주체하기가 어려웠다.

이렇게 자식이 돌아 와준 것만으로 고마웠다.

물론 이명수는 그제야 좀 분위기가 가라앉자 한 가지 질문했다.

“도대체 여긴 어떻게 된 겁니까?”

“아? 이 집.......”

그는 머쓱한 표정을 한 채 자신의 집을 쳐다보았다.

바로 한옥 집.

딱 자식이 떠날 때 그 모습이었다.

문제는 이 집이 아니었다.

바로 옆에 있는 건물들이 문제였다. DS 대학 건물 중에 하나였는데, 그 건물 한 쪽이 ‘ㄱ’ 자 형태로 해서 집을 두고는 건설 되어 있었다.

즉 이창수 부장 집 주변을 빙 둘러서 건물이 만들어 져 있었다.

심지어 한 쪽에 있는 도로는 이창수 이장 집 때문에 반원 형태의 곡선이 만들어져 있었다.

“크흠, 내가 집을 안 판다고 그랬거든. 그래서 이 모양이 된 거지.”

“아, 아니 왜요? 그러면 DS 대학에서 항의를 했을 텐데요. 여기 도로도 그렇고요.”

“무시했지.”

“아, 아니 왜요? 가, 가만, 아버지, 혹, 혹시, 설마 저희가 돌아왔을 때를 생각해서.......”

“됐다. 그런 이야기는 그만 하고, 안으로 들어가자꾸나. 일단 이야기나 좀 들어보자.”

그는 이 말을 끝으로 두 사람 아니, 손주까지 데리고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묵묵히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들었다.

그리고 고생한 것은 묻지 않아도 충분했다.

자식의 손, 발은 이미 엉망이었다.

특히 피부는 너무 초췌해서 오히려 자신보다 더 나이가 들어 보였다.

‘하아, 인석아, 그렇게 하지 말라고 했는데, 사람 말을 듣지 않더니.’

결국 입을 열었다.

“앞으로 어쩔 생각이냐?”

“사실 이제 좀 자리를 잡았습니다. 그래서 아버지만 괜찮다면 저희 집으로 가서 같이 사는 것도........”

당장에 일축했다.

“됐다. 그럴 필요는 없어.”

“네?”

그는 잠깐 자식을 쳐다보았다.

그리고 고민했다.

일단 자식이 충분히 고생한 것은 보았다. 사실 지금 봐서는 차라리 DS 농부로 일하는 것이 훨씬 나았다. 그런데 이놈이 문제였다.

‘과연 회사에서 입사를 허락해줄까?’

그는 때문에 자식에게 몇 가지 여기에 대해서 확인했다.

“내가 솔직히 물어보마. 너 혹시 농사를 다시 할 생각이 없느냐?”

“농사요? 그건.......잘 모르겠습니다. 지금 제가 농사한다고 해서 이 녀석 뒷바라지를 제대로 할 수 있다는 보장도 없습니다. 그저 입에 풀칠 할 정도일까요? 사실 그건 아버지가 더 잘 아시잖아요? 더욱이 해외 농산물이 들어오면 버티기 어려워요.”

“그것만 된다면? 그러면 해보겠느냐?”

“네? 무슨 말씀이신지?”

“네가 말해잖아. 어느 정도 생활만 된다면 할 수 있겠느냐고!”

그는 슬쩍 손을 보면서 지난 고생을 떠올리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만 된다면.......못할 것도 없죠.”

“좋다.”

***

이창수 농부 부장은 곧 다음 날이 밝기가 무섭게 정성일 부장을 찾아갔다. 그도 자식을 입사는 정상적인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것은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럴 수가 없었다.

돈이 문제가 아니었다.

‘안정적인 일이 우선이야.’

그렇게 판단한 것이다.

곧 보게 된 정성일 부장.

“어르신, 무슨 일 때문입니까?”

그는 곧 자초지종을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바로 자신과 관련이 있는 일에 대해서 말이다.

그런데 정성일 부장 왈.

“그건 제가 결정할 상황이 아닙니다.”

“그, 그러면 안 된다는 말입니까?”

“하하하, 그런 말이 아닙니다.”

“그러면?”

“저희 사장님에게 직접 요청하시는 것이 맞습니다.”

***

이창수 이장은 곧 정성일 부장의 안내를 받아서 조민우를 찾아갔다. 그는 했던 이야기를 또 하는 것이지만 차분하게 지난 이야기를 다 해주었다.

그리고 조민우 왈.

“그렇게 하세요.”

오히려 자신이 놀랐다.

“네? 저, 정말입니까?”

“이명수란 분이죠? 물론 아직 정식 직원으로 입사는 힘들지만 일단 일을 한 번 해보는 것으로 하죠. 그리고 3개월 정도 상황 봐서 최종 결정을 하겠습니다. 그 동안은 이 부장님이 알아서 잘 도와주세요.”

“가, 감사합니다, 사장님, 저, 정말, 흑흑, 정말, 흑흑, 정말 감사합니다!”

진심으로 하는 말이었다.

조민우는 고개를 내저었다.

“그러지 마시고요. 오늘 같은 날은 자식분과 같이 어디 좋은 곳에 가서 한 번 쉬세요. 가정이 화목해야 모든 일이 잘 되는 법이니까요.”

그는 딱 이 말을 하고서 사라지는 그의 뒤 모습을 멍하니 쳐다보기만 했다. 물론 이 일이 예외적인 일이라는 것을 잘 알았다.

하지만 마치 자신의 집안 사정을 안 것처럼 해주는 그의 모습.

보면 볼수록 놀랍기만 했다.

‘저, 정말 대단한 분이야. 내가 상상한 것과는 너무 달라.’

***

조민우는 집무실로 가는 중에 정성일 부장이 계속 입을 오물오물 거리자 피식 웃었다.

“왜 그러세요?”

“아뇨, 정말 뜻밖입니다. 사장님 옛날 성격 같았다면 분명히 허락하지 않았을 텐데요.”

“적당히 사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래요. 따지고 보면 전 회사가 부도난 것도 LH에서 요구한 것을 들어주지 않았기 때문이었죠. 만약 당시에 로열티 받고, 타협만 잘 했어도 회사는 망하지 않았을 겁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래요.”

“사장님.......”

그는 새삼 다른 시선으로 조민우의 등을 물끄러미 쳐다보기만 했다. 이런저런 경험을 쌓으면서 조민우도 많이 변했다는 것을 느낀 것이다.

9장 DS 개발 5개년 계획

조민우는 이창수 이장의 부탁을 들어주고 나서는 이 일에 대해서 한 번 지켜봤다. 다른 바쁜 일(?)은 다 던져두고 말이다.

그도 이 일을 허락하기 전까지는 몰랐는데, 허락해주고 나서야 한 가지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변화야.’

지금가지는 로봇 사업부 때문에 막 밀어붙이다가 뒤 늦게 깨달은 사실이었다.

바로 자신의 주변.

DS 군이 생각보다 빠른 변화를 거듭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특히 DS 대학 주변은 눈부시다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엄청나게 변화를 거듭하고 있었다.

초창기에 이미 어느 정도 계획 도시 형태로 준비가 된 상황이라서 마구잡이로 건물을 세울 수 없도록 한 것이 주효했다.

그래서 자연과, 대학, 시민들의 서로 어울러 진 조화로운 곳이 된 것이다.

이런 변화.

이것이 이창수 이장에게도 변화를 주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그것은 이창수 이장 개인적으로만 중요한 일이다.

DS 입장에서는 아닐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자신이 한 결과에 따른 변화.

그것이 직원들에게도 행복을 주었다고 생각했다.

그는 문득 그런 경험을 통해서 한 가지 결론에 도달했다.

‘어차피 먹고 살자고 하는 일이잖아? 그러면 그것이 기본이 되어야 하겠지. 지금처럼 너무 DS 전투폭격모기를 자꾸 만들어서 방만하게 자꾸 일을 키우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그는 이 때문에 과연 지금 이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행복을 느끼게 위해서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 생각해보았다.

역시 가장 우선적으로 필요한 것은.

‘일이겠지.’

바로 이창수 부장이 생각한 방향과 정확히 일치했다.

아니 정확히는 그가 한 행동을 보고 배운 것이다.

자식을 생각해서 한 행동이지만 가장 바람직한 결과라고 봐야 했다.

그런데 그런 부분은 이곳에 좀 부족했다.

바로 DS 밸리 쪽으로 전부 넘어간 까닭이다.

다만 이곳도 부지가 꽤 되었다.

그런 곳을 낭비할 이유는 없었다.

문제는 어떤 일이냐 하는 점이다.

‘이런 부분은 생각해보지 못했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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