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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조민우도 나름 백수들의 아픔을 느꼈지만 그렇다고 무조건 나서기는 그랬다.
그가 가장 싫어하는 것은 정치.
이쪽과 엮여봐야 좋은 꼴을 보기 어려웠다.
일단 지켜보는 것이 최선이었다.
***
보결선거(補缺選擧).
바로 대통령이나, 국회의원이 임기 중에 사망, 사퇴, 기타 이유(?)로 당선이 무효가 되면 다음 선거를 기다리고 않고 실시한다. 비례 대표제 하에서는 보통 사퇴 국회의원이 소속하는 정당 전회 선거의 리스트 차점 후보자를 당선자로 한다.
하지만 대구의 경우에는 달랐다. 무려 10명이나 되는 의원이 심각한 부상으로 국회의원 일을 할 수가 없게 되자 보결선거가 실시되었다.
아주 예외적인 경우라고 봐야 했다.
물론 이 선거 후보자들 역시 백수들의 처절한 무력시위를 직접 지켜보았다.
하지만 그들은 이 선거에 당선하기 위해서는 고정표를 노려야 했다.
즉 백수들이 목표가 아니라, 나이가 꽤 있는 30대 후반 이상이거나, 아니면 아주머니(?) 표를 주로 노린 것이다.
젊은이들은 거의 선거를 하지 않기에 나온 방안이다.
그렇게 되면 결국 이들이 하는 연설이나, 선거 공약 역시 이런 점에 맞추어진다.
“저를 밀어주시면 지금과 같이 정권(?)에 결탁해서 뇌물 비리가 무성한 DS 기업을 이 땅에서 사라지게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그것이 바로 여러분의 민의입니다. 저 한선명, 이 점에 대해서는 결단코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서 이루 것을 천명합니다.”
이렇게 시작된 연설.
단순히 선거용으로 시작된 이야기이다.
잘 보면 DS를 비방하는 것 같지만 그렇지는 않다.
DS의 수익을 악착같이 뜯어먹어서 대구시민들에게 돌려주겠다는 의미이다.
말은 좋다.
그런데 여기에 한 가지 함정이 있다.
100을 뜯어냈다고 가정하면 돌려주는 것은 1이고, 99는 자신이 먹는다는 것이 내포가 되어 있었다.
선거를 듣고 있는 이들이야 이런 내막을 대부분은 잘 모른다.
특히 노인이나, 아주머니 같은 경우는 말이다.
하지만 이야기를 듣고 있는 김철식 경사는 그다지 기분이 좋지는 않았다.
‘늘 같은 이야기, 같은 놈만 후보로 나오니, 정말 갑갑할 노릇이군.’
백수 십적(?)이 조용히 제거된 이후로 그나마 대구 정치물(?)은 좀 좋아졌다고 생각했는데,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들은 오로지 자신을 밀어주는 이들을 위해서 노력할 뿐이었다.
그것이 사실은 뇌물을 더 많이 받아서 한 몫 챙기려는 모습이기도 하다.
그러면서 한 몫 챙기는 것이다.
하지만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저런 자가 국회의원에 당선된 후에, 지역 경찰이나, 관공서에 로비를 받아서 온갖 비리의 온상이 되는 것을 알아도 말이다.
‘차라리.......’
그 때였다.
갑자기 흰색 복면을 한 수백 명의 청년들이 나타난 것은.
와르르.
선거를 지켜보던 이들조차 화들짝 놀라서 옆으로 물러나기 시작했다.
그들은 당당한 걸음걸이 앞으로 나서면 곧 선거를 위해서 준비되어 이는 단상 위로 올라갔다. 그리고 들고 있는 야구 방망이를 하늘을 향해서 올렸다.
“나 백수 독립군은 이 하늘에 대고 맹세한다. 이 땅에 백수들의 간을 빼먹으려는 자들을 절대로 그냥 두고 보지 않는다는 것을!!!”
쩌렁쩌렁 울리는 소리.
동시에 울려 퍼지는 함성 소리.
“백수 독립군 만세!”
“백수 독립군 만세!”
이게 시작이었다.
그들은 곧 야구방망이를 들고는 선거운동에 참여하고 있는 국회의원을 모두 죽으라고 패기 시작했다.
빠악.
“크악!”
콰드드.
“크악!”
“구, 국회의원 후보자 살려!”
죽으라고 도망치는 국회의원 후보자 한선명.
하지만 그의 뒤를 쫓는 백수 독립군의 움직임은 거세기만 했다. 뒤에서 세 명이 달라붙어서 잡은 후에 야구방망이로 죽으로 후려쳤다.
“빠악.”
“아악!”
어디를 맞았는지, 입에 거품까지 문 채로 부르르 떨었다.
보궐 선거운동 장소는 그야말로 공포의 도가니였다.
놀라운 것은 이들의 조직적인 움직임이었다.
선량한 시민을 절대로 건드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겁먹은 시민들도 그제야 좀 안심하고는 이 목불인견(?)의 참상을 지켜보기만 했다.
한선명 후보나, 다른 후보자들은 죄다 피투성었다. 뼈가 부러진 곳은 기본이었고, 심지어 이빨이 다 나가버린 이들도 보였다.
다만 한 시민은 이런 광경을 보고가 한 쪽에서 물러서 있는 김철식 경사 일행을 보고는 소리쳤다.
“이봐요, 당신들 경찰이면서 이런 불법 행위를 그냥 보고 있을 겁니까?”
그는 어깨를 으쓱했다.
“제 조카 놈이 지금 3년째 백수로 있습니다.”
곧 이어서 뒤에서 주르르 들리는 소리.
“제 친구 놈이 지금 5년째 백수로 있죠.”
“제 동생 놈은 지금 6년째 백수로 있죠.”
“제 아버지는 지금 7년째.......”
그 때 들린 백수 독립군 중에서 중후한 목소리.
“이런 개 새끼들아, 퉤엣, 오늘 너희들 한 번 죽어봐라. 내가 죽기 전에는 너희 개 새끼들, 죽이고 천당(?)에 간다!”
부아앙.
빠악.
“크아악.”
“........백수로 있죠. 가슴이 정말 아픕니다.”
“제 형 놈은 무려 8년째 백수로 있어요.”
“제 강아지(?)도 무려 9년째 백견으로 있어요. 그 놈 보고 있으면 가슴이 다 아파요!”
그런데 웃기는 것은.
그의 뒤편에 있는 시민들이었다.
“이봐, 당시도 저 백수 십적 패거리인가 보지?”
“아, 아닙니다. 그런데 왜.......”
“보다 보니, 나도 더 이상은 못 참아서 그래. 씨팔, 우리 동네 죄다 백수 없는 집은 없어. 그런데 저 개 새끼들 때문에 그렇게 된 거잖아?”
아픔이 담겨 있는 말.
그리고 곧 이어진 상황은.
옆에서 보고 있던 시민들조차 백수 독립군에 가담했다.
-우와, 죽입시다! 백수 십적 패거리를 이 대구 땅에서 영구히 추방합시다.
이렇게 시작된 백수 독립군 운동.
그것은 실로 보기 드문 근대의 독립 운동이라고 할 만 했다.
하지만 그렇게 극단적이면서도 다른 선량한 사람에게는 피해를 주지 않는다는 점에서 대한 독립군(?)과는 달랐다.
물론 곧 이 내용도 뉴스를 탔다.
그것도 전국에 말이다.
당연히 대구에서 이루어지는 보궐 선거 분위기는 흉흉하기만 했다. 말을 조금만 잘못해도 백수 독립군이 몰려와서 아예 반병신으로 만들어 놓고 내 빼는 까닭이다.
아이러니한 것은 이 때문에 점점 백수 착취 후보자들의 자진 사퇴가 뒤를 이었다는 점이다.
그 뒤를 차지한 것은 역시 백수 옹호자들이었다.
-나 이 사람, DS를 도와서 대구에 단 한 명의 백수가 생기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자연스럽게 백수 독립군의 움직임은 서서히 사라졌다.
그리고 기존의 빈자리는 이런 후보들이 대체를 했고, DS의 움직임을 제약하는 이들은 점점 사라져갔다.
정부에서조차 이 특이한 현상을 묵묵히 지켜보기만 했다.
공권력을 움직이고 싶어도 그럴 수가 없었다. 백수 독립군과 관련된 이들은 거의 대구 시민 중에서 무려 70%가 넘는다.
아마 저기에 군대를 투입했다가는 오히려 뒤통수를 맞고, 상황은 나빠질수도 있었다.
잘못하면 백수 독립군의 움직임은 대한민국 전역으로 퍼질 수도 있고, 최악의 경우에는 무정부 상태로 갈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결국 그들은 전전긍긍하면서 지켜보기만 했고, 겨우 혼란이 가라앉자 몸조심할 따름이었다.
***
조민우는 물론 이런 일련의 과정을 묵묵히 지켜보기만 했다.
그는 보면 볼수록 백수(?)들이 무서웠다. 그들이 저렇게까지 조직적이면 강렬한 움직임을 보일 지는 미처 몰랐다.
더욱 흥미를 가진 것은 이들의 태도였다.
부패 의원들에 대한 단호한 처리.
바로 이점이다.
자신도 이제까지 할 수가 없었던 일이었다.
그런 점에서는 통쾌하기만 했다.
“사장님, 너무 좋아하시는 것 같습니까?”
“그건 정성일 부장님, 역시 마찬가지 아닙니까?”
“저요? 하하하, 아닙니다. 다만 제가 정치를 아주 싫어합니다. 그저 저 부패 의원들이 병신이 되어서 사람구실 못하게 된 것만으로 만족합니다.”
“하하하,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제가 사업하면서 제일 힘들었던 것은 LH가 아니라, 정치 세력이었어요. 그 놈들한테 뜯긴 돈이 얼마인지 벌써 잊은 겁니까?”
“하긴 지금 생각해보면 그러네요. 그런데 생각해보면 지금은 매출이 그 당시에 비해서 몇 배나 되는데, 오히려 거의 뜯기지 않으니.......”
옆에서 보고 있던 다른 팀장 한 사람이 툴툴거렸다.
“아마 그랬다가 백수 독립군의 습격을 받을 지도 모르죠.”
“하하하.”
회의실 분위기는 화기애애했다.
부패 정치 의원들을 뿌리가 뽑히고 나자 이제는 마음을 놓은 것이다. 다른 것을 떠나서 저들은 정말 문제의 소지가 있었다.
그런데 손을 대기가 어렵다는 것이 문제인 탓이다.
조민우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가 대구 시장의 제안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움직이지 못한 것도 그런 이유가 컸다.
하지만 지금은 그럴 필요가 없었다.
“좋습니다. 백수 독립군이 저렇게 쓰레기(?) 청소까지 해준 마당입니다. 그냥 있을 수는 없겠지요. 지금까지 부동산 폭등으로 인해서 이미 자금 사정은 걱정할 필요도 없고, 최근에 벌어들인 순이익을 전부 백수 기금으로 전환해서 일을 한 번 진행해보죠.”
“네? 그걸 전부 말입니까? 하지만 이번 도로 공사로 사용한 돈이 너무 많습니다. 거기에 그나마 들어온 수익을 전부 사용하면 회사 자금 사정이 안 좋아집니다.”
“괜찮아요. 정 안 되면 제 땅이라도 팔 것이나, 그렇게 하죠.”
이렇게 말을 한 후에 백수 기금(?)을 사용한 방안에 대해서 협의를 거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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