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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가장 중요한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어야 합니다. 그래야 의욕을 가지고 있을 할 수가 있을 테니까요.”
“하지만 그건 노가다뿐이지 않습니까?”
곧 이어서 나온 이야기는 전부 비슷비슷했다.
“단순 공장 조립도 있죠.”
“단순한 것만 치면 운반 작업도 있습니다.”
“그렇게 치면 역시 반복 서류 작업도 포함되는 군요.”
“흐음, 저도 한 의견하자면 역시 노가다에는 삽질이 최고죠.”
이런저런 이야기.
하지만 대다수는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았다.
조민우도 묵묵히 듣기만 했지만 그것을 깨닫자 머리를 굴려야 했다.
그는 다행히 한 때 백수(?)인 적이 있었다.
때문에 누구보다 백수의 심리를 잘 알았다.
‘그렇게 보면 나도 판타크래프트에 푹 빠졌던 적이 있는 것 같아.’
여기까지 떠올리고 나자 곧 자신이 했던 경험을 기준으로 생각해보았다.
만약 당시에 판타크래프트와 관련된 일.
즉 이 화면을 계속 들다보는 작업이었다면 세계 최고가 되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검수? 검수는 어때요?”
정성일 부장이 곧 말을 받았다.
“검수라뇨? 제품 출하 검사를 말하는 겁니까?”
“그렇죠. 일테면 백수가 가장 빠지기 쉬운 함정이 바로 PC 방입니다. 특히 판타크래프트같은 게임은 정말 독이죠. 종일토록 그것만 쳐다보니까요. 즉 이런 습관을 그대로 적용하는 일, 바로 제품 검사, 즉 그것도 이동이 아니라, 딱 정해진 자리에서 하는 일이면 아마 보통 백수라면 다 쉽게 적응할 겁니다.”
“.......”
다들 입을 다물고는 꼼꼼하게 생각해 보았다.
정말 괜찮았다.
다만 황당한 것은 어떻게 저런 생각을 할 수 있는 지에 대한 것이다.
“사장님, 정말 대단하십니다. 백수도 아니면서 그런 생각을 하시다니요.”
“저도 한 때는 백수였거던요.”
이게 결정 사항이었다.
따라서 백수 기금을 사용하는 방안.
그리고 백수 대학에 관한 것도 어느 정도 방향을 잡은 것이다.
***
DS군 진입로.
조민우는 거의 완공에 도달한 백수 대학을 한 번 쭉 돌아보고는 꽤나 만족했다. 건물 구조나, 외형이 마음에 든 것이다.
다만 한 가지는 아쉬운 점이 있었다.
“기숙사가 너무 적군요.”
“네? 지금 저기 들어갈 수 있는 사람 수만 해도 무려 3천 명입니다. 그런데 작다고요?”
“아직 백수가 얼마나 힘든 생황을 하는지 모르기에 하는 말입니다. 아마 개강하고 나면 전부 돈을 아끼려고 서로 저기 들어가려고 할 겁니다.”
“끄응, 그렇다면.......”
“네, 늘리세요. 어차피 백수 대학은 3년제에 정원이 겨우 12,000명 정도이니, 여유 인원까지 합쳐서 5동을 더 지으세요.”
돈을 펑펑쓰는 조민우.
생각을 하고 쓰는 지 의심스러웠다.
정성일 부장도 문득 이 부분에 대해서 태클을 걸려다가 하다가 결국 포기해버리고 말았다. 지금 DS에서 벌어들이는 이익만 생각하면 문제될 것이 없었다.
그리고 최근에 와서 느낀 것이지만 조민우는 DS 전투 무기와 같이 군대에 팔아서 얻은 이익은 전부 사회 복지로 돌리고 있다는 것을 느낀 탓이다.
아니 그냥 있지 않았다.
“사장님, 모기 개발 이익은 포기하시려는 겁니까?”
그는 피식 웃었다.
“물론 저희 로봇 사업부 유지에 필요한 자금은 있어야 겠죠. 하지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어요. 피로 얻은 돈, 결국 피로 갚아야 하지 않을까? 이런 생각이죠. 그래서 그런 것도 좀 있어요.”
“알겠습니다.”
“그리고 곧 정식으로 모집공고도 내시고요.”
“그러면 교수진은 어떻게 합니까?”
“그건 DS 밸리에 있는 개발진이나, 사장들에게 부탁을 하세요.”
“하지만 그 분들은 바빠서 쉽게 승낙하지 않을 텐데요?”
“그러면 로열티 비용을 더 올린다고 협박하세요.”
“그러면 확실하겠군요.”
“네.”
이렇게 결정이 나자 일단 DS 백수 대학에 대한 것은 여러 매체를 통해서 외부에 알려졌다.
-DS 백수 대학을 정식으로 개강합니다!
이것과 동시에 추가로 나가 사실은 실로 놀라웠다.
학비 전액 무료.
기숙사 전액 무료.
생활비 전액 무료.
와 같은 조건이었다.
물론 완전히 공짜는 아니었다.
DS 백수 대학 운영과 관련해서 최소의 비용은 향후 취업과 동시에 일정 금액을 납부하는 것으로 대체가 되었다.
그런데 그 금액이 그렇게 부담이 되는 것은 아니었다.
3년 무이자로 해서 월 20만 원 정도에 해당하는 금액인 탓이다. 당연히 대구 지역에 있는 백수들에게 우선순위가 있었다.
그들은 이 광고를 보자 미친 듯이 DS 백수 대학을 향해서 몰려들었다.
이유는 아주 간단했다.
조민우를 그만큼 믿기 때문이었다.
실제로 그곳에서 도착해서 알아본 결과는 만족스러웠다.
백수들은 모두가 기뻐서 외쳤다.
-백수민국 독립 만세!
-백수민국 독립 만세!
12장 DS 백수대학
김삼식은 요즘 들어서 그야말로 기분 최고였다. 최근 기업 공개와 더불어서 받은 스톡옵션이 대박을 치면서 그야말로 벼락부자가 된 탓이다.
그는 생각 같아서는 하는 일을 다 때려치우고 외국으로 여행이나 갈까 생각까지 했다.
그런데 갑자기 DS에서 제안이 들어왔다.
-DS 백수 대학에 강사로 좀 나서 주셔야하겠습니다.
바로 이런 내용이었다.
과거라면 모르지만 지금은 가볍게 씹을 버려도 될 내용이다.
하지만 그 조항과 더불어서 주렁주렁 달려 있는 항목들이 문제였다.
-이 제안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 사항입니다. 만약 이 제안을 거절할 시에 기존에 DS 계열사(?)를 통해서 향후 얻게 되는 이익은 전부 박탈당하게 됩니다!
이런 내용이었다.
보고는 어처구니가 없었다.
이건 완전히 협박이었다.
“알겠습니다!”
그는 결국 어쩔 수 없이 승낙하고야 말았다.
‘조민우 사장에게 정말 실망이야!’
***
김삼식은 결국 DS 백수 대학에 와서 강의를 해야 했는데, 그 강의 내용이 정말 황당했다. 바로 자신이 지금 있는 DS 형광등의 마지막 시제품 검사에 대한 방법이었다.
딱히 방법이고 뭐고가 없었다. 마지막에 설치되어 있는 장비를 통해서 테스트 패턴을 돌려보면 금방 나오는 탓이다.
물론 이 내용을 무려 6개월에 걸쳐서 강의를 해야 한다는 점이다.
‘아니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결국 참다못해서 DS 측에 항의했다.
“이건 정말 너무 하지 않습니까? 아니 도대체 이런 것으로 어떻게 강의하란 말입니까?”
조민우 왈.
“그건 아주 간단합니다. DS 백수 대학 졸업생은 바로 DS 밸리 협력 업체 쪽으로 취업을 시킬 예정입니다. 따라서 그런 관점에서 강의를 하면 될 겁니다. 물론 마지막 검수 검사, 단순 노가다인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것을 통해서 품질을 최대한 올릴 수 있다면 좀 다른 문제일 것이라 생각합니다. 아마 생각보다는 강의할 내용이 많을 겁니다.”
이렇게 나오는 것이다.
그는 속이 뭔가 치밀어 올랐지만 방법이 없었다.
“휴우, 알겠습니다.”
***
김삼식은 본의 아니게 기존의 DS 형광등 관련해서 고객의 클레임이 들어온 것에 대해서 다시 세세하게 분석을 해야 했다.
그런데 이게 의외로 문제가 꽤 있었다.
‘응? 이건 또 무슨 소리야? 색 번짐이 있다고?’
정확히는 형광 물질이 제대로 흩어지지 않아서 생긴 현상이다.
바로 제조상의 불량인 것이다.
그런데 이건 기존의 방법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그리고 기존에 다른 문제 중에 그런 부분이 꽤 많았다.
결국 그는 이 문제에 대해서 계속 고민을 하는 중에 생각보다 마지막 검사 과정에 문제가 꽤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그것을 쭉 정리해보았다.
물론 지금까지 원인이 밝혀진 것도 있었지만 그렇지 않은 것도 생각보다는 많았다.
‘이럴 수도 있구나!’
***
김삼식은 결국 자신의 DS 형광등 제품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자 그 자료를 하나하나 취합해서 모은 후에 곧 강의를 시작했다.
정말 단순한 내용이었다.
색 번짐, 색 응축, 색 희석, 색 치기(?), 색 기타 등등 말이다.
그는 이런 내용을 강의하면 과연 백수들이 제대로 들을까 생각했는데.......
그 결과는 그렇지가 않았다.
백수들은 마치 이 일에 목숨을 건 사람처럼 매달렸다.
정확히는 일이 너무 쉽고 간단해서 마치 판타크래프트 게임을 계속 쳐다보는 것과 비슷해서 나온 집중력이었다.
어쨌든 이 일은 순탄하게 흘러갔다.
***
최일수는 백수 대학에 대해서 손 꽂아 기다린 초백수였다. 그는 딱 공고가 나기 전에 이미 DS 본사 홈페이지를 계속 모니터링 하다가 그 결과를 알게 되자 잽싸게 신청했다.
일 빠로 신청한 것이다.
당연히 백수 대학에 쉽게 입학했다.
입학 허가와 동시에 기숙사에 들어간 후에 강의에 집중했다.
그가 그런 중에 들은 과목은 바로 DS 형광등 제품 검사에 대한 것이다. 다른 과목도 많았지만 이 과목은 이상하게 끌렸다.
그냥 막 좋은 느낌.
이 일만 계속한다면 할 수 있다는 그런 감이 들었다.
덕분에 다른 강의는 다 포기하고, 오로지 이 강의에만 집중했다.
어차피 이곳은 백수 탈출을 위한 곳.
굳이 많은 것을 들을 필요가 없었다.
놀라운 것은 그 결과였다.
강사조차 자신이 한 결과에 대해서 감탄한 것이다.
“우와, 자네, 정말 대단해. 도대체 이런 불량은 어떻게 안 건가?”
“감이죠!”
바로 이렇게 말이다.
사실 정확히는 자꾸 보다 보면 눈에 보였다.
이게 다였다.
딱히 이유를 말하자면 모르기에 대답하기 애매한 것이다.
하지만 강사에게는 전혀 다른 문제였다.
불량 제품이 고객에게 나가면 회사 이미지가 나빠지는 것은 둘째치고라도, 그 때문에 AS와 간접비용이 생각보다 많이 빠졌다.
따라서 이 친구의 능력이 회사에 당장 필요했다.
그건 최일식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는 굳이 백수 대학을 정규 연한까지 다닐 이유는 없었다.
그건 백수 대학 역시 마찬가지였다.
굳이 불필요한 백수를 끌어안고 있는 것은 낭비였다.
서로 이해관계가 맞아 들어가자.
졸업은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학사 규정은?
조민우가 여기에 대해서 분명하게 처리해주었다.
-바꿔!
이렇게 되자 그의 졸업은 그야말로 단 기일 내에 모든 것이 정리가 되었다.
물론 졸업과 동시에 DS 산업에 입사했다. 그는 입사와 동시에 DS 형광등 출하 검사 파트에 바로 배치가 되었다.
하지만 이게 시작이었다.
그는 배치와 동시에 단 한 달 만에 무려 2%나 되는 불량 형광등을 골라내는 기엄을 토했다.
전체 출하 실적이 겨우 1%라는 것을 감안하면 실로 압도적인 결과였다.
하지만 상황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불과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아서 이 숫치가 다시 5%까지 껑충 뛰어올랐다.
굳이 자세하게 볼 필요도 없었다.
그냥 눈으로 스르르 흩기만 해도 불량을 딱 집어낸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곧 DS 산업에게 엄청난 이익을 안겨주었다.
회사 전체적으로 간접비용 무려 100억 절감 효과를 가져다 준 것이다.
즉 불량 형광등을 고객에게 보낸 상황에서.
다시 반품.
AS 사업부에서 확인.
그리고 최종적으로 엔지니어의 불량 확인 검토에 들어가는 비용이다.
바로 이 경비 전체를 절감하게 된 것이다.
***
김삼식은 이런 결과를 보게 되자 강의에 소홀히 할 수가 업었다. 그는 이전과는 달리 열정적으로 강의에 매달렸다.
그리고 이런 소식은 곧 DS 백수 대학에 강제로 나온 강사에게 곧 알려졌다.
자연스럽게 다른 강사들 역시 백수 옥석(?) 고르기에 혈안이 되었다. 백수 하나 잘 뽑으면 회사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대박인 탓이다.
그리고 백수 대학은 그 효율성 때문에 급격하게 성정을 거듭했다.
처음에는 정원이 겨우 12,000이었는데, 이 숫자가 불과 두 달을 채 넘기지 않아서 다시 추가 건물을 건립해야 했다.
그렇게 늘어난 정원은 무려 30,000명이었다. 이 숫자가 늘어난 만큼 주변에는 다시 많은 사람들이 몰리기 시작했다.
백수 대학을 중심으로 백수 마을이 생기기 시작한 것이다.
***
조민우 역시 곧 여기에 관한 보고를 받자 만감이 교차했다. 그도 설마 이런 식으로 일이 커져갈 지는 몰랐던 것이다.
‘이건 뭐 했다하면 대박이야.’
정성일 부장 역시 소감은 비슷했다.
“사장님, 아무래도 향후에는 점쟁이로 나서도 충분할 것 같습니다.”
“그거 욕이죠?”
“그럴 리가요. 전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소감을 말씀했을 뿐입니다.”
“자꾸 그러면 한 10년 정도 부장으로 계속 놔둘 겁니다!”
“.......”
그도 기분이 한껏 좋아서 한 농담에 이런 식으로 씹어버리자 걍 입을 다물었다.
옆에서 보던 다른 팀장들은 웃음을 참기에 여념이 없었다.
이렇게 백수 관련 이슈는 잘 마무리가 되었다.
다만 그도 한 가지 사항을 떠올리고는 고개를 갸웃했다.
‘가만 내가 뭘 하다가 이 일을 한 거지? 아, 맞다, 전투 모기에서 이쪽으로 빠졌군.’
(새로운 마법 13권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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