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287 회 -- >
1장 상록수
최현주는 요즘 들어서 아주 고민이 많다.
바로 자신이 알고 지내는 한 남자 때문이었다.
과거 복학시만 오히려 마음이 편하고, 그저 흔한 대학생 오빠였다.
그런데 지금은 아니었다.
바로 돈.
정도것 있으면 오히려 환영할 일이다.
그런데 너무 많아서 문제였다.
이제는 너무 부담스러워서 다가가기조차 어려웠다.
어느 정도 간격을 줄여보고 DS 대학으로 편입까지 했는데, 쉽지가 않았다. 오히려 줄어들기보다는 더 간격이 벌어지기만 했다.
이제는 정말 포기였다.
그녀도 이 때문에 지도 교수에게 이야기하고는 잠깐 집을 방문했다.
집 주변은 바뀐 것이 별로 없었다.
부모님도 큰 차이가 없었다.
늘 보는 오빠는 여전했다.
그건 아침에 밥 먹는 하는 대화를 통해서도 알 수가 있었다.
“인석아, 일을 해야 할 것 아냐. 언제까지 집에만 있을 거야?”
“알아서 할 거니, 너무 걱정 마세요.”
늘 변함없는 모습.
자신이 경한대 기숙사로 들어갈 때 딱 그 모습이었다.
한 편으로는 정말 안 되어 보였다.
다만 입을 다문 채 묵묵히 지켜볼 따름이었다.
오빠가 잔소리 때문에 견디지 못해서 나가자 엄마는 자신보고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저 녀석이 너만큼만 해도 걱정이 없을 텐데.......”
“엄마, 걱정 마. 오빠도 알아서 잘 할 거야.”
“하지만 벌써 4년이야. 졸업하고 나서는 아무것도 안 하잖아? 하다 못해서 중소기업이라도 알아보면 얼마든지 들어갈 수 있는 놈이 저러니 사람 미치는 것 아니야?”
이런 불만.
그리고 쭉 이어진 하소연은 전부 오빠 이야기였다.
자신에 대한 걱정은 어디 한 군데도 없었다.
들을수록 기분이 좋지가 않았다.
그녀는 그렇지 않아도 조민우 때문에 우울했는데, 급급 심각해졌다.
집에서 그냥 있는 둥 마는 둥했다.
그런데 변화가 생겼다.
“저 DS 백수 대학에 입학합니다.”
“이놈아, 무슨 뜬금없는 폭탄 소리야. 다시 대학에 들어가겠다고?!”
“걱정 마세요. 거긴 돈이 안 들어요.”
이러고 나서는 휘익 하고 집을 나가버렸다.
“.......”
최현주는 이 생뚱맞은 사태에 다소 황망스러웠다.
그녀는 울고불고 하는 엄마를 위해서 다급히 DS 백수 대학에서 알아보았는데.......
‘헐? 또 오빠야?’
DS 백수 대학은 이미 이것저것 문어발(?)처럼 온갖 쓸데없는 일을 다 하는 조민우의 솜씨였다.
자신이 해야 할 일은 정작 손 놓은 채 항상 보면 이상한 일(?)만 자꾸 키워서 도대체 뭐하는 사람인지 조차 모를 정도였다.
다만 이번 일은 자신의 오빠와도 관련이 있어서 그 부분에 대해서 엄마에게 잘 이야기를 해주었다.
“그러면 거기 나오면 바로 취업이 된다는 거야?”
“응. 거긴 DS 밸리에 있는 회사들하고 바로 연관이 되어 있으니까.”
“그러면 잘 된 것 맞지?”
“당연하지. 오빠도 이제는 바로 취업을 할 거야.”
이렇게 말을 했지만 이 일 때문에 결국 며칠을 더 쉬우어야 했다.
바로 불안해하는 엄마 때문이었다.
놀라운 것은 다시 삼일 후에 발생했다. 집을 나간, 아니 DS 백수 대학에 들어간 오빠가 뜬금없이 다시 나타난 것이다.
그리고 한 말.
“나 백수 대학 졸업 했다.”
“?”
“?”
두 사람은 황당한 표정을 한 채 째려봤다.
이것은 너무 어이가 없었다.
그런데 오빠 왈.
“DS 백수 대학은 근본적으로 취업을 위해서 설립된 대학이야. 그런데 간혹 나같이 이미 준비된 백수(?) 같은 경우에는 그 방향만 잡아주면 문제가 없대. 취업은 당연히 되었고.”
“어떤 회사야?”
“DS 백수 대학.”
묘하게도 DS 백수 대학 관리자 합격한 것이다.
바로 PC 방에서 키운 4년간의 솜씨 때문이었다.
물론 그는 진정한 진실을 말할 수는 없었다.
‘PC 방에서 야동을 몰래 관리하면서 데이터베이스 관리 능력이 늘어서 그 때문에 발탁이 되었다고는 죽어도 말할 수가 없군.’
최현주는 물론 뭔가 찜찜했지만 진심으로 축하해주었다.
그녀도 곧 엄마와 작별을 고하고.
“참 현주 넌 잘 지냈냐? 애인은 있고?”
“그냥 그렇지. 애인이라.......만나는 사람은 있어.”
“그렇구나. 하지만 내가 하나만 부탁하자. 다른 것을 원하는 것은 아냐. 집, 재산 이런 것 안 따진다. 백수만 아니면 돼.”
“백수라........킥, 알았어.”
그녀는 피식 웃으면서 집을 나섰다.
하지만 그녀의 머릿속에는 조민우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했다.
‘백수.......차라리 백수가 마음 편하지. 차이가 너무 나무 얼마나 불편한 지, 엄마가 잘 모르나 봐.’
***
최현주는 집에 잠깐 쉬었지만 그게 의외로 큰 도움이 되었다.
정서적인 안정을 찾은 것이다.
그녀는 때문에 조민우에 대해서 다시 진지하게 생각했다.
이제는 솔직히 전화하기도 부담스러웠다.
괜히 그의 시간을 뺏는 것 같아서 말이다.
하지만 그녀는 싫던 좋던 조민우의 애인(?).
결국 오기라도 전화를 걸었다.
<나야, 현주.>
<어, 알고 있어. 새삼 자기 이름을 왜 말하고 그래?>
늘 변함없는 목소리.
이제는 재벌 그룹 회장이라는 소리마저 들리는 남자가 가지는 근엄한 목소리와는 전혀 달랐다.
바로 대학에서 처음 만났을 때의 그것과 전혀 달라진 것이 없었다.
<그냥 해봤어. 참 오늘 시간 있어?>
<오늘? 무지 바쁘지. 교육부 장관하고 DS 백수 대학 처리 때문에 미팅하고, 건설부 장관과 향후 DS 군에 대한 건설 처리 문제를 해야 하고, 으음 보자, 국방부 장관하고도 오늘 미팅이 있네.>
<.......>
그녀도 딱 이런 말을 듣자 기가 팍 죽었다.
이제는 노는 물이 너무 달랐다.
뭐 이야기가 되는 수준이야 아양이라도 떠는데, 아예 맞지 않으니, 자신감 절망 수준이었다.
결국 포기하려고.......
<하지만 우리 현주가 보자는 데, 그럴 수 없지. 걍 미팅 다 취소하고 나가지.>
<저, 정말?>
<그럼. 나 이 딴 거 다 필요 없어. 뭔 놈의 영감탱이들이 요구조건은 존나 많아.>
<킥, 알았어요. 그러면 보자, 경한대에서 봐요.>
<그래.>
***
경한대 캠퍼스 내 한 벤치.
최현주는 오랜 만에 다시 찾은 경한대 모습을 돌아보면서 새삼 조민우와의 추억을 떠올렸다.
그녀는 곧 약속한 벤치에서 조용히 책을 보고 있는 조민우를 발견하고는 후다닥 뛰어가서는 그의 몸 위에 올랐다.
“나 왔다.”
“오, 현주구나!”
그는 툴툴 거리면서 가방에 책을 넣었다.
“뭐야?”
“프로그래머는 소설이야.”
“프로그래머? 그게 뭔 내용인데?”
“대종사라는 작가가 쓴 장르 소설이야. 좀 황당하지 주인공이 계속 바뀌는 특이한 책이지.”
“헐? 뭔 내용이 그래?”
“내가 듣기로 본인은 책을 내지 않으려고 했나봐. 그런데 자꾸 압박을 받으니, 시간은 없으니 머리를 굴려서 기존에 썼던 습작을 옵니버스 식으로 해서 쓴 거래. 전체적으로 보면 재미가 별로인데, 한 권, 한 권 다른 내용이라고 보면 볼만은 하걸랑. 걸고 특이하잖아. 그래서 그렇지.”
“하긴 오빠도 한 특이하지.”
말을 하면서도 그의 뺨을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지금은 억만 장자 소리를 듣지만 달라진 것은 헤어스타일만 좀 바뀌어 있었다.
“어라 머리가 왜 이 모양이야? 너무 짧게 자른 것 같은데, 오빠 회사에 이 모양을 하고 출근하려고?”
“난 이게 편해.”
“헤에.”
그녀는 색다른 시선으로 조민우의 이모저모를 살폈다.
바뀐 것은 하나도 없었다.
처음 그를 만났을 때나, 지금이나 말이다.
자격지심 때문에 고민한 것이 어이가 없었다.
하지만 곧 한 가지 고민.
“참, 그 DS 백수 대학은 어케 된 거에요?”
“아, 그거 하다 보니 그렇게 된 거지. 원래 내 일과는 무관했는데, 쓸데없이 백수 챙겨 주다보니, 일이 그 모양으로 늘어난 거야.”
“하지만 그거 오빠 손해 아니에요?”
“손해? 글쎄, 그렇다고 보면, 그렇고 아니라고 보면 아닐 수도 있지. 내가 하는 사업 중에 DS 전투모기라는 사업이 있는데, 그건 그다지 하고 싶은 사업은 아냐. 그런데 그 수익금은 전부 국민 세금에서 나오는 거야. 그래서 마땅히 국민들에게 돌려준 거야. 그 뿐이지.”
“왜 그렇게 한 거에요?”
“그냥.”
“그냥이라.......오빠는 하나도 안 바뀐 것 같아요.”
“그래? 그거 욕이지?”
“치이, 아니에요. 칭찬이에요. 오빠는 상록수같은 남자라서 너무너무 좋아요.”
“크카카카카, 내가 한 상록수하지!”
“잘난 척하긴!”
하지만 그녀는 조민우가 너무너무 좋았다.
그의 팔에 착 달라붙는 있는 이 순간이 말이다.
그리고 그는 영원히 바뀌지 않는 남자처럼 보였다.
‘나, 오빠 정말 사랑해요!’
하지만 이 말을 정말 하기 힘들었다.
지금은 말이다.
그녀는 결국 이를 살짝 깨물고 노력하기로 마음먹었다.
그의 옆에 있어도 당당한 여자가 되기 위해서.
***
조민우는 그렇지 않아도 요즘 DS 백수 대학 처리 문제 때문에 골치였는데, 최현주를 만나고 나서는 좀 나아졌다.
참새처럼 옆에서 재잘재잘하는 소리가 오늘만큼은 따스하게 들렸다.
‘신기한 일이군. 내가 취향이 바뀐 건가?’
자기 스스로 생각해도 그 이유는 알 수가 없었다.
늘 보던 최현주였다.
그리고 알고 지낸 애인(?)이었다.
변화도 없었다.
한 2주 정도 떨어져 있다가 다시 본 건데, 느낌이 확 달랐다.
그 역시 그것이 마냥 신기하기만 했다.
집에 오자 쪼르르 달려와서는 자신 앞에 서서 인원 점검, 아니 개원(?) 점검하는 놈들을 보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벌써 새끼가 또 늘어서 이제는 25마리나 되는 거대 중대였다.
특히 화이트 이놈은 두목답게 건들건들하면서 이 개원 중대 애들을 감독하고 있었다.
이제는 꽤 많이 자랐다.
대략 높이만 해도 1.3m 정도에 길이도 만만치 않았다.
특히 일반적인 개와는 다르게 마치 사람처럼 알아서 착착 움직이는 것은 마음에 들었다.
한 쪽에는 다크가 이런 자식들의 위용에 그저 따스한 눈빛을 한 채 지켜보기만 했다.
그는 이놈들이 하는 행동을 묵묵히 쳐다보다가 곧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오늘도 열심히 일을 해야지. 알겠어?”
끄덕끄덕.
동시에 고개를 끄덕이는 놈들.
자기 말을 이제는 착착 알아들은 모습이다.
오늘 따라 이상하게 신기하기만 했다.
‘머리가 계속 좋아지는 것 같은데, 착각이겠지?’
그는 곧 그들이 사방으로 흩어지는 모습을 보았다.
가볍게 뛰는 동작 같았다.
그런데 무려 3m에, 거기에 담 끝에는 수만 볼트가 흐르는 전기 철책까지 있었지만 허공으로 치솟은 빙글 돌아 가볍게 넘어가는 모습.
언제 봐도 놀랍기만 했다.
그는 이런 모습을 보면서 자신의 부하들의 뛰어난 능력에 만족해하는 화이트(?)를 힐끗 쳐다보았다.
“할 일 더럽게 없는 녀석들이라니까. 문을 그냥 이용하면 될 텐데.......”
“........”
화이트는 힐끗 가끔은, 아니 요즘 들어서 자주 헛소리하는 주인(?)을 보고는 입을 다물었다.
‘바보 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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