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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당연할 것이다.
DS 전투모기는 어떻게 보면 한국 국방력 강화에 중요한 대안이 될 수도 있다. 그런 전투 장비를 ‘독도는 우리 땅’이라고 우기는 일본에게 팔아먹을 생각을 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다.
이건 정말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는 기업인이다.
무조건 개인적인 감정만을 내세울 수는 없었다.
“좋습니다. 국방부에서 오케이 한 일을 가지고 제가 왈가왈부할 수는 없겠죠. 그 쪽에서는 어느 정도 가격을 염두에 두시는 거죠?”
“한 대당 5천 정도를 감안하고 있습니다. 대신에 수량은 만대를 구입할 예정입니다. 즉 총 매입 가격은 5천억 정도가 됩니다.”
그는 단호하게 거절했다.
“그건 곤란해요.”
“네? 하지만 제가 듣기로 한국 국방부에는 50만원 납품한 것으로 압니다만 그 가격에 비하면 이 정도는 정말 비교하기가........”
조민우는 단호하게 일축했다.
“제조 원가가 많이 올랐습니다. 특히 총알에도 견딜 수 있는 재질로 대체하면서 상황이 더욱 달라져 있다고 보면 됩니다.”
그 역시 모르지 않았다. 이미 직접 옆에서 보고 경험한 까닭이다.
“그렇다면.......1억은 어떻습니까?”
그는 피식 웃었다.
“이봐요, 다다미 1등이라고 하셨습니까?”
일종의 계급 희롱.
하지만 아사키는 발끈하지 않은 채 오히려 자신의 계급을 바로 잡아 주었다.
“아사키 1등 중좌라고 합니다.”
“제가 말이죠. 우리 국방부에는 솔직히 그냥 준 겁니다. 왜냐? 당신들이 독도는 우리 땅이라고 우기면 DS 전투모기를 전부 거기 배치해서 배 침몰시키라고요.”
“네?”
“뭘 그렇게 놀랍니까? 보면 몰라요? 저거 그냥 만든 것이 아닙니다. 다 생각해서 만든 거죠. 그리고 저건 단순한 용도로 사용되는 것이 아니에요. 저기에 무장까지 하면 웬만한 코브라 헬기 이상의 전투력을 발휘하니까요.”
알렌도 지금까지는 화이트 때문에 잔뜩 쫄아있었지만 이제는 어느 정도 여유를 회복했다. 이 말에 대해서는 곧 항의했다.
“제 생각은 좀 다릅니다. 코브라 헬기가 사장님이 생각하시는 것처럼 약한 무기가 아닙니다.”
“호오? 정말 그렇게 생각해요? 그러면 한 번 실전 테스트 해볼까요? 아 그럴 필요가 없겠군요. 제가 이라크 쪽에 판매할 생각인데, 괜찮겠죠?”
“무, 무슨 말씀입니까? 그런 말이 아니지 않습니까?”
“모르면 좀 조용히 있어요. 전투모기의 장점은 뭐니 뭐니 해도 크기입니다. 여러분이 아직 착각하나 본데, 그것 추락시킬 방법이 있어요? 총알? 어지간한 총알로는 안 먹힙니다. 미사일, 그건 가능할지 모르죠. 다만 격추 수 있다는 전제 하에서죠. 설사 미사일이 근처에 와도 그 DS 전투모기는 마치 모기처럼 미끄러질 뿐입니다. 무슨 말인지 모르겠습니까?”
조용.
처음에는 미처 생각 못한 부분이었다.
그런데 막상 전투모기와 전투를 한다고 감안하자 상황은 달랐다.
격추시킬 방법이 만만치가 않았다.
더욱이 지금처럼 방어막까지 만들어 놓은 마당에는 말이다. 따라서 이런 점까지 감안하면 가격이 더욱 올라갔다.
“그렇다면 어느 정도 가격을 생각하시는 겁니까?”
“대당 50억. 수량은 2천대 기본으로 해서입니다. 아 거기에 무기는 빠진 가격입니다. 각 무기가 들어갈 때마다 옵션 비용이 따로 추가됩니다. DS 박격포 한 발에 1억, DS 기관총 100발에 1억입니다. 그리고 DS 방어막은 따로 5억이 추가로 붙습니다. 아 물론 DS 전투모기 제어 소프트웨어, 아 물론 이건 10대만을 제어할 수 있는 기인데, 이것 역시 2억 정도 됩니다. 10대씩 늘어날 때 마다 다시 비용이 5천씩 더 붙습니다. 으음, 그리고......”
이어서 주절주절한 내용.
입을 열었다하면 죄다 돈, 돈, 돈이었다.
“.......”
아사키를 비롯한 이들이야 너무 어이가 없어서 입을 다물었다.
하지만 옆에 있는 정성일 부장을 비롯한 이들 역시 당혹스럽기는 매 한 가지였다. 저렇게까지 돈, 돈, 돈 하는 조민우는 처음 본 탓이다.
‘아니 도대체 사장님이 왜 저러시는 거야?’
결국 아사키의 답변은.
“그, 그건 제가 본국에 다시 상의한 후에 연락드리겠습니다.”
“시간은 넉넉하게 줄 테니, 충분히 협의를 하세요.”
***
조민우는 이렇게 해서 반쯤 갈취에 가까운 정도로 제안을 했다.
나름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국방부의 행동 때문에 쌓인 감정이 시원하게 뚫린 기분이었다.
다만 정성일 부장을 비롯한 이들의 반응은 정말 별로였다.
“사장님, 그냥 팔지 않겠다고 하면 되지 왜 그렇게까지 하는 것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그렇게 하면 국방부에서 그냥 있을 것 같아요?”
“네? 무슨 말씀이신지?”
“일단 이 무기는 전략 전투 무기라 아마 일본 측에 수출하는 경우에 일일이 다 보고를 해야 할 겁니다. 즉 숫자 파악이 다 되죠. 그렇게 되면 얻는 것이 뭐가 있을까요?”
“글쎄요.”
“형식적으로는 없겠죠. 하지만 뒤에서 대당 커미션을 받는다면 어떻겠어요?”
“설마요? 그렇게까지 할까요?”
“그건 부장님이 너무 돈의 마력을 잘 모르기에 하는 말이지요. 물론 보통 사람은 그렇지가 않아요. 하지만 돈에 노예가 된 자들이라면 좀 다르죠. 친일파라는 그냥 나온 말이 아닌 겁니다.”
“으음. 결국 국방부에서 알력을 넣을 것이라는 말이군요.”
“그렇죠. 정확히는 국방부가 아니라 이 거래에 연루된 자들일 겁니다. 그래서 조건을 아주 복잡하게 넣을 겁니다. 저것만 감안해도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닐 겁니다.”
“........”
그들은 여기까지 듣고는 입을 다물었다.
충분히 일리가 있었다.
하지만 한 편으로 조민우가 마냥 신기하기만 했다.
자신들이 아는 조민우가 이렇게까지 머리를 굴리지 않은 까닭이다. 최근에 와서는 이전과는 달리 좀 바뀌었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아마 정치 쪽과 엮이면서 그렇게 된 것 같은데.......’
***
아사키는 자신이 묵고 있는 호텔에 돌아가자 조민우에 대해서 열나게 씹었다. 그 역시 조민우가 무슨 수작을 부린 것인지 잘 알고 있는 탓이다.
하지만 지금 그 자신은 방법이 없었다.
결국에 일본 자위대 쪽으로 전화를 걸어서 이 상황을 세세하게 전해주었다.
“알았다, 내가 바로 연락하지.”
딱 이런 답변을 들었다.
곧 이어서 그가 어디로 전화할 지는 그 자신이 더 잘 알고 있었다.
‘아마 김군일 준장에게 연락해서 다시 타협하겠지. 그렇게 되면 그렇게 되면 아마도.......’
***
김군일 준장은 일본 자위대 담당자에게서 연락을 받고 나서는 고민을 해보았다. 이미 국방부 측에 보고한 사실이기는 하지만 내부적으로 몇 가지 말하지 않은 것이 있었다.
바로 DS 전투무기에 생긴 변화 몇 가지였다.
특히 총알에 대해서 방탄효과가 있는 DS 방어막에 대해서는 아예 의도적으로 누락시켰다. 거기에 DS 박격포는 그 자신도 처음 들어보는 이야기였다.
원칙적으로 하면 이 사실은 보고를 해야 하지만 그는 그렇지 않았다.
곧 바로 조민우에게 먼저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이 사실에 대해서 항의했다.
<조 사장님이 지금까지 해주신 것에 대해서는 고맙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지금 이 일은 선을 넘었다고 생각하는데, 어떻게 생각합니까?>
대답은 뜻밖이었다.
<아 그건 테스트가 막 끝난 상태였습니다. 그래서 지금 국방부 측에 올리려고 하는 찰나였습니다.>
<흐음, 그래요? 하지만 제가 봐서는 의도적으로 숨긴 것 같은데요?>
<하하하, 그럴 리가 없습니다. 이미 보고서에는 거기에 대한 상세한 스펙이 들어가 있으니, 그것을 참조하면 될 겁니다. 그것 역시 이번 주 안으로 보고가 올라 갈 겁니다.>
<그래요?>
<네, 제가 감히 국방부를 속일 이유가 없지 않습니까?>
그냥 하는 말은 아니었다.
조민우는 지금까지 그런 적이 별로 없었다.
그 때문에 오히려 손해만 본 경우였다.
지금 일만 해도 그런 경우였다.
다만 그의 입장에서는 곤란했다.
<차라리 이번 일은 그냥 보고서에서 빼는 것이 어때요?>
<네? 무슨 말씀이신지?>
<이미 정보를 누락시킨 마당에 다시 올리는 것도 문제의 소지가 있어요. 조 사장님이 이제까지 한 것을 감안하면 넘어는 가겠지만 결코 바람직하지는 않을 겁니다.>
<하지만 일본 측에는 어떻게 하고요?>
<그건 그 쪽으로 바로 일대일로 해서 판매를 하면 되겠죠. 어차피 무기에 대한 것은 따로 분할하면 되지 않겠어요?>
<글쎄요.>
영 망설이는 분위기.
그래서 슬그머니 한 마디 해주었다.
<대신에 세금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을 몇 가지를 제가 보내죠. 그 양식에 맞추어서 비전투감시용으로 조정하면 지금 매출 대비 적어도 20-30% 정도 세금은 줄일 수가 있을 겁니다.>
20-30% 세금.
작은 양 같아도 그렇지가 않았다. 지금 거래되는 규모가 만약 1조원이라면 무려 2,000억에서 3,000억에 가까운 금액이었다.
조민우는 눈살부터 찌푸렸지만 내색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렇게 하는 것은 영.......>
<대신에 저에게 약간의 성의(?)만 보이면 됩니다. 물론 다른 분들에게도 전달이 되어야 하기에 대략 300억, 아니 400억 정도면 될 겁니다. 그러면 나머지 처리는 중간에 제가 알아서 다 처리를 하지요. 혹시라도 청와대는 걱정 하지 않아도 됩니다. 그 쪽에는 따로 손을 쓸 거니까요.>
<만약 그렇게 하지 않는 다면요?>
<이런 말 하기는 그렇지만 아마 향후 하시는 개발에 제제가 좀 들어갈 겁니다. 더욱이 DS 전투모기를 전투용으로 개발 시에 그 무기의 위험성까지 감안하면 군대가 아마 주둔할 지도.......>
<한 번 고민해보죠.>
그는 이렇게 전화를 끊고 나서는 음흉한 미소를 떠올렸다.
‘뭔 다른 대안이 없을 거야. 아마 누구라도 회사 내부에 현역 군대가 주둔하는 것을 좋아할 사람은 없을 테니까.’
***
조민우는 물론 존나 열 받았다.
설마 이런 식으로 나올지는 몰랐던 것이다. 군 비리, 군 비리하는 말을 언론에서 많이 들었지만 설마 준장이라는 작자마저 그런 지는 상상도 못했다.
정성일 부장 역시 뒤 늦게 이 일을 알고 나서는 우려를 표시했다.
“사장님, 어쩔 생각입니까? 이거 잘못하다가는 진흙 구덩이에 빠질 수가 있습니다.”
“그건 저도 알아요. 그래서 고민이죠. 솔직히 이런 작자가 있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그런데 손을 댈 수가 없어요. 자칫하다가는 다른 이들의 표절이 됩니다.”
“정말 난감한 일입니다. 사실 이런 일은 정치 성향의 문제라서 어떻게 해결해도 끝이 좋지가 않을 것 같습니다. 아마 끝까지 물고 늘어질 테니까요.”
번쩍.
그는 머릿속에 화끈했다.
미처 생각을 못한 문제였다.
당장 이 문제만 고민하다가 미처 간과한 것이다.
그는 때문에 좀 더 본질적인 고민을 해야 했다.
그가 원하는 것은 DS 전투무기의 무절제한 군용 무기로의 전환이 아니었다. 이보다는 한국 국방부의 무력을 키워 주는 것에 만족했다.
그리고 그로 인한 수익을 로봇 사업부에 전부 돌려서 기존에 목표로 하던 나노 로봇에 매진 할 수만 있다면 좋았다.
‘맞아, 내가 왜 그걸 깜빡한 거지. DS 전투모기는 원래 전투용으로 만든 용도가 아니었잖아?’
고민을 하다가 선택한 것은.
“차라리 공개가 어떨까요?”
“공개라뇨?”
“언론을 통해서 이 사실을 대문짝만하게 다 알리는 거죠. 지금가지 일어난 경과와, 사건까지 몽땅 다 말입니다.”
“하, 하지만.......”
그 역시 인정했다.
“물론 중간에 저희 측에서 법을 어긴 것이 좀 있어요. 그건 벌금 좀, 아니면 많이, 내면 끝날 문제입니다. 굳이 복잡하게 생각할 필요는 없어요.”
“하지만 세금이 많이 나올 텐데요? 거기에 미국 국방부 측에 판 덤핑(?) 문제도 있고요. 그건 아마 미국 정부에서 재소가 들어올 텐데요?”
“그걸 걸고 나오면 적당히 정부 측과 타협하면 된다고 봐요. 으음, 좀 문제의 소지가 있기는 하지만 그대로 지금처럼 숨기다가 알력 때문에 일본 측에 헐값으로 넘기는 그런 사태는 일어나지 않잖아요. 아니 아마 판매가 어려울 수도 있겠죠.”
“사장님이 그렇게 판단하셨다면 전 찬성입니다.”
“저희들 역시 동감입니다.”
“그 모습이야말로 진정한 저희 사장님답죠. 늘 당당한 모습.”
“좋습니다. 그렇게 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