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301 회 -- >
시원시원한 최현주였다.
조금은 이전과는 다른 느낌이었다.
그는 느긋한 표정을 한 채 지나가는 이들을 한 번 씩 쳐다보다가 한 쪽에 있는 포장마차에 가서 쥐포 한 마리를 샀다.
“얼마죠?”
“천원입니다.”
“여긴 어때요? 장사는 할 만해요?”
“최고죠. 여기만한 곳은 한국에 없어요.”
“그 정도에요?”
“일단 장사가 잘 되고, 안 되고를 떠나서 여기만큼 치안이 잘 되어 있는 곳은 없습니다. 자릿세 뜯어가는 놈도 없고, 거기에 공무원들이 와서 미화한다고 지랄 떨면서 뜯어가는 놈들도 없죠. 여기에 어느 정도 영역을 다 정해놓아서 서로 겹치는 장사도 안하고, 그야말로 천국입니다. 제가 소원이 있다면 조민우 사장님이 울 나라 대통령이나 함 되셨으면 합니다.”
“그건.......한 번 생각해보죠.”
“오빠!”
***
조민우는 곧 자신의 옆으로 다가와서는 팔짱을 한 채 안기는 최현주를 본 후에 쥐포 아저씨에게 손짓을 하고는 천천히 걸었다.
그는 가벼운 표정을 한 그녀의 얼굴을 힐끗 한 번 보고는 툴툴거렸다.
“나 안 보고 싶었어?”
“네.”
“흐음, 실망인 걸.”
“왜요? 어차피 전화해도 안 받아요. 그런 뭐 하러 전화해요. 보고 싶다고요? 보려고 해도 만날 수가 있어야죠. 뻑 하면 출장 갔다, 심심하면 연구 중이다. 이러잖아요.”
“오케이, 오케이, 내가 잘못했어.”
“흐음 정말 인정하는 거에요?”
“당연하지.”
“글쎄요. 영 믿을 수가 없어서요. 저 없다고 해도 다른 여자 불러 성접대(?) 명분 내세워서 흥청망청 놀 것 아니에요?”
“그건 아냐.”
“체, 말도 안 되는 소리는 말아야. 이미 우리끼리 비상 연락망이 다 되어 있으니까.”
뜨끔.
조민우는 설마 했다.
“그건 또 무슨 소리야?”
“응? 몰랐어요? 서로 다 연락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해 놓았죠. 아무래도 같이 있으면 서로 불편한 것도 있고, 이것저것 복잡하잖아요.”
“놀라운 걸.”
“오빠 때문이죠. 생각 같아서는 아예 방에 가둬 놓고, 죽도로 패고는 싶지만 참아야죠.”
“알써!”
그는 이런 식으로 계속 대화하다가는 영 끝이 좋지 않을 것 같아서 대충대충 넘어갔다. 그리고 빠른 걸음으로 DS 중앙로를 돌아보았다.
***
DS 중앙로의 모습은 마치 대구 중앙로하고 짝퉁처럼 닮아 있었다. 공원의 위치도 그렇고, 심지어 영화관도 비슷했다.
놀라운 것은 편의점이나, 숙박업소 역시 마찬가지였다.
더욱 흥미를 끄는 것은 DS 중앙로를 벗어난 후였다.
그곳에는 놀랍게도 DS 놀이 공원이 있었다.
청룡 열차를 비롯해서 없는 것이 없을 정도로 다 갖추어져 있었다. 그리고 그 시설 역시 쉽게 볼 정도는 아니었다.
“휴우, 대단하다.”
“놀랍죠? 어라, 그런데 오빠가 왜 놀라요? 이거 전부 오빠가 한 것 아니에요?”
“내가? 당연히 내가 했지.”
“그런데 왜 그래요? 뭐 그건 중요하지 않으니, 패스하죠. 이렇게 DS 대학 바로 인접해서 이런 설비를 한다는 것 자체가 정말 독특한 발상이에요.”
그는 어깨를 스윽 내밀고는 잘난 척했다.
“내가 한 머리 하지.”
하지만 내심은 좀 달랐다.
‘그런데 내가 이런 지시를 내렸나?’
***
조민우는 잠깐 동안 이 설비를 한 번 쭉 돌아보다가 곧 DS 대학 정문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하지만 그는 딱 입구에서 걸음을 멈추었다.
바로 입구 쪽을 벗어나자 건설되어 있는 두 개의 건물을 본 것이다.
규모는 실로 엄청났다.
대략 봐도 천 평이 넘는 규모였다.
놀라운 것은 그런 건물 두 개가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점이다.
층수는 무려 6층. 더욱이 건물 외형은 일반적인 건물과는 달리 투명으로 해서 건물 내부가 훤히 다 드러나 보였다.
그 내부에서는 첨단 컴퓨터 장비를 이용해서 작업하는 이들의 모습이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
“멋지죠? 정말 가끔 보면 오빠는 대단하다는 말로도 부족한 것 같아요.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할 수 있는 지 말이에요.”
‘그건 내가 한 것이 아냐!’라는 말을 꿀꺽 삼키고는 슬쩍 거짓말 했다.
“머리를 많이 썼지. 이거 고안한다고 거의 3주 정도는 일만 했을 정도니까.”
“우와, 그렇게 고민 많이 했어요.”
“당연하지. 나름 DS 대학의 발전을 위해서 노력한다는 것을 알아줬으면 해.”
이렇게 시작된 거짓말.
그야말로 청산유수였다.
최현주는 그저 고개를 끄덕이기만 했다.
아니 그런 정도가 아니었다.
조민우를 야릇한 표정을 쳐다본 것이다.
묘한 감정을 담아서 말이다.
바로 존경이었다.
그는 어깨에 힘이 절로 들어갔다.
‘역시 바로 이거야!’
하지만 한 사람, 스코트 교수의 목소리가 들린 것은 바로 그 무렵.
“여어. 이거 조 사장, 아닌가? 거의 한 6개월 만에 보는 것 같아.”
“.......”
그는 최현주의 따가운 시선을 보고는 입을 살짝 다물었다.
아니 더 이상 상황이 악화되기 전에 곧 바로 다른 주제를 끌어들었다.
“참 교수님, 혹시 소형 로봇에 대해서 아시는 것이 있으세요?”
“소형 로봇? 나노 소자를 말하나 보군. 그럭저럭 아는 것은 사실이야. 그런데 갑자기 6개월.......”
“교, 교수님, 그러면 이야기나 좀 해주세요.”
톡톡.
하지만 곧 등에서 느껴지는 노크 소리.
슬그머니 시선을 돌렸다.
최현주는 볼이 통통하게 튀어 나와 있었다.
“오빠, 거짓말이라는 것은 다 아니까. 그냥 핑계되지 말고, 솔직하게 말해봐요.”
“거짓말이라니. 절대로 아냐!”
일단 이렇게 잡아떼고는 스코트 교수를 다시 쳐다보았다.
“그 이야기나 좀 해주세요.”
“무슨 이야기 말인가? 로봇 이야기? 하지만 한 마디로 언급하기는 어려워. 아 가만 자네 DS 전투모기로 재미를 짭짤하게 보고 있었군.”
“뭐 그렇게 생각해도 좋습니다. 하지만 DS 전투모기는 좀 한계가 있어서요. 그래서 다른 방향으로 고민 중인데, 그게 쉽지가 않더라고요.”
“당연하지. 그게 쉬울 것 같으면 전부 전투 로봇을 만들어서 상용화했겠지. 드론 같은 무인 전투기도 결국에는 그게 어려워서 택한 하나의 방법이지. 자네 DS 전투 모기처럼 말이야.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기가 막히는 판단이었어.”
“그러면 쉽지가 않다는 말이군요.”
“아니, 그런 이야기가 아니네. 다만 기반 기술이 생각보다는 많이 필요해. 특히 나노로봇 같은 경우에는 일반 제조가 아니라, 반도체 집적 기술과 비슷한 기술을 응용해서 만들어야 하니, 그런 점도 쉽지는 않을 거네.”
“혹시 거기에 대해서 아시는 것이 없습니까? 아니면 다른 괜찮은 대안이라도요?”
“글세, 그건 생각 좀 해봐야겠는 걸.......”
슬쩍 한 마디하고 빠지는 스코트 교수.
그가 무능해서가 아니었다.
그만큼 어렵다는 것이 보다 정확했다.
하지만 그는 이런 상황을 그냥 방치할 수는 없었다.
“좋습니다. 그러면 정확히 2주 후에 원탁의 교수회의 시간에 제가 그 부분에 대해서 협의를 할 생각입니다. 다른 교수 분에게 미리 좀 전해주세요.”
“그건........”
“아, 이건 DS 대학 오너로 처음 내리는 강압 지시입니다!”
“끄응, 알겠네.”
***
최현주는 불만스러운 표정을 한 채 멀어져가는 스코트 교수를 보다가 힐끗 깊은 사색에 잠겨 있는 모양을 하고 있는 조민우 옆에 붙어서는 천천히 걷기만 했다.
딱 봐서는 자신 때문에 화나서 심술을 부린 것이 틀림없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그만큼 자신을 생각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연스럽게 조민우를 처음 만난 그 시절로 돌아가 보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때 조민우 오빠는 참 별 것이 없는 사람이었다.
사업이 망하고 나서는 기가 팍 죽어 있는 모습.
감히 자신과 같은 영계(?)에게 엉뚱한 수작을 부릴 엄두를 내지 못했다.
‘나이 차이 때문이겠지?’
그건 당연했다.
그런데 지금은 전혀 그렇지가 않았다. 워낙에 성공한 사람이 되어버려서 오히려 이 정도 나이 차이는 그다지 티가 되지 않았다.
아니 객관적인 모습만 봐도 자신이 오히려 부담스럽기만 한 남자였다.
그 때 그 선택.
만약 조민우를 가볍게 생각하고, 냉랭하게 대했다면 그 결과는 너무 뻔했다.
‘지금은 쳐다보지도 않겠지?’
그 때의 추억.
그 기억이 자신과 조민우 사이에는 공감대를 만들어 놓은 것이다.
비록 지금은 조민우가 억만장자가 해도 말이다.
그리고 자신은 당당하게 그의 옆에 있을 수가 있었다.
그런 상황이 너무도 좋았다.
조금 전에는 거짓말 때문에 심술이 나기는 했지만 머릿속에서 금방 사라졌다.
“오빠, 괜찮아요.”
“응? 뭔가?”
“거짓말 한 거.”
“크흠, 난 거짓말 하지 않았.......”
“그러지 말고요. 오빠는 당당할 때가 정말 멋있어요. 거짓말도 좀 뻔뻔하게 하세요. 그러면 제가 확실히 그 거짓말을 믿을게요.”
“끄응, 그래 알았다.”
그는 대답하기가 무섭게 자신의 팔에 착 달라붙어서 떨어지지 않는 최현주를 보고는 고개를 갸웃했다. 뭔가 좀 달라졌다는 것을 느낀 것이다.
자신을 대하는 태도에 감정이 담겨 있었다.
최근에는 사라졌던 바로 그 감정이었다.
‘흐음, 복잡하군.’
***
조민우는 최현주와 나름 오붓한 시간을 보내고 난 후에는 곧 회사가 아니라, 집으로 퇴근했다. 그는 집에 들어가기가 무섭게 자신을 향해서 쪼르르 달려오는 화이트와, 이 녀석의 수하인 다크 새끼 패거리들을 볼 수가 있었다.
처음에는 평소처럼 가볍게 손을 흔들고는 지나쳤다.
하지만 그는 곧 자리에서 멈추었다.
‘어라? 뭔가 좀 이상한......헤에, 커졌잖아?’
정확히 자라 있었다.
화이트를 비롯해서 다크 새끼들 전부 해당이 되었다.
특히 다크 새끼들은 몸통 길이가 무려 길이가 2m 정도까지 커져 있었다.
비록 자신이 거의 이놈들을 보지 않는다고 해도 너무 갑작스러운 성장이었다.
더욱이 다크 새끼들의 위용은 단순히 덩치가 커진 것만이 아니었다. 근육이나, 골격, 심지어 털조차도 과거의 그들과는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놀라운 사실은 과거 그 자신들의 어미보다 더한 카리스마를 뿜어내고 있었다.
그 숫자가 무려 20 마리.
사자보다 더한 놈 20마리가 떡하니 자신의 앞에 줄 서 있는 모습.
보고만 있어도 가볍지가 않았다.
하지만 역시 가장 큰 변화를 보인 것은 바로 화이트.
이전까지만 해도 고양이만한 사이즈였는데, 이제는 크기가 좀 커져 있었다.
다크 새끼들에 비해서 60% 정도의 덩치였다.
바로 일반적인 개와 비슷한 크기였다.
하지만 분위기는 전혀 달랐다.
딱 앉아 있는 자세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운은 다른 다크 새끼들이 겁을 집어먹고는 뒤로 주춤 물러날 정도였다.
그건 자신의 저택을 보호하는 경비원들의 표정만 봐도 알 수가 있었다.
다들 겁을 잔뜩 집어먹은 채 근처에 올 생각을 안 하고 있었다.
“흐음.”
하지만 조민우는 오히려 가소로운 표정을 한 채 유심히 이놈을 째려봤다. 혹시라도 자신에게 시비를 걸까 하는 모습을 지켜본 것이다.
그런데 그렇지 않았다.
다들 그저 와서 보고하는 그런 수준에 불과했다.
놀라운 것은 화이트였다.
이전까지만 해도 철없이 굴던 놈의 태도가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의젓하면서도 품위가 있는 모습.
딱 그냥 앉아 있는 모습에서도 개와는 전혀 다른 제왕(?)의 품격이 느껴졌다.
하도 어이가 없어서 불쑥 한 마디 했다.
“원하는 것이 뭐야?”
도리도리.
없다는 표시.
“그런데 뭐야? 이렇게 애들 모아 놓고, 나를 겁주자는 것도 아니고? 저기 경호들 좀 봐. 너희들 때문에 다들 공포에 질려 있잖아!”
화이트는 역시 반응 없는 이 멍청한 주인을 보고 어깨를 으쓱했다.
순간이었다.
다른 다크 새끼들이 마치 무협 소설에 나오는 절정고수인 것처럼 몸을 날려서 허공으로 사라졌다. 아니 정확히는 담벼락을 밞고는 담을 넘어서 사방으로 흩어진 것이다.
바로 이제까지 해온 던 감시 일이었다.
하지만 그 위용이 장난 아니었다.
가히 압도적인 기세였다.
“........”
그는 묘한 표정을 한 채 이 광경을 보다가 물끄러미 화이트 이놈을 쳐다보았다. 하는 태도가 정말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런데 이제는 덩치(?)가 커져서 손을 대기가 좀 부담스러웠다.
모른 척하고는 그냥 자신의 거실로 들어갔다.
***
집 안은 텅텅 비어 있었다.
각자 다들 바빠서 떠난 것이다.
두 사람은 일이 방해된다고 DS 사옥으로 들어갔다.
최현주는 DS 기숙사. 나머지 두 사람은 이번에는 반드시 DS 대학에 붙는다고 경한대 기숙사로 간지가 오래였다.
썰렁한 느낌이 영 부담스러웠지만 냉장고에 가서 맥주 캔 하나를 딴 후에 소파에 앉아서 안주를 먹으면서 TV를 보았다.
아니 TV를 보려고 했다.
그런데 자신의 옆에는 어느 사이엔 화이트가 와서 앉아 있었다.
말도 없고, 표정도 없었다.
행동도 보이지 않았다.
갑자기 커 버린 자식을 보는 느낌.
바로 그것이었다.
조민우는 결국 먹고 있던 안주 하나를 내 밀었다.
“이거 먹을래?”
답은 바로 행동으로.
쪼르르 달려와서는 덥석 물고는 단숨에 삼켰다. 평소와는 달라진 이런 행동에 피식 한 번 쳐다보고는 곧 TV 화면을 보려고 했다.
그런데 그 때였다.
‘이 녀석이 참 똑똑하기는 한데, 손이 없어 불편해 보이는 구나. 손만 있어도.......으음, 잠깐만, DS 전투모기 역시 손이 없기는 매 한 가지잖아? 그렇다면 차라리 손을 추가하는 것이 어떨까?’
물론 여기서 말하는 손은 그냥 손이 아니었다.
사람 손처럼 미세한 동작을 할 수 있는 기능이다. 그렇게 하면 DS 전투모기를 이용해서 할 수 있는 일이 생각보다는 많을 것이라 보았다.
그것은 향후 손 기술을 획보 할 수 있는 하나의 기반일 수도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나쁘지 않아 보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