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현대 마법사-306화 (306/397)

< -- 306 회 -- >

그 역시 마찬가지였다.

상대가 부정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자 이야기하기가 편했다.

“참 공장 이전은 어떻게 되었습니까? 문제가 없이 끝난 건가요?”

“네, 일단 기존의 실리콘 제조, 가공, 조립 라인 핵심 라인은 문제없이 이전이 끝났습니다. 이미 테스트 확인까지 끝난 상황이고, 칩 도면만 있다면 언제라도 제조가 가능합니다.”

딱 자신이 원한 대답이었다.

그리고 한 편으로 의례적인 대답이었다.

하지만 조민우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그 공정을 직접 보고 싶은데요. 가능하시겠습니까?”

“네? 사장님이 직접 말입니까?”

“네.”

“그건 상관은 없습니다. 하지만 굳이 사장님이 그런 것까지 볼 필요는.......”

그는 단호하게 일축했다.

“있습니다.”

“그러시다면 따라오시죠.”

“참 싫으신 분들은 견학을 하지 않아도 됩니다.”

하지만 택도 없는 소리였다.

“당연히 가야죠.”

“사장님 가는데, 부장이 가지 않을 수가 없죠.”

“연구 소장이 빠지는 것도 웃기는 일입니다.”

“영업 부장 역시 뭘 좀 알아야 영업하지요.”

“하드웨어 개발자도 요즘은 공정을 좀 알아야 하는 법입니다.”

이런 분위기였다.

결국 이들은 아론 소장의 뒤를 따랐다. 다만 그는 이들을 안내하면서 계속 고개를 갸웃했다.

‘특이한 사장님에, 특이한 직원들인 것 같군. 역시 스코트 교수님의 조언을 미리 듣기를 잘했어.’

***

반도체 제조 공정은 크게 웨이퍼 제조, 가공, 조립, 및 검사 과정으로 되어 있다.

웨이퍼 제조 공정은 크게 다음 단계로 나눈다.

실리콘 웨이퍼 제조를 위한 고순도의 일정한 모양이 없는 폴리 실리콘이 고도로 자동화된 단결정 성장로 속에서 단결정으로 변형된다. 고진공 상태에서 섭씨 1,400도 이상의 고온에 녹는 폴리 실리콘은 정밀하게 조정되는 조건 하에서 단결정봉으로 성장하게 된다.

그 다음 공정은 절단 공정으로 얇은 슬라이스로 변형시키는 공정이다.

그리고 곧 이어지는 것은 웨이퍼 표면 연마를 하게 된다.

다음에 하게 되는 작업은 바로 CAD 시스템을 사용해서 웨이퍼 상에 그려질 회로 패턴을 설계한다. 그리고 설계된 회로패턴을 유리판 위에서 그려내어서 마스크를 만든다.

여기까지가 웨이퍼 제조 공정이다.

조민우는 흰색 가운을 걸친 채 이 공정을 지켜보면서 고개를 내저었다.

‘이건 어떻게 할 방법이 없군.’

자신이 가진 능력으로 적용할 방법이 전혀 없어 보였다.

“그 다음 공정을 보고 싶군요.”

“따라 오시지요.”

그는 소개를 하면서 다른 이들과는 달리 적극적인 태도로 공정을 살피는 조민우의 모습에서 깊은 인상을 받았다.

‘확실히 보통 다른 경영자와는 다르군.’

***

웨이퍼 가공 공정은 바로 웨이퍼 표면에 반도체 소자 IC를 형성하는 과정을 말한다.

처음은 바로 고온에서 산소와, 수증기를 실리콘 웨이퍼표면과 화학 반응시켜 얇고 균일한 실리콘 산화막을 형성시키는 과정이다.

그 다음은 감광액을 웨이퍼 표면에 고르게 바른다.

그리고 포토 마스크를 웨이퍼 위에 얹은 다음에 조준을 맞추고 강한 자외선을 통과시킨다.

자외선 빛은 마스크 위의 패턴을 웨이퍼에 그려주게 된다.

여기서 웨이퍼 표면에서 빚을 받은 부분은 막을 연상시키는 공정으로 일반 사진 연상과 동일하다.

그리고 이어지는 것은 회로패턴을 형성시켜 주기 위해서 반응성 GAS를 사용해서 필요 없는 부분을 선택적으로 제거시키는 공정이다.

다음으로 이어지는 것은 회로패턴과 연결된 부분에 불순물을 미세한 가스 입자 형태로 가속하여 웨이퍼 내부에 침투시켜서 전자소자의 특성을 만들어 준다.

“자, 잠깐만요. 그렇다면 이온주입 공정을 통해서 전기적인 성질을 가지게 만들어준다는 말인가요?”

“네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아예 전기가 통하지 않습니다. 전기적인 성질을 가지게 해야 각 IC 끼리 동작을 하게 됩니다.”

“여기서 반도체 특성이 조금씩 차이가 나게 되겠군요.”

“아마 그렇게 보시면 됩니다. 특히 전기 저항이나 이런 면에서 약간씩 불일치가 일어납니다. 저속의 소자라면 상관이 없지만 우리 모토롤라에서 사용하는 고속 소자같은 경우에는 이런 점을 많이 신경 써야 합니다. 따라서 감사 과정에서 철저하게 검사를 하게 됩니다.”

“그걸 좀 볼 수가 없을까요?”

“그러지요.”

말과 동시에 곧 한 쪽에 있는 엔지니어에게 손짓했다.

곧 엔지니어가 기계를 동작시키자 불룩한 물체 한 쪽에서 빛이 나기 시작하더니, 곧 웨이퍼에 빛이 반짝이기 시작했다.

늘 하는 일이라서 그런지 그렇게 특이한 분위기는 아니었다.

조민우는 이 모습을 보다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만약 저 과정에서 DS SXD 고농도 물질을 이용해서 증착시키면 어떤 현상이 생길까? 수증기는 어차피 중간에 증발될 것이고, 결국에는 남는 것은 마나만 증착하지 않을까? 아니 쉽지는 않을 것 같군. 뭔가 다른 조작을 가해야 할 것 같군.’

일단 대충 감은 잡았다.

아마 마나가 전기 특성을 가진 물질에 같이 증착되게 되면 분명히 영향을 줄 것이라고 보았다. 정확히는 반응성이 높아진다는 이야기이다.

‘아마도 저항이 줄어들 거야. 문제는 얼마나 줄어드나 하는 점인데.......’

그건 지금 판단하기가 어려웠다.

그는 곧 바로 한 가지 질문을 해보았다.

“혹시 지금 모토롤러 CPU에서 당장에 사용가능한 CPU는 뭐죠?”

“프리스케일입니다. 현재는 대략 200MHz 제품부터 해서 다양한 속도의 제품이 나와 있습니다.”

“좋습니다. 그 200MHz를 기준으로 하죠.”

“네? 뭘 말입니까?”

“한 가지 해야 할 일이 있습니다.”

“무슨 말씀이시진?”

“아마 우리 회사에서 사용하는 DS SXD라는 제품에 대해서 아실 겁니다. 그건 단순히 청량음료로 사용하는 것이고, 실제로는 농축을 해서 공업적으로 사용이 가능합니다. 특히 이 녀석은 물질의 전기 저항에 꽤 큰 영향을 줍니다. 따라서 저 실리콘 웨이퍼에 증착만 시킬 수 있다면 아마 전기 저항 자체를 떨어트릴 수가 있을 겁니다. 기존의 제품에 비해서요.”

“헐? 저, 정말입니까?”

깜짝 놀랐다.

그런 이야기가 있다는 것은 여기서 처음 들은 탓이다.

그런 면에서 보면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이상하군요. 그런 성질이 있다면 왜 사람들이 모르고 있는 겁니까? 더욱이 사장님은 왜 그런 특성을 알리지 않으신 겁니까? 공업적으로 팔아도 수익이 엄청날 텐데요?”

그의 대답은.

“귀찮아서요.”

***

아론 소장은 조민우가 다소 생뚱맞다는 것을 알았지만 그의 지시에 따라서 이온 공정에 DS SXD 농축액을 증착시키는 방법을 실험하기 시작했다.

물론 그 결과는 역시 쉽지가 않았다.

“크, 큰일 났습니다. 빔 장치가 고장 났습니다.”

“뭐야? 아니 왜?”

“그 이상한 DS SXD 때문입니다. 이온 장치에 넣어서 활성화되는 순간에 고열이 발생합니다. 그 때문에 장치가 녹아버립니다.”

조민우는 이 이야기를 듣기가 무섭게 슬쩍 도망쳤다.

그는 딱 봐서는 쉽게 될 것 같아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뭐 알아서 해결하겠지. 어차피 저 장비는 가격이 무지 비싸잖아? 고장을 자꾸 내면 반도체 직원 급료에서 깔 수밖에 없지.’

***

실험은 생각보다는 속도가 좀 느리게 진행이 되었다.

고장이 몇 번 나자 쉽게 생각할 수가 없었다.

더욱이 조민우가 급료 삭감 이야기까지 중간에 슬쩍 흘리자 분위기는 완전히 달라졌다.

결국에는 이온 제조업자까지 불러 장비를 교정해야 했다.

바로 지금 이 상황에 견딜 수 있도록 방법을 찾기 위함이었다.

당연히 업체 측에서는 반발했다.

“그건 안 됩니다.”

조민우 왈.

“그 완성된 이온 장비는 추가로 3대 더 구입할 겁니다.”

“당연히 해드려야죠.”

이렇게 해서 다시 이 변경 작업을 진행했다.

다소 버벅거리는 면이 없잖아 있었지만 근본적으로 고열이 발생하는 것만 막으면 되었다. 그리고 DS SXD 농축액이 무사히 증착되기만 하면 되었다.

이 정도를 못할 이유는 없었다.

물론 그 증착액이 제대로 붙었는지는 열외로 하더라도 말이다.

***

삼주 후.

“사장님, 성공했습니다.”

“좋아요. 그러면 바로 그것을 공정에 적용해서 한 번 CPU를 제작해보세요. 물론 테스트까지 진행을 하셔야 합니다. 최대 몇 MHz까지 동작하는 지 확인도 필요합니다.”

“알겠습니다.”

그는 간단하게 대답했지만 조민우의 지시를 잘 이해할 수가 없었다.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군. 정말 그렇게 한다고 해서 CPU가 고속으로 동작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여전히 반신반의하는 아론 소장이었다.

***

아론 소장은 최종 공정에서 나와서 테스트까지 끝난 칩을 받아서 다시 한 번 쭉 확인해보았다.

그도 과연 이 CPU가 얼마나 놀라운 성능이 있는 지 궁금했다.

일단 설계 자체는 200MHz로 되어 있기에 그 이상은 돌기가 어려웠다.

하지만 그도 조민우의 소문에 대해서는 익히 들어 본 바 나름 기대를 해보았다.

그리고 테스트를 진행시켰다.

200MHz.

당연히 문제가 없었다.

옆에서 테스트 진행을 하던 엔지니어는 꽤 만족스러웠다.

“이번 제품은 느낌이 좋습니다.”

“그래? 난 별로 못 느끼겠는데?”

“아 참, 소장님이 저희랑 똑같습니까? 저희는 매일 하는 일인걸요.”

“쯧쯧, 그런가? 일단 속도나 한 번 올려보게.

“네.”

그 다음은 300MHz.

문제가 없었다.

모니터 화면에는 DS 로고가 깔끔하게 나왔다.

그도 살짝 놀랐다.

“노, 놀랍군.”

계속 이어진 것은 400MHz.

역시 문제가 없었다.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서 독촉했다.

“이봐, 그냥 700MHz로 한 번 해봐.”

“네? 그 속도로요? 그건 무리입니다. 이건 제조 속성을 잘 타서 운이 좋은 겁니다.”

“아 정말 답답하게 하네, 빨리 좀 실험이나 해봐!”

“아, 알겠습니다.”

소장이 버럭 화를 내자 그 역시 어쩔 수가 없었다.

그냥 한 번에 왕창 올려 버렸다.

실수로 올라간 속도는 무려 1.2GHz.

하지만 잘만 돌아갔다.

“!”

그제야 뭔가 좀 이상했다.

엔지니어 역시 그냥 다음 단계로 넘어갔다.

이번에는 1.5GHz까지 올렸다.

역시 잘 돌았다.

그리고 그 다음은 2.0GHz.

문제가 없었다.

엔지니어도 이제는 모르겠다고 판단했는지 그냥 한 번 쭉 올려보았다.

그렇게 해서 나온 수치는 3.0GHz.

잘만 돌아갔다.

조용.

순간 테스트 실에 침묵이 감돌았다. 옆에 다른 일을 하던 이들조차 이제는 호기심을 가지고는 주변으로 몰려들었다.

무려 3.0GHz로 동작하는 모바일 CPU는 현재까지 없었다. 아니 인텔의 PC용 CPU도 없다는 것이 보다 정확했다.

곧 관심을 가지면서 이번에는 다시 한 단계 더 올려서 바로 인텔조차 포기한 4.0GHz까지 올려 보았다.

역시 잘 돌았다.

“아!”

그제야 감탄사가 터져 나왔다.

실로 놀라운 일이었다.

어떻게 보면 지금까지 결과만 놓고 봐서는 CPU 시장에 큰 영향을 줄 수도 있는 일이었다.

아론 소장은 곧 큰 기대를 가지고 진행시켰다.

“계속!”

“네.”

다음에 진행한 것은 무려 6GHz.

그 결과는 역시 잘 돌았다.

그리고 다시 7GHz.

잘 돌았다.

분위기는 이제 처음과는 달랐다.

다들 안색을 딱딱하게 굳혔다.

이 실험 결과에 충격을 받은 것이다.

아론 소장은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서 자신이 직접 엔지니어를 밀고 값을 한 번 크게 올려 보았다.

이번에는 10GHz.

결과는 오케이였다.

“이, 이럴 수가!”

결국 입을 딱 벌린 엔지니어가 나왔다.

이제는 다들 심각한 분위기였다. 이 정도의 기술이라면 사람 목숨 하나 정도는 묻어버리고도 남을 정도로 중요한 것이었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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