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307 회 -- >
그래서 슬그머니 뒤로 물러났다.
그가 뒤로 물러나자 옆에 있는 이들도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론 소장이 소리쳤다.
“무슨 일인가?”
“뭐가 좀 이상한 냄새가........”
갑자기 CPU를 탑재한 테스트 장비에서 빛이 뿜어져 나왔다.
번쩍.
그리고 곧 이어서 들린 소리.
콰아앙.
비록 그렇게 크지 않는 규모이기는 하지만 강렬한 폭발이었다. CPU가 들어가 있는 테스트 장비는 순간적으로 일그러지면서 한 쪽으로 몰려 들어갔다.
와드득.
다들 반사적으로 지면에 납작 엎드렸다가 겨우 폭발이 진정되자 몸을 일으켰다.
입을 딱 벌린 채로 완전히 한 쪽에 망가져 있는 실험 장비를 멍하니 쳐다보았다.
“세, 세상에.......”
딱 봐서는 사람이 옆에 있다면 한 방에 훅하고 저 세상으로 갔을 정도로 폭발력은 충분했다.
그나마 지금은 운이 좋아서 큰 부상을 입은 이들이 없지만 만약 저것을 출시했다가는 결과는 불을 보듯 분명했다.
아마 보험 줄 소송에 시달려야 했다.
아론 소장 역시 아쉬운 표정을 한 채 잠깐 폭발 현장을 살펴보고는 고개를 내저었다.
‘이건 정말 문제가 심각하군.’
그리고 이 사실은 즉각 조민우에게 보고가 되었다.
***
조민우는 ‘초기 문제가 없다!’는 CPU 진행 상황에 대한 결과를 보고 받았을 때만 해도 그다지 믿지 않았다. 이렇게 순탄하게 갈 리가 없다고 판단했다.
차라리 DS CPU가 폭발했다는 이야기를 듣자 오히려 안도했다.
“다행입니다.”
“네? 무슨 말씀입니까? 지금 CPU가 폭발한 겁니다. 만약 사람이 있었다면.......”
“그러니, 괜찮다고요. 다행히 아무도 없었지 않습니까? 이제부터 원인을 찾아야죠.”
“그런 말씀은.......”
“아, 그만 좀 해요. 지금부터 문제를 해결하면 답은 금방 나올 겁니다. 설마 아론 소장님은 이거 단번에 제품을 만들어서 팔겠다는 허황한 생각을 한 것은 아니겠죠?”
“그건 아닙니다.”
“좋아요. 그러면 바로 문제 원인 파악을 위해서 한 번 노력해보세요. 그리고 저에게 그 문제가 된 CPU 배선 제품 몇 개 보내주고요.”
“알겠습니다.”
***
조민우는 곧 CPU 사업부 엔지니어를 통해서 진공 상태로 된 몇 개의 웨이퍼 샘플을 받아서 그 결과를 전자 현미경을 통해서 관찰해보았다.
지금까지는 그냥 그럴 것이라 추측했다.
바로 DS 글리세린과 비슷한 반응이 나타날 것이라 보았다.
결과적으로 비슷했다.
다만 그 결합 구조가 어떻게 되어 있는 지는 그도 궁금했다.
현미경을 통해서 나타난 결과는 그 자신이 예상한 것과는 좀 달랐다. 웨이퍼 표면 내부로 스며든 것은 맞았다.
그런데 그 표면에 남아 있는 것이 있었다.
지금 결과만 봐서는 아마 표면에 스며든 것 때문에 CPU의 성능이 올라갔다고 봐야 했다.
‘아마 전기 저항 자체가 낮아져서 그렇게 성능이 올라갔다고 봐야 해. 그런데 이 표면에 남아 있는 마나가 성분이 문제군.’
바로 배선이 된 회로 위에 덮여 있는 마나.
그 양은 얼마 되지 않았다. 아마 고온에 의해서 대부분의 마나는 외부로 증발되어서 대기 속으로 사라지는 것이 틀림없었다.
하지만 순간적인 압력에 의해서 표면에 결합된 마나는 사라지지 않았다. 마치 생물체 속으로 들어간 마나처럼 말이다.
그는 이 결과를 보면서 느낀 바가 좀 있었다. 모든 마나가 완벽하게 사용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일부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따라서 설사 같은 마법을 사용한다고 해도 그 효율은 사람마다 다르다. 그 자신의 마법 위력이 다른 1서클 마법사에 비해서 월등한 이유도 아마 이런 이유라고 봐야 했다.
‘내 마법이 효율이 높아. 왜 그럴까?’
그것은 아마 마나에 대한 통제력이 높아서라도 봐야 했다.
그 원인은 아마도.......
‘삽질 때문일까?’
이제까지 DS 시리즈를 만들면서 한 그 끔찍한 수련.
아니 그건 수련이라기보다는 중노동에 가까웠다.
그 때문에 자신의 마나에 대한 통제 능력은 점점 강해졌다.
마나 저능아가 아닌 이상은 효율이 올라간다.
결국 자신의 마법적인 성장에는 이런 점이 있다 봐야 했다. 그렇다면 자신이 1서클에서 아직 헤매는 이유는 아주 간단했다.
‘재능이 없어서일까?’
그렇게 보면 딱딱 맞아 들어갔다.
자신은 마나에 대한 재능이 쥐 털만큼은 있었다.
그 때문에 반복 수련을 통해서 그 마나에 대한 통제력을 얻었다.
하지만 거기까지가 한계였다.
그는 마나에 대한 자질 자체가 부족해서 그 이상은 어려웠다.
오히려 이 때문에 꾸준한 삽질을 반복했고, 오히려 이상한 방향으로 성장을 거듭했다. 솔직히 지금도 7서클 마법사가 얼마나 대단할지 모르겠지만 진다는 생각을 들지 않았다.
‘하지만 변치 않는 사실은 있어. 내 허접한 재능이겠지.’
***
조민우는 자신의 현실을 알자 다소 실망했지만 곧 기운을 회복했다. 어차피 자신은 마법사가 아닌 경영자였다.
굳이 마법까지 잘 사용하는 마법사가 될 필요는 없었다. 곧 다시 자신이 지금까지 발견한 것을 토대로 남은 표면 누설 마나 제거에 대해서 고민했다.
그런데 방법이 쉽지가 않았다.
지금 봐서 고열이 가해지면 이 누설 마나가 결합하는 것 같았다. 그런데 이 CPU가 동작할 때 발생되는 전기가 영향을 준다고 보여줬다.
두 가지가 서로 결합하게 되면 마치 DS 글리세린과 비슷한 효과가 나타나서 폭발하는 것처럼 보였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
답은 쉽게 나올 것 같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이제까지 삽질한 경험을 쭉 떠올려 보았다.
별의 별 일이 다 있었다.
겨우 이런 일을 해결하지 못할 이유는 없었다.
결국 고민을 거듭했다.
그러다가 떠올린 것은.
‘가만 DS SXD가 따지고 보면 마나가 녹은 물이잖아? 그것을 여기에 뿌리면 어떻게 될까? 씻겨 나가지 않을까? 아니 최소한 영향을 줄 것 같은데?’
판단을 내리자 곧 바로 실험을 해보았다.
상온에서 일단 DS SXD를 흘려보았다.
불행히도 효과는 없었다.
온도를 한 번 살짝 올려 보았다.
대략 15도 정도로.
역시 변화가 없었다.
그 다음은 20도.
그리고 곧 이어서 30도.
결국 40도.
다시 여기서 50도까지.
그래도 녹지 않았다.
‘에라 모르겠다!’
눈 딱 감고 100도까지 한 번에 올려보았다.
아 물론 근처에 있지 않았다.
아예 폐쇄된 실험실 내에 넣어서 실험했다.
다행히 효과가 있었다.
다시 실험을 반복해서 알게 된 정확한 온도는 80도 정도였다.
그리고 여기서 다시 실험을 계속 반복해서 알게 된 사실은 아주 간단했다. DS SXD가 끓을 때, 쯤에 표면에 있는 누설 마나를 다 제거한다는 점이다.
곧 바로 이 기술(?)을 아론 소장에게 알려주었다.
***
아론 소장은 조민우에게 들은 내용에 대해서 의아했지만 굳이 질문하지는 않았다.
딱 조민우를 통해서 들은 한 마디 말 때문이었다.
“이유는 묻지 마세요!”
그는 이 수긍했다.
어차피 지금 자신이 하는 일 자체가 이해가 되지 않았고, DS 내부에서 벌어지는 일 중에서 상식적인 것은 그다지 많지가 않았다.
곧 다시 실험을 재개했다.
그렇게 해서 나온 최종 결론은.
15GHz였다.
여기까지는 제대로 동작을 했다.
그 이상을 넘어 가면 열을 견디지 못하고는 다운되어버렸다. 이 실험 결과를 얻게 되자 곧 바로 이 회의를 소집했다.
***
조민우는 상온에서 15GHz까지는 제대로 동작한다는 이야기에 꽤 만족한 채 크리스티 소장을 쳐다보았다.
“어때요? 이 정도면 되겠습니까?”
“15GHz면 충분합니다. 아마 꽤 효율이 좋은 결과가 나올 겁니다.”
“그러면 한 번 기대해보죠.”
이렇게 결론이 났다.
이 DS CPU는 곧 로봇 사업부 쪽으로 넘어갔다.
크리스티 소장은 다른 엔지니어와 더불어서 DS 팔 제작에 매달렸다. 이번 팔은 기존의 팔과는 많은 의미에 달랐다.
일단 CPU가 무려 15GHz로 동작하는 이상, 최대한 그 결과를 살릴 필요가 있었다.
기존에는 툭툭 끊어진 그런 동작에 대해서도 보완을 강구했다.
하지만 여기에 다시 문제가 있었다.
“모터가 문제군.”
스즈키 차장 역시 당혹스럽기는 매 한 가지였다.
“아직 모터 기술은 사람과 같은 정도의 응답 특성을 보일 수가 없습니다. 즉 머리가 아무리 좋아도 몸이 따라주지 않으면 효과가 없는 셈입니다. 지금 봐서는 300MHz도 오버라고 보입니다.”
“이거 참 민망하군. 다른 방법이 없을까?”
“지금 우리고 고려하는 이런 첨단 모터 기술은 간단하게 볼 수가 없습니다. 우리 로봇 사업 영역과는 좀 다릅니다.”
“휴우, 어쩔 수가 없군. 결국 사장님에게 보고를 해야겠어.”
그는 곧 바로 다시 이 사항에 대해서 회의를 요청했다.
11장 DS CPU
조민우도 이제는 곧 결실이 날 것이라고 생각하고는 좀 느긋하게 기다렸다.
이제는 문제 될 것이 없었다.
DS 마나 코어라는 새로운 에너지원까지 만들어 주었다. 거기에 무려 15GHz까지 동작하는 최고의 성능을 가진 CPU도 만들어주었다.
이 정도라면 어떤 결과라도 나와야 했다.
하다 못해서 왕 모기라도 말이다.
그는 때문에 더 이상은 자신이 관여하기 싫었다.
아니 이제는 좀 지쳐갔다.
DS 나노 로봇을 개발하기 위해서 시작한 여정.
지금에 와서는 처음과는 달리 좀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간다는 것 정도는 눈치 챘다. 특히 DS CPU 같은 경우는 정말 오버였다.
정성일 부장은 물론 이런 그를 그냥 내버려 두지 않았다.
“차라리 DS CPU만 따로 파는 것이 어떻습니까?”
“안돼요.”
“아니 왜 안 된다고 하시는 겁니까? 그 정도라면 충분히 장점이 있습니다. 비록 인텔 CPU에 비해서 구조가 간단하지만 단순히 성능만으로 충분히 경쟁을 할 수가 있을 겁니다.”
“그래도 안 됩니다.”
“사장님, 정말 답답하십니다.”
조민우는 여기에 대해서는 분명히 일축했다.
“지금우리가 하는 일은 DS 나노 로봇을 만드는 것입니다. 그 결과가 나오기 전에는 또 이상한 일을 벌일 생각이 없어요!”
“아니 사장님, CPU를 파는 것이 왜 이상한 일입니까? 차라리 DS 나노 로봇을 만들어서 팔겠다는 생각 자체가 오히려 문제가 있는 겁니다.”
“그렇지 않아요. CPU를 사용한 분야는 미래가 불투명합니다. 진정한 원천기술로 이루어진 경쟁력을 가진 분야가 막대한 부가기치를 창출할 수가 있어요.”
“그건 더 이상합니다. 아니면 15GHz CPU가 첨단기술이 아니고, 노화된 옛날 기술이란 말입니까?”
생각보다 끈질긴 정성일 부장.
결국 의아해서 질문했다.
“아니 왜 그렇게까지 그 CPU에 눈독을 들이는 거죠?”
“크, 크흠, 그건 아닙니다.”
“아참, 제가 정 부장님하고 하루 이틀 생활합니까? 눈에 뻔히 보이는 거짓말 마세요.”
“사실은........다른 기존 직원들이 그걸 이용해서 제품을 만들고 싶어 합니다. 아무래도 이제까지 자신들이 한 것이 없으니, 좀 불안감을 느낀 거죠.”
그 때 마침 비서의 보고가 이었다.
-아론 소장님이 보고 드릴 것이 있다고 합니다.
***
DS 본사 회의실.
조민우는 묵묵히 듣기만 했다.
크리스틴 소장이 쭉 설명을 하는데도 그다지 중간에서 끼어들지 않았다.
일단 지켜보기로 했다.
그런데 그 설명이 끝날 무렵이 되자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결국 지금 DS CPU에 맞는 모터를 새로 개발해야 한다는 말입니까?”
“네.”
하도 어이가 없어서 툴툴거렸다.
“어떻게요?”
“그건 저도 잘 모릅니다. 아니 정확히는 이 부분 쪽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 봅니다. 저희 쪽에서 원한 성능을 가진 모터를 개발한 업체가 있는 지 확인하는 것 하나와, 그것이 없으면 아예 새로 개발해야 합니다.”
“시간이 얼마 정도 걸릴 것 같아요?”
“그게 좀.......”
확실치가 않았다.
지금 봐서는 1년이 걸리 지, 2년이 걸릴지 불투명했다.
그는 결국 묵묵히 생각에 잠겼다가 불쑥 한 마디 했다.
“차라리 기존의 모터를 최대한 사용해서 그 효율을 낼 수 있는 방법으로 가면 안 됩니까? 어차피 DS 튜브를 비롯한 기본적인 것은 다 있지 않습니까?”
“그게 안 됩니다. 사장님이 원하신 것과는 좀 거리가 있습니다. 기껏 해봐야 단순히 공정 수준의 로봇 팔에 불과할 뿐입니다.”
“흐음.”
그는 곧 관자놀을 툭툭 치면서 고민했다.
‘이거 아차 잘못하면 DS 나노로봇이 하늘로 날아갈 수도 있겠어.’
자신의 추측이기는 하지만 마냥 그렇게만 생각이 들지 않았다.
지금까지 방향만 보면 그렇게 보는 것이 맞았다.
사실 DS 전투모기를 만든 것도 지금 생각해보면 완전한 삽질이었다. 더욱이 그것으로 일본에 가서 분탕질을 친 것까지 생각하면 한 숨이 나왔다.
하지만 지금 봐서는 DS 모터만 만들면 이제는 거의 정상에 도달했다는 생각도 들었다.
물론 그냥은 곤란했다.
“이번이 마지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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