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308 회 -- >
“부탁드립니다.”
“알았어요.”
간단하게 대답했다.
하지만 한 편으로 한 가지는 걱정이 되었다.
‘자꾸 이런 식으로 일을 만들어가도 괜찮을지 모르겠군. 특히 저번 일본 일도 있고, 최근에 한국에서 벌일 일도 문제잖아?’
***
CIA 한국 지사.
알렌 지부장은 건물 입구까지 내려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곧 이어진 검은색 세단 세 대가 멈춘 후에 차량에서는 거의 동시에 덩치들이 내려섰다.
제일 앞에 내린 이들은 가죽 옷에, 미군이 보통 입는 자켓을 걸치고 있었다.
몇 몇은 입가에 시가를 문 채로 건들거리면서 건물이곳 저곳을 보기에 여념이 없었다.
제일 늦게 내린 이는 무던한 표정을 하고 있는 장교였다.
겉으로 봐서는 그렇게까지 특출 나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먼저 내린 군인들은 다시 그의 눈치를 살피다가 천천히 뒤의 따르기 시작했다.
자신 앞에 도착하자 곧 입을 열었다.
“알렌 지부장?”
“저드슨 소령님, 환영합니다.”
“안내 하지.”
“네.”
CIA 한국 지부 내 한 밀실.
“.......와 같다고 보시면 됩니다. 여기 나와 있는 장면은 과거 이 괴이한 개들이 다 부서트린 카메라 중에서 남아있는 데이터를 겨우 복원한 내용입니다. 즉 이것은 전혀 과장이나, 허무맹랑한 이야기가 아닙니다. 그리고 이 괴이한 개, 지금 부터는 DS 개는 아직까지........”
알렌은 카일 팀장이 묵묵히 설명하는 것을 지켜보면서 저드슨 소령의 얼굴을 살피기만 했다.
그가 CIA 본사에 이 정보를 보낸 것은 벌써 1년이나 되었다. 그런데 이제야 겨우 CIA 본사에서 반응을 보인 것에 한 편으로 실망이었다.
하지만 다른 한 편으로는 수긍했다.
‘하긴 나라고 해도 믿을 수가 없겠지.’
저드슨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이게 정말 사실인가? 지금 본사 요원이 이 영상을 판독한 결론은 사기라는 것이 대부분의 의견이야.”
예상한 이야기였다.
알렌 역시 어깨를 으쓱했다.
“저도 강제로 믿으라고 할 생각은 없습니다. 당시에 있었던 일은 저조차 직접 경험하지 않았다면 믿지 않았을 겁니다.”
이렇게 나오자 저드슨 소령은 힐끗 회의실에 참석한 이들의 안색을 살폈다.
한 사람이 거짓말을 할 수는 있다.
아니 두 사람이 짜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세 명 이상은 아니었다. 이곳에 있는 이들이 미치지 않고야 전부 허위 사실을 진실이라고 말할 수는 없었다.
그는 때문에 난감했다.
‘만에 하나라도 모르니, 가서 확인해보라고 해서 왔지만 정말 골치 아프군. 더욱이 이미 1년이나 지난 일을 가지고 이제 와서 들추는 것도 우습고.’
물론 자신 역시 모르지는 않았다. 최근에 DS 전투모기로 인해서 일본에서 일어난 소동 때문에 DS에 대한 내사 역시 CIA에서 아예 전담 팀을 만들어서 다시 진행되었다.
그런 중에 나온 것은 한국 지사에서 1년 전에 보낸 파일이었다.
물론 이 내용은 당시 담당 직원이 보고를 올렸지만 중간에 몇 단계를 거치는 중에 조용히 ‘허위 사실’로 판단 내려 져서 묻혀버렸다.
‘그런데 1년이 지나서 그 일이 다시 조명을 받았고, 당시 책임자들이 문책을 당했어. 그리고 내가 여기 한국에 왔어.’
저드슨 소령은 지금까지 있었던 일을 한 번 쭉 돌아보고야 이 일을 간단하게 생각할 수 없었다. 괜히 어설프게 처리했다가는 자신 역시 문책 당한 CIA 직원 꼴을 경험할 수 있었다.
결국 대충 처리할 수는 없었다.
“그 괴물을 보고 싶네.”
알렌 지사장 역시 곧 바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가시죠.”
***
DS 능선.
저드슨 소령은 DS 본사, 대학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능선 꼭대기에 도착한 후에 설치되어 있는 정밀 망원경을 보고는 혀를 찼다.
“설마 여기서 감시를 해야 하나?”
“그렇지 않으면 놈이 눈치 챕니다.”
“여기까지는 무려 7km가 넘어. 이 정도 거리여야 들키지 않는다니, 아니 그 놈이 무슨 슈퍼 개라도 된다는 말인가??”
“그 정도로 생각하면 됩니다. 사실 정확히는 아직 잘 모릅니다. 겁이 나서 접근할 생각조차 포기했으니까요.”
“흐음.”
그는 힐끗 한심스러운 눈초리로 잔뜩 겁에 질려 있는 CIA 한국 지부 요원들을 쳐다보고는 고개를 내저었다.
‘완전히 쫄았군.’
제너 대위는 주변 확인을 끝내고 돌아와서는 이런 모습을 보자 그의 귀에 속삭였다.
“어쩔 생각입니까?”
“뭘 말인가?”
“계속 이런 식으로 할 생각입니까? 차라리 함정을 만들어놓고 놈을 유인하는 것이 맞지 않을까요?”
두 사람 사이에 한 사람이 바로 끼어들었다.
“그건 절대 안 됩니다.”
“허어, 무슨 말인가? 그러면 이렇게 구경만 하자는 말인가? 일단 한 놈이라도 생포를 해야 놈들의 정체를 알 수가 있어.”
“하, 하지만.......”
“물론 알렌 지부장이 염려하는 것은 아네. 하지만 우리들은 현역 미 해병 특수 부대야. 걱정 말게.”
그는 머뭇거리다가 곧 주변에 쭈르르 늘어서 저드슨 소령의 수하 군인들의 입가에 맺혀 있는 비웃음을 보고는 손을 들었다.
“원하는 대로 하시죠.”
알렌 지부장은 한 쪽으로 물러난 채 조심스럽게 장비를 챙겨서 DS 능선을 따라서 이동하는 저드슨 소령 일행을 보고는 걱정했다.
하지만 그도 방법이 없다는 것은 잘 알았다.
‘어차피 겪어야 할 과정이야. 다만 피해가 많이 나지 않기를 기원해야지.’
***
제닝스 중사는 DS 능선을 따라서 천천히 전진하면서 툴툴거렸다.
“정말 한심한 일이야. 우리 같은 대 테러 특수 부대가 겨우 개 잡으러 이곳까지 왔다니.”
“중사님, 어쩔 수가 없죠. 지금 당장에 가용한 부대가 우리뿐이라고 하지 않습니까? 그래도 보통 개는 아니라고 하지 않습니까?”
“특수 개라서 괜찮다고? 빌어먹을 그게 말이 되는 소리야? 그 개 한 마디 잡기위해서 이제 겨우 실험 단계인 M4B1을 사용한다고? 이 총 가격이 얼마인지나 알아? 무려 5억이라고!”
M4B1은 M4 카빈의 다음 차차차세대 총기이다.
M16A2보다 짧고, 가벼우면서 기존의 총기와는 부품이 호환되지 않는다.
M16A2처럼 반자동과 3점사 사격이 가능하고, 지속적인 열을 효과적으로 발산시키기 위해서 기존의 굵은 총열을 사용하는 대신에 특수합금을 사용했다.
따라서 좀 더 빠르고, 강력한 위력을 발휘할 수가 있다. 단순 파괴력 비교만 해도 무려 15배 이상의 차이가 난다.
거의 20cm 강철을 단숨에 관통할 정도로 그 위력은 실로 무시무시하다.
다만 가격이 터무니없이 비싸다.
“그건 그만큼 이 일에 위에서도 관심을 많이 가진다는 의미가 아닐까요?”
“관심 좋아하네. 그렇지가 않아. 일단 이 총에 대한 실전 테스트 성격이 강해. 애초부터 그 개 따위는 믿지도 않는........”
그 때였다.
휘이익.
뭔가 괴이한 소리와 들렸다.
곧 고개를 돌렸다.
보이지가 않았다.
그제야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에 손을 들어서 자신의 분대를 정지시켰다.
곧 서로 사방을 향해서 총을 조심스럽게 겨누면서 다들 입을 다물었다.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런데 그 때였다.
사방에서 흐릿한 그림자가 자신들을 향해서 덮쳤다.
휘이익.
다급하게 총을 돌려서 상대를 겨누려고 했다.
그런데 이미 상대, 아니 다크 새끼의 발을 자신의 총열 위에 올라탔다.
거기에서 곧 바로 발이 얼굴을 후려쳤다.
퍼억.
그리고 곧 주변에서 동일한 소리가 들렸다.
퍼억.
풀썩.
얼마나 빠른 상황인지 비명도 없었다.
다들 기절한 것이다.
***
저드슨 소령은 제일 뒤 쪽에서 자신의 분대를 지휘하면서 천천히 걸어가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곧 주변에서 들려야 할 인기척 소리들이 들리지 않자 흠칫했다.
곧 손을 들어서 자신의 분대를 멈추게 했다.
불행히도 그럴 수가 없었다.
풀썩.
이미 주변에 있던 수하들은 전부 쓰러졌다.
“!”
그는 그제야 자신의 주변에 달랑 제너 대위 한 사람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없다는 것을 깨닫고는 순간 깜짝 놀랐다.
곧 다크 새끼들은 천천히 허공에서 뛰어내리고 있었다. 표표히 바람을 타고 내리는 모습은 한 편으로 우아했다.
더욱이 이제는 털이 무럭무럭 자라서 전신에 나 있었는데, 그 모양세는 마치 야생 호랑이의 모습을 떠올리게 했다.
하지만 호랑이에게 없는 것이 있었다.
바로 눈빛.
아니 뭔가 생각하고 있는 눈빛이었다.
천천히 사방을 에워싸고 있는 이들의 모습은 마치 뭔가 고민하는 눈치였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이것이 아니었다.
섬뜩한 기운.
간간히 눈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세는 어떤 맹수에게서 볼 수가 없을 정도로 무시무시한 살기였다.
그 기세가 얼마나 강력한 지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가 없었다.
꿀꺽.
저드슨 소령은 그제야 자신이 본 괴기 영화(?)을 떠올리고는 마른 침을 삼켰다. 지금 이들의 모습은 그 영화의 개와는 좀 달랐다.
‘자, 자랐어.’
즉 당시에는 새끼였다.
그렇다면 그 때보다 더욱 막강한 힘을 가졌을 터.
그는 아차하면 지옥으로 간다는 것을 느끼자 호흡을 조절했다.
그 때였다.
어슬렁거리면서 흰색 개(?) 한 마리가 천천히 나타났다.
그런데 개가 나타난 것치고는 분위기가 달랐다.
주변 공간 전체를 장악하는 압도적인 카리스마.
단순히 몸을 움직일 뿐인데, 괴이한 기세가 구름처럼 무럭무럭 피어올랐다. 아니 그것은 그냥 착각이 아니었다.
바람이 휘몰아치면서 나무 잎이 심하게 흔들렸다.
휘이잉.
후드득.
옆에 있던 괴물 다크 새끼들조차 기세에 눌려서 슬금슬금 물러났다.
‘저, 저놈이 괴물들의 대장인가?’
딱 폼을 잡고 나타나서 분위기를 완전히 휘어잡은 화이트는 슬쩍 한 군인의 총을 발로 툭 찼다.
휘이익.
그리고 가볍게 그것을 받아서 이리저리 돌아보았다.
마음에 들지 않는 눈치였다.
잡고 있던 발로 가볍게 후려쳤다.
콰아앙.
DS 능선 전체가 울릴 정도로 무시무시한 소리.
하지만 총은 부서지지 않았다.
물론 멀쩡한 것은 아니었다.
중간이 움푹 찌그러진 채로 접혀 있었다.
화이트는 그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 표정이었다.
놈은 오기가 생기자 다시 앞발을 좀 더 위로 올려서 내려쳤다.
콰지직.
그대로 두 토막이 나버린 M4B1.
“!”
저드슨 소령과, 제너 대위는 입을 딱 벌린 채 이 광경을 멍하니 쳐다보았다. 두 사람은 저 총의 재질을 잘 아는 까닭이다.
‘저, 저럴 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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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고민 중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