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325 회: 새로운 마법 14권 -- >
알렌은 묵묵히 기다렸다.
곧 집무실에 보고서를 살피고 있던 한 사람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알렌?”
“네.”
“자네 실적 보고서를 잘 보았네. 지금까지는 큰 문제가 없이 잘 해왔더군. 다만 한 가지가 좀 아쉽지만 그건 큰 흠이 아니라고 생각해.”
“감사합니다.”
형식적으로 한 말이다.
내심은 그렇지가 않았다.
지난 화이트 사건 이후에 완전히 CIA 본사에서 찍힌 일만 생각하면 속이 타들어갔다. 바로 자신의 경력이 완전히 망가졌다.
앞에 앉아 있는 의문의 장교는 이런 내심을 아는지 모르는 지 감정이 없었다.
다만 한 가지 제안을 내놓았다.
“지금부터는 자네와, 카일, 그리고 이전의 다른 이들은 모두 새로운 팀에 소속되네. 이 팀의 책임자는 알렌 자네가 되고, 나머지 부 책임자는 카일이 되겠지. 그리고 나머지 동료들 역시 마찬가지야.”
“?”
두 사람은 맹한 표정을 한 채 지켜보았다.
하지만 상대의 안색은 심각했다.
장난하는 분위기는 아니었다.
“자네들에게 우리 미국의 안보가 걸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야. 이번 임무, 자네들의 목숨을 바쳐서라도 반드시 해야 할 것이네.”
“으음, 말씀을 잘 알겠습니다. 그런데 무슨 일인지 알 수가 없겠습니까?”
“DSD 작전팀이네.”
“네? 그게 뭡니까?”
“그건 자네들이 곧 알게 될 거야.”
딱 이 한 마디 말.
그리고 그는 가볍게 거수경례를 올리면서 나직한 음성으로 속삭였다.
“두 사람의 건투를 비네.”
“아, 알겠습니다.”
알렌은 어쩔 수 없이 썩은 표정을 한 채 답례했다.
‘도대체 어떻게 돌아가는 거야?’
***
주한미군 한 비행장.
알렌은 이곳에 도착한 후에 곧 다른 밑에 수하들을 만날 수가 있었다.
다들 건강은 좋아 보였다.
그는 가볍게 그들과 인사한 후에 곧 자신의 안내를 맡은 한 장교의 뒤를 따랐다.
물론 그냥 있지 않았다.
“이봐요, 도대체 지금 어떻게 돌아가는 겁니까? 정황을 제대로 말해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고, 우리가 미국의 운명을 쥐고 있다는 이상한 소리만 하고 말입니까?”
“그건 저도 잘 모릅니다.”
“무슨 뜻이죠?”
“특급 보안 상황이라서 말을 할 수가 없습니다.”
“이상하군요. 그러면 제가 왜 여기 있는 겁니까?”
“그건 이번 작전팀의 책임자 중에 하나이니까요.”
“........”
그는 이 말을 끝으로 앞장 서는 장교를 보고는 뒤를 따랐다.
카일 부책임자 역시 당혹스럽기는 매 한 가지였다.
“이놈의 CIA는 가끔 이상한 구석이 많아서 정말 당혹스러워요.”
“CIA가 아냐.”
“네? 무슨 말입니까?”
“미국 국방성 일이야.”
“네? 아니 그러면 사전에 말해줘야 할 것 아닙니까?”
“아마 말할 겨를이 없었겠지. 아마 극비로 해서 빨리 조직된 조직이라서 그런 것 같아.”
“도대체 귀신이 곡할 노릇입니다.”
“나도 동감이야.”
***
고급 여객기.
크기는 개인용 여객기보다는 컸다.
하지만 일반 항공기보다는 좀 작았다.
외부적인 표식이 없어서 분간을 하기는 어려웠다.
주변에 쭉 늘어서 있는 군인들만 아니면 그다지 눈에 뜨이지 않았다.
알렌을 비롯한 이들은 어쩔 수 없이 쭉 늘어서 있는 군인들 제일 앞에 가서 섰다. 그들은 영문을 몰라서 지켜보기만 했다.
그런 중에 흰색 천으로 가려진 괴이한 화물차 하나가 나타나서는 여객기 안에 올리고 있었다.
무게가 꽤 나가는 듯 보였다.
다만 그는 곧 시선을 돌렸다.
어차피 저 여객기에 들어가는 화물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라고 생각했다. 다만 자신이 기다리고 있는 이가 빨리 나타나기만을 기다렸다.
‘지루하군.’
***
알렌은 한국 CIA 지부장까지 한 인물이다. 그것은 운이 좋아서 그런 것이 아니라, 아니라 그만큼 젊은 시절에 산전수전 다 겪은 탓이다.
그런 그가 겨우 정체 모를 인물을 기다리는 것이 마냥 기분 좋은 일은 아니었다.
결국 참을 수가 없어서 항의를 하려고 했다.
그 때였다.
옆에 쭉 늘어서 있던 군인들이 들고 있는 총을 가지고 곧 바로 예를 올리는 동작에 들어갔다.
착착.
절도와 박력 있는 그 모습.
나무랄 것이 없었다.
그리고 곧 이런 군인들의 예를 받은 이, 아니 괴이한 물체 하나가 천천히 걸어왔다.
바로 강아지(?)였다.
“........”
알렌을 비롯한 카일 팀장, 그리고 그 밑에 수하들은 다들 입을 딱 벌린 채 이 광경을 멍하니 쳐다보기만 했다.
너무 충격을 받았다.
하지만 아무도 웃는 이들은 없었다. 화이트가 저렇게 애완용 동물처럼 보여도 얼마나 무시무시한 괴물인지는 이미 직접 경험한 탓이다.
아니 그들은 안색을 딱딱하게 굳힌 채 긴장했다. 저 괴물이 여기서 날뛰면서 팔 다리 하나 작살나는 것은 일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다만 겨우 강아지 한 마리 때문에 이렇게 마중 나와 있는 자신들의 꼴이 정말 웃겼다.
하지만 그들은 묵묵히 참았다.
화이트는 거드름이란 거드름을 다 피운 채 느긋한 표정으로 쫄랑쫄랑 걸었다.
물론 그 뒤를 따른 한 사람이 놈의 엉덩이를 툭툭 찼다.
“야아, 너 빨리 안 갈래? 저기 총 들고 고생하는 사람들 안 보여? 이 자식이 정말 간이 부었나? 너 정말 태평양에서 한 번 수영해볼 거야?”
순간 화이트 동작은 확실히 빨라졌다.
후다닥 뛰어가서는 곧 여객기 계단을 올라갔다.
조민우는 이런 화이트 모습을 살핀 후에 힐끗 옆을 쭉 돌아보았다. 그는 일단 고생하고 있는 군인들에게 가볍게 예를 표했다.
“수고들 하세요.”
그리고 곧 옆에 알렌 일행을 보았다.
“여어, 오랜 만입니다.”
“아, 사, 사장님, 그러게 말입니다.”
“그런데 다들 표정이 왜 그래요? 무슨 괴물이라도 본 표정들입니다.”
“아, 요즘 컨디션이 안 좋아서요.”
“그래요? 건강 조심해야죠. 어떤 일을 하더라도 건강을 잃으면 끝입니다.”
“네.”
“그리고 앞으로 잘 좀 부탁합니다. 제가 듣기로 이번 작전을 같이 진행하는 것으로 아니까요.”
“아? 네. 아, 알겠습니다.”
***
여객기 안.
일반적인 여객기와는 많이 달랐다.
한 쪽에 쭉 늘어서 이는 장비들에는 무려 십여 명의 요원이 붙어서 작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특히 다른 반대편 투명 스크린에는 바로 미국 전역의 지도와, 각 위치에서 나타난 돌연변이의 전황에 대해서 상세하게 나와 있었다.
알렌 역시 제일 늦게 들어와서 이 광경을 보고는 입을 살짝 벌렸다.
‘엄청나구나.’
완전히 움직이는 이동 사령부 그 자체였다.
그는 멍하니 이 내부 광경을 쳐다보다가 곧 한 사람을 만났다.
“오, 자네가 알렌이군. 난 이번 미국 돌연변이 제거 작전을 총 책임지고 있는 카일 대령이네, 이쪽은 내 보좌관인 로너드 소령이야.”
로너드 소령은 앳된 보이는 나이였다.
딱 봐서는 장교 교육을 수료한 후에 고속으로 승진한 케이스 같았다.
그는 때문에 일반적인 장교와는 달리 말투가 부드러웠다.
“말을 많이 들었습니다. 로너드 소령이라고 합니다. 앞으로 잘 좀 부탁합니다.”
“아뇨. 제가 오히려 잘 부탁드립니다.”
“일단 안으로 들어가시죠.”
“네.”
***
여객기 바로 다음 블록은 조금 전에 그것과는 달랐다.
아늑한 분위기가 있었다.
한 쪽에는 고급 재질로 만들어진 소파가 있었고, 다른 한 쪽에는 누워 잘 수 있는 2인용 작은 침대가 있었다.
그 끝에는 술이나, 음료를 만들어 먹을 수 있는 간이 바가 있었다.
그리고 천 뒤편으로 뭔가 요리는 하는 지 구수한 냄새가 났다.
조민우와, 화이트는 바로 그 소파에 앉아 있었다.
특히 화이트는 코를 킁킁 그리면서 요리에 대한 기대를 하고 있었다.
곧 이어서 요리실 천이 열리면서 정장을 한 요리사 한 명이 나왔다.
그의 양 손, 그리고 뒤편에 따른 다른 요리사의 손에는 접시가 놓여 있었다.
요리는 스테이크였다.
하지만 그냥 일반 스테이크와는 많이 달랐다.
양념이나, 향 자체가 일반적인 스테이크와는 달리 멋이 있었다. 더욱이 접시에 올라가 있는 상태 역시 운치가 있었다.
양념과, 스테이크가 하나로 어우러진 모양은 너무 부담스러워서 먹기가 어려울 정도였다.
화이트는 코를 킁킁거리다가 눈빛을 반짝였다.
놈은 곧 입을 벌려서 스테이크를 먹지 않았다.
놀랍게도 칼과, 포크를 들었다.
그리고 포크를 사용해서 한 쪽을 가볍게 잘랐다.
스르르.
고기질이 좋아서인지, 아니면 요리가 잘 되어서인지 부드럽게 잘려나갔다.
화이트는 그 고기 한 점을 입에 넣었다.
보통 개가 음식을 먹을 때는 침을 흘리지만 놈은 그렇지가 않았다.
입가를 오물 린 채로 오물오물 우아하게 먹었다.
“.......”
알렌을 비롯한 이들은 이 광경을 보고는 입을 다물고 말았다.
이제까지 살아오면서 별의 별 일은 다 보았다.
하지만 강아지가 포크 들고 고기를 먹는 모습은 처음이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운치가 있었다.
멋도 있었다.
그 먹는 모습이 얼마나 맛갈스러운 지 다들 놀랍기만 했다.
‘기절하겠군.’
하지만 그들 일행은 다들 화이트 성질을 아는 지 조용히 침묵만 지켰다.
그건 요리사 역시 마찬가지였다.
다만 무안스러운 것은 한 사람.
바로 조민우였다.
그도 사실은 화이트가 포크를 들고 스테이크를 먹을지 몰랐다.
‘도대체 머리가 어떻게 된 거야? 이건 완전히 사람보다 머리가 더 좋잖아?’
지켜보고 있다가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서 젓가락 하나로 화이트 머리를 툭툭 쳤다.
“맛있냐?”
끄덕끄덕.
그리고 곧 우아한 동작으로 스테이크 한 점을 더 잘랐다.
이번에는 옆에 있는 양념을 듬뿍 묻혔다.
그리고 단숨에 삼킨 후에 오물오물 거렸다.
얼마나 복스럽게 먹는 지보고 있는 것만으로 배가 다 불렀다.
조민우도 그냥 있지 않았다.
“강아지 팔자가 상팔자다. 정말 개탄스러운 일이야.”
“갸릉?”
그는 놈이 모른 척하자 한 쪽에 쭉 서서 입 만만 다시고 있는 다른 일행을 가리켰다.
“다들 부러워죽으려고 하잖아?”
“?”
화이트는 의아했다.
왜 다들 자신의 눈치를 살피는지 몰랐다.
주인이야 시건방진 놈이라서 패스.
하지만 다른 이들은 마치 자신의 시종이라도 된 표정이었다.
그는 갸웃하다가 발 하나를 가지고 테이블에 글자를 새겼다.
-Water!
“?”
처음에는 무슨 말인지 몰랐다.
하지만 알렌은 달랐다. 그는 곧 정신을 차리자 요리사 한 사람에게 물을 가져오라고 손짓했다.
물은 당연히 접시에 담아서 가져왔다.
화이트는 우아한 표정을 한 날름 입가를 축였다.
물론 그런 중에 묻은 기름은 손수건을 사용해서 깔끔하게 닦았다.
슥슥.
그리고 스테이크 한 점을 잘라서 다시 입을 넣고는 오물오물했다.
너무너무 맛있었다.
화이트는 이 순간이 행복하기만 했다.
이에 비해서 조민우는 주먹을 쥐락펴락하면서 갈등했다.
‘이놈을 그냥 놔두면 버릇 나빠질 것 같은데, 그렇다고 중요한 일을 앞두고 괜히 건드려봐야 심술을 부린 것 같고.’
***
작전실.
카일 대령은 쭉 미국 지도를 보면서 이번 돌연변이 제거 작전에 대한 설명을 계속했다.
하지만 그도 설명 중에 한 곳을 볼 때 마다 하는 말을 멈추었다.
한 의자에 조용히 앉은 채 설명을 듣고 있는 화이트.
놈 때문이었다.
이미 주의 사항을 들었지만 강아지에게 작전 브리핑을 하는 자신이 자괴감이 들었다.
‘으음, 도대체 알 수가 없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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