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350 회: 새로운 마법 15권 -- >
***
회사는 일종의 군대 조직과 비슷하다.
딱 정해진 지시가 내려오면 그 다음에는 방법이 없다.
본인이 참아야 했다.
싫어도 견뎌야 한다.
그래도 참을 수가 없으면 아주 간단하다.
제 발로 나가면 된다.
불행한 사실은 이 회사란 조직은 단순히 하나로 끝나지 않는다.
그만두게 되면 다른 회사에서 필히 알게 된다.
즉 이직할 때 상당한 문제가 된다.
보통은 쉽게 회사를 그만두는 이들이 있다.
하지만 이런 회사 생리를 알면 보통은 그냥 참고 버틴다.
차라리 그게 나을 때가 많다.
실제 대부분의 경우가 그렇다.
이것은 경험이 많을수록 더 확실히 안다.
박용운 부장 역시 당연히 이런 사실을 알고 있다.
조민우가 비록 자신의 상급자로 왔지만 그걸 가지고 내색할 수는 없었다.
그는 무조건 참고 버텼다.
조경민 차장은 이런 그가 안쓰러워서 이런저런 조언을 해주었다.
“차라리 이직하는 것이 어떨까요?”
택도 없는 소리다.
더욱이 자신은 부장.
어떤 회사를 가도 자리가 잘 나지 않는다.
설사 난다고 해도 문제였다.
‘사이코 관리자가 대부분 위 자리에 있지.’
이런 사실을 말하는 것조차 자신은 답답했다.
그래서 아예 말하지 않았다.
다만 조민우가 요구한 보고서 파일을 보고 또 보았다.
일단 문제가 없어 보였다.
곧 바로 그것을 들고는 상무실로 향했다.
***
상무실 내부는 텅텅 비어 있었다.
단 한 사람을 제외하고는.......
조민우는 아예 코를 골면서 테이블 위에 자신의 양발을 떡 하니 올린 채 자고 있었다.
보고 있으면 황당하기 짝이 없다.
하지만 자신은 별 다른 대안이 없었다.
“상무님, 요청하신 매출, 경상이익 계획 확대, 증가 수정 사항에 대한 보고서입니다. 요청하신 대로 30-50% 정도 추가분을 연초 대비 계획을 수정해서 정리했습니다.”
한창 곧 히 자고 있던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서는 하품을 실실했다.
곧 바로 보고서를 살폈다.
물론 바로 태클을 걸었다.
“여기 오타가 있어.”
“네? 어디 말입니까?”
“이 보고서 내용은 향후 여러 가지 다양한 계획에 맞추어서 만든 보고서입니다. 흐음, 여기서 보면 여러 가지와, 다양한은 동일한 어구를 사용해. 그러니, 이건 잘못된 거지?”
“그건......”
툭.
“가서 수정해서 가져와.”
박용운 부장은 시작부터 맹공을 퍼붓는 조민우 상무를 힐끗 쳐다보았다.
조민우는 삐딱한 시선을 한 채 해볼 테면 해보라는 눈치였다.
아니 그냥 보고만 있지 않았다.
“이봐, 박 부장, 상무가 우습게 보이나 봐?”
“네? 그, 그건 아닙니다.”
“그런데 왜 그렇게 째려봐? 하기 싫으면 당장 때려치우면 되잖아. 그리고 말이 나왔으니 하는 말이지만 내가 발이 넓어. 아마 어디가도 피하기가 쉽지 않을껄?!”
이직하면 따라다니면서 협박하겠다는 공공연한 말이었다.
그는 결국 별 다른 대안이 없었다.
“알겠습니다.”
***
박용운 부장은 조민우가 요구한 대로 꼼꼼하게 수정했다.
아니 혹시나 싶어서 오타 유틸을 사용해서 최악의 상황까지 대비했다.
그리고 이것도 믿지 못해서 국문학과 나온 직원 2 사람을 불러서 또 확인시켰다.
이상은 없었다.
그것을 들고 곧 바로 다시 찾아갔다.
그런데 조민우 왈.
“뭐야? 이거 자간이 안 맞잖아? 장편은 97, 자간은 –10%로 해서 다시 올려!”
순간 울컥했다.
죽여 버리고 싶었다.
하지만 그는 그럴 수가 없었다.
자신이 알아본 바에 따르면 조민우 무력도 만만치 않았다.
죽이기는커녕 자신이 개 박살 날 것이 분명할 터.
“아, 알겠습니다.”
“빨리. 해와, 참 그거 오늘까지 못 끝내면 집에 갈 생각은 마!”
“.......”
그는 순간 사회생활이 참 힘들다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지금은 대안이 없었다.
기라면 기어야 했다.
***
박용운 부장은 이미 조민우가 자신을 의도적으로 갈군다는 것을 알았다. 그는 따라서 가능하면 최선을 다했지만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역시 예상대로 결과가 나왔다.
별의 별 것을 다 꼬투리 잡았다.
심지어 어떤 경우에는........
“이 외곽 테투리는 컬러로 해와. 그게 보기가 좋잖아? 박 부장도 먹기 좋은 떡을 만들면 인사 고과에도 좋게 반영될 거야.”
이건 그나마 양반이었다.
뒤로 갈수록 정말 처절했다.
“이 문서는 내가 따로 체크를 해야 하니, 복사본 1,000장을 만들어서 가져와. 아 혹시나 하는 말이지만 다른 직원 시키면 안 돼.”
꼬투리.
꼬투리.
정말 사람 피를 말려서 죽을 작정이었다.
그나마 통과라도 되면 괜찮지만 그렇지가 않았다.
자정을 넘어서 새벽 한 시를 넘어도 계속 되었다.
조민우는 물론 그 사이 사이를 이용해서 선잠을 잤다.
자신은 비몽사몽인 것을 감안하면 정말 열 받는 일이었다.
그나마 다행한 일은........
“휴우, 오늘은 여기까지, 그런데 박 부장 진짜 무능하다. 일을 못해도 어떻게 이렇게 못 해? 내가 아무리 대놓고 갈구지만 이건 아냐. 당신 빨리 다른 개인 사업 알아보는 것이 짱이야. 매일 남 등 처먹는 것은 잘 하는데, 정작 자기 일은 못해. 아 이건 진심으로 해주는 평가야! 내가 이래 뵈도, DS 사장이라는 것 알지? 포보스 선정 오대 기업가 중에 한 사람이 마냥 틀리지 않을 거야.”
따앙.
충격이었다.
진심이 담겨 있는 말이었다.
비록 갖은 나쁜 짓을 많이 했지만 나름 믿는 바가 있었다.
그런데 그것이 와르르 무너지는 기분이었다.
그리고 곧 깨달았다.
조민우가 정말 지독하게 자신을 괴롭히려 한다는 것을.
***
박용운 부장도 처음에는 그냥 그렇게 넘겼다.
시간이 지나면 곧 이런 일은 해결될 것이라 보았다.
그것도 아니면 본인 스스로가 질려서 포기할 것이라 생각했다.
사실 DS는 지금 엄청나게 바쁠 터. 그 바쁜 사람이 자신을 괴롭히기 위해서 이 구멍가게 회사 상무로 와 있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았다.
하지만 시간이 가도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조민우는 자신을 악착같이 물고 늘어졌다.
참다 참다 결국 항의했다.
“조 상무님, 차라리 남자답게 시원하게 질문하는 것이 맞지 않겠습니까?”
“그거야 박 부장님 대답하면 그렇게 하겠지.”
답답해서 소리쳤다.
“제가 대답하겠습니다.”
“자네 배후가 누구야?”
“.......”
그는 그제야 충격을 받고는 입을 다물었다.
설마 자신의 배후 때문에 이런 일을 하는지 몰랐다.
그리고 이해가 되지 않았다.
고민을 하다가 결국 항의했다.
“도대체 그걸 알아서 뭘 어떻게 하겠다는 말입니까? 이미 지난 일은 완전히 종결이 된 사안입니다. 더욱이 당시 드림스카이 매출은 지금 DS에 비할 바도 아니지 않습니까?”
“그 특허. 그걸 어떻게 한 거지?”
“그, 그건........”
“이봐, 박 부장, 날 바보로 아는 것 아냐? 이미 당시에 이상한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니었어. 당신이 비록 L 전자 계열사에 있었지만 정작 같은 회사 내에 있는 다른 이들은 상황을 몰랐어. 그건 내가 최근에 직접 L 전자 임원들을 상대로 확인한 것이니, 속인 생각은 마. 아마 최성환 이사 믿나 본데, 잘 생각을 해야 할 거야. 그 양반은 이미 자신이 살 궁리를 하고 있으니까.”
“저, 정말입니까?”
“당신을 토사구팽 시키려고 하더군!”
단순히 말로 하지 않았다.
곧 바로 최성환 이사가 모처에서 나눈 대화 내용을 쭉 털어주었다.
“!”
그는 충격을 받은 채 입을 딱 벌렸다.
믿기지가 않는 결과였다.
그리고 치명타였다.
그는 고민을 하다가 불쑥 한 가지를 요구했다.
“만약 제가 비밀을 말한다면 저에 대한 안전과, 미래는 어떻게 됩니까?”
“그건 내가 알아서 해주지. 다만 그렇게까지 대단한 것은 아냐. 겨우 일반 직장인 수준이니까. 그래도 회사에서 팽 당해서 완전히 몰락하는 것보다는 났겠지.”
그는 결국 천천히 지난 일에 대해서 설명을 시작했다.
“사실 이 일의 발단은 원래 조민우 사장님이 아닙니다. 정확히는.......(중략)입니다. 어떻게 보면 저도 솔직히 내막 전체를 다 모릅니다. 딱 필요한 부분만 압니다. 다만 그 전체는 아마도 뭔가 큰 이익집단과 관련이 있을 겁니다. 물론 한국인은 아닙니다.”
“그들이 누구인지는 정말 몰라?”
“네, 저는 본 적이 없습니다.”
“흐음, 좋아, 일단 여기까지 하지. 사실을 확인할 때까지는 자네도 그냥 계속 평소처럼 회사를 다녀.”
“알겠습니다.”
그는 박 부장이 나가는 것을 힐끗 쳐다보면서 눈을 감았다. 설마 자신의 과거 일이 그렇게 복잡하게 엮여 있는지는 몰랐다.
‘난 그냥 단순히 L 전자에서 그 특허를 노린다고 생각했는데......,이거 난감하게 되었군.’
***
조민우는 박 부장에게 비밀을 들으면 그것이 끝이라고 생각했다. 지금 자신의 능력이라면 배후 정도는 간단히 손을 볼 수 있다고 봤다.
특히 최성환 이사 정도는 손가락 하나로 비틀 수도 있었다.
그런데 결과는 아니었다.
그들 역시 지시를 받은 것에 불과했다.
정작 그 배후는 생각한 것과는 너무 많이 달랐다.
그는 때문에 앞으로 이 일을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했다.
하지만 답은 생각보다 쉽게 나오지 않았다.
박용운 부장이 지적한 배후에 해당하는 하나하나가 자신도 쉽게 상대할 수 없는 이들이었다.
그런 그들을 전부 한 번에 상대하는 것은 무리였다.
아니 설사 상대할 수 있어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이 갑자기 무너지면 전 세계 경제는 공황 상태로 치달을 것이 분명했다.
하나하나 완벽하게 무너트리는 것이 최선이었다.
중요한 것은 이 일을 결코 그냥 내버려 둘 수가 없다는 점이다.
‘놈들이 먼저 반격하겠지. 그건 곤란해......’
조민우는 결국 그들을 무너트린다는 관점에서 지켜보자 지금 자신의 힘으로는 부족하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나름 이제는 자신의 자산을 감안하면 어떤 적이라도 자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결과는 아니었다.
***
조민우는 결국 자신이 당면한 이 문제에 대해서 고민을 하다가 결국 슬쩍 L 전자를 나서서 다시 DS 본사 자신의 집무실로 돌아갔다.
정성일 부장은 마치 죽은 부모가 돌아온 양 자신을 반겼다.
“사장님, 돌아오셨군요.”
“네.”
“혹시 그 박용운 부장의 배후를 알아내신 겁니까?”
“물론이죠.”
“누구입니까? 그 간악한 놈들이.......”
“그건 지금 당장은 곤란해요. 제가 나중에 기회가 되면 가르쳐 주겠습니다.”
“네? 아, 아니 왜요?”
“비밀은 아는 사람이 없을수록 샐 위험성이 적으니까요.”
“아니 그런 이야기를 저에게 하시면 어떻게 합니까?”
“일단 그렇게 알아두세요. 그리고 때가 되면 알려줄게요. 차라리 모르는 것이 앞으로 일을 하는 데 더 편한 겁니다.”
“어떻게 하시려고요?”
그는 강렬한 광채를 번뜩이면서 입을 열었다.
“지금부터 회사를 좀 키워야겠습니다.”
회사는 키운다는 말은 간단한 의미가 아니었다.
DS 부품 시리즈를 좀 더 다양하게 만드는 것도 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매출의 한계는 분명히 있다.
즉 제품을 만들어서 파는 것 자체가 딱 어느 정도 제한이 있어서 그 이상은 매출이 넘어가지 않았다.
그것을 넘어가려면 좀 다른 시장에 접근하는 것이 좋았다.
고민을 하다가 선택한 것은 역시 석유산업이었다.
‘어차피 그놈 들 중에 하나가 석유 회사이니, 차라리 잘 된 것일 수도 있어.’
다만 여기에 문제가 있다.
너무 큰 변화를 일으키는 기술은 오히려 그들에게 반격의 소지가 있었다.
어느 정도 점진적인 변화를 통해서 야금야금 공격하는 것이 좋았다.
그는 때문에 우선적으로 선택한 것은 바로 인조 석유였다.
물론 이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석유란 것은 결국 따지고 보면 식물이 수억 년에 걸친 오랜 동안의 압력을 받아서 생성이 되는 것이었다.
그것을 다른 대안을 사용해서 만들기란 쉽지가 않는 일이었다.
그 역시 이 부분에 대해서 고민을 거듭하다가 답이 쉽게 나오지 않았다.
최근에 자신이 만들어 DS 유리 특성을 활용해야 했는데, 접점이 나오지를 않았다.
그는 때문에 이 방향으로 계속 고민을 거듭하면서 이런저런 다양한 가능성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분명히 답이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어차피 지금 DS 다이오드와, 트랜지스터 과거라면 꿈도 뭇 꿀 기술이었다. 그렇게 보면 석유를 만들어 내는 것도 전혀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방법이 바로 떠오르지가 않아.’
그러다가 착안한 것은 바로 오랜 동안, 그리고, 열과, 압력이라는 팩터였다.
수분이 가득 담긴 나무나, 식물 줄기가 이 환경에 놓이면 변화하는 것이 바로 석유와 석탄이었다.
즉 다시 말해서 동일한 환경으로 만들어준다면 가능할 것도 같았다.
다만 어떻게 하는냐의 문제였다.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은 바로 DS 유리.
이것과 연결점을 찾으면 된다고 생각했다.
============================ 작품 후기 ============================
쿠폰 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