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363 회: 새로운 마법 16권 -- >
***
로비란 공공건물에서 휴게실, 응접실 등의 용도로 사용되는 공간이다.
그런데 정치, 경제에서 언급하는 로비는 이런 뜻이 아니다.
제3자의 의사소통 정도로 생각하면 된다.
즉 개인이나, 집단의 이익을 위해서 입법, 정책 결정 등에 영향력을 생사하려는 움직임이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자금도 흘러들어간다.
이런 행위가 주로 건물의 로비에서 일어나서 바로 ‘로비’라는 용어가 생겨났다.
미국에서는 기업 이익의 사회 환원이라는 인식에서 합법화되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일부 로비를 제도화 하자는 움직임이 있지만 아직은 정경유착의 고리로 인식되어서 ‘불법’으로 규정되어 있다.
조민우는 당연히 로비를 경험해보았다.
별의 별 로비가 다 있었다.
대다수는 역시 여자로 국한되는 경향이 있다.
일테면 단란주점이다.
바로 접대부를 이용해서 성접대가 주류였다.
여자라면 벌써 4명 정도는 알고 지낸다.
그런 자신이 여자에게 혹할 이유는 없다.
더욱이 그것이 성접대 여자라면 말할 것도 없다.
다만 처녀는 처음이었다.
“사장님, 안녕하세요. 제가 이번에 DS 광역시 임시 시장으로 부임한 송지원이라고 합니다.”
시장이라면 보여야 할 권세 따위는 없었다.
이보다는 산뜻한 처녀 향이 물씬 넘치는 초미인이었다.
더욱 마음에 든 것은 미소였다.
보조개가 살짝 보였는데, 그 모습이 참으로 안쓰러웠다.
여기에 지금 자신의 처지도 문제였다.
‘내가 손을 쓰면 잘릴까 염려하는 건가?’
딱히 협박하려는 것은 아니지만 그럴 분위기는 굳이 만들 이유는 없었다.
“저는 조민우라고 합니다. 앞으로 제가 잘 부탁드립니다.”
시작은 좋았다.
***
로비는 보통 로비에서 하는 것이 일상적이다.
다만 남녀가 서로 만나면 어떻게 될까?
아무래도 분위기를 찾는다.
여자가 꿀릴 것이 없다면 좀 다르다.
자신감을 피력한다.
송지원 역시 평소에는 그랬다.
어떤 남자를 만나도 당당하기만 했다.
그런데 지금 상황은 아니었다.
아차 잘못하면 지금 하는 일에서 잘린다.
그녀는 가능하면 이 일을 오래하고 싶었다. 내키지는 않지만 이를 악물고는 슬쩍 남자가 좋아할 곳으로 안내했다.
바로 근사한 레스토랑이었다.
음악은 촉촉했다.
포도주는 너무 달싹 지근했다.
어차피 자신은 살기 위해서는 조민우를 유혹해야 할 처지였다.
그냥 막 마셨다.
그리고 막 부어주었다.
조민우 역시 떨떠름한 표정이었지만 계속 받아 마셨다.
두 사람은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애인은 있어요?”
“설마 저 같은 여자가 유혹하면 넘어오지 않을 건가요?”
“저 한심해 보이죠?”
“조민우 사장님은 너무 멋진 것 같아요.”
요상한 이야기였다.
오늘은 서로 인사차 만났고, 향후 DS 광역시에 대해서 긴밀한 이야기를 나누어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남녀 이야기라니.
“?”
그는 다소 어리벙벙한 얼굴이었다.
그런데 술이 취한 초미녀의 얼굴을 본 적이 있는가?
아마 봤다면 도저히 눈을 떼기가 어렵다.
술을 주면 주는 데로, 먹는다.
심지어 과일을 줘도 먹는다.
조민우 역시 다르지 않았다.
그는 송지원이 원하는 분위기에 훅 낚였다.
그 다음에는 자동이었다.
그녀가 원하는 대로 쭉 따라 갔다.
***
쏴아악.
“.......”
힐끗 샤워실 쪽을 쳐다보았다.
자신이 왜 이 호텔에 들어와서 먼저 샤워했는지 알 수가 없었다.
꼭 구미호에 홀린 기분이었다.
다만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다.
상대는 성숙한 살 냄새가 물씬 풍기는 초절정미인.
거기에 능력도 짱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뭔가 앳된 느낌이 있었다.
‘처녀라서 그래.’
잠깐 눈을 감았다.
그런데 뭔가 달콤한 느낌이 있었다.
자신의 가슴에 물컹한 물체가 올라타고 있었다.
고혹적인 눈빛.
살짝 부끄러워하는 그 모습.
역시 벗기고 나니, 여자는 여자였다.
조민우는 처녀가 이렇게 노골적으로 들이미는 데, 그 다음은 생각하지 않았다. 그는 노련한 손놀림을 사용해서 그녀의 성감대를 찾았다.
“아흑, 아, 아흑, 아, 아흑!”
그녀는 마치 매혹적인 피아노처럼 화음을 토해냈다.
그는 그녀의 못 곳곳을 부드럽게 터치했다.
특히 히프를 지나서 허리를 지나는 선은 손에 착 감겨서 너무 좋았다.
유방은 마치 달콤한 감로수처럼 촉촉했다.
그래서 한 입 깨물어보았다.
콱.
“아악!”
그녀는 비명을 내질렀다.
순간 두 사람 사이에는 잠깐 멈칫했다.
하지만 그녀는 이미 완전히 술이 취해 있었다.
다시 달라붙었다.
더 이상은 참기 어려웠다.
단숨에 물건을 잡고는 그녀의 그곳으로 집어넣었다.
쭉.
“아악!”
처녀라면 누구나 내는 비명 소리.
강한 성취감을 느꼈다.
그는 때문에 오랜 만에 좀 저돌적으로 압박했다.
“아악, 아, 아흑, 아, 아흑.”
곧 바로 목소리는 신음 소리로 화했다.
자신은 뱃사공,
송지원은 배였다.
뱃사공이 노를 저으면, 그녀는 알아서 착착 움직였다.
이게 또 손맛이 있었다.
‘좋은 걸?’
하지만 처녀 하나를 정복했다는 쾌감은 꽤 강했다.
순간적으로 참지 못하고 해버렸다.
“으음.”
“아흑!”
그녀는 죽으라고 비명을 내지르면서 품에 꼭 안겼다.
하지만 그는 곧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이거 처녀 하나 먹은 것은 좋은데, 앞으로가 문제구나.’
***
아침이 되자 곧 눈을 떴다.
그런데 뭔가 좀 썰렁했다.
놓친 것 같은 이 느낌.
곧 자신의 침대 옆에 메모 하나가 있는 것을 보았다.
-사장님, 저 먼저 갈게요. 어제 밤에 있었던 일은 그저 일시적인 사고(?)일 뿐이에요. 마음에 두지 않았으면 합니다.
풋풋했다.
어지간하면 여자 얼굴은 기억하지 못한다.
그런데 송지원은 달랐다.
그녀의 매혹적인 얼굴이 바로 떠올랐다.
한 편으로 연민의 감정을 느끼면서도 다른 한 편으로 자신감도 꽤 있었다.
그런 이중적인 느낌은 처음이었다.
‘자수성가해서 그럴까?’
***
딱히 송지원에게 원한 것은 없었다.
보지 않아서 더 이상은 연락 할 이유는 없었다.
그냥 잊어버렸다.
‘그녀 말대로 사고일 뿐이잖아? 너무 복잡하게 생각하지 말.’
***
송지원은 당연히 조민우에게서 연락이 올 것이라 생각했다.
최소한 자신의 처녀를 가져간 남자.
미안해서라도 안부 전화 정도는 할 것이라 기대했다.
바로 그 때 살짝 다시 볼 계획이었다.
그런데 연락이 없었다.
하루가 지나도, 이틀이 지나도 금시초문이었다.
그녀는 결국 참다못해서 먼저 전화했다.
<저 지원에요.>
<지원?>
전혀 모르는 눈치였다.
당황해서 말을 더듬었다.
<아, 그 송지원씨, 그 날 잘 들어갔어요?>
<네, 사장님은 어땠어요?>
<저야 별 일 없었죠.>
딱 여기까지.
대화를 듣는 것만으로 지난 일에 대한 감정이 전혀 담겨 있지 않았다.
혀를 살짝 깨물었다.
<저, 저기 사장님, 그 날 일말인데요.>
<아, 그건 송지원씨가 이미 그냥 우연히 일어난 사고로 하자고 했잖아요? 저는 그래서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
그녀는 입을 다물고 말았다.
설마 자신의 첫 여자, 아니 자기 처녀를 따먹은 남자가 이렇게 매몰차게 나올지는 몰랐다.
순간 이상하게 가슴이 복 받혀서 눈물이 핑 돌았다.
<사, 사장님, 너무 하세요!>
<네?>
<남자가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요? 최소한 기본적인 매너는 있어야 하잖아요. 어, 어떻게 그럴 수가 있는 거죠. 책임감은 전혀 없는 건가요? 사장님은 정말 최악의 남자에요!>
뚝.
그대로 전화를 끊었다.
물론 염두에 둔 것은 있었다.
이 정도하면 양심이 있는 남자라면 전화를 한다.
최소한 미안하다는 말은 한다.
바로 그 기회를 노렸다.
그런데 전화는 없었다.
5분이 지나도.
10분이 지나도.
20분이 지나도.
60분이 지나도 연락이 없었다.
결국 다시 전화기를 들었다.
<여보세요!>
분노한 목소리.
하지만 상대 목소리는 달랐다.
<어머, 누구시죠?>
여자였다.
그것도 앳된 음성이었다.
자신보다 더 나이가 어려 보였다.
서, 설마 했다.
<저는 사장님하고 사귀는 사이인데, 혹시 그렇게 말하는 분은 누구시죠?>
<네? 저, 정말요? 하, 하지만 저도 오빠랑 사귀는 사이인데........>
두 사람 사이에는 잠깐 침묵이 감돌았다.
송지원은 그제야 조민우에게 애인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런데 그녀에게 엉뚱한 소리까지 했다.
머리가 지끈했다.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했는데.......
이번에는 조민우 목소리가 들렸다.
<송 시장님?>
<아, 사, 사장님, 죄, 죄송해요.>
<아뇨, 그건 괜찮습니다. 다만 앞으로 저녁 시간에는 가능하면 전화를 주지 않았으면 합니다. 급한 일이 있으면 일과 시간에만 전화를 주세요!>
매몰찬 이야기.
감정이 전혀 없는 냉혹한 어조였다.
뚝.
전화를 바로 끊어버렸다.
<........>
송지원은 순간 멍했다.
너무 충격을 받아서 아무런 생각이 나지 않았다.
자신이 이렇게 남자에게 찬밥 대우를 당해본 기억이 전혀 없었다.
아니 그건 넘어갈 수 있다고 하자.
불과 며칠 전에 만리장성까지 쌓은 관계였다.
최소한 한 마디 따스한 말을 해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아니었다.
주르르.
눈물이 하염없이 내렸다.
분하고, 미칠 것만 같았다.
“흑흑, 흑흑, 으아아아앙!”
하지만 결국에는 오열을 터트리고 말았다.
***
보통 남자는 여자 마음을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그냥 쉽게 한 몇 마디가 칼이 되어서 여자의 마음을 찢어놓는 것을 잘 모른다.
조민우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가 비록 돈이 많고, DS라는 특이한 형태의 기업을 설립했지만 그렇다고 달라지는 것은 아니었다.
여자 마음에 대해서 잘 몰랐다.
따라서 송지원 역시 그런 관점에서 대우했다.
한 번 잔 것은 사고라고 본인이 말했다.
그래서 그걸 믿었다.
잠깐 연락을 주고받았는데, 그 뿐이었다.
다만 아쉬운 점이 좀 있었다.
‘잘만 좋은 관계를 유지하면 앞으로 부려 먹기는 딱 인데.......’
바로 그녀의 순수한 점이다.
다른 부패 관료와는 확연히 다른 면모가 있었다.
그 뿐이었다.
그런데 오늘은 갑자기 그녀가 다시 찾아왔다.
“아, 송지원 시장님, 오랜 만입니다.”
너무 요식적인 말투.
송지원의 안색은 좋지가 않았다. 최소한 미안하다는 표정을 지울지 알았는데, 어림도 없는 듯 보였다. 하지만 그녀는 이를 살짝 악물었다.
“사실 하고 싶은 말이 있어요.”
“해보세요.”
이렇게 시작된 이야기.
별 다른 것이 없었다.
바로 GS 광역시에 대한 세금 이야기였다.
주로 GS에서 거둬들이는 이익 중에서 의혹이 가는 부분에 대한 이야기가 많았다.
특히 짚고 넘어간 것은 바로 GS 석유였다.
“지금까지 제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석유를 수입한 것은 사실에요. 하지만 외부 주유소를 통해서 나간 양을 서로 맞춰보면 잘 맞지 않은 부분이 좀 있어요. 거기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뜨끔.
바로 조민우가 우려한 문제였다. 하지만 그는 자신했다. 절대로 거기에 관련해서 다른 이들이 입을 열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었다.
“이상하군요. 그 문제는 밑에 실무자끼리 하는 일입니다. 제가 알기로 숫자가 맞지 않으면 그 부분에 대해서는 따로 회사에서 내사합니다. 아마 잘못 조사한 내용일 겁니다.”
하지만 그녀가 곧 바로 옆에 동행한 비서에게서 서류 뭉치를 꺼내어서 테이블에 올려두었다.
딱.
“이건 지금까지 저희 GS 광역시 내부의 세무 직원 40명이 무려 한 달 동안 달라붙어서 찾은 불일치 자료에요. 한 번 확인해보세요.”
“흐음.”
그는 턱을 가볍게 쓰다듬으면서 내용을 살펴보았다.
놀랍게도 주유소에 들어간 양에 대해서 명료하게 표시가 되어 있었다.
바로 DS 정유소에서 나갈 때 양, 주유소 차량의 양, 그리고 주유소 저장고에 들어간 양, 거기에 해당되는 기름 값까지 나와 있었다.
‘골치군.’
이 일은 문제가 되면 자신이 걸려 들어가지 않는다.
정확히는 주유소에서 뱉아 내야 한다.
그래서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슬쩍 송지원을 쳐다보았다. 마침 그녀가 가볍게 손짓하자 따라온 일행 두 사람이 곧 집무실에서 조용히 나갔다.
“우리 타협해요.”
“뭘 원하는 겁니까?”
“지금 당장 술 한 잔부터 사주세요.”
“.......”
그는 눈살을 잔뜩 찌푸린 채 고민했다.
술 같은 거 별로 마실 기분이 아니었다.
그녀는 다행히 눈치가 있었다.
“제가 기분 좋으면 이 일은 그냥 없던 일로 할 수 있어요. 그래도 싫으세요?”
당연히 거절할 상황은 아니었다.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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