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370 회: 새로운 마법 16권 -- >
중요한 것은 그것이 아니었다.
최현주였다.
그녀의 태도가 좀 이상했다.
‘애가 왜 이러지?’
***
최현주가 조민우를 좋아하는 것은 사실이다.
아니 그녀는 진심으로 사랑했다.
결국 다른 여인과 정민우를 공유할 정도로 좋아했다.
지금까지는 그럭저럭 참을 만 했다.
다만 이제는 중동의 왕녀와 염문이 있는 것을 보자 마냥 좋지가 않았다.
아니 정신이 번쩍 들었다.
‘오빠가 정말 날 좋아하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고 생각했다.
만약 자신을 진심으로 사랑했다면 일어날 수가 없는 일이다.
그런 점을 감안하면 심란했다.
고민을 많이 해보았다.
이건 정말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 여기 조민우를 보러온 것은 그것을 확인하기 위함이었다.
딱 그의 얼굴을 보자 문득 확신을 가졌다.
“오빠.”
“응?”
“우리 그만 만나요.”
“!”
그는 깜짝 놀랐다.
정말 예상 밖의 이야기였다.
그녀는 곧 몸을 돌려서 단호하게 사라졌다.
조민우는 뒤 늦게 소리쳤다.
“혀, 현주야!”
하지만 돌아온 것은 공허한 메아리였다.
최현주는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냉정하게 멀어져만 갔다.
***
사람이 살다보면 정말 소중한 것이 소중하다는 것을 모르는 경우가 많다. 일테면 너무 편해서 그것을 쉽게 생각한다.
여인 같은 경우도 비슷하다.
좀 친해지기 시작하면 그냥 가볍게 생각한다.
그건 시간이 더해갈수록 더 심하다.
자연스럽게 이런 분위기는 곧 여인의 자존심을 건드린다.
그건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누구나 다 겪는 문제였다.
조민우 역시 다르지 않았다. 그는 솔직히 지금까지 아는 여자 중에 한 사람인 최현주에 대해서 가볍게 생각했다.
손만 벌리면 안을 수 있는 여자라고 보았다.
그런데 그녀가 떠나고 나서야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그녀가 얼마나 수중한 지 뒤 늦게 깨달았다.
‘실수했어.’
그를 처음 만났을 때 기억이 주마등같이 떠올랐다.
바로 사업 실패 후에 다시 대학을 복학했다.
자연스럽게 알게 된 것이 최현주였다.
당시에 자신은 사업 실패한 폐인.
최현주는 그야말로 뽀송뽀송한 신입 여대생이었다.
그 때문만 해도 최현주의 몸값이 월등했다.
다만 시간이 지나면서 많이 바뀌었다.
자신이 사업이 승승장구하면서 전성기를 회복하자 상황은 달라졌다.
지금은 그야말로 피크였다. DS 뉴딜 정책이 시작되면서 이제는 아예 정치적인 압력까지 행사할 정도로 발전했다.
그러니 최현주 따위는 눈에 보일 리가 없었다.
하지만 중요한 사실 한 가지가 있다.
자신을 있는 그대로 좋아해준 유일한 사람은 바로 한 사람이었다.
‘현주야.’
다른 여인들은 달랐다.
대다수가 자신이 가진 것 때문에 알게 된 여인이었다.
설사 그녀들의 마음속에 자신이 좋아하는 감정이 있다고 해도 그걸 믿기는 어렵다. 뒤늦게 자신의 잘못을 알자 그냥 있을 수가 없었다.
‘가서 사과하자.’
***
최현주가 냉정하게 조민우를 차버렸지만 그녀가 그를 사랑한 것은 사실이었다.
마음이 편할 리가 없었다.
아니 한 동안은 마음 고생했다.
시간이 지나도 그 고통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덕분에 요즘은 식사도 거의 건너 띈 채로 지내기 일 수였다.
한 번 두 번이야 넘어갈 일이다.
그런데 그 상황이 일주일이 되자 좀 달랐다.
그녀의 엄마가 보다 못해서 결국에는 자기 침실 문을 열었다.
“현주야, 왜 그래?”
“아냐.”
“인석아, 그래도 밥은 먹어야 할 것 아냐.”
“나 괜찮아.”
그녀는 침대에 누운 채 눈물이 흐르는 것을 손끝으로 닦았다. 모친이 결국 방문을 열고 들어와도 본 척도 하지 않았다.
그녀는 슬그머니 침상 옆에 앉은 채로 부드럽게 입을 열었다.
“현주야, 왜 그래?”
“저, 정말 괜찮다니까. 속이, 아니 나 지금 살이 너무 많이 쪄서 다이어트 하는 중에야.”
“남자에게 차였어?!”
뜨, 뜨끔.
귀신같은 엄마의 반응에 다시 얼굴을 침대에 파묻었다.
그런데 갑자기 히프에 무슨 소리가 들렸다.
찰싹!
“앗, 따, 따가워!”
그녀는 벌떡 일어났다.
하지만 눈은 이미 개구리 왕눈이처럼 퉁퉁 부어 있었다.
현주 엄마는 천천히 그녀의 손끝으로 딸아이의 눈을 닦아주었다.
하지만 그녀는 새삼스러운 눈빛이었다.
자신의 딸 미모는 누구보다 자신이 더 잘 안다.
결코 남자 따위에게 차이고 할애는 아니었다.
더욱이 자신이 아는 바로 사귀는 남자도 있었다.
무려 1년이 넘은 것으로 알았다.
계속 집에 데려와서 소개시켜 달라고 한 것도 이제는 포기한 녀석이다.
그런데 그 녀석과 쫑 난 듯 보였다.
‘찬 걸까? 차인 걸까?’
그녀는 피식 웃기만 했다.
딸아이의 미모를 잘 아는 바.
어차피 다른 남자를 만나면 그 뿐이었다.
“세상에 반은 남자야. 그 중에 거의 대부분 남자는 네가 손을 펼치기만 해도 와서 달라붙은 녀석들이고, 그런데 무엇 때문에 그렇게 걱정하는 거야?!”
멋진 말.
그녀도 결국 수긍하고 말았다.
“응.”
***
식사는 꽤 먹을 만 했다.
아니 맛있었다.
다만 불편했다.
아빠도 문제지만, 이놈의 남동생이 귀찮았다.
계속 째려보는데, 뭔가 궁금해 하는 눈치였다.
최현주는 그것을 무시한 채 자신의 앞에 놓인 된장국이나 마셨다.
후르르.
매콤한 것이 간이 딱 이었다.
마침 동생이 입을 열었다.
“누나, 남자한테 차였다면서?”
푸후.
넘기려고 하던 된장국을 그대로 뱉아 내고 말았다.
목표는 물론 남동생 얼굴. 순간적으로 피할 길이 없어서 된장국을 뒤집어 쓴 녀석은 이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앗 뜨거워!”
그리고는 후다닥 화장실로 뛰어서 사라졌다.
“.......”
현주 아빠는 숟가락을 입에 넣은 채 딸을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오늘은 딸아이가 하는 짓이 확실히 평소와는 달리 독특했다.
한 마디 물으려고 하다가 힐끗 화장실에서 나온 막내를 보자 입을 다물었다.
자신도 저렇게 된장국을 얼굴에 뒤집어쓰고 싶지 않았다.
물론 막내 녀석이 알아서 자신을 아픈 곳을 잘 말해주었다.
“우씨, 누나, 정말 너무 하네. 여자는 원래 다소곳한 면이 있어야 해. 누나처럼 깐깐하게 나오니까, 남자가 내 빼는 거야!”
“.......”
최현주는 살기가 가득한 눈빛으로 남동생을 째려봤다.
무시무시한 살기였다.
압도적인 기세.
하지만 남동생은 의외로 당당했다.
“내가 정말 동생이라서 충고하는 거야. 여자는 말이야. 적당히 입을 다문 채 좀 남자 비위를 맞춰야 줘야지. 이런 식으로 팩 토라지면 어떤 남자가 좋아하겠어?!”
그녀는 순간 울컥 했지만 그렇다고 사실을 전부 말할 수는 없었다.
여자 네 명이 한 남자를 공개적으로 좋아하고, 같이 지낸 것은 일방적인 사람이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다. 아마 엄마, 아빠가 알면 난리가 날 일이었다.
하지만 한 편으로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자신이 얼마나 이상한 남자(?)와 사귀는 지.
이제는 좀 현실을 깨달았다.
남동생의 말도 시간이 지나자 오히려 고맙게 생각했다.
남동생이니, 저런 말을 하는 듯 보였다.
“알았어.”
“응? 알다니 뭘 알아? 누, 누가 지금 내가 한 말을 알았다고?”
“그래, 그러니, 고마해.”
딱 여기까지 였다.
남동생은 물론 포기하지 않았다.
입을 열려고 했다.
딩동!
차임벨 소리가 들렸다.
***
최현주는 가벼운 체육복 복장을 한 채 곧 문을 나섰다. 그녀도 등 뒤에서 호기심이 가득한 따가운 시선을 의식했지만 문을 나선 후에 그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 조민우 손을 잡고는 빠른 걸음으로 나갔다.
대략 골목을 돌자 더 이상 시선은 느껴지지 않았다.
옆에 있는 조민우 안색이 이전과는 사뭇 달랐다.
“왜 왔어요?”
“미안해.”
“뭐가요?”
“모든 것이.”
“바람 난 것도요?”
“응.”
“그만 둬요. 우리 이제 남남이에요. 오빠 사귀고 싶은 여자 마음대로 사귀세요. 5:1의 그룹 섹스도 해보세요. 남자들의 로망이 그거라면서요?”
조민우는 일축했다.
“다 정리할게.”
“네? 무슨 말이에요?”
“사귀는 여자 다 정리한다고, 그러면 되겠어?”
“.......”
그녀는 개구리 왕눈이 같은 눈빛을 한 채 조민우를 멍하니 쳐다보았다. 정말 믿기지가 않았다. 말이 안 되는 이야기였다.
결국 다시 한 번 확인해보았다.
“지, 진심으로 하는 소리에요?”
“응. 다만 내가 모질지 못해. 여자에게 가서 헤어지자는 이야기는 도저히 못하겠더라.”
“쳇, 결국 다시 만나겠다! 이런 소리에요?”
그는 어느 정도 순조롭게 상황이 풀려가자 꽤 만족스러웠다. 그녀가 떠난 것은 결국 자신의 문란한 여자 문제가 기본이었다.
당연히 그 문제만 해결되면 그녀는 쉽게 해결될 것이라 보았다.
역시 예상대로였다.
“아니 대신에 한 가지 부탁이 있어.”
“뭐죠?”
***
최현주는 인천 공항이 처음은 아니었다. 과거 다른 친구들과 같이 일본이나, 아시아 쪽을 여행할 때 몇 번 와본 적이 있었다.
다만 최근에 와서 개축된 것인지 건물이 짱이었다.
현대식으로 만들어진 인천공항은 그것 자체만으로 구경거리였다. 다만 그녀는 곧 자신이 이곳에서 온 이유를 떠올리고는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정말 오빠 때문에 미치겠다.’
그녀는 황당하기 짝이 없었다. 아무리 남자가 찌질 해도 그렇지 어떻게 자신에게 그런 부탁을 하는 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어금니를 살짝 깨물었다.
불 여시 하나 정리하는 것은 역시 조강지처가 해야 할 일.
그렇게 보면 딱히 틀린 것도 아니었다.
곧 공항 한 쪽에서 사람들이 나오고 있었다.
조금 전에 내린 싱가포르 편이었다.
일단 자신이 만들어 온 팻말 하나를 곧 바로 펼쳤다.
-마야시를 환영 합니다!
영어였다.
당연히 알아볼 것이라 생각했다.
실제로 한 아름다운 백인 여인이 다가왔다.
가슴만 해도 절벽인 자신과 비교가 되지 않았다.
하체는 정말 길고, 늘씬했다.
하지만 역시 가장 시선을 그는 것은 푸른색의 눈빛이었다.
거기에 긴 생머리가 바람에 휘날렸다.
늘씬한 하체와 어울려서 그야말로 여신 같았다.
“........”
그녀는 자신도 꽤 몸매에 자신했지만 이 비현실적인 절대미녀를 보고는 입을 다물었다. 아무리 봐도 비교 자체가 되지 않았다.
남자들이 푹 빠지고 남을 절대미인이었다. 이런 여인을 상대로 이성을 유지하는 조민우가 보통 남자가 아니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하지만 그녀는 어금니를 꽉 깨물고는 어리둥절한 마야시에게 곧 자신이 아끼는 GS IFP100(?)을 이용해서 음원 파일 하나를 들려주었다.
-크흠, 아아, 마이크 실험 중,.......까르를, 크흠, 아, 죄송합니다. 이것 참 목소리 녹음하려니, 잘 안 되는 군요.
이 서론이 곧 끝날 것이라 예상했다.
그런데 아니었다.
꽤 길었다.
아니 그 정도가 아니었다.
무려 10분이 걸쳐서 계속 나왔다.
“........”
미처 확인을 못한 최현주는 입을 다물고는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마야사는 표정이 묘했다. 그녀는 목소리를 듣는 것만으로 조민우라는 것을 금방 알아챈 듯 보였다. 그런데 본인은 오지 않고, 정작 다른 여인이 왔다.
그건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다행히 곧 제대로 된 본론이 나왔다.
-여기 앞에 있는 최현주는 바로 본 조민우가 사귀는 정식 애인임을 하늘과, 땅을 향해서 고하는 바입니다. 만약 거짓말이라면 하늘에서 천둥번개가 일어날 겁니다.
번쩍.
콰르릉.
마침 천둥번개가 생겨났다.
“.......”
최현주는 힐끗 공항 밖에서 갑자기 일어난 낙뇌를 한 번 쳐다보고는 입을 다물었다. 도대체가 어떻게 돌아가는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결국 그녀가 입을 열었다.
“제가 최현주에요.”
마야사는 피식 웃었다.
“저는 마야사라고 합니다.”
만만치가 않았다.
그녀는 결국 독하게 마음먹고 입을 열었다.
“민우 오빠는, 마야사와 만날 생각이 없다고 저보고 전하라고 했어요. 좀 냉정한 말이지만 지금 바로 다시 영국으로 돌아가 주세요.”
하지만 그녀의 대답은 달랐다.
“전 조민우씨에게서 직접 듣고 나서 판단하겠어요.”
그녀는 당연히 몇 번에 걸쳐서 설득했다.
그건 아니다. 조민우 오빠는 당신이 생각한 것과는 전혀 다르다. 이미 애인이 다섯 명이나 있고, 심심하면 그들 다섯 명하고 그룹 섹스까지 한다.
뭐 이런 식이었다.
거의 안 좋은 이야기는 다 했다.
하지만 그녀 대답 왈.
“이런 말하기는 그렇지만 우리 왕가는 다처제입니다. 저희 아버지 첩만 해도 무려 25명이나 되요. 어떤 경우에는 그 25명과 같이 그룹 샤워도 같이 해요. 처음에는 별로 생각이 없었죠. 하지만 자라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아빠가 정말 더럽다? 네? 그런 생각이었어요. 하지만 지금은 달라요. 비록 여자를 많이 데리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아버지는 최소한 그분들에게 풍족한 삶을 보장해주거든요. 제가 옥스퍼드 대학을 다니면서 본 남자들은 그렇지가 않아요. 한 여자도 제대로 만족 못시켜주는 남자가 태반이에요. 그런 것을 감안하면 차라리 여자가 많은 남자가 오히려 더 났죠. 최소한 기본적인 것은 보장해 줄 테니까요.”
“........”
그녀도 결국에는 두 손을 들고 말았다.
아니 오히려 자신이 다시 설득 당한 것을 느끼고는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정말 바보 같아.’
***
조민우는 정말 최현주 외에 다른 여인은 다 정리하려고 했다.
다만 그도 남자라서 여자가 눈물을 징징 흘리는 것은 차마 볼 수가 없었다. 그래서 최현주에게 나머지 여자들을 다 정리하라고 제안했다.
그녀도 곧 수락했다.
그 자신이 아는 상식적으로 한 남자를 다른 여자들과 공유할 리는 없었다.
결국 그 이론대로라면 지금 주변에 붙어 있는 여자들은 정리가 다 될 것일 판단했다.
그런데 곧 나타난 최현주.
그녀는 놀랍게도 마야사와 손을 잡은 채 자신의 맞은편에 나타났다.
“........”
그는 이 결과를 보고는 갈피를 잡을 수가 없었다.
아니 혼란스러웠다.
‘서, 설마 현주가 레즈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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