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371 회: 새로운 마법 16권 -- >
***
잠깐 이야기가 있었다.
서먹서먹한 이야기다. 솔직히 어떤 여자도 자신의 남자가 다른 여자와 같이 공유한다는 것은 상상도 못한 일이다.
그건 조민우 역시 다르지 않다.
그가 알고 지내는 다른 여인은 상황이 좀 다르다.
일테면 조민우가 워낙에 돈을 많이 있으니, 그런 점을 고려했다. 즉 같이 섹스하고, 지내다 보면 떨어지는 것이 있다.
하다못해 아파트 한 채만 얻어도 10억은 그냥 먹고 들어간다. 섹스 몇 번 정도 한 것으로 최소가 10억을 번다면 그건 남는 장사다.
현실적인 여자 입장에서는 그렇다.
다만 최현주는 다르다.
그녀가 조민우를 만난 시기는 쫄딱 망해서 폐인이 다 된 경우였다.
당시에는 뭐 하나 제대로 가진 것도 없었다.
겨우 군대에서 막 제대한 빈털터리 복학생에 불과했다.
즉 그녀는 진심으로 조민우 그 자체를 사랑했다.
그 사랑이 깊어서 다른 여인까지 용납했다.
아니 정확히는 사람이 너무 착했다.
너무 순진해서 어처구니가 없게도 남자를 공유했다.
당시 조민우도 상태가 좀 이상했다.
돈을 엄청나게 버는 중에 최현주를 과소평가했다. 즉 여자가 많으니, 그 중에 한 명인 최현주를 쉽게 생각했다.
이런 점을 감안한다면 최현주도, 조민우도 이제 겨우 정신을 차렸다.
그런 상황에서 또 다른 여인을 용납한다?
그건 좀 아니었다.
조민우도 이런 점을 느꼈지만 지금은 별 다른 방법이 없었다.
그녀가 원하는 것을 들어주었다.
놀라운 것은 그녀가 원하는 것.
“마야사 언니와도 같이 친하게 지냈으면 해요.”
“정말 괜찮겠어?”
“네.”
“.......”
‘사람이 착한 거야? 바보인 거야?’
***
여자에 대한 감정은 계속해서 바뀐다.
즉 기복이 있어서 처음 알아 갈 때는 정말 좋아한다.
그런데 어느 단계 이상 넘어가면 좀 다르다.
그 때부터는 알 것 모를 것 다 알게 된다.
그 다음에는 아무래도 좀 가볍게 생각한다.
조민우 역시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곧 정신을 차린 후에 자신이 뭘 잘못 했는지 깨달았다.
바로 자신을 정말 진심으로 아끼고 사랑하는 여인.
최현주였다.
그는 때문에 다시 그녀를 처음 만났을 때로 돌아갔다.
“현주는 바보야.”
“네, 저 바보 맞아요.”
“쪼다.”
“쪼, 쪼다 맞아요.”
“똘 아이.”
발끈했다.
“나 화낼 거에요.”
“에휴, 이 귀염둥이.”
그는 부드럽게 그녀의 허리를 안아주었다.
“나 지금 하고 싶어.”
“안되요. 오늘은 그 날이에요. 대신에 마야사 언니에게 전화해요.”
“됐어.”
“어떻게 하려고요? 남자는 흥분하면 참기 어렵다고 하던데?”
“쓸데없는 소리 마.”
“설마 손장난하려는 거에요?”
“그것도 나쁘지는 않지.”
“그, 그건 안되요.”
조민우는 그녀의 이마에 알밤을 놓았다.
딱.
“악! 아, 아파요!”
“아프라고 때리는 거야.”
슬그머니 그녀의 허리를 잡아서 다시 안아주었다.
볼이 홍시처럼 붉게 달아올라 있었다.
너무 너무 귀엽고, 깜찍했다.
단순히 섹스하고, 말고를 떠나서 같이 있고 싶었다.
자연스럽게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참 현주 부모님은 우리 사이 알아?”
“몰라요.”
“한 번 소개시켜 줄래?”
“네? 저, 정말요?”
그녀는 화들짝 놀랐다. 당연히 이유는 있다. 자신이 비록 허락했다고 하지만 여러 명의 여인이 그의 옆에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지금까지는 아무래도 좀 망설여지는 요소가 있다. 그래서 선뜻 자신의 부모에게 소개시켜 준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물론 무슨 결혼한다거나, 그런 것은 아니다.
이보다는 그냥 소개 범주에 들어갔다.
조민우 역시 이제까지 그녀가 마음 고생한 것을 감안해서 여기에 대해서는 분명하게 말해주었다.
“아무래도 알리는 것이 맞을 것 같아.”
“언제요?”
“지금.”
***
까르릉.
화이트는 잠이 오는 지 눈을 감고는 꾸벅꾸벅 졸았다.
물론 그 이유는 아무래도 최현주가 안고 있어서 그런 듯 보였다.
그녀의 따스한 유방을 느끼자 놈은 헤롱헤롱해 있었다.
조민우는 차량을 모는 중에 백미러로 그 광경을 보고는 혀를 내둘렀다.
‘정말 대단한 놈이야.’
최근 들어서는 어디에 숨어서 아예 보이지도 않았다.
그런데 갑자기 나타나서는 최현주 품에 들어갔다.
놈이 아무리 덩치가 작다고 해도 기본적인 크기가 있다.
그런데 새끼처럼 구는데, 아직 웃기는 녀석이었다.
‘하긴 원래부터가 특이한 놈이지.’
***
화이트는 어느 정도 지각이 있다. 기본적으로 유전적인 것도 있지만 역시 시간이 지나면서 경험적으로 발전한 것도 있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어느 정도 말을 읽고 이해할 정도였다.
그런데 지금은 더 많이 발전해 있었다.
놈이 가장 싫어하는 것은 바람둥이.
최근 와서 주인의 행동은 실망 그 자체였다.
그런데 갑자기 정신을 차렸다.
자신이 다시 앞에 나타난 것도 그런 이유였다.
다만 이 순진한 애(?)가 참 걱정이었다.
주인은 누구 뭐래도 카사노바 기질이 있다.
그런데 자신의 부모에게 소개시켜준다니. 자신의 모든 것을 다 받쳐서라도 주인이 행패 부리는 것을 막아야 했다.
‘그건 절대로 안 돼지.’
***
끼익.
차량이 서자 아담한 한옥 집이 눈에 들어왔다.
대략 평수는 40평정도 되어 보이는 삼층 건물이다.
최현주가 먼저 문 쪽으로 달려갔다.
철컥.
하지만 그녀는 곧 문이 열리자 깜짝 놀랐다.
모친이었다.
이미 연락을 한 것 때문인지 기다리고 있는 듯 보였다.
그녀는 힐끗 화이트를 한 번 살펴보고는 깜짝 놀랐다.
“어머, 이 개 정말 귀엽구나.”
“가릉.”
화이트는 어깨를 으쓱한 채 자신의 늠름한 몸매를 자랑했다.
겉으로 봐서는 다소 큰 고양이 정도였다.
내면은 전혀 아니었다.
사람이 그런 것까지 알 수는 없었다.
그녀도 마침 동물을 좋아하는 지 화이트를 덥석 들어올렸다. 화이트는 그녀 품에서 갖은 재롱을 다 떨면서 의뭉을 떨었다.
둘은 잠깐 서로 장난친다고 여념이 없었다.
최현주가 보다 못해서 나섰다.
“어, 엄마!”
“어머, 내 정신 좀 봐. 민우씨라고 했죠? 어서 들어와요.”
“네.”
조민우는 천천히 문안으로 들어가면서 힐끗 최현주 모친 품속에서 힐끗 고개를 내미는 화이트를 보고는 혀를 내둘렀다.
‘저 놈이 도대체 무슨 생각이지?’
***
최현주 동생, 최시형은 오늘 누나가 사귀는 남자가 온다는 소리를 몰래 엿들었다.
엄마가 손님 맞을 준비를 하는 동안에 그는 칼을 갈았다. 생각 같아서는 두 토막을 내고 싶지만 그건 좀 무리였다.
최시형은 대신에 좀 색다른 방안을 강구했다.
바로 조민우를 엿 먹일 방법이었다.
다만 그러기 전에 그에 대한 확인은 필수.
이미 손님이 도착했다는 것을 들었기에 곧 거실로 나섰다.
그런데 한 놈이 턱 자신의 앞을 막았다.
화이트였다.
놈은 의외로 삐딱한 시선으로 자신을 쳐다보고 있었다.
‘뭐지? 이놈은?’
황당했다.
마침 그 때 엄마의 목소리가 들렸다.
-화이트가 화장실에 가고 싶대!
“........”
그는 기가 차서 화이트를 한 번 째려봤다.
턱을 가볍게 흔드는 모양세가 빨리 화장실로 안내하라는 듯 보였다.
최시형은 한 번 두고 보자는 심보로 일단 놈을 안내했다.
문제는 화장실 문이다.
잠겨 있었다.
더욱이 사람 손으로 열수 있는 문고리.
도저히 개는 열 수가 없었다.
그는 비웃는 듯 한 어조로 화이트에게 툴툴거렸다.
“여기야.”
하지만 화이트는 이런 최시형이 가소로운 표정을 한 채 천천히 문 앞으로 다가가서는 가볍게 상체를 들어 올린 후에 자신의 발톱 세 개로 틈에 고정시킨 후에 가볍게 열었다.
철칵.
그리고 당당한 걸음으로 안으로 들어가서는 꼬리로 문을 닫았다.
타앙.
“........”
그는 멍한 표정으로 화장실 문을 쳐다보았다. 비록 긴 인생은 아니지만 나름 십오 년 동안 살면서 저런 개가 있다는 소리는 본 적도 들은 적도 없었다.
아마 진돗개는 저럴 수는 없을 터였다.
‘도대체 저놈은 뭐야?’
뒤에서 마침 최현주가 툴툴거렸다.
“화이트가 꽤 똑똑해. 그러니 쓸데없는 말썽 피우지 마.”
말하는 투가 꼭 자신이 개보다 지능이 못하다는 듯 보였다. 최시형은 순간 울컥했지만 일단 참았다. 지금은 놈을 보는 것이 우선이었다.
그녀를 돌아서 일단 거실 쪽으로 가보았다.
그곳에는 양복을 입은 남자가 있었다.
부티가 나 보였다.
맞은편에는 부모님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꽤 흥분한 듯 보였다.
“자, 잠깐만 그, 그러면 자네가 DS 설립자인 조민우란 말인가, 아니 말입니까?”
“넵.”
“세, 세상에!”
두 사람은 입을 딱 벌린 채 멍하니 조민우의 이모저모를 살폈다. DS가 어떤 회사인지 모르는 사람은 한국에 아무도 없었다.
한 때는 전 세계를 움직이는 기업 열손가락에 들어갔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화무십일홍이라.
곧 이어서 몰락을 거듭했다.
다들 이제는 DS가 일어서기 어려울 것이라 생각했다.
이유는 아주 간단했다.
적이 너무도 많고, 강했다. 미국, 일본, 중국을 비롯한 전 세계 통합체 UN에서, 심지어 한국에서는 정부가 그를 견제하고 있었다.
당연히 더 이상 부활은 불가능하다고 보았다.
그런데 아니었다.
그는 불사조처럼 DS 반도체 시리즈로 또 다시 일어섰다. 그러더니 이번에는 DS 석유라는 아이템으로 가지 한창 주목을 받고 있었다.
여기에 대해서는 물론 말들이 많았다.
정민우가 DS 석유를 조제하는 방법을 알았다는 것과.
다른 것은 바로 기존의 석유를 이용해서 DS 석유를 조제하는 방법에 대한 것이다.
물론 요즘은 다들 후자로 받아들이는 추세였다. 즉 기존의 석유를 이용해서 화학처리한 후에 그 양을 몇 배로 키우는 방식을 찾았다는 점이다.
다만 여기에 대해서 아는 이들은 별로 없었다. 워낙에 DS에서 쉬쉬하지만, 그건 다른 이들 역시 다르지 않았다.
정말 진실이라면 그것은 충격적인 일이다.
차라리 모르는 것이 났다고 생각했다.
다만 계속 주시를 하고 있었다.
최근 들어서 오펙과 협상이 있다는 뉴스까지 떴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전 세계 원유 가격에 대한 조정이 있지 않을까 하는 의도에서 다시 주목을 받고 있었다.
그야말로 한국 경제에서 빼놓을 수가 없는 젊은 거인이었다.
하지만 최현주 부친은 곧 정신을 차렸다.
‘현주가 너무 과한 남자를 만났어.’
사실 자신의 집안 사정을 감안하면 두 사람은 도저히 이루어 질 수가 없다. 차이가 나도 이렇게 많이 나면 결과는 정해져 있었다.
이런 점에 있어서는 솔직히 남자로써 궁금했다.
“혹시 우리 현주를 어떻게 만났는지 알 수가 있습니까?”
존댓말이었다.
조민우 정체를 알 자 함부로 못했다.
조민우는 힐끗 최현주가 조심스럽게 주스와, 과일을 테이블에 올려놓은 채 어깨에 힘을 잔뜩 들어가 있는 것을 보고는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사실 제가 처음 시작한 사업은 드림스카이였습니다. 한 때는 잘 나갔습니다. 코스닥 상장까지 앞두었을 정도이니까요. 하지만 결과는 부도였죠. 그건 아무래도 제가 세상물정을 잘 몰라서 일어난 일이었습니다. 제가 현주를 만난 것은 바로 한창 폐인이 되어서 대학에 다시 복학했을 때였습니다. 그 때 전 정말 빈털터리였죠. 가진 것은 아무것도 없었으니까요. 그런데 현주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있는 그대로 저를 좋아해주었으니까요. 그 정도라면 충분하리라 생각합니다.”
“........”
“........”
두 사람은 슬쩍 겸연쩍은 표정을 한 채 시선을 피하고 있는 딸을 쳐다보았다. 그제야 그 대단한 조민우와 사귄 이유를 알아챘다.
인생 가장 밑바닥까지 떨어졌을 때 옆에 있어준 사람.
그것이 바로 자신의 딸이었다.
최현주는 그런 상황에서도 묵묵히 조민우를 옆에서 그의 가치를 알아보았고, 참고 인내하면서 조용히 지켜봐주었다.
그건 여자이기 이전에 가치를 알아본 한 사람으로서 높이 평가할만한 일이었다. 처음에는 솔직히 돈 때문에 조민우를 만났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녀석, 많이 컸구나!’
분위기는 곧 화기애애해졌다.
굳이 돈 때문에 만난 사이가 아니라면 자신들이 어떻게 하고 말고가 아니다.
다만 여전히 걱정되는 것은 두 사람의 미래.
하지만 그것 역시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지금까지 잘 해왔으니, 앞으로도 딸이 잘해갈 것이라 생각했다.
“우리 딸, 잘 부탁하네.”
“네.”
간단한 대답.
그 정도면 충분했다.
조민우도 새삼 최현주를 힐끗 쳐다보면서 방긋 미소 지었다. 비록 뒤늦은 깨달음이었지만 지금이라도 늦지 않다고 생각했다.
다만 문제는 다른 여인이었다.
‘어떻게 처리를 하나........’
***
최시형은 분위기가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도 끼어들려고 했다가 아예 자신이 옆으로 오면 계속 엄마가 경고 눈짓을 주자 고개를 푹 숙인 채 돌아섰다.
하지만 그는 순간 이상하게 가슴 저 밑바닥에서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물론 지금 조민우에게 손을 댈 수는 없었다.
그래서 대안으로 선택한 것은 화이트였다.
그는 잔뜩 열 받은 표정을 한 채 자신이 아는 태권도 자세를 떠올린 후에 화장실 문을 열었다.
벌컥.
그런데.
안에는 화이트가 좌변기에 엉덩이를 대고는 큰 것을 누고 있었다. 그것까지는 그럴 수 있다고 하자. 놈은 놀랍게도 신문을 읽고 있었다.
“........”
그는 순간 입을 딱 벌린 채 멍하니 화이트를 쳐다보기만 했다.
마침 화이트도 감히 자신이 응가 하는 것을 놈이 보자 섬뜩한 눈빛으로 벽면 타일을 향해서 손톱으로 그었다.
사각.
그 단단한 욕실 타일에 일직선 하나가 쫙 새겨졌다.
무시무시한 위력이었다.
꿀꺽.
마른 침을 삼키고는 슬그머니 화장을 문을 닫고 말았다.
‘도, 도대체 저놈 정체가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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