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394 회: 새로운 마법 17권 -- >
***
아는 이들만 아는 사실인데, 화이트는 생각보다 똑똑하다.
보통 개와는 근본적으로 많은 차이가 있다.
2세대를 거치면서 가장 많이 발전된 부분이 바로 지능이다.
특히 과거 돌연변이와 싸우면서 그 경험 역시 무시하기 어렵다.
괴물에 학살되어서 죽어가는 인간.
인간의 반격.
둘의 죽고 죽이는 싸움.
그것은 화이트에게도 충격이었다.
시간이 가면서 화이트는 좀 더 고차원적인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러면서 자주 접하게 된 것은 말이 있었다.
평화였다.
조민우는 늘 입에 이것을 물고 살았다.
화이트는 자연스럽게 이 말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되었다.
시간이 갈수록 평화에 대해서 생각했다.
자연스럽게 주목한 것은 주인이다.
가끔은 푼수 같고, 뜬금없는 행동을 잘한다.
평소 하는 짓 보면 말썽꾸러기 저리가라다.
하지만 화이트는 그런 주인이 좋았다.
최근 와서 그 주인에게 변화가 생겼다.
깊은 수심에 잠겨 있었다.
화이트는 당연히 주인을 늘 옆에서 지켜보고 있기에 그 의미를 잘 알고 있었다.
‘마이클 때문인가?’
주인이 원하는 것은 아주 간단했다.
“휴우, 난 평화만을 원할 뿐이야. 도대체 왜 자꾸 이런 일이 생기는 지 알 수가 없어. 설사 마이클과 대립한다고 해도 이 원한은 끝나는 것이 아니잖아?”
진심으로 걱정하고 있었다.
화이트는 그냥 둘 수 없다고 생각했다.
“까릉.”
“응? 왜 그래? 너가 이 문제 해결할 수 있다고 착각하는 거야?”
끄덕끄덕였다.
주인 얼굴이 가관이었다.
아니 배꼽을 잡고 웃는다.
“내가 이제까지 들어온 본 최고의 농담이야!”
화이트는 발끈했다.
“크렁!”
“어쭈, 증거를 보여주겠다고? 한 번 해봐!”
그냥 한 소리.
하지만 그에는 꽤 충격적이었다.
곧 바로 몸을 날렸다.
뒤에서 조민우 소리가 들렸다.
“얌마, 어디 가는 거야? 너 설마 마이클을 찾아가는 거야?”
***
화이트가 가진 능력은 생각보다 많다.
그 중에서 가장 대표적인 것은 후각이다.
단순히 뛰어난 정도가 아니다.
초감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만 너무 멀리 떨어져 있으면 소용이 없다.
그는 이 한계를 잘 알고 있었다.
결국 그 대안으로 사용한 것은 아주 간단했다.
바로 DS 본사에 있는 슈퍼컴퓨터다.
그것을 이용해서 우선 마이클이 있을만한 곳을 추적하기 시작했다.
전파가 나온 소스를 찾아서 하나의 통계치로 매기기 시작한 것이었다.
다행히 곧 세계 곳곳에서 그 교착점이 나왔다.
대부분이 미국에 많았다.
놀라운 것은 한국에도 있었다.
그 위치는 의외로 국회의사당이었다.
화이트는 곧 바로 여의도로 향했다.
***
김미숙은 오늘도 평소처럼 청소에 여념이 없었다.
국회의사당 내부는 생각보다 넓어서 빠르게 움직여야 작업 할당이 가능했다.
그 때문에 더욱 서둘렀다.
갑자기 희끗한 물체가 나타났다.
“어머? 깜짝 놀랐잖아.”
흰색 고양이.
아니 고양이 치고는 덩치가 꽤 컸다.
옆으로 조심스럽게 다가갔다.
털 윤기가 자르르 한 것이 보통 동물은 아니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눈빛이다.
그곳은 깊은 혜지가 담겨 있었다.
그녀는 의아하기 짝이 없었다.
파악.
순간 다시 고양이 사라졌다.
자기 어깨 위였다.
깜짝 놀라서 허둥지둥하다가 벌렁 넘어졌다.
하지만 고양이는 계속 그녀 몸에 달라붙어서 냄새를 맡기 시작했다.
곧 이어서 사라졌다.
‘도, 도대체 뭐야?’
그녀는 그제야 한숨을 쉬었다.
***
국회의사당 지하는 각 문마다 꼼꼼하게 잠겨 있었다.
허가받지 못한 이들은 아예 들어올 수가 없는 장소였다.
경비원 몇 사람이 계속 지나다니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 사이로 지나가는 희미한 물체를 그들은 발견하지 못했다.
그 물체는 계속 지그재그로 움직이면서 밑으로 내려갔다.
***
국회의사당 지하실.
일종의 창고로 보였다.
곳곳에는 문서가 잔뜩 쌓여 있었다.
이제까지 국회의사당에서 사용한 모든 문서가 이곳에 보관되는 듯 보였다.
서기 몇 사람이 빠르게 움직인다.
그들 동작은 별 다른 이상이 보이지 않았다.
한 서기 역시 다르지 않았다.
그는 느긋한 표정으로 곧 내려온 서류를 받아서 차곡차곡 챙기고 있었다.
너무 자연스러워서 별 다른 이상이 드러나지 않았다.
다만 갑자기 뭔가 느꼈는지 몸을 돌렸다.
뒤에는 희색 물체가 조용히 서 있었다.
바로 화이트였다.
그의 눈빛에 이채가 반짝였다.
“호오, 너는........그 때 그 놈이구나.”
화이트는 순순히 수긍했다.
순간 적막감이 감돌았다.
서기는 놀랍게도 변장한 마이클이었다.
주변에 있던 서기 역시 다르지 않았다.
그들은 벌써 화이트를 눈치 채고는 조용히 포위하고 있었다.
마이클은 손짓으로 그들을 물러나게 만들었다.
“이상하군. 도대체 여기에 왜 혼자 나타난 거야? 설마 너 혼자 나를 제거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
화르릉.
그의 오른 손에는 화염이 떠올랐다.
마법이 아니었다.
아예 신체를 이용해서 불꽃을 만들어내는 것 같았다.
화이트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은 채 고개를 흔들었다.
마이클은 오히려 머쓱한 표정을 한 채 불꽃을 지웠다.
“좋아, 협상 때문에 왔다고 하자. 하지만 넌 말을 못하잖아?”
화이트가 곧 사라졌다.
다시 나타났을 때 손에 쥐고 있는 것은 최신향 스마트 폰이었다.
거기에 있는 간이 키보드를 이용해서 글자를 남기기 시작했다.
(키보드는 칠 수가 있다.)
“........”
마이클은 다소 충격을 받은 채 입을 다물고 말았다.
그는 혹시 자신이 정신착란인가 싶어서 주변을 돌아보았다.
다들 입을 살짝 벌리고 있었다.
키보드 치는 고양이는 들어 본 적이 없는 탓이다.
***
대화는 의외로 차분하게 진행 되었다.
화이트가 원하는 것은 아주 간단했다.
(평화야!)
마이클은 당연히 으르렁 거렸다.
“우리 아버지를 죽여 놓고 평화라고?”
하지만 화이트는 이제까지 자신이 얻은 깨달음 서서히 털어놓았다.
바로 평화에 대한 이론이었다.
(글세, 내 생각은 달라. 너 아버지가 죽인 인간의 수만 해도 십만 명을 훌쩍 넘어가. 너가 인간이라면 그냥 있겠어? 방어를 하지.)
“그렇다고 해서 사실이 달라지지는 않아.”
(내 말을 이해는 못하는 군. 어차피 지금 싸워 봐야 넌 못 이겨. 우리 주인님이 최근에 개발한 로봇은 일반적인 형태와는 많이 달라. 티탄 장갑으로 무장한 절대의 힘이니까. 못하기는 해도 너희 종족은 씨몰살 당하게 될 거야.)
일종의 협박이다.
하지만 이런 압박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여러 가지 당근을 제시했다.
특히 흥미로운 안건도 있었다.
(굳이 인간과 싸울 필요가 있을까? 너희들은 얼마든지 우주에서 생존할 수가 있잖아? 저기 화성 같은 곳에 가도 번식할 수가 있어. 너희만의 혹성을 얻을 수가 있는 거지.)
“화성이라........”
마이클은 문화 충격이라는 것을 느꼈다.
그저 지구라는 행성에만 너무 집착했다.
따지고 보면 인간에 복수하려는 것도 이곳을 정복하기 위한 야망의 하나다.
불행히도 그에게 주어진 힘은 그렇게 절대적이지가 않았다.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지구 오염이야. 이대로 라는 이곳에 살아도 오백년은 넘기기 어려울 거야.’
마이클 수명은 얼추 천년이 넘는다.
결국에는 이곳에 살면 그 자신은 죽는다는 이야기였다.
그럴 바에는 차라리 화성으로 이주하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적어도 2세기는 잡아야 할 테니까.
힐끗 주변을 돌아보았다.
바로 아버지의 수하들이었다.
그들은 인간처럼 지능이 뛰어난 것은 아니다.
다만 기본적인 생각은 한다.
화성은 꽤 매력적인 제안이었다.
가장 큰 것은 그들이 그곳에서 생존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인간이 화성에 정착할 정도의 기술을 가지려면 적어도 3세기는 필요하다.
그 동안이라면 그들 나름의 문화를 이룩할 수가 있었다.
마이클은 머릿속이 복잡했다.
다만 그는 문득 한 가지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가만 너도 생각해보니, 우리랑 비슷하잖아? 그런데 왜 인간 틈에서 그렇게 살고 있지?”
(편하니까!)
“.......”
그는 기가 차서 화이트를 잠깐 째려봤다.
신기한 녀석이었다.
하지만 한 편으로 귀여운 녀석이었다.
키보드 치는 고양이.
실로 유쾌한 일이었다.
문득 이제까지 쌓여 왔던 증오감이 서서히 희석되는 것을 느꼈다.
“좋다.”
(탁월한 선택이야!)
곧 화이트는 사라졌다.
다들 잠깐 주춤하나 싶었지만 곧 한 사람이 옆으로 다가왔다.
“최선의 선택입니다.”
“알겠어. 이곳에 설치한 폭탄을 그냥 한국 검찰에 알려.”
“네.”
그들은 곧 하나 둘씩 철수하기 시작했다.
***
조민우는 아무리 고민해도 머리가 아팠다. 마이클을 제거하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그 와중에 일어나는 희생이 더 큰 문제였다.
하지만 그라고 해서 무슨 대안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 때 다시 화이트가 나타났다.
“어라? 너 어디 갔다 왔어?”
녀석은 그저 모른 척한다.
소파 옆에 착 배 깔고는 엎드려서는 입을 살짝 벌린다.
앞에 놓인 쥐포를 달라는 이야기였다.
그는 가소로운 표정이었다.
마침 TV 화면이 뭔가 나왔다.
놀랍게도 마이클이었다.
“와우, 안녕들 하십니까? 네? 마이클입니다. 원래 계획했던 테러는 중지하기로 했습니다. 장난이 아니라는 것을 보이기 위해서 국회의사당에 놓인 폭탄을 보여드리죠.”
곧 나타난 것은 바로 국회의사당 곳곳에 설치되어 있는 폭탄이다.
단순히 C4 수준이 아니었다.
일종의 소형 전략핵이다.
아마 터지면 여의도를 비롯해서 그 주변 지역은 폐허가 된다.
조민우는 안색이 딱딱하게 굳었다.
마이클이 방긋 미소 지었다.
“아닙니다. 터트릴 생각이었다면 이렇게 보여줄 이유는 없지요. 가서 빨리 제거하라는 뜻에서 보여준 겁니다. 제가 이렇게 다시 방송을 하게 된 것은 저 아버지에 대한 복수를 포기할 생각입니다. 대신에 조건이 있습니다. 앞으로 우리 종족을 추적하지 마세요. 무슨 말인지 알았습니까? 제가 원하는 것은 아주 간단합니다.”
곧 화면이 바뀌었다.
화면이 나온 것은 바로 딱 한 마디.
‘평화!’였다.
마이클 마지막 목소리가 조용히 흘러 퍼졌다.
“이것으로 당신들과 다시 보지 않기를 바랍니다.”
이게 다였다.
곧 화면이 다시 정상으로 바뀌었다.
하지만 곧 TV 화면은 난리가 났다.
조금 전에 일어난 일에 대한 분석으로 시끌시끌했다.
갑작스러운 마이클의 행보.
이미 미국 테러를 시작으로 전 세계에 선전포고까지 한 이다.
그가 모든 원한을 포기한 것은 실로 이해하기 힘든 일이었다.
“........”
조민우는 입을 다문 채 심각한 생각에 빠졌다.
이유는 아주 간단했다.
바로 평화라는 말 때문이다.
자신이 주로 애용하는 표제어다.
그걸 마이클이 사용했다.
우연이다.
그것은 절대로 아니었다.
옆을 돌아보았다.
어깨에 힘을 잔뜩 선 채 배를 축 부풀리고 있는 녀석.
화이트였다.
턱짓으로 쥐포를 달라고 난리였다.
한 번 줘 봤다.
잘도 먹었다.
누운 채 쥐포를 먹는 묘기.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설마 너야?”
화이트는 어깨를 으쓱했다.
“갸릉!”
“노, 농담이지?”
“갸릉?”
진담이라는 뜻이다.
하지만 조민우는 믿지 않았다.
“자식, 날씨도 더운 별시덥지 않는 소리나 해.”
그는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서는 나가버렸다.
화이트는 퉁명스러운 표정으로 TV나 쳐다보았다.
마침 화면에 마이클 재방송이 나오고 있었다.
윙크였다.
그는 물끄러미 그 모습을 지켜보면서 쥐포나 뜯었다.
누가 알아주는 것이 중요한 것은 아니었다.
화이트는 자신이 지구 평화를 지켰다는 것에 만족할 뿐이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지금 안분지족한 삶.
그것을 다시 만끽 할 수 있는 것에 만족했다.
‘잉? 쥐포가 떨어졌잖아?’
곧 쥐포 찾아서 몸을 날렸다.
거실에는 썰렁한 침묵만이 감돌았다.
(현대 마법사 1부 완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