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장 : 여행자]
청년은 계속해서 달렸다. 숨이 차올랐고, 많은 출혈로 인해 현기증이 느껴졌지만,
그래도 달렸다.
꽈당!
풀린지 오래인 그의 다리는 결국 조그마한 돌부리를 피하지 못했고, 결국 그는 바
닥을 뒹굴어야했다.
"크으으으읍!!"
복부를 꿰뚫은 상처가 바닥에 닿으면서 극심한 고통이 밀려들었다. 새어나오는 비
명을 참느라 깨문 입술에서 비릿한 피 맛이 느껴졌다. 힘겹게 몸을 일으켜 근처 나
무에 몸을 기댄 청년은 오른손을 상처에 가져갔다.
"큐어."
회복계 중급 마법의 이름이 청년의 입에서 흘러나오자 그의 손등 위로 밝은 빛의
마법진이 떠올랐다. 하지만 그것은 잠시 뿐, 마법진은 이내 형상을 잃고 사그라들었
다. 마법 실패였다.
'형편없이 지쳐있다.'
청년은 자신의 상태를 그렇게 결론지었다. 그렇지 않고서야 마법의 종족인 드래곤
인 자신이 중급 마법에 실패할 리가 없었다. 비행 주문인 레비테이션을 사용하여 도
망쳤다가는 오래지 않아 붙잡히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두 다리와 체력만을 믿고 상
처입은 몸으로 계속해서 달려왔다. 지치지 않을 수 없었다. 정신을 집중한 청년의
입이 다시금 열렸다.
"큐어."
손등 위로 떠오른 마법진은 이번엔 사그라들지 않고, 그의 상처 위로 빛을 흩뿌렸
다. 빛이 닿은 부위의 출혈이 멎어들었고, 상처가 회복되기 시작하였다. 생각같아서
는 더 강력한 회복 주문을 쓰고 싶었지만, 그것도 발각될 위험이 있었다.
"젠장, 몰라. 일단은 쉬고 보자."
잠시 눈을 감고 있던 청년은 문득 눈을 뜨고는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오른쪽에 시
선을 고정시킨 그의 미간이 약간 좁혀졌다.
"처형의 절벽이라는 곳인가? 재수도 없지, 하필이면…."
오른쪽으로 십수 미터가 떨어진 곳의 절벽을 바라보며 청년은 한숨을 내쉬었다. 몸
을 일으켜 절벽으로 다가간 청년은 아래로 시선을 내렸다. 드래곤이기 때문에 뛰어
난 시력을 지닌 그에게도 바닥은 보이지 않았다.
처형의 절벽. 죄를 지어 사형 선고를 받은 드래곤들의 처형을 위해 만들어진 절벽
이다. 그 끝에는 명계로의 문이 존재한다고는 하지만 그것을 확인한 자는 없었다.
확실한 사실은 이 절벽에서 떨어져 돌아온 자가 없다는 것이었다.
"역시 대단하십니다. 자신의 죽을 장소를 택하신 거군요, 아레트 왕자님."
뒷쪽에서 들려온 날카로운 목소리가 청년, 아레트에게 들려왔다. 창을 치켜든 붉은
머리의 청년들이 어느샌가 그를 포위하고 있었다. 아레트의 입에서 작은 신음이 흘
러 나왔다. 평상시였다면, 드래곤 솔져Drgon Soldier 십여명과 맞서 싸우는 건 몰라
도 탈출은 가능했다. 하지만 아레트의 상태는 절대로 평상시가 아니었다. 아레트는
조용히 숨을 들이마시며 몸을 긴장시켰다. 그때였다.
"으악!"
갑자기 추적자 중 한명이 비명을 지르며 소멸해버린 것이었다. 아레트를 포함한 모
두가 어리둥절해하며 주위를 두리번 거리는 사이 또 한명이 비명과 함께 소멸했다.
그리고 아레트의 주위에서 열명의 남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하나같이 붉은 옷을 걸
치고 붉은 복면으로 얼굴을 가린 그들은 묵묵히 검을 뽑아 아레트를 보호하는 듯한
진형을 짰다.
"…화영룡단(火影龍彖)?"
아레트가 나지막히 중얼거리자 그들 중 한명이 고개를 끄덕였다.
"화영룡단 3부대 대장, 볼칸. 화룡왕 전하의 마지막 명에 따라 이 곳에 왔습니다."
"…아바마마는 역시?"
"돌아가셨습니다. 왕자님, 반드시 탈출하셔야 합니다. 마지막 화영룡단인 저희들이
목숨을 걸고 이 곳을 사수하겠습니다. 피하십시오."
자신의 말을 마친 볼칸은 아레트에게 더 이상 말을 걸지 않았다. 다만 부하들을 이
끌고 추적자들을 향해 검을 휘두르기 시작할 뿐이었다. 영룡단은 용왕의 직속 친위
대. 그런만큼 눈 앞의 적을 섬멸하는 것 쯤은 간단하였다. 하지만 문제는 머지않아
이 곳에 재투입되어 들어올 후속부대. 나이트들이 투입되기 시작하면, 제 아무리 영
룡단이라 할지라도 버티기는 힘든 것이었다. 문제는 그뿐이 아니었다. 피할 장소가
없었다. 이미 여러 차례의 시도를 해보았으나 차원문은 용신계의 결계로 인해 작동
되지 않고 있었다.
"저기다!"
여러 명이 달리는 소리가 들려왔고, 공중에는 본래의 모습을 한 드래곤들이 날개를
펼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순간, 볼칸과 아레트의 시선이 마주쳤다. 상황이 이렇게
되었으니 화영룡단의 전멸은 일도 아니었다.
'도박.'
아레트는 도박을 해야만 했다. 가만히 앉아서 죽을 수는 없었다. 아레트는 양 손을
모으자 그 사이에서 레드 드래곤의 권능, 파이어 브레스Fire Breath가 타올랐다. 아
레트는 그 불꽃을 허공으로 집어던졌다. 누군가를 맞추기 위해서가 아니라 단순히
허공에 던진 것이었다.
"화룡족의 왕자, 아레트 로랜트의 이름으로 명한다. 불꽃의 문이여, 답하라!"
그의 외침에 주변에 정적감이 맴돌았다. 화영룡단과 추적대는 순간, 아레트에게 그
시선을 고정하였다. 침묵을 깨뜨린 자는 추적대의 일원이었다.
"미친건가?! 용왕검도 없이 그런 자연의 문을 사용했다가는 차원의 틈으로 퉁겨져
버릴 수 있다는 사실을 잘 알텐데…!!"
그의 외침은 충고에 가까웠다. 하지만 아레트는 그 말을 깨끗이 무시하고는 화영룡
단에게 시선을 돌렸다.
미안.
입 밖으로 나오지는 못했지만, 아레트의 눈빛은 그들에게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더 이상 지체할 시간은 없었다. 아레트는 목숨을 걸고서 불꽃의 문을 향해 뛰어들었
다. 아레트의 몸이 불꽃의 문의 안쪽으로 사라지자 불꽃의 문은 저절로 모습을 감추
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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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 리넘버링 되면서 하이랜더가 날아갔더군요. 그런 고로 복구 겸 재업합니다.
이상, 스카이였습니다.
『SF & FANTASY (go SF)』 19074번
제 목:[하이랜더] The war of dragons - 002
올린이:스카이엘(박지훈 ) 01/04/15 17:53 읽음:654 E[7m관련자료 있음(TL)E[0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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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랜더 1st story
The war of Drag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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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계(神界)는 크게 세 구역으로 나눌 수 있다. 오른쪽이 광신(光神), 가즈엘이 다
스리고 있는 광신계(光神界). 왼쪽이 암신(暗神), 루아엘이 다스리는 암신계(暗神界
). 그리고 그 가운데에 어느 곳에도 속하지 않는 주신(主神)이 '머무르는' 중립 지
역(中立 地疫)이 있었다. 특히 중립 지역은 어느 곳에도 속하지 않고, 다스리는 자
도 없기 때문에 여러 존재가 모여 살고 있었다. 중립적인 성격을 띄는 신(神)이라거
나, 천사(天史), 악마(惡魔). 그리고 드래곤Dragon, 하이 엘프High Elf, 끝으로 하
이랜더Hylander들 까지도.
중립 지역 중에서도 주로 하이랜더 장로(長老)들이 거주하는 지역이 있다. 이 지역
의 중심에 있는 넓은 공터는 주로 하이랜더 간부들의 회의에 이용되곤 했다. 바로
지금과 같이.
"인정할 수 없습니다."
20명의 하이랜더 장로 중에서 가장 호전적으로 생긴 노인이 제법 반항적으로 말했
다. 이 회의장에서 최고상석에 위치해 있는 하이랜더가 그를 향해 슬며시 시선을 돌
렸다. 남자임에도 허리까지 내려올 정도로 기른 검은 머리카락. 머리 색과 같은 검
고 헐렁한 반팔의 티셔츠와 하얀 면바지를 입은 그는 살짝 미소를 지으며 콧잔등에
걸쳐진 검은 안경을 왼손의 검지로 살짝 밀었다. 하이랜더 마스터Master, 킬린은 장
로를 향해 입을 열었다.
"이유는 무엇이지요, 유크 장로님?"
여유가 가득한… 즐기는 듯한 그의 어조에 유크 장로는 애원조로 말했다.
"마스터…! 쥬얼Jewer이 무엇인지 잊으신겁니까?"
"설마, 그럴리가요. 쥬얼은 주신(主神)께서 저희, 하이랜더들의 저주를 막아내시기
위해 만들어내신 열 두개의 보석의 총칭이죠."
"그렇습니다. 그리고 그 보석을 지키는 가디언Guardian과 가디언 에이드Aid가 얼마
나 중요한지도 잊지는 않으셨겠죠?"
킬린은 여전히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렇습니다. 하이랜더 중에서 가장 강한 자를 뽑아 마스터이자 가디언으로 임명하
여 두개의 쥬얼을 맡기죠. 나머지 네명의 가디언이 네개의 쥬얼을. 그리고 가디언을
보좌하는 가디언 에이드, 다섯명이 다섯개의 쥬얼을. 끝으로 장로 협회에서 하나의
쥬얼을 맡게 되죠."
"그런데 어째서 가디언 에이드의 역할을 800살밖에 안된 어린 하이랜더들에게 맡기
려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설마 그들 중 한명이 당신의 제자이기 때문입니까?"
"유크 장로님."
킬린의 목소리가 낮아짐과 함께 미소가 지워졌다. 그가 이런 변화를 보일 때는 전
투시, 분노시, 그리고 진지할 때라는 것을 알고 있는 유크 장로는 저도 모르게 침을
삼켰다.
"예, 예."
"저는 하이랜더 마스터이기 이전에, 불의 가디언. 그렇기에 저는 불의 가디언 에이
드에 제가 총애하는 제자 녀석을 임명하려는 것입니다. 가디언 에이드라는 말의 의
미가 가디언을 돕는 존재라는 것을 잊지 말아주셨으면 합니다."
"그 입장은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장로님."
킬린의 말이 끝나자 자리에 앉아있던 물의 가디언, 아나샤가 말을 이어받았다. 유
일한 여성 가디언인 아나샤의 외모는 아름다운 정도는 아니었지만, 그런데로 준수한
편이었다. 어디가서 빠지지 않을 정도는 된다는 말이었다. 순식간에 궁지로 몰린 유
크 장로는 식은땀을 흘렸다.
"…하지만 저는 어린 하이랜더들의 실수로 쥬얼이 깨지지 않을까 해서…."
"당신이 걱정하는 마음은 충분히 이해하고 있습니다, 유크 장로님."
킬린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의 상체가 흔들림에 따라 긴 머리카락도 흔들
렸다.
"그들이 쥬얼을 깨뜨린다고 하더라도, 저를 비롯한 가디언들과 가디언 에이드들이
있습니다. 쥬얼이라는 보석은 모두가 깨어지지 않는 한, 주문의 효과가 영원한 보석
. 크게 걱정할 문제는 아니죠. 게다가 그들은 장로님도 아실만한 '천재'이지 않습니
까."
킬린의 목소리가 원래대로 돌아오며 그의 얼굴에 미소가 떠올랐다. 유크 장로는 결
국 의지를 꺽고서 고개를 숙였다. 그가 그런 반응을 보이자 킬린은 장로들로부터 시
선을 돌려 두 명의 청년을 바라보았다.
붉은 눈동자를 살짝 가릴정도로 길러진 붉은 머리카락. 그 머리카락이 살짝 닿아있
는 가는 턱선. 그리고 몸에 달라붙는 흑색의 티셔츠와 검은 바지. 허리까지 내려오
는 갈색의 하프 코트. 끝으로 장식이라고는 전혀 없이 손잡이와 검날만이 달린 하얀
장검이 역시 하얀 검집에 꽂혀 허리춤에 묶여 있었다.
그의 옆에는 대조적으로 하늘색 머리카락에 금빛 눈동자를 지닌 청년이 서 있었다.
머리카락은 전체적으로 길지는 않았지만, 귓가 쪽이 좀 길어 귀의 일부를 덮을 정도
였다. 몸에 비해 약간은 큰 연회색의 상의를 입고, 아래에는 청바지를 입고 있었다.
그리고 검은 가죽 재킷을 걸치고 허리춤에는 검날 받침대의 장식이 약간 화려한 장
검이 있었다. 옆의 청년과 비교하면 미모 쪽으로는 떨어졌지만, 전신에서 풍겨나오
는 활발한 분위기는 그 정도는 충분히 커버하였다.
킬린은 먼저 첫번째 청년을 소개했다.
"이제부터는 불의 가디언 에이드가 될 카인 레카드입니다. 제 수제자이기도 하고,
용제(龍帝) 폐하와도 인연이 닿은 몇 안되는 하이랜더인지라 아는 분도 계시겠죠."
갑자기 붙게된 직위에 카인이라는 청년의 눈동자가 약간 움찔했다. 하지만 큰 변화
는 없었다. 그에 반해 옆에 선 청년은 시골 청년이 성에 초대되어 진수성찬을 보기
라도 한 듯이 입을 쩍 벌리고 눈을 둥그렇게 뜨고 서 있었다.
킬린은 곧 하늘색 머리카락의 청년도 소개하였다.
"이 쪽은 물의 가디언 에이드가 될 레이젤 이지스. 아나샤 뿐만 아니라 백룡왕(白
龍王) 전하와 백룡군주(白龍軍主), 린트의 제자인 것으로 유명하죠. 화이트 드래곤,
아루나 공주와의 연인 사이인 것도 꽤나 유명하고요."
소개가 끝나자 카인은 가벼운 인사를 하며 목례를 올렸다. 레이젤은 과장된 몸짓으
로 인사를 한 후에, 옆에 선 카인과 킬린에게만 들리도록 투덜거렸다.
"마스터, 사생활 침해예요."
그의 불평을 일체 무시한 킬린은 싱글싱글 웃으며 카인과 레이젤에게 각기 붉고 푸
른 보석을 건내주었다. 보석, 쥬얼을 받아든 카인과 레이젤은 각자 자신의 팔찌와
반지에 밀착시켰다. 곧 영롱한 빛이 뿜어지며 쥬얼과 보석의 융합이 일어났고, 그들
은 정식으로 가디언 에이드의 자리에 오르게 되었다.
제248회 하이랜더 간부 회의는 이렇게 끝이 났다. 가디언들과 가디언 에이드들은
각자의 세계로 돌아갔다. 가디언 에이드라고는 이름은 붙였지만, 실제로 보좌하는
것이 아니고 따로 다니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에 몇몇을 빼고는 모두 헤어졌다. 물
론 이렇게 헤어지긴 했지만, 가디언의 필요에 따라 가디언 에이드들은 언제라도 달
려와야할 의무가 있다. 그리고 장로들은 신계에 있는 자신들의 집을 향해 이동했다.
마스터인 킬린도 이미 자신의 할 일을 위해 다른 세계로 떠난지 오래였다. 쓸쓸하게
남겨진 레이젤은 옆에 서 있는 카인을 바라보았다.
"카인, 세나에게는 안부 전해줘."
"그러지."
카인이 고개를 끄덕이며 담배를 하나 꺼내물자, 레이젤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
"어차피 같은 차원계에 있는 거니까 조만간 다시 보게 되겠지. 그럼 나는 먼저 가
셔야겠다, 다음에 보자, 굴뚝아."
거의 모든 시간을 입에 담배를 물고 있는 카인을 빗대어 굴뚝이라고 부른 레이젤과
카인은 거의 동시에 차원문을 소환하여 신계를 벗어났다.
서쪽 대륙을 통일한 리리아 라프랜트가 라프랜트 왕국의 국왕으로 취임하면서 시작
된 성왕력(聖王曆), 834년 12월 19일. 동쪽 대륙의 중부 지역에 위치한 이름없는 울
창한 숲. 늦가을로 접어들면서 약해진 햇빛이 은은하게 내리쬐자, 그녀의 금발이 반
짝이며 빛을 발했다.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는 듯 같은 자리에서 왔다, 갔다를 반복
하던 그녀는 곧 지쳤는지 아름드리 나무에 몸을 기대었다. 새하얀 여성용 정장이 숲
과는 그리 어울리지는 않았지만, 그녀의 미모와 부드럽게 몸을 그리는 곡선은 그런
어색함을 없애주었다. 금줄 목걸이가 작게 진동을 하자 그녀의 표정이 눈에 띄게 밝
아졌다. 허공에 사각형의 문이 생기며 한 존재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녀가 기다리던
자였다.
"오빠, 잘 다녀왔어요?"
외모답게 목소리도 가늘고 고왔다. 문에서 나온 존재, 카인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
여 그녀의 질문에 답했다.
"그런데 집회는 왜 연거예요?"
담배의 재를 떨어뜨린 카인은 다시 담배를 입에 물며 말했다.
"비어있는 가디언 에이드의 자리를 채우기 위해."
"아… 다크랜더와 얼마전에 약간의 분쟁이 있었다고 하더니, 약간이 아니었나 보네
요…. 그런데 오빠가 왜 가야 했죠?"
카인이 천재라고 칭송받고는 있지만, 간부 회의에 참석할 정도로 높지 않다는 사실
을 잘 알고 있는 그녀였다. 카인은 대답 대신, 코트의 왼쪽 소매를 걷어 자신의 팔
찌를 보여주었다. 화려한 장식용 팔찌를 굳이 착용하고서 안보이게 가려놓은 이유를
알고 있는 여인은 그의 반응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하지만 보석으로부터 뻗어져 나
오는, 자신을 빨아드릴 듯한 빛에 여인은 감탄사를 터뜨릴 수 밖에 없었다.
"이 보석은…쥬얼? 그럼, 오빠가 불의 가디언 에이드가 되신거예요?"
카인은 소매를 원래대로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와아, 축하해요, 오빠!"
정작 카인보다도 더 기뻐하는 그녀를 바라보자 얼음장 같던 카인의 표정도 약간 풀
어졌다. 잠시 후, 카인이 입을 열었다.
"역시 비워져 있던 물의 가디언 에이드는 레이젤로 되었다. 안부를 전해달라던데."
레이젤의 말을 전해주는 것으로 보아 그녀의 이름이 세나인 듯 했다.
"야, 레이젤 오빠가요? 아루나 언니가 좋아하겠는걸…. 레이젤 오빠는 잘 지내죠?"
"그렇게 보이더군."
그것으로 둘의 대화는 일단 끝이었다. 계속해서 이야기를 나누다가는 해가 져서 숲
에서 노숙을 해야만 했고, 일부러 노숙을 하고 싶어하는 것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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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p. 드래곤들의 계급.
드래곤 로드Dragon Load = 용제(龍帝)
다섯 명의 용왕 중에서 한 명에게 내려지는 드래곤 최고 권위자의 칭호. 1명.
드래곤 킹Dragon King = 용왕(龍王)
골드, 레드, 블루, 그린, 화이트의 다섯 종족의 지도자이자 용신계의 한 구역을 담
당하는 자들. 이들 중, 한 명은 용제가 된다. 4명.
드래곤 모나크Dragon Morch = 군주(軍主)
용왕들이 혈통에 의한 직위라면 군주는 실력에 의한 직위다. 용왕 바로 아래의 서열
이다. 5명.
드래곤 섀도우 나이트Dragon Royal Knight = 영룡기사(影龍驥士)
흔히 영룡단, 이라고 불리운다. 용왕의 직속 친위 부대로 실력이 뛰어나다. 30명.
드래곤 나이트Dragon Knight = 용기사(龍驥士)
인간의 기사와 비슷한 개념이다. 용기사가 되면 드라군Dragoon이라는 이름의 검과
갑옷을 선사 받게 된다. 1500명.
드래곤 솔져Dragon Soldier = 용병사(龍兵士)
일정의 훈련을 받은 드래곤들. 일반의 드래곤의 2배에 달하는 힘이 있으며, 솔져가
되면 그 때부터 죽어도 시체가 남지 않고, 자연계로 돌아가게 된다.
드래곤Dragon
보통 최강으로 알려진 무시무시한 생명체. 인간 기준으로 본다면 평민.
이상, 스카이였습니다.
『SF & FANTASY (go SF)』 19075번
제 목:[하이랜더] The war of dragons - 003
올린이:스카이엘(박지훈 ) 01/04/15 17:54 읽음:503 E[7m관련자료 있음(TL)E[0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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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랜더 1st story
The war of Drag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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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중순으로 접어들게 되면, 대륙의 분위기는 달아오르게 된다. 신년(新年). 바
로 그것이 대륙의 분위기를 달구는 촉진제이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평화'
라는 전제가 붙을때에만 가능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서쪽 대륙의 축제 분위기와
는 정반대로 동쪽 대륙의 분위기는 삭막해져가고 있었다. 동쪽 대륙에서 중요한 것
은 신년 축제가 아니라 전쟁의 종결이었다.
834년 전에 등극한 라프랜트 왕국의 성왕, 리리아 라프랜트에 의해 서쪽 대륙은 완
벽한 통일을 이루었다. 그렇지만, 동쪽 대륙은 그렇지 않았다. 세 자리에 달하는 여
러 나라들이 호시탐탐 서로를 노리고 있었다. 그 중에서 아나트 왕국은 소국 연합인
헬레인 중에서도 약소국에 속하는, 그야말로 형편없는 국가였다. 그렇지만, 언제부
터인가. 기사 대장, 퀴언과 마법사단장, 라트의 등장으로 아나트의 국력은 비약적으
로 발전했고, 근처의 나라를 차례대로 무너뜨려 나갔다. 그리고 지금에 이르러서는
대륙의 1/2을 집어삼킨 초강대국이 되어 있었다. 뿐만 아니라, 이번에는 수천년동안
신성불가침 지역이었던 성지(聖地)마저 습격함으로써, 다시 한번 전쟁을 일으킨 것
이다. 아나트가 처음으로 전쟁을 일으킨 때로부터, 이미 3년째. 성지를 습격한 때를
기준으로 이미 6개월. 동쪽 대륙은 황폐해졌다.
전투의 중심이 되는 장소는 폐허가 된다. 그것은 마을이라도 마찬가지였다. 허물어
진 집들과 무너진 담벼락들. 길바닥에 널부러진 무고한 평민들의 시체와 병사들의
시체. 붉게 물들어 있는 토지. 이 곳만이 아니더라도 대륙 곳곳에서 이제는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었다.
"폐허군."
이러한 마을에 들어서며 덤덤하게 한마디를 내뱉은 자는 카인이었다. 당연하다는
듯이 물려있는 담배로부터 하얀 연기가 피어올랐다. 세나는 표정을 흐렸다.
"왜 서로를 죽이는걸까요. 이런 피해를 입으면서까지."
"인간이니까."
간단하면서도 시니컬한 대꾸였다. 카인은 필터까지 타버린 담배를 짐짓 아쉬운 듯
이 바라보았다. 거짓말처럼 표정을 바꾼 카인은 미련없이 담배를 손가락으로 튀겨
길바닥에 버렸다. 보통때였다면, 그를 지적했을 세나였지만, 그럴 기분이 나질 않았
다.
"차라리 노숙을 하지."
세나가 뭐라고 말하려 하자, 카인이 먼저 입을 열었다. 세나는 자신이 하고 싶었던
말을 그가 대신해주자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런 곳에서 잠이 잘 올리가 없었
다.
"아…, 오빠? 저기 좀 보세요."
마을의 중앙 쯤을 지나갈때 세나가 문득 걸음을 멈추더니 손가락을 뻗었다. 가느다
란 그녀의 손가락이 가리키는 방향을 따라 카인은 덤덤히 시선을 옮겼다. 잠시 그것
을 바라보던 카인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말했다.
"바위."
"아뇨, 아뇨. 그 밑에요."
카인은 바위 밑에 깔려있는 것을 잠시 바라보더니 전혀 변하지 않은 억양으로 말했
다.
"생존자."
"살아있는게 확실하죠?"
세나는 카인을 돌아보며 물었고, 카인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군"
"구해요."
세나는 단호히 말하고는 생존자를 향해 걸어갔다. 기껏해야 20대 초반에 불과한 여
인의 하반신은 수백Kg의 바위에 의해 작살이 나 있었다. 주변에 흥건히 고인 피가
여인의 검은 머리카락을 적시고 있었다. 시골 마을의 여인답게 청순한 얼굴은 하얗
게 변해 있었다.
"비켜."
세나가 여인의 상태를 살피고 있자, 카인이 뒤로 다가와 말했다. 세나는 카인의 말
대로 비켜섰고, 카인은 바위를 향해 왼손을 뻗었다.
"쥬얼 포스Jewer Force."
뻗어진 카인의 왼손이 붉은 기류에 뒤덮였다. 붉은색 기류는 빠르게 움직여 카인의
손 앞에 구(球)의 형태로 맺혔다. 붉은 구체가 탄환처럼 쏘아져 나가며, 그 반동으
로 카인의 왼손이 허공에서 움찔했다.
꽈아아앙!!
구체가 바위에 직격으로 부딪히자, 육중한 무게의 바위는 그대로 산산조각이 나며
사방으로 퉁겨 날아갔다. 다행히 여인에게로 떨어진 파편은 없었다. 세나는 카인을
향해 말했다.
"그것이 쥬얼을 이용한 기술인가요? 강하네요."
"그렇군."
카인은 그렇게 대꾸하고는, 근처의 나무에 몸을 기대고는 세나를 지켜보았다. 세나
는 몸을 굽혀 생존자의 상처를 살펴보고 있었다. 가장 심각한 부상은 하체가 거의
완벽하다시피 부서진 것이었고, 그 외에도 피를 너무 많이 흘리고, 오랜 시간동안
방치된 탓에 너무 지쳐 있었다.
"리커버리."
그녀의 주문이 시전되자, 그녀의 손등 위로 상급 회복 마법인 리커버리의 거대 마
법진이 떠올랐다. 마법진이 천천히 움직이며, 밝은 빛을 찬란하게 뿜었다. 그 빛은
급격히 굴절되어 여인에게 쏘아져 그녀의 상처들을 말끔히 회복시켰다.
"하반신은 뼈가 박살났을 텐데."
"예에. 하지만 이거라면… 리바이블."
세나는 카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금 주문을 전개했다. 최상급 회복 마법인
리바이블이 발동되자, 입체 마법진이 떠오르며 리커버리때와는 비교가 힘들 만큼의
밝고 많은 빛이 뿜어져나왔다. 빛은 여인의 하반신을 감싸돌았고, 그녀의 뼈는 쉽게
재생되었다.
"자, 상처는 이걸로 됐어요. 일단은 기다려야 겠는걸요."
"…놀랍도록 닮았군."
여인을 바라본 카인은 눈을 가늘게 뜨며 말했다. 그의 말을 들은 세나의 표정은 우
울하게 변하였다.
"디나, 라는 분이겠죠?"
카인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시선을 돌렸다. 그의 끄덕임을 보지는 못했지만,
세나는 여인의 옆에 무릎을 꿇고 앉아 고개를 숙였다.
이제 곧 다가올 신년에 24세가 될 아가씨인 피아는 평범한 시골의 여인이었다. 물
론 마을 최고의 미녀라는 별칭과 함께 어릴적 부모를 잃은 고아라는 점은 평범하지
않았다. 한 차례 마을에 막대한 사상자를 안겨준 돌림병의 희생자에 그녀의 부모가
포함되어 있었다. 당시 10세였던 피아는 곧 마을의 어느 부부에게 맡겨졌다. 결혼을
한 지가 10년째임에도 자식이 없었던 그들 부부는 피아를 친딸처럼 곱게 키워왔다.
하지만 그것은 오래가지 못하였다. 피아가 22세때, 그들 사이에서 아들이 태어난 것
이었다. 그 후로 1년. 피아는 그야말로 하인처럼 그 집에서 일만을 해야 했다. 그리
고 불과 몇일 전, 성지의 기사(驥士)들과 아나트 병사들의 전투가 이 마을에서 일어
났다 . 그 과정에서 그들 부부는 목숨을 잃었고, 그들의 사랑스런 아들은 무사들의
발에 밟혀 죽어버렸다. 그리고 피아는 도망가던 도중, 무너지는 담벼락에 깔려버렸
다.
피아는 천천히 눈을 떴다. 다시 눈을 뜬 것으로 보아 죽지는 않은 듯 했다. 하지만
그녀의 시야에 보이는 것은 푸른 하늘이었다. 그녀는 자신이 죽어서 천국에 온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그녀의 그런 생각은 곧 들려온 목소리에 의해
말끔히 지워졌다.
"정신이 들었군."
"무리해서 움직이지 말아. 아직은 몸이 정상이 아니니까."
차가운 남자의 목소리와 부드러운 여인의 목소리. 피아는 그 쪽으로 시선을 돌리기
위해 애를 썼다. 아마도 자신을 구해준 사람들일테니까.
"무리해서 움직이지 말라니까."
피아가 고개를 돌리려 하자 여인의 목소리가 그 움직임을 제지했다. 무안해진 피아
는 다시 고개를 돌렸다. 잠시 뒤, 피아의 등을 누군가가 받쳐주어, 그녀는 쉽게 몸
을 일으킬 수 있었다. 자신을 일으켜준 사람을 바라본 피아는 저도 모르게 한동안
넋을 잃고 말았다. 눈 앞의 여인은 동성인 자신의 눈에도 너무도 아름답게 비쳤다.
피아는 곧 정신을 차리고 옆으로 시선을 돌렸다. 입에 담배를 문 붉은 머리의 남자
가 있었지만, 그는 피아에게는 관심이 없는 듯 다른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남자도
상당한 수준의 미남이었다. 피아로서는 난생 처음 보는 미남이기도 했다.
"아… 저를 구해주신게 두 분이신가요?"
남자가 짧게 고개를 끄덕여 그녀의 질문에 대꾸했다. 그러자 피아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감사합니다. 저는 피아 레존드라고 해요."
"카인 레카드."
"나는 세레이나 아소트. 세나라고 부르면 되."
짧은 소개가 끝나자 남자, 카인은 코트를 털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카인은 담배 연
기를 허공에 한번 뿌리고는 피아를 바라보았다.
"친척이 있나. 아니면 몸을 의탁할 사람이라도."
카인의 질문에 곰곰히 기억을 되짚어보던 피아는 곧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예. 큰아버지께서 아나트의 수도에 계십니다. 뵌 적은 없지만…."
"그럼, 일단 수도까지 데려다 주겠다. 그 뒤로는 알아서 해."
"예? 아, 예."
직설적인 그의 말투에 놀란 피아는 저도 모르게 건성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대꾸했
다. 하지만 그녀에게 그 실수를 만회할 기회는 오질 않았다. 이미 카인의 머릿 속에
는 앞으로의 일정이 그려지고 있었다.
'마을의 상태로 보아, 성지의 승리. 시체의 상태로 보아 4일 전. 만날지도.'
카인은 짧게 한숨을 내쉬고는 걸음을 옮겼다. 그가 말도 없이 이동을 시작하자 대
화를 나누던 세나와 피아도 황급히 그를 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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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p. 하이랜더들의 계급.
마스터Master
다섯 명의 가디언 중에서 한 명에게 내려지는 하이랜더 최고 권위자의 칭호. 1명.
장로(長老)
8천살이 넘은 노(老) 하이랜더 중에서 20명에게 내려지는 칭호. 명예직에 가깝기는
하지만, 나이에 걸맞게 강한 무력을 지니고 있는 자들이다. 20명.
가디언Guardian
8천살이 넘지 않은 하이랜더 중에서 가장 강한 다섯 명에게 내려지는 칭호. 하이랜
더들의 보석, 쥬얼을 지키는 자들이다. 한 명은 마스터라고 칭한다. 4명.
가디언 에이드Guardian Aid
가디언들을 보좌하기 위해 선택된 하이랜더. 그렇지만 보통 가디언 다음으로 강한
하이랜더들에게 내려진다. 종종 가디언이 직속 에이드를 선택할 때도 있다. 5명.
원 하이랜더One Hylander ∼ 나인 하이랜더Nine Hylander
서열 11위부터 20위까지를 원 하이랜더. 21위부터 30위까지를 투 하이랜더, 순으로
나간다. 하지만 정확하게 10명씩만을 채우는 것은 아니고, 대충 그렇다는 것이다.
칭호가 생겨나면, 장로회로부터 통보와 함께 증표가 내려진다.
텐 하이랜더Ten Hylander
100위 안에 들지 못한 하이랜더들을 부르는 말. 즉, 나인 하이랜더 안에 들지 못한
하이랜더라는 말이다.
다음회에는 어느 정족의 계급을 적게 될지… 참고로 카인과 레이젤은 본래 투 하이
랜더였습니다. 출세했죠. -_-
이상, 스카이였습니다.
『SF & FANTASY (go SF)』 19104번
제 목:[하이랜더] The war of dragons - 004
올린이:스카이엘(박지훈 ) 01/04/15 20:47 읽음:408 E[7m관련자료 있음(TL)E[0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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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랜더 1st story
The war of Drag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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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지, 야니키어의 병력 구조는 다른 국가와 다를 바가 없다. 정예 기사로는, 홀리
나이트Holy Knight들이 있고, 그들이 이끄는 기사단을 홀리 나이츠Holy Knights라고
부른다. 그리고 중앙 기사들을 신전 기사라고 부르며, 기사단을 신전 기사단이라고
부른다. 또한 신전 기사단은 보통 신전 기사 세 명이 500명을 이끌게 된다.
카인 일행이 피아를 구해준 마을로부터 그리 멀지 않은 곳에 500여명의 기사단이
야영 준비를 하고 있었다. 신전 기사단, 14부대. 아나트가 성지를 습격해들어오면서
시작된 병력 편성에서 이들 부대에 붙여진 명칭이었다. 14부대의 대장인 로니는 흐
뭇한 미소를 지었다.
"부관, 다음 마을은 어디에 있는가?"
"예. 이 곳에서 하루 정도면 쉽게 도착할 듯 싶습니다. 주둔 예상 병력은 이번 마
을과 동일합니다."
로니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 전쟁에서 14부대에 내려진 임무는 식량 보급
로의 확보였다. 이 보급로 확보라는 임무도 의외로 많은 전투를 겪게 된다. 파견되
어 있는 아나트 병사들. 또는 마을의 주민들… 좋게 말해서 전투였지, 일종의 학살
이었다. 그것을 증명이라도 하듯이 14부대에서 희생자는 내부에서 싸움이 벌어져 칼
에 찔려 죽은 녀석 뿐이었다. 오랜 세월동안 무술을 익혀오면서 실전을 겪어보지 못
했던, 신전 기사단에게 이번 전쟁이 가져다준 것 중 가장 위대한 것은 파괴, 살욕의
본능이었다. 지금껏 신앙심으로 억누르고 있던 그것이 일시에 표출된 것이다. 허리
춤에 매달린 가죽제 수통을 꺼내들어 뚜껑을 딴 로니는 단번에 물을 들이켰다. 시원
한 물줄기가 목을 타고 내려가자 까칠했던 목이 쉽게 풀리었다. 다시 수통을 허리춤
에 채워넣은 로니의 시야에 무언가가 포착되었다.
"응?"
로니는 의문을 가졌다.
"저 방향은 분명 4일 전에 박살낸 마을의 방향이군. 마을의 생존자? 아냐. 생존자
라면, 이 곳을 향해 태연히 다가올 필요가 없을텐데."
로니의 의문이 커져가고 있을 무렵, 그들을 향해 다가오던 세 명의 여행자가 걸음
을 멈추었다.
"오빠, 저 사람들은 누구예요?"
세나는 멀리 보이는 신전 기사단을 보고는 카인에게 물었다. 그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녀는 그들의 문장만 보고 그들의 신분을 판단할 능력이 없
었다. 카인은 그녀의 말에 흘끗 시선을 돌렸다.
"신전 기사단이군."
신전 기사단이라는 말에 옆에서 걷고 있던 피아의 어깨가 움츠러 들었다. 피아의
마을을 습격했던 무리 중 하나가 신전 기사단이란 것을 알고 있는 세나는 속으로 나
지막히 한숨을 내쉬었다. 세나는 빙긋 웃어보이며 말했다.
"그렇게 겁먹을 건 없어, 피아. 무슨 일이 있어도 오빠와 내가 지켜줄테니까."
그녀의 목소리는 듣는 이로 하여금 마음을 편안하게 만드는 일종의 힘이 있었다.
세나의 말을 들은 피아는 저도 모르게 살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셋과 신전 기
사단 사이의 거리가 가까워지자, 그들 중 한명이 나서며 말했다.
"나는 신전 기사단 14부대의 대장, 로니 필로린이라고 하오."
카인은 로니의 말에 가볍게 대꾸했다.
"어쩌라고."
예의라고는 조금도 찾아볼 수 없는 말투였다. 로니는 속에서 울컥, 하는 것을 느꼈
으나 애써 평정을 되찾았다.
"세 분은 이 앞에 있는 마을로 가시는 겁니까?"
"그렇다면."
"앞 마을에서는 곧 저희들과 아나트 병사들과의 전투가 있을 겁니다. 다른 길로 가
주십시오."
로니는 단호하게 말했다. 말을 하면서 은근히 자신의 기도 드러냈으므로 어지간한
자라면 겁을 집어먹고, 물러날 것이라고 생각한 그였다. 하지만 로니의 눈 앞에 서
있는 카인이라는 남자는 그 '어지간한 자'라는 범위에 넣기에는 너무나도 강했다.
"언제부터 성지가 타인의 자유를 구속하기 시작했나. 가즈엘 님께서 타인의 자유를
강제 구속하라는 신탁이라도 내리셨나."
"…그 말, 취소해주기 바랍니다. 신성 모독이니까요."
로니는 대놓고 적의를 드러냈다. 카인의 말이 신성 모독까지 가는 것은 아니었지만
, 스스로가 기분이 나빠졌기 때문이었다. 카인은 그의 말을 일체 무시했다.
"전투? 학살이라고 하시지. 전투에서는 평민들이 죽을 일이 없다."
"건방진 녀석, 닥치치 못할…!"
고함은 이어지지 못했다. 어느새 뽑혀진 카인의 검이 로니의 목을 한번에 그어버린
것이었다. 날카로운 검날은 쉽게 로니의 목을 몸에서 분리시켰다. 피가 터져나오기
도 전에 로니의 몸뚱아리는 거대한 불꽃에 휩쓸려 사라져버렸다. 카인과 오랜 세월
을 함께 해온, 세나는 별로 신기할 것이 없었지만 피아는 그렇지 않았다. 생명이 자
신의 눈 앞에서 죽어가는 것은 몇 일전에도 많이 봐왔다. 그리고 지금은 그것에 대
한 공포심보다도 눈 앞의 호기심이 앞섰다. 그런 것을 대충 계산해둔 카인이었다.
"어쩔텐가."
신전 기사단은 싸움을 택했다. 놀라운 광경을 보여주기는 했지만, 그들의 숫자는
무려 500이었고, 눈 앞의 상대는 셋. 그것도 남자는 하나뿐이었다. 아무리 강해봤자
, 500명은 어찌하지 못할 것이다. 그들은 그렇게 생각했다.
"하아앗!"
로니를 제외한 두 명의 신전 기사가 동시에 검을 뽑아들며 힘차게 나섰다. 그들의
검이 날아들자 카인의 몸이 흐르는 물처럼 이동하였고, 순식간에 검, 헬파이어를 쥔
손이 움직였다.
"플레임 랩소디Flame Rhapsody."
카인의 말과 동시에 터져나온 불줄기들이 신전 기사단들을 유린하였고, 카인도 불
줄기의 중심에서 쾌속으로 검을 휘둘러 기사단을 베어냈다. 피는 없었다. 피가 터져
나오기도 전에 고온의 불꽃이 그들을 불태웠기 때문이었다. 1:500이라는 상황에서,
그들은 공포란 것을 느껴야 했다.
"잠깐, 여길 봐라!!!"
한창, 신전 기사단을 베어나가던 카인을 제지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카인은 그것을
무시하고 계속 신전 기사단을 베어나갔고, 잠시 후 다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 자식, 여길 보라니까! 이 여자들이 어떻게 되어도 상관 없냐? 검을 버리는게
좋아!"
무슨 말에 반응한 것인지는 모르지만 카인은 움직임을 멈추고 그를 바라보았다. 피
아와 세나는 십수명의 신전 기사단에 의해 포위되어 있었다. 카인은 그들을 잠시 바
라보고는 입을 열었다.
"검이 없어도 너희들은 문제 없어."
"자, 잠깐! 이 여자들이 어떻게 돼도 좋단 건가!?"
"그게 아니라, 너희들이 우리를 어떻게 할 수 없다는걸 아니까 그런 거야."
"응?"
갑작스런 세나의 말에 기사단원은 그녀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와 눈이 마주치자 세
나는 살짝 웃어 보였고, 기사단원은 저도 모르게 순간적으로 넋을 잃고 말았다.
"브리즈."
폭풍계, 하급 마법인 브리즈의 마법진이 세나의 손등 위로 떠올랐다. 그녀의 손짓
을 따라 일어난 날카로운 바람이 그녀와 피아의 주위를 감싸돌았다. 마법을 응용한
간단한 방어진을 구성한 세나는 양 손을 모아 마력탄(魔力彈)을 구성하기 시작했다.
폭발하듯이 사방으로 튀겨나간 마력탄들은 기사단원의 옆구리나 명치를 가격했고,
그 충격에 그들은 갑옷을 입은 채로 힘 없이 날아가야만 했다. 주변의 기사단을 가
볍게 쓸어낸 세나는 피아의 어깨에 가볍게 손을 얹었다.
"걱정 말아. 우리는 이 자들에게서 널 지킬수 있어."
'강해.'
카인과 세나의 활약상을 지켜본 피아의 머릿속을 지배하고 있는 말이었다. 자신의
마을에서 신전 기사단에게 저항도 못하고 죽어나간 아나트의 병사들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강하였다. 2:500. 숫적으로 절대적으로 불리한 입장에 서 있음에도 불구
하고, 전투의 흐름은 이미 둘에게로 넘어온 뒤였다.
만약 카인과 세나가 보통의 검사나 마법사처럼 전투를 했다면, 피아는 미치거나 기
절했을 것이다. 그렇지만, 카인과 세나는 상처 하나 입지 않은 채로 싸웠고, 또한
죽는 이들도 피를 흘리지 않고 죽었기 때문에 그녀는 충분히 제정신을 유지할 수 있
었다.
잠시 후, 그 곳에 신전 기사단이 있었다는 것을 증명해주는 것은 천막에 그려진 성
지의 문양뿐이었다. 카인은 피가 묻어 있지 않지만 기분상, 검을 한번 떨구고는 검
집에 꽂아넣으며 말했다.
"이 정도로 가즈엘 님께서 항의하시진 않으시겠지."
"그 분의 귀에 들어갈 일도 없을걸요?"
카인의 중얼거림에 가까운 말에 세나는 살포시 웃으며 말했다. 피아는 그들에게 총
총걸음으로 다가왔고, 곧 카인을 보며 말했다.
"오빠, 검술을 가르쳐 주세요."
"왜."
"저는 강해지고 싶어요."
피아의 말에 카인은 묵묵히 코트의 포켓으로부터 담배를 꺼내들어 입에 물었다. 그
리고 손가락을 퉁겨 약한 불꽃을 일으켜 담배의 불을 붙이고는 손바닥을 펴 불꽃을
없앴다.
"이유."
"예?"
"단지 강해지고 싶다는 것만으로는 힘들어. 넌 검술에 대한 재능이 형편 없으니."
거절을 한 뒤에 확인 사살까지 마친 카인은 그녀로부터 시선을 돌려 하늘을 바라
보았다. 카인이 하늘을 보는 것을 유독, 즐기는 사실을 알기 때문에 방해할 수가 없
는 피아는 이내 시무룩한 표정을 지었다. 그녀의 그런 모습이 보기 안쓰러웠는지 세
나가 입을 열었다.
"피아. 내게 마법을 배워 볼 생각은 없니?"
"마법… 이오?"
"그래. 사실 20세가 넘어 성장이 끝난 여성이 검술을 배우기는 힘들거든. 하지만
마법은 그렇지 않아. 단시간에 이루어지지 않고, 끝내 사용할 수 없더라도 도전할만
한 가치는 있거든."
세나는 빙긋 웃어보였다. 피아는 곧 밝은 표정을 지으며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둘의 대화가 끝나자, 카인은 그녀들에게 시선을 돌리고는 세나에게 전음을 건냈다.
[무슨 생각이지.]
[뭐 어때요? 그냥 한번 해보는건데.]
[…좋도록.]
전음으로의 대화를 짧게 끝낸 카인은 가볍게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신전 기사단
들이 주둔 준비를 하면서 야영 준비를 썩 잘해놓기는 했지만, 아무래도 내키지 않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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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 스카이였습니다.
『SF & FANTASY (go SF)』 19105번
제 목:[하이랜더] The war of dragons - 005
올린이:스카이엘(박지훈 ) 01/04/15 20:47 읽음:398 E[7m관련자료 있음(TL)E[0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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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랜더 1st story
The war of Drag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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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원계에는 수 많은 생물이 살고 있다.
그 수가 가장 많은 존재는 인간이다. 가장 위대한 존재는 신이다. 가장 빛에 가까
운 존재는 천사다. 가장 어둠에 가까운 존재는 악마다. 지혜로우며 빛에 가까운 존
재는 드래곤이다. 지혜로우며 어둠에 가까운 존재는 마룡이다. 무력이 뛰어나며 빛
에 가까운 존재는 하이랜더다. 무력이 뛰어나며 어둠에 가까운 존재는 다크랜더다.
가장 고귀하며 빛에 가까운 존재는 하이 엘프다. 가장 고귀하며 어둠에 가까운 존재
는 다크 엘프다.
어둠이라고 해서 악한 것은 아니다. 빛이라고 해서 선한 것은 아니다.
-라프랜트 왕국의 성왕, 리리아 라프랜트가 저술한 진실. 일곱번째 이야기 中-
정령계(情靈界). 정령과 자연을 창조한 신이라는 존재들보다도 그것에 가까운 하이
엘프들이 살고 있는 곳이었다. 과거에는 지금에 비해 훨씬 많은 수의 하이 엘프들이
있었지만, 신계 대전을 겪으며 하이 엘프가 주신에게 속함과 함께, 많은 수의 하이
엘프들이 떠나갔다. 그리고 다크 엘프라 불리게 되었다.
하이 엘프는 보통 엘프들의 수명이 많아야 1천살인 것에 비해 10배나 많은 1만살까
지 살 수 있다. 외모와 특징이 비슷하여 엘프들과 혼동되기가 쉽지만, 하이 엘프들
의 특징은 일단 모두 머리가 길다는 사실이고, 귀가 길고 뾰족하다는 것이다. 엘프
들의 귀가 단순히 길기만 하고, 하프 엘프는 뾰족하기만 하단 것을 감안해보면, 충
분히 판별이 가능했다. 이 하이 엘프라는 존재들은 그 고귀함 만큼이나 연약하다.
그렇지만, 그들이 아직까지 생존하고 있는 이유는 간단했다. 3백살부터 1천살까지
무려 7백년 동안을 훈련 받은 하이 엘프의 전사들이 있기 때문이었다. 전사들의 능
력은 같은 나이의 드래곤, 하이랜더와 견주어도 손색이 없으며, 그 증거로 하이 엘
프의 현재 수장인 시하 라틴은 전 차원계에서도 다섯 손가락안에 드는 강자이다.
정령계의 중심이 위치한 아름드리 나무의 안에는 깔끔한 구조의 사무실이 있었다.
손대지 않은 자연물을 갖다 놓은 것이었지만, 하이 엘프 특유의 미적 감각이 백분
발휘된 사무실은 아담하면서도 능률이 오를법한 분위기를 자아내었다. 이 사무실의
주인이자 하이 엘프의 수장인 시하의 표정은 좋지 못했다. 시하는 비서의 잇따른 보
고를 받으며 조용히 한숨을 쉬었다.
"또 자아를 잃은 정령이라고… 등급은?"
"…이번에는 최상급 정령들이 자아를 잃었습니다."
머뭇거리며 이어진 비서의 말에 시하는 체통도 잃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고 말았
다. 최상급 정령이라면 사고능력이 있으며 계약자와 대화 가능했다. 최상급 정령의
위에 존재하는 정령왕들은 상위급 신들과 필적할 존재이니 자아를 잃을 걱정이 없으
므로, 최상급 정령이 자아를 잃었다는 이야기는 결국 지금의 문제가 적지않게 심각
하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이었다. 얼마 전 부터 하급 정령들이 자아를 잃으며 시작된
폭주 현상은 갈수록 심해지고 있었다. 시하는 오른손으로 얼굴을 덮었다.
"위치와 숫자는?"
"정령계의 동쪽 지역으로, 일곱입니다. 그리고 정령들의 소멸을 위해 유스틴 님을
비롯한 하이 엘프의 전사들, 열 명이 떠났습니다."
"그래, 유스틴도 이틀 전에 전사 양육 기관을 수석으로 졸업했으니깐. 다른 전사들
의 수준은 어느 정도인가?"
"예. 유스틴 님을 포함한 넷이 수석 졸업생이며, 셋이 차석 졸업생입니다."
"그 정도면 정령들의 폭주는 막겠군. 비서, 유스틴이 돌아오면 이 곳으로 보내게."
"알겠습니다, 쉬십시오."
비서는 진심에서 우러나온 인사를 건내고는 깔끔한 동작으로 몸을 돌려 시하의 사
무실을 나섰다.
그로부터, 다섯 시간 후. 고요함을 지키던 시하의 사무실 문을 노크하는 소리가 울
려퍼졌다. 눈을 감고 휴식을 취하고 있던, 시하는 조용히 눈을 뜨며 말했다.
"누구냐."
"유스틴입니다, 수장 각하."
"들어오거라."
시하의 사무실 문이 열리자 에메랄드 빛의 선이 부드럽게 찰랑였다. 유스틴은 사무
실 문에 자신의 에메랄드 빛 머리카락이 끼이지 않도록 하며 조심스럽게 사무실에
들어섰다. 시하는 눈 앞의 전사에게 자리를 권하였다. 시하와 유스틴이 자리에 앉는
순간, 그들은 수장과 전사가 아닌 아버지와 아들로 변하였다.
"그래, 첫 전투의 감상은 어땠느냐?"
"보는 것과 실전의 차이란 것을 느꼈어요. 훈련을 받을 때는 전사들의 무용담이 그
렇게 부러울 수 없었지만… 제가 직접 겪게 되자, 그것은 부러워할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답니다. 슬픈 일이죠, 정령들을 소멸시킨 다는 것…."
유스틴은 씁쓸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시하는 그의 어깨를 다독이며 말했다.
"하이 엘프의 전사들은 그런 고통과 아픔을 감수하며, 동족을 지켜나가는 중요한
존재이다. 그리고 너도 그들 중 하나이며, 장차 나의 뒤를 이은 수장이 되어 더 큰
의미에서 동족을 지켜나가야 한단다. 흠, 흠. 오늘 널 부른건 이 얘기 때문이 아니
라, 한 가지 임무를 맡기기 위해서다."
"임무…?"
"그래. 처음으로 자아를 잃은 정령이 나타난 것은 5일 전. 그리고 우리, 하이 엘프
다음으로 정령들과 가까운 존재인 드래곤들이 용신계에 결계를 걸어둔 것도 5일 전
이다. 나를 비롯한 하이 엘프의 장로들은 이 두 사건이 관련성이 있다는 판결을 내
렸다."
시하는 말을 마치고는 생수를 마시며 약간의 뜸을 들였고, 결국 유스틴으로 하여금
이야기를 재촉하도록 만들었다.
"제가 해야할 일은 무엇입니까? 동족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뭐든지."
유스틴이 강한 의지를 담아 말하자, 시하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리고는 걸음을
옮겨 책상 위에서 종이 뭉치를 들고 와 다시 자리에 앉았다. 시하가 들고 온 것은
차원 지도였다. 시하는 지도의 한 지점을 짚었다.
"이 차원계로 가거라. 이 곳에는 골드 드래곤의 공주님이신 세레이나 아소트 님께
서 머물고 계신다. 이 분께, 두 사건에 대해 여쭙고 오거라. 진상을 알게 된다면 귀
환하여 보고하면 돼."
"알겠습니다."
유스틴은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시하도 따라서 자리에서 일어섰다.
시하는 유스틴에게 잠시 기다리라고 하더니 방 구석에 있는 상자에서 활 하나를 꺼
내들었다.
"그것은…."
"그래. 내 활이자 수장의 활인 엔리멘탈이다. 받거라. 내 의지를 대행하는것이다."
"…감사히 받겠습니다."
유스틴은 양손을 내밀어 활을 받고는, 허리에 매달았다. 보통의 활이었다면, 무리
였겠지만 엔리멘탈은 소궁이었기에 충분히 가능하였다. 시하는 다시 자신의 자리에
앉으며 말했다.
"지하의 차원이동기로 가거라. 담당자에게는 지시를 해두었다."
유스틴은 그의 말이 끝나자 그에게 절을 올렸다. 유스틴은 곧 몸을 일으켜 사무실
을 나서, 지하로 향했다. 시하의 방이 1층이었기 때문에 지하로 가는것은 별로 시간
이 걸리진 않았다. 유스틴이 차원이동기에 도착하자, 시하의 명령을 받은 담당자가
그를 반겼다.
"어서오세요, 유스틴 님. 수장님께는 말씀을 들었습니다, 검술계Ix로 가신다구요?"
"예."
"도착 예정지에는 소수의 동족들이 거주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것은 검술계Ix에
서통용되고 있는 화폐랍니다."
"예. 그런데 자아를 잃은 정령들에게 그 곳의 동족이 피해를 입지는 않았나요?"
"동족들이 이루는 작은 마을에도 전사가 한명쯤은 있기 마련입니다. 정령계보다 정
령이 활발한 곳은 없으니까, 피해는 없습니다. 그리고 이건 지금까지 확인된 세레이
나 공주님의 이동 좌표입니다. 도움은 안되겠지만, 참고해주시길 바랍니다. 그럼,
출발하시겠습니까?"
담당자는 긴 설명을 끝내고, 유스틴의 의사를 물었다. 유스틴은 차원이동기 내부로
걸어가는 것으로, 그에 대한 답변을 대신했다. 유스틴이 차원이동기 내에 들어서자,
곧 사방에서 화려한 빛이 발했고, 빛이 사그러들때에는 이미 그의 몸이 차원이동기
내부에 존재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