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장 : 드워프 마을] (3/15)

                            [2장 : 드워프 마을]

 카인 일행은 그 뒤로 순조롭게 여행을 계속하여,  이틀 뒤에 세트라는 마을에 도착

할 수 있었다. 본래 신전 기사단과 아나트 병사들과의 전투로 엉망이 되었어야 했던

마을이었다. 하지만 알려지지 않은 카인 일행의 활약으로 마을에는 전쟁의 분위기가

보이질 않았다. 이 곳에 머물고 있는 아나트의 병사들도 보통의 경비대일 뿐이었다.

 여관은 대부분이 주점과 함께 운영을 하며, 이름은 'XX의 휴식터', 'XX의 쉼터' 따

위가 흔했다.  마을에 들어선지 얼마 되지 않아 일행은 역시나 곧 '세트의 쉼터' 라

는 여관겸 주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일행이 여관의 1층 홀 안으로 들어서자 인심좋

게 생긴 뚱뚱한 주인이 싱글벙글 웃으며 말했다.  전쟁이 시작되고, 손님이 팍 줄었

기 때문에 여관 주인은 오랜만에 찾아온 손님이 반갑기 그지 없었다.

 "세트의 쉼터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추가 인원은?"

 카인은 고개를 저었다.

 "2인용 방 하나와 1인용 방 하나를."

 여관 주인은 카인의 말에 능숙한 솜씨로 열쇠 꾸러미에서 두개의 열쇠를 빼더니 카

인을 향해 가볍게 던졌고, 카인은 가볍게 열쇠를 낚아채며 말했다.

 "카인 레카드."

 카인이 자신의 이름을 말하자, 여관 주인은 어느새 손에 들린 펜에  잉크를 찍고는

숙박부에 그의 이름을 적어넣었다. 여관 주인이 세나와 피아에게 시선을 돌리자, 세

나는 웃으며 말했다.

 "나는 세레이나 아소트. 이 아이는 피아 레존드."

 여관 주인은 고개를 끄덕이며 둘의 이름도 숙박부에 이름을 기록했다. 숙박부의 작

성이 끝나자 카인은 기다렸다는 듯이 대꾸했다.

 "후불."

 카인의 말에 여관 주인은 잠시 놀란 표정을 짓더니 이내 넉살 좋게 미소를 지었다.

 "여행 경험이 많은 손님이시군요. 알았습니다. 흠, 남자 분은 103호, 숙녀 분들께

서는 202호로 가시면 됩니다."

 카인은 고개를 끄덕이며 202의 라벨이 붙어있는 열쇠를 세나에게 건내주었고, 열쇠

를 받아든 세나는 피아를 데리고 자신들의 방으로 올라갔다. 카인은 계단을 오르는

둘의 등을 향해 말했다.

"2시간 뒤에 만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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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p. 차원계에 대한 설명.

문명계(文明界)

상(上), 중(中), 하(下)로 구분된다. 문명계는 보통 마법과 검술이 존재하지 않거나

, 있다고 하더라도 그 수준이 있느니만 못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 대신 과학력이

무척이나 발달한다. 문명계-상에서는 무한자(無限者)들의 살상이 가능한  무기도 존

재한다. 지구는 문명계-중에 속한다.  (무한자 : 신, 천사, 악마, 하이랜더, 다크랜

더, 드래곤, 마룡, 하이 엘프, 다크 엘프 등, 평균 수명이 1만살이 넘는 종족)

검술계(劍術界)

상, 중, 하로 구분된다.  검술계는 보통 과학력이 많이 뒤쳐지며, 마법 기술이 조금

발달해 있다.  그리고 검술이 대단히 뛰어나기 때문에 검술계-상의 경우에는 하이랜

더들을 제압하는 무사들도 태어난다. 본문에서 나온 검술계Ix는 검술계-상에 속하지

만, 8백년 전에 대마법사, 라타니엘이 태어나면서 속성 자체가 변하여 검술계-하 정

도에 그치고 있다.

마법계(魔法界)

상, 중, 하로 구분된다.  마법계는 역시 과학력이 많이 뒤쳐지며, 검술이 조금 발달

해 있다.  그렇지만 마법 기술이 존재하기 때문에 문명계와 비교하여 뒤처지지 않는

생활을 한다. 본문에서는 등장한 적이 없다.

신계(神界)

유일한 차원계. 하나의 차원계가 다시 광신계, 암신계, 중립 지역으로 구분된다. 광

신계에는 신과 천사가, 암신계에는 신과 악마가 살고 있다.  그리고 중립  지역에는

여러 무한자들이 살고 있다.

용신계(龍神界)

유일한 차원계. 다섯 구역으로 나뉘어져 통치되고 있다. 규칙상으로, 드래곤 이외에

는 거주할 수 없으나, 다른 무한자들이 손님 자격으로 머무는 경우는 많다.

정령계(情靈界)

유일한 차원계.  하이 엘프들의 성역으로도 불리운다. 하이 엘프가 아니더라도 원한

다면, 누구나 거주할 수 있지만, 하이 엘프들이 아니라면 거주하기가 어렵다.

 이 외에도 차원계는 존재합니다만, 일단 이 정도만 알고 있어도 충분합니다. ^^;

        이상, 스카이였습니다.

『SF & FANTASY (go SF)』 19106번

 제  목:[하이랜더] The war of dragons - 006                         

 올린이:스카이엘(박지훈  )    01/04/15 20:47    읽음:387 E[7m관련자료 있음(TL)E[0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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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이랜더 1st story

                        The war of Drag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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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나가 피아를 데리고 2층으로 올라가자 카인은 바 앞에 설치된 고정  의자에 몸을

맡겼다. 카인이 손가락을 튀기자 여관 주인이 달려왔다. 카인은 도수가 낮은 위스키

를 주문하며 말했다.

 "전쟁에 관해 아는 게 있나."

 "음, 손님도 오시면서 보셨겠지만 이 곳,  세트는 촌구석입니다.  덕분에 전쟁과는

하등 관계가 없고, 그런 정보도 밝지가 않아요."

 "관계가 있다. 성지 측에서 최근 신전 기사단을 지방으로 파견하고 있다."

 카인의 말에 여관 주인의 안색이 크게 나빠졌다.  그는 아나트 병사라는 자들의 수

준을 잘 알고 있는 모양이었다. 카인은 여관 주인으로부터 받아든 위스키를 한 모금

마시고는 말했다.

 "그리 걱정하지는 말도록. 이 마을을 향해 오던 신전 기사단은 박살 났으니까."

 황당한 말에 여관 주인은 눈을 둥그렇게 떴지만,  카인은 위스키를 마실 뿐이었다.

구석인 세트의 위스키는 그야말로 하급품이었다. 텁텁하고 도수만 높은데다가 끝 맛

도 씁쓸한 것이 카인이 마셔본 위스키 중에서 가장 질 나쁜 것 중 하나였다. 그래도

애써 위스키를 마시던 카인은 결국 한 잔을 마시길 포기하고서 입에 담배를 물었다.

그 때, 굵직한 목소리가 카인을 불렀다.

 "나도 하나 줄 생각은 없습니까?"

 어디서 들어봤더라. 카인은 속으로 생각하며 시선을 돌렸다.  자신을 부른 이가 누

구인지 확인한 카인은 말 없이 담배를 꺼내 주었다. 그의 성격답게 반가움은 그다질

보이지 않았다.

 "오랜만이군, 네루."

 150Cm의 땅딸막한 키와 그에 어울리지 않는 턱수염. 바로 드워프였다.  드워프, 네

루는 씨익 웃으며 말했다.

 "네, 오랜만입니다. 카인."

 202호의 문을 열고 들어선 피아는 난생 처음으로 와보는 여관을 신기하다는 듯, 둘

러보았다. 세나는 그녀를 보고 소리없이 웃고는, 마이를 벗어서 옷걸이에 걸고는 말

했다.

 "먼저 씻을래?"

 당연히 물을 수 있는 것이었지만,  피아에게는 그 말이 적잖은 충격을 가져다 주었

다.

 "예? 목욕탕도 있어요?"

 "뭐? 후훗, 당연한 것 아니겠니? 이 곳은 여관인걸. 여행자들이 피로를 푸는…  자

, 따라와."

 세나는 빙긋 웃으며 피아와 함께 다시 밖으로 나섰다.  들어갈 때와 달라진 것이라

면, 둘의 복장이 가벼워졌다는 것이었다. 키로 방의 문을 걸어잠근 후, 세나는 계단

을 내려가며 말했다.

 "씻으면서 기초적인 마법 수련을 해보자.  2시간 뒤니까 그렇게 넉넉하지는 않겠지

만…."

 "음. 왜 2시간 뒤에 만나자고 한걸까요?"

 "그야 저녁을 먹기 위해서겠지. 지금이 5시니까."

 세나는 빙긋 웃으며 말했다. 피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따라 웃었다. 홀에 내려와 보

니 카인은 어디론가 가고 없었다. 세나는 여관 주인을 불러 말했다.

 "저희랑 함께 오신 분은 어디로 가셨나요?"

 "아, 예. 아까 드워프 분과 함께 나가셨습니다."

 "음… 그래요? 그런데 이 곳에 목욕탕이 어디죠?

 "목욕탕이라면 1층 복도의 맨 오른쪽에 가시면 있습니다.  팻말이 붙어있으니 찾으

실 수 있을거예요."

 여관 주인의 설명을 들은 둘은 천천히 목욕탕을 향해 이동했다.

 서쪽 대륙의 라프랜트 왕국 남동 지역에 위치한 하이 엘프의 숲. 보통 인간들의 접

근이 금지되어 있어 하이  엘프들의 실존 여부에 대해 때때로 논란이 빚어지기는 하

지만, 그들은 분명히 존재하고 있었다.

 "장로님, 자앙로오니이임∼!"

 고요하던 숲에 하이 엘프 청년의 외침이 크게 메아리친다.  그의 말투는 상당히 급

했기에 장로는 급히 문을 열고 뛰쳐나왔다.

 "또 정령들이 자아를 잃은 거냐?"

 현재 하이 엘프들에게 이보다 더 큰 걱정이 있을까? 그렇기에 장로는 일단 그 질문

을 던졌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청년은 고개를 저어 그것을 부정하여, 장로를 안심

시켰다.

 "그럴리가요.  그런 문제라면 알리기 전에 제가 먼저 달려가야 하는  것 아닙니까?

이 마을의 전사니까요. 아 참, 방금 마을 중앙의 차원이동기가 반응했습니다."

 "차원이동기가…? 그것은 동족들이 머무는 마을끼리 연결 시켜놓은 것인데…  어서

가보도록 하자."

 "예."

 청년은 크게 고개를 끄덕이며,  장로와 함께 마을 중앙에 있는 차원이동기로  향했

다.  차원이동기 근처에는 이미 모든 마을의 하이 엘프들이 모여서 그것을 구경하고 

있었다. 청년의 말대로 차원이동기는 빛을 번뜩이며,  이상한 기계음을 내고 있었던 

것이다. 잠시 후, 화려한 빛이 차원이동기 내부에서 강하게 뻗어나와 청년과 장로를 

비롯한 하이 엘프들의 시야를 가렸다.

 "도착…한건가?"

 아름다운 목소리가 차원이동기로부터 흘러나왔다. 미성(美聲)이긴 했지만,  여자의

목소리는 아니었다. 본래 하이 엘프들은 미모에 걸맞게 목소리도 아름다웠기 때문에

남자라 하더라도 대단한 미성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빛이 사그라들자, 청년은 여

차하면 언제라도 장로를 보호할 수 있도록, 허리에 채워진 소검을 뽑아 자세를 취했

다. 장로도 잠시 후, 눈을 가린 팔을 치웠다.  에메랄드 빛의 머리카락을 가진 하이

엘프가 그 곳에 서 있었다. 장로는 위 아래로 그를 살펴보며 말했다.

 "당신은 누구시오?"

 "아…. 저는 정령계에서 파견된 전사입니다."

 그의 말에 장로는 청년을 돌아보았고, 청년은 고개를 끄덕이며,  하이 엘프가 허리

에 차고 있는 검을 가리켰다.청년이 들고 있는 소검과 동일한 디자인이었다.

 "전사가 맞습니다, 장로님. 저 자의 허리에 있는 저 검은 분명히 전사 양육 기관의

졸업생이란걸 말해주는 거지요.  하지만 저 자가 가지고 있는 활은….  제 기억력이

맞다면 분명, 엔리멘탈입니다."

 엔리멘탈이라는 말에 장로를 비롯한 하이 엘프들이 수근거리기 시작했다. 엔리멘탈

이라면,  그들의 수장들이 대대로 지니는 물건으로 지금은 시하가 가지고 있어야 하

는 것이었다.

 "시하 님이라고 보기엔 너무 젊어. 자네, 정체가 뭔가?"

 "말씀드렸다시피, 전사입니다. 이 활은 수장 각하께서 주신겁니다. 제 이름은 유스

틴 라틴. 수장 각하의 아들입니다."

 "…?! 결례를 용서하십시오."

 장로와 주민들은 깜짝 놀라며 고개를 숙였지만,  청년은 그러하지 않았다.  청년은

일단 소검은 꽂아넣었지만, 여전히 경계심을 가지고 있는 듯 했다.

 "나는 하이 엘프의 전사, 레톨드 키시오. 유스틴. 앞으로는 자기 소개를 제대로 하

는게 좋을겁니다."

 "수장 각하의 자제분께 무슨 말버릇이냐?!"

 장로는 레톨드라는 청년을 돌아보며 외치자 레톨드는 여유있게 대꾸했다.

 "수장이라는 직위는 분명 하이 엘프들의 지도자를 뜻합니다.  하지만 지도자라고는

하지만, 그가 하이 엘프들의 지배자는 아닙니다, 장로님. 그리고 저와 이 자의 입장

은 동등합니다. 같은 하이 엘프의 전사이니까요."

 장로가 다시 고함을 지르려 하자, 유스틴이 레톨드의 편을 들어주었다.

 "괜찮습니다, 장로님.  레톨드 님의 말씀이 옳습니다. 아버지는 지도자이지 지배자

가 아닙니다. 그리고 저는 지금 임무를 나온 전사지요. 레톨드 님은 저와 같은… 아

니, 저보다 높으신 선배님이십니다. 저는 이제 막 졸업을 했을 뿐인걸요. 그보다 레

톨드 님? 성이 키시오라면 혹시 레온드의 형이십니까?"

 레온드라는 이름에 레톨드의 귀가 움찔했다.  레톨드는 약간 누그러든 말투로 유스

틴에게 말했다.

 "레온드는 내 동생이 맞소. 레온드를 알고 있소?"

 "예. 저는 그의 동기생입니다."

 레톨드는 팔짱을 끼고 턱을 괴며 잠시 생각에 빠진 듯 하더니 곧 입을 열었다.

 "그러고보니 레온드도 졸업을 했겠군. 레온드의 성적은 좋았나?"

 "차석으로 졸업했습니다."

 레톨드는 동생의 모습이 떠오르는지 약간 미소를 지었다.   그때 장로가 그들 사이

에 끼어들며 말했다.

 "그런데 이 곳에는 어쩐일로…."

 "아, 그렇지. 자리를 좀 만들어주시겠습니까? 장로님과 레톨드 님, 저.  이렇게 셋

이서만 대화를 하고 싶습니다."

 유스틴은 좀전까지 보여주던 어리숙한 표정을 얼굴에서 순식간에 없애며, 말했다.

 장로의 집으로 자리를 옮긴 유스틴은 자신이 왜 이 곳에 왔는지를 둘에게 설명하기

시작했다. 그의 설명이 끝나자 장로가 입을 열었다.

 "이 곳만 그런 것은 아니었군요."

 "이 숲에서 나타난 자아를 잃은 정령 중에서 최고는 상급 정령이었습니다.  하지만

주로 나타나는 것은 중급 정령이지요."

 "그렇군요. 혹시 이유를 알고 계십니까?"

 레톨드는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레톨드의 반응에 유스틴은 짧은 한숨을 내쉬며 안

타까움을 표했다. 그의 반응에 미안해졌는지, 장로는 머리를 긁으며 말했다.

 "도움이 되지 못하여서 죄송합니다."

 "아, 아닙니다. 애초에 이건 제 몫이었는걸요. 아, 혹시 이 장소를 아세요?"

 유스틴은 떠나오기 전에 받았던 세레이나 공주의 좌표가 기록된  지도를 펴들며 말

했다. 얼마 전, 세상 밖을 구경하고 왔던 레톨드는 그 곳이 어딘지를 알고 있었다.

 "이 대륙의 명칭이 서쪽 대륙. 그리고 그 곳은 동쪽 대륙입니다. 가기 위해서는 배

라는 이동 수단을 이용해야 합니다. 과거에는 그 곳에도 동족들이 거주했지만, 지금

은 모습을 감추었고, 차원이동기마저 고장이 났거든요."

"그렇군요."

 유스틴은 동쪽 대륙의 동족들이 모습을 감추었다는 말에 짧은 한숨을 쉬며, 지도를

차곡차곡 접어 품 속에 갈무리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인간들에게 설 자리를 빼앗겨

그 숫자가 줄어들고 있다는 사실을 유스틴은 새삼 느낄 수 있었다.

 "배를 타는 곳의 지름길은 이 곳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그 곳은 왜…?"

 반쯤 의심이 섞인 레톨드의 질문에 유스틴은 어찌해야 할까,  하고 잠시 고민 하다

가 이내 결정을 내리고는 그들에게  사실을 털어놓았다.  별로 숨길 이유도 없기 때

문이었다.

 "용신계의 결계가 발동된 것과 정령들이 자아를 잃은 것이 같은 날에 이루어졌습니

다.  그래서 이 차원계에 계시는 골드 드래곤의 왕녀, 세레이나 아소트 님을 찾아가

려는 겁니다."

 그때였다. 누군가 문을 급히 두드리며 외쳤다.

 "장로님, 나와 보십시오!"

 "이번엔 또 뭔가?"

 장로는 문을 열며 질문했다. 하이 엘프 여성은 눈에 눈물을 글썽이며 외쳤다.

 "자아를 잃은 정령들입니다. 그리고 불꽃의 문까지 나타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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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회에 Tip으로 나간 차원계에 대한 부차 설명입니다.

 차원계는 여러개가 있습니다. 지구가 아니더라도 문명계-중은 많다는 것이죠. 그리

고 지구는 처음부터 끝까지 문명계-중입니다.  발전해서 문명계-상이 되고,  그러는

것은 없죠. 문명계-상이라고 해도 처음 생겨났다면, 그 수준은 형편없는 거겠죠.

 Tip. 정령.

 하급 - 구체, 중급 - 새, 상급-드래곤, 최상급-유사인간, 정령왕-자유자재.

 외형이 이렇다는 겁니다. 레드 드래곤=화염계 상급 정령,  이라고 하시면 곤란하죠

-_-;;;

 불꽃의 문. 아레트가 사용한 문이죠. -_-a

        이상, 스카이였습니다.

『SF & FANTASY (go SF)』 19314번

 제  목:[하이랜더] The war of dragons - 007                         

 올린이:스카이엘(박지훈  )    01/04/16 22:23    읽음:366 E[7m관련자료 있음(TL)E[0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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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이랜더 1st story

                        The war of Drag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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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불꽃의 문을 움직일수 있는건 레드 드래곤의 왕족들 뿐인데?!"

 유스틴은 그렇게 중얼거리며 자신도 모르게 자리에서 일어섰다. 레톨드는 풀어두었

던 소검을 허리에 장비하며, 문밖으로 뛰쳐나갔다.

 "정령들을 막아야 해!"

 "잠시만…! 저도 같이 가겠습니다!"

 유스틴은 풀어두었던 소검과 엔리멘탈을 집어들고는 문밖으로 뛰쳐나가는 레톨드를

따라갔다. 여성과 장로는 그들을 바라보는 것 말고는 할 수가 없었다. 따라갔다가는

오히려 방해가 될테니까.

 "숫자는… 다섯인가?"

 레톨드가 느껴지는 정령의 기운으로 대충 숫자를 짐작해보았다.  어느새 그의 옆까

지 달려온 유스틴은 고개를 저으며 그의 말을 정정해주었다.

 "아니오, 숫자는 넷일겁니다.  나머지 하나는 아마도, 불꽃의 문을 열고 나온 레드

드래곤의 기운이겠지요."

 유스틴의 추리에 레톨드는 저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시야에 서서히 정령

들의 모습이 들어왔고,  과연 유스틴의 말대로 정령들의 숫자는 넷이었다. 레톨드는

씨익 웃으며 말했다.

 "당신의 실력은?"

 유스틴은 소검을 뽑아 근접해있는 바람의 중급 정령, 골디안을 베어내었다. 그리고

몸을 낮춰 자세를 잡으며 짧게 대꾸했다.

"레온드보다 강합니다."

 그의 말에 레톨드는 피식 웃으며, 앞에 있는 우뢰의 중급 정령, 블리안을 베어내고

는 그를 바라보았다. 유스틴은 또 하나의 골디안을 베어내고 있었다. 유스틴과 눈이

마주친 순간 레톨드는 곧장 시선을 옮기며 말했다.

 "저 자인가?"

 "그렇게 밖에 볼수 없군요. 장로님의 집으로 데려가야겠습니다."

 대화를 나누는 와중에도, 레톨드는 땅의 중급 정령, 그리안을 소멸시켰다.  레톨드

도 좋은 성적으로 양육 기관을 졸업했기 때문에 이 정도는 거뜬했다.  옆에 있던 또

하나의 그리안을 소멸시킨 유스틴은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쓰러진 붉은 머리의 청년

에게로 다가갔다.

 "일단 이 자를 장로님의 집으로 옮기죠."

 레톨드는 유스틴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쓰러진 붉은 머리의 청년을 부축해 장로

의 집으로 향했다.

 "크으…."

 붉은 머리의 청년은 하루가 지나기 전에 정신을 차렸다.  상당한 중상을 입은 그였

지만,  하이 엘프들의 뛰어난 치유술과 그의 체력이 뒷받침되었기에 쉽게 회복이 된

것이었다.  마침 청년의 옆에 있던 장로는 청년이 짧은 신음과 함께 실눈을 뜨자 빙

그레 웃어보였다.

 "이 곳은 하이 엘프의 숲입니다. 안심하십시오."

 "…차원은 어떻게 됩니까?"

 "검술계Ix입니다. 이렇게 말씀드린다고 아실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아뇨, 다행이예요. 잘 아는 차원계이니까요."

 청년은 벽을 짚고 침대에서 상체를 일으켰다. 회복이 되긴 했지만, 아직 몸에 힘이

없기 때문에 쓰러질 뻔 한 것을 장로가 겨우 붙잡았다. 장로는 그를 벽에 기대게 하

고는 다시 한번 치유술을 시전했다.  회복 마법과는 별개의 것으로 그 효능이  훨씬

뛰어난 치유술에 의해 청년의 체력은 약간씩 회복되었다.  치유술의 단점은 하이 엘

프들만이 사용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한결 몸이 좋아진 청년은 가볍게 목례를 했다.

 "이 자세로 말씀드리긴 뭣하지만, 감사합니다."

 "당신… 정체가 뭐지요? 불꽃의 문을 사용하다니요."

 청년이 깨어났다는 소식에 방에 들어온 유스틴이 말했다.  그의 옆에 선  레톨드도

고개를 끄덕여 자신도 알고 싶다는 의사 표시를 했다.  청년은 유스틴에게로 시선을

돌리더니 잠시 뒤, 입을 열었다. 유스틴의 질문에 대한 대답은 아니었다.

 "시하 님의 자제 분이십니까?"

 "예? 아, 맞습니다만…."

 유스틴은 약간 당황하며 긍정을 표했고, 청년은 빙그레 미소지었다. 차분한 느낌이

퍼지는 생김새였지만, 그의 표정에서는 자유 분방함이 느껴졌다.

 "예전에 정령계에 갔다가 엔리멘탈을 보아서 말입니다.  소개가 늦었습니다.  저는

레드 드래곤의 왕자, 아레트 로렌트입니다."

 "증거는?"

 청년, 아레트의 말에 레톨드가 날카로운 질문을 던졌다.  아레트는 그의 말에 쓴웃

음을 지으며 말했다.

 "증거가 될만한 물건은 없지만… 제가 사용한 불꽃의 문이면 답변이 증거가 되지는

않을까요? 제가 왕자가 아니더라도 레드 드래곤의 왕족인 것은 확실하죠."

 아레트의 말에 레톨드는 고개를 끄덕이며, 뒤로 한 걸음 물러섰다.  유스틴은 미소

를 지으며 말했다.

 "그렇군요.  그런데 화룡왕검(火龍王劍)을 지니고 계시진 않은데 어떻게 불꽃의 문

을…?"

 "그냥 열었는데요."

 아레트의 말에 장로를 비롯한 유스틴과 레톨드의 표정이 비슷해졌다.  그들이 지금

느끼는건 당혹스러움이었다. 가장 먼저 이성을 되찾은 것은 장로였다.

 "아, 아니. 용왕검이 없이 무슨 생각으로 불꽃의 문을…?"

 그 질문에 아레트는 잠시간 대답이 없었다.  그렇게 한참 침묵을 지키던  아레트는

곧 팔의 소매로 눈가를 문질러댔다  눈가를 비벼댄 그의 소매는 그의 눈물로 젖어있

었다.

 "지금, 용신계에서는 반란이 일어난 상태입니다.  군주들이 용왕께 검을 겨눈 것이

지요. 지금쯤 성공했겠지요. 아바마마께서도 돌아가셨고, 직속 친위대도 전멸했으니

까요. 후후…."

 "구, 군주들의 반란이라니요…?"

 장로는 말을 더듬으며 말했다. 하지만 아레트는 그에 대한 대꾸는 접어둔채 자신의

말을 이어나갔다.

 "그 때문에 추격대에 쫓기던 저는 최후의 수단으로 불꽃의 문을 연 것이죠. 차원의

틈새에 끼이는 일은 발생하지 않아서 다행입니다."

 그가 거기까지 말하자, 유스틴은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것때문에 용신계에 결계가 쳐지고, 정령들이 자아를 잃어 날뛴거였군요."

 "정령들이 자아를 잃다뇨?"

 정령들이 자아를 잃는다는 것을 여태껏 알지 못했던 아레트는 그렇게 질문했다. 유

스틴은 하이 엘프 특유의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자신이 말할 내용의 슬픔

을 감추기 위함일지도 모른다.

 "말 그대로입니다. 용신계에 결계가 쳐진 그 날부터 갑자기  자아를 잃은 정령들이

나타나 날뛰기 시작했습니다. 일단은 정령계를 비롯한 하이 엘프들이 머무는 숲에서

만 그런 현상이 나타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대로 방치한다면, 언젠가는 인간들

이 사는 곳에도 정령들이 나타날지 모르는 거지요."

 "그렇군요. 즉, 하이 엘프 다음으로 정령과 친숙한 용족에 이런 큰 일이 터지는 바

람에 정령들이 영향을 받은거란 거군요?"

 "그렇습니다."

 아레트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다가 이내 생각난 것이 있는지 고개를 들었다.

 "그런데 혹시 세나 누나가 있는 장소를 아십니까?  아마 이 차원계에  있을겁니다.

에, 그러니까 골드 드래곤의 세레이나 왕녀님말입니다."

 "음, 지금 계시는 장소는 모르지만, 최근에 머무른 장소는 알고 있습니다."

 유스틴이 들고온 좌표지점을 생각해낸 레톨드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아레트는

그를 돌아보았다.

 "알려 주시겠습니까?"

 "그거야 상관없지만, 설마 그 몸으로 이 곳을 떠나실 생각이십니까?"

 "아, 예. 일단 움직일 수 있으니 폐를 끼칠 수는…."

 "괜찮습니다. 회복될때까지는 이 마을에서 머물러주셔도 상관없습니다."

 장로의 말이 아레트와 유스틴의 대화를 끊어놓았다. 아레트가 뭐라 말하려 하는 순

간, 유스틴이 그에게 질문을 했고 덕분에 아레트는 장로에게 변명을 할 타이밍을 놓

쳐버리고 말았다.

 "군주들의 반란을 이대로 두는 것은 아니겠지요?"

 "그렇습니다. 비록 지금의 힘으로는 무리이지만…. 그들을 놔둘수 없습니다."

 그렇게 말하는 아레트의 목소리에는 굳은 의지가 담겨 있었다. 유스틴은 슬며시 미

소를 지으며 말했다.

 "한가지 제안을 하죠. 전 곧 정령계로 올라가 수장 각하께 이 사실을 보고할것입니

다. 그리고 당신들을 돕도록 해달라고 하겠어요. 그러니 저와 함께 가시지 않겠습니

까?"

 공과 사를 정확히 구분 짓기로 소문난 하이 엘프였기에 유스틴은 아버지라는  호칭

대신에 수장 각하라는 호칭을 사용했다.

 "예? 정령계로 말씀이십니까?"

 "아, 말이 잘못되었군요. 세레이나 왕녀님께 찾아가는 것을 말하는 겁니다."

 "으음. 그런데 왜 저를 돕겠다는 겁니까?"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굳이 이유를 들자면, 경험을 쌓고 싶어서지요."

 유스틴은 빙긋 웃으며 말했다. 짧은 침묵 후에, 아레트가 선택한 것은 그의 제안을

승낙하는 것이었다.

 그 날 저녁, 바로 차원이동기를 통해 정령계로 떠났던 유스틴은 대략  4일 후에 다

시 돌아왔다. 그 시간 동안 아레트의 몸도 완전히 회복되어 있었다.  유스틴의 복장

은 4일 전과는 사뭇 바뀌어져 있었다.  특징이라고는 하나도 없었던 황토색의  옷은

하얀 천으로 만들어진 옷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허리띠 대신 질끈 묶여있는 흑색의 

끈은 한번 묶고도 유스틴의 무릎까지 내려올 정도로 길었다.  그리고 그의 등쪽에는 

소궁 용의 화살통이 채워져 있는 것이었다. 레톨드가 그게 뭐냐고, 질문하자 유스틴

은 웃으며 대답했다.

 "엔리멘탈 전용 화살통입니다. 뚜껑만 닫아두면, 얼마 후에 화살이 재생되지요. 물

론 일반 화살보다 빠르고 정밀합니다."

 "그런데 그게 왜 필요한거지?"

 "함부로 엔리멘탈을 사용했다가는 다른 자들이 경계하게 되니까요.  일종의 눈가리

개이지요."

 "그런가? 아, 여깁니다. 이 길을 따라 직선으로 주욱 가면 됩니다."

 레톨드는 손가락으로 앞쪽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의 말대로 일직선의 길이 끝이 보

이지 않을정도로 길게 뻗어 있었다. 유스틴과 아레트가 그 길을 바라보고 있자,  레

톨드는 빙긋 웃으며 말했다.

 "대략 5일 정도면 항구에 도착할 수 있을겁니다. 전 이 마을을 지키는 전사이기 때

문에 따라갈수는 없지만… 건투를 빌겠습니다."

 일반, 하이 엘프들이라면 입에 담지 않을 '건투' 라는 말을 레톨드는 쉽게 담았다.

그 이유는 물론 그가 전사로, 키워졌기 때문이었다. 아레트와 유스틴은 그에게 손을

흔들어주고는 몸을 돌려 항구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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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설에 나온 것 중, 이해 안가시는 부분이 있으면 말해주세요. :)

        이상, 스카이였습니다.

『SF & FANTASY (go SF)』 19315번

 제  목:[하이랜더] The war of dragons - 008                         

 올린이:스카이엘(박지훈  )    01/04/16 22:23    읽음:349 E[7m관련자료 있음(TL)E[0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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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이랜더 1st story

                        The war of Drag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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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으로 지친 몸을 따뜻한 물로 목욕을 함으로 풀어낸 후,  간단히 마법의 종류를

가르쳤다.

 화염계, 빙한계, 뢰전계, 대지계, 폭풍계, 신성 마법, 악마술. 그리고 이것들이 하

, 중, 상, 최상급 마법으로 나뉘어진다는 것. 간단한 내용이었지만, 20년이 넘는 세

월을 공부란 것을 하지 않고 시골에서만 지내온 피아에게는 힘든 것이었다.

 카인이 말했던 2시간이라는 시간이 지나자, 세나는 피아와 함께 1층의 홀로 내려왔

다.  약속을 어기는 일이 없는 카인이기 때문에, 역시나 그녀들이 내려오기도  전에

여관에 돌아와 있었다. 카인의 옆에 있는 드워프를 발견한 세나는 웃으며 말했다.

 "어머, 네루. 역시 너였구나."

 "역시 함께 있었군요, 세나. 그런데 옆에 왠 아가씨입니까?"

 "카인 오빠가 말씀 안하셨어?"

 세나가 카인을 바라보며 말하자, 네루는 어깨 너머에서 담배를 피는 카인을 가리키

며 피식 웃었다.

 "저 분 성격은 세나도 잘 알고 있잖아요."

 투덜거리는 말투에 세나는 엷게 미소지었다.

 "이 쪽은 피아 레존드. 근처 마을의 생존자야. 그리고 이 쪽은 드워프, 네루. 차기

드워프 장로 후보이며, 아주 뛰어난 대장장이야."

 둘을 짧게 소개시킨 세나는 카인의 옆에 앉으며 네루에게 물었다.

 "이 마을에는 무슨 일이야?"

 네루는 막 주문시킨 시원한 맥주를 한모금 들이키고 옷소매로 입가를 슥 닦고는 말

했다.

 "하핫, 카인은 그런 걸 안물어서 심심했습니다. 드워프 녀석이 인간들의 마을에 올

일이 뭐가 그렇게 많겠습니까. 전쟁 중이라서 무기가 상당히 잘 팔려요.  실패작 처

리도 되고 돈도 벌고. 일석이조 아닙니까? 드워프 마을로서도 반가운 일이죠.  값도

높게 쳐주니까요. 물론 인간들의 전쟁이란걸 환영한다는 건 아니고."

 네루의 말을 덤덤히 듣고 있던 피아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실패작이요?"

 "아아. 드워프들은 제대로 된 작품은 함부로 상점에 팔지 않죠. 아가씨도 상식으로

알아둬요. 무기점에서 파는 드워프 제는 어지간한 인간 장인들의 것보다는 뛰어나지

만, 드워프들에게는 실패작입니다. 드워프들은 성공작을 선물하죠."

 시골 소녀는 시골 소녀였다.  피아는 드워프에 대해 아는 거라고는 난쟁이. 뛰어난

대장장이. 이게 끝이었던 것이다. 피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세나는 점원에게 포도주

를 주문하고는 네루에게 시선을 돌렸다.

 "네루, 어디에서 머물고 있어?"

 "103호. 카인의 바로 앞방입니다."

 네루의 말이 끝나자 카인은 필터까지 태울뻔한 담배를 안타까운  듯이 재떨이에 비

벼 끄고는 말했다.

 "원래 일정대로 드워프 마을로 간다. 때문에, 네루와는 한동안 함께 지낸다."

 "드워프 마을? 그 곳은 왜요?"

 세나의 질문하기에 앞서 카인은 위스키를 한 모금 마셨다.  그리고는 곧 고개를 숙

이며 후회를 하면서 중얼거리듯이 말했다.

 "원래 일정이니까."

 나름대로 애주가(愛酒家)인 카인에게 맛없는 술을 마신다는 것은 결코 유쾌하지 않

았다. 그 때, 네루가 정색을 하며 말했다.

 "그런데 지름길을 이용할 생각이시죠?"

 "물론."

 카인의 짧은 대꾸에는 무슨 문제라도 있냐는 뜻이 숨어 있었다.  네루는 드워프 제

의 고급 파이프를 입에 물며 말했다.

 "뭐, 별 건 아니고. 최근 지름길 쪽에 괴물들이 돌아다니거든요. 기왕 지날거면 좀

처리해주시죠?"

 "괴물…이라고?"

 세나가 천천히 질문하자,  네루는 파이프를 한번 빨아들이고는 연기를 내뱉고는 대

꾸했다.

 "괴물이라면 괴물이죠. 자아를 잃은 정령들이니까."

 "자아를 잃은 정령?"

 네루의 말에 카인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세나 역시 크게 놀라고 있었다. 그리고 네

루도 놀랐다.

 "카인으로 하여금 이런 반응을 일으키게 하다니, 나도 발전했어!"

 순식간에 카인과 세나, 그리고 피아까지.  세 명의 곱지 않은  시선을 동시에 받은

네루는 머쓱한지 애꿎은 뒤통수를 긁으며 말을 이었다.

 "험, 험.  정령들이 왜 그 지경이 되었는지는 저도 모릅니다.  중급 정도의 정령이

자아를 잃고 돌아다녀요."

 "중급이라… 그 정도라면 드워프들의 뛰어난 무기를 앞세우면 될텐데?"

 세나가 말하자 네루는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그의 표정에 처음으로 씁쓸함이 떠올

랐다.

 "그렇지 않아요. 최근 드워프 마을도 힘들거든요.  전쟁으로 몰락한 나라의 기사단

이 국가 부흥이라는 목적으로 돈과 무기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 자들에게 모든 신

경을 집중하느라 정령들에게 신경을 쓰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렇군."

 네루에게서 별로 뽑아낼 정보가 없다고 판단한 카인은 다시 그에게서  시선을 돌렸

다. 하지만 그의 머릿속은 마치 정밀한 기계처럼 여러가지 정보를 합쳐가고 있었다.

 '일전에 세나가 느꼈다던 세 번의 차원 균열. 차원문을 이용해서는 차원 균열이 일

어나진 않아.  이 차원계에서 그런 균열을 일으킬 수 있는 물건은 서쪽 대륙에 있는

하이 엘프들의 차원이동기 뿐이다.  자아를 잃은 정령에 대한 하이 엘프들의 조사가

시작되었다는 의미군.  그렇다면 드래곤인 세나에게도 하이 엘프의 전사가 다가온다

는 사실은 정해진건가? 대충 정리가 되는군. 차원 균열의 숫자가 세번이라는게 마음

에 걸리지만.'

 생각을 정리한 카인은 후에 세나와 다시 한번 정리를 하기로 하고는 위스키를 단번

에 들이켰다.

 카인은 주로 자신이 수집한 정보를 간단히 정리한 다음에 세나와 다시 정리를 하곤

했다. 세나는 현명한 드래곤 중에서도 현명하다는 골드 드래곤이니까.

 "이 마을은 언제 뜰겁니까?"

 "내일. 정확히 오전 8시에."

 그의 단호한 발언에 세나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바로 떠나는거예요? 그냥 몇 일 더 쉬고 가죠, 네?"

 비어있는 위스키 잔을 손가락으로 톡톡치며 카인은 말없이 세나를 바라보았다.  그

의 표정에서 그의 뜻을 읽은 세나는 베시시 웃으며 말했다.

 "헤헤, 목욕하니까 너무 좋아서요."

 그녀의 말에 의외로 카인은 뭔가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사실 기대도 않고 했던 말

이었기에 세나도 그의 반응에 상당히 놀랄 수 밖에 없었고, 은근히 기대감을 가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카인은 의외로 잔인했다.  그의 한마디로 조금씩 높아가던 그녀의

기대감은 한방에 무너졌다.

 "좋아. 내일 출발한다."

 카인이 자리에서 일어서자, 피아가 그의 뒤에서 말했다.

 "오빠, 저녁은요?"

 "신경쓰지 마라."

 쌀쌀맞게 말을 끝낸 카인은 짧은 복도를 지나 자신의 방으로 들어섰다.  방문에 등

을 기댄 카인은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이 바보 녀석아!'

 어디선가 환청이 들리는 듯 했다.

 "레이젤… 걱정하는건가?."

 이제 이 세상에 단 하나 남은… 마음을 열 수 있는 몇 안되는 존재 중 하나인 레이

젤을 떠올린 카인은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피아의 얼굴을 볼때마다 떠오르는 괴로

운 과거. 카인은 옆에 있는 거울에 비춰지는 자신의 얼굴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그

의 예상과는 달리 여려보였다. 카인은 곧 눈을 살며시 감으며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

다. 어느새 그의 주먹은 굳게 쥐어져 있었다.

 "아직 잊지 못하는 건가, 그녀… 디나를."

 카인은  천천히 눈을 떠 코트를 벗어 옷걸이에 걸어두고는 침대로 걸어가서는 그대

누웠다. 카인은 자신의 팔목에 채워진 팔찌를 바라보았다. 과거가 남긴 추억.

 "…공명인가."

 팔찌의 보석-쥬얼과 융합된-이 약하게 하얀 빛을 번뜩이기 시작한 것이었다.

 저주에 걸린 하이랜더들을 그로부터 해방시키기 위해 주신이라는 지고의 존재가 직

접 창조해낸 열 두개의 보석 중 하나.  주신의 마나로 이루어졌기 때문에 쥬얼 포스

라는 기술로 전투에 직접적인 도움이 될 수 도 있다. 그리고 또 하나의 기능이 지금

과 같이 공명을 낼 수 있다는 것이었다. 물론 가지고 있는 자가 그것을 알리고 싶다

는 전제 하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이지만.

 "이 공명은… 녀석, 레이젤이 이 차원계로 넘어온 건가."

 카인은 그렇게 중얼거리며 다시금 눈을 감았다.

 다음날, 아침이 밝아오자 주인에게서 점심때의 도시락을 받아든 일행은 돈을  지불

하고는 세트를 나섰다. 보통의 모험자와 다른 것이라고는 길을 가던 도중에 옆의 숲

으로 들어가버렸다는 것이었다.

 "왜 갑자기 숲으로 들어오는 거예요?"

 그 이유를 알리가 없는 피아는 갑자기 험해진 길을 보며 말했고, 네루가 답했다.

 "드워프 마을로 가는 길은 사람들에게 공개되어있지만, 지름길은 그렇지 않죠."

 즉, 이 숲이 지름길이다.  간단하게 나올 수 있는 추리이기에, 피아는 고개를 끄덕

이며 걸음을 옮겼다. 아니, 옮기려고 했지만 그런 그를 네루가 말렸다. 피아는 반사

적으로 네루를 바라보았고, 네루가 바라보는 곳으로 자연스레 눈을 옮겼다.

 "…저건?"

 붉은색, 푸른색, 황색, 백색, 녹색 등의 구체와 새들이 장관이라면 장관이랄 수 있

는 장면을 연출하고 있었다.  네루는 그 장면을 목격하자마자 여관을 나설때부터 착

용하고 있었던 중장갑의 상태를 확인하고,  등에 매어둔 배틀 액스를 양손으로 거머

쥐며 말했다.

 "하이 엘프들이 살던 곳이라서 그런지 숫자가 엄청나게 늘었군, 그래."

 "저게 정령이란 건가요?"

 피아의 질문에 세나가 미소를 지으며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래. 붉은건 불의, 푸른건 우뢰의, 황색은 바람의, 백색은 물의, 녹색은 땅의 정

령이야.  구체는 하급이고, 새 모양은 중급의 정령이지. 그리고 상급은 미니 드래곤

이라고 보면 되고, 최상급의 경우에는 유사 인간의 형태야.  정령왕은 그 모습이 자

유자재이며, 그 존재는 단 하나 뿐이지.  사람들이 흔히 소환하는 정령왕은 그의 힘

을 약간 빌리는 것에 불과해."

 설명을 시작한 바에야 끝장을 내겠다는 듯이 세나는 상당한  양의 정보를 피아에게

알려주었다. 물론 피아는 그 중에서 절반도 기억하지 못했지만. 나중에 다시 알려주

면 되기 때문에 세나는 그것에 신경쓰지 않았다.

 "정령들이 스스로 모습을 드러내는 때는 세 가지야.  첫번째, 정령왕들이 나들이를

나선 것.  두번째, 일반 정령들이 나온 것. 이 경우는 정령사나 무한자들 외에는 보

이질 않아.  세번째, 지금과 같이 자아를 잃고 폭주했을 경우.  이런 경우에는 눈에

보이는 생물체를 무차별적으로 공격하고, 없애는 방법은 소멸 뿐이지."

 세나가 '소멸'이라고 말한 것이 신호라도 된 듯이 일행은 전투 자세를 취했다.  카

인과 네루가 전방으로 나섰고, 세나가 지원 사격과 피아의 보호를 담당했다. 카인은

상대가 반정신체인 정령이니만큼 검에 검기를 불어넣었다. 그 기에 반응한 검, 헬파

이어의 검날이 붉게 달아오르더니, 이내 불꽃을 발하였다. 카인은 자세를 잡으며 말

했다.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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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회의 버그입니다. 네루는 카인에게 경어를 사용하는데, 실수를 -_-;

        이상, 스카이였습니다.

『SF & FANTASY (go SF)』 19316번

 제  목:[하이랜더] The war of dragons - 009                         

 올린이:스카이엘(박지훈  )    01/04/16 22:23    읽음:339 E[7m관련자료 있음(TL)E[0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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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이랜더 1st story

                        The war of Drag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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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쪽 대륙의 하이  엘프의 숲과 같이 드워프 마을로 가는 지름길의 숲은 하이 엘프

들이 거주하던 곳이었다.  알 수 없는 사정으로 어느 날, 이 숲을 모두 떠나기는 했

지만, 하이 엘프들이 거주했던 곳이니만큼 정령력(情靈力)이 강한  곳이다.  게다가

현재 이 숲을 지키는 자들인 드워프들도 자신들의 사정으로 지키는 일을 제대로  못

하고 있기 때문에 서쪽 대륙의 숲에 비해 자아를 잃은 정령이 훨씬 많이 돌아다니고

있었다.

 카인이 고속으로 이동하자 그의  뒤로 헬파이어가 그리는 붉은색 실선이 길게 이어

졌다. 일직선으로만 그어지던 실선이 일순간 수차례, 각도를 꺽으며 움직였다. 실선

이 지나간 자리에는 중급 정령 세명이 있었다. 실선의 움직임이 멈추자 세 정령들에

게서 소규모의 불꽃이 터졌고, 그와 함께 정령들은 소멸되었다.  카인은 하이랜더였

다.  아직 1천살이 되지 않았기 때문에, 본격적으로 힘의 성장이 시작되지는 않았지

만, 레이젤과 함께 천재라고 불리우며, 이미 가디언 에이드라는 중직까지 맡고 있을

정도였다. 그런 카인에게 중급 정령의 소멸은 크게 힘든 것도 아니었다.

 "하아아아―!"

 카인의 움직임이 멈추고 나서야 네루가 기합을 내지르며 움직였다.  네루가 늦장을

부렸다기보다는 그만큼 카인이 빨랐다는 의미였다. 그리고 드워프는 본래 키에 비해

덩치가 있기 때문에 속도가 좀 느린 편이다.  네루는 한 나라 안에서도 소수에 불과

할 최고급의 배틀 엑스를 양 손으로 굳게 쥐었다.  자신의 몸을 축으로 배틀 엑스를

크게 한바퀴 회전 시키자,  주변에서 네루를 견제하던 하급 정령들이 단번에 베어져

소멸되었다.  수십년이 넘게 1류의 드워프 대장장이들에 의해 정제된 100% 미네랄만

을 이용해 만들어낸, 그야말로 걸작인 무기였다.  그렇기 때문에, 네루의 배틀 액스

는 반정신체인 정령들마저 쉽게 베어냈다. 물론 네루의 실력 자체가 일국의 기사 대

장도 제압할 정도로 뛰어난 탓도 있었다.  누가 뭐라고 해도, 네루는 드워프 중에서

도 드물게 검기(劍氣)를…  그것도 거의 최고 수준에 달할 정도로 익힌 초(超) 드워

프이니까 말이다.

 네루의 굵은 양 팔뚝의 힘줄이 선명하게 드러났다.  그와 함께 배틀 액스로부터 연

녹빛의 오오라가 크게 일어났다. 검기의 실체화. 그것을 해낼 수 있는 인간은 현재,

이 대륙에 존재하지 않았다.  그냥 검기를 일으키는 것을 하는  자는 상당수이지만,

검기의 실체화는 그것과는 달랐다.  불, 물, 번개, 바람, 대지. 생명이 있는 것이라

면, 종족을 따지기 이전에 이 다섯 가지 중, 한가지 속성을 부여받아 태어난다.  그

리하여 기(氣)를 다루는 존재들이 일정 수준에 도달하면 그것들은 검기에서 벗어나,

실체화되는 것이다. 카인이 일으키는 불꽃이 좋은 예이다. 지금 네루가 일으킨 오오

라는 네루가 지닌 대지의 속성이 실체화한 것이었다.

 짧은 다리로 있는 힘껏 뛴 네루는 양 팔을 머리 위까지 쳐들고는 그대로  내리찍었

다. 거대한 소리와 함께 배틀 액스의 날이 땅에 내리꽂히는 순간,  배틀 액스로부터

전방에 오오라가 대지를 훑으며 지나갔다.  그리고 그 범위에 속해있던 정령들은 일

격에 소멸되었고, 그 범위 내에 없더라도 근처에 있던 정령들은 간접적인 여파로 큰

충격을 받아야 했다.

 카인과  네루가 신나게 정령을 쓸어버리고 있을 무렵,  세나와 피아는 완전히 다른

세계에 있었다.  지원 사격과 피아의 보호, 라는 임무보다 세나는 피아의  지도, 에

관심이 있었다.

 "잘 봐둬."

 세나의 양 손에 화염계, 하급 마법인 파이어가 하나씩 떠올랐다.  파이어는 세나의

손짓에 따라 하나로 합해진 다음, 곧게 날아가 그녀들에게 다가오던 하급 정령,  하

나를 소멸시켰다.

 "우와…, 그건 뭐예요?"

 세나는 빙긋 웃으며 이번엔 빙한계, 하급 마법인 워터를 만들어내었다. 빙한계라고

는 했지만, 중급까지는 얼음이 아니라 물의 마법이었다. 세나의 양 손에 두 개의 수

구(水球)가 떠올랐고, 그것들은 또 하급 정령 하나를 소멸시켰다.

 "이건 더블 스펠Dubble Spel이야. 말 그대로 두 개의 주문을 동시에 사용하는거지.

지금 내가 한 것처럼 같은 속성의 주문은 더블 스펠이 쉬워.  게다가 같은 주문이라

면, 더더욱.  수준이 높아지면, 급이 다른 주문을 동시에 쓸 수 있고,  다른 속성의

주문도 가능해."

 "헤에, 대단하네요. 그런데 더블 스펠 이상은 없나요?"

 예상치 못한 질문에 세나는 약간 놀라버렸다. 그 질문에 대한 답을 모르는 것은 아

니었지만, 이런 질문 자체가 예상 외였던 것이다.

 "그러니까 더블 스펠말고 트리플 스펠이나… 없나요?"

 "아니, 아냐. 존재해. 그렇지만, 보통은 더블 스펠이 한계야.  마법진을 이용할 수

있는 손이 두개 뿐이니까.  물론 손이 여럿인 존재들은 더 많은  주문을 사용하기도

해.  물론 트리플 스펠도 가능해. 상상하는거지. 마법진의 모든 것을 머릿속으로 그

려서, 주문을 이뤄내는거야. 말이야 쉽지, 이건 정말로 고급의 기술이야."

 그렇게 말을 맺은 세나의 놀라움은 더더욱 커져갔다. 대단한 상상력이며, 호기심이

었다. 그냥 엉뚱한 아이, 라고 넘어갈 수도 있겠지만,  상상력과 호기심. 이 두가지

가 마법사들에게 있어서 최고의 보물이라는 사실을 세나는 잘 알고 있었다.

 "잡념이 심해."

 세나는 갑작스레 들려온 차가운 목소리에 퍼뜩 정신을 차렸다. 어느새 그녀의 옆에

다가온 카인의 검이 그녀를 노리고 들던 중급 정령을 찌르고 있었다. 그제서야 그녀

는 천천히 주변을 둘러보았다.

 "어머…?"

 그녀가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사이에, 정령들은 도망가거나 소멸해버린 뒤였다. 세

나는 머쓱해져서 헤헤, 하고 웃고 말았다.  물론 카인이야 그녀의 웃음에 반응이 없

었지만.

 성왕력 834년 12월 29일.  드워프 마을에 오랜만에 '제대로된' 손님이 찾아온 날이

었다. 그것도 보통 손님이 아니라 무척이나 환영할만한.

 "이게 누구야, 카인…! 정말 오랜만이네. 오오,  세나 아닌가!"

 "장로님께서도 여전히 건강하십니다."

 "하루 할아버지, 정말 오랜만이에요."

 하얀 머리칼과 하얀 수염이 무성한 드워프는 호탕하게 웃으며 둘을 반겨주었다. 그

의 머리 색이 보여주는대로 그의 나이는 엄청났지만, 그의 육체는 아직 그의 아들인

네루보다도 건장해보였다.

 "병신 드워프와 이 곳까지 오느라고 고생했네, 하하핫!"

 병신 이라는 말을 특별히 강조해 준 드워프족의 장로,  하루의 말에 순식간에 네루

의 얼굴이 달아올랐다.  네루는 곧 자신에게 들려올 마을 드워프들의 야유를 면하기

위해 저도 모르게 대단히 무례를 범하고 말았다.

 "벼, 병신 드워프라니요, 이 노망 드워프 같으니라고?!"

 순간 하루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그는 곧 팔 소매를 걷더니 순식간에  네루가 등에

매고 있던 미스릴 제 배틀 액스를 붙잡았다.  진지한 표정을 한 하루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의 목소리는 슬픔에 젖어들어 있었다.

 "아아, 이렇게 예절 없는 드워프라니. 나는… 나는 널 그렇게 키우지 않았단다."

 "아버지. 오버하지 마세요. 오버 드워프가 되고 싶습니까?"

 하루의 말에 네루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팔짱을 끼고는 여유를  부리면서

반격까지 시도하였다. 하루는 천천히 고개를 저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너는 겨우 그정도 드워프였단 말이냐. 할 수 없군. 아버지의 이름으로 네 놈을 죽

여버리겠다! 다시 한 번 말해봐라, 미친 드워프!"

 번쩍 치켜올려진 배틀 액스가 태양빛을 반사시켰다. 번뜩이는 도끼날이 두 눈에 들

어오자 네루는 급해졌다. 네루는 재빨리 무릎을 굽혀 하루의 바짓가랑이를 붙잡으며

외쳤다.

 "아, 아버지! 용서해 주세요! 제가 미친 드워프입니다, 병신 드워프예요!"

 결국 카인과 세나가 말린 덕분에 네루는 하루에게 죽는 것만은 면할 수가 있었다.

 "빌어먹을, 병신 드워프!  흠, 흠. 좋지 못한 꼴을 보였군, 그래.  그런데 이 예쁜

아가씨는 누구신가?"

 "아, 예. 저는 피아 레존드라고 합니다."

 "드워프 마을에 오신 것을 환영하네, 레존드 양. 자아, 어서 집으로 가자꾸나."

 하루는 마치 손자들을 대하는 할아버지처럼 인자하게 카인과 세나,  그리고 피아를

안내하였다. 그들의 집으로 향하던 도중 피아가 질문했다.

 "오빠와 언니는 어떻게 드워프 마을과 친분이 있는거죠?"

 그녀의 호기심은 하루가 풀어주었다.

 "너도 이 둘과 한동안 있었으니, 둘의 강함은 잘 알리라고 믿는다.  내가… 아, 아

니지. 헷갈렸구나.  그러니까 네루 녀석이 어릴 적에 무사 수행이랍시고, 무단 가출

을 한 적이 있었다."

 "마을 드워프, 모두의 송별식을 받고, 부모님에게 정식으로 인사 드리고 떠난 것이

가출이라면요."

 "저 녀석의 말은 흘려 듣거라. 병신이라서 말이다.  어쨌거나 그 때, 까불거리다가

죽을 위험에 쳐했는데, 그 때 그를 구해준 것이 이 둘이었단다."

 자신이 젊을 적에 어린 네루를 데리고 나갔다가 위험에 쳐했을 때,  카인과 세나가

구해주었다. 이 진실을 말할뻔한 하루는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사실대로

말했다가는 둘의  정체가 의심받기 때문이었다.  자신이 젊었을 때라면 20세 초반의

젊은이는 태어나지도 않았다. 그가 알고 있는 카인과 세나라면, 자신들의 정체를 피

아에게 밝히지 않았으리라 생각했고,  그렇기에 저런 질문이 나온것이라고 순식간에

판단한 것이었다.

 "근데 '병신 드워프' 는 뭐예요?"

 "술도 못하는 것이 수영을 즐기니, 그게 병신 드워프지. 허헛."

 "어머, 그래요? 그래도 그 별명은 심하네요. 그런데 집들이 모두 단층이네요? 드워

프 분들은 건축 솜씨도 대단히 훌륭하다고 하던데…."

 연이어 쏟아지는 피아의 질문에 하루는 호탕하게 웃어젖혔다.

 "허허헛!! 이 아가씨는 궁금증이 많으시군, 그래. 물론 우리 드워프들의 건축 솜씨

는 양 대륙에서 제일이라고 불리우지. 암, 그렇고 말고. 저 대국 라프랜트의 성까지

도 우리 드워프들의 작품인걸…!!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단층 건물에 사는 이유

는 바로 우리들의 신장때문이지. 보다시피 우리 드워프들은 키가 작거든."

 피아는 그 말에 하루와 자신의 키를 비교해보았다. 확실히 작았다.  키가 165Cm 정

도인 자신보다도 작았다.  하루 뿐만이 아니라,  마을 전체에 그녀보다 큰 드워프는

없었다.

 잠시 후에 도착한 하루의 집은 장로답게 일반 드워프들의 집보다 훨씬 웅장하고 높

았다. 2층집이라니! 드워프 마을에서 유일하게 다층 건물이었다. 하루는 네루를 시

켜 문을 열게 하고는 카인을 바라보며 말했다.

 "이번에는 얼마나 머물다가 갈 생각인가?"

 "20일 정도입니다."

 "상당히 오래 머무는군? 신년이 지나면 바로 갈 줄 알았는데."

 하루는 자신의 집에 성큼, 발을 들이며 말했다. 카인은 그를 따라 들어서면서 말했

다.

 "변수가 있습니다. 마력증폭기가 필요해서."

 "마력증폭기…라고? 세나에게 그런 건 필요 없을텐데. 아, 혹시 레존드 양이?"

 "맞아요, 제게 마법을 배우거든요."

 세나는 빙그레 웃으며 피아를 대신하여 대꾸했다. 하루는 세나의 대답을 듣고는 피

아에게 잠시 시선을 옮겼다가 이내 팔짱을 끼며 고민에 빠졌다.

 "주문이니까 만들기는 하겠네. 친분도 있으니, 대충 하지도 않을거야. 하지만 공짜

로는 무리네. 어디까지나 '주문'이니까 말야."

 "댓가는 생각해뒀습니다."

 카인이 곧장 대답하자 하루는 넌지시 그를 바라보았다.  재촉없이, 하루는 그의 말

이 이어지길 기다렸습니다.

 "마을을 건드리는 기사단. 책임지고 처리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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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왕력.

 834년전, 서쪽 대륙을 통일한 성왕 리리아의 등극을 기념하여 시작되었다.

        이상, 스카이였습니다.

『SF & FANTASY (go SF)』 19443번

 제  목:[하이랜더] The war of dragons - 010                         

 올린이:스카이엘(박지훈  )    01/04/17 22:19    읽음:338 E[7m관련자료 있음(TL)E[0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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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이랜더 1st story

                        The war of Drag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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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혼자 가겠다."

 다음 날, 아침.  모두가 모여있는 자리에서 카인은 담배를 하나 꺼내물며 단호하게

말했다.

 "혼자 가시겠다구요?"

 "드워프들은 네루가 아니면 전투에 도움이 안된다. 하지만 네루는 마력증폭기를 만

들어야 하지."

 "저는요?"

 "정령. 언제 그들이 이 곳으로 올지 모른다. 마을을 부탁하지."

 "알겠어요."

 카인으로부터 확실한 대답을 들은 뒤에야 세나는 빙그레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같이 가자고 했어도 세나는 카인과 같은 말을 하며, 마을에 남을 생각이었다.

 "장로님. 녀석들이 머물고 있는 장소가 어딥니까."

 "정확하지는 않네.  마을의 북쪽 도로로 쭈욱 올라가다 보면, 좌측에 큰 공터가 나

올걸세. 그 곳이 가장 유력한 장소지."

 "알겠습니다."

 하루의 말을 들은 카인은  고개를 끄덕이며 발걸음을 옮겼다.  그 장소에 기사단이

없더라도 카인,  스스로의 능력으로 충분히 찾아낼 수 있다. 그렇기에 카인은 별 생

각 없이 마을을 벗어났다.

 말 없이 계속해서 걷기만 했다. 가끔씩 입이 열린 것은 담배 연기를 뿜어내기 위함

이었다.  적당히 피운 담배를 기로 꺼뜨린 후, 아무대나 던진 카인은 계속해서 걸었

다. 그렇게 걷기를 약 15분, 카인은 마을을 벗어난 후 처음으로 말했다.

 "운이 좋군."

 카인의 시선은 길의 저편을 향해 있었다. 피어오르는 먼지와 지축을 두드리는 말발

굽 소리로 보아 대충 100여기의 기사단이 움직이는 듯 했다.  기사단의 숫자를 대충

파악하고 있으려자, 그제서야 카인은 자신의 실수 하나를 눈치챘다.

 "기사단의 규모를 묻지 못했군."

 카인은 천천히 고개를 저으며 헬파이어를 꺼내들어 바닥에  꽂아넣었다.  기사단과

카인의 거리가 빠른 속도로 좁혀졌다. 기사단은 처음에는 카인을 무시하고 지나가려

는 기세였으나, 카인이 계속해서 버티고 있자, 결국 말을 멈춰야만 했다. 그들의 선

두에서 달리던 자가 앞으로 나섰다. 아마도 기사단을 이끄는 단장인 듯 했다.

 "뭐하는 자냐?"

 "그 문장은 소국 연합의 지도국이었던 레인이군."

 카인은 갑옷에 새겨진 문장을 보며 말했다. 먹구름에서부터 쏘아진 한 줄기의 번개

와 뿌려지는 소나기의 그림. 그것은 동쪽 대륙의 3대 세력 중 하나였던 소국 연합의

지도국이었던 레인이 분명했다.  별로 대단할 것이 없어보이는 여행자로부터 자신들

의 소속이 단번에 밝혀지자, 단장은 크게 놀라는 듯 했다.

 "이 문장을 한번에 알아보다니… 보통은 아니군."

 "개인적인 원한은 없지만, 거래에 의해 죽어줘야겠다."

 "거래? 드워프인가?"

 땅에 꽂아놓은 검에 오른손을 천천히 올리며 카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기사는 카인

이 긍정을 표시하자 인상을 찌푸렸다.

 "지금 네 놈이 하려는 짓이 뭔지나 아느냐?  우리는 레인의 중앙 기사단의 제1부대

이다. 그리고 숫자도 네 놈의 100배란 말이다 . 무슨 뜻인지 알겠나?  지금 네 놈이

싸우려는 상대에 대해서 좀 알겠느냔 말이다."

 "두 가지를 알았다. 내 상대가 얼마나 나약한 가. 그리고 네가 얼마나 멍청한지."

 기사의 표정이 순간,  멍해졌다.  자신의 귀가 잘못되었다고 의심을 하는 듯 했다.

곧 이어진 카인의 말은 기사의 귀가 지극히 정상이라는 증거가 되어주었다.

 "싸우는 것이 아니라 죽이는 거다. 그리고 너희들은 더 이상 레인의 중앙 기사단이

아니다. 산적 떼거리겠지."

 "닥쳐! 너 따위 여행자가 우리들을 이해할 수 있나? 전쟁을 하는 것에는 엄청난 자

금이 필요하단 말이다!"

 촹-!

 맑은 소리와 함께 뽑혀진 기사의 검이 지체없이 카인의 머리를 노리고 내리쳐졌다.

하루에 수천번씩 검을 휘두르는 혹독한 수련을 기본으로 삼는 자들.  실력은 일당백

이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을 정도… 그것이 바로 기사였다.  그런만큼 기사의 공격은

무척이나 날카로왔다.  뿐만 아니라,  기사는 말을 타고 있기 때문에, 위치상으로도

대단히 유리한 입장이었다.

 "느려."

 검이 자신에게 닿기 직전, 카인은 재빨리 몸을 좌측 하단으로 옮겼다. 그리고 곧장

검을 땅에서 뽑아 검의 손잡이 밑둥으로 기사의 복부를 강하게 쳐올렸다.

 "히히히힝!"

 태우고 있던 주인의 무게가 갑자기 없어지자 당황한  말이 울었다.  카인의 공격에

중심을 잃은 기사가 그만 땅에 굴러떨어진 것이었다.

 "잠깐!"

 카인이 헬파이어를 기사에게 찔러넣으려 할 때,  누군가가 외쳤다.  누가 외친다고

해서 멈출 카인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 외침에는 카인이 지닌 무력과는 다른  힘이

깃들어 있었다. 카인은 저도 모르게 움직임을 멈추고는 자신에게 외친 이를 향해 시

선을 돌렸다. 많이 쳐봤자, 20세.  짧게 친 은색의 머리칼이 바람에 작게 살랑였다.

외모에 비해 목소리는 상당히 어른스러웠다.  경갑옷을 입고 장검을 지닌 그는 카인

에게 접근해왔다.

 "레시트 레인. 레인의 왕자입니다. 당신은?"

 "카인 레카드. 날 멈춘 이유는."

 레시트의 등장으로 일어날 수 있게 된 기사는 발끈해서 외쳤다.

 "함부로 말하지 마라, 이 분은 레인의 왕자님이시다!"

 "나라는 망했고, 백성이 없이 기사단만 있는 자에게 차릴 예의는 없다."

 카인은 검을 한바퀴 돌려 기사를 겨누며 말했다.  그의 말에 레시트는 고개를 저으

며, 말했다.

 "백성은 있습니다.  이 기사단은 제 신하임과 동시에 백성들입니다. 그리고 당신을

멈춘 이유는 이 사람을 살리기 위해서입니다."

 레시트의 말에 카인은 곧장 대답했다.

 "미안하지만, 난 드워프 마을과 거래를 했다."

 "예?"

 카인은 검의 끝을 땅으로 내리며 조용히 말을 이었다.

 "그 거래의 성립 조건은 마을의 돈과 무기를 노리는 산적 토벌."

 "그럼 산적을 잡으셔야죠. 이 사람들은 기사단입니다."

 "모르는군. 산적이 기사단이다."

 "잠깐, 저희들은 산적질을 한 적이 없습니다."

 자신이 알지 못하는 사실을 카인이 말하자 레시트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 레

시트가 그런 반응을 보이자 카인은 더욱 차갑게 말했다.

 "무기와 금품을 내놓으라고 무력 시위를 하는 것. 산적질이지."

 "…루벤. 이 분의 말이 사실인가?"

 레시트는 자신의 옆에 있는 기사, 루벤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러자 카인은 지켜보

려는 속셈으로 근처 나무에 등을 기대며 담배를 하나 꺼내 물었다.

 "저, 전하."

 "나는 질문했다. 그러니 답해라."

 분노를 억누르고 있는 듯, 레시트는 약간 목소리를 떨며 그렇게 말했다. 어린 주군

의 그런 모습에 루벤은 자신의 멍청함을 속으로 한탄했다. 루벤은 곧 무릎을 꿇고는

머리를 조아렸다.

 "죽을 죄를 지었습니다, 전하!"

 "사실이란 말인가?"

 "그렇습니다."

 레시트는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는 마치 카인에게 들으라는 듯이 말했다.

 "자금과 무기의 지원을 부탁하고, 안되면 물러나라고 했을텐데."

 몸을 돌린 레시트는 하늘을 바라보며 담배를 피우고 있는 카인을 향해 말했다.

 "부탁이 있습니다."

 그의 말에 카인은 레시트를 향해 시선을 돌리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드워프 마을로 안내해 주십시오. 직접 사과하겠습니다."

 "좋도록 해."

 카인은 이제 꺼내놓을 필요가 없어진 헬파이어를 두어바퀴 돌리고는 세련된 동작으

로 검집에 꽂아넣었다. 레시트는 기사들로 하여금, 자리를 지키게 하고는 카인을 따

라 드워프 마을로 걸음을 옮겼다.

 "그들이 나를 용서할까."

 레시트는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두려운가."

 갑작스레 카인이 말하자 레시트는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레시트

천천히 말을 이었다.

 "두렵지 않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죠. 호전적인 종족, 드워프들이 과연 이번 일을 용

서해줄지."

"…걱정할 것 없겠지. 호전적인만큼 호탕하며 관대한 종족이니까."

 드워프 마을이 가까워지자, 어떻게 알았는지 마을 내의 모든 드워프들과 세나,  피

아가 둘을 기다리고 있었다. 아니, 정확히는 카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들은 카인

의 뒤에 레시트가 따라오자 웅성거렸지만, 이내 그 웅성임은 잦아들었다. 카인의 실

력은 그들도 잘 알고 있었다.  카인은 하루를 찾아 그에게 레시트와 다가섰다. 그리

고는 간단하게 하루에게 레시트를 소개했다.

"산적들의 두목입니다."

 "아하하핫! 그런거 였군? 그럼 진작 말씀을 하시지 그랬나,  기꺼이 무기들과 돈을

빌려주었을텐데."

 역시나 일은 쉽게 풀렸다.  레시트의 진심 어린 눈말과 사과를 받은 드워프들은 단

번에 감동하여 그들을 용서했다. 그리고 기사단, 100명을 모조리 초대하여 대규모적

인 파티를 벌이고 있었다.  레인의 중앙 기사단 제1부대의 대장인 루벤은 술에 취하

더니 머리를 땅에 쳐박고는 외쳤다.

 "제 잘못입니다, 제 잘못이예요. 제가 마음대로 전하의 명을 어겨서…."

 "어허, 이 친구. 그 일은 이제 됐다니까 그러는군."

 너털웃음을 터뜨리며 말한 하루는 이내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루벤의 어깨

에 손을 올렸다. 다행히도 루벤이 무릎을꿇고 있었기에, 그 장면은 상당히 자연스러

웠다.

 "명심해.  기사의 행동은 개인의 행동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것을. 자네가 독단적으

로 이번에 한 일은 나라의 명예를 실추시키고, 자네들의 왕자를 힘들게 했네.  약속

하게. 어떤 일이 있더라도 기사도에 어긋나지 않겠다는 것을. 설사, 자신이 죽을 순

간에 처하더라도."

 "명심하겠습니다, 그리고 약속하겠습니다."

 "좋아, 됐네. 자아, 한잔 받게나!"

 그들의 그런 모습을 바라보며 레시트가 말했다.

 "당신의 말이 사실이었군요. 드워프들은 관대한 종족이란 것."

 그러나, 카인은 그의 말에 대꾸하지 않고 조용히 담배를 피울 뿐이었다.  레시트는

그의 그런 행동에 자신도 모르게 엷은 미소를 지었다. 그렇게 29일의 밤은 깊어져만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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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 스카이였습니다.

『SF & FANTASY (go SF)』 19445번

 제  목:[하이랜더] The war of dragons - 011                         

 올린이:스카이엘(박지훈  )    01/04/17 22:19    읽음:336 E[7m관련자료 있음(TL)E[0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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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이랜더 1st story

                        The war of Drag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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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왕력 835년 1월 1일. 새해가 열린 날이자 레시트와 휘하 기사 100명이 드워프 마

을을 떠나기로 한 날이었다.  실로 몇년만에 찾아온 외부인들이었기에  짧은 시간동

안 그들과 적지 않은 친분을 나누었던 드워프들은 그들이 떠난다는 사실에 슬퍼하였

다.

 "이건 내가 자네에게 주는 선물일세, 레시트."

 하루는 헝겊에 싸여있는 긴 물건을 건내주었다.  레시트는 그것을 양손으로 받아들

어 조심스레 풀어보았다.

 "이건…?"

 "내 아버지께서 시작하여 거의 100년을 넘게 제작해온 오리하르콘 소드. 말해줬지?

드워프들이 무기를 '준다'는 것은 상대방을 인정했다는 거네. 흠, 그 무기의 성능은

서쪽 대륙에 있는 2대 신검,  에스페란서와 에날로그 급이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

다네."

 "이런 귀중한 것을…. 감사히 받겠습니다."

 "그 검의 이름은 라이팅 소드Lighting Sword일세."

 레시트가 조심스레 검을 반쯤 뽑아들자, 이름대로 검에서 찬란한 빛이 뿜어져 나왔

다. 뭔가 결심을 한듯, 레시트는 검을 뽑아 한 차례 휘두르자, 그 장소를 따라 검광

이 그어졌다.

 "이 자리에서 스스로와 여러분들에게 맹세하겠습니다. 반드시, 나라를 일으켜 세우

겠습니다."

 "좋아, 그런 정신이네. 아, 그리고 루벤 군. 그렇게 좋은 검은 아니지만 자네 것도

 있다네. 아쉽게도 이름은 없지만."

 하루는 그렇게 말하며 네루에게서 받아든 검 한자루를 루벤에게 넘겨주었다.

 "고맙게 받겠습니다."

 루벤은 환하게 웃으며, 넙죽 검을 받아들었다.  드워프들이 주는 무기는 좋지 않다

고 말해도, 쉽게 구할 수 없는 명품들이라는 사실을 그는 알고 있었다.

 그들의 모습이 사라질때 즈음, 네루가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갔군요."

 "아아, 그래 갔지."

 하루도 상당히 섭섭했던지 힘없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때, 세나가 분위기를 바

꾸는 한마디를 하였다.

 "자아∼, 신년 축제나 합시다."

 세나의 말을 들은 드워프들의 눈에서 뭔가가 타오르는 듯 했다. 드워프들은 엄청난

스피드로 각자의 집으로 뛰어들더니,  곧 술통을 하나씩 들고 광장을 향해 뛰어들었

다. 그 모습에 질려버린 피아는 조그맣게 중얼거렸다.

 "술이 또 있어?"

 드워프 마을의 모든  드워프가 한창 술을 퍼마시고 있을 무렵,  레시트와 기사단이

주둔 중인 숲. 겨울의 매서운 바람이 스칠때마다 잎 없는 나뭇가지들은 소리없이 비

명을 내지르며 몸을 흔들었다.

 라이팅 소드에 저녁  노을이 반사되자 밝기만 하던  빛은 서서히 붉게 물들어갔다.

라이팅  소드의 아름다운 빛을 전신으로 받아내며 눈을 감고 있던 레시트는  천천히

눈을 떴다.  은은하면서도 강렬하게 뻗어나오는 빛이 레시트의  눈을 어지럽혔지만,

정작 그에게는 별 영향을 끼치지 못하였다.

 "반드시 해내겠어."

 혼잣말처럼 중얼거린 레시트는 옆에서 무릎을 꿇은 채 있는 루벤을 바라보았다.

 "레인, 중앙 기사단 제1부대. 대장, 루벤 카일로스."

 "예, 전하."

 "그대를 제외한 제1부대의 기사들에게 명하라. 각지에 퍼져있는 명칭, 아나트 저항

군. 1월 31일까지 루리시스 평원으로 전원 집결시킨다. 그대는 나와 함께 기사 대장

에게로 간다."

 "알겠습니다, 전하."

 루벤은 그렇게 말하며 일어서서 자신의 어린 주군을 잠시 바라봤다. 18세에 왕궁에

서 일아난 반란으로 인해,  눈 앞에서 어머니와 왕세자(王世子)였던 형의 죽음을 목

격했다. 그리고 그 충격에서 벗어날 때 즈음. 그러니까 6개월 전에는 아버지를 비롯

한 모든 형제, 남매들의 죽음뿐만이 아니라, 수 많은 이의 죽어나가는 장소에 서 있

었다. 이제 겨우 23세. 이 어린 나이에 레시트에게 지워진 짐은 총 3만에 이르는 아

나트 저항군의 지도자였다. 23세의 청년이 하기에는 너무도 막중한 일이었지만,  레

시트는 지금까지 단 한번도 약한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루벤은 세삼스래 자신의 주

군에게 충성을 다짐했다.

 오래 지나지 않아, 99명의 기사들이 루리시스 평원 집결의 지령을 아나트 저항군에

전달키 위해 말을 달렸다. 늦은 시각이었음에도 피곤함이 없었고, 불만도 없었다.

 훗날, 서쪽 대륙의 라프랜트에 필적하는 대국(大國), 레인의 탄생을 알리는 전쟁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동쪽 대륙의 항구 도시로부터 그렇게 멀지 않은 곳에 루루트라는 이름의 마을이 있

었다. 항구로부터 가깝기는 했지만, 사방이 산이고 위치도 좋지 않기 때문에 평범한

시골 마을일 뿐이었다. 그 평범한 시골 마을에 지금 평범하지 않은 현상이 일어나고

있었다.

 루루트 마을의 사람들은 물론 우연히 이 마을에 머물게 된 모험가와 여행자들은 단

한 명을 빼고는 정신이 나간 상태였다.  하늘색 머리카락은 길지 않았다.  그렇지만

옆머리는 좀 길었기에 흔들릴때마다 귓가를 나풀거렸다. 연회색의 후드 티를 입고서

, 아래에는 청바지를 입고 있었다.  잘 단련된 근육은 체격보다 큰 옷때문에 드러나

지는 않았다.  테이블에 엎어져서 팔자 좋게 자고 있었다. 청년이 장관을 보지 못하

는 것이 못내 아쉬웠던 주점 주인은 그를 흔들어 깨우기 시작했다.

 "이봐요, 손님. 일어나보세요, 일어나라구요. 드래곤입니다! 평생에 걸쳐도 보기가

힘든 드래곤이예요!"

 "아웅∼, 드래곤이고 나발이고 나랑은 상관 없… 드, 드래곤?!"

 청년, 레이젤은 소리를 지르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그 난폭한 행동은 그가 앉

아 있던 의자가 뒤로 나가떨어지는 참사를 발생시켰지만,  레이젤은 그 일에는 전혀

신경쓰지 않았다.  레이젤은 재빨리 주점을 뛰쳐나갔다.  그리고는 단번에 지붕으로

뛰어 올라서 하늘을 바라보았다.  평상시였다면, 모든 이의 주목을 받을만한 행동이

었지만, 지금의 루루트에서는 전혀 주목 받지 못할 일이었다.

 태양빛을 푸르게 반사시키는 파란색 비늘이 거대한 몸집을 뒤덮고 있었다.  천천히

날개를 젓고 있었지만, 거대한 몸집은 떨어지지 않았다.  그로부터 풍겨지는 거대한

존재감과 위압감의 모든 이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었다.  하지만 레이젤이 놀라는 이

유는 그것만이 아니었다.

 "에르만, 블루 드래곤의 왕자인데 왜 저런 상처를?!"

 다른 이의 시력으로는 웅장한 모습의 드래곤만이 보일 뿐이었다.  그렇지만 하이랜

더로서의 뛰어난 시력을 지닌 레이젤에게는 그 외의 것도 눈에 들어왔다.  드래곤의

옆에서 팔짱을 낀 채로 공중에 떠 있는 세  명의 사람.  그리고 그 앞에서 적지않은

부상을 입은 청년, 에르만.

 "드래곤 솔져Draons Soldier정도겠군. 설마 에르만이 쫓기고 있다는 건가?"

 그가 고민할 시간도 주지 않은 채, 에르만은 있는 힘껏 동쪽으로 달아났다. 그러자

곧장 네 명의 솔져가 그를 추격했다.  잠시 그들이 사라진 방향을 바라보고 서 있던

레이젤은 아차, 하며 지붕에서 뛰어내려 주점으로 뛰어들어갔다.  자신이 앉았던 테

이블에 금화 하나를 던져둔 레이젤은 의자에 걸쳐둔 자신의 재킷과 옆에 세워둔  자

신의 검을 가지고는 마을을 벗어났다. 그리고는 에르만과 드래곤들이 사라진 방향을 

향해 전력으로 달려갔다. 드래곤들의 마나라는 것은 결코 적은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 위치는 쉽게 파악이 되었다.

 "여기냐!"

 한참을 전력 질주해대던 레이젤은 순간 그렇게 외치면서 땅을 박차 올랐다. 그리고

는 자신의 검, 프로즌 소드를 힘차게 뽑았다.  예상대로 레이젤의 시야에는 곧 에르

만과 드래곤 솔져들의 대치 장면이 포착되었다. 에르만이 확연히 밀리고 있었다. 그

나마 다행인 것은 아직 세 명은 드래곤의 모습이 아닌 인간의 모습으로 있다는 점이

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지금의 에르만은 존재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헤헷. 시나리오가 절정에 달하니, 레이젤 이지스 님 등장! 1번은 너야!"

 드래곤의 모습으로 변해 있는 솔져를 향해 날아오른 레이젤의 양 팔이 빠르게 움직

였다. 그러자 프로즌 소드를 둘러싼 백색의 검기가 어지러이 공중을 수놓았다. 불시

에 날아든 기습을 미처 막아내지 못한 솔져의 목과 얼굴 부위에 십수개의 검상이 생

겨났다. 솔져가 비명을 지름과 함께, 검상으로부터 피가 터져나왔다.

 "꺼져!"

 레이젤의 외침과 함께 프로즌 소드가 솔져의 미간에 깊숙하게 꽂혀들어갔다.  그와

함께 프로즌 소드로부터 0°에 가까운 한기가 솔져의 내부로 쏟아져 들어갔다. 내부

로 들어간 한기가 온 몸을 휘젓고 다니자 솔져는 별다른 반항도 하지 못하고 땅으로

추락했다.  물론 솔져 급 이상이기 때문에 땅에 충돌하기 전에 스파크를 번뜩이고는

형상을 감추었다. 에르만은 레이젤을 바라보더니 간신히 미소를 지었다.

 "아…, 레이젤 형."

 "자세한건 나중에 듣자, 에르만!"

 레이젤은 씨익 웃어보이고는 곧장 검을 역수로 잡은 후,  검을 잡은 오른손을 뒤로 

물렸다.  그리고는 왼손을 뻗자, 순백색의 기운이 그의 손 앞에서 구체를 이루었다.

레이젤은 미소 지었다.

 "첫 공개, 쥬얼 포스Jewer Force―!"

 쥬얼을 지니고, 그 힘을 제어할 수 있다면, 쥬얼을 어디에 지니고 있는지는 관계가

없다.  레이젤도 목에 쥬얼을 걸고 있었지만, 정작 힘을 분출하는 것은 왼손이었다.

빠르게 쏘아진 구체가 그대로 한 명의 복부를 관통하고 지나갔다.  그렇지만 동료의

죽음보다도 남은 두 명의 솔져들을 신경쓰게 만드는 것이 있었다.

 "쥬, 쥬얼이라고? 순백색의 기운… 설마, 물의 가디언!"

 "아냐, 물의 가디언은 여자라고 들었어, 확실해! 그리고 가디언 에이드는 죽었다고

들었는데…."

 놀라고 있는 것은 에르만도 예외가 아니었다. 에르만이 알고 있는 레이젤은 가디언

이나 가디언 에이드이 아니라, 카인과 함께 투 하이랜더였던 것이다. 하지만 레이젤

은 그에 대한 속시원한 답을 내주지 않았다.

 "고맙게 생각해, 지옥에서 심심하지 않도록 수수께끼를 내 주는 이 몸에게! 그리고

이건 선물, 워터 크래쉬Water Crash!"

 쿠구구구구구구구―!!

 프로즌 소드를 다시 양 손으로 붙잡은 레이젤의  외침과 함께 그의 검 주변의 수증

기들이 강한 반응을 보였다. 수증기들은 물방울을 일으키며 맹렬하게 레이젤의 검을

감싸며 회전을 시작했다.  회전은 계속해서 가속되었다. 레이젤의 기술 중에서도 유

난히 파괴력이 높은 기술이 바로 워터 크래쉬였다.  레이젤은 자세를 낮추고 솔져들

의 사이로 파고들며 검을 한차례 휘둘렀다. 워터 크래쉬가 지닌 뛰어난 파괴력은 솔

져들이 견디기에는 불가능했다. 신속하게 상황 정리를 마친 레이젤은 여유있게 프로

즌 소드를 다시 검집에 꽂아넣고는, 몸을 돌렸다.

 "얼레?"

 하지만 그  곳에 서서 자신을 지켜보고 있어야 할 에르만은 이미 그  곳에 없었다.

꽤나 심한 부상을 입고 있었던 에르만은 레이젤의 등장과 함께 긴장의  끈을 놓쳐버

렸고, 그 결과 그는 땅에 쓰러져 있었다. 땅에 착지한 레이젤은 에르만의 어깨를 잡

고 흔들며 말했다.

 "어∼이, 기절했냐?"

 기절한 사람은 대답할 수 없다.  레이젤은 한숨을 내쉬더니 에르만을  들쳐업었다.

루루트를 향한 무거운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한 그의 입에서 한숨이 새어나왔다.

 "아루나 누나도 아닌 이 녀석을 내가 왜 들쳐매야 하는데? 쳇, 쳇, 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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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젤과 카인은 용족의 왕족을 포함한 간부들과 상당히 친한 관계입니다.  특히 왕

자, 공주들과는 말을 트고 지낼 정도죠. 물론 공식석상에서는 그러지 못합니다만….

이 이야기는 후에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

        이상, 스카이였습니다.

『SF & FANTASY (go SF)』 19446번

 제  목:[하이랜더] The war of dragons - 012                         

 올린이:스카이엘(박지훈  )    01/04/17 22:19    읽음:296 E[7m관련자료 있음(TL)E[0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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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이랜더 1st story

                        The war of Drag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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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들이 동쪽 대륙으로 가는 방법은 배를 타는 것이었다.  물론 고도의 수련을 쌓

은 뛰어난 마법사라면 비행 주문으로 건널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역사상 그런 일을

할 수 있었던 사람은 단 한 명.  뛰어난 마법의 재능으로 인간일때 드래곤의 영역에

발을 들이고, 그 재능으로 주신에게 인정을 받아 신이 된 인물. 신이 아닌 존재에서

신이 된 유일한 존재. 바로 800여년 전의 현자의 탑, 대현자, 라타니엘.  그 뿐이었

다.

 유스틴과  아레트는 자신들의 힘으로 충분히 대륙을 오갈 수 있다.  하지만 그들은

배를 타는 것을 선택했다.  굳이 힘을 뺄 필요도 없었고, 아레트에게는 안정이 필요

했다. 동쪽 대륙이 전쟁 중이었기 때문에 항구 도시로 들어가는 것이 쉽지는 않았지

만, 둘은 마법으로 만든 위조 신분증으로 쉽게 들어갈 수 있었다.

 "유스틴, 괜찮아?"

 몇 일을 함께 여행하여 아레트는 유스틴에게 완전히 말을 텄다. 유스틴은 아레트에

게 여전히 존대를 하고 있긴 했지만.

 "갑자기 무슨 말씀이세요?"

 "그러니까 배에 타는 거 말야.  하이 엘프라지만 일단은 엘프잖아?  엘프들은 배를

타는 것을 싫어하잖아. 그래서 묻는거야."

 그 말에 유스틴은 빙그레 웃어보였다.

 "상관없습니다. 엘프들은 숲의 종족이지만, 저희 하이 엘프들은 자연의 종족입니다

. 엘프들이 배를 싫어하는 것은 그 곳이 땅이 아닌 물이기 때문이죠. 하이 엘프들에

게는 그다지 신경 쓸 일이 아닙니다. 저희가 싫어하는 장소는 문명계의 삭막한 도시

이죠. 다녀오신 분들의 말씀만 들어도 끔찍합니다. 매연 때문에 자연이 죽어간다니,

이해하기가 어려워요."

 "후후, 몇몇 문명계는 그렇지. 하지만 나름대로 괜찮은 문명계도 많아.  고도로 발

달한 과학력으로 자연을 되살리고 가꾸어 나가는 곳도 적지는 않거든. 아, 매표소가

저기 있군. 내가 표 끊어올게."

 아레트는 그렇게 말하고는 매표소로 향했다. 돈을 지불하고 자신과 유스틴 몫의 표

를 구입한 아레트의 얼굴에는 약간 못마땅함이 떠올라 있었다. 유스틴에게로 걸어오

며, 아레트는 표를 흔들었다. 빳빳한 종이였기 때문에 팔랑, 소리가 맑게 퍼졌다.

 "한 시간 뒤에나 출발한다는데? 그 동안 뭘 하지?"

 유스틴에게 표를 건내준 아레트는 곧장 손가락을 퉁기더니 씨익 웃으며 말했다.

 "그래, 너 바다 한번도 못봤다고 했지? 바다 보러 가지 않을래?"

 복잡한 도시의 중앙보다는 조금은 한적할법한 바닷가 쪽이 유스틴에게는 좋을 것이

다. 그리고 유스틴도 미리 바다를 봐서 나쁠 것이 없고,  아레트,  스스로도 갑자기

바다가 보고 싶어진 것이다.

 "나쁘지는 않겠군요."

 "헤헷. 나쁘지 않은 정도가 아니라 안왔으면 후회했단 생각을 하게 될 거야.  검술

계Ix의, 통칭 '콜로토 해협'은 무척이나 아름답지. 어지간한 차원계의 바다 관광 명

소는 명함도 못 내밀어. 내가 가본 차원계 중에서도 단연 최고야."

 "기대하죠."

 유스틴이 미소지으며 말하자 아레트도 역시 웃어보여 그에 대꾸했다.  걸음을 옮겨

감에 따라 바닷 내음이 둘의 코를 자극했다.  그 냄새를 맡은 아레트는 과거에 보았

던 아름다운 풍경이 머릿 속에 새로이 그려지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절로 콧노래가

흘러나왔다. 아레트가 그렇게까지 반응을 보이자 유스틴은 바다라는 것에 대한 궁금

증을 품었다.

 "바다라는 것은 큰 호수라고 하던데요."

 "응? 푸핫! 그렇게 간단한 표현은 바다에 대한 수치야.  물론 그렇게 말할 수도 있

긴 하지.  감수성이라는 것을 일체 배제하고 설명문으로 기록하자면 그렇게 되겠지.

하지만 정말 그렇게 느끼는 자는 없을걸? 해줄 답은 하나야. 직접 봐."

 아레트는 말을 잇는 도중에도 실소를 터뜨렸다. 

 "……."

 바다를 본 순간, 유스틴은 말이 없었다. 오염되지 않은 바다는 아름답다.  특히 이

곳, 콜로토 해협은 더더욱.  쨍쨍한  햇볕에 반사되는 눈부신 에메랄드 빛의 수면은

끊임없이 찰랑거리며 그 빛을 뿌렸다. 탁 트인 수평선은 보는 이의 마음을 시원하게

뚫어주었고, 파도 소리와 맞춰서 들려오는 갈매기의 소리는 하나의 음악이었다.  영

상 화면으로도 바다를 접해본 적이 없었던 유스틴에게 바다의 풍경은 큰 감동이었다

. 더군다나 그는 감수성이 풍부한 하이 엘프였다.

 "이것이… 바다…."

 멍한 유스틴의 말하자, 아레트는 활짝 웃었다.

 "헷, 그렇지. 멋지지 않아?"

 "멋져요. 정말 멋집니다. 정령계에서는 볼 수 없는 멋진 풍경이에요. 왜 바다를 본

하이 엘프들이 그토록 바다를 칭찬했는지 알 것 같습니다."

 바다의 풍경에 심취해있던 유스틴은 아레트가 누워서 낮잠이라도 잘까,  하는 헛생

각을 할때야 제정신을 차렸다. 그 이후 이야기를 주거니 받거니 하던 아레트는 적당

히 시간이 흐르자 몸을 유스틴의 어깨를 살짝 쳤다.

 "자, 시간이 됐어. 슬슬 배를 타러 가야겠는데."

 "아, 벌써…?"

 "여기에서 보는 것도 멋지지만, 배에서 내려다보는 바다도 멋지지."

 "가요."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유스틴의 당찬 대꾸가 이어졌다. 별로 이상할 것도 아니었지

만, 아레트는 왠지 자신이 죄를 지은 느낌을 받았다.

 끼익…… 텅!

 정기선으로부터 면적이 넓고 길쭉한 판자가 선착장의 바닥에 떨어졌다.  그에 따라

자욱한 먼지가 주변에 떠올랐다가 고요히 가라앉았다.  잠시 후 판자를 걸어 수많은

사람들이 서쪽 대륙에 발을 붙이며 환호를  했다.  동쪽 대륙에서 온 난민들이었다.

물론 그 난민들은 엄청나게 폭등해버린 뱃삯을 충분히 치룰수 있는 자들이었다. 

 땡땡땡땡, 땡땡땡땡, 땡땡땡땡.

 경쾌한 종소리가 수차례 울려퍼지면서 소음과 진동을 일으키며 엔진에도 시동이 걸

렸다. 오랜 세월에 걸쳐 기술자들이 개발해낸 엔진이라는 기계는 그야말로 획기적이

었다. 이 기계의 등장으로 수많은 뱃사람이 직장을 잃어야 했다.  비록 배의 속도는

그다지 변하지 않았으나, 엔진의 등장은 선주들의 소모금을 많이 줄여주었다.  물론

엔진의 가격이 결코 만만치는 않았으나, 훗날을 내다본다면 훨씬 경제적이었다.  게

다가 안전했기 때문에, 정기선이란 정기선은 모조리 엔진을 이용하고 있었으며,  최

근에는 강을 건너는 배에도 엔진이 달린 것이 나오기도 했다.

 정기선의 출발을 알리는 종소리가 울렸음에도 배에 오르는 손님은 아레트와 유스틴

을 제외한다면 극히 소수에 불과했다.  평화로운 대륙을 등지고 일부러 전쟁터로 갈

사람은 별로 없는 탓이었다.  용병같이 전쟁터가 필요한 자들은 이미 동쪽 대륙으로

향한 뒤였기에 더더욱 그랬다.

 "그래도 동쪽 대륙으로 가는 손님들이 종종 있긴 하죠."

 아레트와 유스틴에게 최근의 정황을 이야기해준 선원은 어깨를 으쓱하고는 둘의 표

를 받아들였다.  선원은 유스틴의 귀를 보더니 곧 그가 엘프임을 알아차리고는 말했

다.

 "이 분은 엘프가 아니십니까? 배에 탑승하셔도 괜찮으신지."

 "저는 별로 물을 싫어하거나 하지 않습니다."

 유스틴이 말하자 선원은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선원은 그들이 판자를 통

해 배에 오를 수 있도록 해주며 말했다.

 "객실은 올라가서 아무 선원이나 붙잡고 말하면 됩니다. 뭐, 보시다시피 동쪽 대륙

으로 건너가는 손님들은 극히 소수이니, 방을 고르실 수도 있습니다."

 선원은 그렇게 말을 마치고는 물자를 보급하기 위해 선착장에 있는 창고로 향했다.

 "도시에 머무는 그 많은 사람들은 대체 뭐지요?"

 "서쪽 대륙으로 건너온 사람들일거야. 그게 아니라면 단순한 여행자이겠지."

 아레트가 간단히 설명하자 유스틴은 수긍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정기선에 오른 아

레트는 선원들 중에서 그나마 한가한 선원에게 다가섰다.

 "저기요, 방을 안내받고 싶은데요."

 아레트는 빙긋 웃으며 말했다.  선원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어떤 방을 원하냐고 물

어왔다.  표를 받은 선원의 말대로 객실이 남아돌다 보니까 그들에게 객실을 선택할 

혜택이 돌아온 것이었다.

 "선두(船頭)와 가장 가까이 위치한 객실로 주시면 됩니다."

 "아, 예.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열쇠를 가져오겠습니다."

 그렇게 말을 마친 선원은 오랫동안 뱃사람을 해오며 단련된 다리로 빠른 속도로 선

장실을 향해 달려갔고, 머지 않아 하나의 열쇠를 가지고 그들에게 돌아왔다. 선원은

익숙한 솜씨로 둘을 선두 부분으로 안내하였다.

 "이 방입니다. 2등실이지만, 괜찮으시겠습니까?"

 "괜찮아요."

 "예. 그럼 이 열쇠를 사용해 주십시오."

 선원은 그렇게 말하며, 하나의 열쇠를 아레트에게 건내주고는 다시 자신의 할 일을

하기 위해 자신의 위치로 돌아갔다. 아레트는 열쇠로 문을 열고는 방 안으로 들어갔

다.

 "그렇게 나쁘지는 않군요."

 뒤따라 들어온 유스틴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그렇게 말했다. 자신의 활, 엔리

멘탈과 한쌍으로 제작된 화살통을 테이블 위에 얹어둔 유스틴은 그  앞에 있는 의자

에 걸터 앉았고, 아레트는 자신의 상의를 벗어 옷걸이에 걸어두고 침대에 드러누웠

다. 오래지 않아 배는 기적 소리를 남기며 출항했다.

 "동쪽 대륙에 도착하려면 20일이 걸린다더군."

 "…무척 오래 걸리는군요?"

 "그렇지. 아무래도 보급지에 들어서면 거기서부터는 날아가야겠어. 가장 가까운 보

급지는 5일내로 도착할거야. 최대의 보급지인 릴바 섬에 들리는 것도 좋긴 하겠지만

…, 그건 이번 일이 끝난 다음으로 해야지."

 "그렇게 하죠. 그런데 왜 하필이면 선두 부분으로 하자고 하신겁니까?"

 "아아. 선두 부분의 경치가 괜찮아. 바다가 갈라지며 튀는 물방울들이 상당히 멋지

거든. 뭐, 선미 부분에서 볼 수 있는 잔잔하게 퍼지는 바다도 멋지긴 하지."

 대답을  마친 아레트는 잠시 침묵을 지켰다.  유스틴이 먼저 아레트에게 말을 거는

경우가 상당히 드물었기 때문에 자연스레 객실의 분위기는 가라앉아버렸다.

 "아, 그래. 저번부터 궁금한 것이 있었어."

 순간, 손가락을 튕기며 아레트가 그렇게 말했다. 그 질문의 대상이 자신이 될 것임

은 당연하기에 유스틴은 그에게 시선을 돌렸다.

 "하이 엘프의 전사들은 양육 기관에서 길러지는거잖아?"

 "예. 300살때부터 그렇게 길러집니다.  선천적으로 약한 육체를 보완하기 위해서는 

어쩔수 없기 때문이지요.  물론, 그렇게 단련을 해도 제 몸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그

렇게 강한 편은 아닙니다."

 "흐음. 양육 기관을 졸업 못 하는 하이 엘프들도 있어?"

 "물론입니다.  아무리 육체가 약하다고는 해도 개인차가 있기 마련이지요.  그리고 

전사의 재능에도 차이가 있구요.  능력이 떨어지는 하이 엘프들은 양육 기관을 중퇴

하게 됩니다."

 "…자신의 의지와는 관계없이 말인가?"

 "그것이 일족을 위해서 좋으니까요."

 아레트는 살짝 미간을 좁혔지만, 유스틴은 그것을 알아채지 못하였다. 아레트는 진

지한 표정을 지으며 다시 질문을 던졌다.

 "그런데 그 전사 입학생들 말이야. 자발적으로 들어가는 거야,  아니면 강제적으로

선출해내는 거야?"

 "아…. 저 같이 아버지가 전사인 하이 엘프는 의무적으로 입학하게 되어 있습니다.

유전적으로 자질을 타고 날 확률이 높기 때문이지요.  그리고 자발적으로 자신의 자

식이 전사가 되기를 원해 입학을 시키는 하이 엘프들도 있습니다."

 "의무적이라면 강제라는 이야기군."

 "다른 식으로 표편하자면 그렇게 되는군요."

 아레트는 상체를 일으켜 정좌 자세로 앉으며 말했다.

 "억울하지 않아?"

 갑작스런 말에 유스틴은 놀란 표정으로 아레트를 바라보았다.  아레트의 표정은 진

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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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레트의 성격은 하이랜더의 등장 인물 중에서도 상당히 밝은 편에 들어갑니다. 좋

지 못한 일을 겪은 탓에 초반에 풀이 죽어 있었지만,  레이젤과 상당히 비슷한 성격

의 소유자죠.

        이상, 스카이였습니다.

『SF & FANTASY (go SF)』 19615번

 제  목:[하이랜더] The war of dragons - 013                         

 올린이:스카이엘(박지훈  )    01/04/18 22:16    읽음:304 E[7m관련자료 있음(TL)E[0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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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이랜더 1st story

                        The war of Drag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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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

 "억울하지 않냐구.  자신의 의지와는 아무런 관련없이 그렇게 살아야 한다는 것 말

이야. 전사의 아들로 태어난다면 싫어도 양육 기관에 들어가야 한다는 말이잖아? 그

리고 적성에 맞지 않더라도 실력이 된다면 전사로 키워지게 되고."

 약간은 굳은 얼굴로 진지하게 말하는 아레트를 유스틴은 말 없이 바라보았다. 그리

고는 이내 빙그레 웃어보이며 대꾸했다.

 "당신이 제게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는 충분히 알겠어요.  하지만 억울하다는 생

각을 해본적은 없습니다. 우리 전사들이 양육되지 않으면, 하이 엘프들은 멸종 하게

될지도 모르는걸요."

 "…이해가 안되는군."

 "그렇게 말하면 당신들,  드래곤도 이상하죠.  검을 좋아하더라도 끝내는 검보다는

마법을 택해야만 합니다. 그리고 아레트? 당신도 자신의 의지와는 관계없이 다음 화

룡왕으로 지목되어 지금 쫓기고 있는 것이 아닙니까?"

 예상못한 반론에 아레트는 뒤통수를 얻어맞은 것처럼 멍한 표정을 지었다.  유스틴

은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다른 종족이 서로를 이해하는 것은 힘든 일입니다. 이 문제는 그만 접어두도록 하

지요. 그런데…."

 "그래, 그런데 뭐? …유스틴."

 아레트는 그제서야 유스틴의 안색이 상당히 좋지 않다는 것을 알았다. 유스틴은 한

손으로는 머리를 짚고, 다른 한손으로는 테이블을 짚어 몸을 지탱하며 말했다.

 "머리가 어지러워요. 속도 거북한게… 우욱."

 유스틴은 말끝을 흐리며 헛구역질을 했다. 그것이 배 멀미임을 알아챈 아레트는 고

개를 저으며 유스틴을 부축하여 그를 침대 위에 눕혀주었다. 유스틴은 반쯤 감긴 눈

으로 아레트를 바라보았다.

 "왜 이런거지요…."

 "배 멀미라는 건데…. 기다려 봐, 선장에게 약을 받아 올게."

 아레트는 그렇게 말하며, 객실의 문을 열고 선상으로 걸어나왔다.  문을 열기가 무

섭게 1월의 찬 바람과 함께 바닷 내음이 확 풍겨왔다. 나오자마자 잽싸게 문을 닫은

아레트는 저도 모르게 선두로 걸어가 바다를 바라보기 시작했다.

 "아, 앗차."

 바다를 보며 즐거워하던 아레트는 곧,  자신이 나온 목적을 상기해냈다.  아레트는

자신을 질책하며 스스로 머리를 쥐어박았다. 그리고는 선장실로 향하였다.

 "아, 손님. 무슨 불편한 일이시라도?"

 선장실로 향하던 도중 만난 선원이 그렇게 물었고,  아레트는 마침 잘 됐다는 생각

을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예. 일행이 배 멀미를 해서요. 선장실에 가면 약이 있죠?"

 "아, 멀미약 정도라면 제게도 있습니다."

 선원은 걱정말라는 말투로 그렇게 말했다. 그리고는 자신의 보조 주머니를 열어 그 

안에서 한 봉지의 약을 꺼내 아레트에게 던져주었다.  상점의 점원이었다면,  할 수

없는 행동이였겠지만, 뱃사람인 선원에게 그런 행동은 그다지 실례스러운 것이 아니

었다. 그것을 잘 알고 있는 아레트는 가볍게 약을 낚아채고는 그에게 고맙다는 인사

를 하고 객실로 돌아왔다.

 "어이, 약 받아왔어."

 하지만 유스틴은 대꾸하지 않았다.  상당히 속이 울렁거리는지 얼굴이 창백해진 유

스틴은 단지 아레트를 바라볼 뿐이었다. 아레트는 주전자로 컵에 물을 따르고는, 약

과 함께 건내주었다.  힘겹게 몸을 일으킨 유스틴은 약을 입에 넣고 물을 단번에 들

이키고는 쓰러지듯이 침대에 누웠다.

 "좀 지나면 약 효과가 나타날거야. 난 일단 선상에 나가 있을게. 무슨 일이 있으면

전음으로 연락…."

 "새근 새근…."

 아레트는 자신의 귀에 들려오는 고른 숨소리에 저도 모르게 피식, 웃으며 유스틴에

게 이불을 덮어주고는 기지개를 펴며 선상 위로 걸어나왔다. 선두 부분으로 나온 아

레트는 바다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역시 경치는 이 곳이 좋지. 레이젤 형의 말도 가끔은 맞아."

 잠시 바다를 내려다보던 아레트는 이내 몸을 웅크리며 말했다.

 "근데 너무 추운걸."

 "바다라는 것은 이렇게 선착장이나 항구에서 바라보는 것이 가장 좋군요."

 정기선을 타고 오는 동안 내내 멀미에 시달렸던, 유스틴이 정기선에서 내려 바다를

보며 한 첫마디였다.  상당히 진지한 표정으로 한 말이었기에 아레트는 자신도 모르

게 조용히 웃음을 흘렸다.

 아레트와 유스틴이 첫번째 보급지에 도착한 것은 배에 몸을 실은지 4일만의 일이었

다.  둘은 4일간 사귀어두었던 선원들과의 이별을 고하고는 걸음을 옮겼다.  적당히

선원들의 시야로부터 벗어난 둘은 약간의 휴식을 취하고는 서서히 몸을 띄웠다.  아

레트는 마법의 힘으로, 유스틴은 정령의 힘으로.

 "결국 이렇게 할 거면 뭐하려고 배를 탔담?"

 "글콅요. 바다 구경을 하고, 배멀미를 위해?"

 아레트가 투덜거리자 드물게 유스틴이 농담으로 적당히 맞장구를 쳤다.  둘은 유쾌

하게 웃으며 동쪽 대륙을 향해 몸을 날렸다. 물론 아래에 있는 사람들에게 발각되지

않도록 마법으로 모습을 가리는 것은 기본이었다.

 도중에 아레트가 드래곤의 모습으로 돌아가기도 하고 해서, 둘은 많은 시일이 지나

지 않아 동쪽 대륙에 도착할 수 있었다.  중간중간 나오는 보급지에 착지해  휴식도

취하곤 했기에 그들이 도착한 것은 처음 날아오른 날로부터 또  다시 5일이 지난 후

였다. 항구 도시에 들어선 유스틴은 주변을 끊임없이 두리번 거렸다.

 "서쪽 대륙보다 훨씬 복잡하군요. 동쪽 대륙을 벗어나기 위해 몰려든 난민인가요?"

 "그렇겠지. 우리가 어찌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지. 흐음, 저 곳으로 들어가자."

 아레트는 씨익 웃으며, 손가락으로 '에메랄드'라는 간판이 달려있는 여관을 가리켰

다.  상당히 비싸 보이는 여관이었다. 하지만 그런만큼 손님들은 확실히 적었다. 이 

곳에 있는 난민들에게 이런 비싼 여관에서 머무는 것은 사치에 불과하니까.  아레트

가 여관의 문을 밀자, 손질이 잘 되었는지 소리 없이 부드럽게 문이 열렸다.

 "에메랄드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두 분이십니까?"

 둘이 여관에 들어오자 깔끔한 제복을 입은 여자 점원이 카운터에서 그들을 반겼다.

아레트는 고개를 끄덕이며, 유스틴을 가리키며 말했다.

 "예. 그런데 엘프가 와도 괜찮은 거겠지요?"

 가끔 무식한 여관에서는 이종족을 쫓아내곤 한다.

 "물론입니다. 아니,  오히려 고귀한 엘프께서 저희 여관을 찾아주신건 영광입니다.

방은 어떤걸로 하시겠습니까?"

 "2인용 방 하나로 하겠습니다. 제 이름은 아레트·로렌트입니다."

 "저는 유스틴·라틴."

 둘의 이름을 숙박부에 기록한 점원은 곧 옆에 늘어놓은 열쇠 중에서 하나를 골라냈

다. 그리고는 자신에게서 가까이에 있는 유스틴에게 건내었다. 열쇠에는 플라스틱이

라는 신소재로 만들어진 네모난 조각이 있었는데,  그것에 그들이 배정받은 방의 번

호가 적혀 있었다.

 "…그런데 근처 루루트에서 드래곤이 나타났다는 소문은 들었나?"

 휴식을 위해 바로 방으로 향하려던 아레트를 붙잡는 말이 들려왔다. 아레트는 걸음

을 멈추고는 목소리가 들려온  테이블로 고개를 돌렸다.  비쩍마른 사내와 콧수염을

기른 사내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콧수염을 기른 사내가 질문했었는지 마른 사

내는 웃으며 대꾸했다.

 "들어만 봤겠나? 내가 얼마 전에 루루트를 다녀온 사실을 모르는군."

 "직접 봤단 말인가?"

 아레트는 결심을 하고는 둘의 이야기에 끼어들었다.

 "저희들도 그 이야기를 들을 수 없을까요? 흥미가 있어서 그러는데."

 "아아, 물론이오. 이쪽에 앉으시오."

 마른 사내와 콧수염 사내는 의외로 쉽게 승낙을 해주었다. 아레트는 그들에게 목례

를 하며 의자를 꺼내 앉았다. 유스틴도 그를 따라 의자에 앉았다.  아레트가 의자에

앉아 가만히 있자, 마른 사내는 오른손으로 목을 쓰다듬으며 능청을 떨었다.

 "허, 험! 갑자기 목이 마르는군…."

 아레트는 그제서야 아차,  하며 재빨리 맥주 두 잔을 시켜 그들에게 주었다.  마른

사내는 만족한 표정을 지으며 맥주를 한모금 마셨다.

 "그러니까 한… 1주일하고도 좀 더 되었지, 아마? 나는 루루트의 친구 녀석에게 찾

아간 길이었지."

 "너 루루트에는 술 쳐먹으러 가잖아, 말라깽아."

 마른 사내가 짐짓 근엄하게 말하자 옆에서 콧수염 사내가 시비를 걸었다.

 "아, 시끄러! 크흠, 이 녀석은 무시하게나. 어쨌거나 친구의 집에서 나오는데 갑자

기 하늘이 어두워지는 것 아닌가? 사람들은 일제히 하늘을 바라봤지.  아, 그런데…

하늘에 드래곤이 떠있지 뭔가!  그 드래곤의 크기는 대충 100미터였지. 정말 어마어

마한 크기였어. 사람들은 뭔가에 억눌린 듯, 꼼짝도 못했지. 술에 취해 엎어져 자던

작자들도 모두 깨어나서 바라보기만 했어."

 "그게 너냐?"

 다시 한번 콧수염 사내의 시비. 마른 사내는 이번엔 그의 말을 아예 무시했다.

 "아, 그러고보니 계속 엎어져 자던 청년이 있긴 했었군.  음… 그 청년은 움직이기

도 한 듯한데. 드래곤이 사라진 뒤에 보니까 어디론가 갔더라고."

 '100미터의 크기라면 드래곤 솔져. 그런 드래곤의 위압감에도 잠만 자고, 움직였다

고? 인간은 아니겠군. 인간이더라도 보통 인간이 아니던가.'

 마른 사내는 다시금 맥주를 들이키고는 말했다.

 "드래곤은 파란색이었네. 블루 드래곤이라고 하는 것 같더군."

 "저, 질문이 있는데요. 그 청년의 차림새를 좀 알 수 있을까요?"

 "음? 잘 기억이 안나는데… 청바지에 검은 쟈켓이었을걸세. 그런데 왜 그러나?"

 보통 인간이 아니고 청바지에 검은 쟈켓. 아레트는 그 청년이라는 자가 레이젤이라

고 확신했다. 아레트는 웃어보이며 말했다.

 "후에 인연이 닿으면,  자세하게 들어보고 싶어서입니다. 제가 유난히 드래곤에 관

한 호기심이 많거든요."

 "으음, 그런가? 뭐, 내가 아는 것은 이게 다네."

 "감사합니다. 충분히 도움이 되었습니다. 그럼, 이만."

 아레트는 앉을때와 마찬가지로 목례를 하며 일어서,  유스틴을 끌듯이 데리고 자신

들의 방으로 갔다. 방에 들어선 아레트는 유스틴을 침대 위에 앉히고 자신은 의자에

앉으며 말했다.

 "내가 이 차원계 출신의 하이랜더를 둘 알고 있어. 근데 그 둘의 말로는 이 차원계

에는 드래곤이 살지 않는다고 하더군. 그래서 물어본거였어. 생각보다 심각해.  100

미터라면 블루 드래곤 솔져야, 분명. 그런 드래곤이 이 곳에 놀러올리가 없지. 게다

가 이 곳엔 드래곤도 없어. 또한 지금은 드래곤 일족의 비상사태거든. 결국 추리 가

능한 결론은 하나야. 블루 드래곤의 왕자, 에르만의 추적."

 아레트는 오른손의 검지 손가락을 치켜세우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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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 스카이였습니다.

『SF & FANTASY (go SF)』 19616번

 제  목:[하이랜더] The war of dragons - 014                         

 올린이:스카이엘(박지훈  )    01/04/18 22:16    읽음:293 E[7m관련자료 있음(TL)E[0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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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이랜더 1st story

                        The war of Drag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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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꼭 그가 탈출했으라는 법은 없습니다."

 "…그럴 수도 있지. 하지만 블루 드래곤의 주요 인물이라는 것은 맞을거야."

 아레트는 씁쓸히 웃어보이며 말했다.  유스틴은 자신이 실수를 했다는 것을 깨닫고

는 말을 돌렸다.

 "그런데 그 사람이 말한 '청년'은 누구일까요?  보통 인간이 드래곤 솔져의 위압감

을 버티기는 힘들텐데…."

 유스틴은 사뭇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그렇지만, 아레트는 걱정 안해도 된

다는듯 손을 저으며 말했다.

 "내가 말한 하이랜더 중 한명이야, 분명. 이름은 레이젤 이지스. 아직 1000살도 되

지 않았음에도 투 하이랜더에 속할 정도로 강하지. 조만간 만날 수 있을거야."

 "…레이젤·이지스? 어디서 들어본 것 같은데요?"

 "으음? 그래?"

 레이젤과 화이트  드래곤의 아루나 왕녀의 관계가 있긴 했지만,  크게 유명한 것은

아니었다. 아레트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유스틴은 한참을 끙끙대더니 이내 생각해낸

듯 말했다.

 "생각났어요. 얼마전에 새로 임명된 물의 가디언 에이드…  그의 이름이 분명 아레

트가 말했던 레이젤 이지스입니다."

 "에엣? 진짜야?"

 황당한 표정을 지으며 아레트가 반문하자 유스틴은 단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예. 그리고 역시 새로 임명된 불의 가디언 에이드는 카인 레카드… 라는 이름이었

을겁니다."

 "허, 참. 그 하이랜더도 내가 아는 형인데?"

 "그런가요?"

 유스틴은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아레트는 턱을 괴더니 다시금 진지한 상태로 말을

이었다.

 "레이젤 형이 그 장소에 있었다면, 분명 블루 드래곤 솔져로부터 그를 지켰을거야.

그럼 일단 그… 무슨 마을이었지?"

 아레트는 목적지를 말하려던 찰나에 말을 멈췄다.  유스틴은 부드러운 미소를 띄우

며 그에게 말했다.

 "루루트 마을입니다. 일단 그 마을로 가도록 하죠."

 "여, 젊은이. 동료는 아직도 혼수상태인가?"

 "예에. 사내 주제에 약해 빠졌다니까요. 체엣."

 못마땅한듯한  목소리로 레이젤이 불만을 터뜨리자,  여관의 주인은 호탕하게 웃어

보이며 말했다.

 "하하핫! 내가 보기엔 그 사람ㅡ 살아남은게 기적이던데? 그렇게 피를 흘리고도 살

아남았다니."

 "헷, 그래봤자 약하다니까요. 약해, 약해."

 추적자인 블루 드래곤 솔져들로부터 에르만을 구해낸 레이젤은 곧 기절한 에르만을 

데리고 루루트 마을로 돌아와 자신이 머물던 여관으로 들어갔다.  그리 발달한 마을

이 아니었기 때문에 신전도 없었고,  그렇다할 의료 시설도 없었기에 할 수 없이 마

을의 도구점에서 회복약과 붕대따위를 구입하여 현재  레이젤이 응급 처치만을 해놓

은 상태였다. 앞서 말했듯이 발달하지 못한 마을인지라 회복약도 그리 좋은 것이 아

니었다. 레이젤은 하이랜더이기 때문에 자신의 속성.  즉, 빙한 계열의 마법은 능숙

한 편이지만, 다른 속성의 마법에는 완전히 꽝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다른 하이랜더

들도 대부분이 마찬가지였다.  회복 마법이 필요할 정도로 다치는 일도  드물거니와

보통 드래곤과 한 팀을 이루기 때문이다.  드래곤에게는 계약자를 골라 그와 계약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동족간에는 불가능하기 때문에, 그 계약자는 주로 하이랜

더로 골라지기 마련이다. 여담이지만, 계약을 맺은 그들은 가장 친한 친구가 되거나

, 연인이 되는 경우가 많다.

 레이젤은 근처에 있는 주인이 들리지 않을 정도로 자그마하게 중얼거렸다.

 "빌어먹을…, 용신계에 왜 결계가 쳐진거지? 대체 무슨 일이야."

 레이젤은 사실 그것을 물어보기 위해 자신의 차원계로 돌아온 것이었다. 가디언 에

이드가 된 후, 그는 곧장 용신계로 가려 했으나 결계 때문에 갈 수 없었다.  그래서

골드 드래곤의 왕녀인 세나가 카인과 함께 있는 것을 알기 때문에 카인을 찾아가 세

나에게 이유를 물으려 한 것이었다.  일단은 쥬얼  간에 일어나는 공명을 이용할 생

각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레이젤이 생각하는 것 만큼 쉽지가 않았다. 쥬얼의 공명을 

일으키는 것도 상당히 힘들었고, 공명이 일어나도 그게 오래 지속되지 않았다. 그렇

기 때문에 레이젤은 카인이 대충 동쪽에 있다… 정도만 알고 있는 상황이었다.

 "이럴 때, 에르만이 제 발로 나타난 건 고맙지만, 제발 일어나달라고."

 그 때, 여관 주인이 들어온 손님 때문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서오십시요."

 "예. 죄송합니다만, 사람을 찾는데 숙박부를 좀… 어, 레이젤 형?"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레이젤은 여관의 문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그의 눈에 들

어온 것은 아레트와 유스틴이었다.

 "아레트, 너 여긴 어떻게…?"

 "찾고 있었어, 형!"

 반갑다는 듯,  자신의 손을 붙잡으며 아레트가 말하자 레이젤은 그의  손을 거칠게 

뿌리쳤다.  의외의 반응이었는지,  아레트의 표정이 순간 멍해졌지만 레이젤이 그런 

행동을 취한 이유는 따로 있었다.

 "이, 이자식…. 난 동성애 따위엔 관심 없어!"

 레이젤의 목소리는 결코 작은 편이 아니었기에,  여관 홀에 있던 몇몇 이의 시선이

그들에게 집중되었다. 하지만 레이젤은 남의 시선에 전혀 개의치 않았다.

 "오랜만에 만났더니 그런 취미가 있다니… 제길."

 "혀, 형…?"

 "형이라고 부르지도 말앗! 커헉…?"

 결국 어퍼컷을 날려 레이젤의 턱을 가격한 아레트는 곧장 레이젤의 멱살을 집고 흔

들었다.

 "만나자마자 무슨 헛소리야!"

 "켁, 켁…. 미, 미안…."

 그의 사과를 들은 아레트는 곧 그의 멱살을 풀어주었고, 레이젤은 손가락을 까딱이

며 말했다.

 "이리 와봐. 내 방으로 가자."

 "헹, 동성애에는 관심이 없으시다며?"

 아레트는 레이젤의 말에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하지만 레이젤을 꺽기에는 아레트

는 아직 역부족이었다.

 "…정말 동성애 하는 거였냐?"

 "됐어, 올라가자!"

 아레트가 고함을 지르자 레이젤은 능청스럽게 귀를 후비며 자신의  방으로 어기적,

어기적 걸음을 옮겼다.

 "소개시킬 시체 후보생이 있어. 에르만이라고."

 레이젤은 방문을 열면서 대뜸 그렇게 말했다. 아레트는 방의 침대에 누워서 휴식을

취하는 에르만을 보고는 눈을 크게 떴다.

 "에, 에르만? 살아 있었구나!"

 "그 녀석은 환자라서 네 동성애에 부응하지 못해."

 다시 한번 날아든 아레트의 어퍼컷이 아까와 같이 레이젤의 턱을 날린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레이젤은 자신의 턱을 어루만지며 말했다.

 "꽤나 심각한 상태야. 블루 드래곤 솔져 4명에게 당했거든."

 아레트의 옆에서 에르만의 상태를 살피던 유스틴은 살짝 인상을 찌푸렸다.

 "심각하군요."

 "그래…. 지금 치료해야겠어. 유스틴, 치료술을."

 아레트는 그렇게 말하며, 자신도 회복 주문을 준비했다. 유스틴은 고개를 끄덕이며

하이 엘프 특유의 치료술을 전개해나갔다. 그것을 옆에서 지켜보던 레이젤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어이, 그렇게 무리해서 사용하면 에르만 녀석, 상태가 더 안좋아지는거 아냐?"

 "이 정도만 사용하면 괜찮습니다."

 손을 거둔 유스틴은 빙긋 웃으며 그렇게 말했고,  레이젤은 그를 멀뚱 멀뚱 바라보

다 그를 향해 손가락을 펴며 말했다.

 "여기 당연하다는 듯이 있는 하이 엘프씨. 당신 뭐야?"

 "아차, 제 소개를 깜빡했군요. 저는 하이 엘프의 차기 수장인 유스틴 라틴입니다."

 "오오…! 높은 분이셨군. 나는…."

 "레이젤 이지스 님이시죠? 풍문과 아레트 님을 통해서 이미 알고 있었습니다. 아레

트 님께서 레이젤 님에 관한 이야기를 해 주셨지요."

 순간, 레이젤은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어떻게요?"

 "예.  그 작자는 바보야, 라던가 생각도 없는 무식한 놈이지, 라던가. 재밌는 말이

었습니다만…?"

 유스틴의 정직한 발언에 레이젤은 멍한 표정을 지었고, 아레트는 마시고 있던 물을

허망하게 컵으로 도로  흘려버리고 말았다.  유스틴은 자신이 실수를 했다는 사실을

그제서야 눈치챘다.

 "사, 살려줘요, 형! 아, 아니. 레이젤 형님!"

 "시끄럽다, 이 멍청아! 크아아아아악!! 이것 놔요, 하이 엘프 씨.  이 건방진 꼬마

를 당장에…!"

 "크윽…시끄러."

 그때, 아레트도 레이젤도 유스틴도 아닌 자의 목소리가 그들의 싸움을 중단시켰다.

어느새 눈을 뜨고 상체를 일으킨 에르만은 한심하다는 듯한 시선으로 그들을 바라보

며 말했다.

 "뭐하고 있는거야?"

 "어, 어이! 몸은 괜찮아?!"

 "아레트. 넌 언제 온거야?"

 아레트는 친구의 머리를 부벼대며 방금 왔노라고 대답했고, 곧 그의 마법으로 자신

의 상처가 회복된 것을 안 에르만은 그에게 고맙다는 말을 건냈다.  에르만은 곧 유

스틴을 바라보더니 말했다.

 "유스틴 님이시군요. 오랜만입니다."

 "예. 지난번 정령계에서 만난 후로는 처음이군요.  이런 모습으로 만나다니 안타까

울 뿐입니다."

 "훗, 죄송합니다."

 에르만은 천천히 눈을 감으며 그렇게 말했다.  분위기가 어두워지자 레이젤은 분위

기를 띄우기 위해 입을 열었다.

 "아, 그래. 나 물의 가디언 에이드가 되었더. 카인은 불의 가디언 에이드."

 가슴을 펴며 자랑스럽게 얘기하던 레이젤은 곧 다시 인상을 구겨야만 했다. 아레트

의 한마디 때문이었다.

 "덕분에 하이랜더는 이제 망한다는…으악!"

 "이봐, 이봐. 나는 아직 환자야."

 에르만은 손으로 안면을 덮은채 고개를 저으며 중얼거렸다. 하지만 그의 앞에서 난

동을 피우고 있는 두 명의 사내에게는 그 말이 전해지지 않은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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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투 하이랜더. 하이랜더 서열, 21위에서 30위까지입니다.

 앞으로는 편당 분량이 줄어들 것 같습니다만… ^^;

        이상, 스카이였습니다.

『SF & FANTASY (go SF)』 19617번

 제  목:[하이랜더] The war of dragons - 015                         

 올린이:스카이엘(박지훈  )    01/04/18 22:16    읽음:286 E[7m관련자료 있음(TL)E[0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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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이랜더 1st story

                        The war of Drag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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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테이블에 모여 앉은 넷에게서 좀 전의 장난기는 찾아볼 수 없었다.  잠시간의 침묵

을 깨뜨린 것은 레이젤이었다.

 "그럼 확실히 반란은 성공이라고 봐야겠군."

 그 답지않게 느릿느릿한 어조였다.  반란이 일어났다는 말에 대한 분노와 아루나에

대한 걱정때문이었다. 에르만은 그런 그의 마음을 알아채고 조금이라도 그의 걱정을

덜어내고자 입을 열었따.

 "형. 아루나 누나는 살아있을거야."

 "…뭐?"

 갑작스런 에르만의 말에 레이젤은 고개를 번쩍 들어 그를 응시했다. 에르만은 진지

한 표정으로 레이젤의 목걸이를 가리켰다.

 "형의 목걸이. 아직 멀쩡하잖아?"

 드래곤과 계약을 맺은  자는 드래곤과 한쌍의 목걸이를 나눠 가지게 된다.  그리고

그 목걸이는 둘 중 한 존재가 죽기 전에는 영구하다. 에르만이 지적한 점은 바로 그

것이었다. 에르만은 살며시 웃으며 말을 이었다.

 "군주들의 반란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압도적인  힘 뿐만이 아니라,  용왕의 상징인 

용왕기(龍王器)와  용제의 상징인 용신주(龍神珠)가 반드시 필요해.  그렇지 않으면 

드래곤들이 그들의 반란을 인정하지 않을테니까. 이미 용왕검은 내 뇌룡왕기를 제외

하면 모두 빼앗겼지. 그리고 용신주도 아직은 멀쩡해.  군주들… 처음에는 속전속결

을 할 생각이었겠지. 모든 왕족들을 한번에 멸했으면, 반란은 인정되고 말았을거야.

그렇지만, 지금은 어느 정도의 시간이 흘러버렸어. 지금 와서 아루나 누나를 건드리

면, 지켜보던 드래곤들이 들고 일어날거야. 이미 죽은 왕족들은… 할 수 없지만. 어

쨌거나 그걸 아는 군주들이 누나를 어떻게 하지는 못할거야."

 그렇게 에르만은 자신의 추리를 끝맺었다. 그의 말에 레이젤은 고개를 숙이더니 잠

시 말이 없었다. 곧 그는 고개를 들며 말했다.

 "일단은 카인을 찾아가야겠다. 세나에게 이 일을 알려야겠어.  그렇게 되면 카인도

돕겠다고 할거고… 무엇보다 난 이 곳에 와서 우뢰의 가디언,  쥬크 님의 쥬얼 공명

을 한번 느꼈어. 어쩌면 그 분께서도 도와주실지 몰라."

 "쥬크 님… 그 분이 도와주신다면 확실히, 큰 도움이 되겠지."

 그의 말에 나머지 셋은 일리가 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고,  아레트가 거기에 덧붙

였다. 레이젤은 특유의 장난기 어린 미소를 지으며,  테이블을 오른손바닥으로 강하

게 내리쳤다. 물론 부서지지는 않았다. 셋의 시선이 레이젤에게로 향해졌고, 레이젤

은 여전히 웃으며 말했다.

 "좋아, 그럼 목적지는 결정했다. 방향은 동쪽. 출발이야."

 동쪽 대륙의 드워프 마을 중앙에 위치한 대장간은 드워프들의  자랑거리인 만큼 무

척 거대한 규모를 자랑한다.  그 규모는 양 대륙을 통틀어서 따라올 곳이 없을 지경

이었다.

 몇일 간을 대장간 내의 자신의 작업실에 쳐박혀 살던 네루는 마침내 그  문을 열고

나왔다. 작업실에 쳐박히기 전에 미리 이때 쯤 오라고 말해놓았기 때문에 문 앞에는

일행들이 서 있었다.  네루의 손에는 절제된 아름다움이 깃든 세련된 팔찌가 들려있

었다. 팔찌의 중앙에는 검은 가운데 붉은 빛을 발하는 듯한 보석이 있었다.  그것이

카인이 부탁했던 마력증폭기였다.  네루는 지친 눈으로 주변을 두리번거리더니 피아

를 발견하고는 그녀에게 천천히 걸음을 옮겨 손을 뻗었다.

 "여기."

 네루로부터 조심스럽게 팔찌를 받아든 피아의 얼굴에 금새 놀라움이 드러났다.  드

워프 마을에 머물면서 세나에게 계속된 수련을 받은 피아였다.  덕분에 본격적인 마

법 수련에 들어가도 좋을 정도로 실력이 향상된 그녀는 팔찌를 받아듬과 함께  자신

의 마나가 증폭되는 것을 느꼈다. 그뿐이 아니라, 팔찌 자체에서 흘러나오는 은은한

마나도 놀라웠다.  네루는 근처 벽에 걸려있는 하얀 수건을 집어 얼굴을 닦아내면서

말했다.

 "마력증폭기 만드는 기술을 최대로 활용했습니다. 세나의 마나가 주입된 원석을 이

용했기 때문에 그 효과도 상당하겠죠. 전 마법은 문외한이지만, 기를 다룰줄 아는데

… 제가 느끼기로는 상당히 좋은 것 같은데요."

 "…저도 이런 물건을 받는 것은 처음이지만… 이거 정말로 대단해요."

 진심어린 감탄을 내뱉는 피아는 미소를 지었다. 그녀의 미소로 보람을 느낀 네루는

저도 따라서 기뻐하며 씨익 웃었다. 카인은 적당한 때,  라고 생각했는지 가볍게 말

했다.

 "그럼 출발하지."

 순간 대장간 내를 맴도는 정적.

 "바로 떠날건가?"

 말리기는  힘들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하루는 자신의 하얀  수염을 만지며 말했다.

카인은 그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이 18일… 출발 예정일입니다."

 하루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마을  드워프들을 불러모았다.  카인 일행을 배웅하기

위해서였다.

 "잘 가게나, 카인. 기회가 된다면 다시 한번 들리세."

 "돌아가시기 전에 꼭 찾아뵙겠습니다."

 카인은 드워프들을 향해 가볍게 목례를 하고는 뒤로 돌아서서 걸음을 옮겨갔다. 세

나와 피아는 그들에게 손을 흔들어주고는 바삐 그의 뒤를 따랐다. 시간이 지나,  그

들의 뒷모습이 드워프들의 시야에서 사라지자 그들은 하나, 둘씩 자신들의 보금자리

로 돌아갔다.  하지만 하루와 네루만은 아직도 아쉬움을 달래지 못한 듯,  계속해서

자리를 지켰다.

 "갔군…."

 "예. 그들의 일이 잘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하루는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네 말대로 노망 드워프지만… 죽기 전에 한번 쯤, 더 봤으면 하는군."

 "무슨 말씀이세요. 카인은 약속은 지키는 분입니다."

 "후후. 그렇다면 좋겠구나."

 하루는 그렇게 말을 하며 천천히 몸을 돌렸다. 네루는 갑자기 늙어보이는 아버지를

부축하여 자신들의 2층 집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한참을 걸은 피아는 세나의 옷소매를 잡아당겼다.

 "응?"

 "수도는 언제쯤 도착하는 건가요?"

 "아직 한 달 정도는 남았어. 그런데 왜?"

 "아, 아무것도 아녜요."

 피아는 그렇게 말하며 급히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는 흘끗, 시선을 돌려 카인을 바

라보았다. 세나는 그런 그녀의 모습을 보며 씁쓸히 미소지었다. 카인을 향한 피아의

마음… 그것은 세나의 마음과 다를 바가 없었다.

 피아는 카인의 어릴적 사랑인 디나라는 여인의 생김새를 쏙 빼닮았다. 때문에 카인

은 가끔이나마 자신과는 다르게 상냥하게 피아를 대해준다는 것. 세나도 잘 알고 있

었다. 카인은 카인대로 자신이 지키지 못했던 디나를 피아에게서 찾고 있었다. 그런

감정이 언젠가는 사랑이라는 것으로 변하리란 걸 세나는 알고 있었다.  그녀는 드래

곤이니까. 하지만 그런 것을 너무 잘 알고 있기에,  그런 것을 이해할 수 있을 정도

로 카인을 좋아하는 세나였기에… 그녀는 카인을 향한 자신의 마음을 묻어두기로 했

다.

 드워프 마을을 벗어난지 1주일째 되던 날. 피아가 잠들자 카인은 감았던 눈을 뜨고

는 눕혔던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는 아마 아직은 깨어있을 세나를 향해 말했다.

 "레이젤이 검술계Ix에 왔다."

 "예?"

 그의 예상대로 세나는 아직 잠들지 않았다.  세나는 카인의 말에 몸을 일으키며 조

용히 반문했다. 카인은 왼팔 소매를 걷어 자신의 쥬얼을 그녀에게 보여주었다.

 "공명이다."

 카인의 말대로 쥬얼은 공명을 일으키고 있었다.  간헐적으로 푸른색의 빛을 번뜩이

고 있는 쥬얼은 한층 더 신비스러운 분위기를 발산하고 있었다. 세나의 표정에 약간

의 감탄이 떠올랐다.

 "그것이… 공명?"

 카인은 고개를 끄덕이며 쥬얼을 바라보았다.  잠시 옛사랑인 디나를 떠올리던 카인

은 곧 회상에서 벗어나며 말했다.

 "쥬얼이 가진 기능 중의 하나인 쥬얼 간의 공명. 아직 사용이 어렵긴 하지만, 느낌

으로 보아 분명 레이젤이다."

 "그래요?"

 "또 하나 말해둘 것이 있는데. 알고 있을지 모르겠군. 3일전부터 우릴 추적하고 있

는 녀석들."

 추적자들은 세나도 아는 사실이었다.

 "예, 그건 알고 있어요. 대충 15…? 그 정도 숫자인 것 같던데요."

 카인은 고개를 끄덕이며 품에서 담배를 꺼내들었다. 불을 붙여 세나와 피아에게 연

기가 가지 않는 방향으로 적당히 손을 돌린 카인의 입이 열렸다.

 "숫자는 열 다섯. 웃기게도 느껴지는 힘으로 봐서는 열 넷은 드래곤 솔져.  하나는

드래곤 나이트이다."

 상대방의 존재와  기를 감지하는 것은 아무리 같은  드래곤이라고 해도 세나보다는

역시 카인이 좀 더 잘하는 편이었다.

 "드래곤…? 그들이 왜 우릴 추적하는거죠? 제가 있단 것 정도는 알텐데?"

 "그러니까 웃기단 거다."

 카인은 그렇게 말하고는 담배를 꺼뜨렸다. 평소에 비하면,  그리 많이 피우지는 않

았다. 드래곤들의 추적이라는 것… 카인에게는 꽤나 고민거리였던 것이다.

 한편, 그들을 추적하고 있는 자들도 나름대로 열심히 고민 중이었다. 그 무리의 리

더인 골드 드래곤 나이트Gold dragon knight, 페일트는 한숨을 내쉬었다.

 "나이트, 왜 그런 표정을 하시는 겁니까? 일이 쉽게 풀릴것 같은데."

 그렇다, 일은 상당히 잘 풀리고 있었다.  찾기 어려우리라 생각했던 세레이나 왕녀

를 이렇게 금방 찾으리라고는 페일트도 생각지 못한 일이었다.  단지 그녀뿐이라면,

페일트와 그 휘하의 열네명으로 어떻게 할 수는 있었다.  그에게는 높은 상관으로부

터 받은 비장의 무기라는 것이 존재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그녀는 혼자

가 아니었다. 그녀의 곁에는 드래곤과 비슷한 무력을 지닌 하이랜더가 있었다. 더군

다나 그의 직위는 가디언 에이드. 드래곤과 비교하자면, 용왕의 바로 아래인 군주에

해당하는 직위였다.  페일트는 그런 사실을 모르는 부하의 질문에 피식 웃으며 대꾸

했다.

 "지금까지는 쉬웠다. 하지만 지금부터는 어렵다. 왕녀님 옆의 남자 때문에."

 세나 덕분에 적어도 골드 드래곤들에게는 카인이란  존재가 조금 알려진 편이었다.

하지만 그리 높지 않은 신분의 솔져들에게는 단순히 어린 하이랜더로만 알려져 있었

기에 솔져는 페일트의 고민을 이해하지 못했다.

 "남자? 그 어린 하이랜더 말씀이신지…."

 "아직 모르는 모양이구나. 그 남자는 더 이상 어린 하이랜더가 아니다.  이제는 가

디언 에이드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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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 비무가 시작되었군요? 열심히 써야할텐데… (머엉)

        이상, 스카이였습니다.

『SF & FANTASY (go SF)』 19751번

 제  목:[하이랜더] The war of dragons - 016                         

 올린이:스카이엘(박지훈  )    01/04/19 22:34    읽음:271 E[7m관련자료 있음(TL)E[0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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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이랜더 1st story

                        The war of Drag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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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디언 에이드?!"

 짧은  탄성과 함께 솔져의 안색이 크게 나빠졌다. 그 솔져도 바보가 아닌 이상, 가

디언 에이드라는 직위가 가지는 위치가 얼마나 대단한지 알고 있었던 것이다.  솔져

의 외침을 들은 다른 솔져들 사이에서 술렁임이 일어났다.  그들 중 한 명의 솔져가

대표격으로 나서며 말했다.

 "그럼 저희들은 어떻게 해야하는 것입니까, 나이트?"

 "그런건 너희들이 걱정할 필요는 없다."

 난처한 질문에 페일트가 뜸을 들이고 있으려니, 그의 옆으로 워프 게이트가 열리며

,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워프 게이트를 걸어 나온 열 다섯의 존재 중, 가장

앞에 선 자를 본 페일트의 입가에 미소가 살짝 피었다.

 "트란."

 레드 드래곤 나이트,  트란.  페일트와는 드래곤 나이트가 되기 이전부터 사귀어온

오랜 친구 사이였다. 트란은 자신의 친구를 마주보며 웃었다.

 "오랜만이다, 페일트."

 페일트와 트란은 각자,  휘하의 솔져들을 떨어진 곳으로 물리고는 이야기를 시작했

다.

 그런데… 여긴 어쩐 일이지? 네가 담당하고 있는 분은 아레트 왕자님이시지 세레이

나 왕녀님이신건 아닐텐데?"

 "그게 말이지.  아레트 왕자가 이 곳 차원계에서 발견되었지.  근데 그게 힘들어서

말이지.  물의 가디언 에이드에 하이 엘프의 전사. 그리고 에르만 왕자까지 함께 그

룹을 이루고 있다. 쉽게 건드릴 수가 없어."

 페일트는 여전히 아레트와 세나 등을 높여 부르는 것에 반해,  트란에게 있어 그들

은 이미 높임의 대상이 아니었다.  아직까지 옛군주에 대한 충성심이 남아있는 페일

트였지만, 트란에게는 그런 것이 남아있지 않았다.

 "가디언 에이드와 하이 엘프의 전사…? 대단하군. 그리고 에르만 왕자님은 왜 함께

계신건가. 그 분은 블루 드래곤들에 의해 거의 잡히기 직전이었던 걸로 기억하고 있

는데…."

 "흥, 멍청한 녀석들이었지. 지쳐있답시고, 겨우 솔져 세명을 보내다니."

 약간의 비웃음을 머금은 말투.  비록 그가 블루 드래곤이지는 않지만, 동족의 상관

들을 향한 말이라고 보기에는 험했다. 친구의 성격을 알고 있는 페일트였기에 그 말

을 따지고 들지는 않았다. 트란은 주변의 나무에 몸을 기대며 말했다.

 "이렇게 찾아온 건 아까 말했듯이 아레트 왕자를 건드리기 힘들어서라는 이유도 있

지만… 사실은 용왕들께서 개별적으로 지시를 하셨기 때문이네."

 용왕들의 지시라는 말에 페일트의 눈이 크게 떠졌다. 트란은 친구가 놀람을 진정시

킬 여유도 주지 않고서 그 지시를 페일트에게 전달하기 시작했다. 혹시 멀리 떨어져

있는 솔져들이 들을까봐, 모든 대화는 전음으로 이루어졌다.

 "…역시. 역시 좋은 생각이네. 그래, 그 목표는?"

 페일트의 말에 트란은 차갑게 웃었다.

 "별 걸 다 묻는군. 이미 대답은 나온 것이 아니던가?"

 트란의 반문에 페일트의 입가에도 차가운 미소가 떠올랐다.  그 후, 트란은 용왕들

의 지시를 따르는 첫번째 단계를 이룩하기 위하여 홀로 워프  게이트를 통해 어디론

가 이동했다. 그리고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아 다시 숲으로 돌아왔다.

 "생각보다 늦어서 걱정했다네, 트란."

 페일트는 트란이 돌아오자 짐짓, 초조한 표정을 지어보이며 능청을 떨었다. 페일트

의 말에 트란은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미안하군. 하마터면 소중한 친구의 애간장을 다 태워먹을 뻔 했군, 그래."

 "후후, 절대 지려고 들지는 않는군. 그래, '그'와의 협상은 어떠했나?"

 "대성공이었네.  그는 하이랜더라는 종족을 상당히 싫어하니까.  그리고 이건 별로

좋은 일은 아니네만… 예상대로 우뢰의 가디언인 쥬벤다이크 플로시네가 이 일에 개

입하게 되었어."

 "쥬벤다이크 플로시네…  전 차원계에서도 20위 안에 들어가는 강자가?  이 작전…

실패할지도 모르겠군?"

 페일트의 근심어린 질문에 트란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지.  쥬벤다이크가 이 차원계로 오리라는 것은 네 말대로 이미 기정 사실이었

지 않나? 쥬벤다이크와 그는 원수 관계에 있으니까.  그런 것을 다 내다보시고 용왕

들께서 우리에게 그 물건을 준거네, 페일트."

 "하지만! 그 물건을 사용한다고 해도 우리의 능력은 그에게 비교할 수 없네."

 "후훗, 페일트. 그에게 건내준 선물도 바로 그 물건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곤란하

지.  그가 누구인가? 악마대공(惡魔大公)이네, 악마대공. 그런 그가 그 물건을 사용

한다면,  제 아무리 하이랜더 서열 2위인 쥬벤다이크라고 해도 승리를 장담할 수 없

게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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