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장 : 수도에서]
상업 도시 로렌. 동쪽 대륙의 남부에서 아나트의 수도, 리프리에이컨으로 향하는
길목이란 길목은 모조리 집결하는 곳에 위치한 도시. 로렌을 벗어나면 다시 여러 갈
래의 길이 나온다고는 하지만, 리프리에이컨을 여행지의 목표로 삼고 있다면 반드시
거쳐가야 하는 곳이 바로 로렌이었다. 물론 날아간다거나 하면 모르겠지만. 어쨌거
나 지리적으로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좋은 곳에 위치한 이 도시는 자연스럽게 여행
자들을 상대로 상업을 하여 발전에 발전을 거듭하였고, 현재에 이르러서는 아나트,
제2의 수도라고도 불리울만큼 대단히 성장한 도시였다. 언제나 활기가 넘치는 이 도
시에서는 한창 대륙을 뒤집고 있는 전쟁이라는 것의 이미지를 찾아보기가 힘들었다.
그런 만큼 다른 도시에서는 활동을 접은지가 오래인 소매치기따위도 득실거리는 곳
이었다.
소매치기들은 그 날도 새로이 로렌을 방문한 여행자 하나를 자신들의 사냥감으로
골랐다. 보기 드문 빼어난 미인이 둘씩이나 동행하고 있는 여행자. 그의 고급스러운
코트와 간간이 비치는 금목걸이와 보석 팔찌 등을 미루어 볼때, 그 여행자가 상당한
부자라는 사실을 쉽게 알아낼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그들을 머뭇거리
게 하는 요소가 있었다. 우선 그 남자로부터 새어나오는 알 수 없는 위압감이 그것
이었으며, 그가 허리에 차고 있는 검이 그것이었다. 자고로 소매치기 대상으로 가장
조심해야 할 대상 1위가 귀족이었고, 2위가 무기를 지닌 자들이었다. 재수가 없어서
붙잡히면 그 날로 다시는 대상의 주머니에서 지갑을 빼내는 쾌감을 느낄 수 없게 되
는 것이었다. 목이 날아가든, 손목이 날아가든. 하지만 결국 소매치기들은 그를 향
해 접근을 시도했다.
마을에 들어서기가 무섭게 느껴지는 수십의 존재. 그들의 존재가 소매치기이며, 자
신을 노린다는 사실 정도를 모를 카인이 아니었다. 곳곳에 잠복해 있는 소매치기들
을 한번씩 쳐다보는 것으로 카인은 그들의 접근을 막아냈다.
'소매치기라….'
어릴 적의 추억이 떠올랐다. 부모를 잃은 이후, 같은 처지의 친구들과 함께 소매치
기를 하던 시절… 하지만 그의 생애, 가장 행복했던 시절.
'이제는… 이제는 이름도 기억나지 않는다. 디나와 레이젤… 이제 단 둘 뿐이야.'
그만 옛 추억에 잠시 빠져버렸다. 덕분에 한 명의 소매치기는 카인의 시선을 피하
여 그에게로의 접근에 성공했다. 언뜻 보기에는 무척이나 바쁜듯이 숨을 거칠게 내
쉬며 소년은 빠르게 도로를 달렸다. 사람들의 사이를 요리조리 잘도 빠져나가던 소
년은 예정대로 카인을 향해 고의적으로-하지만 자연스럽게 부딪혔다.
"아아? 죄, 죄송합니다, 검사 님!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카인의 품 안으로 깊숙이 묻혀든 소년의 손이 재빠르게 카인의 주머니들을 스쳤고,
결국 코트 안주머니에 있는 지갑을 멋드러지게 빼돌렸다. 사과를 한 귀로 흘리면서,
카인은 자신이 사용하던 방법과 같은 방법을 사용하는 소년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
"지갑."
내심 성공했다고 속으로 쾌재를 부르던 소년의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 소년의 눈가
에 눈물이 고이더니 그는 빠르게 무릎을 꿇고 싹싹 빌었다. 무기를 지닌 여행자에게
붙잡혀 그 자리에서 죽어버린 동료를 본 경험이 있는 소년이었다.
"제, 제발, 검사 님! 한번만 봐주세요, 제발 한번만!"
"지갑이나 돌려주도록."
카인은 조용히 말했다. 소년을 어찌하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자꾸만 떠오르는 옛
기억 탓이었다. 소년은 급히 자신의 뒷주머니에 쑤셔넣었던 카인의 지갑을 꺼내들고
양손으로 받들어 그에게 돌려주었다. 카인은 지갑을 받고는 몇 개의 보석을 꺼내어
다른 소매치기들이 볼 수 없는 각도로 하여 소년에게 건내주었다.
"보석상에 판다면, 상당한 돈이 될테지. 그 중의 일부로 소매치기 일당에서 빠져나
와라. 그리고 적당히 일을 할 곳을 알아보도록. 정 싫다면, 무기를 가진 자를 건드
리지나 마는게 좋아."
그렇게 말을 마친 카인은 소년을 내버려둔채로 몸을 돌렸다. 피아는 카인이 소매치
기를 놓아주고 게다가 보석까지 덤으로 주자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피아
가 이유를 묻자 카인은 간단히 대꾸했다.
"나도 소매치기였으니까."
그 말에 더욱 더 헷갈려하는 피아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세나는 씁쓸한 미소를 지
었다.
"오빠는 고아 출신이셔."
"아…."
고아원이라는 시설이 있다고는 하지만, 그것도 대도시 뿐. 보통의 마을에서 고아가
된 아이들은 소매치기를 하거나 피아처럼 타인의 집에 얹혀 살아가야만 했다. 그렇
기에 피아는 카인이 고아라는 사실에 그가 소매치기였다는 것을 쉽게 수긍했다. 그
사이 카인은 머물 여관을 정하고는 그 건물로 들어가버렸고, 세나도 피아와 함께 급
히 그의 뒤를 따랐다.
[나이트, 그들이 여관으로 들어가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도시 곳곳에서 기를 숨기고서 카인 일행을 감시하던 솔져 중 한명이 근처의 주점에
서 술을 기울이는 페일트와 트란에게 전음으로 말했다. 트란은 그 전음에 빙긋 웃으
며, 술을 마시며 대꾸했다.
[도시의 솔져들에게 알린다. 오늘 밤 12시. 그들에게 인사를 하러 간다. 숲에서 대
기하라.]
트란의 명령이 떨어지자, 솔져들은 곧 로렌을 벗어나 본래 머물고 있던 숲으로 이
동했다.
로렌의 구불구불한 골목길을 따라 한참을 걸어가다보면 건초 더미가 깔린 창고가
있다. 로렌의 꼬마 소매치기들이 모여 사는 하나의 집이었다.
'처음이야, 그런 분은.'
꼬마 소매치기 중에서도 말단인 세디는 낮의 일을 떠올렸다. 갑자기 동료 소매치기
들에게 두들겨 맞은 상처가 아려왔다. 기껏 접근해놓고 실패를 했다는 이유로 흠씬
맞은 세디였다. 세디는 곧 아픔이 가시자 살짝 웃으며 주머니 안의 쪽지를 꺼내들었
다. 소매치기의 대장에게만은 카인이 보석을 주었다는 사실을 말하였다. 대장이니만
큼 소매치기의 경험이 많았기에 대장은 자신도 그런 일이 있었다며 흔쾌히 세디의
부탁을 들어주었다.
'보석을 돌려드리기 위해 방에 들어왔다가 갑니다. 낮의 소매치기가.'
짧은 내용의 쪽지를 적어주는 것이 세디의 부탁이었다. 까막눈인 세디가 그 글이
맞는지 아닌지는 알 도리가 없었다.
"밤 12시가 되면 그 여관 주인 아저씨는 주무시니까, 그 때 몰래 담을 넘어서 창문
을 열어 보석이랑 던져두면 될거야. 숙박부도 몰래 훔쳐봤겠다, 헤헷."
세디는 머릿 속으로 앞으로의 계획을 그려보며 다시 한 번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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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디는 '카인 무너뜨리기 프로젝트'의 첫번째 임무를 수행하는 캐릭터입니다. -_-;
이상, 스카이였습니다.
『SF & FANTASY (go SF)』 19752번
제 목:[하이랜더] The war of dragons - 017
올린이:스카이엘(박지훈 ) 01/04/19 22:34 읽음:270 E[7m관련자료 있음(TL)E[0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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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랜더 1st story
The war of Drag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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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26일, 0시. 즉, 1월 25일, 12시. 카인 일행이 머무는 여관에는 다수의 침입자
가 있었다. 다섯명의 골드 드래곤 솔져와 다섯명의 레드 드래곤 솔져. 바로 그들이
었다. 페일트와 트란, 그리고 나머지 18명의 솔져들은 다른 곳에서 대기 중이었다.
어차피 인사를 위해 가는 것이기 때문에 전력을 다할 필요는 없었다.
골드 드래곤들은 세나의 방으로, 레드 드래곤들은 카인의 방으로 향했다. 사전에
조사를 끝낸 덕분에 둘의 방을 찾아내는 일은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레드 드래곤들
의 침입은 멋들어지게 실패했다.
"늦었군."
침대에 걸터 앉은 채로 카인은 담배를 물고 있었다. 그들의 침입 따위는 이미 알고
있었다는 듯, 헬파이어도 뽑은 채 였다.
"어떻게…?"
솔져의 질문에 카인은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는 검을 한바퀴 돌리며 고속으
로 이동해 자신에게 질문을 던진 솔져의 어깨를 베고 지나갔다.
"컥!"
"예상 정도는 하고 있었다."
말을 마친 카인은 곧장 몸을 날려 창 밖으로 빠져나왔고, 솔져들은 머뭇거림 없이
바로 카인을 향해 뛰쳐나왔다. 어느 새, 그들의 손에 들린 창이 카인을 노리고 시간
을 두며 차례로 찔러 들어왔다. 잠시간은 회피만 하던 카인은 곧 그들의 아래 쪽으
로 이동하며 검으로 위쪽에 크게 호를 그렸다. 창들을 한 번에 쳐냄으로써 솔져들의
균형을 무너뜨린 카인은 그들을 향해 왼손을 뻗었다.
"프로미너스."
최상급 마법임을 뜻하는 거대 입체 마법진이 떠올랐고, 마법진의 붉은 빛은 그것이
화염계열이라는 것을 알려주었다. 시뻘겋게 타오르는 불의 파도가 카인의 왼손 앞에
서 넘실거리더니 이내 넓게 퍼지고는 일직선으로 날았다. 거대한 불기둥이 다섯명의
솔져들을 순식간에 덮쳤다. 레드 드래곤이기 때문에 불의 주문에 대한 항마력이 강
하다고는 하지만, 받는 피해는 어쩔 수 없는 것이었다.
"역시."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 카인은 흠칫, 하더니 뒤로 시선을 돌렸다. 자신에게 습격
해온 다섯명의 솔져들은 모두 프로미너스의 범위를 벗어나지 못하였다. 그리고 아직
벗어난 이도 없다. 그렇다면 뒤에서 말을 한 자는 누구란 말인가. 카인은 그 사실을
알아내기도 전에 등에 강한 충격을 받았다. 그 충격으로 카인의 몸이 크게 흔들렸고
, 결국 프로미넌스의 불길도 잦아들었다.
"예상은 했지만, 역시나 강하시구료, 가디언 에이드 양반."
카인은 천천히 몸을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 그가 들고 있는 장검과 입고 있는 갑옷
에서 느껴지는 기운은 분명 드라군 웨폰Dragoon Weapon. 그리고 드라군 웨폰을 가지
는 자는 드래곤 나이트 뿐.
"레드 드래곤 나이트?"
카인의 질문에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레드 드래곤 나이트, 트란이라고 하죠."
그리고는 한 차례 웃어보였다. 하지만 카인은 웃는 대신에 자세를 고쳐 잡을 뿐이
었다.
"왜 공격하는 지는 모르겠지만, 함께 처리해주지."
"후후, 글쎄요."
자신보다 월등히 강할 것이 분명한 가디언 에이드, 카인. 그렇지만, 트란은 그러한
사실에 개의치 않고 팔짱을 끼는 여유를 보였다.
"어…?"
갑자기 들려온 어린 아이의 목소리. 카인과 트란, 그리고 아직 뜨거움의 고통에 사
로잡힌 솔져들의 시선이 그에게로 모아졌다. 담을 넘어서 뒷뜰로 들어온 소매치기가
서 있었다. 세디는 잔뜩 겁을 집어먹고는 그들을 둘러보며 뒷걸음질 쳤다.
같은 시각, 여관의 상공에는 여섯 존재가 떠올라 있었다. 다섯명의 드래곤 솔져들
이 원을 그리고 있었고, 그 중앙에 세나가 서 있었다. 그들은 카인과 레드 드래곤
솔져들과는 달리 쉽게 싸움을 일으키지 않았다. 골드 드래곤 나이트인 페일트가 솔
져들의 옆에 모습을 드러내더니 놀란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
"이 쪽은 아직이군요? 저 쪽은 벌써 한창 전투중인데 말입니다."
"저…쪽?"
"불의 가디언 에이드를 말하는 겁니다. 자아, 그럼 저희들도 슬슬 시작할까요?"
그렇게 말하는 페일트의 몸이 한번 금빛으로 번뜩였다. 빛은 그의 몸을 감싸며, 갑
옷을 이루었고, 그의 손에는 대검을 들려주었다. 그것 역시 드라군 웨폰이었다. 페
일트는 검을 양 손으로 굳게 쥐고는 자세를 취하였다. 그가 그렇게 행동하자, 세나
도 더이상 가만히 있을 수 만은 없었다.
"솔져들이 대답을 안해줘서 너에게 묻겠는데, 왜 날 공격하는거지?"
"후후. 간단합니다. 먼저 지금의 용신계에 대해서 알려드리죠. 현재 용신계에는 말
입니다. 최초로 결계가 발동되었습니다. 물론 1백%는 아니고 30%에 불과합니다만."
"차원… 결계가 발동 중이라고? 어째서지?"
"바로 반란… 아니, 혁명이 일어났으니까요. 실패하면 반란, 성공하면 혁명이라고
했던가요?"
"……!"
세나가 놀랄 틈도 주지 않고서, 페일트는 말을 이어 나갔다.
"군주들을 중심으로 한 대대적인 혁명이 일어났습니다. 이미 2대 용제 폐하와 용왕
전하들은 저세상으로 떠나셨습니다. 지금의 용왕들은 바로 군주들이며, 용제 폐하는
혁명의 주도자였던 안티스 님이십니다. 이 정도면 이미 모든 것을 이해하셨겠지요?
이 혁명을 마무리 짓기 위해서는 용왕기와 용신주. 이것들이 필요하답니다. 그러니,
부탁드리겠습니다, 세레이나 왕녀님. 당신이 지니고 있는 용신주, 넘겨주십시오."
상당한 충격을 받은 세나였기에 재빨리 페일트의 말에 뭐라고 대꾸를 할 수 없었다
. 페일트도 어차피 세나가 순순히 주리라고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기에 살기를 띄면
서 자세를 잡았다.
"어쩔 수 가 없겠는데요? 힘으로 빼앗겠습니다!"
드래곤 나이트 중에서도 무력은 상위권에 들어가는 자가 페일트였다. 페일트는 브
레스를 검에 불어넣고는 곧장 검을 휘둘러 날렸다. 넋을 놓고 있던 세나는 급히 몸
을 틀어 가까스로 공격을 피해냈지만, 완전히 피해내지는 못해 살짝 어깨를 베이고
말았다. 그 통증은 세나의 정신을 차리기에 충분했고, 곧 그녀의 공격이 시작됐다.
"좋아, 할 수 있다면. 스톰!"
어느새 완성된 마법진이 빛을 발하였다. 그와 함께 폭풍계, 상급 주문인 스톰이 그
위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쉬이이이이이익―!
대기를 찢는 듯한 소리를 내며 쏘아진 스톰은 페일트가 아닌 근처에서 세나를 노리
고 기습을 준비하던 드래곤 솔져들을 공격했다. 애초에 자신이 목표가 아니라는 것
을 알아챈 페일트는 그녀의 빈틈을 노리고 공격해 들어갔다. 하지만 세나는 페일트
의 예상보다 빨리 다음 동작으로 넘어갔다.
"용신주 소환(龍神珠 召喚)!"
가슴 쪽으로 세나의 양 손이 모였고, 그 사이에서 강렬한 빛이 터져나왔다. 세나는
미리 눈을 감고 있었지만, 차마 눈을 감지 못했던 다른 자들은 갑작스러운 빛에 눈
을 가리며 괴로워했다. 터져나온 빛들은 급격한 굴곡을 이루며 다시금 세나의 양 손
사이로 돌아왔다. 그 빛들은 엉겨 붙으면서, 구슬을 만들어냈다. 드래곤을 능가하는
마나가 깃들어있는 구슬. 그것이 바로 용제의 권능을 상징하는 구슬인 용신주였다.
본래 드래곤와 왕자와 왕녀는 다른 차원계로의 여행을 자주 떠난다. 1천살이 되면,
수업을 위해 적게는 5백년에서 많게는 1천년을 외출 한 번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럴때면, 그들은 용왕기를 받아 여향을 하게 된다. 하지만 세나의 경우에는 무술을
전혀 익히지 않았기 때문에 용왕기를 받더라도 구슬의 형태로만 사용했다. 그렇기에
이제는 전대(前代) 용제인 세나의 아버지, 세레이트는 용신주를 줘버린 것이었다.
물론 용왕들과 군주들, 나이트들에게서 온 항의가 적지 않았지만, 세레이트는 그런
항의를 깨끗이 무시했었다.
"그것이 용신주인가? 과연…! 좋아, 세레이나 왕녀님. 이제부터는 제대로 갑니다!"
여유있는 웃음을 띄며 페일트는 검을 수 차례 휘둘러 검기를 날려보냈다. 여러각도
에서 퍼부어지는 공격이었기 때문에 쉽게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것이 페일트의 예
측이었다. 하지만 그런 예측은 여지없이 무너져내렸다.
"사라져라."
세나의 단 한마디에 그것들은 말 그대로 사라졌다. 용신주의 위력으로 세나가 용언
주문(龍言 呪文)을 사용한 것이었다. 그리고 그녀의 의지대로 검기들은 사라졌다.
드래곤은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세 가지로 분류된다. 첫번째로 1천살이 되기 전까
지의 유아기, 드래곤 퍼피Dragon Puppy. 세나와 아레트, 에르만, 아루나 등은 아직
이 단계에 속한다. 그리고 두번째로 1천살 이후부터 6천살때까지를 청년기, 웜 드래
곤Warm Dragon. 그리고 6천살 이후부터 죽을때까지를 에이션트 드래곤Ancient Drago
n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방금 세나가 사용한 용언 주문은 본래 에이션트 드래곤이
되면 익히게 되는 드래곤만의 권능이었다. 그리고 에이션트 드래곤의 숫자는 두 차
례의 신계 대전을 거치면서 이제는 찾아보기 힘든 지경이었다. 에이션트 드래곤들의
강함이 워낙 대단했기에 대부분이 전쟁에 참여했다가 죽음을 맞이했거나, 이번에 일
어난 군주들의 반란 이전에 많은 수가 처리되었기 때문이다. 에이션트 드래곤들은
보수적이기 때문에 반란이 일어나면 즉시 나서서 그것을 제압할 것이 뻔하기에 군주
들이 미리 손을 쓴 것이었다. 어쨌거나 그런만큼 위력도 대단하며, 세나가 이렇게
용언 주문을 사용할 수 있는 것은 다름아닌 용신주의 힘이었다.
강하리라고는 생각했지만, 용언 주문까지 다룰 줄은 몰랐던 페일트는 적지않게 놀
랐다. 그리고 세나 역시 생각보다 많은 마나의 소모에 놀라고 있었다.
'역시… 아직 드래곤 퍼피인 내가 용신주를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은 길지 않아. 10
분이나 될까? 그 안에… 그 안에 끝장을 내야해.'
세나는 지긋이 이를 악물며 마음을 다졌다.
※
이제는 희미해져가는 나의 어릴 적 추억. 가장 행복했기에, 가장 저주스러운 한 때
의 아름다웠던 추억.
그녀의 이름은 디나. 그녀의 이름은 피아.
떠올리지 않으려고 했던 추억. 하지만 떠올랐던 추억. 만남이 상기시킨 오랜 기억.
소년.
나의 어릴 적을 보는 듯한 소년. 겁 없이 남의 주머니를 훔치는 소년. 그리고 나의
저주스러운 추억만을 다시금 떠올리게 만들어주는 소년.
※
"너는…."
갑작스런 세디의 등장에 카인은 할말을 잃었다. 세디는 뒷걸음질을 치다 말고서 카
인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세디는 급히 고개를 끄덕였다.
"예, 예! 저예요, 낮에 검사 님께 붙잡혔던 그 빌어먹을 소매치기 녀석입니다."
누가 들어고 알수 있을 만큼, 세디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그에 못지 않게 그
의 다리는 힘들게 몸을 지탱하고 있었다. 세디는 울먹이는 목소리로 말했다.
"낮의… 낮의 그 보석을 드리려고… 드리려고 왔는데, 흑. 그래서 왔는데…?"
기어이 눈물이 흘러내렸다. 정신상태는 평범한 또래 아이들과 다름없는 세디에게는
카인과 드래곤들의 짧은 전투의 목격이 적지 않은 충격으로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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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 스카이였습니다.
『SF & FANTASY (go SF)』 19753번
제 목:[하이랜더] The war of dragons - 018
올린이:스카이엘(박지훈 ) 01/04/19 22:34 읽음:273 E[7m관련자료 있음(TL)E[0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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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랜더 1st story
The war of Drag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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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혀 예상하지 못한 방해꾼의 등장에 카인은 조용히 이를 갈며 세디에게 말했다.
"도망가라."
"예, 예?"
"도망가라고 했다."
애써 터져나오려는 외침을 억누르는 기색이 역력했다. 잠시 후, 트란은 빙그레 웃
었다.
"감정이 흔들리고 계시는군? 후훗, 아무래도 당신에게 있어서 저 소년이 차지하는
비중은 적지 않은가 봅니다."
트란은 어느 사이엔가 세디의 옆에 있었다. 그는 세디와 키를 맞추기 위해 살짝 무
릎을 굽히고는 세디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죽인다."
카인으로부터 풍겨지는 기류의 강도가 점점 올라가기 시작했다. 그 힘의 성장에 트
란의 몸이 잠시 움찔했다. 드래곤 나이트. 분명히 강한 존재였지만, 하이랜더 가디
언 에이드와 맞붙기에는 크게 무리가 있었다. 하지만 트란은 이내 여유를 되찾았다.
그에게는 여차하면 사용할 수 있는 비장의 카드가 존재했기 때문이다.
"후, 죽기는 싫으니 이만 가봐야겠군. 하지만."
트란은 몸을 일으키고는 가볍게 날아올랐다. 그리고는 오른손에 브레스를 파이어
브레스를 머금었다.
"…!"
"이렇게 하면 당신에게 꽤나 크게 영향을 미칠 것 같아서 말이지."
"멈춰!"
트란의 손에서 파이어 브레스가 떠나기가 무섭게 카인이 몸을 날렸다. 하지만 그의
반응은 이미 늦은 뒤였다.
화르르르르르르.
고속으로 일직선으로 날아간 브레스가 세디의 몸을 직격했다.
"으으으아아아아악∼!!!"
평범한 인간은 절대로 견딜 수 없는 고온의 불꽃이 세디의 몸을 태웠다. 이윽고 그
의 몸에 붙어있던 불꽃은 사그라들었지만, 그 자리에는 이미 세디는 존재하지 않았
다. 다만 세디가 죽는 순간까지 두 손에 꼭 쥐고 있던 보석만이 그을려져 뒹굴고 있
을 뿐.
"예고편이라고 봐 주게. 수도에서 본편을 보여드리지. 후훗."
망연자실해 있는 카인을 비웃은 트란은 워프 게이트를 통해 솔져들과 함께 모습을
감추었다.
텅그렁―.
한참 후, 카인은 헬파이어를 땅에 떨구었다. 그리고 비틀거리며 세디가 있던 장소
로 가서 무릎을 꿇고는 나뒹구는 보석을 조용히 집어들었다. 용케 녹지는 않았지만,
지독한 열기가 느껴지지 않을 리 없었다. 하지만 카인은 신경쓰지 않았다.
'내 탓이다.'
애초에 카인은 냉혈한이 아니었다.
'내가… 내가 스승님의 가르침을 제대로 이행하지 못했기 때문에…."
퍼석-!
손에 약간의 힘을 주자 보석은 산산 조각이 나며 정원에 떨어졌다. 보석의 잔해들
과 그 가루가 아름답게 반짝이고 있었다. 카인은 그것들을 보기 싫다는 듯이 거칠게
자신의 얼굴을 오른손으로 덮었다.
"크큭…."
짧게 웃음을 터뜨렸다. 자조적인 느낌이 물씬 풍기는 웃음 소리. 카인은 천천히 하
늘을 향해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는 힘 없이 양 팔을 늘어뜨렸다.
"후후… 큭… 크… 크아아아아아아아!!!!"
크게 고함을 내지른 카인은 지친 듯이 숨을 헐떡이며 고개를 떨구었다. 그의 외침
은 멎었지만, 계속되는 그의 메아리는 유난히도 슬프게 들렸다.
'앞으로 3분.'
이미 호흡이 곤란했기 때문에, 세나는 어깨를 들썩거려야 했다. 힘겹게 세나는 페
일트를 바라보았다. 용신주의 힘을 빌어 7분이라는 길지 않은 시간에 세 명의 드래
곤 솔져가 목숨을 잃고 페일트에게도 상당한 피해를 안겨다 주었다. 그렇지만 세나
는 그들보다도 훨씬 상태가 좋지 않았다. 3분은 더 사용할 수 있었지만, 단순한 시
간일 뿐. 활용이 가능한 시간은 그보다 훨씬 짧았다.
'용신주. 과연 대단하군.'
페일트는 혀를 내두르면서, 다시 공격 자세를 취했다. 하지만 세나의 용언이 그것
보다도 한발 더 빨랐다.
"터져라!"
그녀의 외침에 페일트의 주변의 마나는 반응을 일으켰고, 곧 한차례의 폭발이 일어
나 페일트의 공격을 제지하였다. 세나는 속으로 선공이 들어먹힌 것에 대해 쾌재를
불렀다.
"스톰…!!"
용언 마법은 훨씬 편리하며 마나의 소모량도 적다… 라는 것은 어디까지나 에이션
트 드래곤들의 기준으로 나오는 결론이었다. 세나에게는 용언 마법이라는 것이 너무
버거웠다. 주문이 필요 없고, 대기 시간이 없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에 마나의 소모
는 감당하기 힘들 지경이었다. 엄청난 속도로 회전을 하며, 자세가 무너진 페일트를
향해서 날아들던 그녀의 스톰은 쏘아진 목적을 달성할 수 없었다.
"페일트가 죽는 것은 아직입니다, 후후."
파아앙!
녹색의 장막, 배리어가 펼쳐지며 용신주를 통해 강화된 스톰은 그대로 소멸해버렸
다. 아무리 지쳐있다지만, 너무 간단히 사라졌기에 세나는 적지 않게 놀라고 말았다
. 페일트의 바로 옆에서 워프 게이트를 열고 나온 트란은 곧장 페일트를 기절시키고
는 배리어로 세나의 공격을 막아낸 것이었다.
"후, 저는 레드 드래곤 나이트인 트란입니다. 오늘의 목적은 인사. 그렇기에 이만
실례하도록 하겠습니다."
"누구 맘대로?"
세나는 급히 용신주에 마나를 불어넣으며 그렇게 외쳤으나, 트란은 여유있게 한마
디를 던지고는 워프 게이트 속으로 유유히 사라졌다.
"훗…, 용신주를 더 이상 사용하시긴 힘들텐데요? 그보다 가디언 에이드에게나 가
보시는 것이 어떨까요?"
트란의 말이 끝나고 그가 모습을 감추기가 무섭게 여관의 뒷편에서 누군가가 길게
소리를 지르는 것이 들려왔다. 그 목소리의 주인공은 다름아닌 카인. 세나는 용신주
를 봉인하고는 뒷뜰을 향해 몸을 날렸다.
"오빠…."
"……."
곧 세나의 눈에 들어온 것은 힘없이 늘어져 있는 카인이었다. 세나가 카인을 알고
지낸지도 벌써 500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다. 그 시간동안 세나는 카인에 대하여 상
당히 잘 알고 있었고, 지금 카인의 상태가 어떠한지도 알고 있었다.
카인은 울고 있었다. 세나는 말없이 카인의 앞에 살며시 내려와 그를 안아주었다.
"무슨 일인지는 정확히 모르지만… 전 오빠를 믿어요. 그러니까… 힘내세요."
"……."
그녀의 따스한 말에 카인의 동요가 점차 가라앉기 시작했다. 잠시 후, 카인은 몸을
일으키고는 다른 말 없이 여관 안으로 들어갔다.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세나는 쓸
쓸한 미소를 지으며 자신의 방으로 향했다. 지금까지 있었던 일을 전혀 모른채로 편
히 자고 있는 피아의 모습이 그녀의 시선에 들어왔다. 잠시 피아를 바라보던 세나는
말 없이 자리에 누워 잠을 청했다.
다음 날부터는 평상시와 다름없는 나날들이었다. 카인이 본래의 모습을 되찾았지만
, 세나는 은근히 그를 걱정했다는 점만 제외하면 말이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서 2주
일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여기가… 아나트의 수도, 리프레이컨."
카인은 자신의 앞에 박혀있는 표지판을 보며 중얼거렸다. 카인은 언제나 그렇듯이
무표정을 유지하고 있었지만, 피아와 세나는 그렇지 않았다. 이제 헤어질 시간이 다
가왔다는 사실은 그들을 슬프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물론 카인이 그 사실을 모르는
것은 아니었다.
'헤어진다면… 과거의 추억에서 헤어날 수 있을까….'
카인이 2주동안 고민해온 문제였다. 답은? 모른다. 2주일이라는 시간을 답을 찾기
얻기 위해 소비하였지만, 결국 얻은 답은 그것이었다. 성문 앞에 다다르자, 세나는
피아를 보며 말했다.
"큰아버지 댁은 알고 있니?"
세나의 예상대로 피아는 고개를 저었다. 자신의 마을을 벗어난 횟수도 손에 꼽을
정도일게 뻔한 피아가 이런 수도까지 올라왔을 리가 없다는 것은 세나가 익히 예상
하고 있었던 일이었다. 결국 카인은 성문을 지키는 문지기에게 다가가서 질문을 할
수 밖에 없었다.
"혹시 레존드 가(家)를 알고 있나?"
흑발의 문지기는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카인을 바라보며 퉁명스레 대꾸했다.
"레존드 가문은 왜 찾으십니까?"
"질문에 답해라."
카인의 강압적인 태도에 눌린 문지기는 뒷걸음질을 치며 대꾸했다.
"물론입니다. 저희 집이니까요."
"그럼 얘기가 쉽겠군. 피아를 알고 있나?"
문지기는 피아라는 이름에 미간을 좁히며 생각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잠시간의 시
간이 흐르자 문지기는 기억이 났는지 손뼉을 쳤다.
"아, 생각났어요. 제 사촌 여동생의 이름이 피아입니다. 설마 저 아가씨가 피아?"
카인은 문지기가 제대로 피아를 가리키고 있자 고개를 끄덕였다. 문지기는 잠시 피
아를 바라보다가 다시 카인을 바라보았다.
"문지기장님께 허락을 받고 오늘은 조퇴하도록 하겠습니다. 기다려 주세요."
말을 마친 그는 카인의 대답도 듣지 않고 어딘가로 달려가더니 잠시 후, 숨을 헐떡
이며 돌아왔다. 들고있던 창과 간단한 갑옷은 벗어둔 상태였다. 문지기는 빙긋 웃으
며 말했다.
"제 이름은 렌탈 레존드라고 합니다. 자, 제가 안내하도록 하겠습니다. 가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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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무너지는 카인의 모습입니다. -_-;;; 덤으로 세나도 무너지려 함;;;
이상, 스카이였습니다.
『SF & FANTASY (go SF)』 19872번
제 목:[하이랜더] The war of dragons - 019
올린이:스카이엘(박지훈 ) 01/04/20 22:21 읽음:275 E[7m관련자료 있음(TL)E[0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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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랜더 1st story
The war of Drag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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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습니까…? 저는 제 동생이 죽었는지조차 몰랐습니다."
렌탈의 아버지이자, 피아의 큰아버지인 글레이트 레존드는 하나뿐인 아우의 사망
소식에 고개를 숙였다. 카인은 피우고 있던 담배를 마져 태우고는 말했다.
"전쟁중이었으니 충분히 그럴 수 있습니다."
카인이 더 이상 말할 기미가 보이지 않자, 어쩔 수 없다는 듯 그의 옆에 앉아 있던
세나가 말을 해야만 했다.
"그나저나 저희들은 애초에 피아를 수도까지 데려오기로만 했거든요. 사실 그 아이
는 여행하기에는 너무 약하잖아요."
"죽은 동생 녀석도 체력이 너무 약했었죠."
글레이트는 엷은 미소를 지으며 그렇게 중얼거렸다. 글레이트는 곧 고개를 들며 말
했다.
"알겠습니다. 피아는 저희들이 맡도록 하겠습니다. 그런데 손님들께서는 언제쯤 떠
나실 생각이십니까?"
"빠르면 내일 오후 정도에 떠날지도 모릅니다. 애초에 이 곳은 저희들의 여행 목적
지와는 동떨어진 곳이기 때문이죠."
세나는 기다렸다는 듯이 그렇게 대꾸했다. 하지만 사실 그녀는 카인의 상태가 걱정
되었을 뿐이었다. 대충 이야기를 마친 카인과 세나는 글레이트의 방 문을 열고 거실
로 나왔고, 글레이트도 둘을 따라 나왔다.
"아, 말씀은 끝나셨나요?"
그들이 방을 나오자 거실에서 피아와 말을 나누고 있던 렌탈이 일어서며 반갑게 그
들을 향해 말했다. 렌탈은 그렇게 말하며 곁눈질로 세나를 바라보았는데, 아무래도
세나에게 관심이 있는듯 했다. 세나는 이런 대도시에서도 찾아볼 수 없을만큼 미인
이었으니 충분히 그럴 수도 있었지만, 세나는 그가 영 마음에 안드는 모양이었다.
세나는 카인에게 전음을 보냈다.
[저 사람… 기분 나빠요.]
[그래서.]
[…아니예요.]
세나는 자신이 어리석었다 생각하며 조용히 한숨을 쉬었다.
잠시 후, 카인과 세나는 이별상이라도 하겠다며, 피아를 데리고 나갔다. 렌탈이 자
신도 같이 가겠다고 나섰지만, 일행끼리만 하고 싶다는 세나의 말 때문에 같이 가지
못하였다.
"그런데 이 작전이 과연 제대로 통할까?"
"가능해. 카인의 감정이 무너지는 것은 내가 이미 확인했으니까."
트란은 한쪽 입술 끝을 올리며 그렇게 말했고, 그의 모습에 페일트는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모르겠군. 일단 ok 라고 하긴 했지만, 막상 용신주의 위력을 경험하니…."
"세나 공주가 용신주를 전력으로 사용할 수 있는건 고작 10분이야. 그 동안만 조심
한다면 아무 것도 아니지."
트란의 말에 페일트는 의심을 품으며 말했다.
"그런 정보는 대체 어디서 얻은거지?"
"후후, 말했잖은가. 이 작전은 애초에 용왕들께서 내려주신 명이라고. 우리는 그저
따르기만 하면 된다네. 그나저나 이 물건의 힘도 극에 달해가고 있군…."
트란은 그렇게 말하며, 품에서 무명천으로 감싸져 있는 그 물건이라는 것을 꺼내들
었다. 그의 품에서 나온 것 만으로도 엄청난 마나가 풍겨나왔다. 문제는 그 마나가
어둠의 성질을 띄고 있다는 것이었지만…. 트란은 다시 그 물건을 품으로 갈무리 하
며 말했다.
"오늘… 작전을 시행한다."
수도, 리프레이컨의 밤 거리는 낮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화려함을 자랑한다. 불
과 몇년 전에 발명된 연금술사들의 작품인 조명등 때문이었다. 바람이 불면 불길이
흔들려 불안하고, 기름이 사용되며, 여름에는 뜨거워서 사용이 꺼리는 횃불의 단점
이 모두 보완된 아이템이었다. 저녁에만 쓴다고 가정할때, 거의 반년 이상을 사용
할 수 있는 조명등은 이미 생활의 필수품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었다. 물론 리프레이
컨이나 로렌정도의 대도시에서나 필수품이었지, 변방의 소규모의 도시나 마을에서는
서는 귀족이나 부호들의 저택에서나 구경할 수 있는 희소성 제품이었다. 조명등의
발전은 거기서 그치지 않고, 꾸준히 발전되었다. 덕분에 첫 모델의 무식한 크기와는
달리 신제품들은 아기자기하면서도 다채로운 빛-붉은 색, 푸른 색, 노란 색 등을 발
하는 제품들도 등장하였다. 그 덕분에 리프레이컨의 밤은 오직 태양빛만이 따스하게
내리쬐는 낮과는 달리 싸늘하지만 화려한 밤이 될 수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
은 밤에도 낮과 같이 돌아다니게 되었다. 오늘도 마찬가지로 사람들은 활기를 가지
고 밤 거리를 오가고 있었다. 그들에게서 전쟁의 그림자는 찾아볼 수 없었다. 그리
고 그 사람들 중에는 카인 일행도 포함되어 있었다. 식당에서 가벼운 음식물을 취하
고 시장 거리를 돌아다니며 즐겁게 시간을 보낸 일행은 지금 피아의 큰 집으로 가고
있었다. 물론 카인과 세나가 그 집에서 신세를 지려는 것이 아니라, 피아를 혼자 보
내기에는 시간이 늦은 탓이었다. 집 앞에 다다르자 피아는 둘을 향해 말했다.
"그럼… 가볼게요."
"그래. 내일 봐."
세나는 그렇게 말하며 피아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카인은 옆에 서서 말 없이
고개만을 끄덕였다. 피아는 서운한 발걸음을 돌려 집 안으로 들어갔다. 피아가 집으
로 들어가자 세나는 카인의 소매를 붙잡으며 말했다.
"가요, 오빠."
"그러지."
카인은 고개를 끄덕이며 몸을 돌렸고, 세나가 그를 따랐다. 미리 숙소를 잡아뒀기
때문에 둘은 여관에서 번거로운 절차를 밟을 필요가 없었다.
"내일 아침 9시. 레존드 가에 방문한다."
"알았어요. 그때까지 준비 할게요."
카인의 말에 세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이 배정받은 방으로 갔다. 카인도 자신의
방에 들어선 뒤, 코트를 풀어 옷걸이에 걸어두고는 헬파이어와 담배를 테이블 위에
올려두었다.
그리고는 피곤한 몸을 침대에 맡겼다.
이튿 날, 아침이 밝았다. 오랜만의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기회였지만, 오랜 여행동
안의 습관대로 카인은 새벽에 몸을 일으켰다. 아직은 완전히 밝지 않은 밖을 바라보
며, 테이블 위에 놓아둔 담배를 집어들었다. 담배 연기를 흠뻑 들여마신 카인은 그
연기를 길게 내쉬며 중얼거렸다.
"…7시 정도인가."
그의 눈에 벗어둔 코트가 눈에 띄었지만, 실내라서 셔츠 차림인 지금도 크게 춥지
않았기 때문에 그대로 두었다. 담배를 바지 주머니에 넣고 검을 허리에 차고는 홀로
걸어내려갔다. 확실히 아직은 이른 시각이었기 때문에 홀에는 카인 외에는 아무도
나와있지 않았다. 다만 여관 종업원이 테이블을 닦고 있었고, 주인은 장부를 정리하
고 있었다. 그리고 주방에서는 아침을 준비하는 듯 약간은 소란스러웠다. 종업원은
테이블을 닦다가 계단을 내려오는 카인을 보고 인사를 했다.
"손님, 필요하신 거라도?"
"…위스키."
짧게 주문을 한 카인은 가까이 있는 의자를 꺼내 앉았다. 그리고는 곧 종업원이 가
지고 온 위스키의 향을 들이마셨다. 과연 수도의 제품답게 위스키의 향은 깨끗했다.
카인은 내심 만족해하면서 담배를 꺼뜨렸다. 그리고는 위스키를 살짝 마셔 입을 축
였다.
"……."
여관은 고요했다. 주인도 장부 정리를 끝낸 듯, 혼자 담배를 피우며 시간을 떼우고
있었고, 종업원은 일찍부터 돌아다닌 탓인지 아니면 버릇인지 구석에서 꾸벅꾸벅 졸
고 있었다. 불규칙적으로 들려오던 주방장의 소리도 언젠가부터 멈추었다. 아마도
아침 식사 준비는 끝이 난 모양이었다. 그런 고요함 속에서 카인은 위스키를 조금씩
마시며 생각에 빠져들었다.
과거의 사랑인 디나부터 시작하여 그 디나를 닮은 여인, 피아. 그로 인해서 흔들리
려고 하는 자신의 감정. 세디라는 소매치기로 인해 무너졌던 자신의 이성. 그리고
이제는 가디언 에이드라는 위치가 된 자신의 신분과 언제나 곁에서 돌보아주는 세나
, 친구인 레이젤에 이르기까지. 처음에는 피아에 관한 고민으로 시작되었던 카인의
생각은 막바지에 이르러서는 완전히 과거 일의 회상으로 변해버리고 말았다. 그러는
사이에 어느덧 시간은 훌쩍 지나 시계는 8시를 넘어섰다. 이 맘때면, 사람들이 오갈
만도 했지만, 전쟁 중인 지금은 거의 여관에 머무는 사람이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홀에 나와있는 손님은 카인을 제외하고 두 팀 정도 뿐이었다.
"어머, 오빠. 일찍 일어나셨네요? 하지만 아침부터 술이 뭐예요, 참."
역시 마이는 입지 않고 간편하게 셔츠와 바지만을 차려입고 나온 세나는 이제 감았
는지 아직 약간 물기가 있는 자신의 금발을 쓰다듬으며 계단을 내려섰다. 세나가 카
인의 맞은편에 앉자, 어떻게 알았는지 구석에서 졸던 종업원이 벌떡 일어서서 쪼르
르 달려왔다.
"주문하시겠습니까?"
"응. 간단한 식사로 되겠어?"
"예. 부드러운 크림빵과 오늘 아침, 막 구입한 신선한 샐러드가 있습니다."
종업원의 말에 세나는 잠시 카인을 바라보았다. 카인은 그에 반응하지 않았지만,
오랜 세월을 함께 여행을 한 세나에게는 충분한 신호였다.
"2인분으로 갖다 줘. 음료는 우유와 코코아면 좋겠어."
"예, 알겠습니다."
주방으로 달려간 종업원은 이내 2인분의 간단한 아침 식사를 가지고 와서 그들에게
내놓았다. 세나는 자신의 코코아를 호륵, 마시고는 빵을 찢으며 물었다.
"예정대로 9시에 피아네 집으로 가실래요?"
카인은 마침 입에 빵을 물었기에 고개를 끄덕임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원래 대답은
하지 않았을테지만.
간단한 식사를 마치고 다시 방으로 올라가 물건을 모두 챙겨서 내려온 둘은 여관에
서 체크 아웃을 하고는 건물을 나섰다. 피아의 큰 집으로 향하는 대로를 따라가던
중 문득 세나가 의아한 말투로 말했다.
"어? 오빠, 저 쪽은 피아네 집이 있는 쪽 아닌가요?"
세나의 말 대로였다. 9시는 되었기 때문에 사람이 어느 정도 돌아다녀도 이상할 것
은 없었지만, 이 대로에 그 인원이 평소보다 많이 집중이 되어있다는 것은 무슨 일
이 있다고 밖에 해석할 수 없었다.
"…분명 화염계의 마법에 의한 행동이예요. 불꽃이 유독 저 집에만 집중되어있으면
서도 건물을 이 정도로 만들 수 있다면 마법이죠. 뭐… 기(氣)를 이용한 것일 수 도
있긴 하지만, 마나의 느낌으로 봐도 분명 마법이예요."
세나는 완전히 불에 타서 폐허가 되어있는 피아의 큰 집을 보며 판단을 내렸다.
"카인 군, 세나 양."
뒤에서 그들을 부른 이는 다름아닌 글레이트였다. 그의 옆에는 글레이트의 부인인
리에 레존드와 렌탈이 초췌한 얼굴로 서 있었다.
"어떻게 된 일입니까?"
안부를 묻기 전에 카인은 사정을 물었다. 하지만 그런 일에 글레이트는 신경을 쓰
지 않고 대답해 주었다.
"저도 뭐가 뭔지 모르겠습니다. 밤에 갑자기 뭔가 번쩍이더니 집이 불타기 시작하
는 거예요. 그러더니 밝은 빛과 함께 모두가 집의 밖으로 이동되었습니다. 하지만…
피아는 어디로 갔는지 보이질 않아요. 이 이상한 쪽지가 의심스럽습니다만…."
'카인 레카드. 피아라는 아가씨를 찾고 싶으면 리프레이컨 뒷편의 우에노 산에.'
짧은 문장이었지만, 이 곳에서 그 말을 해석할 수 있는 이는 카인과 세나. 이 둘
뿐이었다. 그 문장을 이루는 언어는 바로 드래곤들의 언어였던 것이다. 카인의 뇌리
에 일전에 대립했던 드래곤 나이트들과 솔져들이 불현듯 스쳐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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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 100여줄을 적어뒀었는데 없어져서 다시 적었습니다. 이상하게 전날 밤, 하였
던 다른 작업의 흔적들은 명백한데 정작 중요한 글은 없어졌네요. 신기 :)
이상, 스카이였습니다.
『SF & FANTASY (go SF)』 19873번
제 목:[하이랜더] The war of dragons - 020
올린이:스카이엘(박지훈 ) 01/04/20 22:21 읽음:285 E[7m관련자료 있음(TL)E[0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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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랜더 1st story
The war of Drag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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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프레이컨 북쪽을 차지하고 있는 해발 900미터의 산. 흔히 뒷산이라고들 부르는
이 산의 이름은 바로 우에노 산이었다. 고대 유물로 추측되는 물건들과 동굴들이 몇
몇 분포되어 있으며, 산길도 그리 험하지 않아 리프레이컨은 물론 주변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애용하는 이 산은 적어도 지금 이 시간만은 민간인 출입 금지 구역이었다.
불과 몇 분 전, 두 남녀가 입산하였고 기다렸다는 듯이 수백의 병사들이 산의 입구
란 입구는 모조리 봉쇄해버린 것이었다.
드래곤들이 남긴 쪽지에는 단지 우에노 산이라고만 적혀있을 뿐, 자세한 위치는 표
시되지 않아 있다. 그렇지만 그 위치를 따로 듣지 않더라도 카인과 세나가 그 장소
를 찾는 일은 그리 어렵지도 않았다. 산의 중간 부분에서 마법으로 이루어진 결계가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결계는 쳐두었네요."
비웃음을 실어 세나가 말했다. 카인은 대답 없이 산길을 따라서 그 결계의 기운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말 없이 계속해서 길을 따라오르던 카인은 문득 걸음을 멈추었
다.
"근처군."
"예. 이쪽이예요, 오빠."
기로 이루어진 결계가 아닌 마법의 결계였기 때문에 하이랜더보다는 드래곤이 그것
에 더 민감하였다. 이 곳부터는 길이 나 있지 않았다. 단지 울창한 나무들과 길다란
풀들이 있을 뿐이었다.
"여기예요."
그렇게 말하며 세나가 걸음을 멈춘 곳은 다름아닌 꽤나 커 보이는 동굴이였다. 그
렇지만 입구를 통해 들여다보이는 내부에는 아무 것도 없었다.
"문을 열어라."
카인의 말에 허공에 배경이 뻥 뚫리며 또 다른 내부가 드러났다. 바로 결계였다.
결계의 내부에는 페일트와 트란. 그리고 드래곤 솔져들이 대기하고 있었다. 하지만
피아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생각보다는 빨리 왔군."
마치 의자처럼 된 바위에 다리를 꼬고 앉아있던 트란은 씨익 웃으며 몸을 일으켰다
. 그리고 페일트가 그를 따라 몸을 일으켰다. 트란의 말은 카인을 향하고 있었으나
카인은 그에게 대답을 하지 않았다. 시선은 트란과 페일트에게 향하고 있었지만 그
의 감각은 모두 피아를 찾는데에 집중되어 있는 탓이었다.
"피아라는 아가씨라면 별로 걱정할 필요 없는데… 여기 계시니까."
페일트가 손가락을 퉁기자 그의 옆에서 피아가 모습을 드러냈다.
"보시다시피 건강하네. 혈도가 막혀서 말을 못하고 제대로 움직이지는 못하지만."
"피아."
"……?"
"곧 구해준다."
카인이 피아에게 하는 말을 가만히 듣던 페일트는 냉소를 흘렸다.
"우습군요. 저희들을 뭘로 보시는 건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어느 새 카인의 왼손이 페일트의 얼굴을 덮쳤다. 카인은 그대로 몸을 틀어 페일트
의 뒷통수를 벽에다가 찍어버렸다.
"쥬얼 포스."
카인의 왼손으로 붉은 빛의 구체가 몰려들었다. 그것이 폭발을 일으키려는 순간에
페일트는 가까스로 자신의 얼굴을 잡고 있는 카인의 팔을 쳐내고는 몸을 아래로 숙
였다.
꽈아아아앙!
꽤나 거대한 폭발이 일어나면서 동굴의 벽이 상당 부분 파괴되었다. 카인은 그것에
신경쓰지 않고 곧장 오른발을 들어 그대로 페일트의 등짝을 내리찍었다. 일격에 페
일트의 몸이 크게 비틀거리자 카인은 양 손으로 그의 옷자락을 붙잡았다.
파앙!
그 때 그의 뒷쪽에서 불꽃과 바람의 충돌이 일어났다. 페일트를 지원하기 위한 트
란의 공격과 그를 저지하기 위한 세나의 공격이었다. 카인은 페일트의 몸을 집어던
지고는 검을 뽑아 트란을 향해 돌격했다. 그리고 페일트는 세나가 상대하기 시작했
다. 드래곤 솔져들도 같이 덤볐다면, 카인과 세나에게 상당히 불리한 상황으로 이어
졌겠지만, 그들은 모두 결계의 유지를 위해 힘을 쏟아붓고 있었기 때문에 도울 여력
이 남아있지 않았다.
"하!"
날아드는 카인의 검을 흘린 트란은 그대로 카인의 옆구리를 베고 지나가며 짧막한
기합을 넣었다. 나이트의 직위를 가진 트란은 드래곤임에도 상당한 검술을 구사하는
것이 가능했다.
"큭…,"
"흥분하셨군. 하이랜더 가디언 에이드가 나 정도 드래곤에게 검으로 밀려서야 말이
되겠나?"
"…음?"
하이랜더라는 말에 피아가 불분명한 어조로 의문을 표했다. 동그랗게 떠져있는 그
녀의 눈은 카인에게 대답을 요하는 듯 했다. 그도 그럴듯이, 피아는 지금껏 동행하
면서 그들의 신분에 대해서 들은 적이 없었던 것이다.
"모르셨군요, 아가씨. 카인은 하이랜더, 세나는 드래곤입니다. 그것도 가디언 에이
드와 골드 드래곤의 왕녀. 둘 모두 각 종족에서 대단히 높은 신분의 소유자랍니다."
피아는 이제서야 모든 사실을 알 것만 같았다. 카인과 세나의 그 인간의 한계를 넘
어선 강함과 오랜 경험을 가진 듯한 말과 행동들이 마치 복잡한 수학 문제를 풀다가
해답지를 보았을 때처럼 끼워맞춰졌다. 그들에게 속았다는 분함이 약간 일어났지만,
그 분함은 이내 가라앉았다. 비록 자신이 이런 처지에 놓인 것도 그들 때문이었지만
, 그들을 원망하지 않았다. 그녀는 그런 그들을 이해하고 있었다. 그런 순간, 카인
과 피아의 시선이 우연히 닿았다. 피아는 미소 지었다. 이해할 수 있어요. 그 미소
는 카인을 향해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미소는 카인에게 또 한번 과거의
추억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자신의 실수로 죽어가면서도 피아와 같은 미소를 띄우며
좋아한다고 고백을 하던 디나의 모습. 그 모습이 지금의 피아에게 겹쳐졌다. 다름아
닌 자신의 잘못으로 비참하게 죽어가던 디나. 그런 순간에도… 힘겨워하면서도 아름
답게 미소지으며 괜찮다고 말해주었던 모습. 카인에게 그런 디나와 피아의 모습이
일치되며 그녀들이 동일시되기 시작했다.
"…크윽!"
카인의 입에서 짧은 탄성이 터졌다. 그리고 동시에 카인의 기가 급속도로 상승했다
. 분노와 동시에 힘의 제어력이 떨어진 것이었다.
"오빠!"
그의 이상을 눈치챈 세나는 순간 자신의 현재 상황도 잊어버리고 카인을 바라보며
외쳤다. 왕가에 대한 충성심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었지만, 페일트는 그런 기회
를 놓치지 않고 세나에게 일격을 넣었다.
"꺄아악?!"
비명과 함께 세나의 가벼운 몸이 힘 없이 동굴의 벽에 부딪혔다. 그렇지 않아도 피
아로 인해 제어력이 많이 떨어진 카인은 무의식 중에 의지하고 있었던 그녀의 비명
에 의식을 놓쳤다.
"크아아아!!"
곧장 검기를 날려 트란을 밀쳐내고는 몸을 날려 페일트를 엄습했다.
"음!"
페일트도 명색이 드래곤 나이트였기에 그렇게 쉽게 당할 리는 없었다. 자신의 검을
빠르게 움직여 카인의 속사포같은 공격을 막아낸 페일트는 반격을 시도했다. 카인의
헛점을 노려 크게 검을 휘둘렀지만, 그것은 무위로 돌아갔다. 카인은 가볍게 몸을
숙이며 그것을 피하며 그대로 발을 낮게 날려 페일트를 넘어뜨렸다. 그리고는 검을
역수로 취하고 페일트의 목을 노리고 찍어내렸다. 그 순간, 페일트는 양 팔에 부착
된 장갑으로 그 공격을 막아내고는 몸을 일으켰다.
"흥, 이렇게 된 이상 이 힘을 사용할 수 밖에!"
회심의 미소를 지은 페일트는 품을 뒤져 무언가를 찾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의 행
동은 계속되지 못하였다. 트란이 페일트의 뒤에 서서 그의 등에 검을 박아넣고 있었
던 것이다.
"트… 트, 트란? 너, 너… 너어…!"
애타게 친구의 이름을 불렀지만, 돌아온 것은 싸늘한 시선 뿐이었다.
"멍청한 녀석."
트란의 검에 크게 불길이 치솟아 올랐고, 페일트의 몸은 머지 않아 가벼운 미풍과
함께 모습을 감추었다. 페일트가 사라지고 나서 트란이 뭐라고 하려는 순간, 가지각
색의 비명을 내지르며 드래곤 솔져들이 무언가에 퉁겨서 바닥을 뒹굴었다. 그리고
다음 순간, 세나가 중얼거리듯 말했다.
"결계가… 무너졌어?"
아나트의 기사 대장인 퀴언은 마법사 단장인 라트와 함께 우에노 산의 입구를 봉쇄
하고 있었다. 퀴언과 라트는 말 없이 가만히 있는 듯 했으나, 놀랍게도 그들은 서로
전음을 이용하여 의사 소통을 하고 있었다.
[다크 다이아몬드Dark Diamond…? 용족 군주들이 그 물건을 만들어냈다는 말인가?
농담이겠지, 그 물건은 우리 공작께서도 만들지 못하는 물건인데.]
라트의 경악에 찬 질문에 퀴언은 자신도 의심스럽다는 어투로 말했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진품이 이렇게 드래곤 나이트를 거쳐서 도착했으니. 뻔히 있
는 물건을 부정할 수 도 없는 것 아닌가.]
[…그 드래곤 나이트는 믿을 수 있나? 이름이 트란이라고 했던가.]
[글쎄. 드래곤 나이트 중에서도 군주들의 신임을 상당히 얻고 있는 녀석인 듯 하더
군. 다크 다이아몬드의 존재도 그 녀석만이 알고 있으니. 페일트라고 하는 녀석은
단순히 소모품이라고 하더군.]
[그런가? 뭐, 일단은 물러나야겠네. 잠시 후면 '그'가 올거야. 아직 우리의 힘으로
는 그를 상대할 수 없는 걸 알아야하네.]
[물론이지.]
퀴언은 라트와 함께 병사들에게 다가서서는 말했다.
"나와 라트 공은 이만 성으로 돌아가겠다. 간단한 임무이니 실패는 없을 것이라고
믿겠다. 좋겠지?"
병사들 중에 섞여 있는 몇몇 기사들 중에서도 가장 높은듯한 이가 대표로 퀴언에게
다가와 말했다.
"물론입니다, 대장님."
"좋아. 얼마 있지 않아, 귀군들의 일을 방해하려는 자가 올 것이다. 로브를 두르고
검을 찬 복장이니 쉽게 알아볼테야. 이름은 쥬벤다이크 플로시네. 그가 오면 사살하
도록."
"예!"
기사가 거수 경례를 붙이며 말하자 퀴언은 고개를 끄덕이며 라트와 함께 리프레이
컨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머지 않아, 그들의 말대로 로브를 두르고 검을 찬 이가 다
가왔다. 물빛에 가까운 파란 장발을 뒤로 모아 단정히 묶어내린 그의 복장은 무척이
나 단정하고 깔끔해 그의 성격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었다.
"귀하가 쥬벤다이크 플로시네 공이십니까?"
퀴언으로부터 직접 명을 하달받은 기사는 그의 길을 막아서며 말했다. 그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만."
"죄송하지만, 상부의 명에 따라 죽어주셔야겠습니다."
촤앙―. 기사의 검이 뽑혀져 쥬벤다이크라는 자의 목을 겨누었다. 그런 그의 행동
에 쥬벤다이크라는 이는 빙긋 웃었다.
"제대로 찾아온 모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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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암… 피곤하네요 =_=
이상, 스카이였습니다.
『SF & FANTASY (go SF)』 20100번
제 목:[하이랜더] The war of dragons - 021
올린이:스카이엘(박지훈 ) 01/04/22 10:50 읽음:280 E[7m관련자료 있음(TL)E[0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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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랜더 1st story
The war of Drag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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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에 검이 겨누어진 상태에서 빙그레 웃는다는 것은 일반적인 상식의 범위를 넘어
선 행위였다. 그렇지만 적어도 이 사내, 쥬벤다이크에게는 별로 적용되는 말이 아니
었다. 어느새 움직인 그의 손이 기사의 손목을 쳤다. 그리고는 곧장 로브를 뒤로 넘
기고는 로브에 살짝 가리어져 있던 자신의 검을 뽑아들었다.
검의 전신에 걸쳐 신비스러운 푸른빛이 머금어져 있었다. 게다가 검의 손잡이 부분
의 조각은 이미 멸종한 신룡(神龍)의 모습을 하고 있었기에 더더욱 신비스러운 분위
기를 냈다. 검을 잡은 쥬벤다이크의 오른손이 그리 빠르지 않은 속도로-하지만 정확
한 동작으로 호를 그렸다. 그 움직임으로 기사의 손목이 베어졌고, 다음 쥬벤다이크
가 검을 회전시키며 그를 베고 지나감으로서 기사의 몸이 바닥에 쓰러졌다.
"단장님?!"
자신들의 리더가 어이없이 죽어버리자 휘하의 기사들이 경악을 했다. 그리고 병사
들도 몹시 놀라고 말았다. 쥬벤다이크는 기사들의 교과서에서나 나올법한 정확하고
도 깨끗한 폼을 취하며 말했다.
"프리 나이트Free Knight, 쥬벤다이크 플로시네. 쥬크라고 불러주십시오."
마지막에 가볍게 떠오른 미소가 아나트의 기사들과 병사들을 분노케 하였다. 기사
들 중 한명이 쥬크를 향해 손가락을 뻗으며 병사들에게 돌격을 명했다. 돌격해들어
오는 병사들의 무차별 공격을 검으로 쳐내거나 몸을 틀어 피해나가던 쥬크는 검에다
가 거대한 뇌력(雷力)을 실어서 한번 흩뿌려 그들을 떨쳐놓고 말했다.
"싸우고 싶은 마음은 없습니다. 길을 열어주신다면, 이 쯤 하겠습니다."
순간 기사들과 병사들의 움직임이 멎었다. 방금 전에 쥬크가 보인 거대한 뇌력만을
보아도 그의 실력이 얼마나 대단한지를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그들에게는 그러지 못
하는 이유가 있었다.
"상부의 명령과 상관의 죽음에 대한 애도! 우리는 멈출 수 없다!"
뒤에서 한 병사가 외치며 자신의 창을 길게 휘둘렀고, 쥬크는 흠칫하며 공격을 피
하기 위해 몸을 숙였다. 다행히 공격을 피할 수 있었으나, 창은 길게 궤적을 그리며
쥬크의 로브 자락을 쳤다. 길게 찢어졌던 로브에는 무슨 마법이 걸려 있는 것인지
곧 완벽하게 재생되었다. 그렇지만 쥬크의 창백해진 표정에는 분노가 떠오를 뿐이었
다.
"아니야…."
"응?"
"너희들이… 너희들 따위가 함부로 대할 물건이 아니란 말이다, 이 로브는!!"
쿠오오오오오―!
고함과 함께 쥬크의 주변으로 푸른색의 거친 기류가 용트림 했다. 기류가 쥬크를
중심으로 하여 솟구치자 그의 장발과 로브가 펄럭였다.
"하!"
쥬크의 짧고 강한 기합과 함께 그의 주변에서 연쇄적으로 뇌전이 번뜩이며 폭발을
일으켰다. 그리고 쥬크가 서 있는 주변의 풀잎들이 갈라지면서 터져나갔고, 돌맹이
도 역시 산산조각이 났다.
"으으아아!"
괴성같은 기합과 함께 쥬크의 몸이 음속에 가까운 속도로 병사들을 헤집고 다녔다.
쥬크가 지날때마다 길게 푸른 빛이 흔적을 남겼고, 직후 병사들의 몸 곳곳에서 피가
터져나왔다.
"아악!"
순식간에 주변은 아수라장으로 돌변했다. 살고 싶다는 본능에 따라 쓸데없이 버둥
거리던 기사들과 병사들의 움직임이 문득 멈추었다. 쥬크가 갑자기 검을 멈추고 힘
없이 멈춰선 것이었다. 그들의 안도의 한숨을 내쉬려 할 때, 쥬크로부터 자괴적인
웃음이 나왔다.
"킥킥."
그리고 검을 바닥에 꽂고 양 손으로 모아 기사들과 병사들을 향해 뻗었다.
"쥬얼 포스."
쥬크의 양 손 앞에 푸른색의 구체가 모여들기 시작했고, 그 에너지의 양은 카인과
레이젤이 사용하던 쥬얼 포스와는 그 수준에서 많은 차이가 났다. 그 에너지가 계속
해서 증가하기 시작하자 어느 시점에서 그 구체 덩어리는 뇌전 덩어리로 형체를 바
꾸었다.
"가라."
쥬크의 짧은 말과 함께 또 수십명의 인원이 목숨을 잃었다. 이미 아나트의 기사들
은 몰살당했고, 처음보다 절반 이상이 줄어든 아나트의 병사들만이 몸을 사리고 있
을 뿐이었다. 그렇게 살육전은 계속되었다.
…
전투가 아닌 살육이 끝나자 쥬크는 힘 없이 검과 어깨를 늘어뜨렸다. 그의 주변에
는 싸늘한 시체가 되어있는 아나트의 기사들과 병사들이 널부러져 있었다. 그리고
곳곳에 땅이 움푹움푹 패여 있었고, 주변의 나무 몇 그루가 꺽여져 있었다. 쥬크는
그 힘 없어 보이는 모습만큼이나 무기력하게 중얼거렸다.
"또 이렇게… 되어버렸네."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쥬크는 자신의 검, 청룡검(靑龍劍)을 검집에 꽂아넣었다. 그
리고 자신의 로브를 마치 사랑하는 여인의 머리카락을 어루만지듯이 쓰다듬었다. 쥬
크는 살며시 눈을 감았다.
"이제 멀지 않았는걸."
그리고는 다시 눈을 떴다. 추억에 잠겨, 오래 전의 일들을 떠올리고 있을 틈이 없
었다.
쥬크는 결계가 느껴지는 쪽을 향해 빠르게 걸음을 옮겼다. 결계가 아니더라도 쥬크
가 가지고 있는 쥬얼의 공명이 그를 인도하였다. 그리고 쥬크의 뒷쪽으로는 아나트
기사들과 병사들의 시체가 한데 모여 불꽃에 타들어가고 있었다.
갑자기 드래곤 솔져들이 퉁겨 날아가자 곧 거대한 유리가 깨어지는 소리와 함께 결
계가 깨어졌다. 더 이상 드래곤 솔져들이 파손된 결계를 보충하게 될 수 없는 상황
에서 다시 한번 강력한 충격이 가해졌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깨어진 결계의 틈으로
한 명의 사내가 모습을 드러냈다. 사내, 쥬크는 안을 한번 둘러보고는 말했다.
"드래곤 나이트도 있었던 것 같은데, 남은 것은 솔져들 뿐이군요."
그리고 곧 쥬크의 눈에 들어온 것은 제정신이 아닌 카인의 모습과 부상을 치료 중
인 세나의 모습. 그리고 혈도가 봉인된 피아의 모습이었다.
"뭔가 좀 복잡했던 것 같네요."
쥬크는 그렇게 말하며 고속으로 카인의 뒷 쪽으로 돌아갔다. 그리고는 수도로 카인
의 목을 내리쳤다. 간단하게 급소를 가격하여 카인을 기절시킨 쥬크는 세나에게 가
볍게 인사를 올리고는 피아의 혈도를 풀어주려고 몸을 돌렸다. 하지만 이미 드래곤
솔져들이 그를 막아서고 있었다.
"비켜 주세요. 조금 전, 원치 않는 싸움을 하고 온 지라 기분이 그리 좋지 않단 말
입니다."
하지만 결계를 유지시키려고 정신을 집중하다가 강력한 충격에 의해 정신을 차리고
보니 자신들의 상관이 모두 없어진 드래곤 솔져들에게는 여유라는 것이 남아있지를
않았다.
"웃기지 마라!"
솔져 중 한명이 크게 외치며 자신의 창을 길게 찔러넣었다. 몸을 옆으로 튼 쥬크는
솔져의 창 자루를 양 손으로 붙잡았다.
"하아아!"
그리고는 양 팔에 힘을 넣어 그대로 솔져를 날려 동굴 벽에 쳐박아버리고는 솔져의
창을 집어던졌다. 회전을 하며 날아간 창은 곧 솔져 두 명을 가격했고, 이어서 날아
든 쥬크의 후속타에 쓰러지고 말았다. 주변을 잠시나마 정리시킨 쥬크는 곧장 자신
의 검을 뽑아들었다.
"오늘 네가 여러번 수고를 하는구나, 청룡검."
마치 친구를 부르듯이 검을 부른 쥬크는 청룡검에 힘을 불어넣었다.
"청룡참."
청룡검에 강력한 뇌력이 실렸고, 쥬크가 휘두른 청룡검을 맞은 솔져들은 온 몸에
흐르는 강렬한 전류에 몸을 부르르 떨며 바닥을 굴렀다. 쥬크는 거기에서 멈추지 않
고 다시 한번 몸을 움직여 솔져들을 다시 한 번 베어내었다. 몇 차례의 동작이 끝나
자 솔져들의 존재는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소멸과 함께 사라진 것이었다.
솔져들을 가볍게 처리한 쥬크는 이내 피아의 혈도를 풀어주었다.
"이제 말씀하셔도 괜찮을 겁니다."
"…아?"
피아는 조심스럽게 목소리를 내보았다. 죽어라고 외쳐도 목소리가 새어나가지 않았
던 조금 전이 꿈만 같이 여겨졌다. 그 때, 옆으로 다가온 세나가 피아의 어깨를 툭
툭 쳤다. 세나는 카인을 가리켰다.
"가보렴."
"아, 오빠."
피아는 급히 고개를 끄덕이며 카인을 향해 달려갔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쥬크는
피아에게 들리지 않도록 작은 목소리로 세나를 향해 물었다.
"괜찮으십니까, 그렇게 하셔도?"
"…예. 저보다는 저 아이가 카인 오빠게 차지하는 비중이 크니까요."
"과거의 망령을 저 여성 분에게서 찾는 것 뿐입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하이랜
더들에게서 자주 볼 수 있는 현상입니다만… 그 끝은 좋다고 할 수 없군요. 저도 그
런 산 증인이니까요."
"하지만 이제는 쥬얼이 있는걸요. 잘 되기를 빌고 싶습니다. 그나저나 감사하다는
인사가 늦었네요. 하이랜더, 우뢰의 가디언. 쥬벤다이크 플로시네 님."
세나는 어딘가 슬퍼보이는 미소를 띄며 쥬크를 바라보았다.
카인에게 다가간 피아는 카인을 바라보다가 문득 쥬크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아, 잠시 의식을 잃었지만, 깨우면 일어날겁니다."
그녀가 자신을 바라보는 이유를 정확히 집어낸 쥬크는 빙긋 웃어보였다. 피아는 밝
게 웃으며 그에게 고개를 꾸벅여보이고는 카인을 깨우기 시작했다.
"오빠… 카인 오빠? 일어나보세요. 저예요, 피아."
카인의 감겨진 눈이 힘겹게 떠졌다. 카인은 천천히 몸을 일으켜 피아를 바라보았다
. 그의 입이 천천히 열렸다.
"피아…."
"예, 저예요."
"…이번엔 무사했구나."
'이번엔…? 무슨 말씀이실까….'
잠깐 속으로 고민해보았지만, 피아는 그 해답을 찾아낼 수 없었다. 하지만 그에 대
해서 어떠한 말도 꺼내지 않았다. 카인은 피아를 천천히 끌어안았다.
"다행이야… 디나."
자신이 아닌 다른 이름을 카인이 중얼거리자 피아는 순간 흠칫했으나, 이내 스스로
를 달래며 미소지었다.
'괜찮아. 그 디나라는 사람을 대신하는 역할만을 할 수 있는 나라고 할 지라도.'
"아아앗…?"
그렇게 속으로 다짐하던 피아의 입에서 짧은 비명이 흘러나왔다. 카인이 다시금 눈
을 감더니 온 몸을 늘어뜨린 것이었다. 피아가 깨움으로서 잠시 정신이 들었다가 긴
장을 풀면서 다시 기절해버린 것이었다.
"일단은 리프레이컨으로 돌아가죠."
쥬크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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쥬얼의 공명이라는 것은 계속해서 일어나는 것이 아닙니다. 그 쥬얼의 소유자가 쥬
얼의 힘을 사용하면 공명이 발생하는 거지요. 그게 아니면, 쥬얼의 소유자가 일부러
공명을 시켜두면, 다른 쥬얼도 곧 공명을 일으킵니다.
소설 하나 추천해드리겠습니다. 나우누리에서 구할 수 있는 것. 바로 '리콜렉션'이
라는 글입니다. :) 가즈나이트와 이노센트의 작가이신 이경영 님의 신작이랍니다∼.
개인적으로 이경영 님의 팬인지라 ^^; 연재 장소는 Go 가즈 11, 1 에 가시면 있습니
다.
어제는 친구집에서 잤기 때문에 별로 글을 쓰지 못했습니다. 덕분에 한 편. ;;
이상, 스카이였습니다.
『SF & FANTASY (go SF)』 20436번
제 목:[하이랜더] The war of dragons - 022
올린이:스카이엘(박지훈 ) 01/04/23 22:16 읽음:274 E[7m관련자료 있음(TL)E[0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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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랜더 1st story
The war of Drag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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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족의 반란 세력과 퀴언, 라트가 손을 잡은 것이 확실하다고 생각한 일행-카인,
세나, 쥬크, 피아는 다시 아침이 밝은 지금, 이미 리프레이컨으로부터 벗어나 있었
다.
"그런데 왜 반란 세력과 아나트가 손을 잡았다고 생각하신 거예요?"
지난 밤에는 경황이 없었던 터라, 자세한 설명을 듣지 못했기에 세나는 쥬크에게
한 차례 질문을 던졌다.
"아나트의 기사 대장인 퀴언의 정체는 악마 대공(惡魔 大公), 퀴어스 페어보린드.
그리고 마법사 단장인 라트는 마룡 후작(魔龍 侯嚼), 트리언 라이셔트입니다. 그들
과 반란 세력이 손을 잡았을 확률은 상당히 높습니다. 어제 드래곤 나이트들이 여러
분을 공격했고, 그 장소를 아나트의 병력이 봉쇄하고 있었으니까요."
"…! 악마 대공과 마룡 후작?!"
그 정도라면 한명, 한명이 가디언 에이드인 카인과 비슷하거나 그보다도 강한 수준
이었다. 세나는 마음을 진정시키고 다른 것을 질문했다.
"그런데 쥬크 님은 왜 이런 곳에 오신 거죠?"
"…제가 하이랜더가 되었던 그 순간부터 시작되었던 여행이 끝나지 않았으니까요."
"악마왕(惡魔王), 아스타로트. 그의 직속 부하인 퀴어스가 있으니까 그에게서 아스
타로트의 정보를 캐내기 위해서 오신 겁니까?"
묵묵히 있던 카인이 불쑥 입을 열었다. 그의 말에 쥬크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예. 제가 살던 곳에는 고대로부터 전해져 내려오는 전설이 있습니다. 바로 사신전
설(四神傳說). 사실은 고대에 제가 살던 차원계에 강림하였던… 그러니까 제2차 신
계 대전이 일어나기 전에 있었던 다섯 대천사들의 업적을 전설화시킨 것입니다."
"사신인데 다섯 대천사라고요? 뭔가 이상한데요?"
"예. 사신이라는 네 마리 신수에 관한 신화가 이미 존재했기 때문에 대천사들이 그
신화를 이용한 것입니다. 덕분에 바람의 대천사는 사신을 도운 존재로 기록되어 있
습니다. 어쨌거나 그 다섯 대천사들이 맞서 싸운 이가 다름아닌 아스타로트입니다.
당시의 아스타로트는 암신계의 세력을 넓히기 위하여 차원계를 자신의 손아귀에 넣
으려고 했던거죠. 그것이 운 없게 광신계에 발견되어 다섯 대천사들이 파견된 것이
고."
쥬크는 말을 멈추고 잠시 호흡을 하다가 다시금 말을 이어나갔다.
"제 아무리 대천사라고는 하지만 악마왕을 소멸시키는 것 까지는 무리입니다. 그렇
기 때문에 고차원의 봉마 주문을 다단계적으로 걸어버려 아스타로트의 야망을 분쇄
시킨거죠. 하지만 봉인이라는 것이 본래 언젠가는 풀리는 법. 그렇기에 대천사들은
차원계를 떠나기 전에 다섯 명의 인간에게 자신들의 힘을 일부 물려주게 됩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지금으로부터 약 5천년 전. 쥬크는 제11대 사신 중에서도 우뢰
의 대천사의 힘을 이어받아 청룡(靑龍)의 직위를 갖게된과 동시에 청룡검을 얻는다.
쥬크와 네 명의 동료들은 아스타로트의 봉인을 유지하기 위하여 고군분투하지만, 이
미 아스타로트의 부하들은 대부분 부활하였고, 그 중에는 퀴어스마저 포함되어 있었
다. 이때까지만 해도 하이랜더와 신계의 관계는 적대적이었다. 그리고 이 때, 쥬크
는 하이랜더로서 각성하게 된다. 자신들의 힘을 하이랜더가 사용한다는 것에 불쾌감
을 느낀 대천사들은 어리석게도 그들의 힘을 회수하고 만다. 보통 인간보다 조금 강
한 네 명과 이제 막 각성한 하이랜더인 쥬크가 악마들을 상대로 싸울 수 있을리가
없었다. 급기야는 아스타로트가 완전히 힘을 되찾게 된다. 자신의 목숨보다도 소중
한 연인과 친구들을 잃어버리는 순간에도 하이랜더, 특유의 생명력으로 버티고 있던
쥬크는 차원계의 붕괴와 함께 절규한다. 그리고 운좋게 그 절규를 들은 마룡공, 루
트네씨오의 어마어마한 권능에 의해 목숨을 건지게 된다.
"마룡공, 루트네씨오!"
마룡은 드래곤과 적대 관계. 그렇기에 세나는 루트네씨오라는 이름에서 심한 거부
반응을 보였다. 쥬크는 그녀의 그런 반응에 엷게 미소지었다.
"주신을 제한다면, 전 차원계에서 가장 절대적인 힘을 가진 마룡공께서 무슨 생각
으로 저를 구하신건지는 모르겠습니다. 어쨌거나 저는 나름대로 힘을 기른 뒤, 아스
타로트와 대결을 벌였으나 두번의 공격도 버티지 못하고 쓰러지고, 이 때 또 다시
마룡공의 도움으로 목숨을 부지하였습니다."
"음. 하지만 제2차 신계 대전 이전의 대천사들이라면 전원 사망한 것으로 알고 있
습니다."
"예. 세나 님의 말씀대로 이미 그 대천사들은 당시의 죄를 물어 전원 사형당했습니
다. 그렇기에 저는 이제 제 추적의 대상을 아스타로트만으로 한정시킨 겁니다."
이야기를 들으며 담배를 한 대 꺼내 태우던 카인은 담배 연기를 내뱉으며 말했다.
"앞으로 어떡하실 겁니까?"
"흐음…. 동행하는 것은 어떻습니까? 용족의 문제도 도와야겠고, 어차피 저와 공동
의 적이 생긴 것이지 않습니까."
"그러죠."
동행이 결정되자 세나는 활짝 웃으면서 가볍게 손뼉을 한 번 쳤다.
"일단은 대륙을 좀 더 돌아다니도록 하죠. 이 인원으로 움직였다가는 용신계에 진
입하기도 전에 악마 대공과 마룡 후작에게 당할 지도 모르니까요. 일단은 레이젤 오
빠와도 합류하고."
그녀의 말에 쥬크는 자신의 기억 속에서 레이젤이라는 이름을 가진 자를 찾기 시작
했다. 머지 않아 그 이름을 기억해낸 쥬크는 세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레이젤이라면… 음, 물의 가디언 에이드 말씀이십니까?"
"예. 지금 이 차원계에 있으니까요."
"그 분이라면 남서쪽 방향에 있습니다. 거리는 상당히 먼 듯 합니다만."
"아… 아실 수 있나요?"
"물론입니다. 가디언이 된지도 8백년이 넘었는데 쥬얼의 공명을 느끼는 것 정도는
어렵지 않죠."
그 때, 잠자코 있던 피아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저기… 근데요. 용신계라는 곳에서 반란이 일어났다면, 하이랜더들이 나서서 도와
주면 금방 일이 처리되지 않나요? 드래곤과 하이랜더들은 친하다고 했잖아요?"
세나는 빙그레 웃으며 피아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렇게 쉽지만은 않아, 피아. 하이랜더들이 나서면 지금의 일은 쉽게 끝나겠지만,
양 종족에 전력적으로 큰 피해를 가져다줘. 그렇게 되면 마룡과 다크랜더들의 공격
에 무너질 수 있다는 얘기지. 신계에는 요청해도 별 도움도 안되겠고, 뭐."
이야기가 점점 없어지자 카인은 자리를 털고 일어섰다.
"남서쪽이라면 항구 도시가 있는 곳입니다. 일단은 그쪽으로 가봐야겠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