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장 : 망국의 왕자, 재회]
"수도에 있다는게 확실해?"
난 절대로 못믿는다라는 말투.
"어허, 날 못믿냐?"
짐짓 근엄한 목소리. 하지만 아레트는 그런 레이젤의 반응에 코웃음을 쳤다.
"당연하지. 차라리 저기서 기어다니는 개미에게 의견을 묻겠어."
"그럼 가서 물어봐."
레이젤이 눈을 가늘게 뜨며 말하자 아레트는 더더욱 매몰차게 말했다.
"하! 말이 그렇다는 거지, 정말 속이 좁네, 형은. 그래서야 사실이라도 믿기 힘들
잖아."
"아루나 누나랑 카인 녀석은 믿어줬어."
"하이고, 됐네요."
"되긴 뭐가! 자고로 사나이의 말은 천금과도 같은 거야. 알겠니, 꼬맹아?"
레이젤의 되지도 않는 언어적 공격을 막아내지 못한 아레트는 그를 외면하며 한숨
을 내쉬며, 친구인 에르만 쪽으로 가서 그와 걸었다. 아레트가 그런 반응을 보이자
레이젤은 자신들을 멍하니 바라보던 유스틴을 향해 윙크를 하며 멋지게 V를 그려보
였다. 유스틴은 그런 그의 행동에 멋쩍게 웃을 뿐이었다. 계속해서 아레트와 에르만
에게 장난을 걸면서 길을 가던 레이젤은 문득 움직임을 멈추었다. 그리고 자신과 힘
이 거의 동등한 유일한 일행인 유스틴을 바라보았다.
"내가 잘못 느낀게 아니지?"
"예. 저도 느꼈으니까요."
유스틴은 그렇게 말하며, 조용히 엔리멘탈을 들고 주변을 견제하기 시작했다. 레이
젤은 진지한 표정으로 눈을 감고 무언가를 느끼려고 노력하기 시작했다. 그런 행동
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 아레트와 에르만은 슬며시 불만이 쌓였다.
"뭐하는 거야?"
퉁명스럽게 아레트가 말하자 레이젤은 감았던 눈을 뜨며 짖굿게 미소를 지었다.
"우리가 이렇게 돌아다닌 것도 꽤나 오래됐어. 슬슬 군주들의 추격대가 붙어도 이
상하지… 아니, 없는게 이상하잖아? 헤헷…. 드래곤 나이트가 둘에 드래곤 솔져가
스물 여덟이다. 나와 유스틴이 드래곤 나이트를 상대하지."
그제서야 상황을 이해한 아레트와 에르만은 고개를 끄덕이며 각자 전투 자세를 취
했고, 레이젤은 자신도 검을 뽑고는 씨익 웃으며 외쳤다.
"자, 추적대 양반들. 이제 나오시지? 우린 준비 끝났으니까 비겁하다고 안할게."
레이젤의 말이 끝남과 함께 일행의 상공에서 30개체의 드래곤이 웅장한 자태를 드
러냈다. 프로즌 소드를 양 손으로 꾹 쥐고, 온 몸의 근육을 바싹 조인 레이젤은 트
레이드 마크인 장난기 어린 미소를 보였다.
"헤헤헤헷! 쇼 타임이야!!"
그의 뒤에서 에르만의 가벼운 항의가 들려왔다.
"싸우는데 뭐가 쇼 타임이란거야."
레이젤은 그의 목소리를 외면하며, 가볍게 땅을 박차고 뛰어올랐다. 그의 목표는
다른 드래곤보다 거대한 두 마리의 블루 드래곤 중 하나. 즉, 블루 드래곤 나이트였
다. 레이젤의 몸은 순식간에 드래곤 나이트의 바로 앞까지 도달했다.
"자, 간다! 먹어랏, 드래곤 나이트!"
레이젤은 길게 기합을 내지르며, 검을 세로로 휘둘렀다. 그에 의해 생성된 검기는
맹렬한 기세로 드래곤 나이트를 향해 날았다. 하지만 검기는 그 기세를 끝까지 살리
지 못하고 드래곤 나이트의 주변을 맴도는 구체가 쏘아낸 뇌전을 맞고 소멸했다. 그
구체를 보며 레이젤은 입꼬리를 비죽 올렸다.
"드라군 웨폰."
드래곤의 모습이기 때문에 구체로 있었지만, 트란과 페일트가 사용하던 검과 갑옷.
그것과 같은 것이었다.
<겁이 없구나. 내 이름은 블루 드래곤 나이트, 게류둠 코바이킨. 인간이여, 너의
이름은 무엇인가.>
자신을 향한 질문임을 알면서도 레이젤은 어깨를 으쓱하며, 능청을 떨었다.
"인간? 미안하지만 여기 인간은 없어. 드래곤이랑 하이 엘프랑 그리고…. 하이랜더
는 있지만. 크로스 플래쉬!"
빠르게 종과 횡으로 두번 휘둘러진 검을 따라 생겨난 십자형 검기가 게류둠의 드라
군 웨폰에 직격하였다. 드라군 웨폰은 직격했음에도 불구하고 흠 하나 나지 않았지
만, 애초에 레이젤의 목적은 웨폰의 움직임을 잠시 멈추는 것이었다.
"장난감은 옛날에 소매치기하면서부터 관심 없앴다! 브레이크Break!!"
레이젤의 외침과 함께 그의 왼손 주변의 물 분자들이 형상화되어 레이젤의 주먹을
중심으로 강한 회전을 일으켰다. 레이젤은 곧장 게류둠의 턱을 후려치고는 게류둠의
머리가 들려진 틈을 타, 파고들어서 목을 가격했다. 물의 초회전에 의해 맞은 부위
는 살점과 피가 튀기며 터져나갔다.
<크으으어어어어어―!!!>
"듣기 싫다, 마무… 으에에엑?"
다시 한 번, 목을 가격하려던 레이젤의 몸이 멈추었고, 두 눈은 둥그렇게 떠졌다.
어느새 게류둠은 비축해두었던 굵은 브레스를 쏘아내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레이
젤에게는 미처 그 공격을 피할 여유가 없었다.
쿠우우아아아아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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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추천입니다. '원피스'! 정말이지 재밌는 만화입니다. 스카이의 경우 1권에서
16권까지 모조리 구입했으며, 글 쓸때도 듣는 음악이 원피스 노래입니다. (대충 18
곡) 볼 수도 없으면서, 1화~5화까지 모두 CD로 구워뒀으며, 극장판도 있습니다. 그
리고 VGS와 원피스 게임도 CD로 있다는 ^^;; 올 하반기에 잘하면 투니버스에서 원피
스를 한다던데… 저희 집은 케이블을 안보는 관계로 친구가 녹화한 것을 보기로 한
상태입니다 ^^;
이상, 스카이였습니다.
『SF & FANTASY (go SF)』 20900번
제 목:[하이랜더] The war of dragons - 023
올린이:스카이엘(박지훈 ) 01/04/24 22:54 읽음:271 E[7m관련자료 있음(TL)E[0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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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랜더 1st story
The war of Drag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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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스를 직격으로 얻어맞은 레이젤은 그대로 근처의 암반에 쳐박혔다. 그의 몸과
암반이 심하게 충돌하자 암반의 일부가 굉음을 내며 무너져 내렸다. 턱과 목에 순식
간에 심한 상처를 받은 게류둠은 급히 마법으로 자신의 상처를 회복시켰다.
'보통이 아니다. 조금만 더 늦었어도 지금 나는 존재하지 않아.'
그런 생각을 하자 뒷골이 오싹해졌다. 이어서 한 차례의 전율이 몸을 휩쓸었다.
<그러고보니, 하이랜더라고 했던가…? 확인 사살이 필요하군.>
게류둠은 그렇게 중얼거리며 크게 숨을 들이켰다. 다시 한 번 브레스를 쓰려함이었
다. 그의 입가에 몰려드는 뇌전의 굵기는 좀 전에 쏘아냈던 것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을 정도였다.
<쿠우우오오!>
쿠구구구…콰과광!
게류둠의 강력한 브레스와 드라군 웨폰이 발사한 두 줄기의 빔이 적절하게 조화를
이루며 대기를 가로질렀다. 그것들은 곧 레이젤이 있을 암반에 강력한 충격을 안겨
주었고, 그 위력을 견디지 못한 암반은 결국 균열을 일으키더니 무너져내렸다. 충분
하다고 생각한 것인지 지쳐서인지 브레스의 위력이 점차 줄어들기 시작할 때.
"이런, 빌어먹을 녀석이!"
레이젤의 거친 목소리가 게류둠에게 들렸다. 레이젤은 프로즌 소드를 앞세우고 냉
기와 함께 이제는 위력이 완화되어있는 브레스를 가로지르며 날아올랐다.
<죽지 않았나? 어떻게 그 공격을 맞고도…!>
레이젤이 가디언 에이드가 아닌 일반 하이랜더인줄로만 알고 있는 게류둠에게 있어
서는 놀라운 일이었다. 게다가 이어서 무너져내린 암반 더미에 깔려서라도 죽었으리
라 생각한 게류둠이었던 것이다.
"걱정마라, 죽는 줄 알았으니까, 자식아! 칼륨? 이름이 칼륨이었냐? 이름도 마음에
안드네, 화학 기호 같은 거잖아!"
<남의 이름 정도는 제대로 불러라, 멍청아! 내 이름은 게류둠!>
불만을 토해내며 게류둠은 다시 한 번 브레스를 사용하기 위해 숨을 들이마셨다.
그리고 그 대류의 흐름을 타고 레이젤의 몸이 빠르게 게류둠에게로 근접해나갔다.
"그래, 나 멍청하다! 워터 크래쉬Water Crash!"
프로즌 소드의 주변에 물의 기둥이 치솟아올랐다. 그리고 그 물 기둥은 빠르게 회
전을 시작하였고, 곧 빠른 소용돌이를 이루었다. 레이젤의 공격 기술 중에서 물리적
인 파괴력이 두번째로 높은 기술이었다.
<……!!>
"먹어랏, 칼.륨!"
가아아앙!!!
소용돌이의 가속이 극점에 달하면서 프로즌 소드에서 기묘한 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리고 검이 게류둠의 몸을 향해 휘둘러졌다.
지이이이잉―.
주인의 몸을 지키기 위하여 게류둠의 드라군 웨폰이 나선을 그리며 빠르게 날아들
어 워터 크래쉬가 걸린 프로즌 소드에 부딪혔다. 하지만 드라군 웨폰은 그 힘을 이
겨내지 못하고 힘 없이 부서져버렸다. 잠시의 시간을 이용해 게류둠의 몸 주변에 녹
색의 배리어가 둘러졌다. 그것을 본 레이젤의 입가에 미소가 피어올랐다.
"소용 없다!"
레이젤은 양 손으로 검을 굳게 쥐고는 머리 위로 들어올린 다음 일직선으로 내리쳤
다.
콰아아아아앙―!!
거대한 폭발과 동시에 게류둠의 배리어가 깨어졌고, 검은 그대로 게류둠의 목을 베
어냈다. 단지 레이젤이 내려친 부분만이 아니라 거의 보통 사람의 3배가 넘는 부위
가 소용돌이에 휩쓸려 분쇄되어버렸다. 물론 게류둠의 육체는 곧 한 줄기 뇌전을 번
뜩이고는 사라져버렸다.
"이런… 너무 했나?"
다량의 기를 소모해버려 정신이 약간 어지러운 것을 느낀 레이젤은 고개를 저으며
스스로를 나무랐다. 레이젤은 주변을 두리번거려 반듯한 바위 하나를 찾아 그 위에
걸터앉았다.
"어라? 편한데? 헷, 좋은 자리를 찾았군."
레이젤은 피식, 웃으며 자켓의 주머니에서 담배를 한 대 꺼내들고서 입에 물었다.
사실 레이젤은 담배를 피우지 않았다. 그렇지만 800년이 넘도록 알아온 오랜 친구가
허구한날 입에 담배를 물고 다니자 그 영향을 받은 것이었다.
"그래도 거의 안펴. 아루나 누나가 싫어하거든."
대상을 알 수 없는 한 마디. 레이젤은 왠지 뻐근한 느낌이 드는 몸을 풀며 말했다.
"꼬마들을 도와줘야지. 힘들테니까, …어?"
타탓……즈팍! 콰콰콰콰콰콰쾅―!!
무언가가 빠른 속도로 다가와 레이젤의 옆에 잠시 착지했다가 다시 모습을 감추었
다. 그리고 그 직후, 강력한 구체들이 날아들어 레이젤의 주변을 박살내버렸다. 레
이젤은 당황스러운 기분을 가라앉히며 방금 일어난 일을 정리해 나갔다.
"그러니까 말을 하자마자 유스틴이 여기와서 다른 곳으로 튀었고, 곧장 마력탄이
내 옆을 박살낸거군…."
힘차게 말을 꺼낸 레이젤은 서서히 말을 흐리며 완전히 박살이 나버린 자신의 옆을
바라보았다.
"명당이 더럽혀졌군."
그의 말대로, 좀 전까지만 해도 꽤나 편안한 자리였던 곳이었지만 이제는 그런 인
상을 주지는 못하였다. 물론 그런 이유가 아니라도 이미 주변이 반파된 상태였기 때
문에 명당으로 불리울 리가 만무하지만 말이다. 문득 그런 생각을 해낸 레이젤은 가
만히 자신의 뒷머리를 긁적이다가 몸을 일으켜 아레트와 에르만이 싸우는 장소를 향
해 이동했다.
<크으… 도망 하나는 잘치는군, 엘프 주제에!!!>
정말이지 무능한 드래곤 나이트. 유스틴을 상대하고 있는 블루 드래곤 나이트, 리
키는 아직까지도 자신과 싸우는 존재가 일반 엘프가 아닌 하이 엘프라는 점을 간파
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 시점에서 이미 리키는 패한 것이나 다름 없었다.
리키로부터 뿜어지는 브레스와 쏟아지는 마력탄을 하이 엘프의 타고난 유연함으로
가볍게 피한 유스틴은 슬슬 끝을 내야겠다고 생각했다.
"이제 끝내겠습니다."
<웃기는 소리, 난 게류둠처럼 쉽게 끝나지 않는다.>
리키는 그렇게 말하며 대기의 원소들을 흡수하고, 온 몸의 마나를 응집시켜 최대의
브레스를 만들어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보다도 좀 더 빨리 유스틴의 집중이 시작
되었다.
정령. 그 자체가 바로 자연 현상을 이루는 존재들이며, 그 자체가 자연인 존재들.
이러한 정령을 부리는 힘을 정령술이라 하며, 그 힘을 지닌 자를 정령사라고 일컫는
다. 정령의 힘은 적어도 상급까지는 동급의 마법과 견줄만한 위력을 지닌다. 정령사
가 그 숫자가 적음에도 마법사보다 강하다고 알려진 이유는 바로 마법사가 상급 마
법을 익히는 것보다도 정령사가 상급 정령과 계약을 맺는 것이 빠르기 때문이다. 그
러나 정령과 마법의 힘이 동급인 것은 어디까지나 상급까지. 단계가 최상급이 된다
면, 마법의 힘은 정령과 비교할 것이 되지 못한다. 정령계에 존재할 때, 다섯 존재
가 모두 모이면 그들의 힘은 주신에 필적한다. 그리고 소환되어 나오는 경우에도 불
멸의 존재이며, 그 위력은 어마어마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최상급 정령-정령왕을
소환한다는 것은 거의 신기에 가까운 일이다. 정령사들이 정령왕을 소환한다면 대부
분은 소환이 아니라 그의 힘을 일부 빌린 것에 지나지 않는다. 실제로 오랜 세월동
안 정령왕이 소환된 것은 5천년 이내에 8백년 전의 포르트와 뮤즈. 이 두 존재 뿐이
었다.
지금의 유스틴의 실력으로는 그러한 정령왕의 자아를 불러낸다는 것은 무리였다.
하지만 혈통도 고급이고, 그 실력도 상급에 속하는 하이 엘프의 전사인 유스틴은 다
섯 정령왕의 힘을 빌리는 것은 가능할 정도로 대단한 자였다. 유스틴이 지금 빌리려
는 힘은 바로 바람의 정령왕, 진. 이유는 그 힘이 가장 빠르게 공격을 하기 때문이
다.
<쿠우우우오오오오오오오―!!>
리키의 입이 쩌억 벌어지면서 지금까지와는 비교할 수 없는 크기의 뇌전 덩어리가
쏟아져나왔다. 마음만 먹는다면 그 공격을 피해내고 역습을 가할 수 있는 실력을 갖
춘 유스틴이었지만, 그는 하이 엘프. 자연의 파괴를 막을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는
데 굳이 그렇게 할 생각이 들지 않았다. 유스틴은 능숙한 손놀림으로 엔리멘탈을 쥐
고서 시위를 먹였다.
"그대의 자격을 얻은 나, 하이 엘프, 유스틴이 청하노라. 지금 여기에 그대의 힘을
… 진!"
그리고 시위는 놓아졌다. 엔리멘탈로부터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의 속도로 한 줄기
의 돌풍이 날아갔다. 그 돌풍은 가볍게 리키의 브레스를 뚫고 날아가 리키의 입안에
명중되었다. 그리고 그 기세를 몰고 나가 리키의 몸 속을 완전히 헤집어 놓았다. 비
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리키의 몸이 뇌전을 번뜩이며 사라졌을 때야, 엔리멘탈은 공
기를 찢는 듯한 비명을 울리며 크게 퉁겼다. 인간계로 나온 이래, 처음으로 사용해
본 정령왕의 힘에 유스틴은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걱정했던 것 보다는 정령왕으로부
터 빌릴 수 있는 힘이 적지 않았다. 물론 정령계에서 사용하던 것보다는 훨씬 약했
으나, 일단은 이 정도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마친 레이젤의 도움으로 나머지 전
투도 정리되어 가고 있었다.
3월에 이른 지금에도 동쪽 대륙은 겨울이었다. 하지만 이제 곧 탄생의 계절인 봄이
다가옴을 말하듯, 날씨는 2월보다도 훨씬 따뜻해져 있다. 날짜는 8일. 카인 일행이
리프레이컨에서 탈출하고 7일 가량이 흐른 때였다. 레이젤의 기운을 느끼고서 남서
쪽의 항구 도시로 목적지를 잡은 일행이 지금 있는 위치는 리프레이컨과 항구 도시
의 가운데 쯤에 위치하고 있는 이름없는 평원이었다. 얼마 전, 내린 눈으로 평원은
온통 하얗게 변해 있었고, 차가운 바람이 시도때도 없이 불어닥쳤지만, 카인의 힘으
로 일행은 별다른 추위를 느끼지 못하였다. 한가롭게 점심 식사를 끝내고 휴식을 겸
하여 티 타임을 지니고 있는 그들이었다. 그리 춥지는 않았지만, 기분만은 따뜻해지
는 느낌이었다.
"어… 저게 뭐죠?"
문득 피아가 말했다. 대낮의 술은 일행 모두가 말렸기에 아무 것도 마시지 않고 오
직 담배만 피우고 있던 카인은 피아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녀의 눈동자가 향하고
있는 쪽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지평선 너머에서 한 무리의 인마가 달려오고 있는
것이 보였다. 눈이 쌓여 있었기 때문에 흙먼지가 날리진 않았다. 잠시 안력을 돋구
어 그들을 바라본 카인은 이내 담배를 다시 입에 물었다.
"아나트의 기사단이 1천. 쫓기는 저항군이 1백명."
"아나트 저항군이라면 드워프 마을에서 보았던 분들이 아닌가요?"
피아의 새로운 궁금증은 세나가 풀어주었다.
"그들은 아닐꺼야. 루리시스 평원으로 저항군이 집결했다고 했는데, 드워프 마을과
루리시스 평원의 이동 루트에 이 길은 절대로 포함되지 않으니까. 아마 집결을 위해
이동하다가 발각되어서 쫓기는 것이 아닐까?"
과연 세나의 말대로 루리시스 평원은 현재의 장소보다도 훨씬 남쪽에 위치하고 있
는 곳이었다. 그들이 집결하자마자 전쟁을 시작했다고 하더라도 이 곳까지 올라왔을
리는 만무했기에 세나의 추리는 그런대로 신뢰성이 높았다. 카인은 담배를 손가락으
로 튀겼다. 담배는 호를 그리며 날아가 눈 밭에 묻혀 그대로 그 불꽃을 꺼뜨렸다.
"돕지. 아나트는 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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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곧 시험 기간이군요. 헤요….
이상, 스카이였습니다.
『SF & FANTASY (go SF)』 21088번
제 목:[하이랜더] The war of dragons - 024
올린이:스카이엘(박지훈 ) 01/04/25 23:57 읽음:271 E[7m관련자료 있음(TL)E[0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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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랜더 1st story
The war of Drag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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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겠지요."
지금까지 침묵으로 사태를 일관하던 쥬크는 몸을 일으켰다. 조끼의 주머니에 들어
있는 손수건으로 가볍게 입을 닦은 쥬크는 손수건을 접어서 넣었다. 그가 곧 일어날
전투에 대비하자 카인과 세나도 그를 따랐다. 물론 피아는 그 준비 대신에 일행들을
대신하여 흩어진 짐들을 회수하고 있었다.
아나트 저항군에는 두 기둥이 존재한다. 과거부터 소국 연합 헬레인의 중심 국가였
던 레인의 정통 후계자 레시트 레인이 타고난 카리스마로 저항군의 정신적인 지주가
되었다. 그리고 저항군의 기사 대장인 카이르가 또 다른 지주가 되었다.
카이르는 본래 평민 기술자의 집안이었다. 그의 아버지는 솜씨좋은 대장장이였기에
그로부터 다양한 검에 대한 지식을 쌓았다. 그리고 혼자서 틈틈히 체력 단련을 겸하
여 검을 휘둘렀다. 그러던 어느 날, 자신의 무기를 구하기 위하여 대장간들을 돌아
다니던 당시의 기사 대장, 로펜도가 그의 집을 찾았고, 우연히 카이르의 연습 장면
을 보게 된다. 본 시간은 짧았지만, 로펜도는 그의 검술에 대한 재능을 꿰뚫어 보고
그를 직접 지도하게 된다. 물론 이 과정에서 카이르는 여러 기사들의 시기를 받았으
나, 검을 배운지 6개월. 그러니까 그의 나이, 17세에 레인의 견습 기사와 맞붙어 가
볍게 승리를 해내어 그의 이름을 널리 떨치게 된다. 게다가 20세에 소국 연합 주최
의 무술 대회에서 당당히 우승을 거머쥐어 최연소 기사가 되는 것에 성공하였다. 그
리고 그가 38세가 되던 해에 그는 역사상 최초의 평민 출신 기사 대장이 되었다. 양
대륙을 통틀어서도 전례가 없었던 일. 그것은 병으로 세상을 뜬 로펜도의 유언도 있
었지만, 대륙 5강 중 한 명인 그의 실력이 인정을 받은 것도 있었다. 지금 카이르는
1백기의 기사단을 이끌고 있었다. 레시트의 전갈을 받고 그와 합류하기 위하여 이동
하던 중, 그의 군대는 아나트의 군대와 맞붙게 된다. 뛰어난 용병술과 실력으로 아
나트 군대의 포위망을 뚫어 대다수의 군대를 루리시스 평원에 보내는 데에 성공하지
만, 정작 카이르 자신과 그의 정예 부대는 포위당하는 신세가 되었다. 그리고 지금,
아나트의 포위망을 뚫고 도주하고 있는 것이었다.
"대장님, 전방에 민간인입니다! 모험가로 보입니다만."
가장 앞에서 들려오는 외침. 그리고 이어서 그 숫자가 넷이라는 말이 들려오자 카
이르는 결정을 내렸다.
"잠시 멈추어 그들에게 사태를 전한 뒤, 계속하여 달린다."
"예!"
이구동성으로 1백의 기사가 외쳤다. 카이르는 자신과 속도를 맞추어 달리고 있는
자신의 부관, 시론에게 말했다.
"전하와의 합류 예상 지점까지의 시간은?"
"넉넉잡아 한 시간은 걸릴 것으로 보입니다."
"한 시간? 말이 버티지 못할텐데!"
카이르는 이를 악물었다. 잠시 후, 좀 전에 보고 받았던 대로 모험가 네 명이 보이
자 카이르는 잠시 말고삐를 당겼다. 그가 멈추어서자 다른 기사들도 일제히 말 고삐
를 당겼다. 그들이 멈춘 사이에도 아나트의 기사단은 계속해서 말을 달려왔다.
"피하십시오. 지금 뒷 쪽에 아나트의 기사단, 1천기가 오고 있습니다."
카이르의 경고에 카인은 다른 질문을 했다.
"레시트 전하는?"
"전하를 아십니까?"
레시트의 이름이 나오자 흥미가 생긴 듯, 카이르가 말했다. 이야기가 길어지려는
낌새가 보이자 시론이 카이르를 말렸다.
"대장님, 더 이상의 지체는 추격을 당하는 원인을 제공합니다!"
"알겠다. 당신들, 어쨌거나 피하는 것이 좋을겁니다."
"싸우는 것이 좋지 않겠습니까?"
쥬크가 나서서 말했다. 카이르는 그들의 말을 한 귀로 흘려버리지 못하는 자신을
속으로 질책했다. 하지만 실제로 그들의 말은 그냥 넘기기 힘든 무언가가 있었다.
"숫자를 보고 말씀하십시오. 1:10의 비율이란 말입니다."
쥬크는 고개를 저으며 카이르들이 달리는 방향으로 손을 뻗었다.
"아니죠. 보십시오, 저 먼지 바람. 그리고 대지의 울림. 무엇이라 생각되십니까?
당신들을 구하기 위해서 달려오는 저항군의 구원군입니다. 저희 쪽의 마법사분께서
확인한 사실입니다. 그리고 피하라고 해도 말도 없는 우리들이 얼마나 달아나겠습니
까?"
물론 마법사인 세나가 그것을 확인했다는 것은 거짓말이다. 카인과 쥬크가 안력을
돋구어 그 사실을 확인했기 때문에 그리 문제될 것은 없었지만. 카이르는 더 이상
고민할 수 없었다. 이미 아나트의 기사단은 너무 근접해 있었다.
"시론, 구명탄을 쏘아라. 이미 오고 있다고는 하지만, 사태의 심각성을 알려서 나
쁠 것은 없겠지. 그리고 나머지는 모두 자세를 취한다!"
"대장, 지금이라도 후퇴하는 것이 좋습니다! 구원군이 올때까지 버틸 수 있을지도
모르는 상황입니다."
그 때, 이미 카인들은 전투를 시작했다. 카이르와 기사들은 카인과 쥬크, 세나가
펼치는 전투 장면에 넋을 잃었다. 그들 개개인의 실력은 거의 카이르와 동급이었다.
물론 그들의 진짜 실력은 카이르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만큼 대단했지만, 일단은 이
목이 많았기에 그들은 스스로 힘을 자제하고 있었다. 피아도 그러한 사실을 알고 있
었기 때문에 군말없이 입을 다물고 있었다. 카이르의 입이 열렸다.
"우리끼리 살고자 후퇴할 것인가, 저들을 도와 구원군의 도움을 받아 적을 섬멸할
것인가? 나는 답을 말하지 않겠다. 다만, 한 마디. 우리들은 기사라고 말하겠다."
기사들은 동시에 거수 경례를 붙였다. 그 중에서도 대표로 시론이 말했다.
"기사가 상관의 명을 어기는 때는 자신의 레이디를 위할 때만입니다. 명령을 따르
겠습니다."
"좋아, 간다!"
기사들의 힘찬 구호 소리가 터져나왔다. 그리고 그들은 일제히 말을 돌려 아나트
기사단에게 역으로 돌격을 시작했다. 그 사이, 시론은 구명탄을 쏘아올렸다. 시선을
돌려 그 모습을 바라본 쥬크의 입가에 살짝 미소가 어렸다.
"아나트 저항군이라. 아무래도 한 번 이 세계의 역사를 뒤엎겠는걸요?"
"그 리더인 레시트 레인을 보시면 확신하실겁니다."
"카인 님께서 그런 말씀을 하시다니, 한번 보고 싶군요."
씨이이유우우웅― 펑!
그 때, 하늘 위로 솟아오르는 한 줄기의 빛. 작은 폭발음과 함께 그 빛 줄기는 붉
은색의 섬광을 크게 떨쳤다. 구명탄이었다. 세나가 말했다.
"섬광탄을 쏘아냈으니, 예상보다도 빨리 구원 부대가 도착할 것 같아요. 저희들은
지금 이 정도의 활약만 하여도 충분하겠군요."
레시트는 자신의 말에 살짝 기대어 팔짱을 끼고 있었다. 왕족이 취할만한 포즈는
아니었지만, 전시에는 상관 없었다. 더군다나 그는 망국의 왕자이다.
"늦군."
가벼운 한숨과 함께 레시트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원래대로라면 지금쯤 카이르와
합류하여 본대가 있는 루리시스 평원으로 향하고 있어야 했다. 그 때, 그의 옆에 서
서 레시트를 보좌하고 있던 중앙 기사단 제1사단장, 루벤이 그를 불렀다.
"전하."
"무슨 일인가?"
루벤의 손은 하늘을 향하고 있었다. 레시트는 하늘을 바라보았다. 그의 눈에 들어
온 것은 붉은 하늘. 정확히는 붉은색의 섬광탄이 하늘을 물들인 장면이었다.
"…구명탄? 틀림없이 저 방향은 카이르 경이 있을 장소인데? 일이 틀린건가… 전원
, 나를 따른다."
"예!"
레시트는 루벤을 비롯한 500여기의 기사단을 이끌고 구명탄이 쏘아진 장소를 향하
여 말을 달렸다. 500기의 말이 동시에 대지를 울리자 쌓여있는 눈발이 거칠게 사방
으로 흩어졌다. 잠시 동안 말을 달리자 레시트의 시야에 아나트 군과 저항군의 전투
장면이 들어왔다. 레시트는 허리에 단단히 채워져 있는 자신의 검을 바라보았다. 드
워프들이 우정의 증표로 건내준 명검 중의 명검, 라이팅 소드. 레시트의 손길에 따
라 검집에서 벗어난 검은 태양빛을 그대로 머금어 그 빛을 스스로 발하기 시작하였
다.
"동료들은 구한다!"
"와아아아!"
기사들이 일제히 랜스를 손에 쥐었다. 최초의 돌격에는 랜스를 사용하는 법이다.
레시트, 자신은 돌격에 합류하지 않기 때문에 검을 뽑아들고 그들을 지휘했다. 말을
몰아가던 중, 레시트에게 흑발의 여성이 보였다. 레시트는 드워프 마을에서 보았던
피아를 기억하고 있었다.
"피아 양?"
설마, 하는 생각이 들었다. 레시트는 반신반의하며 전장으로 시선을 돌렸다. 역시
나 그 곳에는 카인과 세나가 있었다. 그리고 그와 함께, 최초의 돌격이 멈추었다.
이제부터는 난전이 있을 뿐. 둘에게 인사를 하려 했지만, 레시트는 그러한 지금의
상황과 자신의 신분을 충분히 자각하고 있었다.
"전하!"
"아, 카이르 경. 괜찮은건가?"
"예, 전하."
카이르는 레시트를 보며 엷게 미소지었다.
"다행이군. 그럼 할 이야기는 전투가 끝난 뒤로 미루도록 하지."
레시트는 그리고 난 후, 다시 기사들을 지휘해나갔다. 카이르는 원군의 도착을 새
삼 느꼈다. 검이 하늘로 솟아오른다.
"아나트의 지휘자는 누구인가! 아나트 저항군의 기사 대장, 카이르가 검을 맞춰 주
겠다!"
동쪽 대륙만의 비유적인 표현으로 검을 맞춘다는 것은 일종의 결투 신청을 의미한
다. 어느 결투에서나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명예를 걸고 청하는 기사간의 결투에서
만 가능한 말이었다. 물론 자신의 신념과 명예를 걸고 하는 결투에는 종종 기사들이
아니라도 이러한 표현을 쓰곤 하는데, 그것은 그 결투를 향한 자신의 의지를 드러내
기도 한다. 어쨌거나 곧 대답이 나왔다.
"아나트 제8기사 단장, 크리슨. 그대와 검을 맞출 자의 이름이다!"
다른 기사들보다도 화려한 망토를 두른 아나트의 기사가 카이르를 향하여 말을 달
려왔다. 카이르는 그를 향해 말고삐를 돌렸다.
"아나트의 기사 단장과 검을 맞추게 되어 영광이군. 검을 맞춰주는 자에 대한 예의
로 첫 수는 양보하지!"
"후회가 없기를 바란다, 그럼 대륙 5강이라는 명성의 실체를 파헤쳐 볼까!"
크리슨의 체중이 실린 찌르기가 빠르게 카이르를 노리고 날아들었다. 몸을 살짝 옆
으로 젖혀 공격을 피해낸 카이르는 역으로 검을 찔러넣었다. 하지만 크리슨도 명색
이 기사 단장. 곧 자신의 두터온 건틀릿으로 카이르의 검을 막아내었다. 둘 다 첫
수가 실패로 돌아가자 말을 뒤로 물렸다. 잠시 간의 대치 상태. 둘의 신경전이 알게
모르게 극에 달했을 무렵, 카이르가 웃어 보였다.
"대륙 5강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게 다 이유가 있다는 것을 보여드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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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륙 5강 : 양 대륙을 통틀어 가장 강한 인간 다섯 명을 칭하는 말.
아나트 저항군의 기사 대장 - 카이르
야니키어의 성기사 단장 - 버닐
현자의 탑의 대현자 - 레스톤
라페스 공국의 대공 - 시렌
용병단 디스트럭션의 대장 - 라이닐
이상입니다.
이상, 스카이였습니다.
『SF & FANTASY (go SF)』 21351번
제 목:[하이랜더] The war of dragons - 025
올린이:스카이엘(박지훈 ) 01/04/27 22:49 읽음:266 E[7m관련자료 있음(TL)E[0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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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랜더 1st story
The war of Drag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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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카이르는 검을 고쳐잡았다. 이윽고 검에 맺히는 은빛의 검기. 그 검기를 본
크리슨은 크게 놀랐다.
검기는 그 색과 현상에 따라 분류된다. 가장 초보적일때는 옅은 하늘색을 띄지만,
사용자의 실력이 높을수록 그 색은 은빛을 띄게 된다. 그리고 그 윗 단계로 넘어가
게 되면 검기의 색이 현저하게 변한다. 자신이 타고난 속성의 색으로 검기가 변하는
것이다. 즉, 화염은 붉은색. 빙한은 백색. 우뢰는 청색. 대지는 녹색. 폭풍은 금색.
그 단계를 초월하면 그제서야 자신의 속성이 형상화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정도의
경지에 오르는 존재는 검술이 비약적으로 발달하는 검술계라 해도 인간들 사이에서
쉽게 찾을 수 없다. 대부분이 하이랜더와 다크랜더. 아니면 천사, 악마, 하이 엘프,
다크 엘프, 드래곤, 마룡인 것이다. 이 곳, 검술계Ix에서는 은빛 이상의 검기를 지
닌 인간은 존재하지 않았다.
"너무 놀라는 것 아니오? 적어도 이 정도는 되니까 대륙 5강이라는 거지. 하아!"
카이르의 공격이 시작되었다. 조금 전의 상황이었다면 크리슨이 그를 받아쳤겠지만
, 이제는 상황이 변하였다. 자신도 조금은 검기를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검기의 파
괴력은 누구 못지 않게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피하는 것이 계속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크리슨이 피할 수 없도록 몰아넣은 카이르는 묘한 각도로 검을 쳐올렸다.
어쩔 수 없이 크리슨은 왼쪽 팔뚝에 부착된 방패를 이용해 카이르의 검을 막아내었
다. 아니, 막아내려 했다. 하지만 카이르의 검은 그 방패를 가볍게 잘라버렸고, 오
히려 크리슨의 팔뚝까지도 베어버렸다. 상황이 이렇게까지 몰리자 크리슨도 가만히
있을 수 만은 없었다.
"빌어먹을!"
거친 소리와 함께 크리슨의 검에도 검기가 맺혔다. 하지만 그것은 미약한 푸른색의
검기. 은은한 은빛의 카이르의 그것과는 감히 비교할 수 없었다.
"하아아앗!"
둘은 동시에 기합을 지르며 서로를 스쳐지나갔다. 쩌어엉, 하는 소리가 주변의 대
기마저 진동시켰다. 그리고 금속음과 함께 크리슨의 검이 두부처럼 깨끗하게 베어져
나갔다. 그리고 크리슨의 목도 잘려나갔다.
"단장님!!"
말에서 굴러떨어지는 크리슨을 향하여 아나트의 기사들이 애처롭게 외쳤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크리슨이 잘린 자신의 목을 붙이고서 걱정하지 말라고 격려해줄 수는
없었다. 인간은 생각보다도 쉽게 죽는 존재였다.
"나, 카이르 루벤티스. 적의 지휘자와 검을 맞추어 그의 검을 넘겼음을 알린다!"
이것도 역시 동쪽 대륙에서 사용되는 비유적 표현 중 하나였다. 내용인 즉, 카이르
가 자신의 승리를 알리는 것이었다. 그의 외침을 따라서 저항군 기사들의 환호가 뒤
따랐다.
아무리 오합지졸의 군대라고 하여도 지휘관이 있고 없고의 차이는 무척 크다. 따라
서 적편의 지휘관을 먼저 제거하는 것은 훌륭한 병법 중의 하나였다. 특히 그 효과
는 기사단이 적일 경우에 빛을 발한다. 기사들이 상관에 대해 가지는 충성심과 신뢰
는 거의 절대적이기 때문이다. 승부는 결정났다. 그 사실은 쓰러져나가는 아나트의
기사들이 증명해주고 있었다.
전투가 있은 날의 밤. 카인 일행은 레시트의 부탁으로 저항군과 함께 야영을 하고
있었다. 그들이 천막과 식사도 제공해주었기 때문에 일행으로서는 손해볼 일도 없었
다. 레시트의 막사에는 레시트와 카이르. 카인과 쥬크, 세나가 있었다. 피아는 먼저
잠이 든 후였다. 임시 테이블에서 낮의 전투에 관한 서류 정리를 끝낸 레시트는 활
짝 웃었다.
"어서 오십시오. 낮의 전투는 여러분의 활약 덕분에 많은 희생을 줄일 수 있었습니
다. 감사합니다."
"아니오, 과찬이십니다."
일행의 최연장자인 쥬크가 일행을 대표하여 공손히 말했다. 레시트는 여전히 웃으
면서 말했다.
"그런데 부탁하고 싶은 일이 있으시다구요?"
"예. 저항군에 참여하고 싶습니다."
"저항군에 말입니까? 어째서입니까?"
"저항군에 참여하는 것에 조건이 필요한가요?"
"물론 그런 것은 아닙니다. 아니, 여러분들 같이 뛰어난 실력의 보유자라면 저희들
이 오히려 부탁을 해야겠지요. 하지만 여러분들이 저항군에 드실 이유가…."
그 질문에는 쥬크가 아닌 세나가 대꾸했다.
"솔직히 말씀드릴게요. 저희들은 아나트에 쫓기는 몸입니다. 즉, 아나트와는 적대
관계라는 거지요. 쫓기는 이유는 묻지 말아주셨으면 해요."
그녀의 말이 끝나자 레시트는 고개를 끄덕이며 카이르를 바라보았다.
"카이르. 이 분들의 부대 배치를 어떻게 하면 좋겠는가?"
"일단은 부대의 배치를 하지 않은 상태로 몇 번의 전투를 치루어 병사들과 기사들
에게 이 분들의 강함을 인식시켜야 합니다. 이 분들의 실력은 저보다 뛰어나면 뛰어
났지, 결코 하수가 아닙니다. 하지만 아직은 신입이기 때문에… 조만간 부대의 재배
치를 할테니까 그 때 결정하는 게 좋겠습니다."
자신의 의견을 밝힌 카이르는 일행의 눈치를 한 번 보았다. 다행히 일행은 그의 의
견에 별 다른 견해가 없는 모양이었다. 그렇게 일행은 저항군에 편입되었다. 레시트
의 막사를 벗어나 자신들의 막사로 걸어가던 중, 카인이 문득 입을 열었다.
"제대로 한 것일까요."
"이미 우리들의 적은 인간계에 깊숙히 개입하였습니다. 그를 처리하기 위해서는 어
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나 할까요. 어쨌거나 이렇게 된 이상, 저항군이 아나트를 이
기도록 해보죠."
쥬크는 엷은 웃음을 띄어보였다.
3만 대 15만. 이것이 아나트 저항군과 아나트의 총 병력의 숫자였다. 두 병력의 정
면 충돌은 셈을 못하는 이라도 아나트가 승리하리라고 예상할 수 있다. 하지만 이에
는 여러가지의 변수가 작용하고 있었다.
첫번째로 성지와의 전쟁. 아나트의 총 병력 중에서 무려 10만이 성지와의 전쟁에
투입된 상태로 저항군을 제압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던 것이다.
두번째로 주요 도시의 수비를 위해 빠지는 병력이 1만.
덕분에 저항군이 상대해야하는 숫자는 4만에 불과하였다. 하지만 그 반면, 저항군
에도 여러가지 불안 요소가 있었다.
먼저, 영토가 없었다. 지금까지는 망국의 남은 유물과 지지 시민들의 성금으로 어
찌어찌해왔으나, 본격적인 전쟁이 시작된다면 어림 없었다. 하지만 이 문제는 쉽게
해결되었다. 무기는 대륙 각지의 드워프 마을에서 전격 지원하기로 약속을 했으며,
자금은 아나트로부터 탈취한 지역의 공금을 사용하기로 한 것이었다.
4월 3일. 레시트와 카이르는 무사히 루리시스 평원으로 집결할 수 있었다. 앞으로
있을 본격적인 전쟁을 위하여 나라 별로 나뉘어져 위계 질서가 엉망인 군대가 새로
이 재배치 되었고 간부들도 재편성되었다. 그리고 기사단이 재편성되었다. 나뉘어진
기사단은 보통 나누는 대로 셋이었다. 흔히 기사단이라고 불리우는 중앙 기사단. 국
왕의 친위 기사단. 그리고 독특한 명칭을 부여받는 정예 기사단. 이 세 기사단의 배
치되는 기사들의 수나 전력은 별반 다르지 않았으나, 그 역할이 달랐다.
중앙 기사단은 일반적인 전투에. 친위 기사단은 국왕의 명령에 의해서만 움직였으
며, 정예 기사단은 여러가지 특수 임무에 투입되었다. 그리고 친위 기사단과 정예
기사단은 단장이 이끌었으며, 그 위인 기사 대장은 중앙 기사단을 이끈다.
어쨌거나 저항군의 위계 질서가 잡힌 후, 첫번째 간부 회의는 그 명칭의 결정을 위
하여 열리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