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5장 : 탄생, 레인 나이츠Rain Knights] (6/15)

                    [5장 : 탄생, 레인 나이츠Rain Knights]

 "경들의 의견을 말해보시오."

 간부 회의 막사.  중앙에 앉아있는 레시트는 왼쪽의 마법사들과 오른쪽의 기사들을

번갈아보며 말했다.

 "역시 나라를 수복하겠다는 희망을 담아 드림 나이츠Dream Knights로 하는 것이 좋

다고 봅니다."

 마스터 마법사, 레퍼슨 올리오트가 의견을 제시했다.

 마스터 마법사라면 상당히 높은 직위였다. 여섯 등급으로 나뉘는 마법사들  중에서

도 세번째로 높은 직위. 최고위 마법 중 하나를 사용할 줄 안다는 이야기였다. 최고

위 마법을 하나 더 터득하면, 현자의 칭호를 받고 그 중에서 가장 뛰어난 자는 대현

자로 추대받게 된다. 아무튼 마스터는 아무나 될 수 있는 것이 아닌 고위 직업으로,

기사와 비교하자면 기사 대장에 속하는 높은 자리였다.

 하지만 그의 의견은 국왕 친위대의 단장, 레오트 글레시안에 의해 간단히 깨져나갔

다.

 "꿈의 기사단? 나라를 되찾는 것은 꿈에 불과하다, 라는 뜻으로 해석되면 어쩌시려

구요. 차라리 드래곤 나이츠Dragon Knight가 좋겠습니다."

 그의 의견에는 쥬크가 이의를 제기했다. 쥬크는 레시트의 부름에 의해 소속이 없음

에도 간부 회의에 참석해 있었다.

 "그것은 너무 추상적입니다. 그렇게 멀리서 찾을 필요가 굳이 있을까요?"

 물론 쥬크가 이의를 제기한 것은 자신들의 적이 드래곤이기 때문.

 "무슨 좋은 의견이라도 있소, 쥬크 경?"

 일행이 저항군에 들어오면서 어쩔 수 없이 그들에게 말을 놓게 된 레시트였다.

 "아나트와의 전쟁에서 승리한다면… 아니, 승리한 후의 나라는 레시트 전하를 국왕

으로 한 레인이라는 이름의 나라가 되겠지요. 소국 연합 중에서 레시트 전하만이 유

일한 왕족의 생존자이시며,  지금도 리더이시니까요. 이 사실은 여기 계시는 분들은

모두 아시겠지요."

 당연한 말이었기 때문에, 간부들은 모두 긍정을 표했다.

 "그렇다면 레인 나이츠Rain Knights는 어떤가요? 곧 탄생하게 될 나라의 명성을 높

이든데도 효과가 있습니다만?"

 "비의… 기사? 해석은 좀 그렇지만, 의도 자체는 꽤나 좋군."

 좀 전까지 으르렁 대고만 있던 마법사들과 기사들도 고개를 끄덕이며 찬성을  표하

였다.

 "그럼 정예 기사단의 명칭은 레인 나이츠로 하겠다. 그럼 다음 의제."

 레시트의 말에 카이르가 일어서서 서류를 한장 넘겨 읽었다.

 "레인 나이츠의 단장의 결정해야 합니다."

 모두의 시선이 일제히 한 곳으로 모였고,  거기에는 쥬크가 있었다. 쥬크는 자신이

왜 이자리에 불려왔는지 깨달았다.

 "쥬크 경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찬성합니다."

 "제 생각도 같습니다."

 쥬크 몰래 이미 짜여진 것이었다. 쥬크는 고개를 저으며 거절했다.

 "아닙니다. 아직 저항군에 들어온지 얼마 되지도 않은 제가 어찌 그런 중직을 함부

로 맡겠습니까?"

 하지만 막사 내의 분위기는 전혀 변하지 않았다.  쥬크는 이 현실을 벗어날 방법이

없다는 사실을 수긍해야만 했다.

 "알겠습니다. 단, 하나의 조건이 있습니다만."

 "조건? 말해보게."

 "제 부관과 부단장은 제가 뽑을수 있도록 해주십시오."

 부관은 세나, 부단장은 카인. 듣지 않아도 훤히 알 수 있는 내용이었다.  레시트는

흔쾌히 그를 허락해주었다. 더 이상 막사 내의 분위기는 장난스럽지 않았다. 그들은

제대로 된 간부 회의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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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쪽 대륙은 추위가 오래갑니다. 3월에도 눈이 내린답니다.

 blue달 님. 메일 보내주셔서 감사합니다, ㅠ_-.

        이상, 스카이였습니다.

『SF & FANTASY (go SF)』 21601번

 제  목:[하이랜더] The war of dragons - 026                         

 올린이:스카이엘(박지훈  )    01/04/29 10:43    읽음:267 E[7m관련자료 있음(TL)E[0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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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이랜더 1st story

                       The war of Drag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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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쥬크는 간부 회의에 불려가 있다. 카인은 말 없이 담배를 한 대 물고서, 경치 좋은

밤 하늘을 올려다 보고 있다.  그리고 세나는 피아에게 마법 수련을 시켜주고 있다.

한 달. 길지 않은 시간동안 일행 중 가장 변한 것은 역시 피아였다.  먼저 외모부터

남아있던 어린 모습을 완전히 벗어나서 숙녀로 변하였다.  특히 마법에 있어서는 일

반인… 아니,  어지간한 재능을 가진 이들도 놀랄 정도로 급속히 실력이  성장했다.

그녀가 쓸 수 있는 최고 마법은 이미 상급 마법. 현자의 탑에 등록을 하지 못하였기

때문에, 정식으로 작위는 받지 못하였으나 고위 마법사 급이었던 것이다.

 "다녀왔습니다."

 조용한 시간은 쥬크의 등장과 함께 무너졌다. 밖에서 담배를 피우던 카인은 쥬크가

돌아오자 따라서 막사로 들어섰고, 세나와 피아도 마법 수련을 정지했다.

 쥬크는 일행이 모두 모이자 간부 회의에서 있었던 일들을 이야기했다. 군대의 재편

성과 레인 나이츠의 탄생. 자신의 직위와 카인과 세나의 직위에 관해서.

 "이렇게 되었습니다. 따라 주시겠습니까?"

 "…선택권은 없으니."

 카인은 지나가는 듯한 말투로 중얼거렸다. 그 반면에 세나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쥬크는 간부 회의에서 받아온 지도를 테이블에 좍 펼쳤다. 그리고는 밖으

로 나가서 짧막한 나무 막대기를 하나 들고 왔다.

 "그럼 간부 회의에서 있었던 작전들에 의해서 설명하겠습니다."

 그 말과 함께 카인은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렸다. 어릴 때부터 그런 쪽에는 신경을

쓸 틈이 없었고, 지금도 별로 관심이 있진 않은 내용이었다.  그러나 세나는 지도를

바라보며 쥬크의 말을 열심히 듣기 시작했다.  한참 쥬크의  말을 듣고 있던 세나는

순간, 자기도 모르게 소리를 쳤다.

 "예에?! 아니, 그런…! 안그래도 숫자부터 밀리는데 그렇게 하는건 너무 큰 위험을

부담하는 거잖아요?"

 "걱정 마세요.  이 작전은 많은 기사분들과 마법사분들이 제시한 다양한 작전 중에

서 하나일 뿐입니다. 정확한 결정은 이틀 후에 다시 열리는 간부 회의에서 결정되겠

지요."

 "좋아요. 저도 따라 가겠어요, 부관의 명목으로."

 세나가 흥분하는 것은 그리 자주 볼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카인은 그들을 바라보

며 말했다.

 "무슨 일입니까?"

 경어이니만큼,  그 대상은 쥬크였다. 하지만 흥분한 세나가 그의 대답할 기회를 가

로채갔다.

 "오빠, 이 지도를 봐요. 루리시스 평원과 레인 성이 이어지는 길목 말이예요."

 그녀의 손을 따라 지도를 살핀 카인이 대꾸했다.

 "두 가지군."

 "예. 레인 성에 도달하기 직전에 합쳐지기는 하지만, 일단은 두가지죠.  하나는 난

공불락이라고까지 불리우는 요르 요새를 통과하는 길.  다른 하나는 작은 성 두개와

평원 하나를 거치는 길이예요.  둘 다 쉽지는 않겠지만, 선택을 해야한다면 뒤에 말

한 쪽이 좋다구요."

 난공불락의 요새, 요르를 직접 두 눈으로 본 경험이 있는 카인은 그녀의 말에 쉽게

긍정을 표했다. 세나의 말은 계속되었다.

 "그런데요.  카이르라는 사람이 병력을 반으로 나누어서 두 길로 진군을 시켜야 한

다는 작전을 내놓았다지 뭐예요?"

 하지만 카인의 반응은 세나의 예상과는 달랐다.

 "나쁘지는 않아."

 "예?"

 "내 생각과 그 사람의 생각이 같다면… 그 사람의 작전은 나쁘지 않겠지."

 카인은 거기서 입을 다물었다.

 이틀이 지났다. 루리시스 평원, 아나트 저항군 집결지, 간부 회의 막사. 이틀 전의

회의에서 나왔던 안건들이 차례대로 결정이 되어나가고 있었따.  그리고 마지막으로

남겨진 안건은 다름아닌 카이르의 의견.

 "병력을 분산한다니요. 납득할 수 없습니다."

 카이르의 의견에 반대하는 사람들 중에서 대표에 가까운 세나가 말했다. 사실 카이

르의 편을 들고 있는 이는 극소수에 불과했따.  카인과 레시트, 쥬크의 경우가 중립

을 유지하고 있었으며 카이르의 심복인 시론마저도 이번만큼은 그의  의견에 대립하

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지만 카이르는 당당하기 그지 없었다.

 "현재 병사들의 사기를 생각해 보십시오. 아나트의 병력은 저항군의 무려 다섯 배.

물론 직접 상대해야하는 병력의  숫자는 4만이라고는 하지만, 병사들의 불안함을 떨

치기가 힘듭니다.  그런 병사들의 사기를 북돋아주기 위해서는 요르  요새의 아성을

무너뜨릴 필요가 있다는 겁니다."

 세나가 곧장 반박했다.

 "수긍할 수 없습니다. 물론 요르 요새는 지금까지 수많은 적들의 공격을 훌륭히 막

아낸 뛰어난 요새입니다. 그야말로 난공불락. 그런 요새를 무너뜨리는 것은 결코 쉽

지 않습니다. 병사들의 사기를 올리기 전에 그 사기가 바닥을 길지도 모르는 일이랍

니다.  차라리 모든 병력을 동원하여 요르를 친다고 하시면 제 의견을 물릴 수 있습

니다."

 타협의 길까지 제시하는 세나였다. 하지만 카이르는 이미 그 반론에 대한 반론까지

도 완벽히 준비된 상태였다.  카이르는 먼저 요르 요새가 아닌 다른 쪽 길에 위치하

고 있는 성을 짚었다.

 "이 성이 과거 어느 나라의 것이었다고 생각하십니까? 바로 소국 연합 중의 하나였

던 지셔트의 왕성입니다. 지셔트는 과거에 레인과 함께 소국 연합, 헬레인의 주축이

었던 국가. 저항군의 병력은 레인이 30%라면 15%가 지셔트입니다. 소국 연합의 가입

국이 한, 두개가 아니었다는 사실을 떠올려보십시오. 지셔트는 그런 곳입니다. 저항

군으로서는 충분히 가치가 있는 곳이지요."

 상당한 설득력이 있는 말이었다. 카이르는 세나를 비롯한 이들에게 잠시 생각을 할

수 있는 여유를 주었다. 특히 세나는 전날에 말한 카인의 말을 떠올리고 있었다. 그

리고 카이르의 이어지는 설명.

 "자, 이제는 이 쪽의 평원으로 눈을 돌려볼까요? 아시겠지만, 이 평원의 이름은 루

른트. 과거 서쪽 대륙에서 '대륙 통일 전쟁'이 한창일때 소국 연합의 분열을 일으키

게 했던 원인입니다.  동쪽 대륙에서 세번째 안에 드는, 서쪽 대륙을 포함해도 다섯

번째 안에 들어가는 엄청난 곡창 지대가 펼쳐졌으며, 훌륭한 목장도 있습니다. 식량

의 확실한 보급과 뛰어난 말의 지급은 포기할 수  없는 요소입니다.  반드시 필요한

지역이죠. 이 평원을 획득하기만 해도 빠른 속도로 전력을 상승시킬 수 있는 것입니

다."

 두 가지 모두 쉽게 포기할만한 것이 아니었다.  물론 루른트 평원을 차지하여 안정

된 식량 공급을 받게 된다면, 병사들의 사기는 절로 오를 것이다. 하지만 그런 방법

은 그 한계 수치가 있다. 하지만 요르 요새를 무너뜨린다면? 과거에도 수 차례에 걸

쳐 대군의 진격을 막아낸 요르  요새를 무너뜨린다면 병사들의 마음 한 구석에 생겨

나는 절대적 자신감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는 하지만,

 "난공불락이라는 명칭은 괜한 것이 아닙니다. 요르 요새를 무너뜨릴 자신이 있으신

겁니까?"

 "난공불락이라고는 하지만, 요르 요새는 수 없이 무너졌습니다. 이번에도 아나트에

의해서 무너졌지요. 게다가 우리들은 요르 요새의 지리를 훤히 꿰고 있답니다, 세나

님. 그리고 뭐랄까요."

 카이르의 시선이 쥬크와 카인을 향했다.

 "저 두 분을 보고 있자면, 뭔가 희망이라는 단어가 떠오른다고 할까요?"

 "과찬이십니다."

 쥬크의 어색한 목소리를 끝으로 침묵이 막사를 지배했다.  세나와 카이르는 서로를

강하게 노려보고 있었다. 잠시 후, 세나는 한숨을 쉬었다.

 "좋습니다. 기사 대장님의 의견에 반대하지 않겠어요. 적들의 병력 배치는?"

 가장 까다로운 상대가 순순히 패배를 시인하자 카이르의 얼굴이 밝아졌다. 그 정도

의 정보는 사전에 알아두었기 때문에 카이르의 입에서는 거침없이 말이 흘러나왔다.

 "아시다시피 아나트가 저항군의 교전에 사용하고 있는 병력의 숫자는 총  4만이죠.

그 중에서 절반인 2만이 레인 성에 주둔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1만은 요르 요새에서

주둔 중이며, 나머지 1만은 절반씩 지셔트 성과 루른트 평원에 주둔하고 있습니다."

 "기사 대장님이 생각하시는 아군의 병력 배치는?"

 "일단은 레시트 전하께서 2만을 이끌고 요르 요새로. 제가 1만의 병력을 이끌고 지

셔트 성과 루른트 평원을 공략하는 쪽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요르 요새 쪽으로 레

인 나이츠와 기사단. 그리고 공성용 무기와 장거리 무기의 80%와 마법사단의 절반이 

따르고,  지셔트 성으로는 중앙 기사단과 기마단. 20%의 장거리 무기와 나머지 마법

사단이 함께하는 쪽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창병들도 모두 기사 대장님의 휘하에 편입시키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요르에

서는 그다지 소용이 없겠지만, 평원에서는 기사단과 기마단을 막기 위해서 절실하게

필요할테니까요."

 마법사 측에서 한 명이 자신의 의견을 밝혔다. 카이르는 아차, 하며 마법사의 의견

을 서류에 적어넣었다.

 "혹시 아군에 레인져 부대가 있습니까?"

 세나의 질문에 병력 사정을 잘 알고 있는 기사가 대답해주었다.

 "예, 있답니다. 소국 중에서는 주변에 산이 많은 나라가 있었기 때문에 저항군에도

그 레인져들이 300명 가량이 머물고 있습니다."

 "그럼 레인져들은 전하의 휘하에 편입시키는 것이 좋습니다."

 "레인져들이 요르 요새에서의 전투에 필요성이 있을까요? 없다고 생각합니다만."

 "아뇨. 레인져들은 반드시 큰 공을 세울겁니다."

 세나는 의미모를 웃음을 지어보였다. 그녀는 지혜로운 종족 드래곤이다. 그리고 드

래곤 중에서도 가장 지혜롭다는 골드 드래곤이며,  그 중에서도 머리가 좋다는 평판

이 자자한 존재가 그녀이다.  세나는 처음 보는 지도였지만, 이미 그녀의 머릿 속에

는 요르 요새에서 있을 일이 맞춰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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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회는 제 나름대로 힘든 부분입니다. 저는 이런 쪽으로 약해요 ㅠ_-

 창세기전2… 17번째인가?  어쨌거나 진행 중입니다.;;  여러번 했음에도 그 강력한

중독성이란 어쩔 수 없어서 연재가 늦어버렸습니다. 죄송합니다 -_-;

 앞으로는 분량이 적어질 것 같습니다. =_=

                    ★Crazy little thing called love.☆

                    ☆사랑이라 불리는 작고 끔찍한 것.★

『SF & FANTASY (go SF)』 21968번

 제  목:[하이랜더] The war of dragons - 027                         

 올린이:스카이엘(박지훈  )    01/04/30 23:30    읽음:260 E[7m관련자료 있음(TL)E[0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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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이랜더 1st story

                       The war of Drag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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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민들이 기사가 되는 것은 상당히 어렵다. 보통의 국가에서는 어릴 때부터 귀족들

의 시중을 들게 하고,  15세가 되면 기사의 시중을 들게 된다. 그 과정에서 궁중 예

절을 비롯한 여러가지를 자연히 배우게 되고, 18세가 되면 검을 배운다.  이를 견습

기사라고 칭한다. 그리고 견습 기사들은 시험을 치루어 정식 기사가 될 수 있다. 흔

히 기사라고 하는 직위를 가지는 것이다.  그 뒤로 공을 세우거나 어느 경지에 도달

하면, 고위 기사가 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귀족의 시중을 드는 일을 아무나 할

수 있을까? 그것 역시 귀족의 자제거나 대부호의 자제여야만 가능한 일이었다. 물론

실력을 쌓아서 기사 시험에 합격하거나 이름 있는 무술  대회에서 우승을 한다면 간

단한 예절 교육을 받고 기사가 될 수 있다.  그렇지만 일 해서 먹고 살기도  어려운

지경에 평민들이 무슨 재주로 검을 연마하겠는가.  다른 방법으로는 기사의 눈에 띄

여서 인정을 받으면 된다. 하지만 이 역시 어려운 일. 그러므로 망상은 일찍이 접어

버리고 살 궁리나 하는 것이 좋았다.

 하지만 기사의 나라라고 불리우는 라페스는 그것과 달랐다.  스스로가 원하기만 한

다면 언제라도 견습 기사가 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여기에도 약간의 돈이 필요하

다는 조건이 붙긴 하지만, 타국에 비파면 가히 파격적이었다.  견습 기사의 수련 기

간은 5년. 5년만 버티면 정식 기사가 될 수 있지만, 그 수련이 매우 혹독한 지라 수

련을 견디는  이는 평균적으로 1년에 1, 2명에 불과했다.  하지만 이 과정을 견뎌낸

정식 기사들은 어지간한 나라의 고위 기사들보다도 뛰어난 실력을 지닌다. 그렇다면

라페스의 고위 기사는? 이것도 다른 나라와는 달리 독특한 시스템을 채용하고 있다.

어느 정도 실력이 되면, 라페스에서는 성지, 야니키어에 있는 신탑으로 순례 여행을

보낸다. 그리고 신탑에 도착하여 야니키어의 최고 제사장에게 서류에 도장을 받아서

라페스로 귀환하면 되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 날도 2명의 기사가 신탑을 향해 떠나는 날이었다.

 "견습 기사, 벨시온 레카셔입니다."

 "견습 기사, 칸테온 시류스입닌다."

 라페스의 정식 기사라는 것을 의미하는 문장을 왼쪽 흉갑에 달고 있는 두 젊은이는

자신들의 앞에 서 있는 고위 기사를 향해 경례를 붙였다.  고위 기사는 그들을 보며

짧게 말했다.

 "너희들은 이제부터 고위 기사가 되기 위한 순례 여행을 떠난다. 목적지는 동쪽 대

륙의 성지, 야니키어에 있는 신탑. 자, 가라.  언젠가 나와 같은 자리에서 만나기를

빌겠다."

 나와 같은 자리에서. 그것은 즉, 고위 기사의 자리를 의미하는 것이었고 무사히 순

례 여행을 마치라는 기원의 메세지가 담겨있는 것이기도 했다. 보통 순례 여행을 떠

난 기사들이 여행 도중에 라페스보다 더 좋은 대우를 약속받아서 다른  나라에 정착

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잠시 후, 벨시온과 칸테온가 라페스의 성문을 나섰다.  규칙대로 배웅하는 이는 나

올 수 없었기에 조용한 출발이었다. 길을 떠나고 얼마 되지도 않아서 문득 칸테온이

탄식을 했다.

 "앞으로는 편안한 잠자리가 힘들겠는걸. 그리고 식사도 좋지 못하겠군."

 시류스 백작가의 둘째  아들로 태어나 호의호식하며 지내온 칸테온다운  말이었다.

그의 말에 벨시온은 피식, 웃어 보였다. 그렇게 말은 했지만, 기사 수업을 받으면서

험한 일을 한, 두번 당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벨시온은

다른 이야기를 꺼냈다.

 "그나저나 동쪽 대륙은 지금 전쟁 중이잖아? 괜찮을까나."

 "뭐, 별로 걱정할 건 없어. 전쟁 중이라고는 하지만 아나트가 이미 소국 연합을 무

너뜨렸잖아. 성지와도 대치 상태이기는 하지만, 교전 장소는 한정되어 있어. 우리들

의 목적지인 신탑은 그와는 별 상관이 없다던데?"

 아직 저항군의 전쟁 선포에 대해서는 서쪽 대륙에 알려진  바가 없었다.  그렇기에

칸테온은 벨시온의 걱정에도 불구하고 태평한 소리를 했다.

 "쩝. 그래도 뭔가 기분이 안좋은데?"

 "네 기분이랑 동쪽 대륙의 일이랑 무슨 상관이냐? 무슨 점쟁이나 예언가도 아닌 주

제에 기분은 왜 탓해."

 "네, 네. 미안합니다."

 지나가는 말에 칸테온이 따지고 들자 벨시온은 건성으로  대꾸하고 시선을 돌렸다.

둘이 향하는 방향은 당연히 항구 도시가 있는 곳이었다.  문득 건너편에서 피난민으

로 보이는 한 무리가 다가오고 있었다. 벨시온은 마침 잘 됐다, 싶어서 그들에게 다

가가서 물었다.

 "저기 죄송합니다. 동쪽 대륙에서 오시는 분들이십니까?"

 피난민들은 누군가가 자신들에게 말을 건 것에 놀랐고,  그 신분이 기사라는  것에

다시 한 번 놀랐다. 하지만 벨시온의 스스럼없는 미소에 그들은 곧 긴장감을 늦추며

대답해주었다.

 "예, 저희들은 동쪽 대륙의 피난민들이죠."

 피난민들의 지도자로 보이는 40대 후반의 남자가 말했다. 그 목소리는 거칠기 그지

없었다.

 "역시! 저와 이 친구는 동쪽 대륙으로 여행을 가는 라페스의 정식 기사입니다.  그

래서 동쪽 대륙의 사정을 좀 알고 싶은데요."

 "어이구, 기사 님이셨군요."

 남자가 그렇게 말하며 고개를 조아리자 나머지 피난민들도 고개를 숙였다.  라페스

에서는 기사들을  타국에 비하여 그렇게 높지 않았기 때문에 당황한 것은 오히려 벨

시온이었다. 칸테온은 귀족이었기 때문에 익숙한 대우이기도 했지만.

 "저희들은 온지가 몇일 되었기 때문에 지금의 일은 잘 모르겠어요.  저희가 머물때

만 하더라도 별 다른 조짐은 보이질 않던데요? 항구에서 들은 말로는 아나트와 저항

군이 전쟁이라도 벌이려는 듯 하지만…."

 "아, 예. 감사합니다. 이거 얼마 안되지만, 새로 정착하는 데 보태 쓰세요."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피난민들은 다시 한번 고개를 숙여 벨시온을  당황스럽게 만들고는 그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벨시온은 칸테온을 바라보며 말했다.

 "아나트와 저항군이 전쟁을 한다는데?"

 "상관 없어. 성지랑은 멀리 떨어진 곳이거든. 그나저나 돈은 얼마나 준거야?"

 "별로… 내가 가진 돈의 절반."

 순간 칸테온의 걸음이 멈췄다.

 "네가 가진 돈의 절반이라면 평민들이 살만한 집 한채를 사고도 한 달은 먹고 놀아

도 될 정도의 금액이 아니었나?"

 사실이었다. 라페스 공국에서는 대충 그 금액의 두배 가량의 보조금이 여행을 떠나

는 기사들에게 돌아간다.

 "헤헷, 칸테온. 너는 돈 많이 가져왔겠지? 친구 좋다는게 뭐겠냐."

 "망할 녀석."

 칸테온은 차갑게 대꾸하며 다시 걸음을 옮겼다. 그런 친구의 반응에 벨시온은 다시

한번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보고만 있어도 재밌는 녀석이라니까.'

 본래 라페스의 수도와 항구 도시는 그리 멀지 않았기 때문에 벨시온과 칸테온은 10

일도 지나기 전에 항구 도시에 들어설 수 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일주일하고도 하루

를 무료하게 보내고 있었다. 그들이 도시에 들어서자마자 들어야했던 거대한 종소리

. 어디 사원에서 의식이라도 가지나,  하고 넘겼던 그 소리의 정체가 정기선의 도착

과 출발을 알릴때 울리는 소리인 것을 알았을 때 그들의  허탈함은 이루 말할 수 없

었다. 양쪽 대륙을 통틀어서 가장 아름다운 관광 명소 중 한 곳이라는 콜로토  해협

의 아름다움에 흠뻑 젖어들어 시간 가는줄 몰랐던 때는 처음의 이틀로 충분했다.

 "흐아암."

 벌써 몇일 째, 편안한 생활의 나날인가. 물론 하루에 한번 정도는 칸테온과 가벼운

대련을 가지기는 하지만 몸이 무뎌지는게 아닐까,  하는 걱정이 드는 벨시온이었다.

 "벌써 대낮이잖아."

 허탈했다. 이제는 늦잠까지 자는 스스로가 한심해졌다. 그리고는 옆을 보았다.  언

제나 칼같이 일어나서 자신에게 '잠꾸러기'라고 비꼬던 그의 친구는 깊게 잠들어 있

었다.

 "이봐, 칸테온. 안 일어날거야?"

 "……."

 하지만 칸테온은 조용히 규칙적인 숨을 내쉴 뿐이었다.

 "이봐, 이봐, 잠꾸러기. 일어나란 말야."

 지금껏 당한 것에 대한 복수라도 하듯이 벨시온은 장난기 어린 미소를 만면에 띄우

며 그렇게 말했다. 그 말이 효과가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칸테온은 눈을 비비며 상체

를 일으켰다. 그리고는 움직임을 멈췄다.

 "자는군."

 미안하지만, 벨시온은 칸테온이 계속 자도록 내버려 둘 수 없었다. 일주일에 한 번

만 움직이는 정기선이 도착한 날이 어제였고,  보급을 마치고 떠나는 날이 오늘이기

때문이다.  벨시온은 수건을 목에 걸치고 시계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욕실로 들어서

며 경고를 했다.

 "칸테온. 오늘은 정기선이 출발하는 날이야. 시간은 2시간 남았고. 기억해."

 칸테온은 여전히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가 움직이기 시작한 것은 세면을 마친 벨

시온의 매서운 손이 그의 등짝을 후려친 이후였다. 떠날 채비를 마치고 체크 아웃을

한 둘은 그리 크지 않은 음식점을 하나 찾아 들어갔다.  아침겸 점심을 먹기 위해서

였다.

 "주문하시겠습니까?"

 웨이터의 말에 벨시온은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이 들고 있던 메뉴판을  접어 그에게

내밀었다.

 "생선 스테이크로 주세요."

 언젠가 항구 도시에 오면 죽어버린 생선으로 만든 생선 스테이크가 아닌 싱싱한 상

태의 생선으로 조리한 스테이크가 한번쯤 먹고 싶었던 벨시온은 간단하게 결정을 내

렸지만, 칸테온은 아니었다. 아직도 잠에서 헤어나지 못한 그는 메뉴판에 이마를 살

짝 기대고는 졸고 있었던 것이다.  그 광경에 웨이터와  벨시온은 순감 멍해졌지만,

이내 정신을 차린 벨시온은 고개를 저으며 생선 스테이크 2인분을 주문했고, 웨이터

는 억지로 웃음을 참는다는 것을 뻔히 알 수 있는 표정을 지으며, 주방을 향해 총총

걸음으로 사라졌다. 웨이터가 사라지자 창피한 나머지 붉게 달아오른 얼굴을 식히려

고, 찬 물을 마시려던 벨시온에게 곧 결정타가 날아들었다.

 "푸하하하핫―!"

웨이터가 들어간 주방에서 들려온 웃음소리였지만, 웨이터의 목소리는 아니었다. 아

마도 주방장이리라….  벨시온은 나지막하게 신음소리를 흘리며 칸테온이 기대고 있

는 메뉴판을 빼버렸고, 칸테온의 몸이 크게 휘청였다. 덕분에 칸테온은 잠에서 깨어

났다.

 "식사 나왔습니다. 접시에 기대지는 않겠죠?"

 곧 능청스레 농담을 건내며 웨이터가 2인분의 생선 스테이크를 들고 나왔다. 물론,

웨이터가 한 말을 이해하지 못한 칸테온은 이상한 눈초리로 웨이터를 바라볼 뿐이었

다.

 적당한 크기로 생선 스테이크를 썰어 포크로 찍으며 벨시온이 말했다.

 "대체 왜 그렇게 정신을 못차리는거야?"

 "무슨 소리야?"

 막 스테이크 조각을 목으로 넘긴 칸테온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되물었고, 벨시온은

스테이크를 먹는 것을 잠시 보류하고, 포크를 접시 위에 얹으며 말했다.

 "아침에도 제대로 일어나지 못하더니, 계속 꾸벅꾸벅 졸고만 있잖아."

 "아… 좀 늦게 자버렸지. 5시였나?"

 "5시? 대체 그때까지 뭘 한거야?"

 "흥, 입 아프지만 말해주지. 생각에 빠져 있었다."

 쓴 웃음을 지으며 칸테온이 대꾸하자,  잠시 침묵을 지키던 벨시온은 곧 고개를 숙

였다. 그리고 잘근잘근 스테이크를 씹어댔고, 칸테온의 인상이 살짝 일그러졌다. 무

시받는 느낌.

 "뭐냐, 그 반응은."

 "으응. 환청을 들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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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주는 휴일이 많군요. 내일이 석가탄신일, 토요일은 어린이날.

 그리고 5월 4, 7, 8, 9일은 중간고사랍니다. ㅠ_-

                      ★Crazy little thing called love☆

                      ☆사랑이라 불리는 작고 끔찍한 것★

『SF & FANTASY (go SF)』 22099번

 제  목:[하이랜더] The war of dragons - 028                         

 올린이:스카이엘(박지훈  )    01/05/01 17:39    읽음:269 E[7m관련자료 있음(TL)E[0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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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이랜더 1st story

                       The war of Drag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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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칸테온? 우리는 친구 잖아. 자아, 자자. 진정하고 그 나이프는 내려.  검을 왜 뽑

으려고 그러는거야?!"

 "죽일 녀석. 하지만 오늘 음식값은 네가 내기로 했으니 살려주지."

 "내가 언제…! 아, 알았어, 검은 뽑지 마. 나이프 내려!"

 "훗."

 자신이 이겼다는 승리감에 칸테온은 득의양양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여유있게

스테이크를 작게 썰어 입으로 가져갔다.  물론 벨시온이 자신의 주머니에 든 금액을

계산하고서 한숨을 내쉰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식사를 마친 칸테온은 옆에 놓인 물

수건으로 입을 닦고, 손을 가볍게 닦았다.

 "이번 여행이 끝나고 나서 뭘 해야 할지 생각 좀 해봤지. 어차피 나는 밝은 미래가

보장되어 있지만, 한번 쯤 이런 생각은 해볼 만한 가치가 있지."

 웨이터에게 생선 스테이크 2인분의 금액을 지불한 벨시온은 문득  칸테온에게로 시

선을 돌렸다. 지금껏 찾아볼 수 없었던 진지함.  뭔가… 막연한 불안감이 문득 벨시

온을 엄습해왔다.

 "뭘 하다니? 당연히 고위 기사가 되어야 할 거 아냐."

 "후후. 배에서 이야기 하지."

 직설적으로 말하자면, '네 말은 틀렸다, 자식아.' 였다. 그렇기에 벨시온은 칸테온

이 했다는 생각에 가지는 의문이 커져갔지만, 별 다른 대꾸는 하지 않았다.  벨시온

은 칸테온을 믿고 있다.

 땡, 땡, 땡, 땡―.

 곧 그들에게 익숙한 종소리가 들려왔다. 그들은 문득 걸음을 멈추고 서로를 바라보

았다. 일종의 확인. 하지만 그것으로는 부족했는지 칸테온이 말했다.

 "야. 설마… 이 소리?"

 벨시온은 멍하니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의 시계를 바라보았다. 이미 시간은 두 시간

이 훌쩍 넘어 있었다. 벨시온이 말했다.

 "뛰어."

 신호가 떨어짐과 함께 둘은 달렸다.  갑옷의 무게 때문에 둘의 발이 땋에 닿을때마

다 적지않은 진동이 주변을 울렸다.  갑옷을 걸치고 이런  기세로 뛴다는 것 자체가

일반인들에게는 절대로 무리였다. 바로 그들이 기사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다 왔다!"

 벨시온보다 약간 앞서 뛰고 있던 칸테온이 외쳤다.  정박해 있는 배는 이제 증기를

뿜어대고 있었고, 선원들의 탑승도 이미 끝난 상태였다.

 "이봐, 멈춰!!"

 벨시온의 외침이 들렸는지, 판자를 막 끌어당기려던 선원의 손놀림이 멈추었다.

 "더 빨리!"

 선원은 그들에게 빨리 오라는 제스처를 취하며,  외쳤다. 그리고 판자를 다시 내렸

고, 덕분에 둘은 무사히 배에 탑승할 수 있었다. 선원은 친절하게도 그들이 숨을 고

를 수 있는 여유를 주었다. 그리고는 그들에게 손을 내밀었다.

 "표 주세요."

 지극히 당연한 말이다. 그렇지만 선원의 한 마디는 두 기사의 몸을 경직시키기에는

최적의 조건을 가지고 있었다.  종소리에 놀라서 죽어라고 달려온 그들에게 표가 있

을리 없었다.

 '출발하기 전에 사지, 뭐.'

 당시에는 대수롭지 않았던 말이 원망스럽게 느껴지는  둘이었다.  그들의 표정에서

그 사실을 읽어낸 선원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미 출발한 배이다.  냉정하게 바다에

뛰어들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 아닌가.

 "선장님께 가서 보고해야겠는걸요. 따라오세요."

 그리고는 선원은 능숙하게 걸음을 옮겨갔고,  그 뒤를 둘은  졸졸 따라다녀야했다.

선원은 잠시 기다리라고 하고는 선장실의 문을 두드렸다.

 "캡틴. 보일도인데요, 문제가 있거든요?"

 "그러냐? 들어와라."

 "옛설."

 보일도라는 선원이 문을 열었다. 선장실 안에서 보급 물품에 관련된 서류를 작성하

고 있던 선장은 잠시 손을 멈추었다. 그리고 몸을 이리저리 풀며, 이윽고 말을 꺼냈

다.

 "이 분들은… 라페스의 순례 기사분들이잖냐. 무슨 문제냐?"

 "그게 말입니다. 이 분들이 표를 사지 않고, 탑승을 하셨거든요. 보아하니 배 놓칠

까봐 급히 뛰어오느라고 표도 못산 것 같은데 말입니다."

 선장은 씨익 웃어보였다.

 "제 고향이 라페스입니다. 뭐, 그러니까 특별한 조취를 취하지는 않겠습니다. 단지

일주일 동안은 선원 일을 해주셔야겠는데요?"

 "예에…."

 그렇게 벨시온과 칸테온의 일주일간의 선원 생활은 시작되었다.

 아나트의 상업 도시, 로렌. 타오르는 불꽃을 연상케 하는 붉은 머리의 청년은 애처

로운 목소리로 말했다.

 "아아,  이 무슨 비극인가?  공명을 통해 위치를 알 수 있음에도 그러지 못하는 이

현상은? 운명의 장난인가, 아니면 인.도.자의 무.지.함인가?"

 "아아, 그래. 운명의 장난이겠지."

 "여기서 운명의 장난이라고 대답하는 이는 정말로 어리석을테지."

 "작작 좀 해라, 자식아! 너야말로 아무 것도 모르는 주제에!"

 아레트의 풍자는 끝내 레이젤을 폭발시켰다. 모처럼 레이젤을 말빨로 눌러 내린 것

도 기뻤지만, 아레트는 그보다도 적반하장 격인 레이젤의 태도에 화가 났다.

 "하, 웃기네! 적반하장도 유분수지, 왜 가분수로 넘어가고 난리야!?"

 "산수 얘기 하지마,  머리 아파! 잘 들어. 쥬얼을 통한 공명은 코끼리가 개미를 밟

으면 죽는 확률과 같이 자주 일어나는 현상이 아니라고.  가디언과 가디언 에이드에

게도 사생활이라는 것이 있거든. 쥬얼은 어디까지나 저주의 방지 도구. 탐색 도구가

아니란 말이지.  그리고 짧은 순간의 공명을 캐치하는 것도 사실 힘든 일이야, 특히

나와 카인같은 초보에겐! 대충 동쪽에 있다, 정도 알아내는 것만 해도 힘들다고. 쥬

얼의 공명으로 상대를 찾아낼 수 있는 사람은 킬린 님과 쥬크 님. 두분 뿐이야,  알

아듣겠어?"

 "헛소리. 믿기만 하라고 큰 소리 칠때는 언제고?"

 레이젤은 특유의 당당함을 실어 말했다.

 "그야 몇일 전이지. 머리가 나쁘군."

 둘의 말싸움을 유스틴과 에르만은 말없이 지켜보고 있었다.  유스틴이 보기에는 어

떨지 몰랐지만,  에르만이 보기에는 기분 좋은 장면이었다. 가족을 잃고, 배반을 당

한 충격으로 레이젤 못지 않게 활발하던 아레트의 축 늘어진 모습따위는 그에게  별

로 기분 좋은 장면이 아니었던 것이다.  레이젤와 아레트의 목소리가 갈수록 높아지

자 결국 유스틴이 둘을 중재했다.

 "그럼 이젠 어떻게 하죠?"

 "온게 아까우니 수도나 가보지."

 "수도로 가자."

 레이젤과 아레트가 거의 동시에 대답을 했고,  인상을 썼다. 그리고 유스틴의 손에

서 퉁겨진 금화가 에르만의 손에 가볍게 떨어졌다. 에르만이 살짝 웃으며 말했다.

 "거 봐. 내 예상이 맞았지?"

 "예. 그래서 약속대로 금화를 드렸지 않습니까?"

 유스틴은 힘없이 웃어보였다.  레이젤과 아레트는 그제서야 둘의 행각에 대한 전모

를 알게 되었다. 둘은 레이젤과 아레트의 반응을 놓고 내기를 한 것이다.

 "이 자식이!"

 레이젤의 스트레이트 펀치가 빠르게 움직였다.  에르만은 혀를 낼름거리는  여유를

보이며 그의 공격을 피해냈다.  레이젤이 제대로 상대한다면, 그럴 수 없겠지만, 레

이젤은 그렇게 바보는 아니었다.

 "잠시 휴전, 동맹이닷!"

 에르만이 만들어낸 적은 한 명이 아니었다.

 "으앗?!"

 뒤에서 날아든 아레트의 발차기가 에르만의 머리카락을 살짝 스쳐지나갔다. 순전히

운으로 공격을 피해낸 것이었다. 에르만은 간담이 서늘해짐과 함께,  억울함을 호소

했다.

 "내기는 같이 했는데, 왜 나만 당하는거야!?"

 "네 놈이 이겼잖아!"

 "그건 어디서 주워 들은 논리야? 말도 안돼!"

 연속으로 날아드는 매서운 공격에 결국 에르만은 덜미를 붙잡혔다. 에르만은 두 눈

을 부릅뜨고 유스틴을 바라보았지만, 유스틴은 그를 돌아보지 않았다.  레이젤의 의

미 심장한 외침.

 "정의의 심판을 받아라앗!"

 "그만해욧!!"

 순간, 그들의 뒤에서 날카로운 여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클라이막스에 방해를 받

아서 기분이 상한 레이젤과 아레트는 두 눈을 가늘게 뜨며 해방꾼-여관 주인을 째려

보았다. 하지만 그 뿐이었다.

 "당장 나가주세욧! 그렇지 않으면 영업 방해죄로 고발해버리겠어욧!"

 "이 뚱땡 아줌마가 왜 그래에엑?!"

 우당탕탕!

 주머니에 손을 찔러넣고 건들거리며 말하던 레이젤은 방심하고 있는 아레트를 때려

눕히고 자유의 몸이 된 에르만의 강력한 킥에 의해 나가떨어졌다. 여관 주인의 분노

가 폭발했고, 곧이어 수비대들이 몰려왔다. 그리고 그들은 감옥에 갖혀버렸다.

 "아아, 이럴수는 없어. 아루나 누나를 위해 화이트 드래곤들을 구해야 하는 중대한

사명감을 가진 이 몸이 이런 곳에서…."

 "개그가 늘었네? 전 드래곤 일족을 대표하여 말하지. 그건 수치다."

 감옥에 들어오면서 레이젤과 아레트의 임시 동맹은 그야말로 없었던 일로 변해버렸

다. 그 때 적절한 타이밍으로 에르만이 끼어들었다.

 "그런데 이제 어떻할 생각이야?"

 일행의 시선이 그에게로 몰려들었다. 에르만은 어깨를 으쓱였다.

 "이대로 잡혀있기도 곤란하다구."

 "수도는 양보 못해. 나는 반드시 수도 구경을 하고 말테야."

 이상하게 강한 의욕을 보이는 레이젤. 거기에서 아레트가 걸고 넘어졌다.

 "무슨 수로?"

 "탈옥 하자."

 레이젤의 주먹이 가볍게 바닥을 쳤다. 그리고 일행의 어이없는 시선이 그에게로 몰

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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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 FANTASY (go SF)』 22100번

 제  목:[하이랜더] The war of dragons - 029                         

 올린이:스카이엘(박지훈  )    01/05/01 17:39    읽음:254 E[7m관련자료 있음(TL)E[0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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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이랜더 1st story

                       The war of Drag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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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짜야?"

 "당연하지. 뭐, 지금은 귀찮으니까… 그래, 저녁에 하자."

 자신들의  죄는 그렇게 대단하지 않기 때문에 약간의 돈을 내고 서류를 작성하기만

하면 석방된다는 법을 그들은 전혀 모르고 있었다.

 "저녁이나 받지, 그래?"

 어느새 다가온 경비병이 어이없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경비병은 네 명분의 식판

을 바닥에 내려놓고는 말했다.

 "탈옥을 하겠다고 결심하는 것은 좋은데 말이야. 좀 목소리를 낮추는게 어때? 저∼

기까지 다 들린단 말야."

 "아저씨."

 아저씨라는 말에 경비병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하지만 레이젤의 압도적인  분위기

덕분에 항의는 하지 못하고 응? 하고 물을 뿐이었다.

 "저기까지라면 어디야?"

 "…… 밥이나 쳐먹어!"

 "말하기 싫으면 안하면 되지, 왜 난리야! 잉? 왜 식판을 뒤엎고 난리야! 어떻게 먹

으라고!"

 "시끄럽다! 네놈들은 주워서 쳐먹어!"

 네 명의 식판을 모조리 뒤집어버린 경비병은 덤으로 레이젤을  향해 가운데 손가락

을 치켜올렸다.  씩씩거리며 경비병이 자신의 위치로 돌아갔고, 레이젤의 절규가 울

려퍼졌다.

 "밥 내놔!"

 그러자 놀랍게도 그 경비병이 헐레벌떡 그에게로 달려왔다.  레이젤은 순간 움찍했

지만, 경비병은 그에게 볼 일이 있는 것이 아니었다.  경비병의 뒤 쪽에서 고참으로

보이는 경비병이 몽둥이를 휘두르는 모습이 보였다.

 "이런 염병할 놈아! 왜 식판을 뒤집고 난리야, 어서 치워!"

 "예, 예!"

 그 모습에 가만히 있으면 레이젤이 아니었다.

 "아저씨, 청소부가 왜 갑옷을 입어."

 "젠장, 너는 닥쳐 봐, 좀!"

 레이젤의 도발에 노이로제가 걸릴 때 즈음, 경비병은 가까스로 청소를 마치고는 바

람같이 사라졌다.

 그 날 밤의 경비는 보통과 다를 바는 없었다.  그렇지만 한 경비병은 눈에 불을 켜

고서 레이젤들을 지켜보았다.  동료들이 설마,  하면서 그를 설득하였으나 경비병은

그런 유혹을 떨쳐내고 계속해서 일행을-특히 레이젤을 노려보고 있었다.  그에 반해

일행은 늘어지게 자다가 새벽 2, 3시가 되어서야 비척대며 일어섰다. 레이젤은 눈을

비비며 경비병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아저씨, 우리 탈옥할게. 유스틴."

 "예. 그럼, 잠의 정령… 부탁드립니다."

 유스틴이 고개를 끄덕이며 허공을 향해 말했다. 그러자 금빛의 부드러운 느낌의 가

루가 창살 틈을 통해 바깥으로 대량으로 뿜어졌다.  그리고 경비병은 눈꺼풀의 무게

를 이기지 못하고 그대로 쓰러졌다. 레이젤은 씨익, 웃으면서 장갑을 죄었다.  그리

고는 양 손으로 창살을 붙잡고 힘을 주어 간단히  구부렸다.  일단은 무기고로 가서

무기를 찾아야 했다. 무기고로의 길은 레이젤과 유스틴이 각자의 무기를 느낄 수 있

어서 쉽게 찾아낼 수 있었다.

 "Ok, 여기야."

 레이젤은 그렇게 말하며 문의 자물쇠를 부수고, 문을 열었다.  그리고는 프로즌 소

드를 챙겨들었고, 유스틴이 엔리멘탈을 챙겼다.

 "자, 그럼 이제 수도로 가볼까나?"

 상쾌한 기분을 만끽하며 레이젤이 활발하게 말했다. 하지만 문제점이 있었다.

 "탈옥하자마자, 수도로 갔다가는 다시 잡히는거 아닐까요?"

 "에이, 괜찮을거야. 갔다가 금방 오지, 뭐. '설마' 하루만에 수배령이 내릴까봐?"

 레이젤은 괜찮다는 듯이 손을 휘휘, 저어 보였다.

 "죄송합니다, 검문이 있겠습니다. 로렌에서 탈옥범이 생겼거든요."

 경비병의 말에 일행은 몸을 움찔하며 서로를 돌아보았다.  그 탈옥범이 누구인지는

잘 알고 있었다. 로렌에 잡혀있던 인물은 레이젤, 유스틴, 아레트, 에르만 뿐이니까

말이다.  아레트는 레이젤을 향해 원망의 눈길을 보냈으나 레이젤은 능청을 떨며 경

비병들에게 말했다.

 "그런가요?  수고가 많으십니다. 거 참, 탈옥범이라니… 그럼 저희들은 가보겠습니

다."

 "예, 안녕히 가세요. 라고 할 줄 알았나, 탈옥범들! 순순히,"

 퍼어어억―!

 레이젤의 몸이 크게 뒤틀리며 그의 발이 경비병의 턱을 걷어찼다. 우둑, 하는 소리

와 함께 경비병의 몸이 허공에서 몇 바퀴를 구르며 바닥에 떨어져버렸다. 죽지는 않

았지만, 한동안은 요양을 해야 할 것이다.

 "잡아라!"

 하지만 경비병은 한 명이 아니었다. 그리고 레이젤은 그 경비병들에게 당할만큼 약

하진 않았다. 순식간에 경비병을 모조리 제압한 레이젤은 손을 털며 말했다.

 "헤헷, 멀었지! 자, 이제 수도로 들어가 볼까."

 "……."

 "왜 그래?"

 "수배령이 내렸는데 들어가긴 뭘 들어간다는 거야?"

 "어허, 구경하기로 했잖아. 수배령 따위에 굴복할 수 없는 일이지. 안그래?"

 "전혀 아니야. 나는 감옥에 또 들어가고 싶지가 않아. 좀 있으면, 다른 경비병들이

또 몰려올테니까, 자리를 뜨자, 형."

 에르만도 나서서 레이젤을 설득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레이젤의 고집은 이상할 때

만 빛을 발한다.

 "이 몸은 한 입으로 두 말따위는 하지 않아."

 "죄송합니다, 잠의 정령이여."

 유스틴도 사태의 심각성을 알았다. 레이젤의 방심을 틈타 잠의 정령을 불러내 그를

잠재웠다.  만약 유스틴이 잠의 정령을 불러내지 않고 기절을 시키려 했다면 이렇게

쉽게 제압하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레이젤의 반사 신경도 보통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령술이라면 이야기가 달랐다. 하이랜더들은 자신의 속성 외에는 마법을 사

용할 수 없으며, 정령과는 거의 인연이 없는 존재들인 것이다.  레이젤의 몸이 균형

을 잃고 비틀거리자 에르만과 아레트가 그 옆에서 재빨리 그를 부축하고는 서둘러서

그 장소를 벗어났다.

 그들은 숲으로의 탈출을 택했다.  전문적인 추적가가 아닌 이상,  산에서의 추적이

쉽지 않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일행에는 유스틴이 있어서 숲을 헤멜 염려도 없었다.

 "하!"

 갑자기 레이젤이 눈을 뜨며, 기를 폭사시켰다.  덕분에 아레트와 에르만이  비명을

지르며 나가떨어졌다.  그리고 레이젤은 손을 뻗어 유스틴의 어깨를 붙잡았다.

 "멈춰."

 "수도 구경 따위는 나중에 하자고, 형!"

 아레트가 반박하며 외쳤다.

 "지금 그 깟 수도가 문제가 아니야."

 의외의 반응이었다. 레이젤은 그렇게 말하며 위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아레트와 에

르만, 유스틴도 그를 따라 고개를 들었다.

 보라색의 휘날리는 장발. 악마들의 상징인 검은 깃털의 날개 한쌍은 윤기를 발하고

있었다. 레이젤은 그 악마가 입고 있는 갑옷의 문장을 확인하고는 인상을 썼다.

 '기사 대장?'

 "내 마기를 느끼고 잠의 요정의 힘을 뿌리쳤다는 건가, 물의 가디언 에이드.  과연

천재라고 불리울 만하군, 그래. 하이 엘프의 전사보다도 먼저 나를 알아채다니."

 "너. 뭐냐."

 "글쎄. 여기서는 아나트의 기사 대장인 퀴언…으로 통하고 있지.  그렇지만 아마도

너희들에게는 악마 대공, 퀴어스라고 하는 편이 이해가 쉬울꺼야."

 "…!!"

 "마룡 백작,  트리언이랑 레드 드래곤 나이트,  트란은 각자 상관의 부름을 받아서

지금 자리를 비웠거든. 그래서 부득이하게 나 혼자 나왔다."

 레이젤은 자신의 검, 프로즌 소드를 뽑아들었다. 차가운 냉기가 주변으로 싸늘하게

퍼져나갔다. 그리고 유스틴도 엔리멘탈을 들고 시위를 먹이고 있었고,  아레트와 에

르만도 조용히 마나를 응집시키고 있었다.  레이젤은 그런 그들을 잠시 보다가 시선

을 돌렸다. 미소를 띄우며 말했다.

 "이봐, 여유가 지나치다고 생각되지 않아? 나와 유스틴. 그리고 아레트와 에르만이

힘을 모아 일격을 날리면 댁은 그 자리에서 사망 신고를 받는거라고."

 그 말에 퀴어스는 어깨를 으쓱거리더니 자신의 머리를 긁적였다.

 "글쎄? 난 너희들의 생각만큼 약하지가 않거든. 모르긴 몰라도… 그래, 하이랜더의

가디언 정도의 힘은 가지고 있지 않을까?"

 "하하핫! 유머 감각이 끝내주는데? 언제 한번 나랑 유머 콘테스트 나가지 않을래!"

 레이젤의 몸이 마치 용수철처럼 튀어올랐다.  퀴어스보다 약간 높이 뛰어오른 레이

젤은 미소를 지었다.

 "물론 그럴 기회가 있다면."

 레이젤의 검이 그대로 퀴어스의 두상을 노리고 내리쳐졌다. 그와 함께 퀴어스의 왼

손이 레이젤을 향해 뻗어졌다. 프로즌 소드와 퀴어스의 왼손이 부딪히는 순간, 프로

즌 소드에서는 극저온의 기운이,  퀴어스의 손에서는 강력한 암흑력(暗黑力)이 터져

나왔다. 그리고 잠시 두 힘은 균형을 이루며 대치했다.

 "이, 이 자식?!"

 "내 말이 맞지?"

 콰아아아아앙!

 폭음과 함께 레이젤의 몸이 힘 없이 날아올랐고,  주변의 거목에 부딪혀 그대로 바

닥에 떨어졌다. 레이젤이 다시 몸을 일으켰을 때, 이미 퀴어스의 몸이 그의 바로 앞

에 위치해 있었다. 퀴어스는 암흑력을 실은 오른손바닥으로 레이젤의 옆구리를 강하

게 쳐올렸다. 그 충격은 충분히 레이젤의 내장에 영향을 미쳤다.

 "크웁!!"

 레이젤의 입에서 검붉은 피가 터져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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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웅전설 음악을 들으며 글을 쓰고 있어요. 좋아∼ ㅠ_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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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이라 불리는 작고 끔찍한 것★

『SF & FANTASY (go SF)』 22375번

 제  목:[하이랜더] The war of dragons - 030                         

 올린이:스카이엘(박지훈  )    01/05/02 22:17    읽음:267 E[7m관련자료 있음(TL)E[0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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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이랜더 1st story

                       The war of Drag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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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퀴어스의 입술 한 쪽이 비죽, 올라갔다. 비웃음.  그것을 본 레이젤의 입술이 꿈틀

거렸지만, 그 뿐이었다. 내장에 강한 충격을 받았기 때문에 불필요한 움직임은 고통

을 가져다 줄 뿐이란 것을 잘 아는 그였다.

 "뇌(雷)."

 순식간에 벌어진 상황에 잠시 넋을 놓고는 있었지만, 유스틴은 바로 퀴어스를 노리

고 활을 날렸다. 쏘아지는 빛의 막대는 이윽고 뇌전을 머금었다. 엔리멘탈을 이용한

공격은 기본적으로 상급 정령에 필적하는 힘을 지닌다. 하지만 퀴어스에게는 별다른

충격을 줄 수 없었던 모양이다.

 쩌어억!

 퀴어스의 수도(手刀)가 빛의 막대를 가볍게 치자 그것은 쪼개지는  소리와 함께 터

져나갔다.

 "과연 하이 엘프의 전사답게 민첩성이 뛰어나. 접근을 눈치챌 수 없었어.  하지만

그것 뿐이다."

 "네 놈 자랑은 집에 가서 엄마한테나 해라앗!"

 레이젤은 퀴어스의 어깨 죽지를 노리고 빠르게 발을 내려쳤다. 퀴어스는 그 공격을

양 손으로 받아내고는 몸을 틀어 레이젤을 집어던져 버렸다.  아레트와 에르만의 도

움이 있었지만, 아직 완쾌는 되지 않았던 레이젤은 나무에 부딪히면서 또 다시 내장

까지 오는 충격에 피를 토했다.  그 사이, 유스틴은 퀴어스의 반대편으로 돌아가 있

었다.  그의 손에는 엔리멘탈 대신에 소검이 쥐어져 있었다.  쓸데없는 기합은 넣지

않고, 그대로 검을 찔렀다. 하지만 퀴어스는 그 곳에 없었다.

 "한번 흉내를 내 보았지."

 "……!"

 뒤에서 퀴어스의  목소리가 들림과 함께 유스틴은 강한 충격을 느끼며 바닥을 굴렀

다.

 "프로미넌스!"

 "썬더 메어!"

 아레트와 에르만의 외침과 함께 화염계와 뇌전계의 최상급 마법이 동시에 시전되었

다.

 쿠르르르릉― 화르르르륵.

 하늘에서는 거대한 먹구름이 몰려들었고,  퀴어스의 몸을 축으로 거대한 원을 그리

며 불꽃이 이루어졌다. 그리고 빛이 번뜩임과 함께 거대한 벼락이 퀴어스를 향해 떨

어졌고, 그와 함께 불꽃의 원이 순식간에 압축되었다.  어릴 때부터 호흡이 잘 맞았

던 아레트와 에르만이 예전부터 연습해오던 협동 마법이었다. 실전에 사용하는 것은

처음이었으나, 다행히도 마법은 성공적으로 이루어졌다.

 콰과과과과곽!!

 상반되는 속성일때보다는 가중되는 힘이 약했지만,  적어도 최상급 마법의 세 배에

달하는 힘이 일어났다.

 "좋았어!"

 마법을 시전한 둘은 서로의 손을 잡으며 짧게 환호했다.  그것은 확실히 짧은 환호

였다.  흑색의 기운이 번뜩이는가 싶더니, 벼락과 불꽃이 동시에 소멸해버린 것이었

다. 믿을 수 없다는 시선으로 그들이 바라보는 곳에는 당연하다는 듯이 퀴어스가 버

티고 서 있었다.

 "말도 안돼! 이건 악마 대공따위의 힘이 절대로 아냐!"

 레이젤이 부르짖었다. 하지만 퀴어스는 그에게 대꾸하지 않았다.

 '지금 모아진 다크 다이아몬드로는 이 정도가 한계인가? 어쩔 수 없군.'

 살아 숨쉬는…  아니,  존재하는 모든 것의 마이너스 적인 힘을 흡수하며 성장하는

어둠의 보석, 다크 다이아몬드. 그 다양한 용도 중에는 개인에 한한 힘의 성장이 있

었고, 그 덕분에 지금 퀴어스는 거의 악마왕에 달하는 힘을 가지게 된 것이었다.

 "…오늘은 이만 물러나도록 하지. 다음에 만나자."

 "뭐? 자, 잠깐!"

 "수도에 나만 있는 것을 다행으로 여겨라."

 "발을 삐끗해도 뇌진탕이 걸릴 녀석아, 거기 멈춰!"

 레이젤의 외침에도 불구하고 퀴어스는 열린 워프 게이트 안으로 사라졌다.  그에게

는 눈길조차 주지 않은 채로.

 "제기랄!"

 꽈아아아아앙―!!

 등급으로 따지자면 레이젤과 퀴어스는 동급이나 다름없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무

력하게 일방적으로 당했다는 사실이 레이젤을 분노케 만들었다. 유스틴도 자신의 공

격이 모두 무위로 돌아간 것 때문에 가라앉은 분위기였고,  그것은 아레트와 에르만

도 마찬가지였다. 잠시 후, 레이젤은 프로즌 소드를 꽂아넣으며 말했다.

 "남쪽으로 간다. 카인이 있는 곳으로."

 땡, 땡, 땡, 땡―.

 정기선의 도착을 알리는 종소리가 울렸다. 동쪽 대륙의 항구 도시에는 서쪽 대륙의

항구 도시와는 달리 정기선을 타려는 손님들로 북새통을 이루었다.  그 결과,  표의

가격은 종래보다 다섯 배나 폭등하였지만, 배는 언제나 만원을 이루었다. 하지만 서

쪽 대륙에서 동쪽 대륙으로 오는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했다.  이번에 정기선으로 동

쪽 대륙에 온 사람도 단 둘-벨시온과 칸테온 뿐이었다.

 "이제는 가시는거네요."

 "그렇네."

 짧은 일주일이었지만,  이미 둘과 선원들은 친구나 다름없었다.  마음 약한 선원이

눈물을 찔끔 흘렸다.

 "형님들, 돌아가실 때 반드시 저희 배를 이용해 주세요."

 "알았어, 알았어. 기다려서라도 타고 갈테니까."

 "전쟁 중이니까 조심하시구요."

 "걱정 마라, 우리 목적지는 전쟁터와는 좀 비껴난 곳이야. 몇 번이나 말했잖아?"

 선원들의 말에 벨시온은 일일이 대꾸해주었지만,  칸테온은 관심 없다는 듯이 시선

을 돌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이 얼굴을 마주하면 떠나기 힘들까봐 그러는 것이란

사실을 선원들도 잘 알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그들을 향해 보일도가 외쳤다.

 "무사히 여행을 마치길 빌게요―!"

 "그래, 너희들도 잘 지내라! 선장님, 다음에 뵙겠습니다!!"

 벨시온은 힘차게 소리치며 손을 흔들었고,  그 때만큼은 칸테온도 선원들을 바라보

면서 손을 흔들었다.  선박장을 벗어난 둘은 근처의 여관으로 들어가  방을 잡았다.

그리고는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갑옷과 옷을 벗고서 샤워실로 뛰어들었다.

 "하아, 기분 좋아."

 따스한 물로 몸을 깨끗하게 씻어낸 둘은 푹신한 침대에 그대로 몸을 내주었다.  문

득 칸테온이 말했다.

 "즐거웠는데, 마음대로 못 씻는게 싫었어."

 "후후. 나 돌아갈때도 표, 사지 말까봐."

 벨시온은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칸테온은 그에 동조하며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벨시온은 몸을 빙글 돌려 칸테온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러고 보니, 배에서는 결국 못 들었는데 말야. 전에 말한 그 '생각'이란게 뭐야?

이번 여행이 끝난 뒤의 일."

 "글쎄. 정식 순례 여행을 하고 싶다."

 칸테온이 말하는 정식 순례 여행은 시작된지 3천년이 넘은 여행 코스였다. 그 시작

의 기원은 처음으로 양 대륙이 연결되었을 때. 자신들의 실력을 시험하고자 하는 모

험가들로부터였다.  코스는 거의 양 대륙을 횡단할 정도.  게다가 그냥 여행만 하는

것이 아니라, 다섯 곳의 엘더 휴먼들의 유적을 거치며 테스트를 받아야만 나아갈 수

있는 것이었다. 확실히 도전해 볼 만한 곳이었다.

 "근데 그건 너무 위험하지 않겠어?  300년 동안 그 여행을 마친 사람은 한 명도 없

어. 들리는 소문으로는 대륙  5강 중 한 명이 들어갔다가 마지막 단계에서 죽기  직

전에 탈출하기도 했다던데."

 걱정스러운 말에 칸테온은 빙그레 웃어보였다. 칸테온은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그

리고 옆에 세워두었던 검을 뽑아들고 힘차게 한 번 휘둘렀다. 그리고 검을 벨시온을

향해 겨누며 말했다.

 "그렇기에 더 하고 싶은거야.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라면 내가 도전해 볼 가치조

차 없는 것. 나는 나를 시험해 보고 싶은 거야."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알 수 없는 힘이 베어 있다고 느끼는 것은 벨시온의 착

각이었을까.

 '착각이라도 좋다.'

 벨시온은 그렇게 생각하며 몸을 일으켜 자신의 검을 뽑았다. 그리고 칸테온의 검과

자신의 검이 X를 그리도록 맞대었다. 둘의 시선이 마주쳤고,  벨시온이 미소를 지었

다.

 "그 뜻에 함께 하지. 친구니까."

 "훗, 친구니까? 내가 도중에 죽으면 친구니까 따라 죽을거야?"

 칸테온은  검을 거두며 짖궂은 질문을 던졌다.  벨시온은 역시 검을 거두며 천천히

고개를 저어보였다. 검이 검집에 들어가자 그제서야 벨시온의 입이 열렸다.

 "아니, 죽지 않겠어."

 "이유는? 목숨이 아까워서 그러는 것은 아닐테고, 벨시온."

 벨시온은 스스로에게 다짐하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만약 네가  나보다 일찍 세상을 떠난다 하더라도 나는 죽지 않겠어.  나는 맹세를

지키기 위해 세상에 남는다. 네가 못다한 꿈을 내가 이루겠어, 내가 너의 순례 여행

을 마무리 짓겠어. 네가 그 여행의 뒤에 세상을 뜨더라도 나는 남아 있겠어. 술이라

도 한 잔 띄워주면서 말이지."

 전율. 그 두글자가 둘의 몸을 감싸안았다. 이윽고 벨시온이 말했다.

 "너는?"

 "나 역시 마찬가지. 네가 나보다 먼저 죽어버려도 따르지 않을테다. 보란듯이 너의

꿈을 완성시켜 주겠어. 그리고 맘껏 비웃어주겠다. 이것도 못해내고 죽었냐, 멍청아

, 라고 외치면서."

 잠시간 정적이 맴돌았다. 하지만 말 그대로 잠시였을 뿐, 얼마 후 그들의 방에서는

웃음소리가 터져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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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갈 수록 줄어드는 분량과 함께 맞이하는 30회입니다~ 자축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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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 FANTASY (go SF)』 22537번

 제  목:[하이랜더] The war of dragons - 031                         

 올린이:스카이엘(박지훈  )    01/05/03 22:46    읽음:246 E[7m관련자료 있음(TL)E[0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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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이랜더 1st story

                       The war of Drag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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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월 29일. 레시트가 이끄는 2만에 달하는 아나트 저항군들은 행군에 행군을 거듭한

끝에 요르 요새에 도달할 수 있었다. 레시트는 쥬크를 포함한 10명의 간부들과 함께

저항군  진지의 최전방에 서서 웅장한 자태를 드러내고 있는 요르  요새를 관찰하고

있었다.

 "이 곳이 요르 요새."

 고요한 레시트의 목소리가 울렸다. 저녁 노을로 하늘이 붉게 물들고 쌀쌀한 바람이

살짝 불어왔기 때문에 그런 느낌이 들었는지도 모른다.

 요르 요새는 타고난 천연의 요새였다.  요새의 양쪽에는 나 있는 가파른  절벽들이

있었는데 이 절벽들의 등산로는 오직 요르 요새와 연결되어 있었다.  때문에 공격자

의 입장에서는 요르  요새의 남문을 공격하거나 북문을 공격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

다. 뿐만 아니라 양쪽의 절벽에는 만전의 태세를 갖추고 있는 궁수들이 있었고,  언

제라도 굴러떨어뜨릴 수 있는 바위와  통나무들이 준비되어 있었다.  게다가 성벽은

무려 삼중으로 되어 있었고, 성벽의 앞마다 넓고 깊은 호가 있었다.  그리고 성벽의

위에는 투석기를 비롯한 각종 장거리 무기들이 배치되어 있었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모두."

 "과연 엄청나다고 말할 수 밖에요."

 "난공불락이라는 이름이 아깝지 않습니다."

 간부들은 서로 혀를 내두르며 말했다.  모두가 찬사를 하고 있을 때,  쥬크가 입을

열었다.

 "그리고 우리가 무너뜨려야 할 아성이겠지요."

 레시트는 쥬크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요르 요새가 패한 기록을 말하라."

 "예, 전하."

 옆에 서 있던 마스터 마법사가 대꾸를 하더니 공중에 작은 영상 화면을 띄웠다. 그

리고 잠시 후, 영상에는 글씨가 떠올랐다.

 "난공불락이라는 요르 요새가 무너진 것은 지금까지 세 번입니다."

 마스터의 말이 끝나자 영상의 화면이 바뀌었다.

 "첫번째는 감당하지 못할 인해 전술때문입니다. 50만의 대군이 한꺼번에 요르 요새

를 공격했고, 결국 무너지고 말았다고 합니다."

 "저항군은 하지 못할 일이군."

 "두번째는 장기전이었습니다. 2년. 2년이나 걸린 전투였다고 역사는 기록하고 있습

니다.  포위당한지 2년이 넘어 식량이 바닥이 났을 때,  결국 요르 요새의 지휘관이

참지 못하고 전면전을 벌였으나 사기의 차로 패했다고 합니다."

 "역시 무리인가? 마지막은 아마도 이번의 아나트와의 전쟁에서 무너졌을 때.  레인

뿐만이 아니라 연합, 헬레인 소속의 모든 왕국의 왕성이 장악당하고, 나라가 멸망해

버려 어쩔 수 없이 항복한 것. 맞는가?"

 "예, 전하. 세번째 경우 역시 저항군으로서는 할 수 없는 일입니다."

 "그렇다면 역사를 바꾸면 되지."

 "…예?"

 마스터는 레시트의 말에 저도 모르게 되물었다.

 "한달. 한달 내로 그 역사를 바꾸어버린다. 요르 요새가 무너진 경우는 네 번.  그

네번째는 3만의 군대에 한달만에 무릎을 꿇은 것."

 레시트의 검, 라이팅 소드가 자태를 드러냈다.  아름다운 월광이 라이팅 소드에 흡

수되어 더더욱 화사한 빛을 발하였다. 레시트는 바로 옆에 있는 나무를 향해 일검을

날렸다.

 슈칵―! 쿠우우웅!!

 상당한 굵기의 나무였지만, 레시트가 휘두른 라이팅 소드는 그를 가볍게 베어 넘겼

다.  과연 드워프 족의 장로인 하루가 신검과 동급이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명

검다웠다.  레시트는 능숙한 동작으로 검을 한바퀴 돌리며 검집에 꽂아넣고는  몸을

돌렸다.

 "내일 아침 8시. 간부 회의 막사로 집합하라."

 "예, 전하."

 4월 30일, 오전 9시.  전날 레시트가 미리 내려둔 명에 따라 10명의 간부를 포함한

30명의 간부들이 모여들었다. 이번에는 카인과 세나도 참석할 수 있었다.  레시트는

정각에 막사로 들어와 상석에 위치한 의자를 꺼내 앉았다.

 "요르 요새를 무너뜨리기 위한 회의이다. 안건을 말해보도록."

 "일단은 탐색전이 필요합니다."

 레시트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세나가 안건을 내놓았다. 하지만 금새 그녀의 의견

에는 반대하는 자가 나왔다.

 "반대합니다.  저 견고한 방어진을 보셨을텐데요? 쓸데없는 희생은 피하는 편이 좋

지않겠습니까?"

 "아니죠. 그 견고한 방어진 때문에 더더욱 탐색전이 필요한 것입니다. 적들의 수비

를 살펴보고, 적들의 반응을 살펴야합니다. 그 반응에서 상대편 지휘관의 능력을 알

수 있겠죠? 군사를 보내어 대응한다면, 공략은 어려워질텝니다. 반면에 수비만을 한

다면, 의외로 쉽게 공략할 수 있을지도."

 "으음…, 어째서인가?"

 레시트가 질문하자, 세나는 고개를 살짝 숙이며 말했다.

 "아군도 탐색전이기 때문에 그리 많은 병력을 보내지 않을 것입니다.  여기에서 자

신들도 병력을 보낸다면,  상대를 탐색하는 것은 물론 자신들의 밑천을 드러내지 않

아도 되죠. 하지만 성벽과 절벽에 의지한 수비만을 보여준다면, 그 지휘관의 실력은 

그리 뛰어나지 않다는 것이 될겁니다.  탐색전을 하려는 상대방의 의도도 알지 못하

고,  소극적인 자세를 보여주는 것이니까요.  또한 아군이 요새의 수비 형태를 미리

알아볼 수 있게 하는 것이기도 하죠."

 레시트는 고개를 끄덕였다.

 "레인 나이츠의 부단장, 카인 경에게 명한다. 그대는 지금 즉시 3천의 보병을 이끌

고 나가 상대를 도발하도록.  될 수 있으면,  수비의 영향권으로는 진입하지 않도록

한다."

 "알겠습니다."

 카인은 대꾸하며 자리에서 일어나서 막사를 나갔다. 그리고 그를 따라 간부들도 막

사에서 나가 그를 뒤따랐다. 요새의 대응을 보고자 함이었다.

 같은 시각. 요르 요새의 총사령관을 맡고 있는 데프론 아이돌린은 흥미로운 독서에

흠뻑 빠져 있었다. 바로 앞에 적군,  2만이 있음에도 보여주는 그러한 그의  행위는

그야말로 여유가 넘치는 것이었다.

 쾅!쾅!

 그런 그의 독서를 방해하는 다급한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급한 노크와는 달리 데

프론은 시선도 주지 않은 채로 느긋하게 책장을 넘겼다.

 "들어와."

 "실례하겠습니다!"

 찰칵. 문이 열리면서 데프론의 부관인 디안 롤로프가 힘차게 외치며 들어왔다.  그

리고 그는 자신의 상관이 자신을 보던지,  책을 보던지 신경도 쓰지 않고 경례를 붙

였다. 그리고 데프론은 용케도 알맞은 타이밍에 책갈피를 하고서 책을 덮었다. 그리

고 고개를 끄덕임으로 디안의 인사에 응해주었다.  데프론은 팔짱을 끼고 의자 등받

이에 몸을 맡기며 말했다.

 "무슨 일인가, 부관?"

 디안은 흘러내리는 땀을 무시한 채로, 허리를 꼿꼿이 세우며 말했다.

 "옛, 총사령관님! 저항군의 병력이 요새를 향해 돌격해 들어오고 있습니다. 어떻게

대응할까요?"

 "숫자와 구성은?"

 어느 덧, 팔짱을 풀고 몸을 바싹 앞으로 당긴 데프론은 진지하게 말했다.  요르 요

새는 난공불락이라는 별칭이 붙은 곳.  그렇기 때문에 요새에 배치되는 기사는 의외

로 실력이 없을 수도 있지만, 지금껏 요르에는 그런 기사가 배치된 적이 없었다. 난

공불락이기 때문에 무너졌을 때의 여파를 고려하여 언제나 뛰어난  기사가 총사령관

으로 배치되었던 것이다. 현 총사령관인 데프론도 아나트에서 전술가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뛰어난 자였다.  오랜만에 보는 데프론의 진지한 태도에 디안은 긴장감과

흥분을 동시에 느꼈다.

 "3천으로 추정되는 보병입니다."

 '이런 멍청이.'

 데프론은 순간 그 생각을 입으로 낼뻔한 자신을 안정시켰다. 전의를 불태운 자신이

너무나 초라했다. 겨우 이 정도 일로 그렇게 호들갑을 떨었던 것인가, 디안은? 롤로

프 후작의 셋째 아들이라는 이유만으로 별 실력도 없으면서 고속으로 성장했다는 것

은 알고 있었다. 그래도 요르에 배치될 정도니 어느 정도 실력은 있으리라고 생각했

던 데프론이었다. 그렇지만 디안은 진실로 아버지의 힘을 이용한 존재였다.

 "이보게, 부관. 3천이라면 탐색전을 노리는 병력이 뻔하지 않은가? 이런 사소한 일

로 꼬박꼬박 나를 귀찮게 해야겠나?"

 데프론의 나직한-하지만 화가난 듯한 말투에 디안은 깜짝 놀랐다.  그는 고개를 숙

이더니 우물쭈물거리며 말했다.

 "그렇지만… 지금은 전시이기 때문에, 그런 때일수록 기본적인 규율은 지켜야 하니

까."

 그것도 틀린 소리는 아니었다.

 "그것은 알고 있네. 하지만 부관.  사소한 일에 그렇게 전의를 불태워서 나까지 긴

장시키지는 말아달라는 것이네. 자네도 요르 요새에 배치될 정도의 우.수.한 기사란

말야. 자신의 실력을 자.각하는 것이 어떤가?"

 대놓고 '넌 여기 있을 실력이 아니니까, 나가!'라고 하고도 싶었다. 그렇지만 그런

말을 했다가는 롤로프 후작의 입김에 의해 본국에 소환된 다음,  귀향 살이를 할 것

은 너무나도 뻔한 일. 데프론이 잠잠하자 디언이 입을 열었다.

 "어떻게 대처할까요?"

 "응전하게. 역시 3천의 보병으로."

 간단히 지시를 내린 데프론은 다시금  독서에 빠져들기 위해 책을 펼쳤다.  하지만

디언은 물러서지 않았다.  그가 쌓아둔 얄팍한 전술로 보자면 데프론의 지시에는 결

점이 있었던 것이다.  득의양양한 미소를 만면에 띄운 디언은 마치 자신이 자랑스러

운 공이라도 세운듯이 말했다.

 "사령관님? 어째서 응전을 하라는 것입니까. 3천이라면 궁수와 장거리 무기로 얼마

든지 대응이 가능합니다. 병력 소모에 불과하다는 것을 모르십니까?"

 "자네는 나를 바보로 취급하고 싶은가?  어떤 멍청이가 3천의 병력이 쳐들어오는데

전력을 다한단 말인가. 우스갯 소리는 그만하게."

 "…!!"

 디언은 아랫 입술을 강하게 깨물며, 몸을 돌려 방을 나섰다. 디언이 나가자 데프론

은 펼쳤던 책을 덮었다.

 "후후… 하핫!"

 그리고 작게 웃음을 터뜨리고는 조용히 말했다.

 "정말 무능력하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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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잠뿌리님, kksg님, 용사님, net81님, 데카메론님 축전 감사합니다 ㅠ_-

 데카님은 일전의 추천도 무척 감사히 생각:)

 아아, 이제 정말로 시험이 다가왔습니다. 내일부터니까요.

 수학, 일어, 독서

 를 칩니다. 대충 보기는 했습니다만 @[email protected]; 급합니다, 말만. -_-;

『SF & FANTASY (go SF)』 22622번

 제  목:[하이랜더] The war of dragons - 032                         

 올린이:스카이엘(박지훈  )    01/05/04 17:37    읽음:244 E[7m관련자료 있음(TL)E[0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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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이랜더 1st story

                       The war of Drag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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