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장 : 또다른 불꽃]
카인이 탐색전을 위하여 출진하자 저항군의 간부들은 탐색전을 지켜보기 위해 어제
와 같은 장소로 나섰다. 어제와 다른 점은 인원이 29명이라는 점이었다.
"과연 어떨까, 요르 요새의 반응은."
레시트는 그들의 앞에 서서 중얼거렸다. 그리고 그에 대한 답변은 요르 요새의 성
문이 열리면서 3천의 보병이 쏟아져 나옴으로 해결되었다. 레시트가 말했다.
"어렵겠군."
카인은 정면에서 달려나오는 아나트의 보병들을 보고 말에 채찍질을 가했다. 말이
라고는 탄 적이 손에 꼽을 정도인 그였지만, 현재의 신분이 그로 하여금 승마를 하
도록 만들었다. 그리고 그 편이 카인으로 하여금 힘을 자제하도록 하는 역할도 하였
다.
이윽고 양 측의 병력이 맞붙었다. 숫자는 같았고, 장비에 있어서도 큰 차이는 없었
다. 두 병력의 차이라면 병사들의 사기와 훈련도. 그리고 기사의 실력이었다.
우선 병사들의 사기로 따지면, 엇비슷했다. 저항군은 그야말로 의욕에 불타고 있었
으며, 아나트 군은 난공불락의 요새가 뒤에 버티고 있으니까.
두번째로 훈련도에서는 저항군이 뒤쳐졌다. 같은 정예 병사들이라고는 하지만, 그
훈련 정도가 꽤나 차이가 나는 것이었다.
세번째로 기사의 실력은…
"레인 나이츠 부단장, 카인. 그대와 검을 맞추길 원한다."
아나트의 기사를 발견한 카인은 곧장 그에게로 말을 몰고 갔다. 전투가 시작된 지
얼마 되지는 않았지만, 카인은 저항군의 병력이 이대로라면 패할 것임을 안 것이었
다. 그리고 그는 이 상황을 타개할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 아나트의 기사를 베는 것
을 잘 알고 있었다.
"레인 나이츠? 처음 듣는 기사단이군. 아니, 저항군에 기사단이 있다는 것 자체가
웃기는 일이다! 검을 맞춰? 너희들이 무슨 기사인줄 아느냐, 건방진 족속들!"
아나트의 기사는 거칠게 외치며 빠르게 검을 휘둘렀다. 카인은 그 공격들을 가볍게
막아내어, 기사를 놀라게 하고는 입을 열었다.
"싫으면 꺼져."
카아아앙!
헬파이어가 반원을 그리자 기사의 손에서 그의 검이 나가떨어졌다. 검은 허공으로
날아올랐고, 카인은 기사의 얼굴을 붙잡았다.
"쥬얼 포스."
콰아아아앙!!
붉은 기운의 폭발과 함께 검은 바닥에 꽂혔다.
기사의 실력은 저항군이 압도적으로 뛰어났다. 지휘자가 허무하게 나가떨어지자 아
나트 군의 사기는 아래로 곤두박질 쳤고, 저항군의 사기는 급속히 상승했다. 사기의
이러한 급상승은 결국 훈련도의 차이를 뒤엎을 정도의 영향력을 끼치게 되었다. 그
리고 오래지 않아 탐색전은 저항군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카인이 진지로 무사히 귀환하자 3차 간부 회의가 소집되었다.
"탐색전의 결과를 보고하겠습니다."
카인은 자리에서 일어서며 조용히 말했다.
"우선 양측 병력의 실력은 아군이 뒤쳐집니다. 하지만 이 차이는 조금 전 탐색전에
서 드러났듯이 사기로 충분히 극복할 수 있는 정도입니다. 그리고 제가 탐색전에서
상대했던 기사의 수준으로 보아 기사단 간의 전투는 아군이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합
니다."
"음. 그 외에는?"
"아무래도 아나트 간부들 사이에서 분열이 있는 듯 싶습니다. 탐색전에서 아군과
전투를 벌인 보병들의 기(氣)가 상당히 들끓고 있었습니다. 아마도 상부로부터 좋지
못한 말을 들은 모양입니다. 그 밖에도 아나트 기사의 어투와 행동에서도 그러한 사
실을 알 수 있었습니다."
거의 몇일 분의 말을 한번에 쏟아낸 듯한 느낌을 받으며 카인은 제자리에 앉았다.
그가 자리에 앉자, 레퍼슨이 말했다.
"카인 님의 말씀에 대한 가능성은 두가지가 있습니다. 첫번째는 요르 요새, 총지휘
관의 성격. 두번째는 총지휘관의 명령을 하달하는 자의 능력. 이 두가지 요소 중에
서 적어도 하나가 불안전한 것이겠지요."
그 말에 고위 기사, 로레인 핀셔가 대꾸했다.
"후자일 듯 싶습니다. 요르 요새의 총지휘관은 데프론 아이돌린입니다. 그는 아나
트의 기사들 사이에서도 두터운 신임을 받고 있는 자이며, 뛰어난 전략가로도 유명
하지요. 특히 무척 침착한 성격의 소유자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리고 그의 부관은
디언 롤로프. 자세한 것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아버지인 롤로프 후작의 입김에 의해
벼락 출세했다는 정보가 있습니다."
그리고 다음 작전이 정해졌다.
팍!
저항군으로부터 쏘아진 화살이 망루에 꽂혀들었다. 망루에 있던 보초는 그 화살에
매여있는 쪽지를 발견하고는 자신의 상관에게 전하였고, 그 쪽지는 전해지고 전해져
서 마침내 디언에게로 전해졌다.
"디언 경에게?"
자신의 개인 사무실에서 그 쪽지를 건내받은 디언은 쪽지에 쓰인 글을 읽고 코웃음
을 쳤다. 그리고는 쪽지를 떼어서 그 종이를 펼쳐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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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언 경에게.
안녕하십니까, 디언 경. 저는 아나트 저항군의 기사 단장, 쥬크라고 합니다. 귀하
의 소문은 일찍이 들어 얼마나 형편없는지 잘 알고 있습니다. 그에 대해서 무척이나
감사히 여기고 있습니다. 당신같은 자가 요르 요새에 있으니 그것이야말로 아군으로
서는 엄청난 행운입니다. 감사히 받겠습니다, 요르 요새.
쥬크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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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어가 사용되었을 뿐, 철저히 디언을 깍아내리고 얕보는 글이었다. 디언은 쪽지를
다 읽고서 잠시 가만 있다가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
"하하하, 어리석은 녀석들이군. 이 정도로 나를 도발하려 한 것인가? 우습군."
디언은 즉시 글 한편을 적어 화살에 묶었다. 그리고는 망루로 올라가 보초로 하여
금 그 편지를 저항군으로 날려보내게 하였다.
"답장이 도착했습니다."
계획대로였다. 보초가 바닥에 꽂힌 화살을 가지고 옆에 있는 쥬크에게 주었다. 쥬
크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망루를 바라보았다. 그 곳에는 고급스러운 갑옷을 입은 기
사가 오만하게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가 바로 디언 롤로프였다. 쥬크는 빙그
레 웃어보였다. 물론 디언에게 그 미소가 보일 리는 없을 것이다. 쥬크는 화살의 쪽
지를 풀어서 보초에게 건내주었다. 그러자 보초는 지시받은 대로 그 쪽지를 갈갈이
찢어서는 아무렇게나 버렸다. 그리고는 쥬크가 들고 있는 화살을 가리키고는 수신호
로 '이것. 고맙다.'라는 손짓을 해보였다.
"저것이!"
디언은 옆의 병사가 자신이 보낸 쪽지를 찢어서 버리자, 버럭 소리를 질렀다. 그리
고는 옆의 보초의 멱살을 부여잡았다.
"저 자식이 방금 보낸 수신호가 뭐냐!"
"그, 그게…."
디언의 괴팍한 성질은 이미 요르 요새내에는 정평이 나 있었다.
"어서 대답하지 못하겠나!"
"이, 이것, 고맙다… 라고. 그러니까 화살을 줘서 고맙다는 의미입니다!"
"뭐야!!"
고함을 지른 디언은 그대로 망루에서 내려갔다. 그리고는 무단으로 4천의 보병과
2백의 궁수를 이끌고 요새를 나섰다. 현재 요르에 남은 병력이 8천이라는 사실을 생
각해본다면 무려 병력의 절반을 끌고 나가는 것이었다. 물론 그 과정에 여러 기사들
이 그를 말리려고 노력했으나, 모두 허사였다. 롤로프 후작의 권력을 앞세워 별다른
수련도 받지 않고, 정식 기사가 된 디언에게 쥬크가 보여준 행위는 엄청난 모욕이었
던 것이다.
"걸려들었습니다."
이 한마디가 저항군의 간부들에게 급속히 알려졌다. 간부들은 급히 복장을 갖추고
진지의 전방 부근에 몰려들었다. 요르 요새에서 나오는 4천의 군대를 본 레시트가
고소를 지었다.
"간단히 걸려들었군."
그리고는 손가락을 가볍게 튀겼다. 그러자 레시트의 옆에 선 마법사 두 명이 수정
구를 통해 매복중인 레인 나이츠와 로얄 나이츠(=친위 기사단)를 향하여 연락을 보
냈다. 무사히 연락이 닿자 레시트는 로레인으로 하여금 5천의 병사를 이끌고 공격을
하도록 하였다. 로레인은 레시트의 명을 받들어 보병 5천을 이끌고 디언의 돌격에
응하였다.
로레인의 병력이 디언의 병력과 맞부딪히자, 디언 쪽에서부터 무수한 화살이 궤도
를그리며 하늘을 뒤덮었다. 미리 공격을 예측하고 있었던 로레인은 화살이 닿기 전
에 미리 방패를 들도록 하여 공격을 무위로 돌렸다. 그 이후로 화살을 쏘아지지 않
았다. 이미 두 병력이 근접전을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후퇴!"
로레인은 검을 높이 들며 외쳤다. 미리 명령을 받은 병사들이었기 때문에 큰 동요
없이 후퇴를 하기 시작했다. 물론 디언은 추격을 명하였고, 로레인은 곧 반전을 하
여 그와 맞붙었다. 전투가 어느 정도 진행되자 로레인은 미리 준비하여 온 신호탄을
하늘로 쏘아올렸다. 한 줄기의 빛이 하늘로 빠르게 날아올라가더니 폭음과 함께 새
파란 빛을 발하였다. 그것은 신호가 되었다. 양쪽의 숲에 매복하고 있던 레인 나이
츠와 로얄 나이츠는 아나트의 병사들을 포위하는 진형을 펼치고는 그들을 압박해 나
갔다. 디언의 실수는 그야말로 되돌리기 힘든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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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나트 간부들의 이름은 그다지 알 필요가 없죠. 레시트, 카이르만 알면 되죠-_-;;
오늘의 시험은 그럭저럭 잘 친 편입니다.
먼저, 수학은 예전과 그리 다를바 없습니다. 75~85정도겠지요.
일어는 무지 잘쳤습니다. 저희 학교가 원래 일어 문제가 쉬운 편입니다. 상위권과
하위권의 차이가 심해서^^; 덕분에 100점을 노릴 수 있다는…
독서는 잘 모르겠습니다. -_-; 80은 되지 않을까요;;
★Crazy little thing called love☆
☆사랑이라 불리는 작고 끔찍한 것★
『SF & FANTASY (go SF)』 22813번
제 목:[하이랜더] The war of dragons - 033
올린이:스카이엘(박지훈 ) 01/05/05 18:31 읽음:242 E[7m관련자료 있음(TL)E[0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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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랜더 1st story
The war of Drag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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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야!!"
데프론은 요르 요새의 총지휘관이 된 이래로 가장 큰 목소리를 냈다. 그로 하여금
이러한 반응을 이끌어낼 만큼 데프론 휘하의 기사가 그에게 한 보고는 절망적인 것
이었다. 데프론은 이를 갈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두 눈으로 봐야만 했다.
"안내해라! 그리고 출병한 숫자가 얼마나 되지?"
"예. 4천 2백입니다. 보병과 궁수만이라고는 하지만, 총지휘관 님. 이 정도면 아군
에게는 막대한 피해입니다."
"제길, 4천 2백?!"
데프론은 기어이 뛰기 시작했다. 장교 전용의 계단을 성큼성큼 뛰어 올라서 성벽에
올라선 데프론은 그만 입을 쩌억 벌리고 말았다. 그의 눈에 들어온 것은 완전히 포
위되어버린 아나트의 군대였다.
"잠깐 사이에 이렇게나 상황이 악화되다니?"
그의 옆에 있던 기사마저 놀라움을 금치 못하였다. 데프론은 건틀릿을 낀 주먹으로
성벽을 내리쳤다. 그의 손이 엄청난 고통을 호소하였지만, 데프론은 그를 무시했다.
"저항군의 간부 측에서 디언의 성격을 파악하고 수를 쓴거야. 젠장!"
"데프론 님, 디언 님으로부터 원군 요청의 신호가!"
옆에 있던 병사의 보고에 순간 울컥, 했던 데프론은 애써 자신을 진정시켰다. 그리
고 차근차근 상황을 따져보았다. 지금 포위되어 있는 병력은 아나트 군의 절반을 넘
는 숫자이며, 그들을 잃으면 전쟁이 얼마나 악화될지는 뻔한 일이었다. 데프론은 이
를 갈며, 뒤로 돌아서며 외쳤다.
"내가 직접 출병(出兵)하겠다! 휘하의 미들 나이츠(=중앙 기사단)에게 명령을 전하
도록!"
"예!"
옆에서 대기하고 있던 기사는 힘차게 대꾸하며 빠르게 움직였다. 그리고 얼마 후,
2백명 가량의 미들 나이츠가 집결하였다. 데프론은 그들의 앞에 서서 검을 뽑아 하
늘로 치켜들고는 외쳤다.
"지금부터 우리는 아군을 구하기 위하여 출병한다!"
"예!"
"기마(驥馬)!"
데프론은 그렇게 외치고는 자신의 애마(愛馬)에 올라탔고, 그를 따라서 2백명의 기
사들도 자신들의 말에 올라탔다. 데프론이 신호를 보내자 요르 요새의 육중한 성문
세 개가 연속으로 열렸고, 그 사이를 데프론의 미들 나이츠가 바람같이 빠져나갔다.
데프론의 출병을 이미 예상하고 있었던 저항군의 레인 나이츠와 로얄 나이츠가 그들
을 막아섰지만, 데프론은 그들에게는 시선조차 주지 않고 엄청난 돌파력으로 저항군
의 포위망을 뚫어, 아나트 군의 활로를 뚫어냈다.
"부관, 어디있나! 어영부영하지 말고 어서 탈출해!"
"젠장, 시끄러, 당신!"
상관인 데프론에게 반말로 외친 디언은 거친 기마술로 그의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자네 지금 뭐라고?!"
"시끄럽다고!"
디언은 다시 한번 데프론에게 소리를 지르고는 재빠르게 요새를 향해 달아났다. 부
하들은 내버려둔 채로. 데프론은 그를 쫓아가 한 마디 해주고 싶었으나, 우선은 부
대의 진열이 먼저였다. 데프론은 다시 포위망이 좁혀지기 전에 부대를 재정비하고는
요새를 나왔을때와 같이 빠르게 요새로 귀환하였다. 디언과 함께 출병하였던 병사는
보병이 3천, 궁병이 150만이 가까스로 살아남을 수 있었다. 기사단의 소실은 다행히
도 없었다. 병사로부터 수를 보고 받은 데프론은 미간을 좁혔다.
"부관. 자네의 생각없는 미친 짓으로 아군이 얼마나 피해를 받았는지 아는가. 게다
가 좀전의 그 행위는 도대체 뭔가? 내가 자네의 상관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나."
"제기랄, 닥쳐! 모욕을 당했다고! 롤로프 가(家)에서 태어나 이따위 대접은 처음이
야! 당신… 아니, 너도 마찬가지다, 데프론! 언제나 나를 깔보고 무시했지? 두고봐!
아버지에게 일러바쳐서 남은 여생을 후회하게 만들어 버릴테니까!"
"부관, 앞으로 일주일간 방에서 근신하면서 반성하라."
데프론은 천천히 낮은 어조로 말했다. 하지만 디언은 바닥에 침을 퇘, 하고 뱉으며
거칠게 외쳤다.
"웃기고 있네. 너 따위의 말은 이제 안들을테다. 근신? 장난하나! 난 후문을 통해
서 요르를 나가야겠어. 기사 따위, 이제 하지 않을테다! 집에서 편히 쉬고 싶어."
"명령이다. 일주일간 자신의 방에서 근신해라."
"귀가 먹었나, 이 미친 놈이!"
한 때, 귀족들 사이에서 방탕아 제1순위 뽑힌 디언의 본 실력이 드러나고 있었다.
"무능한 녀석, 죽어버려라."
은빛의 궤적이 그려졌다. 그리고 그 궤적 내에는 디언의 목도 포함되어 있었다. 데
프론의 검이 남긴 궤적이 사라질 무렵, 디언의 몸이 크게 휘청거렸다. 그리고 그의
목 위에 붙어있던 머리가 그대로 굴러떨어졌다. 데프론은 지독하리만큼 차가운 눈빛
으로 이제는 시체가 된 디언을 바라보았다.
"전쟁 중의 명령 불복종은 사형이다, 부관."
다음 순간, 요새 내가 크게 술렁거렸다. 평소 디언이 마음에 안드는 짓거리를 골라
서 한 것만은 사실이었다. 하지만 그가 롤로프 후작의 아들이라는 것도 사실이었다.
그것도 가장 귀여움을 받는 셋째 아들. 하지만 데프론에게 그 사실은 더 이상 중요
한 것이 아니었다.
"이 몹쓸 시체를 저항군이 볼 수 있게끔 요새 밖으로 내다버려라."
그리고는 몸을 돌리며 말했다.
"오늘 있었던 일을 교훈삼아 주면 좋겠다, 모두들. 이 일에 대한 벌은 내가 짊어질
테니 안심해도 좋다."
그 이후, 요르 요새는 성문을 굳게 걸고서 견고한 수비만을 유지해나갔다. 후문을
봉쇄할 정도의 여유 병력이 저항군에는 없었던 까닭에 요새 내의 식량이 바닥나기를
기다릴 수 도 없는 일이었다. 5일에 걸쳐서 수 차례나 공격을 감행하였으나, 저항군
이 얻은 소득은 전무하였다. 하지만 아직까지 저항군 중에서 포기한 이는 없었다.
그것은 5일동안 12번이나 소집된 간부 회의가 증명하고 있었다.
"한가지 생각해둔 것이 있습니다."
13차 간부 회의에서 세나가 의견을 제시하였다.
"이 부대에 편입되어 하는 일은 없었던 레인져 부대. 그들이 힘을 좀 써야겠네요."
세나는 예의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그렇지만 미소짓지 않는 눈에는 강한 확신이
담겨 있었다.
5월 5일 0시. 이 날의 저녁은 특이하게도 구름이 많았다. 만물을 감추는 어둠을 밝
히는 것은 오직 희미한 달빛과 미미한 별빛 뿐. 어지간히 밤눈이 좋은 사람도 함부
로 움직이기 힘든 저녁이었다. 하지만 전문적으로 훈련을 받은 300명의 레인져에게
는 더없이 좋은 찬스. 그들은 어둠에 속하여 행동을 시작했다. 그 300명의 선두에는
카인과 쥬크가 있었다. 이 작전 자체가 위험한 것도 있었지만, 하이랜더인 그들은
실제로도 밤눈이 무척 뛰어났다. 쥬크는 카인을 향해 엄지 손가락을 펴보이며 말했
다.
"그럼, 건투를 빕니다."
"예."
카인은 쥬크의 말에 간단히 대꾸하였다. 그리고 그들은 각자 150명의 레인져들의
리더가 되어 서로 반대편의 절벽을 향해 출발했다.
절벽에 도착한 레인져들은 이미 지시받은대로 절벽을 오르기 시작했다. 레인져가
아닌 다른 병사들이었다면, 이러한 절벽을 오르는 것은 무척 힘든 일일 것이다. 그
렇지만 언제나 숲과 산을 주무대로 삼으며 살아온 레인져들에게는 익숙하기까지 한
일이었다. 그리고 카인과 쥬크에게는 더더욱 문제될 일이 아니었다.
'절벽을 오르는 일은 제가 아니더라도 충분히 나올 수 있는 생각이고, 도전할 수도
있는 일이에요. 하지만 지금까지 누구도 성공하지 못했다는 것은 절벽을 오르는 도
중에 방해를 받았다는 것이죠. 카인 오빠, 쥬크 님. 조심하세요.'
세나의 말을 떠올리며 카인은 신중하게 절벽을 올랐다. 물론 그 전에 레인져들에게
자신의 뒤를 따르라고 명령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다행히도 절벽의 도중에는 특별
한 함정이 존재하지 않았다. 카인은 마지막에 절벽의 튀어나온 부분을 밟고 뛰어올
랐다. 그와 함께 절벽으로부터 수십개의 암기와 화살이 카인을 떨어뜨리기 위하여
날아들었다.
"아앗?!"
카인의 아래에서 그를 지켜보고 있던 레인져들은 움찔, 하며 나지막한 비명을 질렀
다. 하지만 그 정도에 당할 카인은 아니었다. 어느 새 카인의 손에는 헬파이어가 들
려져 있었고, 그것은 검은 공간에 붉은 색을 뿌렸다. 그리고 그것은 모든 암기와 화
살들을 막아내었다.
'기계에 열 탐지, 마나 디텍트, 존재 탐지 등을 걸어두었군.'
카인이 멋지게 공격들을 막아내자 레인져들은 환호를 하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물
론 양손을 모두 놓아버리는 멍청한 실수를 하는 자는 없었다.
"실수 했군."
카인이 절벽에 착지함과 동시에 말했고, 폭발이 일어났다.
콰아아아아아앙!!
자세히 보이지는 않았지만, 엄청난 폭발이 일어나자 레인져들은 크게 동요했다. 카
인 정도의 실력자라도 이 정도 폭발에는 살아남지 못할 거라는 생각마저 들기 시작
했다. 하지만 그것은 곧 들려온 카인의 목소리에 의해 진정되었다.
"이 쪽으로 올라와라."
그렇게 말하는 카인의 모습이 레인져들에게도 보였다. 상처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
으며, 옷도 멀쩡하였다. 그들이 주춤거리는 이유를 잘못 이해한 카인은 걱정말라는
투로 말했다.
"암기와 화살을 날리는 기계는 이미 부숴두었다."
"무, 무사하십니까?"
"물론."
그제서야 절벽 위로 조심스럽게 올라선 레인져들의 눈이 동그랗게 떠졌다. 처음 보
는 신기한 광경 때문이었다. 절벽의 바닥에 그려져있는 자그마한 원과 그 원에 쓰여
있는 알 수 없는 문자가 붉은 빛을 발하고 있었다. 레인져 중 한 명이 문득 말했다.
"이게 혹시 마법진인가?"
그렇지만 대답은 나오지 않았다. 결국 그 레인져는 카인에게서 답을 구해야 했다.
"저… 이게 뭡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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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단에 대한 설명이나 해볼까 합니다.
기본적으로는 '하얀 로냐프 강'의 기사단 설정을 참고하므로, 그 글을 읽어보신 분
들은 보다 쉽게 이해하시리라 믿습니다.;;
기사단은 정예 기사단, 친위 기사단, 중앙 기사단이 있습니다.
정예 기사단과 친위 기사단에는 각각 기사 단장이 있으며, 중앙 기사단은 기사 대
장이 있습니다.
각 기사단에 소속되는 기사Kinght의 숫자는 적게는 50명에서 많게는 100명입니다.
그리고 이들은 100명 정도의 기마병을 거느리고 있습니다. 물론 개인 소유의 병사
가 없는 기사도 있으며, 500명이 넘는 기사도 있습니다.
따라서 기사단 하나가 집결하면 그 숫자는 5천에 가깝습니다. 물론 상대적으로 숫
자가 적은 아나트 저항군은 기사단 하나가 2천가량 됩니다.
통계에서 47위를 했네요. 다음에는 좀 더 오른 순위를 ^^;;;
★Crazy little thing called love☆
☆사랑이라 불리는 작고 끔찍한 것★
『SF & FANTASY (go SF)』 22938번
제 목:[하이랜더] The war of dragons - 034
올린이:스카이엘(박지훈 ) 01/05/06 14:48 읽음:234 E[7m관련자료 있음(TL)E[0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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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랜더 1st story
The war of Drag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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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진이다."
"…어떤 효과인데요? 아까의 폭발이 이 마법진 때문입니까?"
"집 한채 정도는 우습지."
카인은 그렇게 말하는 것으로 레인져의 질문에 대답했다. 그리고는 코트에서 담배
를 꺼내 입에 물었다. 태평스러운 대꾸였지만, 레인져들은 그의 말에 긴장감을 느꼈
다.
"이제부터는 어떻게 합니까?"
"어차피 방금 전의 폭발로 기습은 실패다."
카인의 말이 주로 빙빙 도는 것은 이미 깨달아버린 레인져들.
"따라서 마법진을 폭발시킨다. 이동하기에 번거롭다. 저 쪽의 것들은 제외하고."
지시가 끝날때 카인의 손가락은 요르 요새의 통로 근처를 가리키고 있었다. 폭발음
을 듣고서 올라올 아나트 군에 대비하기 위함이었다. 카인은 검기를 모으다가 가만
히 있는 레인져들을 보고는 한마디 했다.
"돌맹이라도 집어던져."
"아, 예."
레인져들은 급히 고개를 끄덕이며 주변의 돌맹이들을 집어들었다. 어차피 주위에
널린게 돌맹이었다.
"멀리서 던지는게 좋아."
콰콰콰콰콰콰콰콰콰쾅!!
카인이 그 말을 했을때, 이미 돌맹이들은 레인져의 손을 떠난 뒤였다. 거대한 폭발
음이 절벽을 뒤흔들고, 요르 요새를 진동시켰다. 그리고 달빛을 가리고 있던 구름마
저 흩어졌다. 레인져 중 누군가가 중얼거렸다.
"너무 늦어요, 카인 님."
한편, 반대편 절벽에서는 쥬크가 파견한 정찰대를 기다리고 있었다. 잠시 후, 정찰
을 마친 세 명이 가벼운 몸놀림으로 쥬크의 앞으로 내려와 무릎을 꿇으며 말했다.
"쥬크 님의 말씀대로입니다. 바닥에는 마법진이 그려져 있었고, 절벽 윗쪽으로 물
체가 일정 이상 올라가자 암기와 화살이 날아들어 그를 저지하였습니다."
"역시 생각대로군요."
레인져의 보고에 쥬크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폭발 마법진들은 차라리 발동시켜버리는 것이 좋겠습니다. 먼저 제가 올라가서 안
전한 장소를 확보하도록 하지요."
그때 그들이 있는 장소와 반대쪽 절벽에서 무수한 폭발음이 울려퍼지며, 서서히 달
빛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쥬크는 엷은 미소를 지으며 자신의 청룡검을 뽑아
들었다.
"저 쪽은 이미 시작했군요. 그럼 저희들도 올라가도록 할까요?"
"우우오오오옷!!"
쥬크를 선두로 하여 레인져들은 빠른 속도로 절벽을 타고 오르기 시작했다. 쥬크는
레인져들보다도 훨씬 빠른 속도로 절벽을 등반한 후, 마지막에 양발로 힘차게 절벽
을 박차며 도약했다. 쥬크의 청룡검이 푸른 잔상을 남기며 사방으로 휘둘러진 것과
그를 노리는 수십개의 암기와 화살들이 날아든 것은 거의 동시였다. 이미 모든 궤도
를 예상하고 있었는지 아니면 묘한 타이밍이었는지 쥬크의 청룡검은 그것들을 모조
리 튕겨내었다. 그것도 폭발 마법진들의 위로 말이다. 정교하고 예민한 탓인지 미
세한 충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폭발 마법진들은 반응을 보이며 폭발을 일으켰다.
'그리고 기계들은….'
어느 새 청룡검에는 푸른색의 기운이 잔뜩 몰려 있었다. 쥬크가 팔을 움직이자 청
룡검으로부터 그 푸른색의 기운이 길게 늘어지며 날아갔고, 그것에 명중된 저격용
기계는 단번에 격파되었다. 그 범위에 속하지 않는 기계들도 전류의 자극으로 마비
되어버렸다. 쥬크가 땅에 착지한 것은 그 다음의 일이었다.
"이 곳으로 올라오십시요."
안전한 장소를 확보하자 쥬크는 절벽 아래에서 대기중인 레인져들에게 말했다. 그
리고 잠시 후, 대기 중이던 레인져들이 절벽 위에 올라섰다. 하지만 아직 끝난 것은
아니었다. 애초에 절벽 위에 배치되어 그 곳에서 생활을 하고 있었던 궁수들은 폭발
음을 듣고서 재빠른 동작으로 장비를 갖추고 출동한 것이다. 궁수들은 쥬크와 레인
져들을 발견하자마자 활시위를 먹이고 그들을 겨누었다. 하지만 레인져 부대의 기동
력은 기사단을 제외한다면 최고를 자랑한다. 궁수들은 변변찮은 활 한번 날려보지도
못하고 레인져들의 소검에 의해 목숨을 잃고 말았다.
"생각보다 적들이 많이 배치되어 있군요."
그렇게 말하는 쥬크의 시선은 자신들을 향해 다가서고 있는 병사들을 향하고 있었
다. 그 광경에 레인져들은 한층 더 긴장감을 느끼며 소검을 더더욱 단단히 붙잡았다.
그 때 병사들 틈에 섞여있는 한 기사가 당당히 외쳤다.
"적 지휘관은 누구인가? 나는 아나트의 기사, 케린! 적 지휘관과 검을 맞추길 원한
다!"
쥬크는 엷은 미소를 지으며 검을 고쳐잡았다. 그리고 한걸음 나서며 말했다.
"레인 나이츠 단장, 쥬크. 검을 맞추도록 하죠."
"좋아, 와라!!"
케린은 용감하게 외쳤다. 그의 몸이 앞쪽으로 빠르게 날아들었고, 그에 따라 검도
크게 움직였다. 쥬크는 미세한 차이로 공격을 피하고는 몸을 앞으로 기울였다. 그리
고 검을 찔러넣었다.
"윽?!"
불시의 기습임에도 불구하고 케린은 자신의 어깨 장갑을 들이밀어 쥬크의 검을 막
아내는 재주를 발휘하였다. 케린은 그 자세에서 발을 굴려 어깨로 쥬크를 치려 했으
나, 부질없는 짓이었다.
"조금만 깊었으면 당했을텐데 아쉽군요."
"…! 우롱하지 마라!"
여유를 부리며 건내는 쥬크의 말에 흥분한 케린은 곧 마구잡이로 검을 휘두르며 돌
진해 들어왔다.
"쥬얼 포스, 웨폰."
청룡검의 앞쪽에서 형성된 구체가 엷은 막으로 변하였다. 그리고 그 막은 청룡검에
천천히 흡수되었고, 그 진행이 끝나자 청룡검이 움직였다. 쥬얼 포스의 힘이 실려있
는 청룡검은 가차없이 케린의 목을 베어냈고, 그것은 다른 병사들에게도 해당되는
말이었다. 곧 레인져가 쥬크에게 다가왔다.
"적편 기사단을 전멸시켰습니다."
"피해는 어떻습니까?"
"없습니다."
"좋군요. 자, 그럼 내려가볼까요? 요르 요새로."
쥬크는 청룡검을 느슨하게 잡으면서 미소지었다.
"아나트 군입니다."
폭발 마법진에 휩쓸려 궁수들이 자멸해 버린 후, 카인에게 들려온 말이었다. 카인
은 담배 연기를 흠뻑 들이마시고는, 그것을 내뱉으며 말했다.
"숫자는."
"대충 100명은 될 것 같습니다."
"알았다."
고개를 끄덕인 카인은 바닥에 꽂아두었던 헬파이어를 뽑아들고는 병사들을 바라보
았다. 카인은 온 몸의 기를 끌어올리며 반대편 절벽으로 살짝 시선을 돌렸다. 그 쪽
도 전투 중이었는지 푸른색 섬광이 간간이 눈에 보였다. 다시 시선을 병사들에게 돌
린 카인은 정신을 집중했다.
"오랜만에 시험해볼까."
카인의 몸에서 점차 붉은색의 아지랑이가 피어오르기 시작했고, 그 광경에 아나트
의 병사들은 물론 레인져들도 움직임을 멈추었다. 이윽고 카인의 입이 열렸다.
"광검(光劍)."
초대(初代)의 용제인 블루 드래곤 로디네트의 계약자였다는 하이랜더, 쥬리오가 개
발해낸 검술인 광검은 그 속도만큼은 전 차원계의 검술 중에서도 톱 클래스에 속하
는 일 대 다수에 유용한 검술이었다. 그리고 현재 광검을 미완성이나마 익히고 있는
하이랜더는 오직 카인 뿐이다. 그것은 광검과 형제뻘인 파괴형 검술, 파검(破劍)도
마찬가지였다.
순간, 카인의 몸이 모두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빠르게 움직여 잔상이 남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사라져버린 것이다. 그리고 잠시 후, 카인은 병사들의 중앙에 서서 검
을 돌리고 서 있었다. 그리고 카인의 주변에 서 있던 80가량의 병사들이 갑옷이 일
시에 베여졌고, 그들의 몸에서 피가 터져나왔다. 피가 땅을 적셨고, 기사들은 바닥
에 쓰러졌다.
"돌격."
카인은 약간 지친 목소리로 말하였다. 이런 대검술(大劍術)을, 그것도 미완성인채
로 사용하고 나니 그에게도 상당한 피로가 닥친 것이었다. 카인은 요새 내에 잠입할
때의 힘을 위해 검을 회수하고 나무에 기대어 휴식을 취하게 되었다.
'예전보다는 많이 좋아졌다. 일단 사용하고 쓰러지지는 않으니까.'
"나는 아나트의 기사, 요텐! 무슨 요술을 부렸는지는 모르겠지만 부하들의 원한은
이 몸이 갚아주겠다."
어느정도 호흡을 고른 카인은 천천히 요텐이라는 기사를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천
천히 몸을 일으켰다.
"하하핫! 이것이야말로 검술의 달인만이 사용한다는 검기!"
약간의 은빛을 머금은 하늘색. 검기에 은빛이 도는 것만으로도 요텐의 실력이 상당
하다는 것은 알 수 있었다.
"하아아앗!"
길게 기합을 내지르며, 요텐의 검이 춤을 추듯이 화려한 동작을 펼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야말로 화려했을 뿐, 공격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검기의 빛을 발
하고 있었기에 요텐의 검은 무척 아름다웠지만, 정말로 그것 뿐이었다. 게다가 계속
되는 요텐의 말은 그 미(美)를 깍아내리고 있었다.
"크하하, 어떠냐?! 나의 이 화려한 검식(劍式)에 홀리기라도 했는가?"
공격은 한차례도 하지 않은 주제에 자랑스레 외치는 요텐이었다.
"한심하군."
"…! 무, 무어라! 요르 요새에서 가장 화려한 나의 검식이?!"
천천히 뽑혀진 헬파이어를 따라 은은한 붉은 잔상이 남겨졌다. 카인은 자세를 취하
며 요텐을 향해 말했다.
"오랜만에 사용하지만… 너보다는 괜찮을거다."
헬파이어의 끝이 갈라졌다. 아니, 느리지만 부드럽게 잔상을 남기며 움직였다. 그
리고 붉고 부드러운 원이 허공에 그려졌다. 카인의 발이 가볍게 땅에 끌렸다. 소리
는 나지 않았다. 발의 움직임에 따라 카인의 어깨가 움직였고, 팔이 움직였고, 몸이
움직였다. 그것은 검무(劍舞)였다. 하이랜더 검무 대회에서 우승한 경력이 있는 킬
린이 완전히 패배를 인정해버린 카인의 검무는 실로 환상에 가까웠다. 성격때문에
그다지 자주 펼치는 편은 아니었지만, 카인의 본래 검술은 이러한 검무와도 같았다.
카아아앙.
헬파이어로 쳐낸 요텐의 검이 하늘을 날더니 곧 근처의 나무에 꽂혀버렸다. 카인의
검무를 홀린 듯이 바라보다가 미처 공격을 피하지 못한 탓이었다. 카인의 검무는 부
드럽게 연결되었다. 그 자리에서 허리를 이용해 몸을 돌린 카인은 곧장 발걸음을 옮
겨 곡선을 그리며 요텐의 목을 베어냈다.
"보여준게 아깝군."
차갑게 말을 내뱉은 카인은 천천히 레인져들과 기사들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하지
만 이미 전투는 끝난 뒤였다. 카인은 천천히 요르 요새로 가는 통로로 발걸음을 옮
겼다.
"이동한다. 요새 내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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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 기간입니다.
★Crazy little thing called love☆
☆사랑이라 불리는 작고 끔찍한 것★
『SF & FANTASY (go SF)』 23088번
제 목:[하이랜더] The war of dragons - 035
올린이:스카이엘(박지훈 ) 01/05/07 16:28 읽음:233 E[7m관련자료 있음(TL)E[0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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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랜더 1st story
The war of Drag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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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항군의 진지에서 잠들어 있는 이는 없다. 모두가 긴장감을 간직한 채로 요르 요
새를 바라보고 있다. 이어지는 폭발음이 그들을 불안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피아와
세나만은 편안한 마음을 가질 수 있었다. 그녀들은 카인과 쥬크의 정체와 실력을 잘
알고 있었다. 둘의 옆에는 언제라도 성문이 열리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레시트가 있
었다. 그리고 2만의 병력이 언제라도 출병할 수 있도록 대기 중에 있었다.
"전하, 긴장되십니까?"
피아는 그렇게 레시트에게 말을 붙였다. 레시트는 그녀를 바라보지 않은 채 고개를
끄덕였다.
"카인 경과 쥬크 경의 활약에 요르 요새 공략의 승패가 걸려있으니까."
"조명탄입니다, 전하."
레시트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로얄 나이츠 단장, 레오트가 꺼낸 말이었다. 레시
트는 그의 말에 재빨리 하늘을 바라보았다. 하늘을 밝히고 있는 그 조명탄의 의미는
분명히 요새 내부로의 침입에 성공했다는 것. 레시트는 라이팅 소드를 뽑았다.
"전군, 돌격!!"
"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데프론은 일생 일대의 당황스러움을 경험하고 있었따. 절벽을 올라서 요르 요새로
들어온다는 전법이 성공하리라는 것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하고 있었다. 100개의 폭
발 마법진과 15개의 저격용 기계, 궁수 부대와 병사들이 각각의 절벽에 배치되어 있
다. 그러한 두터운 방어진을 모조리 뚫릴 줄이야. 그것도 지금 요르 요새를 헤집고
다니는 레인져 따위에게 말이다.
"막아! 성문 쪽으로는 죽어도 못가게 해야 해! 적은 고작 300이다!"
데프론은 목이 터져라 명령을 내리며 자신도 전장에 뛰어들었다.
사실 이미 300명의 레인져들은 포위당해 있었다. 그럼에도 아직까지 레인져들은 단
한명도 죽지 않았다. 바로 전방에 있는 로브를 걸친 푸른 머리의 검사와 후방에 있
는 블랙 코트를 입은 핏빛 머리의 검사 때문이었다. 그 둘이 휘두르는 검에 의해 죽
어나가는 병사들의 숫자는 가히 기하급수적이라는 말이 붙을만 하였고, 그에 사기가
꺽여버린 아나트 군은 레인져 하나도 이길 수 없을 지경이 된 것이었다.
"카인! 부탁합니다!"
"예."
쥬크는 카인에게 아군 보호를 명하고 자신은 성문을 향해 돌격을 시작했다. 그의
실력을 잘 아는 아나트 군이었지만, 그가 성문을 열면 어떻게 될지는 더 잘 알고 있
었다. 그들은 앞뒤 볼 것도 없이 쥬크를 향하여 그야말로 몸을 날렸다.
"청룡참(靑龍斬)."
청룡검의 검날받이 부분에서 푸른색의 기운이 번뜩이더니 검을 휘감으며 맹렬한 기
세로 흐름을 타며 앞으로 쏘아졌다. 그리고 그 기운은 점차 푸른 비늘의 신룡의 모
습을 갖추었고, 쥬크의 앞을 가로막는 아나트 군들을 날려버렸다. 그리고 그것은 성
문마저 무너뜨렸다.
"성문이 무너졌다!"
쥬크가 성문 하나를 부수자마자 바깥에서도 성문 하나가 부서짐을 알리는 외침이
들려왔다. 요르 요새의 성문은 총 3개. 머지 않아 또 하나의 성문이 저항군의 노도
와도 같은 돌격력에 의해 무너졌다.
레인져들의 환호 소리. 아나트 군의 탄식. 몰려드는 저항군의 함성 소리. 대지를
울리는 말발굽 소리와 발소리. 그리고 하늘에는 은은한 달빛만이. 난공불락, 요르
요새는 그렇게 무너졌다.
"진격이다, 진격! 멈추지 마라!!"
저항군의 기사 대장인 카이르의 외침이 크게 울렸다. 드워프 제의 고급 검이 휘둘
러질때마다 수 명의 아나트 군이 쓰러져 나갔다. 그의 모습은 가히 '전장의 맹수'라
는 별칭이 붙을만도 하였다. 겨우 3백의 피해로 지셔트 상을 탈취한 카이르는 지셔
트 성에서 확보한 2천과 3천의 저항군을 남겨두었고, 지금은 6천 7백의 병력으로 루
룬트 평원을 두고서 아나트 군과 혈전을 벌이고 있었다.
"대장님, 적들이 후퇴합니다!"
"놓아주어선 안된다, 추격!"
시론의 보고에 카이르는 곧장 추격을 명하고는 스스로 추적에 앞장섰다. 길게 자란
풀들이 걸기적 거리기는 했지만, 말을 달리기에 크게 무리는 없었다. 머지 않아 카
이르의 시야에는 허겁지겁 후퇴하고 있는 아나트 군의 모습이 들어왔다. 카이르는
검을 높이 치켜들었다.
"미들 나이츠는 나를 따른다!"
"예!"
카이르는 보병들에 앞서 미들 나이츠를 이끌고 빠르게 말을 달렸다. 그 쯤 되자 아
나트 군들도 그들을 보았다. 하지만 아나트 군은 후퇴 대신에 반격을 택하였다.
"좋아, 한번 해보자는 거군!"
"…! 대장님, 아군의 우측과 좌측에!"
"뭐?"
카이르는 시론의 말에 놀라며 좌우를 살펴보았다. 저항군을 둘러싸고 있는 아나트
의 병사들. 그 사실을 카이르가 제대로 인식하기도 전에 전투가 발생하였다. 당연히
포위당한 저항군이 불리하였다.
"빌어먹을?!"
아나트 군은 후퇴하는 척 하면서 몰래 병력을 매복시켜두었던 것이다. 길게 자란
풀은 그들의 모습을 숨기기에는 그야말로 안성맞춤. 카이르는 아직 뒤가 포위되지
않은 것을 보고 신속히 명령을 하달했다.
"후퇴! 들어온 길을 따라 후퇴한다!"
하지만 군대가 후퇴를 위해 등을 보이면, 그것만으로도 막대한 피해를 감수해야만
했다. 카이르가 제 아무리 뛰어난 기사라고 할지라도 그것만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
다. 게다가 카이르는 전술적으로 뛰어난 기사는 아니었다. 덕분에 저항군의 숫자는
반수가 조금 넘는 4천 가량으로 줄어 있었다. 후퇴에 성공하여 진지를 구축한 뒤에
그 보고를 들은 카이르는 암담한 표정을 지었다. 3백의 피해로 지셔트 성을 굴복시
킨 것은 지금의 패배를 위해 있었던 일 같았다. 그 때, 그의 막사로 시론이 들어왔
다.
"대장님."
"시론인가, 무슨 일이지?"
"생각나는 작전이 하나 있어서 찾아뵈었습니다."
시론의 말에 귀가 뜨인 카이르는 테이블에 앉으면서, 시론에게도 자리를 권하였다.
시론은 고개를 숙여 감사를 표하고는 그의 맞은편에 앉았다.
"후퇴하죠."
"뭐? 제정신인가, 자네."
"정말 후퇴하자는 것이 아닙니다. 오늘의 아나트처럼 거짓 후퇴를 하는 겁니다. 그
리고 도중에 절반 가량을 매복 시키고, 근처에서 쉬는 척을 하고 있는 겁니다. 그러
면 아나트 군이 기습을 해오겠고, 그 때 매복한 병사들과 협력하여 아나트 군을 치
는 겁니다."
"흐음, 괜찮은 생각이군."
"이 때, 매복하는 병사들의 위치가 중요하겠지요. 아예 퇴로를 차단할 수 있게끔
해야합니다."
"오늘의 아군처럼 탈출할 수 있는 길을 봉쇄하자는 이야기군?"
"그렇습니다."
"좋아. 그럼 그렇게 하도록 하지."
"매복 작전을 펼치겠다? 좋은 생각이지만, 상대가 나빴어. 시론은 이미 당신의 편
이 아냐, 카이르."
붉은 머리의 여성은 수정구를 통해 카이르와 시론의 말을 듣고는 웃어보였다. 그녀
가 있는 곳은 루룬트 평원의 아나트 군의 진지. 현재, 아나트 군의 전체 지휘자는
레드 드래곤 나이트, 옐란. 바로 그녀였다. 그녀는 손짓을 하여 수정구의 영상을 꺼
뜨렸다.
"저항군의 기사 대장, 카이르 루갈리스. 검술계Ix의 현존하는 인간들 중에서 무(武
)의 정점에 선 자이며, 속성의 검기를 이룰 가능성이 높은 존재… 이지만."
옐란은 몸을 일으키며 말을 이었다.
"죽어줘야겠지?"
그 날 저녁, 카이르는 시론의 의견에 따라서 거짓 후퇴를 실시했다. 그리고 옐란은
아나트의 군대를 조용히 뒤따르게 했다. 카이르는 군대를 매복시켰고, 옐란은 아나
트의 군대로 그들을 각개격파하였다. 그리고 다음 날에 벌어진 루룬프 평원의 전투
는… 저항군의 대패로 막을 내렸다.
다가닥, 다가닥, 다가닥, 다가닥.
다급한 말발굽 소리가 지면을 울렸다. 루룬트 평원 근처의 숲길을 가로지르는 말들
의 숫자는 13이었고, 그 위에 타고 있는 자들은 다름아닌 저항군의 기사들이었다.
기사들의 숫자는 16으로 말에 비해서 많은 편이었지만, 갑옷을 벗은 자들도 있었기
때문에 말이 그렇게 무리할 필요는 없었다. 가장 앞에서 달리고 있는 자는 다름아닌
카이르. 작전이 들통난 것을 알자 선두에 나서서 활로를 뚫던 카이르는 부관인 시론
의 기습에 의해 복부에 관통상을 입었다. 그 와중에도 시론을 처단한 카이르는 끝내
활로를 뚫는 것에 성공하였고, 지금처럼 반시체 상태가 되어버린 것이었다. 그리고
그를 제외한 기사들은 별다른 부상을 입지 않았다. 한 명이 등에 활을 맞아 상당한
부상을 입긴 했지만 말이다. 4천의 동료가 목숨을 바쳐 탈출시켜준 자들이었다. 그
들이 말을 달리고 있는 방향은 레시트가 있을 요르 요새. 레시트가 승전했는지 패전
했는지는 그들이 알 도리가 없었지만, 죽더라도 주군의 곁에서. 그것이 기사들의 일
치하는 생각이었다.
"으악?!"
등에 활을 맞은 기사가 순간 말고삐를 놓치더니 바닥으로 굴러떨어졌다. 지형이 조
금 험했기 때문에, 그만 실수를 한 것이었다. 다른 기사들은 그의 비명에 놀라며 말
을 멈추려 했지만, 절규와도 같은 그의 외침이 기사들을 막았다.
"멈추지 마, 계속 달려! 나 같은 녀석에게 신경쓰지 마!"
"…! 제기랄, 미안한다!"
그의 말에 숨은 속 뜻을 이해한 기사들은 애써 고개를 외면하며, 더욱 힘차게 말에
채찍질을 가하였다. 자신의 말도 그 사이에 도망쳐 버리고 이제는 혼자가 된 기사는
쓸쓸한 미소를 띄었다.
"대장님… 카이르 님. 무사하시길… 전하, 전하를…."
점차 그의 목소리에서는 힘이 없어지기 시작했고, 이윽고 그의 눈이 사르르 감겨들
었다.
"제길, 시론 님! 아니, 시론이 배반자였다니! 제기랄, 제기랄!"
또 한 명의 동료가 죽어버렸다. 기사는 말을 달리며 욕지거리를 내뱉았지만, 그의
외침에 응해주는 이는 없었다. 오직 대지를 울리는 말발굽 소리만이 울려퍼질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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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치고 싶었던 이벤트 중 하나였습니다. 1백의 드래곤, 마룡, 악마들에게 떼죽음
당하는 저항군의 모습. 결국에는 옐란이라는 레드 드래곤의 개입이 성립되고 말았지
만, 브레스 맞아 죽는 것보다는 훨씬 좋군요. 허헛 -_-;
컴퓨터가 보입니다! +_+;;;
오늘 시험친 세 과목의 평균이 95에 가깝습니다. 첫 날의 실수를 충분히 커버;; 일
단은 90을 넘겨야 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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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라 불리는 작고 끔찍한 것★
『SF & FANTASY (go SF)』 23089번
제 목:[하이랜더] The war of dragons - 036
올린이:스카이엘(박지훈 ) 01/05/07 16:28 읽음:230 E[7m관련자료 있음(TL)E[0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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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랜더 1st story
The war of Drag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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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으로 카이르의 심복인 시론을 홀린다. 그리고 그를 이용하여 승리를 거둔다.
옐란이 세워둔 시나리오는 완벽하게 성공했다. 그렇지만 그녀의 표정은 그리 좋지는
못했다. 카이르의 탈출 소식 때문이었다. 카이르는 지금 이 세계에서 무에 있어서는
정점에 선 자. 그래도 아직 드래곤인 그녀의 상대는 아니겠지만, 점차 그녀의 일에
방해가 될 것이 분명한 것이었다.
"하지만 복부에 관통상을 입은 만큼, 살아남으리라고는 생각하기 힘듭니다."
그제서야 옐란의 표정이 밝아졌다. 옐란은 보고를 마친 병사를 물러가게 했다. 그
리고 입을 열었다.
"이제 나오셔도 되요."
그녀가 말하자 거짓말처럼 그녀의 주변에 100여명의 존재가 모습을 드러내었다. 다
름아닌 드래곤 솔져 30, 마룡병 30, 사악마 30. 그들을 바라보며 옐란은 살며시 미
소지었다.
"자, 이제부터 우리는 인간들이 레인이라고 이름 붙인 성으로 향합니다."
그녀의 말에 그들 중 누군가가 중얼거렸다.
"제길, 인간 따위와의 싸움은 시시하단 말이다."
"후훗, 그렇게 짜증내지 않아도 됩니다. 레인 성에서 우리와 싸우게 될 자들은 시
시한 인간 따위가 아니라 하이랜더와 드래곤이니까요."
옐란의 말에 드래곤 솔져와 마룡병, 사악마들의 표정이 밝아졌다. 그들은 기뻐하며
레인 성을 향해 날아올랐고, 옐란은 그들에게 들리지 않을 정도로 조그마하게 말했
다.
"어리석구나. 다크 다이아몬드의 희생자들."
요르 요새가 무너진 그 날의 아침이 밝아왔다. 근처의 숲에서 한 무리의 사람들이
이제 막 아침 식사를 끝내고 길을 떠날 준비를 하고 있었다. 막 식기를 챙긴 레이젤
이 입을 열었다.
"느꼈어."
레이젤의 말에 거의 반사적으로 아레트의 반박이 날아들었다.
"신종 변태라도 되었나 보지? 뭘 느껴, 느끼긴."
약간의 살기를 담은 눈초리로 아레트를 지긋이 노려본 레이젤은 자신의 목걸이. 즉
, 쥬얼을 들어 보였다. 약간씩 빛을 발하며 깜빡이는 쥬얼을 본 에르만은 나지막히
중얼거렸다.
"그것이… 쥬얼의 공명?"
그의 중얼 거림이 끝나기도 전에 불빛은 사라졌다. 레이젤이 일전에 말한대로 공명
의 시간은 짧았다. 레이젤은 입맛을 다시며 품 안으로 목걸이를 갈무리했다.
"아레트, 에르만. 너희들은 아마 잘 모르겠지. 새벽에 여기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인간들의 전쟁이 일어났다. 유스틴은 알고 있지?"
"예. 몇만에 달하는 인간들이 서로 싸움을 벌인 것 같습니다만."
유스틴의 말을 받아서 레이젤이 말했다.
"거기 카인이 있어. 장담하지, 공명을 느꼈다."
"인간의 전쟁에 카인 형이 어째서?"
에르만은 말이 되는 소리를 하라는 듯이 탓하는 투로 레이젤을 향해 말했다. 레이
젤은 짧은 한숨을 내쉬면서 어깨를 으쓱였다.
"후우. 그거야 나도 알 도리가 없는 것 아니냐? 일단은 만나보면 알게 되겠지."
"으음. 그럼 이만 헤어져야 겠군요."
"그래, 유스틴. 이제 갈 길 가자고, 즐거웠… 뭐라고?"
별 생각 없이 대꾸를 하던 레이젤은 잠시 후, 유스틴의 말이 뜻하는 바를 깨닫고는
눈을 크게 뜨며 유스틴을 돌아보았다. 어느새 식사를 마친 유스틴은 엔리멘탈과 화
살통. 그리고 자신의 소검을 장비하고는 부드러운 미소를 짓고 있었다. 곧 그의 입
술이 움직였다.
"죄송합니다. 일단 정령계로 돌아가야 할 것만 같습니다."
"어째서지? 반란을 제압할 때까지는 함께 있기로 했잖아?!"
일행 중에서 유스틴과 갖아 많은 정이 들어 있었던 아레트는 발악을 하듯이 유스틴
에게 외쳤다.
"물론 영영 이별이라는 것은 아닙니다. 정령계의 일이 해결되는 즉시 여러분에게로
돌아오도록 하겠습니다."
"정령계의 일이라면?"
"정령계에서 파견되는 하이 엘프 전사들은 언제나 소검을 지녀야만 합니다. 정령계
와 교감이 가능한 물건이니까요."
유스틴은 자신이 전사 양육 기관을 졸업할 당시에 그 자격증으로 받은 소검의 검집
을 톡톡 치며 말했다.
"어제 정령계에서 급히 연락이 들어왔습니다. 정령계의 정령들의 폭주가 더더욱 심
해진 모양입니다. 때문에 저와 같이 임무를 수행중인 각 차원계의 모든 전사들을 급히
불러들이고 있습니다."
"그래? 그렇구나…. 할수 없지. 아무리 약속을 했다고는 해도 유스틴에게는 정령계
보다 중요한 곳이 없는 거겠지. 하지만 약속하는 거야. 반드시 돌아와서 나를… 아
니, 우리 드래곤들을 도와주기로."
"약속하겠습니다, 아레트."
그것이 유스틴이 떠나기 직전에 남긴 마지막 말이었다. 유스틴은 레이젤, 아레트,
에르만을 뒤로한 채로 차원문을 이용하여 그들의 차원계를 벗어났다. 유스틴이 떠나
가자 한참 침묵을 유지하던 레이젤은 곧 언제나처럼 활기찬 웃음을 띄웠다.
"자, 그럼 우리는 출발 할까?"
갑작스러운 카이르의 귀환은 저항군에게 크나큰 충격이었다. 특히 카이르가 만신창
이가 되어 기절해 있다는 사실은 저항군의 사기를 떨어뜨리기에 최고의 조건 중 하
나였다.
요르 요새 내부, 작전 회의실에는 레시트를 비롯한 간부들이 있었고, 카이르와 함
께 도착했던 기사들이 있었다. 레시트는 그들 중에서도 가장 나이가 많은 이를 향해
물었다.
"…어찌된 일인지 설명하라."
기사는 자신의 주군의 슬픔을 느낄 수 있었다. 레시트에게 있어서 카이르라는 존재
는 선대의 국왕. 즉, 레시트의 아버지보다도 중요한 인물이라는 것 쯤은 알고 있었
다.
"내부에 배반자가 있었습니다."
"배반자라고?"
회의실 내가 크게 술렁거렸다. 본래 하나의 목적을 지니고 모인 단체였기 때문에
저항군 내부의 배반자라는 말이 가지는 의미는 상당히 거대했다. 기사의 말이 이어
졌다.
"배반자는 카이르 님의 부관인 시론이었습니다."
"그런!"
시론이라는 인물도 저항군에게 적지 않은 영향력을 끼치는 존재였다. 원래부터 레
인의 기사로 오랫동안 카이르의 보좌를 해온 그는 문과 무를 모두 겸비한 뛰어난 기
사로 평가 받고 있었던 것이다.
"아군이 아나트 군의 계략에 빠져들어 협공을 받게 되었는데, 이 때 아군은 절반에
가까운 병력을 잃었습니다. 그 날, 시론이 카이르 님에게 한 가지 계책을 내놓았고,
카이르 님은 의심없이 그 계책을 따랐습니다. 하지만 역으로 이용당해 아군은 전멸
하게 된 겁니다. 그 도중에 시론이 카이르 님에게 치명적인 부상을 입혔지만, 카이
르 님은 시론을 베어내고 최전방에 서서 활로를 뚫기 위해 노력하셨습니다. 결국 저
희들만이 카이르 님을 모시고 탈출할 수 있었습니다."
"믿을 수 없군, 시론이 배반을 하다니? 그는 연합이 무너지기 전부터 카이르의 부
관이었는데."
"어쨌거나 이 일은 병사들에게 알려져서는 안됩니다. 그랬다가는 그야말로 내부부
터 저항군은 무너져 내리고 말테니까요."
간부들로부터 여러 말이 오갔다. 레시트는 주위를 정숙시키고는 기사에게 물었다.
"지금 카이르 경의 상태는 어떠한가?"
"요새 내의 치료술사들과 의사들이 모두 달려들었습니다만, 대장님의 상태가 워낙
좋지 못해서 장담하기 힘들다고 합니다."
기사의 말이 떨어지자 실내가 고요해졌다. 잠시 후, 레시트는 간부들을 해산시키고
는 카이르가 있는 방으로 가버렸다.
"아무래도 무한자-하이랜더, 다크랜더, 천사, 악마, 드래곤, 마룡-쪽의 힘이 개입
되어서 시론이라는 사람을 조종한 것 같아요."
쥬크의 사무실로 이동하던 중, 세나가 말했다. 그녀의 말에 쥬크와 카인도 고개를
끄덕였다. 모퉁이를 돌아서며 쥬크가 말했다.
"조만간 그들과 저희들 간의 대전이 한번 발생할 것 같군요."
"아직은 곤란합니다. 쥬크 님과 저. 이렇게 둘이서 막을 정도의 소수가 나오지는
않을테니까요."
고개를 저으며 카인이 말했다. 그러자 세나가 곧장 대꾸했다.
"엣? 오빠, 저도 있다구요."
그 말에는 쥬크가 대신하여 답해주었다.
"세나 님은 용신주를 사용하실 수 있는 시간이 너무 한정적입니다. 저항군을 도와
주는게 좋을 것 같은데요."
"…그렇네요, 확실히."
세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지만, 그녀의 어조에는 어딘가에 아쉬움이 묻어 있
었다.
"그럼, 그 분에게라도 연락을 취해볼까요?"
"그 분이라면… 혹시?"
쥬크가 약간은 의심스러운 말투로 되묻자, 세나는 활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의 예상이 들어맞자, 쥬크의 표정도 크게 밝아졌지만 다시금 어두워졌다.
"하지만 그 분의 성격은 종잡을 수 없기로 유명하지 않습니까."
"뭐… 사랑스러운 둘째 제자의 부탁인데 설마 거절하려구요? 헤헤."
세나는 귀엽게 웃어보였다. 그러는 사이에 그들은 쥬크의 사무실에 도착할 수 있
었다. 사무실의 안에는 피아가 있었다.
"아, 오셨네요. 카인 오빠, 지금 나가보세요. 지금 세 명의 남자가 오빠를 내놓으
라며 난동을 부린데요. 아직 사상자는 없지만, 기사들도 그들을 막지 못하는 모양이
에요."
"…세 명이라."
짐작가는 바가 있었기 때문에 카인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건물의 출구를 향해
발걸음을 돌렸다. 쥬크와 세나가 그를 따르려 하자, 카인이 그를 제지했다.
"일단 그 분에게 연락을 해보십시오. 쥬크 님의 말씀대로 종잡기 힘든 분이니."
"아, 네. 그러도록 하죠."
"알았어요."
쥬크와 세나는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사무실로 들어섰고, 피아만이 그를 따랐
다.
"오빠, 짐작가는 사람이라도 있으세요?"
"어느 정도."
카인은 레이젤을 떠올리며 짧게 대꾸했다. 다른 한 명은 에르만일테고. 하지만 나
머지 한 명은 짐작하기 힘들었다. 언제나처럼 짧고 간결한 대답. 피아는 그 대답이
오히려 편하게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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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azy little thing called love☆
☆사랑이라 불리는 작고 끔찍한 것★
『SF & FANTASY (go SF)』 23260번
제 목:[하이랜더] The war of dragons - 037
올린이:스카이엘(박지훈 ) 01/05/08 18:54 읽음:234 E[7m관련자료 있음(TL)E[0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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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랜더 1st story
The war of Drag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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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르 요새의 가장 바깥의 성벽에 도착한 레이젤은 유심히 요새를 살펴 보았다. 어
제 일어난 전투의 흔적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예를 들어 퍼질러진 피, 버려져 있
는 병기, 무너진 성벽 등등. 특히 성문의 경우는 세 개가 모두 박살이 나 있었기 때
문에 문마다 다섯 명의 병사들이 보초를 서고 있었다. 가장 바깥에 서 있는 병사들
중 한 명이 레이젤을 향해 말했다.
"이봐요, 무슨 일입니까?"
요르 요새는 본래부터 별로 사람이 지나는 곳이 아니다. 게다가 바로 어제 전투가
한 차례 있었기 때문에 병사들의 신경이 날카로운 것도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그
런 병사들에게 아까부터 알짱거리고 있는 레이젤은 그야말로 신경에 엄청나게 거슬
리는 존재였던 것이다.
"아, 요새에 들어가고 싶어서 그러는데."
"그러면 들어오지, 왜 아까부터 서성대고 있어요."
"그냥."
"…신분증 좀 봅시다. 확인하고 들여보내 주겠습니다."
수비를 서는 병사로서 당연히 해야하는 질문이었다. 그렇지만 레이젤의 반응은 정
해져 있었다. 그는 곧장 옆의 에르만과 아레트를 돌아보았다.
"야, 어떡하지? 신분증 달라는데."
그 말에 일그러지는 병사의 표정. 그것을 본 에르만이 둘에게 눈치를 줬지만, 아레
트와 레이젤은 그를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카인 형의 이름을 들먹이면 어때?"
"오, 좋은 생각. 여기 카인 녀석 있죠? 나랑 친구거든."
레이젤은 이거면 먹힌다, 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었다. 병사는 의외로 레이젤이 카
인의 이름을 들먹이자 조금 주눅이 든 태도로 말했다.
"물론 그 분은 이 곳에 계시지."
병사의 태도에 레이젤은 더더욱 확신을 지녔다.
"좋아, 그럼 들여보내주는 거죠?"
레이젤은 싱긋 웃으며 말했다. 하지만 병사는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카인의 이름
을 꺼낸다고 정체도 모르는 자를 함부로 들여보낼 수는 없었다. 사실 카인도 정체가
불투명하지만.
"안돼지. 신.분.증 좀 보여 주실까?"
"에이, 그러지 말고."
"어이! 여기 수상한 녀석이 있어, 누가 상부에 보고 좀 하고, 이리 와 봐!"
그리고 병사는 창을 쥐어들었다. 레이젤은 반사적으로 검을 뽑으려다가 움직임을
멈추었다. 여기에서 검을 뽑았다가는 사태만 나빠질 뿐이란 것 정도는 알 수 있다.
"순순히 잡혀라!"
어느 새 다가온 병사 중 한명이 손을 뻗었다. 그의 손에는 튼튼해 보이는 밧줄이
쥐어져 있었다. 레이젤의 몸이 반사적으로 움직였다.
"컥!"
밧줄이 몸에 닿자마자 몸을 아래로 숙인 레이젤은 밧줄을 들어 올리고는 어깨로 병
사의 가슴팍을 쳤다. 늦었지만, 힘을 뺀 덕분에 큰 부상은 당하질 않았지만 상당히
아플거다. 어쨌거나 공격은 공격. 레이젤이 병사를 친 이후로 날아드는 창의 움직임
은 꽤나 거칠어져 있었다.
"에이, 형. 잘 좀 해."
"그러게."
근처의 나무 그늘 아래에서 편히 쉬면서 툭툭 던지는 아레트와 에르만의 말은 레이
젤로 하여금 충분히 짜증을 불러일으켰다. 뭐라고 반박을 하고 싶었지만, 레이젤에
게는 별로 그럴 여유는 없었다. 이제는 기사까지 나서서 공격을 퍼붓는 마당에 자신
은 피하기만 해야 하니까. 확 엎어버리고도 싶었지만, 정말로 여기에 카인이 있다면
나중에 민망할까봐 꾸욱 참고 있는 그였다. 하지만… 계속되어지는 창과 검의 연계
공격에 레이젤은 자신이 왜 이런 꼴을 당해야 하며, 왜 자신만 이러고 있는지에 대
해 생각하기 시작했다.
"크아아!"
그리고 결국 폭발했다. 검을 휘두르는 기사의 손목을 치고는 그대로 다리를 걸어서
기사의 균형을 무너뜨렸다. 그리고는 바로 뒤에서 창을 후리려는 병사를 발로 걷어
차고 몸을 띄워 병사와 기사들의 포위망을 벗어났다. 폭발하기는 했지만, 함부로 살
기(殺技)를 쓸 수는 없는 일 아닌가.
"어, 형. 언제 왔어?"
"아까."
"거기서 뭐하고 있는거야, 안 말려?"
"잘 노는군."
레이젤과 병사들, 기사들의 시선이 단번에 그 곳으로 몰렸다. 거기에는 아레트, 에
르만. 그리고 카인과 피아가 서 있었다. 레이젤이 그에게 인사를 건내려고 했지만,
병사들과 기사들의 반응이 더 빨랐다.
"안녕하십니까!"
"음."
그들의 경례에 카인은 짧게 고개를 끄덕임으로 대신했다.
"내 손님이다. 지나가게 해주도록."
"예!"
직속 상관은 아니더라도 카인은 일단 대단히 높은 직위에 있다. 게다가 그의 강함
은 그들도 잘 알고 있었고, 요르 요새를 무릎 꿇게 하는 데에 가장 큰 역할을 한 사
람 중 한명이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오랜만이다, 카인! 만나기 한 번 힘드네."
그리고 레이젤은 아레트와 에르만을 바라보았다.
"헤헷, 내가 뭐랬어! 카인이 이 곳에 있다고 했잖아?!"
곧장 병사들과 기사들을 바라본다.
"친구 맞잖아!"
병사들과 기사들은 맘 속에서 울컥, 하는 기운이 있었지만, 맞는 말이니 어쩔 수
없이 가만히 있어야만 했다. 그 때, 난동 소식을 들은 레시트가 그들에게 다가왔고,
그를 본 카인은 간단히 예를 취하였다. 물론 그 모습을 본 레이젤과 아레트, 에르만
은 어리둥절할 뿐이었다. 카인이 아직 젊은 인간에게 예를 취하는 모습이 그들로서
는 신기할 뿐이었다.
"카인 경. 혹시 아는 사이인가?"
"예, 죄송합니다."
그렇게 대꾸하며 카인은 몸을 펴며 셋을 향해 레시트를 소개하였고, 그제서야 그의
신분을 알게 된 그들은 각기 예를 취하며 그에게 인사를 올렸다. 카인이 아는 사람
들이라는 말에 레시트는 안정이 되었는지, 그들에게 인사를 건내고는 카이르의 병실
로 돌아갔다. 레시트가 먼저 건물 안으로 사라지자 카인도 몸을 돌리며 건물로 향했
다.
"따라와라. 쥬크 님과 세나가 있는 곳으로 안내하지."
"으음, 역시 쥬크 님도 이 곳에 계신거냐?"
레이젤의 질문에 고개를 끄덕인 카인은 그대로 요새 안으로 들어갔고, 피아와 아레
트, 에르만이 빠르게 그를 뒤따랐다. 잠시 서 있던 레이젤은 좀 전까지 싸우고 있었
던 병사들과 기사들을 향해 미소를 띄우며 손을 흔들어주고는 카인을 뒤따랐다.
카인을 따라서 건물의 안으로 들어갔다. 레이젤이 건물 안으로 들어가자 병사 중 한
명이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카인 님도 그렇고…, 쥬크 님과 관련있으신 분들은 하나같이 비정상이군."
"이봐. 쥬크 님의 힘도 정상이 아니라고."
또 다른 병사가 역시 한숨을 내쉬며 그 병사의 말에 작은 반론을 펼쳤다. 그들은
그 이상 말하지 않고, 각자 자신의 위치로 돌아갔다. 기절한 병사들은 위치 대신에
의무실로 향했지만.
[이 아이는 누구지? 디나… 그녀와 닮았는데.]
건물 안으로 들어서서야 피아를 발견한 레이젤은 피아가 눈치채지 못하도록 태연하
게 카인을 향해 전음을 던졌다. 하긴 태연하지 않더라도 피아가 전음을 엿들을 수는
없겠지만. 카인은 레이젤만이 아니라 아레트와 에르만에게도 들리도록 전음을 건내
었다.
[이미 우리들의 일에 휘말린 아이다. 굳이 정체를 숨길 필요가 없어.]
[응? 알았어.]
[휘말리다니… 좀 걱정이군.]
곧장 아레트와 에르만이 전음으로 대꾸하였다. 하지만 레이젤의 대꾸는 없었다. 레
이젤은 자신의 목숨보다도 소중히 여기는 유일한 친구, 카인을 걱정하는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피아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일어날 카인의 반응을 대충 짐작할 수 있는
인물은 전 차원계에서 레이젤 뿐이었다.
철컥.
깨끗한 소리가 울려퍼지며, 사무실의 문이 열렸다. 그들이 문으로 들어서자 쥬크와
세나가 그들을 반겼다.
"와아, 레이젤 오빠. 오랜만이야. 어…"
레이젤을 향해서 손을 흔들던 세나는 곧 손을 멈추며 눈을 크게 떴다. 아레트와 에
르만의 등장을 카인처럼 그냥 넘길 정도로 세나는 냉정하지 못했다. 세나의 눈에서
약하게나마 눈물이 글썽였다.
"아레트, 에르만!"
"누나!"
같은 처지에 있는 자들만이 서로를 이해하고 서로를 위로할 수 있는 법. 세나와 아
레트, 에르만의 경우가 바로 그러했다. 믿었던 군주에게 배신을 당해 부모님을 잃은
그들이었다. 하지만 그들은 목놓아 우는 짓은 하지 않았다. 누가 뭐래도 현명한 드
래곤 족의 일족으로서. 그래도 반가운건 어쩔수 없었는지 서로 손을 맞잡고 서로의
안부를 묻기 시작했다. 사태(?)가 진정되고 난 후에야 그들은 서로를 소개하였고,
현재의 상황에 대하여 토론을 시작했다. 자기가 끼여들 장소가 아니라는 것을 대충
짐작한 피아는 사무실을 나선지 오래였다.
"흐음. 그래서 그 분께 연락은 한거야?"
"응, 직접 한 것은 아니지만 일단 연락은 취한 상태야."
"그 분께서 오시기에는 일이 좀 작은거 아냐?"
"그럴지도 모르지만, 조언 같은 것도 들어볼 생각이야."
세나는 빙그레 웃으며 아레트의 궁금증을 해소시켜 주었다. 아레트는 고개를 끄덕
이다가 문득 유스틴을 생각해내고는 가볍게 손가락을 튀겼다.
"맞어. 바로 얼마 전까지 하이 엘프의 전사가 우리와 함께 다녔어. 지금은 정령계
의 급한 호출을 받고 돌아갔지만. 반드시 돌아오겠다고 약속했으니까!"
"게다가 그 전사의 힘은 레이젤 형이나 카인 형만큼 될걸?"
에르만이 덧붙이자 쥬크와 세나, 카인의 시선이 레이젤에게로 향했다. 레이젤은 가
볍게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흐음. 하이 엘프의 전사가 파견되었으리라는 것은 어느정도 짐작했던 일이지. 그
런데 가디언 에이드 정도의 전사라… 후후, 궁금한데?"
에르만은 빙그레 웃어보였다.
"누나도 보면 알 수 있을걸?"
"어머, 그러니?"
"그 하이 엘프의 전사는 유스틴 라틴. 즉, 시하 님의 아들이거든."
아레트는 마치 제 일이라도 되는 양 자랑을 했다. 세나는 유스틴이라는 이름에 미
소를 지었고, 쥬크와 카인은 시하라는 이름에 적지않게 놀랐다. 전 차원계에서 10손
가락 안에 꼽히는 강자였기 때문이다.
대충적인 이야기가 끝이 나자 쥬크는 화재를 돌려볼 심산으로 세나를 향해 말했다.
"카이르 님의 상태는 어떻습니까, 세나 님?"
카이르라는 이름이 나오자 세나의 표정이 씁쓸하게 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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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가 갑자기 다운 먹었습니다. 적어두고 저장을 미처 못했던 분량이 확 날아갔
네요.
★Crazy little thing called love☆
☆사랑이라 불리는 작고 끔찍한 것★
『SF & FANTASY (go SF)』 23437번
제 목:[하이랜더] The war of dragons - 038
올린이:스카이엘(박지훈 ) 01/05/09 21:41 읽음:233 E[7m관련자료 있음(TL)E[0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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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랜더 1st story
The war of Drag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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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복 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 세나이기 때문에 부상을 입은 카이르를 만나본 적이
있었다. 그리고 그의 상태가 얼마나 심각한 것인지도 잘 알고 있었다. 카이르의 안
부 이야기에 나타나는 세나의 반응이 좋지 못하자, 쥬크는 뭔가 좋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나는 짧은 한숨을 내쉬며 솔직하게 말했다.
"절망적이에요. 전혀 가능성이 없는걸요. 육체가 회복되더라도 더 이상 살 수 없어
요. 리바이블도 쓸데없는 짓이었지요. 지금 그 분을 간호하고 있는 이유는 편히 눈
을 감게 하는 것이 목적입니다."
최상급 회복 마법인 리바이블이 소용 없다는 것은 이미 생명력이 육체에 남아있질
않다는 이야기였다. 제 아무리 마법의 종족, 드래곤인 세나라 할지라도 그를 살리는
것은 불가능했다.
"좋지 못한 일이군."
카인은 담배를 하나 입에 물며 그렇게 중얼거렸다. 카이르라는 이름에 대하여 잠시
생각하던 레이젤은 곧 그 이름에 아까의 대화에서 오고갔던 기사 대장의 이름이라는
사실을 알아채고는 끼어들었다.
"기사 대장이란 사람이 죽어버리면 군의 사기가 크게 하락할텐데?"
"어쩔수 없는 일이지."
그때, 갑작스레 거친 노크 소리가 들려왔고, 쥬크가 대꾸를 하기도 전에 노크를 한
자는 문을 벌컥 열고 들어왔다. 문을 열고 들어선 사람은 그런 무례한 행동을 용서
하기에는 신분이 낮았다. 일개 병사였던 것이다. 하지만 쥬크는 흥분하지 않고, 차
분하게 그 이유를 물었고, 병사는 북받쳐 오르는 울음을 참는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저, 전하께서… 부르십니다."
"전하께서? 갑자기 무슨 일로…."
고개를 갸웃거리며 되묻는 쥬크의 질문에 병사는 결국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병사
는 손으로 눈물을 닦고 다시 허리를 곧게 펴며 말했다.
"기사 대장, 카이르 님께서… 운명하셨습니다."
쏴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카이르의 죽음을 애도하는 것인지 그가 죽고 이틀을 계속해서 하늘은 눈물을 쏟아
냈다. 때로는 지금처럼 강한 소나기를, 때로는 촉촉한 이슬비를 끊임없니 내리고 있
었다. 모든 이가 바지를 걷고서 나서서 요새 주변에 호를 파고 물을 퍼냈으며, 마법
사들이 열을 내는 주문으로 빗물을 증발시키고 있었다. 그렇지만 요르 요새에서 낮
은 쪽의 지형은 이미 물이 고여 있었다. 그런 가운데에서 간부들과 레시트 간의 줄
다리기는 끝이 날 줄을 몰랐다.
"나는 반드시 그의 장례를 국상으로 할 것이며, 절대로 생각을 바꾸지 않겠다."
"하지만, 전하. 지금 상황에서 국상을 치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옵니다."
"시끄럽소, 그대들도 모두 카이르 경의 공을 알지 않소? 카이르 경이 저항군에서
가지는 이의를 알지 않소? 왜 자꾸 그러는 것이오!"
"국상이라 함은 한달 이상의 장례. 지금이 전시라고는 해도 일주일 이상의 시간이
걸리겠군요.
그때,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사실을 카인이 말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알 수 없는 기
운이 실려 있었기 때문에 회의실 내의 모두가 그를 돌아보았다.
"전시라고는 해도 최소한 한 달은 무기조차 잡지 못하겠죠. 그 동안 벌어질 저항군
과 아나트 군의 차이를 생각해 보신겁니까."
이미 다른 자들이 레시트에게 말한 내용이었기에, 그의 반응도 정해진 것이나 마찬
가지였다.
"그렇다고는 해도 카이르 경의 국상은 해야겠소."
역시나 레시트가 고집을 부리자, 카인은 자리를 일어섰다. 아직 레시트가 자리에
앉아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상당히 위험한 행동이었다.
"끝까지 그러시겠다면, 저는 레인 나이츠 부단장의 자리를 반납하겠습니다."
"……!"
회의실 내에 정적이 맴돌았다. 레시트가 천천히 입을 열려고 할 때였다. 기막힌 타
이밍으로 밖에서 외침 소리가 들려왔다.
"비켜, 이 머저리들! 으아아!"
꽈아아아앙―!!
굉음과 함께 회의실의 문짝이 박살이 나며 나가떨어졌다. 회의실의 문을 강렬한 킥
으로 박살을 내버린 것은 다름아닌 레이젤이었다. 카인은 그를 잠시 바라보다니 다
시 자리에 앉았다. 레이젤은 팔을 휘휘 저어서 자신의 양 팔을 붙잡고 있는 병사들
을 날려버렸다. 그리고 성큼성큼 레시트를 향해 다가갔다.
"무례한 행동은 용서하지 않겠다!"
간부들이 전투 자세를 취하며 레이젤을 막아섰지만, 레이젤의 걸음을 막기에는 턱
없이 부족했다. 빠르게 주먹과 발을 휘둘러 간부들을 쓰러트린 레이젤은 레시트의
앞에 섰다. 쥬크와 카인은 그를 막지 않고 조용히 사태를 방관했다.
"뭐하는 짓인가, 레이젤 경."
"시끄러, 닥쳐, 빌어먹을 멍청한 자식."
되돌아온 레이젤의 말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일단은 레이젤은 평민이다. 평민이 왕
족에게 반말은 물론 욕설까지 해버린 것이었다. 분노로 인해 레시트의 얼굴이 살짝
일그러지며,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하지만 이미 흥분한 레이젤에게 그것은 별로
상관없는 일이었다. 일단은 주먹으로 부서지지 않을 만큼의 힘으로 탁자를 쳤다.
콰아아앙!
"잘 들어! 그래, 나는 카이르라는 사람을 몰라. 단지 그가 기사 대장이었고, 대단
한 사람이라는 것만을 들었어! 그러니까 나는 너의 슬픔을 이해하지 못해, 그의 죽
음이 얼마나 대단한지도 몰라!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신하지, 내 목을 건다. 네 녀석
이 멍청이라는 것에 말이다!"
"레시트 전하께 무슨 말버릇인가! 카인 경, 쥬크 경! 그대들의 친구가 아니던가?!"
한 대씩 맞고 바닥을 구르는 신세가 되긴 했지만, 그렇다고 충성심도 바닥을 구르
는 것은 아니었다. 간부들은 열을 내며 외쳤지만, 레이젤은 그것을 깨끗이 무시하면
서 말을 이었다.
"이봐, 왕자님. 지금 당신이 하려는 짓이 뭔줄 알아? 카이르라는 사람의 죽음을 개
죽음으로 만들고 있어! 자기 장례 치르느라고 전력이 약해져서 아나트에 깨지면 그
카이르라는 사람이 저승에서 어지간히 기뻐하며 춤을 추겠다! 그래, 춤을 추겠냐?
너 같으면 추겠어!? 젠장!"
멱살까지 잡으려던 것을 겨우 자제한 레이젤은 기어코 탁자를 부서뜨렸다. 그리고
는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면서 회의실을 빠져나갔다. 다시 한번, 기사들이 그를 막았
지만 처음과 다를 바가 없이 바닥만을 굴렀다.
"…물러나라."
"예?"
"물러나라고 했다."
레시트는 고개를 숙인 채, 조용히 중얼거렸다. 그의 명령에 간부들은 어리둥절해
하면서도 명령에 따라서 회의실을 나갔다. 카인은 나서기 전에 다시 한번 생각해 볼
것을 권했고, 쥬크도 한 마디를 남겼다.
"소중한 이를 잃은 슬픔을 모르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전하께서는 감정적으로
일을 처리하셔서는 안될 위치에 계시는 분입니다. 그것이 지도자의 위치에 있는 자
가 가져야할 최소한의 덕목이겠죠. 그럼."
쥬크까지 나가버리자 회의실은 조용해졌다. 레시트는 말 없이 눈을 꼭 감았다. 그
의 눈가에 살며시 물기가 어렸다. 그의 모습은 3만의 병력을 이끄는 아나트 저항군
의 지도자가 아니라 또래의 평범한 사람과 같았다.
"크흑…. 카이르…, 카이르…. 난 이제 어떻게 해야 좋을지…."
고요한 가운데에 울려퍼지는 구슬픈 울음소리는 밖에서 거칠게 쏟아지는 소나기 소
리에 힘없이 파묻혀갔다.
그로부터 5일이라는 시간이 지나가 5월 12일의 날이 밝았고, 그 날 레시트는 5일만
에 간부 회의를 소집하였다. 특별한 것이라면 그 소집인 중에 레이젤이 포함되어 있
다는 사실이었다.
"카이르 경의 국상은 없던 일로 하겠다. 내일부터 다시 레인 성을 향해서 진군하겠
다. 그의 국상은 모든 것이 끝난 다음에도 늦지 않겠지. 아니, 모든 일이 끝난 후에
치루어야 의미를 갖는 것이다. 다른 의견 있나?"
있을리가 없었다. 레시트는 빙그레 웃으며 다음 안건을 꺼냈다.
"저는 하지 않을겁니다."
"아닙니다, 쥬크 님을 제외한다면 할 사람이 없습니다. 쥬크 님께서 하셔야만 합니
다!"
"아니오, 레오트 님도 계시지 않습니까?"
쥬크는 마지막 방책으로 기사 단장인 레오트의 이름을 걸고 넘어졌다. 그러나 쥬크
의 마지막 방책은 그야말로 허술하기 짝이 없었다.
"쥬크 경. 미안하지만, 레오트 경이 내게 제안한 의견일세."
"그렇습니다."
레시트는 5일동안 누구도 만나지 않은 것으로 알았는데 대체 언제 이런 철저한 사
전 공작을 한 것인가! 쥬크는 절규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지금의 안건은 다름아닌 카이르의 뒤를 이을 기사 대장에 관한 것이었다. 처음 회
의가 시작되었을 때, 쥬크는 지원을 원하여 카인과 세나, 레이젤을 바라보았으나 그
들은 매정하게도 쥬크의 시선을 외면하였다. 쥬크가 그 직위에 적합한 것은 어디까
지나 사실이었기 때문이다. 결국 간부들과 레시트에게 집단으로 협공을 받은 쥬크는
곧 패배를 인정하였다.
"네, 제가 한수 접겠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된다 하더라도 제가 이끌게 될 중앙 기
사단이 없지 않습니까?"
"간단합니다. 레인 나이츠를 중앙 기사단으로 이름을 바꾸면 되는 거죠. 정예 기사
단 보다는 중앙 기사단과 일반 기사단이 우선이니까 말입니다."
레오트는 오른손의 검지 손가락을 펴보이며 친절하게 설명하였다. 그의 얼굴에는
장난기가 한가득히 실린 미소가 피어 올라 쥬크를 괴롭히고 있었다. 레시트는 가볍
게 손뼉을 쳤다.
"자아, 그럼 새로운 기사 대장의 자리에는 쥬크 경이 취임하게 되었다. 자연적으로
카인 경이 기사 부대장으로 되었고 말야. 그리고 나에게 한가지 의견이 더 있는데…
군사 참모라는 직위를 만들어 그 자리를 세나경에게 맡기고 비게 될 부관의 자리에
는 레이젤 경이 들어가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는가?"
간부 회의에 레시트가 레이젤을 부른 이유는 바로 이것 때문이었다. 모두가 옳다고
입을 모았고, 세나는 정중히 그 직위를 받아들였다. 하지만 레이젤은 별로 그럴 마
음이 아니었다.
"으음, 그래도 전하. 제가 기사를 이끌고 싸워서 이득은 커녕 손해만 볼걸요."
"하하, 꼭 기사를 이끌고 싸우는게 아니네, 레이젤 경. 쥬크 경의 명령에 따라 따
라 행동하면 되는 걸세. 그런건 이제 쥬크 경에게 따지도록 하게나."
"예에, 알겠사옵니다."
힘없는 목소리로… 하지만 여전히 장난기 넘치는 말투로 대꾸한 레이젤은 헤헤, 하
고 웃으며 쥬크를 바라보았다.
간부들이 레시트의 의견에 반대를 하지 않은 이유는 간단했다. 일단 쥬크와 카인의
직위는 아무런 문제도 없었고, 세나의 전략과 전술도 엄청나게 해박하다는 사실은
예전에 입증된 것이었다. 그리고 레이젤의 강함은 그들이 몇일 전 몸소 경험해 보았
기 때문에 이의가 없었다. 그리고 무례한 행위였지만, 레이젤의 독설때문에 레시트
가 생각을 바꾼 것이었기에. 즉, 패배할 전투를 승리할 가능성이 있도록 고친 장본
인이었다는 점도 그를 인정하는 것에 한몫 단단히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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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다른 글을 하나 구상 중에 있습니다. ^^ 연재는 하이랜더 시리즈가 모두 끝난
뒤일지도? (몇 년은 있어야겠군;)
★Crazy little thing called love☆
☆사랑이라 불리는 작고 끔찍한 것★
『SF & FANTASY (go SF)』 23749번
제 목:[하이랜더] The war of dragons - 039
올린이:스카이엘(박지훈 ) 01/05/12 00:04 읽음:233 E[7m관련자료 있음(TL)E[0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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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랜더 1st story
The war of Drag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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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나트 저항군에 새로운 미들 나이츠가 설립되었다. 그리고 새로운 기사 대장과 그
의 부관, 기사 부대장도 임명되었다. 쥬크와 카인, 레이젤도 취임식만은 어쩔 수가
없었기 때문에 그 때만은 갑옷을 입었지만, 그 이후에 그들의 갑옷을 입은 모습은
볼 수 없었다. 그들이 갑옷을 입지 않는 것에 대해서는 누구도 불평을 하지 않았다.
그들에게 있어서 갑옷이라는 것은 오히려 장애물이라는 것은 누구나 아는 것이었다.
쥬크는 취임식 때에도 고집을 부려 망토 대신에 걸치고 있었던 로브를 천천히 쓰다
듬었다. 자신의 옛 추억이 서려있는 유일한 물건. 휴식 시간이었기 때문에 마침 홀
로 산책을 하던 피아가 그에게로 다가왔다. 서로의 성격 탓도 있었고, 기회도 없어
서 그다지 많은 대화를 해보지 못한 둘이었다. 피아는 이 기회에 그와 한번 대화를
해볼 생각으로 그에게 접근하였다.
"쥬크 님, 뭘 보고 계세요?"
피아가 다가와 조심스럽게 질문을 했다. 하지만 쥬크는 그 목소리를 듣지 못하였는
지 계속해서 전방을 주시하고 있을 뿐이었다. 피아는 조금은 주눅이 들어버린 목소
리로 다시 한번 그의 이름을 불렀다.
"저…, 쥬크 님?"
"아…."
쥬크는 헛바람을 삼키면서 피아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쥬크의 표정은 피아의 존재
를 확인하자 좀 전과는 다른 모습을 보였다. 언뜻 스치던 긴장감은 어디론가 사라지
고 언제나처럼 편안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생각을 하느라 미처 오신걸 알아채지 못했습니다."
"괜찮아요. 무슨 생각을 그렇게 열심히 하신 거예요?"
쥬크는 고개를 저었다.
"아무 것도 아닙니다. 남에게 말할 성질의 생각이 아니어서요."
바람이 분다. 쥬크는 바람의 힘에 의해 펄럭이는 로브를 왼손으로 살며시 잡아눌렀
다. 덕분에 로브는 아랫 부분만이 펄럭이고 있었다. 어느 새, 해는 저물고 있었다.
"날씨가 쌀쌀해지는군요."
"예. 그럼 저는 이만 들어가보겠습니다."
피아는 쥬크에게 고개를 살짝 숙여보이고는 자신이 머무는 막사를 향해 이동했다.
잠시 그녀를 바라보던 쥬크는 이내 카인을 떠올렸다. 무한자와 유한자의 사랑은 쉬
운 일이 아니다.
"잘 되기를 빌어줄 수 밖에."
쥬크는 중얼거렸다. 그리고는 다시 한번 전방을 바라보았다. 긴장감이 스치고 싸늘
함이 스쳐갔다.
"단서를 잡을 수 있어, 이제."
다시 불어닥친 바람이 로브를 휘날렸다. 쥬크는 로브를 곱게 모으고는 애무하듯이
어루만졌다.
"이제 내가 할 수 있는… 너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찾을 수 있어, 시에나."
어느 때보다도 부드러운 목소리였다. 그리고 그 말이 끝남과 함께 그의 몸에서 살
기가 뿜어졌다. 하지만 쥬크는 그 살기를 철저히 제어하여 주변에만 맴돌게 하여,
심지어는 카인과 레이젤마저도 그것을 느끼지 못하도록 하였다.
아나트 군의 기사 단장이자 레인 성의 총사령관인 니트슨의 사무실. 가벼운 노크와
함께 니트슨이 총애하는 기사이자 부관인 카마가 모습을 드러냈다. 들어오라는 말은
없었지만, 카마는 충분히 니트슨의 성격을 잘 알고 있었다.
"총사령관 님. 저항군에 심어둔 첩자로부터 보고서가 도착하였습니다."
50대 중반의 나이. 하지만 아직까지 정정한 모습의 니트슨은 카마가 양 손으로 공
손히 내미는 서류를 받아들었다. 책상 위의 커터로 봉투의 봉함을 뜯어내고 그 안에
서 편지를 꺼냈다. 편지를 읽어감에 따라 니트슨의 입가에 미소가 피어올랐다. 니트
슨의 미소를 본 것은 카마로서도 드문 일이었기에 카마는 내심 놀라고 있었다. 그리
고 덩달아 기분이 좋아졌다. 니트슨이 기분 좋아할 일이라면, 얼마나 좋은 소식일까
? 카마는 니트슨이 편지를 다 읽기를 기다려 질문을 던졌다.
"좋은 소식이 있는 것 같습니다, 총사령관 님?"
니트슨은 부관을 슬쩍 바라보았다. 남작의 자제로 태어나 기사가 되고, 수 많은 업
적을 세워서 지금의 위치에 백작이라는 작위를 가진 자신과 비슷했다. 라트니스 자
작이라는 전장에서만 살아온 니트슨으로서는 알지도 못하는 자의 첫째 아들, 카마
라트니스. 낮은 직위에도 불구하고, 아나트의 5대 기사 중의 한명인 니트슨의 부관
을 맡고 있다는 것은 그의 뛰어난 실력이 사실임을 뒷받침해주었다. 언젠가는 자신
과 마찬가지로 가문을 일으키겠지. 그리고 그를 위해 내가 많은 도움을 주어야겠지.
니트슨은 자식이 없었기에 카마를 보며 흐뭇한 기분마저 들었다.
"그래, 무척 좋은 소식이지. 읽어 보겠나?"
"허락하신다면."
공손한 태도로 카마는 니트슨이 주는 편지를 받아들었다. 그리고는 빠르게 편지를
읽어나갔다. 전반에 걸쳐서 현재 아나트 저항군의 사기와 병력 규모, 무구, 말 등에
관한 대략적인 내용과 진군 속도가 적혀져 있었다. 그리고 카마는 편지의 중반에 이
르러서야 니트슨이 지은 미소의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바로 저항군의 기사 대장인
카이르의 사망 소식이 실려 있었던 것이다. 그의 표정에서 그 내용을 읽은 것이라고
생각한 니트슨이 말했다.
"기사의 나라, 라페스의 기사들보다도 강했던 카이르의 죽음. '기사'라는 직업을
가진 이로서 슬퍼해야하겠지만, '아나트'라는 국가에 속한 이상, 그것은 희소식일
뿐이지."
카마는 그의 말이 백번 옳다고 생각하며 그렇습니다, 라고 대꾸했다. 그리고는 마
저 편지를 읽어내려갔다.
"저항군의 미들 나이츠가 새로이 편성되었군요. 그리고 새로운 기사 대장과 부대장
은 레인 나이츠의 단장과 부단장이며, 군사 참모는 그 부관이었던 자이군요. 지금의
기사 대장의 부관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지만."
카마의 정확한 기억에 니트슨은 고개를 끄덕이며 덧붙여 주었다.
"그렇지. 특히 새로운 기사 대장과 부대장은 전에 요르 요새를 무너뜨릴 때, 앞장
섰던 두 기사이네. 어느 정도인지는 모르겠지만, 상당히 강하다고 봐야겠지. 게다가
부관도 그 둘에 못지 않은 실력자라고 적혀 있어."
"그렇군요. 어떻게 대처할까요?"
"5천의 병력으로 성 앞에서 탐색전을 준비하게. 병력의 조합은 자네가 알아서 하도
록. 요르 요새에서 병력을 보강한 저항군의 숫자는 총 1만 8천. 그리고 그들의 도착
예정일은 5월 25일이다. 그러니 적어도 그 때까지는 준비를 마치게."
"예."
레인 성에 배치되어 있는 병력은 3만. 5천의 병력이 탐색전에서 패한다고 하더라도
2만 5천의 병력이 있고, 숫자를 못하는 사람이라도 저항군이 숫적에서부터 불리하다
는 사실을 충분히 알 수가 있었다. 그렇기에 니트슨은 여유있게 탐색전을 치룰 병력
의 숫자를 잡은 것이다. 카마가 니트슨의 명령을 따르기 위해서 그의 사무실을 나서
자 니트슨은 책상의 서랍을 열었다. 서랍 안에는 편지지와 잉크, 펜이 들어 있었다.
고급 편지지 한장을 꺼낸 니트슨은 펜촉에 잉크를 묻힌 후에 편지를 써내려가기 시
작했다. 편지를 다 쓴 니트슨은 다른 서랍에서 편지 봉투를 한장 꺼낸 후, 깔끔하게
봉합하였다.
"내용은 이쯤하면 되겠지. 나와라."
니트슨의 짧은 한마디에 응하듯이 곧 그의 앞에 검은 기운이 뭉쳐들었다. 니트슨은
그 괴현상에도 당황하지 않았다. 아마도 그가 기다린 것이 바로 이것이리라. 약간의
시간이 흘러서 완성된 검은 기운의 형체는 한마리의 새를 이루고 있었다. 니트슨은
싱긋 웃으며 새의 입에 편지 봉투를 물려주며 말했다.
"기사 대장 퀴언… 아니, 악마대공 퀴어스님께 전할 편지다. 쥬벤다이크라는 자가
다가온다고 말이다."
검은 기운의 새는 천천히 고개를 까닥이더니, 곧 니트슨이 미리 열어둔 창 밖으로
날개를 저으며 엄청난 속도로 날아갔다. 새가 사라지자, 니트슨의 입가에 미소가 피
어올랐다. 명예로운 기사로서 보여주던 자신만만한 미소가 아니었다. 출세를 노리는
욕망이 담긴, 그리고 잔인한 미소였다.
"빌어먹을 녀석!"
아나트의 병사는 욕을 하면서 자신의 창을 휘둘렀다. 병사의 목표는 가볍게 공중
제비를 넘어서 공격을 피해냈고, 병사는 그를 노리고 창을 찔러넣었다. 하지만 목표
물은 손으로 창을 잡아서 오히려 안전하게 땅에 착지해버렸다.
"크으!"
병사로서는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었다. 저항하는 주민들을 모두 학살해버리고, 더
이상 마을에 남은 주민은 없었다. 먹을 것을 찾기 위해서 마을의 집안들을 뒤적거리
던 중, 병사는 운 없게도 그와 마주친 것이었다. 나이는 어림잡아서 16세. 녹색의
머리카락이 턱선까지 닿을 정도였고, 눈은 컸다. 이마도 조금 넓은 편인 귀여운 소
년이었다. 옷에 덕지덕지 묻은 핏자국과 지금 들고 있는 피 묻은 검. 그리고 주변에
널부러진 네 구의 병사들의 시체를 제외한다면.
"그래, 이 마을에서 발견된 선발대의 시체는 네 놈의 짓이었군!"
병사는 이를 악물며 창을 집어던졌다. 소년은 고개를 살짝 젖혀 창을 피해냈다. 그
사이에 검을 뽑아든 병사는 소년을 향해서 검을 휘두르고 있었다.
푸우우욱!!
"커허…억…. 제, 제길…!"
하지만 찔린 것은 병사였다. 몸을 아래로 숙여 검을 피한 소년은 그대로 병사의 가
슴팍에다가 검을 쑤셔넣은 것이었다. 병사는 피를 토해냈다. 소년의 검이 가로로 그
어졌고, 병사가 바닥을 굴렀다. 검술을 배운 적도 없는 소년에게서 어떻게 이런 실
력이 나오는 것인지 의문스러웠다. 소년의 이름은 알테아. 몇일 전에 쳐들어온 아나
트의 병사들로부터 4명이지만 겨우 마을 사람들을 지켜낸 자였다. 알테아는 아직까
지 공격도 하지 못하고, 서 있는 병사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바로 공격하지
않은 것을 후회했다.
삐이이이이이익!
병사가 힘차게 분 호루라기 소리가 울려퍼졌다. 그 소리는 충분히 컸기 때문에 마
을에 퍼져 있는 병사들을 모으는 신호가 될 것이다. 그 병사는 웃으며 말했다.
"으헤헤, 이제 곧 우리 동료들이 올거야! 그럼 너도 끝이다, 꼬마. 으헤헤헤."
병사의 말대로였다. 아무리 알테아의 실력이 현재 비정상적으로 뛰어나다고 하지만
, 마을 주변에 있는 숫자를 합하면 거의 1천. 알테아가 상대할 숫자가 아니었고, 그
렇기에 그는 급해졌다. 지원군이 오면 할 수 없이 도망을 쳐야 할 테지만, 아나트
병사들이 돌대가리가 아닌 이상은 슬슬 피난처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병사가 멋도
모르고 웃는 틈을 노려 알테아의 검이 빠른 속도로 단숨에 병사의 틈을 파고들었다.
하지만 병사도 생각보다는 머리가 똑똑한 모양이었다. 웃음을 멈추고는 곧장 몸을
숙여 어깨 장갑으로 검을 비껴냈다.
"하핫! 동료들이 올 필요도 없을거 같은데?!"
정정한다. 역시 멍청한 모양이었다. 방금 전에 다섯 명의 동료가 죽는 꼴을 적나라
하게 목격해놓고 어디서 이렇게 무차별적인 자신감이 나오는 것일까? 어쨌거나 병사
는 균형을 잃은 알테아를 향해 발길질을 날렸다. 하지만 알테아는 그 상태에사 점프
를 하였다. 그리고는 병사의 날아드는 발을 밟고서 뒤로 뛰어올랐다. 그리고 알테아
의 검이 던져졌다.
"끝."
처음으로 입을 연 알테아는 자그마한 목소리로 말했다. 던져진 검은 그대로 병사의
목을 치고는 땅에 박혔다. 병사의 잘린 부위에서 자그마한 불꽃이 터졌다. 알테아는
안전히 착지를 하고는 자신의 검을 봅아서 숲으로 달아났다. 지원군이 그 곳에 도착
하여 발견한 것은 다섯 구의 시체와 불타고 있는 한 구의 시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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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테아라는 녀석을 좀 부각시키고 싶습니다만… 이미 두 번 실패한거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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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 FANTASY (go SF)』 23825번
제 목:[하이랜더] The war of dragons - 040
올린이:스카이엘(박지훈 ) 01/05/12 21:22 읽음:221 E[7m관련자료 있음(TL)E[0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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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랜더 1st story
The war of Drag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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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17일. 저항군이 레인 성을 향하여 본격적인 진격을 시작한지도 이미 4일이라는
시간이 흐른 상태였다. 날이 저물자 저항군들은 캠핑 준비를 시작했고, 주변으로 말
을 탄 정찰병들이 탐색을 나섰다. 잠시 후, 정찰병들이 무사히 귀환하였고, 그 중의
한 명만이 간부들의 막사가 있는 장소로 향하고 있었다.
"무슨 일인가?"
"정찰병이다, 전하께 보고할 것이 있어서."
본래 이런 일이라면 자신의 상관에게 보고를 해야 한다. 그렇지만 저항군에서는 계
급 간의 질서가 그렇게 엄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렇게 직접 리더를 찾아볼 수 있었던
것이다.
"무슨 일인가?"
"예, 전하. 이 앞에 하나의 마을이 있습니다."
마을이 있다는 것은 전혀 위험한 일이 아니다. 저항군이 지나갈 때, 그 마을에 사
는 주민들로 하여금 상대한 경계심과 공포심을 원치 않아도 주는 일은 있겠지만, 별
다른 에러 사항은 없었다. 하지만 정찰병이 그에게 보고하고 싶은 내용은 마을이 있
다는 단순한 내용이 아니었다.
"약 1천으로 짐작되는 아나트 군이 그 마을에 주둔 중입니다."
"아나트 군이? 마을의 상태는 어떤가? 주민들은 안전한가?"
레시트의 질문에 정찰병은 그다지 자신없는 목소리로 대꾸했다.
"마을의 집들은 다섯 중 셋이 무너져 내린 상태였습니다. 아나트 군의 움직임 때문
에 그리 가까이 접근하지는 못했지만, 마을 주민들은 없는 것 같습니다."
정찰병의 보고에 레시트의 표정이 나빠졌다. 그는 곧장 밖의 병사로 하여금 쥬크를
데려오게 하였다.
"부르셨습니까."
곧 쥬크가 언제나와 같이 깔끔한 동작으로 인사를 하며 말했다. 레시트는 정찰병으
로부터 들은 말을 그에게 전해주었다.
"미들 나이츠의 출병을 허가한다. 전방에 있는 마을에서 아나트 군을 쫓아내라."
"명령 받들겠습니다."
그리고 쥬크는 막사를 벗어났다. 그리고는 자신의 막사 앞에 서 있는 자신의 말에
올라탔다. 그리고 미들 나이츠들이 머무는 구역으로 와서 병사로 하여금 기사들을
불러모았다. 모두가 모이자 부관인 레이젤이 말했다.
"무슨 일이십니까?"
"출병입니다. 모두 준비를 해주십시오."
말하자면 새로운 미들 나이츠의 첫번째 출병이었다. 곧 2천에 달하는 미들 나이츠
가 출병하였고, 말발굽 소리가 대지를 진동시켰다. 말을 달리던 카인은 뭔가 이상한
느낌을 받고, 쥬크와 레이젤에게만 들릴 정도의 목소리로 말했다.
"느낌이 이상합니다."
"카인 님도 그런가요? 실은 저도 그렇습니다. 뭔가 역겹고 어둡고 뜨거운, 하지만
슬픈… 그런 느낌이군요."
쥬크는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이 느낀 바를 말했고, 카인도 그와 같았는지 별 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레이젤은 헤헷, 하고 웃으며 말했다.
"간단히 더러운 분위기죠. 뭐가 그렇게 어려워요?"
그의 버릇없는 말투에 쥬크는 저도 모르게 엷은 미소를 지었다. 분면 자신의 옛 동
료 중에도 그와 같은 자가 있었다. 하지만 레이젤의 말은 끝난 것이 아니었다. 레이
젤은 곧 장난기 어린 미소를 지우며, 약간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경험해본 적이 있는 느낌입니다. 폭주해버린 하이랜더."
"폭주한 하이랜더, 그는…."
갑자기 카인이 강한 어조로 말했다. 카인이 가진 과거는 하이랜더의 간부급 인물이
라면 누구나 아는 것이었다. 그것은 천재성을 지닌 하이랜더가 일으킨 최초의 자아
붕괴로 인한 폭주였기 때문이다. 카인은 말을 끝맺었다.
"제가 맡겠습니다."
레이젤과 쥬크는 그에 다른 대꾸를 하지 않았다. 어느 새 마을에 다가서자 이미 아
나트 군들이 창을 쥐고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무장 상태의 기사를 태운 말 2천마
리가 동시에 내는 소리와 일으키는 진동은 결코 작은 것이 아니었다. 명령은 필요
없었다. 아나트 군은 자기들 딴에는 머리를 굴려 기사단에 강한 창을 내세웠다. 그
렇지만 양측 병력의 실력 차는 너무나도 분명했다. 미들 나이츠는 그들이 만든 진형
을 최초의 돌파로 가볍게 무너뜨렸고, 두번째의 돌파에서 그들로 하여금 의욕을 상
실케 만들었다. 쥬크는 세번째의 돌파 전에 기사들에게 명했다.
"전투 종결 후, 마을에 모이기 바랍니다. 후퇴하는 적들은 놓아주십시오."
그 간단한 명령에 대한 이의는 없었다. 그것으로 충분했기 때문이다.
전투 종결 직후, 마을의 중앙으로 미들 나이츠가 집결했다. 마을이 그리 크지 않았
기 때문에 그들이 집결함으로 중앙의 공터가 가득 매워졌다. 그나마 공터는 넓었다.
그러니까 2천명의 사람과 2천기의 말이 한 곳에 있을 수 있지. 그 때, 한 기사가 쥬
크에게 다가왔다.
"쥬크 님. 만나보실 사람들이 있습니다."
"만나볼 사람들요?"
"예. 마을의 생존자 분들이십니다."
"모셔 오십시오."
기사는 알겠다고 대답하고는 어딘가로 사라졌다. 그리고 잠시 후, 노(老) 부부와
아기를 안은 젊은 여인이 기사와 함께 돌아왔다. 마을의 장로인 할아버지가 나서서
말했다.
"제가 이 마을의 장로입니다. 아나트 군을 쫓아내주셔서 감사합니다."
"늦게 도착하여 죄송할 따름입니다. 저항군의 기사 대장, 쥬벤다이크 플로시네라고
합니다. 혹시 다른 생존자분들은 계시지 않습니까?"
생존자라는 말에 장로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쥬크는 아차, 했으나 이미 꺼낸 말을
주워담을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한 아이가 있습니다. 저희 넷이 살아남을 수 있도록 도와준 한 아이가 있죠."
쥬크는 그가 바로 하이랜더임을 알 수 있었다.
"그는 지금 어디에 있습니까?"
"그게 확실하지 않습니다. 늘 어딘가로 나갔다가 저희들이 숨어있는 숲으로 돌아오
곤 했거든요. 아, 혹시 지금 마을을 순찰 중인 기사 분이 계십니까?"
"아, 예. 한 명이 마을을 순찰 중입니다만?"
쥬크는 정찰을 하겠다며, 잠시 자리를 뜬 카인을 떠올리며 그렇게 말했다.
"이런! 그 아이는 지금 저희가 아닌 다른 이를 보면 무작정 공격을 합니다. 마을의
목사였던 그 아비가 아나트 병사에게 죽은 순간부터 아이가 발휘하기 시작한 가즈엘
님의 축복의 힘은 대단한 것인데…."
요컨데 순찰을 나간 기사의 목숨이 위험하다는 것이었다. 그의 말을 들은 레이젤은
속으로 코웃음을 쳤다. 전 차원계에서 빛의 신, 가즈엘을 믿는 이가 과연 몇이나 될
까? 모르긴 몰라도 그야말로 천문학적인 숫자. 그 많은 이들에게 일일이 은총을 내
리고 축복을 내릴 정도로 가즈엘의 능력은 무한한 것이 아니다. 따라서 흔히 사람들
이 말하는 신의 축복이라는 것은 엉터리. 가끔씩 내려지는 신의 축복은 가즈엘의 그
것이라고 보기보다는 휘하의 신이나 천사의 축복이라고 보는 것이 옳았다. 게다가
가즈엘은 아직까지 제대로 각성을 하지 못한 어린 신이다. 기사를 찾아야 한다는 장
로를 진정시킨 쥬크는 카인이 돌아오기를 기다렸다.
카인은 거의 직감적으로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너무 뛰어난 재능을 지닌 하이랜더
가 제대로 된 각성 이전에 극심한 분노를 느끼면 일으키는 자아 붕괴와 그로 인하여
발생하는 폭주. 그것의 결과는 살육이다. 다행히 이 마을의 하이랜더는 과거에 카인
이 저질렀던 무차별 적인 살인은 아닌 것 같아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카인이
었다.
"이 쯤인데."
카인은 무성한 숲을 헤쳐나가며 중얼거렸다. 멀지 않은 곳에서 익숙하지만 역겨운
듯한 느낌이 풍겨져 나오고 있었다.
"!"
카인의 몸이 오른발을 축으로 180°로 회전을 했다. 그리고 그의 왼발이 빠르게 끊
어차졌다. 카인의 발에 묵직한 느낌이 들었고, 그 공격을 얻어맞은 상대는 강한 충
격을 받고는 그대로 근처의 나무에 부딪혀버렸다.
"나왔군."
"크윽."
카인의 공격에 상당한 충격을 받은 알테아는 배를 쓰다듬으며 힘겹게 몸을 일으켰
다. 그 정도의 충격에도 알테아는 검을 놓치지 않고 있었다. 실로 놀라운 집중력.
"칭찬해줄만 하군."
카인은 그렇게 중얼거리며 자신도 검을 뽑았다. 상대는 폭주한 하이랜더이다. 나이
가 있기 때문에 카인보다 강할리는 만무하지만, 카인도 그렇게 많은 나이의 하이랜
더는 아니었다. 최선을 다해서 나쁠 것은 없다. 알테아는 갑자기 뒤로 재주를 넘더
니 곧장 옆으로 튀어서 나무를 차고 뛰어올랐다. 대단히 변칙적인 동작이었고, 야성
적인 동작이었다. 카인은 알테아가 다가오기 전에 오히려 그보다도 높이 뛰어 올랐
다. 위치에서 우위를 점한 카인은 발로 알테아의 등짝을 찍었고, 알테아는 짧은 비
명을 터뜨리며 바닥에 고꾸라졌다. 그것도 잠시, 알테아는 곧장 몸을 일으켰다. 하
지만 그의 몸은 이미 넝마가 되어 있었다.
"그아아아아아아!!"
알테아는 컬컬한 목소리로 기합을 지르며 막무가내로 돌진해왔다. 본능적으로 카인
이 자신보다 월등히 강하다는 것을 알아버린 것이었다.
빠악!
카인은 춤을 추는 듯한 발놀림으로 그것을 피해내고는 곧장 검의 손잡이로 알테아
의 후두부를 찍었다. 둔탁한 소리만큼이나 강하게 찍었지만, 힘은 잘 조절했기 때문
에 출혈은 일어나지 않았다. 카인은 알테아를 어깨에 들쳐메고는 숲을 빠져나와 마
을의 중앙 공터로 향했다. 직감적으로 걸어왔기는 했지만, 다행히 길은 기억하고 있
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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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회입니다. 50회가 다가오는군요.
★Crazy little thing called love☆
☆사랑이라 불리는 작고 끔찍한 것★
『SF & FANTASY (go SF)』 23826번
제 목:[하이랜더] The war of dragons - 041
올린이:스카이엘(박지훈 ) 01/05/12 21:22 읽음:225 E[7m관련자료 있음(TL)E[0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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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랜더 1st story
The war of Drag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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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의 자리에서 하던 캠핑 준비를 철회시켜서 마을의 근처까지 행군한 저항군은
레시트의 명에 따라 새로이 캠핑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레시트는 마을의 생존자들을
직접 만나고는 그들과 인사를 나누었고, 간부 전용 막사를 하나 더 설치하도록 명령
했다. 레시트는 레인 성을 탈환하면, 그 곳에 새로운 집과 일터를 제공하겠다는 약
속까지 해버렸다.
쥬크, 카인, 레이젤은 지금 알테아를 만나기 위해 이동 중이었다. 혼절해버린 알테
아를 본 장로는 카인의 실력에 감탄해버렸다. 장로가 감탄했건 안했건 지금 알테아
는 여전히 혼절 중이었다. 카인의 계산대로라면 지금쯤은 눈을 떴을 것이다.
"알테아는 정신을 차렸습니까?"
마침 아기를 안고 주변을 산책하려던 여인과 마주치자 쥬크가 질문했다. 아무리 시
골의 여인이라지만, 자신과 그들의 신분 차는 잘 알고 있었다. 아기가 품에 안겨 있
었기 때문에 제대로 인사를 할 수는 없었지만, 그녀는 고개와 몸을 숙여 인사를 했
다.
"예. 몇분 전에 정신을 차렸습니다."
과연 카인의 말대로였다. 쥬크는 감사의 의미로 웃음을 띄워보였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아기와 함께 계시는데 무리해서 인사를 하실 필요는 없어요."
쥬크의 뒤를 따라 카인이 살짝 고개를 숙여보이며 지나갔다. 하지만 레이젤은 아기
의 손가락에 자신의 손가락을 쥐여주고는 부드럽게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헤헷. 잘 생겼는데요?"
"호홋, 감사합니다."
역시 자식 칭찬 싫다는 부모는 없는 법인가보다. 하지만 그녀의 말은 끝난 것이 아
니었다.
"그런데 여자 아이랍니다."
"!! 하…핫, 예쁘네요…. 그럼."
레이젤은 얼렁뚱땅 상황을 모면하고는 재빨리 카인과 쥬크를 뒤쫓았다. 그리고 여
인과 어느 정도 거리가 벌어지자 조그마하게 중얼거렸다.
"아기들은 왜 성별 구별이 안되는거야? 쳇, 쳇, 쳇, 쳇!"
레이젤이 그러한 심오한 문제를 가지고 이리저리 생각을 하는 동안 셋은 마을 사람
들이 머무는 막사에 도착할 수가 있었다. 그들이 막 막사에 들어서려는 순간 장로와
그의 부인이 집을 나왔다.
"이런 기사님들 아니십니까. 어쩐 일로?"
"알테아를 만나러 왔습니다."
"그렇습니까. 저희들은 산책이라도 할까 해서 나왔습니다. 죄송하지만 알테아는
정신을 차린지가 얼마 되지 않았으니 대화하실때는 주의를 기울여주십시오."
"알겠습니다."
장로 부부가 멀어지자 그제서야 그들은 집 안으로 들어갔다. 집 안에는 녹색 머리
카락과 같은 색의 큰 눈동자를 가진 귀여운 소년, 알테아가 컵에 담긴 따뜻한 차를
홀짝이고 있었다. 갑작스레 그들이 들어서자 알테아는 경계심이 어린 눈초리로 그들
을 바라보았다. 폭주 당시의 기억은 없었지만, 그 중에서도 카인을 가장 경계하고
있었다.
"이 분은 저항군의 기사 대장이시고 나는 부관이야. 그리고 이 쪽이 기사 부대장."
친근감있는 미소를 지으며 레이젤은 양 옆에 서 있는 쥬크와 카인을 소개하였다.
"마을을 구해주셨다는 말은 들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알테아는 귀여운 미소를 지어보이며 상체를 숙였다. 아직 몸이 완전히 회복된 것이
아니어서 일어서는 것은 무리였다.
"아니. 마을을 구한 것은 너지."
알테아의 인사를 무시하며 카인이 차갑게 말했다. 그의 말투에 알테아가 흠칫하자
레이젤은 피식 웃으며 카인의 어깨를 두드렸다.
"이봐, 너무 강하게 나가지 마. 거기, 꼬마 친구. 경계할 것 없어. 우린 유익한 토
크Talk를 하기 위해 온 것 뿐야."
레이젤의 말에 알테아는 약하게 긍정을 표했다. 레이젤의 입가에 미소가 띄워졌다.
"질문. 네가 마을을 구할때 어떤 상태였는지 알지? 그 힘의 근원은?"
"당연히 빛의 신, 가즈엘 님께서 저에게 내려주신 성스러운 축복입니다."
"땡―이야. 퀴즈 실력이 형편없구나, 너."
레이젤은 가볍게 알테아의 머리를 톡, 하고 쳤다. 아마도 틀린 것에 대한 벌이라고
한 행동일 것이다. 그 때 쥬크가 나섰다.
"아쉽게도 당신의 힘은 그 분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 별개의 힘입니다. 당신도 어느
정도는 알고 계실테죠. 가즈엘 님께서 당신께 축복을 내리신 것이라면 당신은 강한
신성력을 부려야 할 겁니다. 하지만 당신은 뛰어난 검술 능력과 불꽃을 다루는 능력
을 얻은 것이지요."
이 자들은 모든 것을 다 알고 있다. 알테아는 그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알테아는
아직 회복되지 않은 몸을 일으켰다. 하이랜더 특유의 뛰어난 회복력은 이미 그가 몸
을 움직일 수준까지 회복시켜 놓았다. 옆의 테이블로 이동해 의자에 앉은 알테아는
쥬크와 카인, 레이젤이 자리에 앉기를 기다려 입을 열었다.
"여러분은 하이랜더입니까?"
"그렇습니다. 하이랜더 중에서도 실력자에 속하지요."
빙그레 웃으며 쥬크가 대꾸했다. 알테아의 몸이 조금씩 떨리기 시작했다.
"솔직히 말해서 저도 제 힘이 하이랜더의 힘이라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가즈엘 님
의 축복이라 말하는 이유는 마을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해서지요."
놀라운 말이었다. 이제 16세에 불과한 그가 스스로의 힘을 깨달았다는 것은 대단히
빠른 것이었다. 하이랜더 중에서도 천재라는 킬린, 카인, 레이젤의 각성 시기와 거
의 비슷할 정도였다. 쥬크도 천재라고 불리긴 했지만, 그는 후천적인 요소가 더 강
한 경우였다. 그가 지금껏 해온 노력과 신력의 반발 작용때문에 말이다.
알테아와의 상담 아닌 상담을 마치고 쥬크와 카인, 레이젤은 집을 벗어났다. 그들
이 집을 벗어날때 알테아의 표정은 상당히 안정적이었다. 오랫동안 해오던 고민을
털었다는 안도감 때문일까? 걸음을 옮기던 도중 레이젤이 문득 질문을 던졌다.
"저 녀석이 각성을 하려면 얼마나 걸릴까?"
"아마도 레인 성에 도착하기 전."
담배 하나를 입에 문 카인은 담배에 불을 붙이며 말했다. 레이젤은 순간 눈을 반짝
이며 카인에게 말했다.
"그 기술을 완성시켜 보려는 생각인가?"
"녀석도 상당한 자질이 있다. 처음부터 그 기술을 가르치기 위해 속도형으로 검술
을 키운다면 충분한 가능성이 있어. 광검. 그 기술을."
개발된 이래로 누구도 완성한 적이 없다는 검술중에는 광검과 파검이 존재한다. 검
술의 위력은 전 차원계에서도 강한 축에 들면서 동급의 파괴력을 내는 검술에 비해
힘의 소모도 적었다. 어쨌거나 개발된지 800년이라는 세월이 흘러 카인이라는 천재
하이랜더가 파검을 완벽하게 습득하고는 광검도 미완성이나마 습득을 하는데에 성공
했지만, 그 뿐이었다. 애초에 상반되는 두 검술을 익히기에는 무리였던 것이다. 그
것도 카인이 두 검술을 익히기 위한 신체 조건이 뛰어나고 천재적 재능이 있기에 가
능한 것이었다. 개발자인 하이랜더, 쥬리오도 완벽하게 두 검술을 익히지 못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대단한 것이었다. 아무튼 카인을 제외한다면 두 검술중 한가지라도
터득한 존재는 없었다. 심지어 검술을 사용하는 신들조차도 말이다. 카인은 그러한
광검을 알테아로 하여금 완성시키려는 것이었다.
성왕력 834년의 봄, 5월 24일. 드디어 레인 성이 눈에 보이는 곳까지 도착한 레시
트는 흥분된 마음을 진정시키는 것이 무척이나 힘겨웠다. 수많은 세월을 꿈에만 그
리던 레인 성이다. 드디어 레인 성을 차지하기 위한 마지막 싸움을 벌이기 위해 이
곳에 도착한 것이다. 하지만 레시트는 곁에 있어야 할 카이르가 없다는 사실이 슬
프기도 하였다.
"전하, 약 4천의 병력이 돌진해오고 있습니다. 명령을…!"
"군사.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은가."
보고를 받은 레시트는 자연스럽게 세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세나는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아무래도 탐색전을 하고 싶은가 봅니다. 실력을 보여주는게 어떨까요? 미들 나이
츠로 확실하게 무너뜨리는 겁니다."
"아군의 주요 전력이 너무 드러나는 것 아닌가?"
"허를 찌르는 겁니다. 그리고 숨기기만 해서는 될 것이 없죠."
레시트는 미들 나이츠의 출병을 명했다.
미들 나이츠는 전원 랜스를 움켜쥐었다. 단, 쥬크와 카인과 레이젤은 자신들의 검
을 쥐었다. 쥬크의 호령과 함께 그들은 아나트 군을 향해 돌격했다.
4천의 병력을 이끌고 탐색전을 위해 돌격 중인 카마는 상대측의 반응을 보며 실소
를 터뜨렸다. 고작 2천이었다. 하지만, 그 병력의 정체과 확실해지자 카마도 긴장감
을 느껴야만 했다.
"저항군의 중앙 기사단…! 아냐, 그래도 우리측 숫자가 유리하다."
카마는 머릿수를 믿으며, 안심을 했지만 전투가 진행되며 자신의 생각이 완전히 틀
렸다는 생각을 해야만 했다. 저항군의 중앙 기사단은 4배의 숫자쯤은 무시해도 좋을
정도로 강력했다. 그들의 돌파력은 실로 대단해서 카마의 열정적인 지휘에도 불구하
고 그들은 계속해서 아나트 군의 진형을 파괴했다. 특히 기사 대장과 그의 부관. 그
리고 부대장의 실력은 그야말로 괴물이라는 칭호가 아깝지 않을 지경이었다.
"크…! 마법사들, 저들을 공격해라!"
"아, 안됩니다!"
되돌아온 마법사들의 외침에 카마는 화가 치밀었다. 대체 뭐가 안된단 말인가? 카
마는 거칠게 검을 뽑으며 이를 갈았다. 그는 마법사들을 향해 말을 몰았다. 그리고
검을 휘둘러 그들을 위협했다.
"공격하란 말이다!"
"그, 그게…. 누군가가 마법 결계를 쳐놓았습니다. 아주 강력한 마법사가…! 이 정
도라면 현자급이란 말입니다! 저희들의 실력으로는 이 결계를 무시하고 마법을 사용
할 수가 없습니다."
"도대체 누가? 그 정도의 마법사가 저항군에 있다니…?!"
허탈감에 빠져든 카마는 결국 최후의 선택을 내렸다. 카마는 아랫 입술을 피가 날
정도로 강하게 물고는 외쳤다.
"전군! 후퇴한다!"
그러나 그것은 카마의 마지막 외침이었다. 순간 어디선가 날아든 검기가 그의 몸을
가볍게 훑고 지나갔고, 카마는 곧 지독한 한기와 함께 어마어마한 고통을 동시에 느
끼며 바닥을 굴렀다. 카마는 곧 자신의 상관인 니트슨을 떠올렸다. 그리고 이번 전
쟁에 대한 불안감을 느끼면서 의식을 놓쳤다. 곧 지휘관을 잃은 아나트 군은 무너져
내렸다. 미들 나이츠의 공격은 무척이나 신속하여 니트슨이 지원군을 보내기 위한
준비를 마쳤을 때, 이미 탐색전은 끝이 난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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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하는 매' 라는 소설을 읽고 있습니다. 한국 판타지 소설 계의 1기 작가 중의
한분이신 홍정훈 님의 소설이죠. 지금은 휘긴 이라는 아이디로 SF란에서 The Rogue
를 연재 중이신 ^^ 다 알고 계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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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라 불리는 작고 끔찍한 것★
『SF & FANTASY (go SF)』 23987번
제 목:[하이랜더] The war of dragons - 042
올린이:스카이엘(박지훈 ) 01/05/13 23:53 읽음:233 E[7m관련자료 있음(TL)E[0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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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랜더 1st story
The war of Drag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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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하하하하핫! 근데 거기서 왠 녀석이 마구 외치는거야. 딱 느낌이 왔지! 저 녀석
이 대장이군, 하고 말야! 가차없이 이 몸이 검기를 날려보냈단거 아니겠어?"
적편의 지휘관, 카마를 단칼에 베어 죽인 자신의 공을 치켜세우며 레이젤은 다시금
기운차게 웃었다.
레인 성을 차지하기 위한 전투에서 기념비적이라 불릴 정도의 압승을 거둔 중앙 기
사단에게 축하의 의미를 전하는 뜻에서 레시트는 그날 밤, 작은 잔치를 벌였다. 물
론 야습이 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에 술은 한잔으로 규제를 받았지만 말이다. 한참을
계속된 레이젤의 자기 자랑이 끝나자 그는 어디선가 구해온 하프를 꺼내들고는 가볍
게 퉁겼다. 그에 따라 부드러운 선율이 울려퍼지자 레이젤은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
어보이며 말했다.
"오오…, 꽤나 고급 하프잖아, 이거? 한동안 들고 다녀야 겠는걸, 헤헷."
과거, 전설적인 하프 엘프 음유시인인 포르트에게 배운 그의 하프 솜씨는 신계에서
도 알아줄 정도였다. 물론, 성격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여론의 덕이 상당하지만 말이
다. 아무튼 그의 연주 솜씨를 익히 알고 있는 아레트는 휘파람을 힘차게 불어재치며
외쳤다.
"혀엉∼! 신나는 걸로 한번 연주해 봐!"
그렇게 외치며 아레트는 주변의 병사들에게 눈치를 주었고, 병사들은 금새 그 의미
를 깨닫고는 함께 환호를 하며 레이젤을 띄우기 시작했다. 그러한 분위기에 휩쓸린
레이젤은 금새 들떠서 말했다.
"후훗. 원한다면…!!"
레이젤은 느끼하게 이를 반짝이며 한번 웃어보이고는 하프를 연주하기 시작했다.
마치 행진곡과 같은 경쾌한 리듬이 주를 이루는 연주는 모두의 기분을 들뜨게 만들
었다. 그 때, 에르만이 피리를 꺼내서 불기 시작했다. 원래는 조용한 곡만을 선호하
던 그였지만, 오늘만은 경쾌한 음악을 연주했다. 병사들은 가벼운 스텝을 밟으며 자
신들이 살던 나라, 고유의 춤을 추기 시작했고, 분위기는 무르익어갔다.
한편, 쥬크는 잔치의 중심가와는 동떨어진 곳에서 스케치북에 진한 색의 연필로 무
언가를 열심히 스케치하고 있었다. 그의 손이 오감에 따라 점차 하얀 스케치북에 그
려지고 있는 그것의 형상이 뚜렷해지기 시작했다. 10대 후반으로 보이는 붉은 머리
카락의 귀여운 소녀였다. 생기가 넘치는 그녀의 미소는 성격을 잘 표현해주고 있었
고, 질감이 느껴지는듯한 로브와 마법지팡이는 그녀가 마법사임을 드러내주고 있었
다. 옆에서 그의 그림을 구경하고 있던 세나는 엷게 미소를 지었다.
"아름다운 분이네요. 누구지요?"
그의 질문에 쥬크는 문득 연필을 멈추고는 쓸쓸한 미소를 지으며 자신의 로브를 매
만졌다.
"저에게 이 로브를 남긴 저의 레이디입니다."
세나는 자신이 실수를 했다는 것을 깨달을수 있었다. 쥬크가 악마왕, 아스타로트에
에게 그가 지키던 차원계를 비롯한 약혼녀와 친구들을 모두 잃고, 그 약혼녀가 남긴
유일한 물건이 그가 걸치고 있는 로브였다.
"당차보이는네요."
"그렇지요. 언제나 강한 모습만을 보여줬습니다. 그림들 보시겠습니까?"
쥬크는 더이상 그릴 맘이 안나는 것인지 스케치북을 덮으며 말했고, 세나는 미안함
을 느끼면서도 스케치북을 받아들었다. 방금 그리던 여인의 그림에서도 알 수 있었
지만, 과연 쥬크의 그림 솜씨는 수준급이었다. 스케치북에는 다섯 명의 그림이 그려
져 있었다. 방금 전의 그 소녀와 무표정을 고수하며 도(刀)를 든 사내. 귀족적인 이
미지를 물씬 풍기는 성직자 여인. 척 보기에도 머리가 텅 비어있는듯한 밝은 사내와
차가운 표정을 지은 여인이 바로 그들이었다.
'이들이 쥬크 님이 말씀하셨던 잃어버린 동료들이겠지.'
세나는 속으로 중얼거리며 계속해서 스케치북을 넘겨보았다. 그녀가 스케치북을 덮
자 쥬크가 말했다.
"저희도 저 쪽으로 가보죠."
피아와 함께 모닥불의 근처에 앉아서 레이젤의 음악을 감상하는 카인을 향해 거친
숨소리를 내는 소년이 다가와 말했다.
"하아, 하아…. 사부, 시킨대로 진영을 다섯 바퀴 돌고 왔어요. 하아, 하아…!"
"쉬어."
"고마워…요…."
털썩. 알테아는 말을 끝내기가 무섭게 균형을 잃으며 바닥에 쓰러져 버렸다. 그런
그를 안쓰럽게 바라보며 피아는 카인을 향해 말했다.
"오빠, 좀 훈련이 심한거 아니예요?"
어느새 자신의 어깨에 살짝 머리를 기대고 있는 피아를 흘끗 바라본 카인은 고개를
저었다.
"봐주는 거야."
"흐음…. 그런가요. 제가 볼때는 여기 있는 아저씨들보다 훨씬 더 험한데요?"
"인간과 하이랜더를 비교할 생각인가."
가볍게 한숨을 내쉬는 카인의 말에 피아는 자세를 바로잡고, 빙긋 웃으며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피아는 모닥불에서 나오는 붉은 불씨들을 바라보았다.
"예뻐요."
그녀의 말에 카인은 대꾸하지 않았고, 피아도 애초에 대답을 기대하지도 않았기 때
문에 아무말 하지 않았다. 잠시 후, 피아는 약간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저기… 오빠. 인간과 하이랜더가 결혼을 하는 경우도 있나요?"
질문을 끝내고 나서, 피아는 왜 자신이 그런 질문을 했는지 생각해 보았다. 얼떨결
에 나온 질문이라 그녀로서도 알 길이 없었다. 카인은 그녀의 말에 잠시 눈을 감았
다.
"없지는 않아. 대부분 불행하게 끝나지만."
"그, 그런가요…?"
"넌 내가 지킨다."
"……."
피아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한채 얼굴을 붉혔다. 그녀는 애써 분위기를 바꾸고자
말했다.
"레이젤 오빠는 연주를 잘하시네요? 오빠도 연주를 할 줄 알아요?"
"약간은."
레이젤의 실력이 워낙에 좋아서 조금은 배워둔 적이 있었다.
"으음. 그럼 저 분들이 하고 계시는 것은요?"
피아는 한창 검무(劍舞)를 추며 자신들의 기교를 뽐내는 기사들을 가리키며 말하였
다. 피아의 눈에는 그들의 동작 하나하나가 무척이나 아름답게 보였던 것이다. 물론
카인의 눈에는 형편없어 보였지만.
"검무? 저거보다는 잘하겠군."
그렇게 말하며 카인은 자리에서 일어서 레이젤 쪽으로 걸음을 옮겼고, 피아는 고개
를 갸웃거리며 카인을 뒤따랐다. 한창 연주를 하던 레이젤은 카인을 발견하고는 길
게 휘파람을 불었다.
"오오, 카인! 무슨 일이지?"
카인은 말없이 검을 뽑아들었고, 피아는 조심스레 물러서며 세나의 곁에 앉았다.
카인이 지금 하려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챈 레이젤은 씨익 웃으며 곡의 분위기를 바
꾸었다. 그 전에 이 한 마디를 잊지 않았다.
"자, 지금부터는 카인의 독무대! 모두들 미안하지만, 잠시만 참아주라고!"
은은한 선율이 하프에서 울려퍼졌다. 좀 전까지 그렇게 경쾌한 음을 내던 하프라고
는 생각하기 힘들 정도였다. 이윽고 카인의 검무가 시작되었다. 소리 없이 발이 땅
에 끌리듯이 움직였다. 그 움직임은 마치 빙판 위에서 스케이트를 타듯이 매끄러웠
다. 그의 발놀림에 정신이 팔린 사이 검이 부드럽게 곡선을 그렸다. 그러는가 싶더
니 강하게 직선을 그으며 이동했고, 또 다시 곡선을 그렸다. 그의 검무는 조금 전까
지 나와서 검무를 추던 모든 기사들을 부끄럽게, 또한 놀랍게 만들었다. 카인의 검
무와 레이젤의 연주는 환상적인 조합을 이루었다. 피아는 저도 모르게 말했다.
"아름다워."
"그렇지?"
바로 옆에 있던 세나는 그녀의 중얼 거림을 듣고 미소를 지으며 피아의 머리를 쓰다
듬으며 말해주었다.
"저 둘은 가끔 여행 중에 저렇게 돈도 벌곤 했어. 뭐, 카인 오빠의 성격 때문에 그
렇게 자주는 아니었지만."
그 때, 레이젤이 말했다.
"카인, 템포 올린다? 이제부터 다시 전원 축제 돌입!"
하프의 분위기가 돌변했다. 갑작스럽게 템포가 빨라진 것이다. 어느 새, 그들의 주
변에는 많은 이가 모여 있었다. 술판을 벌이거나 싸움을 벌이거나 잠에 취한 이들을
제외한 대부분의 사람들이 모여 있었던 것이다. 간부들은 물론, 레시트도 구경을 하
고 있었다. 그렇게 축제같은 분위기는 절정을 맞이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