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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했더니 의사가 능력을 가짐-2화 (2/145)

회귀했다 02

<1>

“피곤하지?”

“아뇨, 괜찮습니다.”

“피곤하면 피곤하다고 해. 저녁은 먹었어?”

“아뇨.”

아직 저녁을 안 먹었다.

가을이 깊어지는 10월.

이미 캄캄해진 병원 바깥에는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고 있다.

담배를 피다가 얼른 정리하는 김재호 선배.

“밥 먹으러 가자.”

그는 앞장섰다.

그리고 잠시 후 도착한 곳은 본관 지하 1층 식당가.

그러나 밤 10시에 식당이 할 리가 없다.

24시 편의점에 가서 이것저것 샀고.

컵라면에 뜨거운 물을 받은 뒤 그걸 들고 지하 2층 의료 기자재 창고로 들어섰다.

종종 밤늦은 시간, 취식이 필요할 때, 좁은 편의점보다는 이곳에서 컵라면을 먹곤 한다.

마침 거기에 다른 사람이 없었다.

“앉자.”

“네.”

“근데 오늘도 당직이지?”

아마도 그렇겠지.

내가 인턴 신분이라고 하는데.

인턴은 당직이든 당직이 아니든 그냥 풀대기 상태여야 한다.

그래서 그런 당직에 관한 관심보다는···.

나는 그저 신기한 눈으로 김재호 선배를 쳐다봤다.

아주 젊어진 재호 선배.

그는 좀 전에 원산폭격을 시키며 심하게 갈궜지만, 다시 좋은 선배의 모습을 하고 있었고.

눈 밑에 다크 서클은 가득했지만, 어느새 훈훈해진 눈으로 날 쳐다보고 있었다.

그런데 이때 나는 좀 더 다른 시선으로 그를 쳐다봤다.

흉부외과 전문의로서가 아니라 일반진료 과목으로써 성형외과를 택해 크게 성공하게 되는 김재호 선배.

그런 그의 미래를 알기에 내 시선은 지금 달라질 수밖에 없다.

그래!

암튼 선택은 잘 했다.

의사가 돈이라도 벌어야지.

다들 의사라고 하면···.

그냥 떵떵거리며 잘 사는 줄 아는데.

현실에선 로컬(동네) 병원 문 닫고, 이리저리 떠돌아다니는 봉직의(월급 의사)들이 얼마나 많은가.

물론, 그럼에도 언제나 잘난 놈은 잘났다.

돈 잘 버는 의사들.

정말 엄청나게 잘 번다.

근데 그렇다면 나는?

에휴.

이혼까지 했고.

순 개털 상태.

그리고 나는 현재 과거 시간대에 툭! 떨어지기까지 했다.

특히, 하필이면 사상 최악의 신분인 ‘인턴’ 신분으로 돌아오기까지 했다.

즉, 병원 계급 구조상, 불가촉천민이나 다름없는 인턴.

그 인턴으로서 말이다.

사실, 이보다 더 최악일 수가 있을까.

왜냐하면, 모든 걸 다 잃고 노예로 전락한 것이나 다름없으니까.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나는 지금 씩 웃고 있다.

2010년 5월, 프로그래머 라스즐로 핸예츠는 피자 2판에 1만 비트코인(BTC)을 지출했다.

이 비트코인의 가치를 고점이었을 때 기준으로 환산한다면, 대략 6천억 원, 7천억 원 정도 되는 금액.

당연히 이건, 누구나 다 아는 그런 사실이지 않은가.

크크크.

“야, 인턴!”

“······?”

“왜 그렇게 실실 쪼개?”

“아, 아닙니다. 선배님.”

“혹시 너 여자친구 있어?”

“아뇨.”

“근데 뭘 그렇게 생각해? 여자친구도 없다면서?”

아으씨, 지금 이성보다 더 좋은 게 바로 비트코인이다. 김재호 선배는 감히 상상도 못 하겠지만.

“야, 이거 빨리 먹자. 대충 된 거 같은데.”

뜨거운 물을 부은 지 대략 3분 정도 지났고.

그때부터 볶음 김치와 함께 정신없이 컵라면을 먹기 시작했다.

그리고 잠시 뒤.

“다 먹었지? 가자. 빨리 올라가자.”

성질 급한 사람인 듯 김재호 선배는 재촉했다.

그래서 후다닥 컵라면 용기들을 치웠고 작은 탁자도 정리했다.

그러고는 즉시 밖으로 나가, 엘리베이터에 탑승했다.

이때, 김재호 선배가 다시 입을 열었다.

“김정민 선생.”

“네.”

“내가 아까 깜빡했는데 809호 가서 드레인 상태 확인하고. 김성미 환자 상태도 좀 살펴봐. 약간 불안한 게 있어서.”

“네, 그럴게요.”

그렇듯 나는 대충 대답했지만.

머릿속은 안갯속이었다.

김성미 환자? 그 환자는 누굴까.

딱히 기억이 나지 않기 때문이다.

“참, 그리고 오늘 야간 병동 일을 좀 책임지고 한번 해 봐.”

“네?”

“알잖아. 우리 진료과는 인턴도 대접받는 거.”

뭐, 무슨 대접?

대접은 무슨?

노예같이 부려먹는 거지.

즉, 흉부외과에서는 레지던트 1, 2년차가 해야 할 일들을 인턴들한테 종종 맡기고 있다. 그만큼 손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보통, 흉부외과는 타 진료과와 달리 레지던트 숫자가 부족한데. 그래서 임상 교수들보다 더 귀한 레지던트들은 그 때문에 각종 수술방에 정신없이 들어가야 한다. 그런데 그게 끝이 아니었다. 컨퍼런스 준비, 논문 준비, 교수님 치다꺼리 등등, 할 일들이 정말 태산이었다.

“하나만 더! 야간에 갑자기 응급 들어가면, 수술방 호출될 수도 있으니까 혹시 모르니까 대기타고 있으라고.”

“아, 네. 알겠습니다.”

“난 잠깐만 의국에서 자고 있을게. 문제 있으면 바로 깨우고. 좀 이해해라. 어제, 오늘, 딱 1시간 잤다.”

그러고는 그는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마자 곧장 사라져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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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809호 환자라고 했지.

대체 무슨 문제일까.

우선 확인부터.

왜냐하면, 정신없이 병실로 찾아가 봤자 아무 정보 없이는 뭘 판단할 수가 없다.

경험 있는 의사는 무조건 정확한 정보부터 확인하고 움직여야 한다.

비싼 기기까지 써서 질병을 진단하고자 하는 것도 바로 그런 이유다.

“안녕하세요?”

한편, 흉부외과 스테이션에 도착하자마자 나는 환하게 웃으며 바로 정중하게 인사부터 했다.

오랜 기억 속에 존재하는 이 모습들.

물론, 내 머릿속에는 바래진 추억으로 남아 있는 곳인데.

지금 눈앞의 스테이션 모습은 전혀 퇴색된 흔적도 없이 아주 멀쩡한 모습이었다. 진짜 내가 회귀를 했긴 했나 보다.

“어머! 선생님, 근데 뭐 잘못 드셨어요?”

그런데 바로 이때, 갑자기 날아드는 목소리.

김세연 간호사였다.

10년차 간호사.

그녀는 어느덧 연차가 쌓여 병원 생활에 익숙해진 터라 일반 인턴들보다 훨씬 더 경험이 많았고 이것저것 아는 것도 많았다.

그래서 수간호사만큼이나 처음엔 다소 조심스럽게 대해야 하는 존재인데.

그녀가 슬쩍 농담을 던진 것 같았다.

그러나 나는 바로 씩 웃으며 대꾸했다.

“오늘 첫 끼를 컵라면으로 먹으니까 너무 즐거워서요. 죄송합니다.”

그 순간, 김세연 간호사를 비롯한 간호사들은 흠칫하며 날 쳐다봤다.

농담을 농담으로 받아줘야 하는데.

애잔한 말로 대꾸하니까 그녀들은 바로 머쓱해진 것이다.

“어머, 쌤, 죄송해요. 그런 뜻이 아닌데···.”

“아뇨. 저는 진짜 즐거운데요.”

“네?”

순간, 더 당황해 하는 김세연 간호사.

그러나 나는 정말 기분이 좋았다.

컵라면이지만 정말 마음 편안하게 먹었고, 실제 정말 그게 오늘의 첫 끼였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 가정법원에서 일이 다 끝날 때까지 나는 단 한 끼도 먹지 못했다.

그만큼 스트레스가 지독했다.

“참, 김 선생님! 좀 있다가 부탁드릴 게 있는데 괜찮죠?”

한편, 내가 슬쩍 부탁 이야기도 꺼내자 김세연 간호사는 눈이 동그래지며 날 쳐다봤다.

이건 또 무슨 말이지? 마치 그렇게 생각하는 듯한 표정이다.

그러나 나는 그 시선을 모른 척하며 곧바로 컴퓨터 앞에 앉았다.

우선, 809호 김성미 환자 자료부터.

다행히 내 인턴 동기가 이 자리에서 환자 차트를 작성하다가 어디론가 불려간 것 같은데.

그래서 전산망에 접속된 상태였고.

나는 즉시 다른 창을 띄워 809호 김성미 환자의 의무 기록을 빠르게 확인했다.

그러고는 곧이어 다른 입원 환자들의 기록들도 빠르게 넘겨 보며 확인했는데.

그러던 중, 갑자기 누군가가 스테이션 쪽으로 후다닥 뛰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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