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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했더니 의사가 능력을 가짐-3화 (3/145)

의사의 의무 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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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선생님! 아, 아무도 안 계시나? 저기! 선생님, 지금 시간 있으시죠?”

후다닥 스테이션으로 뛰어온 김선화 간호사는 레지던트들을 찾는 듯 연신 주위를 두리번거리다가 다시 날 쳐다보며 다가왔다.

“무슨 일이신데요?”

내가 묻자, 그녀는 재빨리 대답했다.

“선생님, 빨리 좀 가시죠. 빨리요.”

도대체 왜 저러지.

어쨌든 이곳은 병원이다.

뭔가 일이 있다는 것.

김선화 간호사가 뛰자, 나 역시 뛰었다.

그런데 그렇게 도착한 곳은 뜻밖에도 809호였다.

아까 김재호 선배가 이야기하던 바로 그 809호.

그런데 도대체 무슨 일이 생겼나.

한편, 즉시 안으로 들어간 나는 2인실의 좌우 베드를 살피다가 곧 상황판단을 마쳤다.

현재, 김성미 환자가 달고 있는 기계 숫자는 대략 10개 정도.

이것저것 상태가 좋지 않아 이런저런 기계들이 다 달라붙은 것이다.

특히, 좀 전에 차트에서 봤던 내용상, 그녀는 아주 심각한 상태다.

흉부외과 환자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폐암 환자들 중에서도 말기 폐암 환자.

또한, 안타깝게도 차트상 그녀의 상태는 아주 비관적이었다.

사실, 이런 환자들은 교수 생활을 하면서 많이 봤기 때문에 나는 대략 환자 얼굴만 봐도 대충 현재 상황이 예상될 정도다.

즉, 한눈에 봐도 쉽지 않은 상태.

특히, 2001년 10일 6일에 작성된 차트상, 환자는 stage IVA 환자다.

수술이 불가능한 것으로 판단되는 환자.

림프절(lymph nodes) 전이 외에도 장기 전이, 뼈 전이 등도 심각한 상태였다.

한편, 초등학교 4, 5학년 정도 되는 아이가 보호자로서 그 환자의 옆에 서 있는데.

남편은 대체 어디 가고, 딸 아이가 왜 그러고 있는지.

이래저래 아주 딱해 보이는 상황이었다.

다시 말해서, 만 36살에 불과한 김성미 환자, 그녀는 너무 이른 나이에 폐암 판정을 받은 것이다.

“선생님, 어떡하죠?”

이때, 김선화 간호사는 바로 날 재촉했다.

그러나 나는 김선화 간호사가 왜 저러는지 바로 눈치챘다.

현재, 환자 바이탈은 축축 처지고 있는 중이고.

환자의 옆에 서 있는 여자아이의 표정도 아주 심각해 보였다.

아이는 입술이 부르르 떨리고 있었고.

두 손 역시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초등학생으로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상황.

김선화 간호사는 그걸 인식하고서 당장 다음 조치를 원하는 것이다.

하지만 나는 좀 더 냉정하게 이것저것 확인해 봤다.

현재 환자는 paclitaxol과 cisplatin과 같은 항암 약물들이 투여되고 있다.

어쩔 수 없이 현행 화학 치료 과정은 증상 완화 목적일 뿐, 치료 목적이 아니었다.

근접 방사선 시술 및 고선량 외부 방사선 시술 과정도 예정되어 있지만 역시 마찬가지다.

증상 완화 자체가 쉽지 않다.

이미 그녀의 폐암 세포는 온몸 곳곳으로 퍼져 버렸다.

이런 경우, 앞으로 6개월을 버티기도 힘들다.

그런데 바로 그때였다.

순간, 나도 모르게 고개를 돌렸다.

그 여자아이다.

순식간에 더 변해 버린 아이의 표정.

어느새 두 눈이 벌겋게 충혈된 아이는 심하게 어깨를 들썩이다가 하염없이 울기 시작했다.

눈물은 쉴 새 없이 흐르고 있었고.

자신의 울먹이는 소리를 감추려고 그 작은 손으로 자신의 입을 가리고 있었다.

아마도 엄마의 신음 소리.

항상 가래 끓는 괴상한 소리로써 들렸을 테지만.

지금은 그 신음 소리 자체가 달라진 걸 아이도 알아차린 것이다.

“김 쌤! 지금 즉시 풀랩 준비해주시고. 제가 치프 쌤한테 즉시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리고 GCSF(백혈구 생성인자) sc(피하 주사) 준비도 빨리해주세요! 문제 확인되면 바로 GCSF 투여할 수 있도록요.”

“아, 네! 그럴게요.”

내가 너무 빠르게 지시하자 놀라던 김선화 간호사.

그러나 우선은 내 지시에 응하고 있었다.

한편, 그 말을 끝내자마자 나는 즉시 몸을 돌려 자세를 낮췄다.

초등학생 여자아이, 그 아이의 어깨를 나는 꼭 잡았다.

“괜찮아. 엄마 괜찮으니까 조금만 기다려. 선생님이 바로 해결해 줄게. 조금만 참아. 선생님 믿고. 응?”

그러나 아이는 뭐가 그렇게 서러운지 어깨를 더 심하게 들썩였고, 닭똥 같은 눈물을 하염없이 쏟아냈다.

“괜찮아. 괜찮아. 엄마 괜찮을 거야.”

나는 다시금 위로한 뒤, 서둘러 의국으로 뛰어갔다.

구태여 콜을 할 필요도 없다.

김재호 선배의 위치를 알고 있으니까.

아마 김재호 선배는 이제 겨우 10분 정도 잤을 테지만, 달리 방법이 없다.

물론, 김재호 선배가 여길 온다고 해도 특별히 방법이 없다.

아니, 교수님이 직접 콜을 받고 오신다고 해도 마찬가지일 터.

내가 봤을 땐 김성미 환자에겐 딱히 미래가 없다.

안타깝게도.

억울하게도.

그녀에게 남은 것은 오로지 시한부 인생뿐.

갈수록 그녀의 상황은 악화될 것이다.

그런데 바로 그때, 그때였다.

갑자기 내 눈앞으로.

이상한 글자들이 쫘악 사방으로 펼쳐지고 있다.

순간, 너무 놀라며 허우적거리다가 그대로 앞으로 넘어질 뻔했는데.

그래도 간신히 엉덩방아를 찧으며 주저앉던 나는 놀라며 다시금 그 글자들을 쳐다봤다.

**[??????] 성좌님의 긴급 제안!!!**

[히포크라테스의 기적(클래스 C), 김성미 환자를 완치하세요!]

[전용 특성 일시 개방: 혼미(B), 갈렌의 나이프(C)]

[혼미(B): 10m 이내 대상자들의 의식을 혼미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제한 조건: 10m 거리]

[갈렌의 나이프(C): 비정상적인 조직을 깨끗하게 절개할 수 있습니다. 제한 조건: 직경 1cm 범위 내]

[특성 유효 기간: 7일 (7일 경과시 혼미(B)와 갈렌의 나이프(C) 특성 사용이 불가합니다)]

[업적 보상: 혼미(B), 갈렌의 나이프(C) 영구 개방]

[실패: 등급 하락]

[해당 플레이어는 성좌님의 제안을 절대 거부할 수 없습니다]

그렇게 시스템이 보낸 글자들이 내 눈앞에서 나타나고 있었고.

내가 그 정보 확인을 마치자마자, 알 수 없는 빛나는 무언가가 내 몸속으로 빠르게 흡수되고 있었다.

그 순간, 내 상태 정보도 바뀌었다.

[플레이어: 김정민]

[클래스: 의사(인턴)]

[등급: S]

[전용 특성: 혼미(B), 갈렌의 나이프(C)]

[전용 술기: 인투베이션(기관삽관): S, 심장막천자(pericardiocentesis): S, 흉관 삽관술: S]

[경험치: 0]

[미션: 히포크라테스의 기적(클래스 C) 수행 중···]

근데 도대체 어떻게 된 거지.

갑자기 이상한 감각이 온몸으로 퍼지고 있었고.

불현듯 내가 김성미 환자를 위해 무언가 정말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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