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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했더니 의사가 능력을 가짐-10화 (10/145)

수상한 인턴 02

<9>

아침 8시 30분.

병동 회진과 의국 회의도 끝나자 CS 치프 김재호 선배는 외쳤다.

“김정민! 넌 빨리 가서 좀 자고 와. 아침도 먹고. 야, 빨리 나가!”

어쩔 수 없이 밤샘을 한 나에게 허락된 시각은 오전 11시까지의 자유 시간. 총 2시간 30분 정도의 자유가 주어졌다.

“네, 다녀오겠습니다.”

이동욱과 방지현한테 손을 흔든 뒤, 나는 후다닥 뛰어 흉부외과 스테이션을 빠져나왔고.

엘리베이터는 띵! 소리를 낸 뒤, 잠시 후 1층에 도착하며 문이 열렸다.

곧장 1층을 가로질러 본관 입구를 빠져나가려던 그때, 그런데 갑자기 나는 잠시 멈춰 서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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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진짜 사람 많다.

본관 1층 외래 진료 접수창구.

오늘은 금요일이고 또 아침이라서 사람들이 엄청 붐비고 있다.

웅성웅성.

마치 인파가 파도처럼 이리저리 오가는 것 같은데.

그만큼 성국대 대학병원이 아주 잘 되고 있다는 방증이다.

그럼에도 너무 사람들이 많아 마치 전통 시장 같다는 느낌도 든다.

오전 8시부터 이미 시작된 외래 진료 접수.

현재, 접수를 받는 창구마다 줄이 길게 늘어서 있고.

비어있는 대기 의자가 없을 정도로 사람들은 꽉 차 있다.

그런데 바로 그때.

나는 뭔가 괜찮은 생각이 떠올라 잠시 턱을 쓰다듬으며 나만의 생각에 빠져들었다.

그러고 보면, 김성미 환자의 폐암 수술이 어느덧 코앞으로 다가왔다. 밤 8시부터 야간수술로써 그 수술이 진행된다.

그런데 회귀한 나는 의사로서의 일 뿐만이 아니라 남들이 알지 못하는 미션도 주어지지 않았나.

특히 그 미션에는 달달한 보상까지 있다.

그래서 내가 아무리 피곤하다고 해도 그냥 숙소로 가서 잘 게 아니라.

비록 시간이 없어 이것저것 많은 걸 할 순 없지만.

기회가 될 땐 뭐든 해야 할 것 같다.

나는 계속해서 사람들을 유심히 살피며 좀 더 궁리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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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괜찮을까.

일말의 불안함.

미지에 대한 주저함.

혹시 모를 난처함에 대한 대비까지.

그리고 바로 그때, 내 귓가에 시스템 알람이 떴다.

[혼미(B)]

[10m 이내 대상자들의 의식을 혼미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제한 조건: 10m 거리]

[사용하시겠습니까?]

서서 고민하던 중 내가 그 특성을 의식하자, 그 즉시 알람이 뜬 것이다.

하지만 나는 주저했다.

[갈렌의 나이프] 테스트 때처럼 좀 더 안전한 곳에서 테스트를 진행해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그런 생각이 들어서다.

그러나 감히 생각해 보니 나한텐 시간이 별로 없다.

코앞으로 다가온 수술.

그냥 주저하다간 시간만 날리는 법이다.

[사용하시겠습니까?]

‘네’

그리고 바로 그 순간, [혼미] 특성이 방사형으로 발동되며 주변에 조용한 변화가 화악 그물망같이 생겨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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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그 시각.

새벽 4시 무렵 자택에 도착한 뒤 몇 시간 자지도 못한 박윤후 교수.

그는 피치 못하게 아침 회의 때문에 일찍 병원에 출근했다.

본관 1층 외래진료 접수 창구가 무척 붐비는 바로 그 시각.

“오늘 스케쥴은 오전 회의, 오후 외래 진료, 야간수술까지. 이거 엄청 바쁘겠군.”

자신의 사무실에서, 정장 상의를 벗어 옷걸이에 걸어두고 의사 가운을 입은 박윤후 교수는 그렇게 혼잣말하다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는 다이어리 하나를 들고서 잠시 후 밖으로 나왔다.

현재 그의 목적지는 병원 사무처와 기획처가 위치하고 있는 교수연구동 건물.

띵!

잠시 후 교수연구동 1층에 도착하자, 기다릴 필요도 없이 마침 엘리베이터 문이 열려 곧바로 안으로 들어섰고, 3층 버튼을 꾹 눌렀다.

그러고는 즉시 손목시계를 봤다.

오늘 회의 개최 시각은 오전 9시 정각.

현재 시각은 오전 9시 05분.

빨리 움직였지만 대략 5분 정도 늦은 것이다.

‘뭐 이 정도는 괜찮겠지.’

띵!

드디어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고.

박윤후 교수는 좀 더 빨라진 걸음으로 3층 회의실 쪽으로 다가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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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 오십시오. 박 교수님.”

“아이고, 죄송합니다. 제가 좀 늦었습니다. 회의 시작했습니까?”

“아뇨. 시작 전입니다. 어서 들어가세요. 의사 선생님들이 워낙 바쁘셔서 9시 10분부터 회의가 시작될 것 같습니다.”

그나마 다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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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의실 안에는 이미 십여 명의 위원들이 모여 있다.

일반외과, 정형외과, 산부인과, 성형외과 등, 의대 교수들도 보이고.

경영학과, 국제학과, 법학과, 회계학과 등, 일반대 소속 교수들도 보인다.

“어서 오십시오. 박 교수님.”

“잘 지내고 계시죠?”

박윤후 교수는 웃으며 교수 위원들과 인사했다.

그리고 대학 기획처장 양기문 교수와 병원 기조실장 정태석 교수가 앉아 있는 쪽으로 가서 인사했다.

“아침부터 수고가 많습니다. 처장님 그리고 기조실장님.”

“아, 박 교수님!”

기획처장 양기문 교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고.

정태석 기조실장도 서둘러 일어섰다.

차기 의대 부총장으로 거의 확실시되는 박윤후 교수.

그에게 무척 신경을 쓰는 듯한 모습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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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그럼 시간 관계상 오늘의 회의를 시작하겠습니다.”

양기문 기획처장은 좌우를 쳐다본 뒤 다시 말을 이어나갔다.

“먼저, 그간 위원님들께서 고생들이 정말 많으셨습니다. ‘Global Hospital Lead 21’ 플랜에 따라 이 미래비전 위원회가 발족된 지가 벌써 육 개월이 지났습니다. 그리고 그 기간의 활동을 통해 꽤 좋은 결과물들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해서, 오늘 안건은 저번 주에 제가 재단에 들어가 발표했던 사안들에 대해 재단 측 의견을 공유하고, 좀 더 세부적인 계획안을 설계하기 위한 것입니다.”

양기문 기획처장은 차분하게 말한 뒤 자신의 앞에 놓여 있는 인쇄물을 들어 올렸다.

“이 자료부터 보십시오. 상단에 기재된 바와 같이 재단 이사장님께선 아주 긍정적으로 받아주셨습니다. 가장 먼저···.”

가장 먼저, 대학병원을 증축하는 안.

즉, 우측 야외 주차장을 허물고 그곳에 대형 암센터 건물 동을 짓는 계획이다.

암 환자 숫자는 나날이 늘어나고 있고.

작년 2000년의 경우, 대략 58,000명가량의 환자가 암으로 사망했다.

암센터 증축이 현실이 되면 그 파급효과는 커질 것이다.

다음으로, 세계 최고 수준의 교육, 연구, 진료 등을 목표로 해서 대학병원의 수준을 한층 높이겠다는 거다.

미국 존스홉킨스의대 등을 포함하여 미국 병원으로의 수련 및 파견 협약 체결, 파격적인 교수 연구 지원, 진료 시스템의 효율성과 선진화 등 각종 계획 등이 여기에 포함되어 있다.

“그래서 암센터 건물 증축 건은 정부 예산, 재단 전입금, 교비 예산, 발전 기금 등을 총체적으로 활용해서 조속히 증축하자는 그런 의견이었습니다. 재단 이사회가 10월 말경에 다시 열리게 되면 그때 이 안은 그대로 확정될 것 같습니다.”

그 순간, 의대 교수들, 특히 박윤후 교수는 요란하게 박수쳤다.

환하게 웃는 박윤후 교수.

그는 무척 만족해 하는 모습이었다.

성국대 병원이 새롭게 도약할 수 있는 근간이 지금 확보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앞으로 더 좋은 인재를 성국대 병원으로 끌어들이는 건, 차기 의대 부총장으로서 박윤후 교수의 새로운 사명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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