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한 인턴 03
<10>
어느덧 파아란 아침 가을의 기운이 짙어지고 있는 아침 9시 25분.
날씨 한번 좋다.
바람도 선선하고.
그런 가을 기운에 잠시 빠져들다가.
지하 1층 식당가에서 아침을 먹고 밖으로 나온 나는 곧 정색하며 고개를 좌측으로 돌렸다.
좌측 응급실, emergency medical center 코너.
거기에 고함 소리, 사이렌 소리 등이 갑자기 요란해지고 있다.
“야! 빨리 옮겨!”
“뭐 해? 뛰어!”
“강 선생! 수술 준비해!!”
“CPR(심폐소생술) 바로 들어가겠습니다!!”
119 앰뷸런스가 쉴 새 없이 들어오고 있었고.
응급실 인턴, 레지던트 외에도 교수님들까지 나서서 쉴 새 없이 스트레처카를 끌며 응급실 안으로 빠르게 뛰어 들어가고 있었다.
무슨 대형사고라도 터졌나.
보통, 대형 대학병원에선 저런 응급 사태가 비일비재하게 일어나지만.
한발 물러서서 보니까 무언가 기분이 이상하기만 하다.
그런데 스트레처카의 시트들이 하나같이 피범벅이다.
계속 쳐다보던 중 안타까움과 답답함이 생겨나 미간을 찌푸렸다.
사실, 나는 지금 숙소로 가서 곧 잠을 자야 할 것 같은데.
저 일들이 꼭 남 일 같지가 않았다.
조만간 일반외과, 신경외과 외에도 흉부외과 스테이션 쪽으로 응급 콜들이 빗발칠 것이다.
응급실로 들어간 스트레처카 숫자가 제법 많은 터라.
피가 튀는 듯한 후폭풍도 아주 거셀 것이다.
하! 이거 어떡하지.
보통의 경우, 사람이 너무 잠을 안 자게 되면 신경이 곤두서게 되고, 또한 점점 히스테릭하게 변하게 된다.
나는 그 정도는 아니다.
하지만 머리가 띵한 상태.
젠장, 문제는 내가 저걸 봤는데 어떻게 침대 위에서 편안하게 자겠나.
#
본관 1층.
아직도 사람들이 붐비고 있다.
외래진료 접수를 위해 수많은 사람들이 이곳으로 몰려들었고.
아직도 접수 대란이 완전히 가시지 않았다.
나는 잠시 좌우를 살피다가.
1층 안쪽 엘리베이터 탑승 구역 쪽으로 걸어갔고.
이때, 스스럼 없이 [전용 특성]을 발동시켰다.
[혼미(B)]
[10m 이내 대상자들의 의식을 혼미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제한 조건: 10m 거리]
[사용하시겠습니까?]
‘네’
그리고 바로 그 순간.
내 주변 방사형으로 10m 거리에 있는 사람들이 갑자기 멈춰서 버린다.
마치 미이라처럼 굳어버린 사람들.
내가 움직이자 이때 정신을 차리는 사람과 다시 미이라처럼 굳는 사람들이 그 경계선에서 뒤범벅이 되고 있다.
[경험치 +5]
[경험치 +5]
[경험치 +5]
[경험치 +5]
[경험치 +5]
······.
이때, 신기한 것은 바로 경험치 누적이다.
이 특성은 [갈렌의 나이프] 특성과 백팔십도로 달랐다.
특성 발동 자체가 광역 특성 발동이었던 것.
그래서 즉각 즉각 경험치가 쌓이고 있다.
아침을 먹기 전에도 이런 식으로 경험치를 쉴 새 없이 먹어치웠는데.
지금도 똑같은 상황.
내가 움직일 때마다···.
[경험치 +5]
[경험치 +5]
[경험치 +5]
[광역범위 조건: 10m 범위 내 30명 이상 달성!]
[집중되는 시선들을 즉각 분산시킵니다!]
[경험치 +5]
[경험치 +5]
[경험치 +5]
그러고 보면, 똥개도 자기 집 앞에선 유리하다더니, 병원 1층 외래접수 구역이 나한테 이렇게 큰 도움이 될 줄은 몰랐다.
광역범위 조건이 중요하다는 걸 이곳이 아니었다면 나는 절대 알지 못했을 것이다.
[경험치 +5]
[경험치 +5]
[경험치 +5]
[경험치 +5]
그리고 그 와중에도 경험치는 꾸준히 오르고 있다.
#
잠시 후, 나는 흉부외과 스테이션에 도착했다.
그런데 의외로 주변이 한산하다.
조용하기도 하고.
“선생님, 혹시?”
내가 먼저 말을 걸자 바로 고개를 들고 날 쳐다보는 김선화 간호사.
내가 너무 빨리 온 터라 놀란 듯 두 눈이 약간 커지는가 싶더니.
김선화 간호사는 황급히 말했다.
“선생님! 벌써 오셨어요? 그럼 혹시 시간 되세요? 시간 되신다면 지금 즉시 응급실로 내려가실 수 있어요?”
아주 빠르게 말하는 그녀.
“혹시 응급실 상황이 많이 안 좋은가 봐요?”
“네! 좀 전에 최대한 많은 쌤! 보내달라고 연락받았어요! 이동욱 쌤은 이미 내려갔어요!”
벌써 내려갔단 말이지.
그 말에 나는 즉시 엘리베이터 쪽으로 뛰어갔다.
<11>
뛰다시피 하며 앞서가던 응급실 간호사는 재빨리 손짓하며 한쪽 베드를 가리킨다.
“이 환자, 잠깐만 봐 주세요. 죄송한데···.”
그러고는 이내 다른 데로 뛰어가 버리는 그녀.
흉부외과로 날아든 긴급 콜을 받고서 응급실로 내려온 이동욱은 지독한 피 냄새에 미간의 골이 심하게 파였다.
그리고 그 간호사가 안내하고 떠난, 그 베드의 TA(교통사고) 환자를 보는 순간, 갑자기 머리가 하얗게 변하는 듯한 기분이었다.
겨우 10살 남짓한 남자아이.
얼굴은 이미 청색증이 발생되어 있고.
피범벅이 된 옷을 잘라내고 상반신 소독을 한 상태지만.
흉부 쪽으로 울퉁불퉁하게 뭔가가 튀어나와 있는 상태다.
또 다른 문제는 아이의 안면 쪽.
아이의 하관이 뭉개져 있다.
끔찍하다.
치아는 여기저기 돌출되어 있으며.
아래턱 잇몸 자체가 완전히 사라진 상태다.
이 상태에서 살아 있다는 게 기적이라고 해야 하나.
끔찍하다는 말로는 표현 자체가 부족하다.
현재, 아이는 목 쪽에 구멍이 나 있고 그걸 통해 튜브가 삽입된 상태다.
인공 호흡을 위한 기관 삽관을 임의로 그렇게 한 거다.
그런데 바로 이때, 동욱은 아이의 흉부에서 들려오는 아주 기괴한 소리를 듣게 되었다.
더 볼 것도 없이 흉부외과 교수님한테 콜을 보내려던 동욱.
그러나 멈춰섰고.
아이 머리맡, 간이 철제 선반 위에 놓여 있는 흉관 삽관 세트를 가만히 쳐다봤다.
#
잠시 후, 동욱은 자세를 낮췄고 환자의 겨드랑이 쪽 삽관 위치를 잡았다.
빠르게 재소독하고 국소마취도 진행했다.
이후 예리한 11번 메스를 손에 꼭 잡았다.
그러나 덜덜 떨리는 손 때문에 절개로 이어지진 못했다.
“내가 할게!”
그런데 그때 누군가 튀어나왔고.
11번 메스를 쥐고서 빠르게 절개를 시작한다.
그러고는 메스 끄트머리를 그 절개 부위 안쪽으로 쑥! 집어넣었다.
곧이어 장갑 낀 검지를 쑥 집어넣더니 주변을 넓혔다.
잠시 후, 긴 멸균 튜브를 흉관 안쪽 공간으로 부드럽게 밀어 넣었다.
그리고 잠시 기다리자 흉관을 타고서 가스가 새어나왔고.
곧이어 드레싱 작업과 테이핑 작업이 이어졌다.
마침내 흉관 삽관은 마무리되었다.
#
“봐! 흉부 소리가 사라졌지?”
고개를 끄덕이는 동욱.
“산소포화도도 눈에 띄게 상승하고 있고.”
다행이다.
아이의 바이탈은 점점 더 좋아지고 있다.
외상 문제를 떠나 바이탈이 확보되면 즉각 수술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런데 바로 이때.
갑자기 등 뒤에서 중후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보다 더 잘 하는데? 어이, 인턴들!”
그 순간, 나는 동욱과 함께 놀라며 고개를 돌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