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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했더니 의사가 능력을 가짐-15화 (15/145)

메스를 쥐면 쉽게 포기가 안 돼 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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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후, ‘츠즈즉!’ 하는 기분 나쁜 소리와 함께 석션 작업이 시작되었다.

보비를 이용한 지혈 작업도 이어졌다.

“이쪽으로 최대한 당겨!”

서철성 교수의 지시에 따라 근막 아래의 조직을 티슈 포셉(tissue forceps)으로 쭉 잡아당겼고.

그렇게 시야가 확보되자 뜻밖의 것들이 눈에 들어왔다.

“Loculated effusion(삼출액)이 상당히 많은 것 같은데.”

많이 부풀어 오른 듯한 모습.

환자의 심낭 쪽에 큰 문제가 생긴 것 같다.

보통, 흉부 충격에 의해 심낭에 혈액이 잔뜩 고이게 되면 통상적으로 심낭압전(cardiac tamponade) 현상이 발생하게 된다.

이걸 저대로 방치하게 되면 심박출량이 줄어들게 되고 저혈압 외에도 심장 쇼크가 유발되게 된다.

이건 우심방·우심실 파열 문제와는 별개의 일인 것처럼 보였고.

그래서 그걸 발견한 이상 그냥 지나칠 수 없게 되었다.

“석션하자!”

잠시 후, 심낭에 고인 상당량의 혈종과 혈액을 석션(suction) 방식으로 제거했다.

불쾌한 석션 소리가 들렸다가 사라졌고.

이때, 뽑아낸 심낭 삼출량은 생각보다 많은 편이다.

“450cc 정도 됩니다.”

그러나 거기서 일은 끝나지 않았다.

상대정맥과 우심방이 연결되어 있는 통로 부위.

그 위치에서도 출혈 흔적이 관찰되었다.

대략 2cm, 3cm 정도. 지그재그로 찢어진 상태. 이 출혈은 혈흉으로 이어졌을 것이다.

“봉합하자.”

보이는 건 우선 처리한다.

이건 서철성 교수의 철칙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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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봐! 이게 캐뉼라(cannular)라는 것인데 이렇게 넣으면 돼. 봤지?”

“네.”

“그럼 자넨 지금부터, 좌측 대퇴동맥과 우측 액와동맥 쪽에 그걸 집어 넣어.”

메스를 이리저리 쓱쓱 그으며 서철성 교수는 좌측 대퇴동맥과 우측 액와동맥 쪽에 미세 절개를 했고.

그 시점에 맞춰 나는 아오틱 캐뉼라를 거기에 삽입하고 봉합했다.

그런 뒤에 이어지는 작업들. 양대정맥 쪽으로도 캐뉼라를 삽입하는 그런 과정이었다.

“이제부턴 체외순환기(인공심폐순환기)와 혈관이 연결될 거야. 한 번에 갈 테니까 잘 보도록.”

그리고 드디어 체외순환기가 가동되자, 그때부턴 혈액이 체외순환기를 통과하며 순환되기 시작했다.

이제 남은 작업은 심정지액(cardioplegic solution) 주입 작업.

심정지가 되면 혈액은 오로지 체외순환기의 기계적 힘에 의해 순환되게 된다.

이때, 체온을 저체온 상태(20~25도)로 유지하게 되는데.

이런 저체온 상태는 수술 중에 신진 대사율을 감소시키는 효과가 있어 관류(혈액을 조직에 보내는 것) 속도를 줄일 수도 있다.

그렇게 심폐 바이패스가 시작되자.

그때부턴 상행 대동맥 쪽으로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주변 조직 박리 작업도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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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봐! 이쪽 봐! 심각하지? 병변 크기가 5~6cm 내외, 총 세 곳. 대다수가 절단된 부위라 여길 절제한 뒤 인조 도관으로 대체하면 될 거다. 수술 포인트가 너무 많아. 이제부턴 좀 더 빨리 손을 써야겠다!”

평소와 다르게 자세한 코멘트를 마친 서철성 교수는 갑자기 바빠지기 시작했다.

통상적으로 심폐 바이패스가 적용될 경우 대뇌로의 혈액 공급은 부족해진다.

그래서 통상적으로 섭씨 20도 이하의 체온을 유지하는 deep hypothermic circulatory arrest(초저체온 완전순환 정지) 방법이 가장 많이 활용된다.

이외에도 우측 겨드랑 동맥(right axillary artery)과 우심방 정맥 측에 삽관하여 서로 연결하는 방식인 selective antegrade cerebral perfusion(선택적 순행성 대뇌 관류) 방식이 적용되기도 한다.

그럼에도 중요한 것은 이런 완전순환정지가 시작되면 최대한 신속히 모든 처치가 완료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시간이 경과될수록 관류 저하(hypoperfusion)에 의한 뇌 손상 위험성이 커지게 된다.

그 때문에 이런 완전순환정지법의 최대 허용 시간은 대략 한 시간 정도.

이를 넘어서게 되면 돌이킬 수 없는 뇌 손상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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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부터 시간은 아주 빠르게 흘러갔다.

현재 총 수술 시간, 2시간 46분.

심폐 바이패스 시간, 106분 경과.

대동맥 폐쇄 시간, 63분 경과.

초저체온 완전순환 정지 시간, 37분이 경과되고 있었다.

이 시각, 서철성 교수의 이마엔 땀이 줄줄 흘러내렸다.

간호사는 이마의 땀을 계속 닦아줬다.

그러나 조금만 지나도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히고 있다.

후덥지근한 수술방의 열기.

특히, 최고조의 집중력이 필요한 시점이라.

흐르는 땀방울의 굵기도 점점 더 굵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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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스!”

“석션!”

“지혈!”

“5-0 prolene suture!”

“인턴, 이쪽 좀 잡아당겨!”

“잠시 대기.”

“···대기.”

“···거의 다 됐다.”

아주 복잡한 인조 도관 삽입과 문합 과정 등이 쉴 새 없이 이어지고 있었고.

때로는 각종 혈관 절개 작업을 위해 메스가 좌우로 쉴 새 없이 움직이고 있었다.

중간중간 정교한 문합 작업도 이어졌다.

“인턴! 여기! 이쪽! 이쪽! 그리고 요쪽! 상태가 확실히 안 좋지?”

실제, 여기저기 출혈이 계속 생기고 있는데.

나는 서철성 교수가 가리키는 부위들을 주목하며 빠르게 거즈로 막았고.

그러면서 지혈을 즉시 했지만, 출혈은 쉽사리 멈춰지지 않는다.

“교수님! 헤모(헤모글로빈) 수치 계속 떨어집니다!”

한편, 마취과 레지던트 2년차 박신희 선생은 그렇게 외쳤고.

서철성 교수는 인상을 팍 쓰며 고개를 돌려 바이탈 모니터를 한번 쳐다봤다.

“박 선생! 방법이 없어! 수혈팩 팍팍 짜 넣어!”

확실히 쉽지 않은 수술임이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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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턴, 여기 만져 봐.”

잠시 후, 서철성 교수는 내 손을 가져가 여기저기 만지게 했다.

“울퉁불퉁하지? 급성 진행이야. 혈관 내압이 너무 커. 지금부턴 좀 더 빨리 손을 써야겠어. 박 선생! 박 선생은 지금 당장 methylprednisolone과 thiopental sodium을 각각 200mg 그리고 160mg씩 추가 투여하도록!”

혹시 몰라 대뇌 보호를 위해 약물 투여량도 더 늘렸다.

그러고는 서철성 교수는 두 손으로 대동맥 곳곳을 쉴 새 없이 만졌다.

사실, 인체에서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대동맥을 이렇게 거침없이 만지는 사람은 아마도 서철성 교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리고 잠시 뒤.

촉진하듯 만지다가 약간 돌출된 동맥류를 발견한 그는 바로 절개를 시작했다.

그 순간, 그의 이마에 맺힌 땀방울의 굵기는 다시 굵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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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수술 시간, 2시간 55분.

심폐 바이패스 시간, 115분 경과.

대동맥 폐쇄 시간, 72분 경과.

초저체온 완전순환 정지 시간, 46분 경과.

그렇듯 시간이 지날수록 서철성 교수는 숨이 턱턱 막히는 듯했고, 그의 이마에는 핏줄이 올올이 서고 있었다.

이 환자의 외상성 대동맥 손상은 생각보다 심각한 수준.

이런 걸 설상가상이라고 해야 하나.

외상성 파열 부위가 불규칙적으로 형성되어 곳곳에 크고 작은 미세 균열을 만들어냈고.

그것으로 인해 전방위적으로 대동맥 상태는 불안정해져 있었다.

특히, 좀 전에는 갑작스러운 출혈 사태가 발생했고, 그거 때문에 수술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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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인턴! 꼭 잡고 있어! 무조건 잡아!”

쏟아지는 혈액.

특히, 대동맥을 차단한 겸자를 풀자마자, 그 순간 상행 대동맥 근위부 쪽이 팡! 하며 터져 버린 것이다.

파열 부위 주변의 내벽과 외벽 자체가 너무 헐거웠고.

인조도관이 삽관되어 문합된 곳이 내압을 이기지 못하면서 그렇게 터져 버렸는데.

곧이어 주변 도벽에선 혈액이 줄줄 새어 나오다가 펑펑! 쏟아지기 시작했고.

서둘러 출혈 부위를 막았으나.

그 출혈량은 엄청났다.

이때, 클램프로 대동맥 혈류를 각각 차단했고.

다시 체온도 급히 낮췄다.

“에이 씨팔!”

누군가 욕설을 내뱉었다.

그리고 그 순간, 누구랄 것 없이 각자 손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특히, 서철성 교수는 거즈로 재빨리 출혈 부위를 막은 뒤 응급조치를 시작했다.

그 방법은 인조도관에 동맥관을 추가 삽관하여 혈류 흐름을 바꾸고 혈류 흐름을 분산시키는 거다.

그는 즉시 메스를 쥐고 출혈부 주위를 절개하며 주변 조직을 서둘러 정리했다.

“야! 정 선생! Teflon felt! 빨리 줘! 빨리!”

스크럽 널스 정현정 간호사는 이때 눈이 동그래진 상황에서 재빨리 Teflon felt 조각을 서철성 교수한테 건넸다.

그걸 받은 서철성 교수는 절개된 동맥 외벽 쪽으로 Teflon felt를 가져와 붙였고, 인조도관과 함께 주변 문합을 빠르게 진행했다.

Teflon felt은 문합 부위에 집중될 수 있는 힘(tension), 즉 내압을 분산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사용된 것인데.

서철성 교수는 이 Teflon felt를 중심으로 정신없이 문합을 이어나갔다.

그리고 그 순간, 나는 몇 번이고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다가.

결국, 이를 악물고서 vascular graft들을 손에 쥐었다.

현재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있던 스크럽 널스 정현정 간호사는 의아해하며 날 쳐다봤는데.

그러나.

에이씨 모르겠다!

결국, 나는 빠르게 손을 뻗어 15번 나이프를 손에 쥐었다.

그러고는 바로 몸을 숙인 채 미세 절개를 시작했다.

당황한 정현정 간호사가 뭐라고 외쳤으나.

완전히 무시하고 그저 내 일에만 집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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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취과 선생! 수혈팩 팍! 팍! 짜 주세요!”

“네! 교수님!”

잠시 후, 고개를 돌리는 서철성 교수.

그는 유심히 날 쳐다봤다.

완전히 피범벅이다.

수술 장갑 외에도 수술복 앞가슴 쪽까지 온통 피범벅인 상태.

나 역시 그런 서철성 교수를 쳐다봤다.

이때, 서철성 교수는 씩 웃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총 수술 시간, 3시간 5분 경과.

심폐 바이패스 시간, 125분 경과.

대동맥 폐쇄 시간, 82분 경과.

초저체온 완전순환 정지 시간, 56분 경과.

대뇌 보호를 위해 별도로 진행된 selective antegrade cerebral perfusion(선택적 순행성 대뇌 관류) 시간, 12분 경과.

한편, 서철성 교수는 시선을 잠시 내려 내 손에 들린 메스도 가만히 쳐다봤다.

메스를 들고 있는 인턴.

그러다가 갑자기 그는 씩 웃으며 말했다.

“이제 좀 살 것 같은데. 어이! 인턴, 너도 그렇지?”

그 순간, 그 말에 나는 결국 피식 웃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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