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 보상 01
<15>
밤 9시 15분. 김성미 환자, 수술 시작 45분 전!
“선생님, 선생님! 우리 엄마 꼭 낫게 해주세요. 제발, 제발요···.”
박지연.
아이는 걱정이 가득한 눈으로 날 쳐다봤다.
김성미 환자의 다른 보호자들.
지연의 이모, 이모부도 두 손을 앞으로 가지런히 모은 모습으로 날 응시했다.
이건 의료진에 대한 단순한 예의가 아니다. 김성미 환자의 수술이 잘 되길 바라는 그들의 간절한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모습들이었다.
“지연아, 잘 될 거야.”
무릎을 꿇고 지연이의 눈을 쳐다본 뒤 나는 살짝 웃었다. 지연이가 너무 경직되어 있고 너무 불안해하고 있어 일부러 웃었고, 아이는 흔들리는 눈으로 계속 날 쳐다봤다.
“···선생님··· 눈···.”
눈?
아! 내 왼쪽 눈.
왼쪽 눈에 실핏줄이 터져 보기에 흉하다.
“근데 선생님도 아프세요?”
“아니. 괜찮아. 이거.”
나는 씩 웃었다.
그리고 일어섰다.
“수술 시간은 대략 4시간, 5시간 정도 될 겁니다. 더 길어질 수도 있지만 대략 그 정도 시간이 될 겁니다···.”
그러면서 간단히 수술 방향에 대해서도 다시 설명했다.
아까 의국에서 홍진훈 교수님이 나한테 알려준 이야기였고.
그걸 환자 가족들에게 전달했다.
“선생님, 정말 우리 언니 잘 부탁드립니다!”
지연이 이모가 말했다.
나는 차분하게 대답했다.
“네.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잘 될 겁니다. 그리고 지연아, 잘 될 거야. 의사 선생님들은 항상 최선을 다하거든. 지연아! 그냥 선생님이 약속할게!”
다시 자세를 낮춰 새끼손가락을 내밀자, 지연이는 잠시 주저하다가 작은 손가락을 내 손가락에 걸었다.
“이렇게 약속했으니까 선생님만 꼭 믿고 있어.”
“···네, 선생님··· 근데 엄마 없으면··· 안 돼요. 선생님! 우리 엄마 우리 엄마 꼭 살려 주세···요.”
순간 아이의 두 눈에 습기가 꽉 차오른다. 작고 투명한 눈물이 두 눈에 가득 맺히고 있다.
“괜찮아. 괜찮아.”
일부러 지연이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은 뒤, 나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아쉽지만 더는 지체할 수가 없다.
“이제 들어가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러자 아이는 얼른 엄마한테 다가갔다.
산소호흡기를 착용한 김성미 환자.
그녀는 더는 참지 못하고 한줄기 눈물을 흘리고 있다.
잠시 후, 나는 간호사와 함께 이동식 침대를 끌고 수술실로 향했다. 지연이뿐만이 아니라 이모, 이모부도 뒤따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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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연아, 엄마는 금방 수술하고 나올 거야. 조금만 기다려.”
‘관계자 외 출입금지’라고 적힌 수술실 입구 앞.
수술실 입구 자동문은 스르륵 열렸고.
잠시 멈칫하던 나는 이동식 침대를 끌며 안으로 들어섰다. 문득 뒤돌아보니, 엄마를 하염없이 쳐다보는 지연의 충혈된 눈. 그게 내 시야에 잡혔으나 이내 닫히는 자동문 너머로 사라지고 있었다.
잘 될 거야!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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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대기실에서 환자 신분 확인 등이 진행되었다.
이때, 김재호 선배가 뒤늦게 후다닥 뛰어서 안으로 들어왔다.
“야, 미안. 최병근 교수님 호출 때문에. 환자는 괜찮지?”
“네! 괜찮습니다.”
“근데 너는 괜찮아? 눈은?”
내 왼쪽 눈을 다시 유심히 쳐다보는 김재호 선배.
의국에 갔다가 홍진훈 교수님, 서철성 교수님을 만나는 바람에 쪽잠 잘 시간이 거의 없었다.
무척 피곤하지만.
그러나 버텨야 한다. 이번 수술까지 마친 뒤 숙소에서 잘 생각이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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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후, 수술방은 빠르게 세팅되었다.
마취과 의사에 의해 환자 전신마취가 진행되었고.
곧이어 수술대 위로 옮겨진 환자는 그 강렬한 무영등 아래, 수술 전 준비 작업을 받게 되었다.
수술 부위에 대한 마킹. 그리고 수술 부위 주변 소독.
이때, 소독약 냄새가 코가 아플 정도로 진하게 퍼져나갔다.
그렇듯 어느 정도 준비가 되자 드디어 김재호 선배는 눈짓했다.
잠시 대기하라는 제스처.
문득 수술방 시계를 쳐다보니 수술 시작까지 아직 시간이 좀 남은 상태다.
밤 9시 51분. 수술 시작 9분 전.
그리고 그로부터 시간은 아주 빠르게 흘러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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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9시 57분, 수술 시작 3분 전!
드디어 이번 수술의 집도의인 홍진훈 교수님이 모습을 드러냈다.
소독실에서 소독은 마친 그.
두 손을 들고서 수술방에 입장했다.
잠시 후, 홍진훈 교수님의 간단한 코멘트가 이어졌고, 아주 늦은 시각 야간수술은 드디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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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 시작, 밤 10시 01분.
수술은 개흉 작업부터 시작된다.
절개 범위를 최소화한 뒤 폐를 절제하는 흉강경 수술도 있지만.
김성미 환자는 폐암 말기에 해당되어 폐 절제 범위가 상당히 넓게 잡혔다.
그래서 흉강경 수술보다는 직접 개흉 방식을 택한 상태다.
“기관지부터 먼저 정리하고, 폐엽을 손댈 테니까 차근차근 진행해 보자고.”
그래서 먼저 10번 나이프를 스크럽 널스로부터 건네받은 홍진훈 교수는 긴 붉은 혈선을 흉부에 만들었다.
다음으로 김재호 선배는 보비(bovie)를 들고서 활배근을 횡단하듯 절개했다. 보비(bovie)는 단순 지혈 용도만으로 쓰이는 게 아니라 이런 식으로 활용될 수도 있다. 그사이 빠른 손놀림에 의해 승모근은 박리되었다.
“좀 더 속도를 내자!”
그때부터 조직 사이를 가르는 불쾌한 소리들이 계속 이어졌고.
때로는 지혈 작업이 진행되기도 했고.
때로는 재빠른 근육 박리 작업 등이 이어졌다.
전방거근, 능형근 등은 차례로 박리되었다.
“Periosteal elevator!”
잠시 후, 스크럽 널스로부터 뾰족한 수술 도구를 받은 홍진훈 교수는 6번째 늑골을 조심스럽게 들어 올리며 박리했다.
“bone cutter!”
뼈를 자르는 수술 기구 역시 이때 활용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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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부터 수술 시작, 25분 경과!
“김 선생, 여기 수처 좀!”
“네!”
중간중간 김재호 선배는 수처(suture)를 진행하며 벌어진 늑간을 한쪽으로 꽉 잡아줬다.
“김정민 선생! 자넨 지금부터 지혈을 맡아.”
힐끔 날 쳐다보며 오더를 던지는 홍진훈 교수.
나는 즉시 보비를 들고서 시기적절하게 지혈 작업을 병행했다.
“자! 이젠 흉막 박리하고 들어간다.”
곧이어 포셉(forcep)를 이용해 흉막을 들어 올렸고 흉막 한쪽을 절개했다.
그렇게 박리 작업들이 한창 진행된 끝에 기관지의 모습이 어느덧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폐엽 절제 이전, 일부 기관지 절제가 시행될 예정인데···.
강렬한 무영등 아래, 각자의 손놀림은 시간이 갈수록 한층 빨라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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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 시작, 38분 경과!
“잘 봐. 여기까지 번졌어.”
지금 관찰되는 부위는 이미 암 조직에 잠식된 상태다.
특히, 기관지 분지부에서 1.9cm 떨어진 곳. 그곳 좌측 주기관지의 삼분지일 가량이 암덩어리였다.
즉각 제거할 필요가 있었다.
그 근처의 림프절도 마찬가지다.
“시작하자! 어이, 거기 김재호 선생! 모스키토 잡아! 여기 잡아!”
그러고는 곧이어 폐동맥과 폐정맥의 분지혈관, 상폐정맥, 하폐정맥 등에 대한 주변 정리가 이어졌는데.
그걸 마치고 나자 시야가 한층 넓어졌다.
“15번 나이프!”
곧이어 15번 나이프를 건네 받은 홍진훈 교수는 이때부터 아주 예리한 절개를 시작했다.
특히, 아주 조심스럽게 조직들을 자세히 살피며 절개를 이어나가는 홍진훈 교수.
그렇게 홍진훈 교수가 기관지 일부 절개를 마치는 순간.
나는 즉시 좌우를 살핀 뒤, 마침내 [전용 특성]을 발동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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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 시작, 49분 경과!
[혼미(B)]
[10m 이내 대상자들의 의식을 혼미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제한 조건: 10m 거리]
[사용하시겠습니까?]
‘네!’
[갈렌의 나이프(B)]
[비정상적인 조직을 깨끗하게 절개할 수 있습니다. 제한 조건: 직경 1.5cm 범위 내]
[사용하시겠습니까?]
‘네!’
그 순간, 고요가 찾아들었고.
내 예상대로 홍진훈 교수를 포함하여 간호사들까지 미이라처럼 몸이 굳었다.
근데 저건 다시 봐도 진짜 신기하다.
됐다.
그럼 이제 시작하자.
다시금 좌우를 살핀 뒤, 나는 보조용으로 준비된 15번 나이프를 손에 쥐었다. 그 차가운 감촉에 더 힘껏 15번 나이프를 손에 쥐었다.
그러고는 기관지 조직 표면에 15번 나이프를 대고 빠르게 좌우를 오갔다.
[경험치 +1]
[경험치 +1]
[경험치 +1]
[경험치 +1]
[경험치 +1]
미확인된 악성종양 세포들이 파괴될수록 경험치는 계속 늘어난다.
나는 틈틈이 거즈로 절개된 곳을 닦아냈다.
그렇게 5분이 지난 뒤, 15번 나이프를 내려놓고 옆으로 물러섰다.
현재 수술 시작, 63분 경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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