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했더니 의사가 능력을 가짐-27화 (27/145)

수술하는 인턴 02

그래서 현재 응급 수술은 최대한 신속히 승모판 폐쇄부전 수술을 해서 바이탈을 잡은 뒤 곧바로 뇌수술로 이어가려는 거다.

또한, 상황 여하에 따라 뇌수술이 갑자기 시행될 수도 있어, 신경외과 레지던트 이소정은 이번 흉부외과 수술에 참관자로서 들어오기로 했다.

#

그로부터 잠시 뒤.

“김정민 선생!”

“네?”

강렬한 무영등 아래, 수술대 위에 누운 환자에 대한 모든 수술 준비가 순식간에 끝났는데.

그리고 수술 집도의 윤미연 교수를 기다리는 동안.

좀 전 윤미연 교수와 통화를 마친 최고은 선배는 서둘러 수술대 쪽으로 돌아오다가 갑자기 날 부르며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정민아. 상황이 좀 이상하게 됐는데··· 혹시 혼자서 이 수술 어시 맡을 수 있어?”

“네??”

순간, 놀라며.

이게 대체 무슨 말이야.

나는 의아해하며 그녀는 쳐다봤다.

그런데 그 표정이 좀 심상치 않게 변해 있었다.

“또 터졌대.”

“???”

“요즘 단풍 시즌이라 도무지···.”

도대체 이게 무슨 말이지?

“정민아! 여긴 수술방이 이미 열린 거라 절대 캔슬 못해! 네가 이 수술 어시 좀 맡아! 윤미연 교수님도 이 수술 끝나고 바로 합류하기로 했으니까···.”

도대체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건가.

“선배님, 도대체 무슨 말씀입니까?”

“아아, 미안! 다시 말할게! 좀 전에 우리 수술 준비할 때, 응급실에 인카(in car) TA 환자들로 뒤집혀졌대. 아주 급한 응급 심장 수술만 3건이나 나왔고. 난 즉시 나가서 김효정 교수님 도와드려야 돼. 윤미연 교수님께서 지시하셨어.”

김효정 교수?

심장 분야 쪽으로 최근에 채용된 젊은 교수다.

“미안! 그럼 수술 끝나고 보자!”

즉시 몸을 돌려 인사한 뒤, 곧바로 수술방을 나가버리는 최고은 선배.

이건 무척 황당한 게, 이제 인턴인 내가 유일한 어시로 남게 되는 거다.

사실, 흉부외과 레지던트 숫자가 너무 부족해 수술방에선 별의별 일들이 다 있지만 이렇듯 갑자기 레지던트가 나가버리다니.

사실상, 상황이 그렇게 이상하게 변하게 되자 수술방 간호사들은 힐끔힐끔 날 쳐다봤다.

마취과 의사도 마찬가지!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뭐 특별히 달라질 것도 없다.

흉부외과 소속 간호사들. 이들 중에는 내가 서철성 교수와 함께 수술하던 걸 본 사람도 있다.

마취통증과 의사, 레지던트 2년차 박신희 선생! 그녀는 흉부외과 수술 전담이다 보니 이런 수술방에서 우리는 종종 대면하고 있지 않은가.

반면, 참관자인 신경외과 이소정 선생!

그녀만큼은 아주 싸늘한 눈으로 날 노려보고 있다.

근데 뭐 어쩌라고!

사실, 몇 년 뒤가 되면, 흉부외과 레지던트 기근 현상은 더 심각해지게 된다.

그러다 보니, 실제 일부 병원에서는 흉부외과 수술방 SA(수술 조수) 간호사 모집이 빗발치게 된다.

즉, 수술실에서 레지던트를 대신할 SA 간호사를 모집하겠다는 거.

스크럽 널스(Scrub Nurse, SA)를 뽑겠다는 게 아니라, 바로 수술 어시, Surgeon’s Assistant(SA) 간호사를 뽑겠다는 거다.

불법 의료 행위로 지탄의 대상이 될 수도 있으나, 어려운 병원 운영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메스를 잡을 간호사를 뽑겠다는 거다.

실제 이것은 2000년대 초중반 당시에 발생했던 일이다. 신문에도 보도가 됐던가.

어쨌든 그런 상황이다 보니 나는 이 수술의 유일한 어시가 되어, 수술 집도의 윤미연 교수님을 잠시 기다리게 되었다.

<29>

“김정민 선생, 서철성 교수한테서 이야긴 들었어.”

수술장으로 들어온 윤미연 교수님.

안경에 루페를 착용하고 있고.

두 손을 앞으로 들고 있는 상태다.

윤미연 교수님은 인기가 많은 사람이다.

서글서글한 인상.

사람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듯한 눈빛.

언제나 레지던트들한테 상냥하기도 하고 이것저것 물어보면 성심껏 가르쳐주기도 한다. 거기다가 수술 실력 또한 뛰어나다.

“잠시만요, 교수님!”

내 눈을 바라보며 뭔가 이야기를 하려던 윤미연 교수. 그녀는 이때 누군가 자신을 부르자 고개를 돌렸다.

뒤쪽에 서 있는 누군가다.

바로 신경외과 레지던트 2년차 이소정, 그녀가 자신을 부른 거다.

“이소정 선생, 맞죠?”

“네. 맞습니다.”

“왜 날 불렀어요?”

윤미연 교수는 의아해하며 이소정을 빤히 쳐다봤다.

이소정은 단순 참관자다.

왜 자신을 불렀을까.

“교수님! 지금 상황상, 어시 문제가 발생한 것 같은데. 혹시 필요하다면 제가 돕겠습니다.”

두 눈을 똑바로 뜨고서 차분하게 말하고 있는 이소정.

그러나 순간 윤미연 교수의 표정이 약간 굳어진다.

“인턴보단 제가 더 낫지 않겠습니까?”

그사이 이소정은 다시 한번 강조했다.

근데 도대체 저 여잔 왜 저럴까.

참관자 주제에 웬 간섭질이야.

아무리 레지던트 어시가 공석이라고 해도 타 진료과 레지던트가 수술방에서 저렇게 나설 수가 없다.

저건 무례한 짓이다.

아니, 평생에 나는 저런 경우를 본 적이 없다.

근데 내가 그 정도로 ‘물’로 보인다는 말인가.

아무것도 모르는 인턴의 어시.

그것보단 타 진료과이긴 해도 자신이 더 나을 거라는 생각.

아무리 그게 선의라고 해도 그건 다소 불쾌한 시도였고.

그건 윤미연 교수님의 반응도 다르지 않았다.

#

“그게 무슨 말이지? 다시 말해 봐.”

슬쩍 말투가 바뀌는 윤미연 교수.

이때, 이소정은 가만히 윤미연 교수를 바라보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간단히 말씀드리면, 교수님이 조금 난처해지신 것 같아서···.”

“내가 난처하다?”

“네! 제 생각은, 서투른 인턴보단 차라리 제가 어시 맡는 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특히, 이 수술은 한정미 교수님께서 따로 말씀하신 것도 있고···.”

“어? 한정미 교수님께서? 그래서?”

갑자기 목소리가 더 날카로워지는 윤미연 교수.

“아, 제, 제가 그냥 그렇게 생각했다는 겁니다. 교수님, 오해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점점 윤미연 교수의 눈빛이 날카로워지자, 그 잘난 이소정은 약간 더듬거리고 있었다.

하긴, 아무리 잘 나도 이소정은 일개 레지던트일 뿐.

한편, 윤미연 교수는 고개를 돌렸고 날 가만히 쳐다봤다.

“김정민 선생.”

“네.”

“혹시 내 수술, 어시해줄 수 있지?”

“네! 할 수 있습니다!”

“지금 상황상 김정민 선생이 퍼스트 어시 역할을 맡아야 하는데, 할 수 있어? 서철성 교수님이 적극 추천하시던데? 정말 할 수 있어?”

“네! 열심히 해 보겠습니다!”

“열심히? 열심히 가지곤 안 돼! 수술이란 모름지기 환자의 생명과 직결돼!”

“네, 죄송합니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그래, 그래야지.”

윤미연 교수는 다시 고개를 돌렸다.

“이소정 선생, 우리 인턴이 날 최선을 다해 돕겠다는데 이 정도면 나한텐 충분한 것 같은데?”

그 순간, 이소정의 눈동자가 살짝 떨렸다.

“이소정 선생은 단순 참관자로 왔으니까 그냥 보면서 대기해. 혹시 상황 발생하면 바로 연락할 준비나 하고.”

“아··· 네. 교수님.”

윤미연 교수는 확실히 보통 사람이 아니었다.

단숨에 이소정의 기세를 꺾어 버렸고.

단숨에 수술방 분위기를 지배하고 있었다.

한편, 이소정은 어쩔 수 없이 물러서며 고개를 약간 숙이다가, 다시 고개를 쳐들며 날 쏘아본다.

마침 나는 이소정을 힐끔 쳐다보고 있었고, 그 바람에 찰나 눈이 마주쳤다.

안경을 끼고 있는 작은 체구의 이소정.

사실상, 키가 나보다 훨씬 더 작음에도 마치 위에서 아래로 내려다보는 듯한 그런 시선.

그런 시선이 순간 그 여자의 두 눈에서 나타나, 내 얼굴을 덮쳤다.

와, 세다! 세!

근데 왜 저렇듯 계속 전투적이지?

사실, 이 무렵 성국대 병원은 흉부외과의 전성시대였다.

흉부외과에 스타급 교수들이 나타나면서 전국 각지에서 환자들이 몰려들고 있었고 갈수록 그 명성은 대단해지고 있었다.

그런데 이런 성국대 병원에서 가장 뛰어난 젊은 의사들이 몰리는 곳, 그건 이곳 흉부외과가 아니라 바로 NS 신경외과였다.

수재급 인재들이 몰리게 되는 일부 인기 과들도 이때만큼은 기형적으로 저 신경외과에 비할 바가 못 되었다.

물론, 일시적인 현상이다.

그럼에도 현재 신경외과 쪽 레지던트들은 성국대 병원 내에서도 엘리트 중의 엘리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치프 윤정화도 대단했고.

저 이소정도 대단했다.

그러나 바로 그 순간!

내 입꼬리는 그런 현실을 무시하듯 씩! 위로 올라가고 있었다.

만약 내가 수술 마스크를 쓰고 있지 않았더라면 그런 입 모양은 그대로 드러났을 것이다.

물론, 내 눈빛만큼은 지금 감출 수가 없다.

그러자 이소정은 갑자기 인상을 팍 쓴다.

날 노려보는 듯한 두 눈이 마치 굽이치는 듯한 모습인데.

그러나 나는 쌩! 하니 외면하며 윤미연 교수님한테만 집중했다.

어느덧 수술 집도의의 수술 코멘트가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

“마취과 박 선생님! 환자 바이탈 사인 잘 따라가 주세요. 처지면 바로 이야기해주시고!”

“네! 알겠습니다.”

“간호사 선생님들도 잘 부탁드립니다.”

“네, 집중하겠습니다.”

“그럼 시간 관계상 수술 바로 시작하겠습니다.

그렇듯 아주 짧은 코멘트를 마친 윤미연 교수는 바로 집도를 시작했다.

“메스 주세요”

스크럽 널스는 즉시 10번 메스를 윤미연 교수에게 건넸다.

수술의 개흉 과정은 흉골 정중 절개술(median sternotomy)!

일반적인 심장 수술을 위한 개흉 과정인데.

보통, 흉골 앞쪽에는 피부 및 피하조직이 존재하고 있고, 흉골 뒤쪽에는 종격동 지방이 있으며, 양옆으로는 늑연골과 늑간 근육 등이 있다.

이런 조직 상황을 고려하여, 흉골 중앙부를 기준으로 피부 및 피하를 먼저 절개하게 되는데.

그런 순서에 따라 개흉이 시작되었고.

곧이어 보비(Bovie knife) 등을 이용한 지혈 작업도 병행되었다.

드드드드!

그리고 잠시 뒤.

전기흉골톱(electric sternum saw)을 이용한 흉골 절개가 순식간에 끝났다.

그렇게 흉골 정중 절개(median sternotomy)가 완료되자, 리트랙터(견인기)를 이용해서 좌우를 벌렸고, 이때 아주 적나라하게 흉골 내부 모습이 드러났다.

“이제 심낭 박리 시작합니다.”

갈수록 속도가 붙으며.

주변 조직을 재빠르게 박리하는 윤미연 교수.

“포셉(forcep) 주세요.”

곧이어 스크럽 널스로부터 포셉(forcep)을 받아 손에 쥔 윤미연 교수는 다음 작업을 진행했다.

그러다가 갑자기 고개를 돌려.

날 빤히 쳐다본다.

“김정민 선생.”

“네?”

내가 의아해하며 반문하자, 윤미연 교수님은 잠시 뭔가를 생각하더니 난데없이 뜻밖의 제안을 했다.

“혹시 이거 할 수 있어?”

그러면서 정확한 위치까지 지적하며 손짓하는 윤미연 교수.

순간, 나는 잠시 당황했으나 즉시 대답했다.

“네! 할 수 있습니다.”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