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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했더니 의사가 능력을 가짐-29화 (29/145)

시원한 승리 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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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정 선생, 여기 잠깐만!”

윤미연 교수는 외쳤다.

키가 작아 30cm 높이의 작은 받침대 위에 올라가 전체 수술 과정을 참관했던 이소정 선생.

마무리 봉합이 진행되는 동안, 그녀는 한쪽으로 이동해 구석진 자리에 앉아 대기했는데.

윤미연 교수가 부르자 즉시 다가가, 수술 전반에 대한 상황을 간단히 듣게 되었다.

그런데 지금 얼굴이 약간 상기된 이소정은 입을 꾹 다문 채 그 설명들을 들었다.

그러다가 윤미연 교수는 한 가지 질문을 던졌다.

“환자 멘탈 스테튜스(mental status)가 어땠다고 했지? GCS(글라스고우 코마 계수) 스코어는?”

“의식이 없었고, 수술 전, 7점, 8점 정도 됩니다.”

아주 간단히 대답하는 이소정.

윤미연 교수는 뭔가 좀 더 생각한 뒤, 입을 열 듯 말 듯 하다가 결국 더는 묻지 않았다.

“알았어. 그럼 한정미 교수님은?”

“곧 오실 겁니다.”

그렇게 답을 끝낸 이소정은 뒤로 물러서다가 슬쩍 고개를 돌렸다.

이소정은 날 쳐다본다.

안경 너머로 보이는 그녀의 작은 눈.

그 새카만 동공 속으로 회오리치듯 복잡한 빛이 잠시 발산됐으나 금세 사라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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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민 선생.”

“네?”

“응급실 난리난 거 알지?”

윤미연 교수다.

“최고은 선배한테서 들었습니다.”

“도와줄 거지?”

그거 당연한 일인데.

“네! 당연히 가야죠!”

“가자. 응급실 같이 내려가자.”

어느덧 주변 상황이 거의 정리된 터라 윤미연 교수는 곧바로 앞장섰다.

“그럼 뒷정리 좀 부탁드립니다. 저희가 좀 바빠서.”

수술 도구 등을 챙기고 또한 피 묻은 거즈들을 챙기던 흉부외과 간호사들은 잠시 손을 멈추고서 대답한다.

“네! 걱정 마세요. 어서 가보세요. 수고 많으셨습니다.”

아직 환자는 추가 수술, 뇌수술이 남아 있는 상태.

지금부터는 신경외과의 영역이고.

우리로서는 간섭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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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잠시 뒤.

응급실 Emergency Medical Center.

이 시각, 우린 늦지 않게 도착했다고 생각했는데.

앞선 수술로 시간이 생각보다 경과되었고.

어느덧 이곳 상황은 대다수 정리되는 분위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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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제가 수술할 건이 더 없다는 말씀이군요?”

“네. 교수님. 이제 좀 쉬세요. 수술 이미 하셨다면서요? 정리는 얼추 됐고. 당장 수술할 필요가 없는 환자들은 분류해서 각 진료과로 트랜스퍼하는 중입니다.”

응급실에서 만난 응급의학과 당직 교수 김남욱 교수.

그는 땀으로 머리가 축축한 상태였다.

“선생님, 여기!”

한편, 김남욱 교수는 티슈를 여러 장 뽑아, 먼저 윤미연 교수한테 건넸다.

점점 더 깊어지는 서늘한 가을.

그러나 다들 땀을 많이 흘렸다.

오로지 환자들을 위한 아주 신성한(?) 땀이었다.

윤미연 교수는 그 티슈를 받았고 자신의 이마를 닦았다.

중간에 복도를 한번 뛴 터라 약간 땀이 났고.

거기다가 그 수술방의 열기가 아직도 다 가신 게 아니어서.

송골송골 이마에 땀이 맺힌 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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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응급실에선 달리 할 일이 없어 윤미연 교수와 헤어진 나는 그 길로 곧장 흉부외과 스테이션에 복귀했다.

현재 스테이션은 간호사들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 바쁘게 뭔가 일들을 하고 있는데.

다른 인턴, 레지던트들은 보이지 않았다.

“선생님, 수술 끝났어요?”

김선화 간호사다.

“네. 끝났습니다.”

나는 가볍게 대답한 뒤 잠시 중단되었던 일들을 바로 시작했다.

“혹시 환자 트랜스퍼와 관련해서 여쭤봐도 될까요?”

“네, 그러세요.”

그 때부터 나는 김선화 간호사를 통해 먼저 상황 확인부터 했고.

앞서 응급실에 실려 왔던 이들도 특발성 폐섬유증(IPF) 진단을 받은 걸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이들도 상태가 심각해, 한 시간 전 각각 흉부외과 병동 트랜스퍼와 병동 입원이 결정된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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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후, 나는 환자 차트를 들고서 후다닥 뛰었다.

현재 정찬수 환자와 황성수 환자는 상태가 더 나빠져 기관 삽관 뒤 인공호흡기를 착용한 상태라 대화하기가 좀 힘들다고 한다.

그러나 최동만 환자는 이들을 비해 비교적 상태가 양호했고.

그래서 나는 그가 입원한 827호실로 달려갔다.

그리고 잠시 뒤.

그의 베드 앞에 간이 의자를 놓고 앉아 나는 본격적인 대화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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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록! 콜록! 콜록!) 아이고 죽겠네. 아고 죽겠어. (콜록! 콜록! 콜록!) 숨을 못 쉬겠어.”

잘 낫지 않는 악질 감기에 걸린 줄 알았다던 그.

내내 동네병원만 다니며 끙끙 앓았던 그는 자신의 진짜 병명을 알게 되자, 안색이 무척 안 좋았다. 삽시간에 안색이 창백해진 상태다.

“선생님··· 그럼 제가 죽게 되는 겁니까?”

다른 베드 쪽과 달리 가족 간병인도 없는 최동만 환자.

혼자 쓸쓸히 창가 베드에 누운 그는 나한테 그렇게 물었고.

순간, 나는 말문이 턱! 막혔다.

현재 그는 약간의 활동을 할 수도 있고, 의식도 아주 명료한 상태다.

그러나 검사 결과, 폐 섬유화 진행 상태와 폐암 진행 상태는 생각보다 심각하게 나와, 향후 그의 상태도 급격하게 나빠질 가능성이 컸다.

문제는 이 시대에 쓸 수 있는 약물이 아주 제한적이라는 것.

이 당시 폐섬유증 치료에 주로 쓰고 있는 스테로이드 계통이나 면역억제제 등은 실제 치료 효과보다는 그 부작용이 아주 심각한 편이었다.

할 수 없이 나는 먼저 위로의 말과 몇 가지 치료 방안에 관해서 설명했고.

그런 뒤, 그때부터 본격적인 질문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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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그 무렵, 일을 나가신 곳이 판자촌 철거, 도심 철도 공사, 지하 하수도 터널 청소, 건축 현장 등등. 이 정도 되시는군요?”

“네. (콜록! 콜록! 콜록!) 그렇습니다.”

나는 가만히 턱을 쓰다듬으며 이때 생각에 빠져들었다.

듣기론, IMF 이후 일당 잡일꾼들이 너무 많아져 지금도 그 경쟁이 치열하다고 한다.

그래서 인력사무소 소장한테 뒷돈까지 챙겨주면서 일거리를 받게 되는데.

무슨 일이든 절대 가려 받을 상황이 아니라고 한다.

뭐라도 일거리를 잡지 않으면 먹고 살기가 힘들어지고.

그래서 대다수 사람들은 그저 닥치는 데로 일을 했다고 한다.

그 역시 마찬가지였다.

다만, 아쉬운 점!

그는 모두가 함께 일한 곳을, 정확하게 집어내지 못한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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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도대체 장소가 어딜까.

판자촌?

도심 철도 공사장?

지하 하수도 터널?

건축 현장?

나는 다시금 곰곰이 생각해 봤다.

“혹시 이런 일들을 소개해준 인력사무소, 그쪽 전화번호도 갖고 있습니까?”

그러자 바로 고개를 끄덕이는 최동만 환자.

잠시 후, 나는 입원실에서 나왔고, 바로 전화기를 잡았다.

그리고 전화를 걸자, 곧바로 권철수씨 아내가 전화를 받았다.

그로부터 5분 정도 통화가 이어졌고.

그렇게 전화를 끊은 뒤, 나는 다시 기다렸다.

그리고 그로부터 대략 20분 뒤.

요란하게 벨이 울렸고.

그 전화를 받자 권철수씨 아내의 약간 흥분한 듯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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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3월에서부터 올 6월 사이, 성훈이 아빠가 주로 건축 현장 쪽에 일을 나갔다고 합니다. 중간에 지하 하수도 터널 청소 일을 몇 번 했다고 하고. 판자촌 철거 같은 건, 나간 적이 없다고 합니다. 선생님! 그 정도까지 확인했습니다.”

“그럼 판자촌 철거 일은 전혀 나가지 않았습니까? 중요한 거라서.”

“네. 3번이나 확인했는데 없었고. 선생님이 말씀하신 최동만씨는 판자촌 철거 일을 한 기록이 있답니다.”

아, 그래?

그렇다면 판자촌 철거 일이 아니라는 말이다.

즉, 석면 분진 흡입과 무관하다는 말이다.

“보호자님, 그럼 그 지하 하수도 터널 청소 위치가 어딘지, 그리고 어느 업체에서 그 일을 담당한 건지 혹시 소장님께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소장님이 장부를 꼼꼼하게 쓰시는 것 같은데. 혹시 그쪽에서 알려줄 수 없다고 해도 꼭 사정사정해서 확인 좀 부탁드립니다. 권철수씨가 아프신 이유, 그것과 분명히 관련이 있습니다.”

그렇게 부탁을 하고서 한참 지났을 때.

다시 전화벨이 울렸다.

“선생님! 위치! 경기도 태성시! 그리고 청소업체! [한성클린]! 그리고···.”

이때, 권철수씨 아내는 계속 부연 설명을 했지만, 가장 중요한 건 지하 하수도 터널 위치와 [한성클린]이라는 회사였다.

어느덧 거기까지 파악한 상태에서, 도대체 그 회사가 어떤 회사인지 절로 호기심이 강해졌는데.

그런데 바로 그때, 갑자기 시스템 알람이 떴다.

[죽음의 수렁(클래스 C), 권철수 환자의 사망 이유를 밝히세요!]

[미션 달성······90%!]

[달성 임계점에 도달하여 긴급 제안합니다!!]

[섬뜩한 기운을 뿜어내는 사신의 긴급 제안!!]

[늘 존재는 약해지는 법! 약한 자는 늘 도태되는 법!]

[4명의 목숨을 지금 당장 가져가길 원합니다! 사신을 방해하지 마세요!]

[특전: 사신의 선물!]

[???의 손가락(A): 특성 착용시 수술 중 손가락의 움직임이 극단적으로 빨라집니다. 특성 착용시 어떤 상대든 단숨에 제압할 수 있습니다]

[사신의 제안을 수락하시겠습니까?]

[수락시, 죽음의 수렁(클래스 C) 미션과 금지된 비밀(클래스 C) 미션은 자동폐기 됩니다! 당신은 킬러의 위협으로부터 안전해집니다!]

[거부시, 특전으로 한성클린에 대한 기업 비밀 정보가 공개됩니다!]

<31>

밤늦은 시각.

흉부외과의 늦은 밤.

모처럼 병동도 조용해졌고 응급실 콜도 이제 좀 뜸해지고 있었다.

이제야 일요일다운 일요일 느낌이 든다.

나는 잠시 중환자실을 찾았다.

온갖 기계들이 달려 있는 권철수 환자의 모습.

에크모(ECMO)를 달고 있어 현재 그의 상태는 나쁘지 않다.

연명의료의 가장 공격적인 형태가 바로 에크모(ECMO)다. 심장 혹은 폐가 작동하지 않더라도 최대 몇 달간 생명을 유지할 수 있는 장치. 그러나 의료비용 자체는 무척 비싸다.

물론, 이 시대에 에크모(ECMO)를 달아주는 병원은 그리 많지 않은데.

그러나 이런 에크모(ECMO) 활용은 시간이 갈수록 병원마다 더 확대하게 된다.

그래서 나중에는 이 에크모(ECMO) 때문에 이런저런 윤리적 문제도 발생했는데.

왜냐하면, 사망 직전인 환자가 죽지 않고 이 에크모(ECMO) 덕분에 생명을 유지하지만, 이런 에크모(ECMO)를 떼는 순간 환자는 바로 사망하기 때문에.

즉, 탈착 시점이 무척 난해해지는 것이다.

그래서 이런 에크모(ECMO)의 활용은 환자의 생존 및 향후 치유 가능성에 더 주안점을 둬야 하고.

그 가능성을 보면서 에크모(ECMO) 유지 여부도 결정되어야 한다.

그렇다면 눈앞의 권철수 환자는 어떨까?

[회광반조] 덕분에 일부 바이탈이 회복되었고.

그래서 최병근 교수는 에크모(ECMO)를 다는 데 주저함이 없었다.

그러나 [회광반조] 특성도 조만간 소멸되게 된다. 유효 기간이 딱 하루에 불과하니까.

그런 상황을 아는 나는 권철수 환자를 그저 안타까운 눈으로 쳐다보다가 잠시 후 밖으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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