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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했더니 의사가 능력을 가짐-33화 (33/145)

상류사회 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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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그녀의 지옥(클래스 B), 그녀를 구하세요!]

[특전: 베살리우스의 눈(S)]

[베살리우스의 눈(S): 병변 부위를 구분할 수 있습니다. 제한 조건: 성공 확률 95%, 스캔 깊이 제약 없음, 1회 사용]

[업적 보상: 베살리우스의 눈(B) 개방]

[특전 유효 기간: 최대 24시간]

[실패: 등급 하락]

미션 정보는 그렇게 떴다.

다만, 그녀가 누구인지 알 수는 없다.

정보가 무척 제한적.

그러나 무척 흥미로운 점도 있다.

이거 정말 대박이잖아!

특전, [베살리우스의 눈(S)]

현재 나는 [베살리우스의 눈] C등급 특성을 갖고 있다.

그런데 드러난 S등급의 위력이 가히 어마어마하다.

성공 확률 95%!

스캔 깊이 제약도 없다고 한다.

일회용이긴 하지만, 워낙 사기성 특성이라 저절로 욕심이 생길 수밖에 없다.

그래, 차근차근 등급 레벨도 높이자!

특성 레벨 상승을!

그사이 차량은 빠르게 달렸고.

잠시 후, 특급 호텔, 임페리얼 서울 호텔에 도착했다.

<36>

2001년 10월 31일 저녁 7시.

상문그룹 서정국 회장의 회갑연은 임페리얼 서울 호텔 내 3층 대연회장에서 개최되었다.

서 회장 측은 임페리어 서울 호텔 3층을 통째로 빌린 듯 3층으로 이어지는 에스컬레이터의 탑승구를 완전히 차단했다.

단지 VIP 엘리베이터만 가동하면서.

VIP 엘리베이터를 타고서 3층으로 올라오는 손님들만 입장을 허용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 연회는 일종의 상류사회 사교 모임이다.

강제철 실장님의 코멘트에 의하면, 정·재계 거물들과 그 후진들이 한데 모여 세력을 과시하고 상호공생을 위한 사교 친목 모임 격으로 이번 파티가 개최된 거라고 한다.

즉, 서정국 회장의 회갑연은 별도의 의미가 되었고.

그러다 보니 파티 참가 자격 자체가 무척 엄격하다.

초대장을 지참하지 않으면 무조건 입장 불허!

혹시 초대장을 깜빡하고 가져오지 못한 하객은 따로 사무 데스크로 이동하여 확인 조회를 받은 뒤 입장 여부가 결정된다고 한다.

현재, 선글라스를 쓴 수십여 명의 경호원들이 물샐 틈 없이 경계를 서는 이곳은 확실히 상류층을 위한 그들의 파티를 표방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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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타이가 좀 비뚤어졌다.”

잠시 후, 띵! 하는 소리와 함께 3층행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아버지는 갑자기 그 말을 던졌다.

흠칫하며 바로 넥타이를 손보던 나는 순간 이상한 감정이 회오리치며, 문득 나 자신이 한심하기도 하고 또한 씁쓸하기도 했다.

지척에서 아버지의 목소리를 들은 건, 어느덧 회귀 전을 포함하며 무려 수십 년 만이다.

그래서 씁쓸하다. 고작 그 말이라니.

잠시 후, 우리는 차가운 기운을 서로 풀풀 흘리며 안으로 들어섰다.

마치 얼굴에 콘크리트를 바른 듯 잔뜩 굳어있는 아버지의 모습.

그럼에도 그는 간간이 내 눈치를 보는 듯 계속 날 곁눈질하고 있었다.

그래서 그나마 나는 숨이 막히지는 않았는데···.

“어서 오십시오! 의원님. 저희가 이쪽으로 모시겠습니다.”

잠시 후, 대연회장 입구에서 에스코트가 따라붙었다.

일반 하객들은 각자 알아서 연회장으로 들어서지만.

몸에 촥! 달라붙는 듯한 정장 스커트를 입은 여자들이 경쾌한 하이힐 굽 소리와 함께 상냥한 목소리로 우리를 한쪽으로 직접 안내했다.

그리고 잠시 뒤.

우리는 대연회장 가장 안쪽 테이블로 안내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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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장님, 김윤상 의원님이십니다!”

재계 20위권 상문그룹 서정국 회장!

그리고 그의 아내.

한편, 장남 서용준 상무 등은 서로 둘러앉아 대화를 나누고 있다가.

우리가 다가서자 바로 고개를 돌려 쳐다봤고 이내 일제히 일어섰다.

“아이고, 귀하신 걸음을 하셨군요! 고맙습니다! 김 의원님!”

서정국 회장은 아주 환하게 웃었고, 갑자기 과한 제스처를 취했다.

두 팔을 크게 벌렸고.

씩 웃던 아버지는 그와 가볍게 포옹했다.

순간, 나는 이방인 같은 표정을 지으며 가만히 서 있다가.

마지못해 고개를 돌렸고.

서정국 회장의 사모님과 상문그룹 서용준 상무한테 꾸벅 인사했다.

그러자 두 사람의 시선이 집중되었고.

포옹을 풀던 서정국 회장의 시선도 나한테 집중되었다.

“오오, 이게 누구야? 네가 바로 정민이구나? 네가 벌써 이렇게 컸다니! 헛헛! 10년, 20년, 그건 고작 한세월이구나.”

한편, 눈치가 빨라진 나는 얼른 다가가, 서정국 회장에게 정중하게 인사한 뒤 악수했다.

그러고 보면, 우리 아버지는 참! 대단하신 분이다.

재벌 총수들을 손에 쥐고서 나름 강력한 힘을 발휘하고 있으니까 말이다.

즉, 대한민국은 국민 위에 재벌이 있고, 재벌 위에 정치인이 있다.

바로 권력과 힘의 화신들!

“하하! 왜 이렇게 얼굴을 안 보여줘? 고등학교 때야 그렇다고 쳐도 의대 가선 공부한다고 안 보여주더니, 어느새 헌칠한 미남이 됐구나.”

이때, 박정선 여사도 웃으며 다가와 내 손을 꼭 잡았다.

부드러운 눈초리로 날 쳐다보며 그녀는 내 어깨를 가볍게 토닥토닥해 주었다.

“잘 지내? 오랜만이구나? 연락 좀 하지?”

“죄송합니다. 인사도 못 드리고.”

“혹시 시간 나면 이런 모임에 종종 나와. 얼굴이라도 보고 지내자고. 참! 의대는 졸업했다고?”

“네. 지금 성국대 병원에서 인턴으로 있습니다.”

“오호, 장하구나. 보자! 그럼 지금 나이가···.”

그 순간, 나는 쓱! 옆으로 빠졌다.

뭔가 생각하는 듯한 그녀의 모습에서 퇴로를 찾아야 할 때임을 직관적으로 알아차렸던 거다.

눈치 백단이 되어 버린 나.

분명 저 타이밍에서 갑작스럽게 아주 민망한 혼처 이야기가 나올 수도 있는 거였고.

어쨌든 나는 서용준 상무한테 빠르게 인사했다.

“형! 잘 지내세요?”

시원시원한 이마.

올백으로 넘긴 헤어 스타일.

윤기가 번지르르하게 도는 듯한 머리카락.

서용준 상무도 인상이 꽤 강렬한 편이다.

“오오, 정민아. 너 얼굴 괜찮다? 인턴이라면 병원 생활이 힘들 텐데?”

“뭐, 괜찮습니다. 사람 사는 데가 뭐 다 똑같죠.”

“야! 우리 언제 술 한잔하자. 참, 시간은 있고?”

나는 씩 웃었다.

“다음에 시간 되면 제가 꼭 연락드릴게요.”

“그래. 그러자! 참! 아버지! 저흰 옆에 있는 르네상스홀로 잠시 가 보겠습니다. 정민이도 왔는데 제가 좀 안내도 하고···.”

“아! 그래? 그럼 그렇게 하거라.”

“의원님? 괜찮겠습니까?”

이때, 아버지는 건성으로 고개를 끄덕이다가, 날 한번 쳐다봤다.

그러고는 고개를 돌리며 서정국 회장에게 웃는 모습을 보인다.

뭔가 기분이 좀 좋아지신 것 같은데.

“야! 정민아, 빨리 가자!”

서용준 상무는 어서 가자고 재촉했고.

나는 그와 어깨를 맞추며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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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긴 어르신들이 계시는 곳이고, 이쪽부터가 우리 2세들이 있는 연회장!”

그러고 보니 아까 입장할 때도 젊은 남녀들의 움직임이 좀 특이했다.

먼저, 대연회장에 입장한 뒤 여기저기 인사를 마치자 금방금방 밖으로 나가고 있었다.

알고 보니, 대연회장 옆으로 중형 연회장들이 여러 개 있는데.

거기에도 수많은 와인과 진기한 음식 등이 세팅되어 있었다.

또한, 안쪽 무대 공간에는······.

어느 바이올리니스트가 은은한 바이올린 연주를 벌써부터 하고 있었다.

거대한 하얀색 그랜드 피아노 앞쪽에는, 쇄골이 확 드러난 우아한 드레스를 입은 아리따운 피아니스트가 바이올린 선율에 맞춰 피아노를 연주하고 있는 중이었다.

그 옆으로 나비넥타이를 맨 남녀 성악가들이 약간 긴장된 표정을 하고서 서 있는데···.

또한, 화려한 샹들리에 아래!

그리고 금빛으로 수놓은 대리석 기둥 쪽에 일종의 바(bar) 형태의 테이블들이 놓여 있고.

그 테이블마다 명품 슈트 혹은 수억 원대를 호가하는 진기한 드레스를 입은 남녀들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 즐겁게 대화를 하고 있었다.

중세 유럽의 귀족사회 클럽의 모습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모습.

“배고프면 저쪽에서 먹으면 되고.”

한편, 그가 가리키는 곳, 우측 벽면 쪽.

거기엔 언제든 먹을 수 있는 뷔페 음식들과 여러 종류의 와인, 칵테일 등이 준비되어 있었다.

그 옆에 하얗고 길쭉한 요리사 모자를 쓴 요리사들이 서 있었고.

아주 깔끔한 웨이터 복장의 남녀 직원들이 여기저길 돌아다니며 공손하게 서빙을 해 주고 있었다.

“정민아. 근데 저기, 저 여성 분! 혹시 누군지 알아?”

갑자기 서용준 상무가 손가락으로 누군가를 가리키며 무척 흥분한 표정을 지었다.

의아해하며 나는 고개를 돌려 그쪽을 쳐다보다가.

순간 깜짝 놀랐다.

마치 빛나는 외모를 가진 스타인 듯, 그 여자는 젊은 남자들 무리에 둘러싸여 있는데.

선이 가는 듯하면서 아주 날렵한 이목구비가 무척 매력적이었다.

다만, 약간 우울한 표정을 짓고 있고, 약간 수척한 모습이다.

그래서 더 묘한 기운을 불러일으키는 그런 모습이었다.

“누군지 몰라?”

“아뇨. 처음 봤습니다.”

“그래? 그럼 가서 인사하자.”

그러면서 서용준 상무는 터벅터벅 걸어 그 여자 쪽으로 다가갔다.

“잠시만 비켜 주시겠어요?”

한편, 앞을 가로막고 있던 다섯 명의 남자들. 그들은 바로 눈살을 찌푸렸으나.

상대가 호스트 격인 서용준 상무인 것을 깨닫자 옆으로 비켜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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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세요? 이분?”

서용준 상무와 잠깐 대화를 마친 여자는 비로소 날 쳐다보며 작은 호기심을 보였다.

“아! 그럼 유나씨도 처음 본 거네요? 그럼 인사하죠! 여긴, 김윤상 의원님 장남 김정민 군. 지금 성국대 병원에서 의사! 인턴을 하고 있습니다.”

“아, 그러세요? 안녕하세요. 한유나라고 합니다.”

한유나?

“정민아, 한유나 양은 신라그룹 한태산 회장님의 막내딸.”

그 순간, 나는 다시 깜짝 놀랐다.

신라그룹은 재계 5위권의 대형 그룹이다.

그런데 그런 대형 재벌가의 혈육이 이 자리에 와 있었고.

이런 대단한 미모를 갖고 있다니.

회귀 전에 아버지와 연을 끊은 상태라 이런 기회가 없었는데.

이 묘한 만남 앞에 나는 그저 피식 웃고 말았다.

“네, 반갑습니다. 김정민입니다.”

이때 그녀는 하얀 손을 살짝 내밀며 악수를 청했고.

나는 그녀의 손을 잡았다.

그 손가락들은 유난히 긴 듯하면서도 무척 부드러웠다.

한편, 그녀는 속눈썹도 길게 붙이고 있어 가까이에서 보니까 그 눈빛에 서린 우수가 더 짙어 보인다.

그 기운이 좀 몽환적이라.

감히 몇 분간 눈을 뗄 수가 없었는데.

근데 내가 너무 쳐다봤을까.

힐끔 날 쳐다보는 그녀의 미간이 조금 좁혀졌고, 그래서 나는 정색하며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그사이 서용준 상무는 얼굴에 홍조까지 띠며 한유나와의 대화에 흠뻑 빠져들고 있었다.

근데 이거 좀 뭣! 하다.

두 사람.

오랜 친분이 있는 듯한 모습.

자기들끼리 아주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에이씨!

결국, 나는 잠시 두 사람을 쳐다보다가 이내 그곳을 조용히 벗어났다.

그때부터 하릴없이 이 사람, 저 사람을 그냥 만나 인사했고.

저녁도 대충 먹으며 허기를 지웠다.

그렇듯 의미 없는 시간들을 보내다 보니 어느덧 시간은 빠르게 흘러갔다.

그리고 어느덧 밤 9시가 다 되어갈 무렵!

호텔 창가 테라스 쪽!

그런데 바로 그쪽에서 갑자기 찢어지는 듯한 비명 소리가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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