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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했더니 의사가 능력을 가짐-38화 (38/145)

나쁜 놈, 더 나쁜 놈 03

<41>

의사 가운을 입고, 야구모자를 아래로 꾹 눌러 쓴 두 남자.

서로 눈짓하더니, 엘리베이터로부터 내리자마자 모자를 벗어 꾸깃꾸깃 의사 가운 주머니에 넣은 뒤 각기 다른 방향으로 걸어갔다.

한 남자는 VIP실 병동 복도, 가장 안쪽 창가로 다가가 조용히 섰고.

다른 남자는 VIP실 병실들을 눈으로 쭉 훑으며 복도를 천천히 걸었다.

성국대 병원의 스카이라운지에 위치한 VIP실 병동.

이 병동에는 총 12개의 병실이 있다.

이런 VIP실 병실은 하루 입원료가 최소 수백만 원에 육박하지만, 그럼에도 이곳을 찾는 사람들은 항상 끊이질 않는다. 특히, 이런 입원실은 특급 호텔 최상위권 룸과 시설적인 면에서 별반 차이가 없고, 의사, 간호사들은 상시 대기하며 최우선적으로 이 환자들을 돌보고 있다.

그런데 그중에서도 VVIP실로 불리는 2001호에서부터 2003호까지의 입원실.

이 입원실들은 극도로 조용하고 은밀한 곳으로, 외부인 출입이 사실상 통제되는 곳이다.

이런 입원실 앞, 보안 강화유리문 검색대.

그곳엔 언제나 병원 보안팀 요원들이 상시 대기하고 있다.

특히, 보안 구역 내, 각 입원실 앞쪽에는 사설 보디가드들이 이중적으로 외부인의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웬만한 일반인들은 이곳 출입 자체가 불가능하다.

한편, VIP실 병실 복도를 이리저리 돌며 주변을 살피던 남자는 잠시 후 투명한 보안 강화유리문 너머로, 저 안쪽에 위치한 2002호 병실을 확인한 뒤 다시 방향을 틀어 VIP실 병동 엘리베이터 쪽으로 걸어갔다.

이른 아침.

아직 업무 교대가 되지 않은, VIP실 병동 스테이션의 나이트 근무 간호사들.

그녀들은 잠시 의아해하며 그 의사 복장의 남자를 쳐다봤으나.

엘리베이터 탑승구 앞에 선 그가 곧 엘리베이터를 타고서 사라지자, 이내 관심을 껐다.

한편, 구석진 창가 쪽.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창밖을 가만히 쳐다보고 있던 또 다른 남자.

그는 휴대폰을 꺼내 문자메시지를 확인했고.

그 휴대폰을 의사 가운 주머니에 도로 넣은 뒤 천천히 등을 돌렸다.

좌우를 두리번거리지도 않았고, 그는 약간 고개를 숙인 상태에서 조용히 걸었다.

그리고 남자가 향한 곳은 VVIP실 쪽이다.

“잠시만요!”

투명한 보안 강화유리문 앞!

그 앞에 서 있던 병원 보안팀 직원들.

그들은 즉시 앞을 가로막았고.

이때, 남자는 고개를 들었다.

“저희 환자 좀 확인하러 왔습니다.”

그러면서 가슴 쪽 의사 명찰을 가리키는 남자.

“흉부외과 강준연입니다.”

보안팀 직원은 집중해서 그 명찰을 살폈다.

특히, 명찰 속 사진과 남자의 얼굴을 비교했다.

잠시 후.

“아! 강준연 선생님? 잠시만요.”

곧이어 무전기로 신분 확인 절차까지 마친 뒤, 보안팀 직원들은 옆으로 물러섰다.

닫혀 있던 강화유리문이 스르륵 열렸다.

#

- 처음 보는 얼굴인데? 확실히 맞아?

- 네! 며칠 전 새로 오신 흉부외과 펠로우 선생님이라고 하시네요.

의사 명찰도 성국대 병원 의사 명찰이었고.

추가 신분 확인도 됐다.

얼굴이 비록 낯설긴 해도.

새로 온 사람이라고 하니, 두 사람 모두 그저 수긍하는 표정이었다.

한편, 남자는 보안 강화유리문을 통과한 뒤 동공을 빠르게 움직이며 좌우를 살폈다.

점점 더 예리해지는 두 눈.

곧이어 그는 텅 빈 2003호 병실을 지나쳤고 2002호실로 다가섰다.

#

2002호 병실 앞.

간이 의자에 앉아 있던 두 명의 보디가드들.

그들은 이때 의아해하며 일어섰고 남자를 쳐다봤다.

그러나 남자가 의사 가운을 입고 있는 데다가 신분증 명찰을 착용하고 있어 더는 제지하지 않고 물러섰다.

병실 문이 열렸다.

남자는 2002호실 안으로 들어섰다.

#

띵!

바로 이때.

다시 열리는 엘리베이터 문!

20층, 최상층 VIP실 병동.

한편, 나는 그 문이 열리자마자 좌우를 확인한 뒤 곧장 전력으로 뛰어나갔다.

[특전: 사신의 웃음소리(S)]

[죽음을 부르는 자가 목표에 근접합니다!]

[목표 10m 이내에 접근합니다!!]

그 시스템 경고가 계속해서 들려와, 단 1초도 지체할 수가 없다.

설마, 안 늦었겠지?

응급 수술 때문에 도저히 방법이 없었다.

심한 현기증이 난다며.

서철성 교수님한테 양해까지 구한 뒤 수술방에서 나왔고, 그 즉시 이곳으로 달려왔다.

그런데 내가 보안구역으로 뛰어들자, 보안팀 직원들은 즉시 제지하며 고함을 질렀다.

“거기! 거기! 멈춰요! 멈추세요!”

한 직원은 팔을 크게 벌렸고, 다른 직원은 허리춤에 있는 무전기를 손에 잡았다.

더는 접근하지 말라는 아주 강력한 제스처!

그러나 나는 멈추지 않았다.

특성 [혼미(B)]가 즉시 발동되었다.

[혼미(B): 10m 이내 대상자들의 의식을 혼미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제한 조건: 10m 거리]

찰나, 나는 두 사람 사이를 빠르게 스치고 지나갔고.

보안 강화유리문 자동 오픈 버튼을 눌렀다.

그 문이 열리자마자 즉시 안으로 뛰어들었다.

저 멀리, 2002호실 앞쪽.

강화유리문 장벽 때문에 잠시 시간을 끄는 사이, 이쪽을 쳐다보던 검은 정장 차림의 보디가드들은 벌떡 일어섰고.

그럼에도 나는 멈추지 않았다.

특성 [혼미(B)]!

순간, 보디가드들의 위치가 10m 유효 범위 안에 들자 보디가드들도 일제히 몸이 굳었다.

그러나 뒤쪽 보안팀 직원들은 유효 범위에서 벗어나면서 정신을 차렸다.

그럼에도 앞쪽에 날 가로막는 게 없어 즉시 2002호실 문을 열고 안으로 뛰어들었다.

이때,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하며 [혼미(B)] 특성을 즉시 해제했다.

대략 2, 3초 정도 혼미 상태였다가 깨어난 보디가드들.

그들은 열린 문을 확인하고서 서둘러 뒤따라 들어왔다.

그런데 바로 이때.

나는 눈이 커졌다.

유럽풍의 탁자, 소파들이 배치되어 있는 넓은 응접실의 풍경.

그리고 그 좌측으로 환자용 침대 하나가 놓여 있고.

앞쪽 큰 유리창에는 쉴 새 없이 빗물들이 흘러 내리고 있다.

그런데 그 침대 쪽, 조용히 눈을 감고 있는 여자의 수액주사 라인 쪽에 처음 보는 낯선 남자가 서 있었고.

작은 주사기를 그 라인에 꽂기 직전.

날 쳐다보던 남자의 손이 순간 멈췄다.

내가 뭐라고 고함을 지르기도 전에 남자의 두 눈은 순간 섬뜩해졌고.

차가운 눈동자가 좌우를 빠르게 오가더니, 남자는 주사기를 그 즉시 자신의 의사 가운 주머니에 넣었다.

그리고 뭔가 상황판단을 마친 듯, 믿을 수 없는 속도로 갑자기 날 향해 달려들었다.

그 돌발 행동에 놀란 나는 [혼미(B)] 특성을 다시 발동시켰다.

그러나······.

[경고! 경고! 특수 상황 발생!]

[상대의 극단적 적개심에 의해 정신 지배력이 무력화됩니다]

[특성 발동 취소!]

불과, 영 점 몇 초의 사이, 그 알람이 떴고.

당황한 나는 상대와 격투를 벌이기보단 재빨리 우측으로 낙법을 펼치되, 또한 상대가 만들어내는 강력한 위압감에 본능적으로 [특전: 검은 고양이(B)]를 발동시켰다.

[검은 고양이(B): 어두운 곳에서 완벽하게 자신의 존재를 숨길 수 있습니다. 밝은 곳에서도 10초간 자신의 존재를 숨길 수 있습니다. 제한 조건: 1회 사용]

그렇듯 [검은 고양이] 특성 발동과 동시에 나는 내 존재를 감췄고.

그 모습에 놀라 멈춰 서던 남자.

곧이어 보디가드들이 안으로 뛰어들어오자 그쪽 방향으로 틀며 번개같이 공격을 감행했다.

이때 나는 놀라며 경악을 금치 못했다.

별다른 무기도 없이 맨손만으로도 보디가드들을 순식간에 제압해 버리는 남자.

특히, 한발 빠른 급소 타격만으로도 단숨에 두 사람을 기절시킨 남자.

그는 한유나가 누워있는 침대 쪽을 힐끔 쳐다보더니 그대로 밖으로 뛰어나갔다.

그 찰나!

나는 그냥 보낼 수가 없어 본능적으로 몸을 앞으로 날리며 [특전: 이격 블레이딩(S)]를 발동시켰다.

[이격 블레이딩(S): 공간 장벽을 격해 조직을 절개할 수 있습니다. 제한 조건: 1m 범위, 1회 사용]

순간, 윽! 하는 짧은 비명 소리가 앞에서 들렸으나.

거기서 멈추지 않고 남자는 2002호실을 빠져나갔다.

그 직후, [검은 고양이(B)] 특성이 해제된 나는 벌떡 일어섰고.

재빨리 2002호실을 뛰어나왔다.

그런데 내 시야에 잡힌 건···.

앞선 보디가드들과 비슷한 모습으로 기절한 보안팀 직원들이 보였고.

강화유리문을 통과한 뒤 빠르게 사라지고 있는 그 남자의 뒷모습이 내 시야에 잡히고 있었다.

#

그리고 잠시 뒤.

남자는 강화유리문을 통과하여 단숨에 엘리베이터 앞에 도착했고.

좌우를 살피던 중, 비상계단 문이 확! 열리자 그쪽으로 뛰어들어갔다.

앞서 사라졌던 또 다른 남자.

그가 문을 잡고 있는 사이, 남자는 점프하듯 계단을 뛰어서 내려갔고, 또 다른 남자 역시 뒤따라 빠르게 내려갔다.

그렇듯 두 사람은 범행 현장으로부터 번개같이 사라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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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잠시 멍한 표정이 되었다.

보디가드 두 명, 보안팀 직원들까지.

삽시간에 처리하고 사라져 버린 남자.

이건 뭐 정말 예상 밖의 결과다.

사실, 나는 [혼미B] 특성 외에도.

비록 1회 한정이긴 해도, [특전: 검은 고양이(B)], [특전: 이격 블레이딩(S)] 특성까지 보유한 상태였다.

이 정도 특성빨이라면 웬만한 상대를 제압할 수 있을 거라고 봤는데.

그건 완전히 오산이었다.

상대의 민첩함을 어찌할 수가 없었고.

내가 믿던 [혼미(B)] 특성마저 무참하게 무력화되었다.

또한, [특전: 이격 블레이딩(S)]을 타격용으로 써서 상대를 공격했지만.

역시 한계가 있다.

그럼에도 약간의 데미지를 준 듯.

복도 바닥에는 몇 개의 핏방울들이 떨어져 있다.

다만, 그 남자는 한유나를 살해할 충분한(?) 시간이 있었음에도, 추가 행동을 하지 않았다.

단순한 살인 목적이 아니라.

그렇다면 범행의 은밀함이 더 우선이었을까.

어쨌든 나는 그렇게 한유나를 구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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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유! 근데 이거 괜찮을까.

잠깐의 시간.

나는 잠시 고민했다.

사실, 좀 전에 보안팀 직원들과 보디가드들은 뭔가 이상한 점을 느꼈을 테지만.

그러나 [혼미] 특성 적용 시간은 불과 몇 초에 이를 정도로 아주 짧았고.

그들은 이후 그 남자와 격투까지 벌였으나 패해서 쓰러졌다.

사실, 나도 너무 급해서 정신없이 뛰어들었지만.

수상한 사람을 발견한 뒤 정신없이 20층까지 올라왔다는 내 변명은 어느 정도 알리바이를 통해 증명될 수도 있다.

실제, 병원 여기저길 기웃거리던 그 남자, 야구 모자를 쓰고서 의사 가운까지 걸친 그가 중앙수술실 3층 엘리베이터 앞에 분명히 서 있었고.

비록 간발의 차이로 그 남자와 그 엘리베이터를 놓쳤으나 3층 복도 CCTV에 그 장면이 찍혔을 가능성이 있다.

반면, VIP실 환자들과 면회객들의 프라이버시 때문에 VIP실 병동 복도에는 CCTV가 미설치된 상태였고.

그건 나한테 아주 유리한 상황이었다.

그 외에도 확실한 알리바이를 위해, 더 늦기 전에 고함을 질렀고.

몰려드는 간호사들한테도 나는 쉴 새 없이 외쳤다.

그리고 잠시 뒤.

시스템 알람은 떴다.

[경험치 +50]

[미션 완료 ······100%!]

[미션, 아름다운 그녀의 지옥(클래스 A)을 완벽히 완수하셨습니다]

[업적 보상은 ??????입니다]

[과감하며 용감한 당신에게 무한한 경의와 무한한 지지를 보냅니다!]

[연계 미션으로, 새로운 미션이 생성되었습니다!]

[차가운 심장, 뜨거운 심장(클래스 A)]

[새 미션을 수락하시겠습니까?]

[특전이 모두 사용되었습니다]

[특전 사용 패널티에 따라···]

[이제 당신의 눈앞에 사신이 강림합니다!]

[사신 강림 원칙에 따라 시간은 지금 즉시 정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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