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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했더니 의사가 능력을 가짐-39화 (39/145)

차가운 심장, 뜨거운 심장 01

<42>

으으으. 언제나 오싹하네.

격이 다른 존재의 강림.

거기다가 하필 사신의 강림이라.

그래서일까. 그 기세는 더 강렬하다.

특히, 사신의 분노(?) 때문인지 몰라도 온몸이 오싹해지고 마치 죽을 것만 같은 질식감마저 느껴진다.

분명, 사신은 내가 한유나의 생명을 구한 걸 분개하고 있으리라.

그러나 그럼에도 나로선 당연히 그럴 수밖에 없다.

환자를 구하는 데 있어서 그게 치료의 방식이든 다른 방식이든 언제나 당연한 거다.

결국, 내가 개입하지 않았더라면 한유나는 분명 목숨을 잃게 되었을 것이다.

다만, 나는 현실적으로 너무 바빠 도대체 누가 한유나를 노리는지 그걸 확인할 시간을 갖는 건 무척 힘든 일이다.

그래도 그녀가 깨어난다면 그녀의 목소리를 통해 알 수도 있겠고.

또한,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런데 지금 정작 중요한 건 그런 게 아니었다.

바로 사신의 강림!

지금 내 눈앞에서 그 기변이 다시 펼쳐지고 있었다.

#

[경고! 경고! 경고! 사신과의 거리, 300m, 150m, 62m, 36m, 15m, 10m···!]

바짝 쪼는 듯한 긴장감.

그 긴장감이 사방을 빠르게 잠식해 들어가면서 곧이어 그게 지독한 공포심으로 바뀌고 있다.

그리고 드디어 초월적 존재가 다시금 내 눈앞에 나타났다.

그 존재는 단순한 인간이라면 누구나 공포에 질리고 경외할 수밖에 없는 그런 초자연적인 기운을 쉴 새 없이 뿜어내고 있었다.

잠시 후, 사방으로 퍼져가는 짙은 어둠 속, 괴이한 형체가 환상처럼 생성되었고.

드디어 모습을 드러냈다.

그그그그······ 그그그그···!

전신을 휘감은 검은 천!

그 천의 날카로운 경사가 칼날처럼 허공을 베는 듯 그 강렬한 기파는 회오리치며 기묘한 주파수가 되어 퍼져나갔다.

비록 공간 제약 때문에 눈앞에 현신한 사신은 불과 3m 정도의 키에 불과했지만.

장내를 뒤덮은 암운만큼이나 그 위압감은 이전과 다를 게 없다.

팔락이는 검은 외형의 흔적들.

그리고 그 기괴한 흩날림에 죽음의 기운은 뭉클뭉클 피어오르고.

현장으로 달려왔던 간호사들은 시간 정지 때문에 움직이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그 죽음의 기운에 고스란히 노출되고 있었다.

마치 환상인지 실재인지 알 수가 없다.

간호사들의 혈색이 창백해지다가 어느 순간 파리한 사자(死者)의 안색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그러나 그걸 보면서도 나는 어떤 해결책도 제시할 수가 없고 또한 감행할 수도 없다.

격이 낮은 내 앞에 더 격이 높은 존재가 강림한 상황이었다.

절대적 법칙에 따라 현재 내 사지는 그대로 굳어 버린 상태다.

그렇듯 그 죽음의 기운이 마침내 도래한 가운데.

검은 로브 속에 얼굴을 가리고 있던 사신이 스르륵 머리를 내밀며 자신의 얼굴을 드러냈다.

이때 나타난 전율!

마치 수천, 수만, 수십만 개에 이르는 수많은 그리고 크고 작은 새카만 동공들!

순간 나는 눈이 커져 버렸다.

다다닥! 다다닥!

그리고 나도 모르게 이가 부딪히며 떨렸다.

내 의지와 상관없는 육체의 반응이다.

확실히 사신의 얼굴은 통상적인 예상과 달랐다.

검은 안개 같이 흩어졌다 다시 모이길 반복하는 그 형체.

그 공간을 가득 채운 눈동자들은 섬뜩한 기운으로 날 오시하는 것 같았다.

[????··· ????????··· ????··· ????··· ????··· ????··· ????···]

아주 이상한 웃음소리들.

그 광소가 광풍처럼 메아리치며 사방 곳곳에서 들려왔다.

동시에 휘릭! 하며 뭔가가 날아들었다.

사신의 손에 들려 있던 시퍼런 낫!

그 낫이 하늘 높이 천장을 벨 듯 치솟았다가.

섬광을 그리며 내 목을 통째로 휘감았다.

그리고 그 날은 서걱! 서걱! 내 목을 조금씩 자르기 시작한다.

투두둑! 뭔가 떨어지는 소리!

나는 아래를 쳐다봤고.

질끈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그리고 이때 내 머릿속으로 전해지는 불길한 목소리들.

[···????··· ????????··· ????··· ????????··· ????????··· ????···]

소름 끼치는 그것들은 여자 목소리, 남자 목소리, 아이 목소리, 노인 목소리 등으로 쉴 새 없이 변했고.

그리고 그 와중에 갑자기 시스템 알람이 들려왔다.

#

[긴급 알림!]

[당신의 영혼을 탐하는 사신]

[사신의 긴급 제안!]

[사람은 언제나 죽는 법입니다. 죽음을 벗어나는 법? 죽음과 손을 잡고, 죽음의 의사가 되세요!]

[특전: 사신의 또 다른 선물]

[당신은 사신의 추종자가 될 수 있습니다]

[당신의 격이 더 높아집니다]

[특전: 아비늉의 능력 증폭기]

[특성 능력치를 하루 3시간 최대 E등급으로 격상할 수 있습니다]

[제안에 수락하시겠습니까?]

그런데 그 괴상한 제안을 갑자기 받게 되자.

바로 이때 내 머릿속은 더 차가워졌고, 의외로 중압감도 덜해졌다.

또한, 내 내면의 이성도 원상회복되었고, 신적 존재가 가했던 정신적 압박감도 한풀 꺾이는 것을 느꼈다.

근데 뭐???

사신의 선물?

에이씨! 그 선물을 다시 확인해 보니.

지난 제안 때보단 선물의 가치가 더 높아지긴 했다.

그런데 나더러 죽음의 의사가 되라고?

그 순간, 복잡한 감정들이 휘몰아쳤고.

그 감정들이 점점 더 거세어지자!

뜻밖의 알람이 다시 떴다.

#

[사신이 흥미롭게 당신을 쳐다봅니다!]

[사신의 제안이 거부되었습니다!]

[사신은 강제 귀환됩니다!]

[경험치 +500]

[경고! 사신 위험 등급 상승!!]

[사신의 유혹 Lv.2···]

[경험치가 높아질수록 위협과 유혹은 크게 증가합니다]

[당신에 대한 물리적 상해는 현 단계에서 적용되지 않습니다]

[사신의 관심 범위가 넓어집니다. 당신의 주변 사람들, 앞으로 그들이 위험해질 수도 있습니다]

[축하드립니다! 긴급 특전이 부여됩니다!]

[특전! 천사의 눈물]

[지난 24시간의 기억을 완벽히 삭제할 수 있습니다. 제한 조건 1회 사용]

[특전! 천사의 깃털]

[사신의 강림을 1회 취소할 수 있습니다. 제한 조건 1회 사용]

그렇게 알람이 끝났고.

사신의 강림이 그렇게 끝나자 모든 게 원래대로 돌아왔다.

다만, 죽음의 기운에 노출됐던 간호사들은 더 없이 얼굴이 창백해졌고 피부에 이런저런 주름도 더 늘어났다.

그런데 여기서 놀라운 점!

이전과 달리 사신의 영향력이 오롯이 실재했다는 것!

그 순간, 나도 모르게 내 목을 만졌고.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고 보면······.

좀 전에 나타난 메시지들은 하나 같이 의미심장하지 않은가.

그리고 천사의 눈물?

천사의 깃털?

근데···.

그러고 보니 사신과 관련된 일들은 이제 안갯속과도 같이 알쏭달쏭하기만 하다.

#

참! 근데 생각해 보니까, 이번 업적 보상이 아직 안 나왔다.

[업적 보상 ??????]

그 알람이 아직 안 떴다.

설마 그 이유가 [차가운 심장, 뜨거운 심장(클래스 A)] 미션과 연계된 탓일까.

새 미션 수락시 업적 보상 내역도 공개되는 상황???

그러나 나는 그 미션을 즉각 수락하진 않았다.

이 시각, VIP실 병동 일이 우선이기 때문이다.

#

그로부터 아침 한나절 내내.

나는 여기저길 불려 다녔다.

VIP실 병동에 괴한이 침범했으며 사람 넷이나 다쳤다.

응급실에 실려 간 그들 중 두 명은 심각한 경추 골절(목뼈 골절) 진단을 받고서 재빨리 응급처치를 받았다.

조금만 더 늦었다면 사망으로 이어질 수도 있는 중대 사건이었다.

나는 보안팀 팀장과 30분 남짓 면담했고.

병원 보직 교수와도 30분 면담했다.

그리고 아침을 먹은 뒤, 한 시간가량 수면 시간을 겸해 대기한 뒤, 경찰 조사도 받게 되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제기된 큰 쟁점!

정말 그자가 2002호실 환자에 대한 살인 의도가 있었냐 그게 아니냐, 그런 원초적 판단 그리고 법률적 판단이었다.

왜냐하면, 제삼자가 이런 판단을 하는 건 따지고 보면 쉽지 않다.

2002호 병실, 그 안에는 별다른 증거가 없었고.

그자가 들고 있던 주사기도 그때 같이 사라져 버렸다.

참고인 진술을 제외하곤 마땅한 물적 증거도 없는 상태.

그 때문에 참고인 조사가 조금씩 길어질 때, 이 컨퍼런스 룸으로 뜻밖의 사람이 찾아왔다.

#

“김 형사님! 강지연 검사님라는 분이 곧 여길 오신다는데요?”

“그게 무슨 소리야? 강 형사?”

“좀 전에 팀장님한테서 전화가 왔습니다.”

병원 내, 소형 컨퍼런스 룸.

나는 그곳에서 참고인 진술을 하던 중, 고개를 돌렸다.

유도 신문을 하듯 계속 나한테 질문을 반복하던 김현철 형사는 이내 정색하며 인상을 팍 썼다.

“강 검사님께 협조하라는 송 팀장님 지시도 있었습니다.”

“협조? 대체 어느 지검에서 나온 건데?”

“수원지검입니다.”

“수원지검?”

김현철 형사의 얇은 눈매가 순간 예리하게 빛났다.

“수원지검이 여길 왜? 여긴 자기 관할 구역도 아닌데?”

“그래서 반장님께 협조 요청을 했다고···.”

김현철 형사는 다시금 인상을 팍 쓰다가 휴대폰을 손에 들었다.

그러나 막 통화가 시작되기 전, 의외로 생각보다 일찍 그 검사가 이곳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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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외투 차림의 검찰 수사관 두 명.

그리고 단정한 정장 차림을 한 젊은 여자.

그런데 여자의 인상이 의외로 밝다.

그리고 얼굴부터 체형까지 완벽한 건강미.

또한, 강렬한 지적 이미지까지.

잠시 후, 상대가 자신의 신분을 밝히자, 김현철 형사 등은 떨떠름한 표정으로 인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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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수원지검 강지연 검삽니다!”

“아··· 네, 저는 강력2팀 김현철 형삽니다.”

그렇듯 간단한 인사가 끝나자, 강지연 검사는 서론 없이 본론을 이야기했다.

“김 형사님. 제가 이제 저분과 이야기를 나눠도 될까요?”

그러자 김현철 형사의 눈썹이 꿈틀거린다.

“저기, 검사님! 협조 요청하신 것은 저도 잘 아는데··· 그렇다고 저희 조사가 아직 끝난 것도 아닌데, 벌써부터 그러시면 좀 곤란합니다.”

“근데 이거··· 지금 단순 참고인 조사가 아닌가요?”

차분하게 묻는 강지연 검사.

“네! 참고인 조사죠! 하지만 저희가 맡은 사건이 어쩌면 생각보다 커질 수도 있고, 그래서···.”

“그래서? 벌써 두 시간째 진행된 거면 이제 충분하지 않나요?”

“네?”

“뭐, 잘 알겠고, 사정도 잘 알겠고, 뭔지도 잘 알겠는데. 이제 그쯤 해서 멈추시죠?”

“네? 그게 대체 무슨 말씀입니까? 저희는···.”

“사실, 좀 전에 오면서 어떤 분한테서 전화를 받았습니다. 용의자 용모 착의 파악도 어느 정도 됐다면서요? 참고인 조사한답시고, 바쁜 의사 선생님 붙잡고 진 빼지 마시고. 필요한 건 서면 조사로 바꾸는 게 어떨까요? 참! 선생님께선 제 의견에 동의하시나요?”

그러면서 현역 검사는 날 쳐다봤다.

그 바람에 나는 약간 놀라며 강지연 검사를 쳐다봤고.

마치 변호사처럼 날 디펜스해주는 강지연 검사를 다시 쳐다본 뒤.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의사 생활을 하다 보면 어쩔 수 없이 관할서 경찰관들을 종종 만나게 된다. 나 역시 경찰을 다루는 법을 잘 안다.

그러나 좀 전의 일은 살인미수 사건이었고. 그래서 나도 수사협조에 열의를 다했던 것이다.

그러나 이 정도면 충분하겠지.

“네! 저도 그걸 원하는 바입니다. 시간도 없고. 이미 충분히 말씀드린 것 같고. 앞으로의 조사는 서면 조사로 대체했으면 합니다.”

그 순간, 김현철 형사의 표정은 바로 구겨진다.

서면 조사는 그저 서면 조사일 뿐.

열혈 수사관의 입장에선 다소 맥 빠지는 일.

그러나 코앞에 버티고 있는 강지연 검사!

할 수 없이 잠시 물러서기로 결정했다.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죠. 협조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잠시 후.

입가에 묘한 미소를 짓고 있는 강지연 검사와 나는 대화를 나누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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