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비한 인턴 01
<44>
“김 선생님! 괜찮으세요?”
놀란 듯 쳐다보는 간호사들.
스테이션에 앉아 있다, 그녀들은 너나없이 일어섰다.
대체 왜 저런 표정들이지.
의아함도 잠시.
김정옥 수간호사가 가장 먼저 뛰어와 내 앞에서 섰다.
“선생님, 정말 괜찮으세요?”
“아, 저요? 괜찮은데요?”
“VIP실 병동에서 큰 난리가 났다면서요?”
“아··· 그게···.”
“선생님, 정말 살인마와 싸웠어요?”
뭐? 내가 싸워?
“네···?”
그리고 이때 스테이션에 있던 간호사들과 입원실에서 나오던 간호사들까지 우르르 내 쪽으로 달려왔다.
아무래도 내가 여기저기 불려가 조사를 받는 사이, 소문이 쫙 퍼졌나 보다.
사람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이야기들. 쉽게 막을 수가 없다.
특히, VIP실 병동 간호사들!
그녀들도 또 다른 의미의 목격자들이다 보니 그녀들의 입을 통해 삽시간에 소문이 퍼진 모양이었다.
즉, 알만한 사람은 다 알게 됐다는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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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살인사건이 될 뻔한 거 맞죠? 2002호실?”
그거까지 알고 있네.
결국, 나는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사이, 흉부외과 간호사들이 내 주변을 둘러쌌다.
“선생님! 어떻게 된 건가요? 선생님이 정말! 살인사건을 막으신 건가요?”
“살인마들이 3층 중앙수술실도 기웃거렸다면서요?”
“다들 소름 돋아서···.”
“선생님! 근데 어떻게 보자마자 살인마를 알아보신 건가요?”
“대체 어떻게 생겼대요?”
“선생님! 다친 데 정말 없으세요?”
“경호원들, 다 죽을 뻔했다면서요?”
“청부 살인? 영화 같은 거, 그런 거 맞죠?”
쉴 새 없는 질문들.
나는 어색한 표정을 지으며 웃었다.
이때, 복도 끝에서 나타난 김재호 선배와 이동욱.
두 사람 역시 날 보자마자 후다닥 뛰어왔다.
“야! 김정민 선생! 괜찮아?”
“정민아, 괜찮아?”
다들 난리다.
하긴, 살인미수의 정황도 확실했고.
보안팀 직원들과 보디가드들이 너무 심하게 다쳤다.
단 몇 수만에 제압당했지만, 하나 같이 급소를 가격당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용의자는 신분까지 위조해서 VIP실 병동을 침범했다.
듣기론, 지난 11월 1일자, 흉부외과 펠로우로 발령된 강중연 선생을 사칭했다고 한다.
그 때문에 강중연 선생은 영문조차 모른 채 경찰 조사를 받았다고 한다.
근데 놀라운 점!
그자는 보안팀 직원들마저 속을 정도로 진본이나 다름없는 의사 명찰을 하고 있었다니.
누가 봐도 살해 의도를 의심할만한 합당한 근거들. 그 근거들이 곳곳에 존재하고 있었다.
“전 운이 좋았습니다. 다친 데도 없고요.”
그러자 김재호 선배는 웃으며 내 어깨를 꼭 잡았다.
“야! 이제 넌 하다 하다, 살인사건까지 막아?”
“선배님, 그건 어쩌다가···.”
“근데, 2002호 환자! 응급처치한 사람도 바로 너라며?”
그 순간, 나는 눈이 약간 커졌다.
대체 그건 또 어떻게 알았지?
내가 한유나씨를 응급처치한 건 아무한테도 말하지 않았다.
비록 임페리얼 서울 호텔에서 응급실까지 119 앰뷸런스를 타고서 같이 움직였지만.
그 사실은 응급실 조은하 선배를 제외하곤 누구도 알지 못한다.
에이씨!
그렇다면 조은하 선배가 그 이야기를 김재호 선배한테 흘린 걸까.
하긴, 조은하 선배도 VIP실 병동 사건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을 것이다.
그래서 김재호 선배한테 귀띔한 걸까.
정말 그런 건지는 알 수 없으나.
어쨌든 김재호 선배도 알게 됐다는 게 중요하다.
그런데 문제는 거기서 끝난 게 아니다.
하필, 이 자리에서 김재호 선배의 입을 통해 그 이야기가 나오자, 간호사들까지 놀란 눈으로 날 쳐다봤다.
간호사들도 그 이야기까진 듣지 못했던 모양이다.
이거 어떡하나.
내가 그 호텔에 갔다는 거.
특히, 상문그룹 서정국 회장의 회갑연에 참석했다는 것.
그건 보통 사람들한텐 쉽게 일어나기 힘든 일이다.
“와! 진짜예요?”
“선생님! 대체 어떻게 된 거죠?”
“한유나 환자! 정말 선생님이 응급처치하셨어요? 진짜요?”
“혹시 저번, 그 오프 때?”
“낙하산 오프? 그거 말하는 거 맞지?”
“그거 김 선생님한테 갑자기···.”
무척 소란스러워졌다.
그리고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서 날 쳐다보는 간호사들.
이동욱 역시 그런 눈초리로 날 쳐다봤다.
사실, 한유나가 신라그룹 한태산 회장의 막내딸이라는 건, 병원에서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사실이다.
그런데 그런 한유나를 응급처치했다?
어떻게 알고?
어떻게 만났고?
특히, 재벌가의 혈족이 있는 자리에 내가 있었다는 건 누가 봐도 의아한 일임이 틀림없다.
문제는 이런 것들에 대해 하나하나 대답하다 보면···.
결국, 김윤상 의원이 성국대 병원을 방문했고.
병원장, 아니 현직 부총장을 예방했다는 사실까지 튀어나올 수밖에 없다.
순간, 나는 본능적으로 머리를 긁적이다가 서둘러 변명거리부터 떠올렸는데.
그런데 이때!
스테이션 전화기들이 요란하게 울렸다.
몇몇 간호사들이 뛰어가 전화를 받았고, 곧이어 서둘러 외쳤다.
“김정민 선생님! 박윤후 교수님 호출입니다!”
“여기! 김완기 과장님도 찾으세요!”
“기조실장님께서 지금 호출하셨는데···.”
“부총장님 비서실에서 지금 찾으세요! 빨리 비서실에···.”
그렇듯 갑자기 여기저기서 날 찾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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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바로 그 시각, 경찰서 강력2팀 사무실.
팀장 송종태 경감은 노크 소리와 함께 자신의 오피스로 들어오는, 구깃구깃한 잠바 차림인 김현철 형사를 힐끔 쳐다봤다.
검토하던 서류에서 눈을 뗀 그는 송충이 같은 눈썹을 꿈틀거리며 즉시 입을 열었다.
“어때? 상황 파악은 좀 됐나?”
그러자 김현철 형사는 인상을 팍 썼다가 잠시 후 날카로운 눈매를 번득이며 상황 설명을 했다.
“우선··· 한유나씨는 의식을 회복했다고 좀 전에 연락이 왔습니다. 근데 말을 할 수도 없고, 그래서 전반적인 상황 파악하려면 아무래도 시간이 더 걸릴 것 같습니다.”
“다른 피해자들은?”
“보안팀 직원들과 경호원들도··· 뭐, 정신을 차리긴 했는데. 뇌진탕 등이 좀 있어 수사가 아직 힘듭니다.”
“그럼 그 젊은 의사? 인턴이라고 했지? 그 의사는?”
“그게 좀···.”
순간, 더 심하게 미간을 찌푸리던 김현철 형사는 곧이어 입을 열었다.
“뭔가 좀 이상해서 말입니다. 참고인 조사를 빡세게 해 봤습니다. 2002호실 근처에 있던 사람들은 다 쓰러졌는데, 자기 혼자만 멀쩡하고···. 그래서 유도 신문도 해 봤고, 최 형사를 통해 각 복도, 엘리베이터 CCTV 등도 확인해 봤습니다. 근데 존나 이상한 게··· 그 의사 진술이랑 동선이 얼추 일치합니다.”
“야! 그게 무슨 말이야! 동선이 일치하다니?”
“3층 중앙수술실 복도 CCTV! 단 몇 초 차이로, 용의자 엘리베이터 놓친 거, 그것도 확인됐습니다. 수술 끝나고 엘리베이터 쪽으로 가다가, 수상 거동자를 봤다는 진술, 그것과 일치합니다.”
“그럼 문제가 없잖아?”
“아니, 뭐 그건 그렇다고 쳐도, 팀장님! 어떻게 용의자가 그 의사한텐 손을 안 썼을까요? 2002호실로 그냥 확 뛰어들어갔고. 정체불명의 액체를 주사하는 걸 제지했다고 하는데. 그냥 두고 간 게 영 이상하지 않습니까?”
“그래서 뭐라고 말해?”
“그냥 무서워서 바닥을 굴렀답니다. 곧이어 경호원들이 안으로 들어왔고, 곧바로 격투 뒤, 용의자는 그대로 밖으로 도주했다고 하고···.”
“그래서?”
“근데 그 용의자 솜씨가 보통이 아닙니다! 단숨에 경호원들을 제압하는 게, 어디 보통 실력입니까? 더군다나 그 새끼들, 엘리베이터 CCTV 확인 결과, 한 명은 주변 확인만 하고 내려간 것 같고, 다른 한 명은 범행을 직접 했습니다. 두 시간 전부터 여기저기 염탐한 거, 병원 CCTV 자료에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그래서 결론이 뭔데?”
“그게, 팀장님! 용의자의 주사기를 똑똑히 봤다고 하는데. 그러나 간호사들은 전혀 모른다고 했고. 그런데 그 의사 말이 정말 맞다면, 계획된 범행이 맞고 용의주도함까지 있습니다. 그러면 대체 왜! 그 의사를 그냥 내버려 뒀을까요?”
그런데 그 순간.
갑자기 표정이 확! 일그러지는 송종태 팀장.
그러나 그것도 잠시.
그의 입에선 불호령이 거침없이 튀어나왔다.
“야! 이씨! 김 형사!! 너 지금 또 뭐 하는 거야!! 또! 또! 또! 그 관심병 도졌어? 뭘 그렇게 집착해!! 야! 무서워서 피했다며? 그 새낀, 도주하기도 바쁠 텐데. 피하는 놈까지 왜 때려잡아?”
“아이씨! 그게 그렇겠죠?”
“인마! 당연한 걸 왜 물어?”
“에이씨, 죄송합니다.”
“그래서 증거는?”
“뭐, 용의자가 흘린 것으로 추정되는 핏자국이 있어 채취한 뒤, 국과수에 의뢰했습니다.”
“확실히 용의자 것은 맞아?”
“격투 중에 다친 것 같은데, 의사가 봤다고 진술했습니다.”
“그럼 용의자 흔적도 있고, 애매하지만 CCTV를 통해 얼굴 윤곽도 대충 파악됐고?”
“그렇지만 완벽하게 식별된 건 아닙니다.”
“그래도 용의자 얼굴을 본 사람들도 있잖아! 몽타주는 바로 나오겠네?”
“그건 걱정 없습니다. 다만, 용의자들이 너무 프로 같아서···.”
“프로? 살인 청부업자?”
“네! 아시다시피 한유나씨가 신라그룹 한태산 회장의 막내딸 아닙니까?”
“으음.”
잠시 미간에 깊은 골이 파이며, 뭔가 생각하는 송종태 팀장.
“근데 용의자가 급소만 때렸다며?”
“네!”
“그거 좀 악랄하지 않아? 야! 추가적으로 그 살인미수 혐의도 검토해 봐!”
그러고는 잠시 더 뭔가를 생각하던 송종태 팀장.
그리고 잠시 기다려주던 김현철 형사는 갑자기 뭔가 떠오른 듯 화제를 바꿨다.
“근데, 팀장님! 수원지검 검사는 왜 갑자기 나타난 겁니까?”
그러자 송종태 팀장은 입꼬리를 비틀며 손을 저었다.
“인마! 그건 모른 척해! 위쪽 일이야! 위쪽 일!”
“위쪽 일? 대체 그게 뭡니까? 팀장님!”
“야! 새끼야! 위쪽 일이란 게 다 위쪽 일이지! 니가 알아서 뭐 하게?”
“설마 무슨 빽 같은 거?”
“야! 새꺄! 자꾸 뭘 그렇게 알려고 해? 대충 알아듣고 모른 척해! 괜히 위쪽 일 건드렸다간 뒤지는 거 알지?”
김현철 형사가 인상을 팍 쓰자, 송종태 팀장은 더는 들을 것도 없다는 듯 어서 꺼지라는 손짓을 했다.
“이제부턴 병원 반경 3km까지 넓혀 탐문 수사 시작해! 그 새끼들! 분명히 뭔가 더 흘렸을 거야!”
한편, 더는 이야깃거리가 없어진 김현철 형사. 그는 쓴 미소를 짓다가 후배 강길수 형사한테 눈짓했고.
두 사람은 뭔가 조용히 투덜거리며 밖으로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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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또 그 시각.
신라그룹 한태산 회장의 3남 한윤형.
아주 심각한 표정인 그는 일단의 경호원들과 함께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마자 빠른 걸음으로 걸었고.
잠시 후, 그들은 성국대 병원 20층 VIP실 병동 스테이션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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