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했더니 의사가 능력을 가짐-46화 (46/145)

수처의 신 02

<50>

“교수님! 저희 수술은 잘 마무리됐습니다. coronary arteries(관상동맥)의 acute occlusion(급성 폐색)은 CABG(coronary artery bypass grafting) 관상동맥우회술 방식으로 치료했고 off-pump 심장박동 상태에서 진행했습니다.”

아주 침착하게 말하는 40대 중반의 스타 교수, 최현호 교수.

그는 우아한 미중년의 모습에 탄탄한 어깨, 근성도 아주 대단한 사람이다.

최현호 교수가 이곳 병원에서 레지던트 과정을 밟을 때 세웠던, 수술방 5일 연속 밤샘 수술 기록. 그건 아직도 깨지지 않고 있었다. 거의 잠을 자지 않고서 5일이나 버틸 정도로 그는 체력, 근성 면에서 아주 대단한 의사다.

그런 노력과 열정.

그게 바로 그가 스타 교수가 되는데 일조했다

“특이 이벤트는 없었어요?”

윤미연 교수가 다시 묻자, 최현호 교수는 고개를 저었다.

“미세 혈관 문합 과정이 좀 힘들었지만, 다행히 수술은 잘 끝났습니다.”

최현호 교수는 그렇듯 덤덤하게 말했으나.

나는 즉시 그 상황을 알아차렸다.

인상이 좋고 서글서글한 눈매의 최현호 교수.

그러나 그의 실력은 보통이 아니다.

과거, 레지던트 과정 중의 나는 이것저것 일들이 너무 많아 그의 진짜 술기를 배울 기회를 얻지 못했다.

내가 아는바, 그가 지닌 미세 혈관 문합 기술은 아마도 성국대 병원 흉부외과 교수들 중에서 단연 으뜸일 것이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격렬하게 뛰는 심장박동 상태에서 미세 혈관들을 문합하는 건 그 자체가 무척 힘든 일인데.

그걸 손쉽게 해낸 것이다.

반면, 완전순환정지(total circulatory arrest) 하에서 CABG 시술은 그 난이도가 조금 떨어지게 된다.

그럼에도 최현호 교수는 일부러 off-pump(심장박동 상태)에서 CABG(coronary artery bypass grafting)를 시술했다.

후반부 수술을 맡은 윤미연 교수의 심장 수술에 비중을 뒀기 때문이다.

이런 완전순환정지법의 최대 허용 시간은 대략 한 시간 정도.

이를 넘어서게 되면 돌이킬 수 없는 뇌 손상이 발생할 수 있다.

그 때문에 그는 완전순환정지(total circulatory arrest) 방식의 공을 모조리 윤미연 교수에게 넘긴 것이다.

“···혹시 이벤트 발생하면 즉시 연락 주세요. 저는 밖에서 대기하고 있겠습니다.”

야간 콜을 받고 병원으로 달려왔던 최현호 교수.

수술은 끝났음에도 이번 수술 환자가 가진 거대한 무게감 때문에 여전히 긴장감을 풀지 않는 모습이었다.

#

현재 총 수술 시간, 2시간 56분.

심폐 바이패스, 92분 경과.

“이제 다음 수술을 시작하겠습니다. 앞서 회의한 대로, 몇 개의 교정술과 심실류 봉합술(endoaneurysmorrhaphy) 등을 시행할 거고, 그 과정 중에 모두 수술에 최선을 다해 임해주시기 바랍니다.”

윤미연 교수는 진지하게 말한 뒤 즉시 집도를 시작했다.

이미 충분한 개흉이 된 터라, 개흉 작업은 따로 필요치 않았다.

곧바로 시작된 건, 완전순환정지를 위한 기초 작업들.

이 작업들이 끝나고 나면 완전순환정지 상태에서 심실류 봉합술 등이 시행될 것이다.

#

“메스!”

“석션!”

“양 선생, 출혈 좀 잡아.”

“석션!”

“김 선생, 거즈!”

“다시 메스!”

“클램프 3개!”

“캐뉼라(cannular) 주세요.”

윤미연 교수의 손놀림은 갈수록 빨라지기 시작했고.

어시들과 스크럽 널스 역시 점차 바빠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 와중에 좀 더 명료하게 보이는 한태산 회장의 심장 모습!

근데 심장 상태가 확실히 안 좋아 보인다.

현재 심정지 상태에서 수술이 진행되므로 좀 더 명료하게 그 상태가 보이는데.

그래서 나는 한태산 회장의 심장을 좀 더 냉정히 쳐다봤다.

그러고 보면 저 심장으로 거대한 신라그룹을 일구었고.

신라그룹 혈족 내, 심각한 갈등과 온갖 분란을 일으킨 것도 바로 저 심장이었다.

그런데 저 심장은 지금 무척 힘들어하고 있었다.

#

보통, 급성 심근경색이 발생하게 되면, 심장 구조도 대체로 큰 영향을 받게 된다.

심장의 수축 및 이완이 비이상적인 활동성을 보이게 되고.

심실의 수축력 저하 외에도 좌심실 일부가 동맥류성 확장을 보여 비대하게 늘어나게 된다.

결국, 좌심실 기능 저하 및 반대 심실에도 악영향을 주고.

또한, 심실 파손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그러다 보니, 이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보통 dyskinetic aneurysm 위치를 단순 절제하고 봉합하는 심실 절제술이 이 시대에 종종 활용되고 있으나.

이건 생각보다 수술 후 예후가 좋지 못한 방식이었다.

이런 점들을 잘 아는 윤미연 교수님.

그녀는 몇 군데 심막 절제 및 봉합 등의 여러 과정을 거친 뒤, 궁극적으로 심실류 봉합술을 시행하기로 결정한 상태다.

#

“Total circulatory arrest(완전순환정지) 이제 시작합니다!”

누군가 외치는 그 말에 모두 경각심을 가지고서 집중했다.

이제부턴 최대 한 시간 이내, 그 시간 안에, 되도록 심장 수술을 마무리해야 한다.

이미 심정지액은 주입되었고.

인공심폐기를 통해서만 혈류가 흘러가게 된 상황이다.

“메스!”

약간 긴장한 듯 경직되게 외치는 윤미연 교수.

스크럽 널스로부터 메스를 즉시 건네받은 그녀는 잠시 후 예리한 안광을 번득이며 위치를 잡았고.

이것저것 주변 조직 박리를 거쳐 승모판엽 부위까지 접근했다.

곧이어 그녀는 잠시 주저하는 듯하다가 바로 과감해졌다.

심근경색으로 인해 손상된 승모판엽.

그 부위를 메스로 쓱! 제거했다.

이게 바로 승모판 치환술의 시작이다.

곧이어 인공판막을 넣은 뒤 봉합하는 수처 작업을 신속하게 진행했다.

그렇게 수처를 완전히 마친 뒤.

곧이어 다음으로 주목한 것은 바로 심장 삼첨판(tricuspid) 부위!

보통, 삼첨판(tricuspid)은 우심방과 우심실 사이에 위치하고 있으며.

우심실로 들어간 혈액이 우심방으로 역류되는 것을 막는 중요 기능이 있다.

그리고 이 기능을 유지하는 데 있어 유두근(papillary muscle)과 건삭(chorda tendinea) 등이 중요 역할을 하게 된다.

그런데 심장마비가 일어난 이후부터 한태산의 회장은 그 상태가 더 좋지 못한 듯.

유두근 안쪽이 찢어져 있었고.

일부 파열 소견도 발생해 있었다.

다시 말해서, 심장마비는 갑자기 발생한 것이지만, 심근과 심막 등의 상태는 결코 하루아침에 나빠진 게 아니라는 말이다.

오래된 스트레스와 각종 지병들.

이런 것들이 계속 누적됐을 테고.

장시간에 걸쳐 악화되었을 가능성이 있다.

하긴, 저러니, 내가 아는 회귀 전의 한태산 회장은 신라병원에서 심장 수술을 받은 뒤, 대략 육 개월간 코마 상태로 투병하다가 결국 사망했다.

당시, 질환 자체가 워낙 명확한 터라.

그저 성대한 장례식을 치른 뒤 그는 세상에서 완전히 사라졌다.

#

“석션!”

“수처도 준비하고!”

한편, 윤미연 교수는 펠로우 양종규 선생의 어시를 받으며 파열 부위에 대한 수처를 이어나갔다.

“지혈!”

그리고 곧 시행된 것은 반 매몰 방식의 수평 석상 봉합술(half-buried horizontal mattress suture)!

아주 노련하게 손놀림이 이어지더니 그녀는 곧이어 승모판 치환술을 마쳤다.

그리고 이제 좌심실 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

“근데 교수님! 이쪽에 석회화 이벤트가 좀 있습니다. 확인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펠로우 양종규 선생은 이때 뭔가를 놓치지 않고 코멘트했는데.

의아해하며 쳐다보던 윤미연 교수는 이내 강한 눈빛을 드러내며.

심내막 쪽 석회화 부위를 깨끗하게 제거했다.

“이쪽도 있습니다!”

또 진행된 제거 작업들.

그렇게 시간들을 잠시 보내다가.

그리고 잠시 뒤.

위치를 옮겨, 심실류 봉합술을 시행했다.

#

“저기 보이지? anteroapical wall(전벽 첨부) 쪽! 여기저기 많이 튀어나온 것들! posterior wall(후벽) 쪽에도 좀 있고···. 역시 상황이 안 좋아. 약간의 블리딩 징후까지 있고.”

윤미연 교수는 날 쳐다보고 위치를 손으로 가리켰고···.

이때, 내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바로 처치를 시작했다.

그때부터 그 경계 부위를 중심으로 anteroapical wall(전벽 첨부)과 posterior wall(후벽) 쪽 일부를 차례로 매끈하게 절제했다.

사실, 이번 처치는 절제 없이 수처만으로 진행하려고 했으나.

직접 보게 된 심실류의 상태가 생각보다 나빴고.

그래서 그녀는 직접적인 절제를 우선적으로 선택했다.

“윤 교수님! 단순 블리딩 좀 있으며 블러드 클랏(혈전)도 보입니다.”

펠로우 양종규 선생은 계속 주변을 살핀 뒤 코멘트했고.

말없이 자신의 일을 이어가던 윤미연 교수는 곧이어 가장 핵심적인 작업을 시도했다.

즉, 좌심실 파열 부위에 대해서 ‘테프론 펠트’를 이용한 수평 석상 봉합술(horizontal mattress suture)을 직접 진행한 거다.

이후, 그녀는 패치를 꺼내 덧대는 방식으로 재봉합하며.

마침내 심실류 봉합술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고 있었다.

그 와중에 시간은 아주 빠르게 흘러간 상태다.

#

현재 총 수술 시간, 4시간 15분.

심폐 바이패스, 171분 경과.

완전순환 정지, 43분 경과.

“자! 이 정도면 됐겠지?”

어느덧 가장 위험한 위치에 대한 처치가 마무리되자.

목소리가 한층 밝아지는 윤미연 교수.

“네, 교수님, 현재까진 다른 문제는 없어 보입니다.”

고개를 끄덕이는 펠로우 양종규 선생.

두 사람은 각자 나름 만족하는 눈빛들이었다.

그러고 보면, 최현호 교수에 이어 윤미연 교수로 이어지는 드림팀의 수술.

무척 성공적이었고.

이제 완전순환정지(total circulatory arrest)를 해제해도 되는 그런 상황이었다.

세컨 어시인 나 역시 그런 분위기에 동조했는데···.

대략 확인된바, 전체 수술 과정이 나쁘지 않았고.

처치 과정도 아주 깔끔했다.

수술 중에 단 하나의 실수조차 없었고.

이 정도면 모든 것들이 아주 성공적이다.

그럼에도 나는 혹시나 하는 생각에.

마지막으로 내가 가진 특성 [베살리우스의 눈(B)]을 즉시 발동시켜봤다.

현재 개흉 상태였고.

피부 장벽도 없었다.

침투 제한이 있는 그 특성은 현재와 같은 개흉된 수술 상황 중엔 즉각 유효한 상태가 되었다.

#

[베살리우스의 눈(B)]!

[병변 부위를 구분할 수 있습니다]

[제한 조건: 성공 확률 85%, 침투 깊이 제약]

그렇듯 85% 확률 짜리 전용 특성이 즉각 발동되자.

환자의 바로 위쪽!

그 허공에 동일한 신체 투영체가 환상같이 형상화되었다.

그런데 바로 그때.

갑자기 나는 깜짝 놀랐다.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