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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했더니 의사가 능력을 가짐-48화 (48/145)

열정의 인턴 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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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듯 모든 수술은 잘 되었습니다. 회장님은 회복실로 들어가셨고, 특이 사항은 없습니다. 향후 모든 가능성에 염두에 두고 저희 의료진은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윤미연 교수는 성국대 병원을 대표해서 이번 수술 결과에 대해 한윤기 부사장과 한윤형 전무에게 설명했고.

발표 내내, 이마에 송골송골 땀이 맺혀 있던 그녀는 그 표정만큼은 내내 담담했다.

한편, 그런 표정 때문에 한윤형 전무는 더 큰 확신을 갖게 된 듯.

입가엔 환한 미소가 피어오르고 있다.

반면, 한윤기 부사장!

그는 무표정함을 유지하되 한 번씩 눈썹이 꿈틀거렸다.

사실, 이번이 기회였으나 그는 결국 실기(失機)하고 말았다.

만약, 이번 일로 아버지 한태산 회장이 유고했다면, 각 지분 우호 세력을 고려했을 때 자신은 당당히 그룹 총수직에 올라섰을 것이다.

그러나 모든 게 틀어졌다.

왜냐하면, 수술이 잘 됐다고 한다.

아버지가 다시 복귀할 가능성도 생겼다.

물론, 크게 손해 볼 건 없음에도 아쉬움이 크게 남을 수밖에 없다.

거기다가 이것저것 마음에 걸린 것들도 많다.

이번 성국대 병원 이송 과정에서 온갖 잡음들이 있었다.

특히, 아버지의 첩(셋째 부인) 손미희 여사, 그년이 갑자기 주도적으로 움직였다. 그리고 모든 일들이 갑자기 꼬여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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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듣기론 VIP실 병동에 문제가 있다고 하던데, 그쪽 보안은 괜찮겠습니까?”

한편, 눈꼬리가 하늘 높은 줄 모르게 치솟던 한윤형 전무는 억지로 마음을 달랜 뒤 그렇게 물었다.

그러자 윤미연 교수는 바로 고개를 돌려 병원 기획조정실장 정태석 교수를 쳐다봤다.

병원 기획조정실장 정태석 교수가 앞으로 나섰다.

“그건 염려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현재 상주 보안팀 인원이 크게 확대됐습니다. 기존 인원 2명에서 10명으로 인원 숫자를 대폭 늘렸고. 관할 경찰서와 긴밀한 협조망도 확보해둔 상태입니다. 그리고··· 엘리베이터 및 비상구 앞으로 간이 출입구가 곧 설치될 예정이고. VIP실 병동 면회자는 신분 확인과 사인을 반드시 받도록 하되, 입원 환자와 그 가족의 확인이 있을 시에만 면회가 허락될 예정입니다.”

“근데 10명? 하, 그것참! 그것도 좀 적지 않습니까?”

“음, 그렇습니까? 으음··· 그럼, 좋습니다! 그럼 제가 즉시 조정해서 인원을 당분간 20명으로 확대하겠습니다!”

아주 과한 제안.

그 순간, 정태석 교수는 돌발적으로 보안팀 인원을 확 늘려버렸다.

병원 상황상 쉽지 않은 일이지만.

충분히 박인환 부총장을 설득할 수 있다고 그는 생각했다.

이번에 VIP실 병동으로 옮겨가는 환자는 바로 한태산 회장이 아닌가.

더군다나 보통 땐 늘 비어있는 2001호실. 거기에 들어갈 VVVIP 환자가 생겼다.

사실, 특급 호텔 프레지덴셜 스위트 룸이나 다름없는 2001호실은 치료 비용을 제외한 순수 하루 입원비만 해도 무려 2천만 원이 넘는다.

그런 비용적인 면을 별개로 하더라도.

신라그룹 한태산 회장이 자신의 신라병원을 놔두고 이곳에서 수술을 받았고 또한 여기 입원했다는 건, 그 자체만으로도 그 가치가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조만간 각종 보도들이 나가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때 성국대 병원은 다시금 세상의 큰 주목을 받게 될 터.

특히, 성국대 병원 흉부외과!

아마 명의를 쫓는 전국 각지의 환자들이 거기로 몰려들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 바로 그때.

누군가 다가왔고 정태석 교수의 귀에 뭔가 이야기했다.

그러자 바로 표정이 밝아지는 정태석 교수.

“하하, 지금 회복실로 한번 가보시겠습니까? 바이탈이 아주 좋다는 소식입니다. 아직 의식 회복 단계까진 아니지만, 곧 2001호실로 트랜스퍼하는 것도 가능할 것 같습니다. 가시면서 또 이야기 나누시죠!”

그러면서 정태석 교수는 손짓했고.

냉담한 얼굴의 한윤기 부사장과 씩 웃는 한윤형 전무는 가볍게 윤미연 교수에게 인사한 뒤, 정태석 교수와 함께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신라그룹 비서팀 직원들도 함께 우르르 움직이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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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우···!!

한편, 발표를 마친 윤미연 교수.

그녀는 뒤늦게 긴 한숨을 내쉬었다.

이제 진짜 끝났다.

그것도 정말 무사히.

수술 막판에 큰 소동도 있었지만.

그럼에도 지금 환자가 정말 괜찮다고 하니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수술이 정말 성공한 것이다.

몇 번이고 돌이켜봐도 더는 실수가 없었다.

비록 한태산 회장의 심장이 노령 등의 이유로 완벽하진 않지만, 당분간 문제가 없을 것이다.

한태산 회장의 나이와 스트레스는 자신이 어찌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때, 갑자기 온갖 피로가 밀려들었다.

어깨를 짓누르던 압박감이 사라지면서 온몸이 아프기 시작했다.

식은땀도 났다.

사실, 이번 수술은 단순히 환자의 생명을 구하는 일이 아니다.

성국대 병원의 자존심이 걸린 일!

성국대 병원이 새롭게 도약할 기회이기도 했다.

모든 부담감이 자신의 어깨 위에 있었고.

수술 시작부터 약간 긴장이 되기도 했다.

아마 최현호 교수도 마찬가지일 터.

그래서 그는 수술방 옆, 사무실에 머물며 수술이 다 끝날 때까지 거길 떠나질 못했다.

그럼에도 결국, 수술은 성공적!

물론, 마지막 순간 가장 큰 공을 세운 이는 바로 흉부외과 인턴 김정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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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음. 김정민?”

잠시 그 이름을 독백하듯 되뇌어 보던 윤미연 교수는 자신도 모르게 씩 웃고 만다.

이 녀석, 진짜 천재다.

타고난 외과 의사.

수처 실력이 이미 최상위 실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자신의 컨디션이 좋을 때도 저 정도 실력이 나올 수가 없다.

빠르기도 하지만, 아주 정교하다.

한 치의 흐트러짐이 없이 그 촉박한 일들을 그는 순식간에 해냈다.

하나를 알려주면 열을 깨우치는 듯한 그 비상한 머리.

도대체 저런 녀석이 왜 이제야 두각을 나타냈을까.

문득 윤미연 교수는 김정민의 의대 성적을 확인해 보고 싶어졌다.

도대체 원래 어떤 놈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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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님, 수고 많으셨습니다.”

순간, 그녀는 고개를 돌렸다.

씩 웃고 있는 최현호 교수.

그 즉시 윤미연 교수도 웃었다.

“최 교수님도 수고 많으셨습니다. 앞선 수술이 너무 잘 돼서 저도 큰 도움을 받았습니다. 감사합니다.”

“아, 아닙니다. 교수님. 참! 저도 대충 후반 상황 이야길 들었는데··· 막판에 아주 위급했다고 들었습니다. 역시 대단하세요! 가성 심실류까지 잡아내셨다니! 진성과 가성이 교묘하게 동반된 상황은 그걸로 그냥 논문감이 아닙니까?”

논문감?

그럴 수도 있겠다.

논문에 낼 수도 있겠다.

케이스가 희귀하기도 하지만, 치료 과정도 흥미로웠으니까.

“근데 저보단··· 어시들이 너무 잘해줘서 상을 준다면 그 사람들한테 줘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러자 갑자기 두 눈을 반짝이는 최현호 교수!

“교수님, 그 친구 말입니까?”

“네?”

“인턴 김정민 선생!”

“······.”

어? 어떻게 알았지?

순간, 윤미연 교수는 최현호 교수를 빤히 쳐다봤다.

무언가 이글이글 불타는 듯한 미중년 최현호 교수의 모습.

그는 욕심도 많고, 열정도 대단한 중진급 교수다.

안식년(연구년) 허락을 받으면 반드시 미국 최상급 병원으로 연수를 가겠다는 그런 의지를 가진 그런 사람.

그래서 그 순간, 윤미연 교수는 자신도 모르게 속으로 ‘안돼!’를 외치고 말았다.

흉부외과의 다섯 스타 교수들.

그중에서 최현호 교수도 나름 인기가 폭발적인 사람이 아닌가.

혼자서 뭐든 잘하다 보니, 수술 중 어시들조차도 편안하게 여기는 교수다.

그래서 인기가 높다.

그런데 그런 최현호 교수가 김정민한테 관심이 커졌다는 건···.

하물며 서철성 교수도 김정민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인데.

갑자기 윤미연 교수는 김정민을 절대 뺏기고 싶지 않다는 그런 욕심이 생겼다.

이전에는 없었던 그런 욕심.

“저기, 선생님!”

순간, 윤미연 교수의 목소리가 약간 커졌고.

이때, ‘교수님’ 보다는 좀 더 친근한 어감인 ‘선생님’이란 호칭을 썼다.

“근데, 어디서 들으셨는지 몰라도, 김정민 선생이 대단한 친구인 건 맞습니다. 하지만 그 친구는 앞으로 너무 바빠질 것 같은데. 죄송한데 선생님께서 조금 양보해주시면 안 될까요?”

“네? 제가 양보를요? 교수님, 그게 말씀이신지?”

최현호 교수는 정색했고.

그러자 윤미연 교수는 정신을 집중하며 계속 말했다.

“사실, 선생님은 혼자 수술을 잘 하시지 않습니까? 그러나 저는 그렇지 않습니다. 서철성 교수님도 그렇고, 그리고 박윤후 교수님 수술도 그렇고. 그런 수술 건까지 생각한다면 김정민 선생이 투입될 수술 건수가 정말 엄청납니다···.”

그러니까 늦게 탑승하려는 너는 꺼져라! 바로 그 말이다. 그걸 완곡하게 표현하려던 윤미연 교수는 이내 낯이 뜨거워졌다. 평소, 자신이 이런 말을 하게 된 줄을 전혀 생각지도 못했는데. 그럼에도 이런 일이 발생한 것이다.

“아아, 그, 그러시군요. 근데 사실··· 저도 슬슬 나이를 먹다 보니, 혼자 수술하는 게 좀 힘이 부칩니다. 그래서 드리는 말씀인데, 그렇다면 제가 김재호 선생한테 이야기해서 앞으로 스케쥴을 잘 조율해 보겠습니다.”

에이씨. 그게 아니잖아!

순간, 윤미연 교수는 속으로 고함을 질렀다.

그러나 그걸 겉으로 드러낼 수는 없다.

그녀는 겉으로 씩 웃으며 다시 말했다.

“네. 그럴 수도 있겠죠. 근데, 선생님! 이것도 아셔야 합니다. 이쪽 수술하면서 현재 김정민 선생한테 저희가 가르치는 것들도 좀 있고. 더군다나 김정민 선생의 신분이 레지던트가 아니라 인턴입니다. 조만간 전공 지원도 있을 텐데. 너무 과하게 쓰다간 그 친구가 어떻게 될지 알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그 전까지, 선생님께서 좀 양보해주시면 안 될까요?”

그러자 최현호 교수의 두 눈이 약간 흔들렸다.

그리고 뭔가 곰곰이 생각하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였고.

최현호 교수는 한 발 뒤로 물러섰다.

사실, 윤미연 교수의 저 말은 틀린 말이 아니기 때문.

인턴을 너무 혹사했다가.

그가 다른 과로 넘어가 버리면,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격이 되어버린다.

“네! 알겠습니다. 그리고 생각해 보니까 제가 너무 성급했던 것 같습니다. 그럼 교수님께서 꼭 잡아주십시오! 꼭 흉부외과로 받아야 합니다! 꼭! 입니다! 꼭!”

그렇듯 몇 번 더 강조하던 최현호 교수는 가볍게 고개 숙여 인사한 뒤 자리를 뜨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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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우.

그리고 잠시 뒤.

다시금 길게 한숨을 내쉬는 윤미연 교수.

오늘은 몇 번이고 별의별 위기가 찾아오는 것 같다.

그럼에도 그 위기를 모두 다 잘 넘겼다.

그러다가 문득 그녀는 정신을 차리고서 현재 시각을 확인했다.

맙소사, 시간이 벌써 이렇게 됐나.

새벽에 콜을 받고 병원에 들어왔는데.

어느덧 점심 무렵이 가까워지고 있다.

이미 병원 바깥은 환하게 밝아진 상태.

‘내가 이럴 때가 아니지. 외래가 아마 1시부터일 텐데.’

서둘러 씻고 밥도 먹어야 한다.

오후 1시부터 외래 스케쥴이 잡혀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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