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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했더니 의사가 능력을 가짐-50화 (50/145)

춤추는 메스 01

<54>

[미션, 차가운 심장, 뜨거운 심장(클래스 A)를 완벽히 완수하셨습니다! 업적 보상으로 보유 특성 중 한 개에 한하여 등급을 상승시킬 수 있습니다]

[등급 상승을 원하는 특성을 제시하기 바랍니다]

며칠 전에 나타났던 이 알람.

어느덧 아침 7시 30분.

교수님들의 병동 회진이 끝난 뒤 나는 스테이션 모니터 앞에 앉아 차팅을 시작하다가.

잠시 턱을 쓰다듬으며 생각에 잠겼다.

현재 등급 상승을 잠시 보류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조금 쉬고 싶어서.

몇 번 미션을 거치면서 나도 이제 시스템 미션 흐름을 어느 정도 파악한 상태다.

내가 등급 상승할 전용 특성을 제시하고 나면, 분명히 다음 미션이 튀어나올 게 분명하다.

현재까지의 흐름은 늘 각 미션이 서로 물리고 물리는 식이었다.

그러고 보면, 앞선 한태산 회장의 수술 이후, 요 며칠간 몇 가지 변화도 생겼다.

나한테 할당되는 수술 스케쥴이 확 늘어난 것.

인턴이지만, 인턴이 아닌 듯.

흉부외과 레지던트와 다름 없는 업무들이 나한테 할당되고 있었다.

나로선 나쁘진 않은데.

이미 경험했던 일이고.

또한, 익숙하기에 때문에.

그러나 주변 시선들이 점점 더 깊어지고 있다.

수술 중, 마취통증과 의사들은 항상 신기한 듯 날 쳐다보고 있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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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한태산 회장!

그는 어제 의식을 되찾았다고 한다.

회귀 전, 그는 신라병원에서 심장 수술을 받고 사경을 헤매다가 육 개월간의 코마 상태 이후 사망하는 길을 밟게 되었지만.

현재의 한태산 회장은 소생의 길을 차근차근 밟아가고 있다.

그의 막내딸 한유나 역시 마찬가지!

그러고 보면, 오늘 흉부외과 과장 명의로 공식적인 언론 인터뷰도 있다고 한다.

즉, 병원 차원에서 마련한 언론 인터뷰.

사실, 나는 병원에서 늘 상주하고 있어 잘 몰랐지만.

한태산 회장이 이곳으로 이송된 직후.

특히, 그의 수술이 거의 끝날 무렵, 각 언론사 기자들은 본관 1층으로 벌떼같이 몰려들었다고 한다.

그런 기자들이 어제부터 극성스럽게 경과보고를 요구하고 있었고.

따라서 병원에선 신라그룹과 협의를 통해 한태산 회장 상태를 간략히 보도하기로 결정했다.

그 이면에는 신라그룹 각 계열사 주가가 현재 폭락 중이라는 그 현실적인 고려도 포함되고 있었다.

#

“야, 근데 너 소식 들었어?”

“어?”

내 옆에서 차팅을 하던 이동욱.

나는 고개를 돌렸다.

한편, 새벽에 날 괴롭혔던 방지현. 그녀는 오전 9시 수술이라 환자 드랩(drape), 수술 부위를 소독하고 멸균 천으로 덮는 작업을 위해 이미 수술방으로 넘어간 상태다.

“야! 여기 조만간 조교수 TO 한 자리 나올 거라던데.”

“뭐? 조교수 TO?”

“아까 양종규 쌤이 오셔서 무척 들뜬 상태로 말씀하시던데.”

양종규 선생?

한태산 회장의 수술 때 퍼스트 어시였던 펠로우 선생님. 이래저래 인연이 조금씩 깊어지고 있다.

근데 조교수 TO가 갑자기 나온다?

이미 흉부외과 교수 숫자는 포화상태나 다름없다.

설마 그것과 연관이 있을까.

최근, 병원 내에 돌기 시작한 소문.

내년에 대형 암센터 건물 증축이 시작될 거란 거다.

이런 대형 암센터 내에 폐암 센터 역시 발족될 예정이라는 것.

그 때문일가.

하지만 암센터 건물 준공이 시작되지도 않은 시점에서 벌써 조교수 TO가 생긴다?

아니지.

확실히 병원 집행부에선 직감적으로 흉부외과를 더 밀어줘야겠다고 그렇게 생각하는 모양이다.

그러나 문제는 교수 숫자가 계속 늘어놔봤자 실무 인력이라고 할 수 있는 레지던트 숫자는 여전히 답보상태다. 그래서 갈수록 기형적인 상태가 된다. 즉, 교수 숫자가 많아지게 되면 오히려 레지던트들은 더 고달파질 수밖에 없다.

“참, 동욱아.”

“왜?”

“나중에 나랑··· 이야기 좀 하자.”

“무슨 이야기?”

“아니, 지금 말고, 담에.”

우선 그렇게 말한 뒤.

내 머릿속은 이내 복잡해졌다.

사실, 함부로 남의 연애사에 끼어드는 건 절대 좋은 일이 아닌데.

방지현의 장례식장에서 울부짖던 이동욱의 모습이 계속 머릿속에 떠오르고 있었고, 향불 뒤에 있던 방지현의 영정 사진도 계속 날 괴롭힌다. 내가 뭐라도 해야 할 것만 같았다.

에이씨, 무척 어려운 일이 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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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근데 너··· 한유나씨 보러 안 가냐?”

“누가? 나??? 내가 왜?”

나는 의아해하며 이동욱을 쳐다봤다.

“한유나씨 약혼자라며?”

“누가? 나!!?? 내가??? 내가 무슨 약혼??!!”

하! 골이야.

나는 이마를 잡았다.

이제 별의별 괴소문이 다 도네.

어제는 2002호실 윤 실장이 흉부외과 병동을 직접 찾아왔다고 한다.

마침 내가 수술 중이라 없었지만.

날 찾는 윤 실장의 모습을 간호사들은 두 눈으로 똑똑히 본 것이다.

그리고 어떻게 아는지 몰라도 윤 실장이 한유나의 간병을 맡은 것도 간호사들은 다 알고 있다고 한다.

하긴, 재벌가의 일이라 얼마나 흥미로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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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차, 지금 몇 시지?

손목시계로 즉시 시간은 확인해 보니, 어느덧 8시 30분을 향해가고 있다.

오늘 오전 수술로써 9시 30분 수술이 잡혀 있다.

박윤후 교수님의 수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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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어느덧 시간도 좀 됐으니까.

더 늦기 전에, 잡념도 지울 겸, 등급 상승이나 하자.

그래서 수술 시작 전, 나는 이 일을 매듭짓기로 결정했다.

우선, 내가 가진 전용 특성들부터 쭉 살펴봤다.

[전용 특성]

혼미(B)

갈렌의 나이프(B)

이격 블레이딩(C)

예술자의 손(C)

사신의 낫(B)

베살리우스의 눈(B)

검은 고양이(C)

[특전]

은빛 바늘

은빛 성수(3개)

천사의 눈물

천사의 깃털

오오, 이것 봐라.

이것저것 모아 놓은 게 상당히 많다.

다만, 아쉬운 건······.

[수처 마스터(C)] 특성.

이건 앞선 미션에서 유효 기간 7일짜리 특전이었고.

미션이 완료되자, 능력 역시 사라진 상태다.

그래서 더 아쉽다.

저번 한태산 회장의 수술에서도 느꼈지만, 이 [수처 마스터(C)] 특성은 꿀을 빠는 것 같이 아주 달콤했다.

너무 과하지도 않고 절대 부족하지도 않고.

[수처 마스터(C)] 같은 게 있으면 딱 좋긴 한데···.

어쨌든 나는 지난 이틀간 고민한 대로, 잠시 후 [베살리우스의 눈(B)] 특성을 등급 상승시키기로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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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하드립니다!]

[베살리우스의 눈(B) 특성이 베살리우스의 눈(A)로 등급 상승됩니다]

[베살리우스의 눈(A)]

[병변 부위를 구분할 수 있습니다. 제한 조건: 성공 확률 90%, 침투 깊이 제약]

에이씨!

그런데 아직도 침투 깊이 제약이 있다.

적어도 (S) 등급은 되어야 스캔 깊이 제약이 사라진다는 말.

그러다 보니 너무 아쉽기도 하고.

또한, 약간 맥이 빠지는 듯한 느낌이 든다.

그런데 바로 이때, 내가 예상했던 대로 또 다른 시스템 알람이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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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미션이 생성되었습니다!]

역시나!

[미션: 잔혹한 인간(클래스 B)!]

[새 미션을 수락하시겠습니까?]

순간, 나는 미간을 오므리며 생각했는데.

뭐? 잔혹한 인간?

새 미션이 나온 건 당연한데.

그런데 미션 타이틀이 역시나 좀 세다.

이거 어쩐담.

항상 그렇지만, 미션은 세부 정보를 미리 공개하지 않고 있다.

수락 여부가 결정된 뒤에야 세부 미션 정보도 공개된다.

근데 잔혹한 인간이라고?

또, 킬러 같은 게 그런 게 나올까.

은근히 [사신]의 존재도 부담이 되고.

현재 내 사신 위험 등급은 [사신의 유혹 Lv.2] 상태다.

잠시 나는 더 고민하다가.

결국 ‘네!’를 외치며 수락했다.

그러고 보면, 미션에 뛰어들면서 내 주변의 일들이 놀라울 정도로 변하고 있다.

내가 아는 과거와 지금이 달라지고 있다.

사망했어야 할 사람이 살아서 돌아다니고.

과거에 몰랐던 사실들이 하나씩 공개되기도 한다.

그래서 언뜻 위험하기도 하지만.

내가 봤을 때 모든 것들이 아직은 긍정적으로 변하고 있다.

그 때문이라도 나는 모험을 계속 시도할 순간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잠시 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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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혹한 인간(클래스 B) 미션을 수락하셨습니다]

그리고 공개되는 미션 정보!

[잔혹한 인간(클래스 B), 한성클린 고태진 대표의 수술에 참여할지를 결정하세요!]

[특전: 거짓 없는 입]

[거짓 없는 입: 대상자의 입을 통해 진실을 들을 수 있습니다. 제한 조건: 1회 사용]

[업적 보상: ???????]

[실패: 페널티 없음]

그렇게 미션 정보가 뜨고 있는데.

전용 특성 일시 개방은 없었고.

오로지 [특전] 뿐이다.

그리고 실패에 대한 페널티가 없는 게 장점!

그런데 뜻밖에도 과거 미션과 관련이 있는 [한성클린] 고태진이 새로운 미션의 대상이 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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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부터 아침 시간은 빠르게 흘러갔고···.

어느새 수술방을 옮겨간 나는 수술대 위에 환자를 올린 뒤 이런저런 수술 준비를 재빨리 마무리했다.

그렇게 수술 준비가 거의 끝날 무렵, 이번 수술을 집도하게 될 박윤후 교수가 드디어 수술방에 입장했다.

한편, 나는 그 와중에 다시 한번 눈으로 주변 상황을 점검했다.

페인팅(소독약으로 수술 부위를 닦는 작업), 수술포, 마취 보조 등등, 레지던트 선배의 가이드도 없이 모든 일들이 거의 완벽하게 완료된 상태다.

한편, 스크럽 널스는 그런 내 모습이 신기한 듯 힐끔힐끔 쳐다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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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후, 고령의 노교수 박윤후 교수는 집도의 자리에 서서 좌우를 훑어보다가, 특히 날 유심히 쳐다봤다.

그 순간, 눈매가 확 풀어지며 부드럽게 율동하는 듯했는데.

“김 선생, 준비는 잘 됐나?”

무척 부드러운 목소리다.

“네. 착오 없이 준비했습니다.”

“그래. 딱 보니까 흠이 없고 깔끔하군.”

웃는 눈으로 고개를 끄덕이는 박윤후 교수.

잠시 후, 박윤후 교수는 마취과 의사와도 눈을 한번 마주친 뒤 수술 전 코멘트를 시작했다.

“아침부터 다들 수고가 많아요. 다들 알다시피, 오늘 수술 환자는 아오틱 디섹션 상황 때문에 생명이 위급합니다. 특히, 오늘은 출혈 여부가 관건이니, 마취과 장원호 선생님! 바이탈 확인과 수혈 포인트를 놓치지 않고 잘 따라와 주세요. 알겠습니까?”

“네, 교수님, 염려 마십시오!”

“그리고 김정민 선생을 포함해서 간호사 선생님들도 제 지시에 잘 따라와 주세요. 우리 환자의 생명을 위협하는 상황을 우리가 직접 처치하는 일입니다. 자, 자, 우리 좀 힘들어도 정신 바짝 차리고 최선을 다합시다!”

“네! 교수님!”

그리고 잠시 뒤.

수술방의 강렬한 무영등 아래, 수술은 시작되었다.

이번 수술 환자는 56세 남성, 아오틱 디섹션(aortic dissection), 대동맥박리증 환자다.

보통, 대동맥박리증은 대동맥 내층이 찢어지면서 대동맥 외층과 분리(박리)가 되는 증상인데.

극심한 고통이 흉부와 어깨뼈 사이에서 일어난다.

이 증상에 대한 긴급 조치가 없을 경우, 환자는 심장마비, 뇌졸중, 신부전 등의 합병증을 겪을 수 있으며, 급성 진행시 환자 사망으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박리’ 상태는 응급 수술을 통해 처치가 가능하지만.

대동맥 ‘파열’ 상태로 이어지게 되면 아주 심각해진다.

의사들 역시 ‘박리’ 상태와 ‘파열’ 상태를 다르게 보고 있으며.

환자가 대동맥 ‘파열’ 상태로 응급실에 들어오게 되면 환자 사망까지 예상하고서 대처하는 게 일반적이다.

어쨌든 이번 수술의 방향은 체외순환정지 과정 없이 주변 동맥부를 박리한 뒤 forcep(겸자)을 이용해서 상행대동맥 일부 라인을 막고 이후 Y자형 인조혈관 등을 연결하는 방식이다.

즉, aortic arch debranching(대동맥궁 탈분지술) 이후 스텐트 그라프트를 설치하는 방법.

“시작하지. 10번 메스!”

우선 개흉술부터 시작되었고.

그때부터 나는 퍼스트 어시로서 박윤후 교수의 수술을 보조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때부터 시간은 빠르게 흘러갔는데.

어느덧 수술 시간, 2시간이 경과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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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어, 교수님! 제가 닦아드릴게요.”

오늘따라 유난히 땀이 많은 박윤후 교수.

그러나 그게 귀찮은 듯 박윤후 교수는 종종 그 손길을 거부한다.

그러자 수술방 간호사가 직접 그렇게 말했고, 그제야 고개를 살짝 끄덕이는 박윤후 교수.

그런데 바로 그 찰나!

환자의 수술 부위를 응시하던 나.

두 눈을 강하게 반짝거린 것 같았다.

사실, 쉴 새 없이 수술방에 들어오게 되면서, 내 감각은 점점 더 예민해지고 있는 상태인데.

회귀 전 교수였을 때보다 현재 수술 건수가 더 많을 정도다.

그만큼 이곳 명성이 하늘을 찌를 듯 높다는 말이다.

수술 환자들은 매일 같이 밀려들고.

외래 경증 환자들 역시 쉴 새 없이 밀려든다.

그렇듯 모든 게 바쁜 상황에서.

어쨌든 수술 횟수 증가는 나한테 큰 도움이 되고 있다.

반면, 박윤후 교수는 대단한 사람이고 또한 차기 부총장으로 예상되는 사람이지만.

고령의 나이라 육체 능력이 점점 저하되고 있고.

그 때문에 수술 중, 돌발 상황 앞에 확실히 약할 수밖에 없다.

사실, 이번 환자는 아오틱 디섹션(aortic dissection) 환자!

그래서 수술 중에 출혈 위험성이 다분하다.

더군다나 이번 수술은 체외순환정지 과정이 생략된 상태.

결국, 찰나의 순간!

환자의 흉부에서 요란한 출혈이 갑자기 터져 나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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