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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했더니 의사가 능력을 가짐-55화 (55/145)

잔혹한 인간 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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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각.

[서철성 교수님께선 못 오신다]!

야간 콜을 보냈으나, 좀 전에 스테이션에선 그런 응답이 왔다.

평소와는 다른, 뜻밖의 응답이었고.

그 바람에 쉽게 세팅되던 응급 수술 스케쥴도 꼬여 버렸다.

오늘의 야간 당직 교수인 최현호 교수 역시 당황한 분위기.

“아, 이거 큰일 났네! 김재호 선생이나 최고은 선생은 언제 나온다고 했지?”

“좀 전에 수술은 끝난 것 같습니다. 아마 뒷정리 끝나면, 곧 나올 것 같습니다.”

그럼 어시는 충분하다.

다만, 집도의 숫자가 문제.

“김 선생, 나가자! 미안하지만 바로 두 분 교수님들께 말씀드리는 수밖에.”

최현호 교수는 바로 일어섰다.

즉시 사무실 밖으로 나갔고.

함께 엘리베이터 쪽으로 걸어가면서, 야간 당직 교수 최현호 교수는 현재 상황을 다시 확인했다.

“그래서 수술 환자가 3명?”

“네.”

“그럼 나머진?”

“이송된 TA 환자는 총 여섯 명. 이 중의 한 명은 DOA(dead on arrival) 상태로 이송되어 왔습니다. 사고 발생 직후 사망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나머지 두 명은 흉부 수술과 무관합니다.”

띵!

잠시 후, 엘리베이터가 왔고 서둘러 탑승했다.

3층을 누른 뒤 기다렸고.

도착하자마자 우리는 중앙수술실로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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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그때부터 최현호 교수는 아주 빠릿빠릿하게 움직였다.

사실, 흉부외과엔 그의 연배보다 높은 선배 교수들이 많았고 후배 교수는 거의 없다 보니, 최현호 교수는 늘 혼자 하는 일들에 익숙한 편이다.

워낙 부지런한 사람인 데다가 흉부외과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그는 레지던트가 해야 할 일들조차 마다하지 않았고. 일 처리가 아주 빠르고 아주 매끈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응급 수술 라인이 확정되었는데.

각 수술에 대한 마취과 의사들과의 협의도 순식간에 끝나 버렸다.

교수 파워란 게 바로 이런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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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그 일을 마친 뒤, 나는 응급실로 내려가 환자들을 다시금 확인했다.

당장 응급수술이 요구되는 환자는 총 3명.

앞서 봤던 그 임신부.

그러나 그 가엾은 최문영 환자는 필요한 수술 자체가 한두 개가 아니었다.

즉, 산부인과, 흉부외과, 신경외과, 일반외과 등 여러 진료과가 힘을 합쳐야 간신히 살아남을 수 있는 그런 위급한 상황에 그녀는 놓여 있었다.

“(태아는) 결국··· 사산되겠군요?”

그 말에 응급실 조은하 선배는 고개를 끄덕였다.

“검사 결과가 그렇게 나왔으니까 어쩔 수 없지. 그보다 환자가 문제야.”

현재 가장 위험한 건 출혈 문제.

그녀의 몸 안에서 계속 출혈이 이어지고 있다. 현재 긴급 수혈이 진행 중이지만.

신속한 수술적 처치가 필요하다.

현재, 흉부 쪽은 혈흉 상태.

복부 초음파 결과, 복강 내 검은 액체가 출렁이는 것도 관찰되었다.

복강 내 출혈이다.

저대로 두게 되면 흉부 및 복부 쪽 장기의 상태가 빠르게 악화될 것이다.

한편, 머리 쪽 출혈은 주로 경막외 출혈.

이런 경막외 출혈은 두개골 골절이 동반되면서 경막외 공간에서 출혈이 발생할 수 있는데.

이 외에도 뇌지주막 아래쪽 피질정맥 쪽에서 약간의 손상이 있어, 외상성 지주막하 출혈 문제도 동반된 상태다.

그렇듯 뇌수술도 시급하지만, 신경외과 한정미 교수가 냉정히 내린 결론은 흉부외과와 일반외과 수술이 급선무라는 것이다.

그리고 다음 환자, 만 62세 박숙자 환자.

그녀는 뾰족한 파편이 가슴에 박혀, 폐 손상 외에도 외상성 흉부 대동맥 파열 소견이 나왔다.

현재, 최문영 환자만큼이나 사망 위험성이 컸다.

한편, 마지막으로 만 36세 고태진 환자!

그런데 이 환자는 외적으로 아주 끔찍하다.

잇달아 이어진 연쇄 추돌 과정 중에 그를 보호하던 에어백이 금속 파편에 찢어지면서 흉부까지 만신창이가 된 것 같다고 한다.

화상까지 입어 전신 3도 화상 상태에서 이송된 그는 현재 심근 좌상과 심근 파열 등의 손상도 확인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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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고태진???

너무 익숙해진 이름이라.

그 이름 때문에 나는 놀랐지만.

정확한 인적 사항이 아직 없었고.

내가 직접 고태진의 얼굴을 본 적도, 사진을 본 적도 없기 때문에 의심만 하고서 잠시 시간이 지나갔다.

그런데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환자 보호자들이 드디어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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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 혹시, 저희 와이프가 교통사고로 여기 있다던데? 아! 맞습니까? 최문영! 최문영입니다! 네! 맞습니다! 그리고 저희 장모님! 저희 장모님도 여기 이송됐다던데···?”

가장 먼저 나타난 그는 얼굴이 하얗게 질려있었고.

약간 구겨진 정장 차림을 하고 있었다.

그 모습에 나는 길게 한숨을 내쉬다가, 수술 동의서를 들고서 응급실 스테이션 쪽으로 다가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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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 보호자님, 혹시 최문영씨···.”

그러자 깜짝 놀라며 고개를 돌리는 남편.

“서, 선생님! 아세요? 저희 와이프? 대체 어딨습니까? 지금?”

현재, 당혹감에 어찌할 바를 몰라 하는 젊은 남자.

“이쪽으로 오시죠.”

이때, 어느 간호사가 날 도우려고 다가왔으나 나는 손짓해서 물리친 뒤 직접 그를 최문영 환자의 베드 쪽으로 데려갔다.

최문영 환자는 현재 응급 중환자실에 들어간 상태다.

그래서 나는 중환자실 앞쪽 대형 유리창을 통해 그녀를 가리켰다.

그러자 남자는 부들부들 떨더니 두 눈이 순식간에 벌겋게 충혈되었다.

특히, 그는 아내의 남산만 하게 부른 배를 쳐다보다가, 날 미친 듯이 다시 쳐다봤다.

“죄송합니다만, 우리 아이는···?”

남자의 두 눈동자는 갈피를 못 잡고 흔들리고 있었다.

불안감 때문이다.

공포심 때문이다.

그러나 일말의 희망 역시 그의 눈빛엔 남아 있었다.

그 때문에 나는 오만 생각이 다 떠올랐으나, 결국 사실대로 말할 수밖에 없었다.

“태아는 이미······ 죄송합니다.”

그러면서 내가 고개를 푹 숙이자, 그 순간 남자는 잠시 넋이 나갔다.

털썩! 하며 바닥에 주저앉는 남자.

두 다리의 힘이 풀린 듯한 모습이다.

갑자기 남자는 다시 일어섰다.

“문영이는 어떻습니까? 저희 와이프 괜찮겠죠?”

갑자기 안구가 번득이는 남자.

두 눈에 감도는 습막 때문에 그의 두 눈에선 빛이 나는 듯했다.

이때, 나는 짧게 한숨을 내쉰 뒤 손으로 한쪽을 가리켰다.

“그럼 이쪽으로 오시죠. 제가 좀 더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근데 시간이 없어서 길게 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고는 응급실 한쪽 테이블로 데려가 현재 사정을 이야기했다.

그런데 내 설명을 들을수록 점점 더 안색이 하얗게 변해가는 남자.

그의 두 손은 어찌할 바를 몰라 하며 제멋대로 움직이고 있다.

“···그럼······ 혹시 장모님은?”

“박숙자 환자 맞습니까?”

“···네. 맞습니다.”

“역시 마찬가집니다. 외상성 폐 손상 외에도 흉부 대동맥 파열 소견이 나타났고 수술 결과가 나와야 향후 생사가 확정될 수 있습니다.”

그 순간, 어깨가 더 힘없이 처지는 남자.

그러나 나는 냉정하게 말할 수밖에 없었다.

수술 중에 혹시 모를 문제가 발생하게 될 때.

내가 만약 정확하게 상황을 전달하지 않았다면.

보호자가 오해하고서 더 심각한 법적 문제가 발생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게 두 분의 수술 동의서입니다. 지금 즉시 작성해 주셔야 바로 응급 수술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시간이 지체될수록 골든아워를 놓치게 되고, 두 분의 생사도 장담할 수 없게 됩니다.”

그러자 남자는 놀라며 재빨리 펜을 잡았다.

부르르 떨리는 손으로 간신히 작성을 마쳤다.

“감사합니다. 보호자님! 근데 죄송한데, 제가 다른 환자의 수술 동의서도 받아야 해서···. 자세한 건 여기 간호사 선생님께서 더 말씀해드릴 겁니다.”

그러고는 나는 일어섰다.

“제발, 제발 좀 잘 부탁드립니다.”

이미 사색이 된 남자.

억지로 이를 악물고서 버티는 모습이 이때 내 눈에 들어왔다.

지금 자신이 무너지면 안 된다는 것을 그는 바로 직감한 듯 악을 쓰며 버티는 것 같았다.

그렇듯 어느새 강해진 그의 모습에 나는 안도해하며 머리를 숙여 인사했고.

비로소 몸을 돌리다가.

그 순간 또다른 인기척에 응급실 입구 쪽을 쳐다보던 중, 나도 모르게 눈이 확! 커졌다.

<57>

희끗희끗한 머리칼.

무척 냉담한 얼굴.

그러나 당황한 얼굴.

내 기억 속에 남아 있는 그 모습보다 더 젊어 보이는 중년 남자.

TV 속에서 확! 튀어나온 듯한 중년 남자가 바로 이곳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놀랍게도 ‘혹시나’가 ‘역시나’로 바뀌고 있었다.

하! 결국, 이거였나.

미션이 예지한 대로 고태진이 여기 병원에 들어왔고.

자연스럽게 유명정치인 고상중 의원이 나타났다.

그리고 그 순간, 나는 바로 미션을 떠올렸다.

[미션 잔혹한 인간(클래스 B), 한성클린 고태진 대표의 수술에 참여할지를 결정하세요!]

[특전: 거짓 없는 입]

[거짓 없는 입: 대상자의 입을 통해 진실을 들을 수 있습니다. 제한 조건: 1회 사용]

한편, 나는 보좌관 한 명과 함께 나타난 중년 남자를 빤히 쳐다보다가 조용히 다가섰다.

마치 알 수 없는 조각들이 미션에 의해 뭉쳐지며.

마치 소용돌이치는 듯한 그런 느낌까지 받으며.

조용한 늑대의 눈빛을 가진 그 사람한테 다가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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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상중 의원은 늦은 밤 시간대임에도 상당히 깔끔한 모습으로, 한편으론 두툼한 외투까지 입고서 그의 보좌관과 함께 나타났다.

그러나 그 표정은 잔뜩 굳어있었고.

눈 끝은 약간 경련하듯 떨리고 있었다.

내가 다가서자···.

“저기, 고태진씨가 여기 이송됐습니까?”

고상중 의원이 아닌 보좌관이 날 쳐다보며 물었고.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보호자 되십니까?”

“네! 제가 그 녀석 아버집니다.”

이번에는 고상중 의원이 먼저 말했다.

나는 어색함을 느꼈지만.

우선, 그를 고태진이 있는 베드 쪽으로 안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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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잠시 뒤.

쉴 새 없이 왼쪽 눈을 찡그렸다 폈다를 반복하고 있는 고상중 의원.

“이 새끼는 좀 조용히 있으라고 했더니···.”

소박한 베드 위에 누워있는 아들 고태진의 모습.

그러나 너무 끔찍해서 그는 더는 말을 잇지 못하고 있었다.

특히, 기분 나쁜 냄새. 저게 바로 지독한 화상의 흔적이다.

인상을 팍 쓰던 고상중 의원.

그는 고개를 돌려 날 쳐다봤다.

“혹시 죽진 않겠죠? 저렇게 됐는데?”

“아직 포기하긴 이릅니다. 다만, 지금 당장 수술방으로 들어가야 합니다. 보호자님의 수술 동의서가 당장 필요합니다. 신분증은 가져오셨습니까?”

한편, 고상중 의원은 날카로운 눈으로 날 한번 노려보다가 이내 눈빛을 바꾸었다.

그러나 이때 도저히 그 감정을 읽을 수가 없었는데.

마치 완벽한 무감각의 눈빛이라고 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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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좀 더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그러고는 쭉 이어지는 설명들.

한편, 눈을 감고서 그 이야기를 듣던 고상중 의원.

잠시 후, 눈을 떴을 때 묵직하지만 날카로움이 그의 눈가에서 나타났다.

“···보호자님! 그래서 현재 상황에선 화상이 심하지만, 수술만 잘 받으면 당분간 생명에는 지장이 없을 겁니다.”

“그럼 저 화상과 저 흉터들은?”

눈으로 고태진의 화상 부위 등을 가리키는 고상중 의원.

고태진의 피부는 서로 엉키며 엉망이 되어버렸다.

보통, 3도 화상은 피부의 모든 층과 피하 지방까지 손상된 상태이며 시간이 지날수록 피부 괴사가 더 진행된다.

3도 화상은 때로는 신경 손상까지 동반된다.

더군다나 감염이 발생하면, 패혈증에 의해 환자가 사망할 수도 있다.

“그건 차후··· 치료를 통해서···.”

그러고는 몇 가지 설명이 더 이어졌으나.

고상중 의원은 듣는 둥 마는 둥 하는 것 같았다.

“그럼 내가 수술 동의서만 작성해 주면 됩니까?”

나는 수술 동의서와 펜을 건넸고.

잠시 후, 테이블 앞에 앉은 고상중 의원은 냉정한 모습으로 작성을 마친 뒤 나한테 건넸다.

그러고는 바로 일어섰다.

“박 보좌관, 밖에 좀 나가자. 답답해서 미치겠군. 담배 있지?”

“네. 의원님.”

그러고는 두 사람은 곧장 밖으로 나가 버렸다.

그런데 바로 그때, 시스템 알람이 떴다.

[고태진 대표의 수술에 참여하시겠습니까? (예?/아니오?)]

[지금 결정하신다면, 미사용된 특전(거짓 없는 입)은 다음 미션에 사용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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