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총탄 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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척추분절 중의 요수, 천수 손상이 있다는 것은 향후 하반신 마비가 유발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결국, 이 환자 역시 협진을 해야 한다.
물론, 대동맥 쪽 문제는 생사와 직결되기 때문에 흉부외과로 트랜스퍼될 가능성이 훨씬 더 크다.
그래서 나는 즉시 이 사실을 흉부외과 당직 교수에게 보고했다. 그리고 홍진훈 교수님의 의견에 따라 즉시 서철성 교수님한테도 콜을 날렸다.
사실, 밤늦은 시간, 퇴근했던 서철성 교수님.
잠시 후 이어진 통화에서, 그는 현재 집에서 샤워를 막 마친 상태라고 했고.
두말없이 다시 병원으로 오겠다고 했다.
물론, 자신은 이미 대기하고 있었다고 한다.
자신의 전화번호를 갖고 있는 119 통제실로부터 흉부 응급환자와 관련하여 이미 간단한 문자메시지를 받은 게 있었고.
그래서 혹시나 하며 계속 콜을 기다리고 있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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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저기 잠시만요.”
한편, 응급실 스테이션에서 트랜스퍼와 관련된 서류를 확인하고, 환자 보호자 정보를 확인하던 중.
갑자기 묵직하게 들려오는 목소리에 나는 고개를 돌렸다.
40대 중반 나이로 보이는 사복 경찰.
그리고 그 옆에 젊은 남자가 함께 움직이고 있다.
이때, 내가 가만히 그들을 쳐다보자, 중년 남자는 간단히 자신을 소개했다.
“저는 양서경찰서 강력2팀을 맡고 있는 팀장 송종태 경감입니다.”
강력2팀 팀장?
역시 경찰 팀장급 간부였다.
“저는 흉부외과 인턴 김정민입니다.”
그렇듯 내가 인사하자, 송종태 경감은 간단히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다.
“인턴 선생이셨군요. 그래도 흉부외과에서 오셨다면, 수술 집도의 교수님을 잘 아시겠죠? 제가 그 교수님을 잠깐 뵙고 싶습니다.”
서철성 교수님을 뵙고 싶다는 그의 요청.
그래서 나는 간단히 대답했다.
“지금 콜 받고 오시는 중입니다. 도착하면 제가 잠깐 말씀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또 이어지는 말.
“다친 저 친구가 지금 상황이 좀 안 좋아서···.”
그런데 이때 송 경감은 뭔가 긴 대화를 생각하는 것 같았고.
나는 즉시 선을 그었다.
“죄송한데, 지금 응급 상황이라 대화할 시간이 많이 없습니다.”
그러자 서둘러 입을 다시 여는 송종태 경감.
“하! 죄송합니다. 제가 그럼 빨리 말씀드릴게요. 간호사 쌤들도 저희더러 좀 나가 있으라고 하는데, 이것만 말씀드리고 응급실에서 나가겠습니다. 저기 저 친구, 김태균 경삽니다! 용의자를 쫓다가 저리됐는데. 경찰 체면 문제가 아니라 너무 안타까워 저희도 미치겠습니다. 제발 좀, 잘 부탁드립니다”
김태균 경사?
경찰관이었단 말인가.
사복을 입고 있는 것으로 보아, 그렇다면 형사인 모양이다.
이번 사제총기 사건에서 또 다른 심각한 피해자가 경찰에서 나온 것이다.
대체 어쩌다가···.
다소 혼란스러웠지만, 나는 차분하게 입을 열었다.
“범인은 잡았습니까?”
그러나 송 경감은 인상을 찌푸린다.
범인을 못 잡았는데 왜 취재진들이 잔뜩 병원 앞에 모여있을까.
“선생님도 조심하십시오. 용의자가 자신을 최초 방해했던 이성훈씨를 반드시 죽이겠다고 엄포를 놨습니다. 신문에 투서까지 보냈고···.”
그렇듯 간단히 설명을 마친 송 경감은 물러섰고.
잠시 후, 젊은 김태균 경사의 가족들이 나타났다.
특히, 그의 베트남인 아내와 철부지 아이들이 나타났는데.
김태균 경사의 모습에 그의 아내는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곧 실신해 버렸다.
그렇듯 작은 소동이 일어나며 응급실은 다시 혼란스러워졌는데.
잠시 후, 나는 간신히 정신을 차린 그의 아내부터 수술 동의서를 어렵사리 받아낼 수 있었다.
그렇게 그 일을 마친 뒤, 응급실 스테이션 전화기를 통해 다시 서철성 교수님의 휴대폰에 전화를 걸었다.
<69>
서울 강남의 초고급 아파트 단지.
70평대 아파트 현관 앞.
무척 수척한 모습의 노모가 서철성 교수를 바라보고 있다.
그 순간, 서철성 교수는 쓴 미소를 지으며, 이마에 주름이 가득한 어머니의 손을 두 손으로 꼭 잡았다.
“어머니. 응급환잡니다. 경찰관이 크게 다쳤습니다. 제 걱정 말고 수연이나 챙겨주세요.”
그러자 그의 어머니는 다시 한숨을 내쉬었다.
“수연이가 얼마 전에 수능 본 건 알지? 근데 지 아빠 얼굴이 기억 안 난다며 며칠 전엔 울더라···. 니가 그렇게 열심히 사는 것도 좋다. 하지만 니한텐 딸이 있어. 제발 딸도 좀 챙겨.”
그 순간, 서철성 교수는 움찔했다.
감수성이 유난히 예민한 딸 아이.
그 아이가 울었다는 말에 서철성 교수는 바로 반응했다.
그의 표정은 굳어졌고.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숙였다.
흉부외과 써전인 자신은 가족들에게 항상 죄인이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어머니의 우울한 모습에 서철성 교수는 한숨을 내쉬며 인사를 한 뒤, 조용히 현관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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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서철성 교수가 병원에 도착하자, 김태균 경사에 대한 수술 준비는 더욱 빨라졌다.
마취과 박신희 선생은 환자의 마취과정을 바로 끝냈고.
나는 신속히 수술 부위 소독과 위치 마킹 등 각종 수술 준비를 모두 마쳤다.
그리고 잠시 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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띠이. 띠이. 띠이. 띠이···.
고성능 환자감시장치의 규칙적인 신호음이 들리는 가운데.
강렬한 무영등 아래 누워있는 환자를 잠시 쳐다보며 기다리자.
소독한 두 손을 얼굴 앞으로 내민 채 서철성 교수님은 수술방으로 입장했다.
현재, 입을 꾹 다물고 있는 서철성 교수님.
이번엔 따로 코멘트가 없었고 그는 즉시 수술을 시작했다.
“시작하지!”
“10번 메스!”
좀 날카로워진 목소리와 함께 드디어 흉부 수술은 시작되었는데···.
그런데 바로 그때.
갑자기 생각지도 않은 시스템 알람이 바로 내 귀에 들려왔다.
[축하드립니다!]
[조건 조합의 결과, 최초의 히든 미션이 생성되었습니다]
[히든 미션은 메인 미션과 관련성이 없습니다]
[히든 미션 달성시, 진귀한 ???????획득할 수 있으며 당신의 명성이 높아지게 될 것입니다]
[히든 미션 (마지막 탄환)을 수락하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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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든 미션?
그렇게 히든 미션 수락 정보가 떴다.
그리고 잠시 뒤.
환자의 목 아래쪽에서부터 쭉 절개가 되며 명치 부위까지 절개가 되었다. 전기흉골톱(electric sternum saw)을 이용한 흉골 절개도 곧바로 진행되었다.
흉부를 여는 방식은 정중흉골절개(median sternotomy) 방식.
곧이어 리트랙터(retractor)로 절개 부위를 강제로 벌리자 환자의 흉부 내부가 여과 없이 드러났다.
“이쪽 좀 잡아.”
오늘따라 심각한 표정인 서철성 교수.
힐끔 그를 쳐다보면서 나는 옆에서 계속 그를 도왔다.
그 와중에 나는 머릿속으로 여러 생각들이 빠르게 오갔다.
갑자기 히든 미션이 떴다.
서브 미션, 연계 미션, 메인 미션, 그리고 이제 히든 미션까지.
현재까지 파악한 바로는, 각 미션은 무언가 계기가 있어야만 생성이 되는 거다. 그리고 이때 수락 여부를 묻게 된다.
다시 말해서, 히든 미션이 생성될 충분한 계기가 있었다는 말.
그러고 보면, 미션은 현실의 반영이나 다름없다.
실제, 이런저런 미션에 임하면서 각종 사건이 생겼고 그게 현실에도 영향을 미쳤다.
한태산 회장, 한유나, 최수호 환자, (지연이 엄마) 김성미 환자 등, 그들은 과거와 다르게 현재 생생하게 살아 있다.
회귀 전엔 누구도 몰랐던 권철수씨 사건은 수면 위로 급부상하게 되었고.
그의 동료들은 현재 투병 중이다.
유력정치인 고상중 의원. 그가 식물인간 상태인 고태진과 선을 긋는 발표를 한 건, 과거엔 존재하지 않았던 일이다.
사람의 인생을 결정짓는 건, 결국 수많은 변수에 의한 것.
현재, 그 일부 변수들이 내 손에 의해 새롭게 바뀌고 있다.
그로부터 잠시 뒤.
나는 점점 더 커지는 호기심을 지울 수가 없었고 결국 히든 미션을 수락했다.
그러자 미션 상세 정보가 바로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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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탄환(히든 미션), ???를 구하라!]
[특전: 검은 고양이(B)]
[어두운 곳에서 완벽하게 자신의 존재를 숨길 수 있습니다. 밝은 곳에서도 10초간 자신의 존재를 숨길 수 있습니다. 제한 조건: 1회 사용]
[특전: 포효(B)]
[2m 범위 내, 모든 상대를 일시적으로 세미코마 상태가 되게 할 수 있습니다. 제한 조건: 1회 사용, 10초 유효]
[업적 보상: ???????]
[실패: 사신의 방문]
[히든 미션은 메인 미션과 관련성이 없습니다]
[??? ???? ???? ??? ?? ??? ?? ??? ??? ????? ????? ????]
그렇게 상세 정보가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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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시간은 빠르게 흘러갔고···.
“김 선생, 여기 좀 잡아! 최 간호사는 아오틱 캐뉼라(aortic cannular) 좀 준비하고.”
서철성 교수는 곧이어 좌측 대퇴동맥과 우측 액와동맥 쪽을 미세하게 절개한 뒤, 그곳에 아오틱 캐뉼라(aortic cannular)를 삽입했다.
상행대동맥 근위부에도 아오틱 캐뉼라(aortic cannular)를 하나 더 세팅했다.
이후, 우심방과 이어지는 양대정맥에 정맥 캐뉼라를 삽입하며 인공심폐순환기와의 연결을 모두 마쳤다.
그리고 가동된 인공 심폐순환.
체온을 떨어뜨리는 작업도 곧 이어졌는데.
대동맥 각 부위를 겸자한 뒤 심정지액 주입도 바로 시행되었다.
그리고 드디어 시작된 완전순환정지.
뇌 보호를 위해 상대정맥을 이용한 역류성 뇌관류법도 추가적으로 활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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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스!”
다시 날카로운 목소리가 울렸고, 본격적인 상행대동맥 절개를 시작되었다.
“이쪽 좀 잡아.”
“거즈!”
“석션!”
“메스 다시!”
“이쪽 좀 잡아줘.”
“됐어. 물러서!”
“메스!”
“잡아!”
그렇듯 섬세하면서도 아주 신속한 처치가 계속되었는데···.
“물러서.”
그리고 이어지는 꼼꼼한 수처 과정.
그사이 나는 잠시 미션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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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를 구하라?
근데 미션이 좀 이상하다. 정말 [히든 미션]이라서 그런가.
대상자가 아직 공개되지 않은 것이다.
혹시 이성훈 환자?
그러나 그 환자는 이미 수술도 끝났는데···.
도대체 누굴 구하라는 걸까.
그러고 보니 응급실 앞에는 방송국 취재진들이 잔뜩 몰려와 있다.
바빠, 뉴스볼 여유는 없지만.
그 때문에 대충 알 것 같다.
이 사건은 결국 공개 사건으로 전환된 거다.
위험한 사제 총기 사건이 발생했고.
경찰들까지 공격받았다.
민간인 피해까지 예상되는 아주 심각한 상황.
특히, 용의자가 자신을 최초 방해했던 이성훈씨를 반드시 죽이겠다고 엄포를 놨다고 하니, 병원으로 파견되는 경찰 인력들이 점점 더 많아지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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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션!”
“석션!”
“지혈!”
“티슈 포셉 빨리!”
“클램프 2개!”
그리고 잠시 뒤.
상행대동맥에서부터 대동맥궁 궁부 분지 근처까지의 파열 상태가 차례로 확인되었다.
이 과정에서 내부벽 파열이 있으면 부분 절개했고.
‘테프론 펠트 스트립’을 대동맥 절개 부위에 덧댄 뒤, 3-0 prolene 수처를 통해 즉각 봉합했다.
그러면서 궁부 전벽과 후벽으로 내려가며 꼼꼼하게 내부 파열 상태를 살폈다.
이때, 서철성 교수님은 별다른 말씀 없이 오로지 수술에만 집중하는 모습이다.
그사이, 부분 절개 및 인조도관 문합은 계속 이어졌는데···.
“김 선생, 여기 좀 잡아.”
다시 홀로 수처를 진행하는 모습.
이때 내가 특별히 할 일이 없어졌다.
그래서 다시금 나는 미션에 대해 좀 더 생각해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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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이성훈 환자가 우리 병원으로 이송되면서 우리 병원은 이번 사건의 새로운 중심지가 된 것 같은데.
그렇다면 회귀 전의 과거는 과연 어땠을까.
아마도 그땐 이성훈씨가 다른 병원에 호송됐을 가능성이 크다.
사실, 이성훈씨가 우리 병원에 갑자기 호송된 건 그럴 만한 개연성이 있지 않은가.
현재, 이런저런 이유로 인해 성국대 병원의 인지도는 아주 높아진 상황이다.
그 인지도가 마치 자석처럼 이 사건을 이곳으로 끌어들인 거나 다름없어 보이고.
사건이 사건을 부른다고 하더니.
아마도 그런 상황 같기도 하다.
한편, 그로부터 잠시 뒤.
폐색 상태인 무명동맥 박리 작업은 드디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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