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했더니 의사가 능력을 가짐-68화 (68/145)

한태산 회장의 제안 02

<72>

“네, 네. 알겠습니다. 확인하고 연락드리겠습니다.”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바로 일어섰다.

마침 김재호 선배가 나타났다. 온통 땀으로 범벅이 된 머리. 그 때문에 마치 머리에서 윤기가 흐르는 듯한 모습이다.

수술을 막 마친 모양이다.

“선배님.”

내가 다가서자 의아해하며 쳐다보는 김재호 선배.

“잠시 VIP 병동 좀 다녀오겠습니다.”

“VIP 병동? 20층?”

“네.”

그러자 날 가만히 쳐다보다가 그는 씩 웃는다.

“2002호?”

순간, 나는 ‘아뇨. 2001호’라고 말할까 하다가, 오히려 그게 더 이상할 것 같아 그냥 미소로 대답을 대신했다.

“짜식, 안 그런 척하면서 은근히 신경 쓰네?”

나는 어쩔 수 없이 다시 웃었다.

“참, 병동엔 뭔 일 없지?”

“네. 특별한 건 없습니다.”

“빨리 가 봐. 시간 날 때 뭐든해. 빨리 움직여!”

“네!”

나는 후다닥 뛰었고, 곧이어 엘리베이터 앞에 섰다. 그리고 잠시 기다렸다.

곧이어 띵! 소리가 나며 엘리베이터가 멈춰섰고.

엘리베이터에 탑승한 뒤 20층 버튼을 꾹 눌렀다.

그리고 잠시 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며 바로 내렸는데.

한층 강화된 보안 시설이 내 눈앞에 나타났다.

입구에서부터 면회자 신분 확인이 진행되고, 또한 면회자는 무조건 면회 명부를 작성해야 한다.

이후, 입원실 보호자의 확인 과정이 진행된 뒤, 비로소 그 보안대를 통과할 수 있다.

“네, 됐습니다. 들어가세요.”

그렇게 그곳을 통과한 뒤, 병동 스테이션을 천천히 지나쳤고.

보안 강화유리문 앞에서 다시 한번 더 보안 검색을 받았다.

그런 뒤, 보안 강화유리문이 열리자, 드디어 나는 2001호가 위치한 병동 복도로 접어들 수 있었다.

#

도대체 왜 한태산 회장은 갑자기 날 만나자고 했을까.

좀 전에 걸려온 전화.

그건 2001호에 상주하고 있는 신라그룹 비서실 직원이 직접 연락을 준 거였다.

최대한 빨리 날 만나고 싶다는 한태산 회장의 전언.

그래서 잠시 당황도 했으나.

K일보 김치훈 기자 건도 있다 보니, 쇠뿔도 단김에 빼라고 한태산 회장을 만나보기로 한 것이다.

잠시 후, 나는 2002호를 지나치다가, 나도 모르게 슬쩍 시선이 입원 환자 이름 쪽에 가 닿았다.

2002호 한유나.

그녀는 여전히 저기에 머물고 있다.

그걸 잠시 쳐다보다가, 잠시 후 가장 안쪽 2001호 앞에서 멈춰섰고.

그 출입구 주변에 서 있는 보디가드들이 날 쳐다보다가 이내 옆으로 물러선다.

“김정민 선생님?”

여자 직원이다.

아마 비서실 소속이겠지.

20대 후반 정도 나이가 될까.

아나운서 같은 곱상한 외모에 목소리가 무척 또렷하게 맑다.

“연락 없이 바로 오실지 몰라, 저희가 미리 나가지 못했습니다. 죄송합니다.”

그러면서 아주 공손하게 머리를 숙이는 그녀.

어쩜 저렇게 절도 있는 자세를 취할 수 있을까.

나는 속으로 놀랐지만, 겉으로는 무표정함을 유지했다.

“아, 아닙니다. 제가 갑자기 찾아와, 오히려 죄송합니다.”

그 말에 여자 직원은 날 부드럽게 쳐다보며 살짝 웃는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이내 미소를 지운 그녀는 옆으로 물러서며 말했다.

“선생님, 제가 안으로 안내해드리겠습니다.”

잠시 후, 가볍게 노크를 한 뒤, 여자 직원은 문을 열었다.

이때, 아주 우아한 실내의 모습이 바로 내 시야에 들어왔는데···.

한유나가 머물고 있는 2002호실이 오히려 소박할 정도로 이곳은 정말 넓고 어마어마하다.

사실, 이 대형 응접실은 ‘ㄷ’자 모양을 그리며 새하얀 대형 소파들이 배치된 게 일품인데.

현재 응접실 구도가 신라그룹 요청에 의해 개조된 듯.

그 넓은 응접실 한쪽에는 소규모 비서진이 거주하며 무언가 일들을 아주 열심히 하는 모습이었다.

세 대의 데스크가 일렬로 배치되어 있고, 컴퓨터, 프린터기 등 사무 용기도 잘 갖춰진 모습이다.

그리고 중앙 소파 쪽.

거기엔 간부급으로 보이는 남녀 직원이 서로 마주 보며 앉아 각종 서류들을 검토하고 있다가.

내가 나타나자 바로 서류를 내려놓고서 일어섰다.

그리고 이때, 그중의 한 명이 다가왔다.

“김정민 선생님?”

“네.”

“반갑습니다. 저는 그룹 비서실 박가영 과장입니다. 이쪽으로 오시지요.”

겨우 몇 미터 날 안내했던 여자 직원은 다시 밖으로 나갔고.

나는 30대 초반 나이로 보이는 간부급 직원과 함께 또 다른 내부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섰다.

그러자 우아한 샹들리에가 빛나는 넓은 입원실의 모습이 나타났다.

그리고 그 가운데, 아주 넓은 침대가 위치하고 있었고.

그곳에 한 노인이 누워있었다.

그리고 그 옆에 서서 노인의 말을 업무용 노트에 적고 있던 또 다른 간부급 직원은 내가 안으로 들어서자 공손하게 뒤로 물러서고 있다.

이때, 박가영 과장은 또렷한 목소리로 날 소개했다.

“회장님, 김정민 선생님께서 오셨습니다.”

그러자 노인은 천천히 고개를 돌려 내 쪽을 쳐다봤다.

박가영 과장은 내 옆으로 다가왔고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이제 가까이 가셔서 말씀하셔도 됩니다.”

그래서 나는 가까이 다가갔고.

한편, 침대 옆, 간부급 직원은 머리를 깊이 숙이며 노인한테 인사한 뒤 완전히 물러섰다.

그리고 잠시 뒤.

#

“안녕하십니까? 김정민입니다.”

나는 머리를 숙이며 정중하게 인사했다.

이때 노인은 내내 시선을 떼지 않고 날 쳐다보는 것 같았다.

잠시 후, 나는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우리는 서로 눈이 마주쳤다.

짙은 눈동자.

반쯤 눈을 뜨고 있으나.

워낙 시선이 강렬해서, 내가 조금 놀랄 정도다.

이 노인이 바로 신라그룹 총수 한태산 회장, 바로 그였다.

나이가 들면 들수록, 같은 나잇대의 노인들보다 훨씬 더 빠르게 늙게 되는 그룹 총수직 자리.

그 총수직을 오랜 세월 동안 유지해온 그는 눈 밑에 주름이 가득했고. 훤히 드러난 이마 역시 온갖 주름으로 가득했다.

혈색 역시 창백했고 입술 역시 거칠고 투박했다.

다만, 저 눈동자.

저 눈동자만큼은 오랜 세월이 흘렀음에도 그 강렬한 기운이 어딘지 모르게 소용돌이치듯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신라그룹 총수로서의 근엄함과 예리함을 잃지 않은 모습.

신라그룹을 국내 5위권 그룹으로 우뚝 세운 대한민국 경제계의 산증인다운 모습이었다.

#

“···음, 어디선가··· 본 것 같기도 하고··· 혹시··· 우리 서로··· 본 적이 있나···?”

천천히 말하지만, 무척 선명한 목소리.

“아닙니다. 이런 대면은 처음입니다. 다만, 수술실에서 저는 회장님을 먼저 뵀습니다.”

그렇듯 내가 말하자, 한태산 회장은 잠시 눈을 감았다가 다시 떴다.

거인이라는 고정 관념 때문인지 몰라도, 그가 눈을 감았을 때와 떴을 때는 확연한 차이가 있다.

“···수술을 도왔다며···?”

“네. 수술 조수(어시)로서 참여했습니다.”

그러자 그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간다.

웃고 있는 것이다.

“···허허. 장사치 뱃속은 절대 보여주지 않는 게 상책인데··· 자넨 벌써 내 뱃속을, 아니 내 심장을 훤히 들여다봤겠군···.”

어딘지 모르게 친근한 눈빛이라 나도 모르게 긴장감이 좀 풀어진다.

그리고 또 말했다.

“자네 아버지가··· 김윤상 의원이라고?”

“네. 그렇습니다.”

나는 짧고 명료하게 대답했고.

한태산 회장은 내 눈 속 깊은 곳을 마치 들여다보겠다는 듯, 뚫어지라 쳐다보다가 이내 미간을 살짝 찌푸린다.

“한데··· 자네는 아버지를 닮지 않은 것 같군.”

그러면서 다시 눈을 감는 한태산 회장.

“···그래서··· 우리 유나가···.”

이때, 나는 흠칫하며 한태산 회장을 다시 쳐다보다가 이내 시선을 조금 내렸다.

사실, 한태산 회장은 지금 내 외모를 이야기하는 게 아니다. 그는 아버지와 나의 본질적인 차이점을 지금 꿰뚫어 본 것 같았다.

그러고는 한참 뒤, 그는 다시 눈을 떴다.

“···내 평생에··· 가장 위험하다고 생각했던 이들이······ 그중의 한 명이······ 바로 자네 아버지였네. 자네는··· 아버지에 대해··· 잘 알고 있겠지?”

나는 그 말에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고, 그저 쓴 미소를 지었다.

하긴, 아버지가 보통 사람이 아니긴 하다.

눈앞의 한태산 회장이 우리나라 재계의 실세이자 산증인이라고 한다면.

아버지는 무시무시한 정치 공학을 선보이고 있는 권력의 화신이라고 할 수 있다.

무시무시한 보복의 정치를 곧잘 하는 사람이고.

그 과정에서 재계 쪽에도 무시무시한 칼날을 휘둘렀다.

실제, 아버지가 가진 힘은 주로 검찰에 발원을 두고 있다.

검찰 출신 후배들의 정계 진출을 도우며 대물림하듯 검찰에 손을 뻗쳤고.

자신의 정적은 그 검찰의 칼로 무참히 베어내며 정적들을 제거해왔다.

한태산 회장은 평생 여러 번 법정에 섰는데. 그리고 여러 번의 집행유예 판결을 받았는데, 그중의 한 건이 바로 아버지의 작품이기도 했다.

“···지나간 일, 더 따져서··· 무얼 할까. 사실, 오늘··· 자네한테··· 한 가지를 제안을 하려고··· 잠깐 만나고자 한 거네···.”

한편, 한태산 회장은 저쪽에 가만히 서 있는 간부급 직원에게 슬쩍 눈짓했다.

그러자 그 직원은 다가왔고 고개를 숙였다.

“······김 부장.”

“네, 회장님!”

“다들······ 밖에 좀 나가 있게.”

“네! 회장님!”

그는 정중하게 인사했고, 곧이어 조용히 문을 닫고 나갔다.

이때, 희미하지만 밖으로 나가는 듯한 여러 발자국 소리들이 멀리서 들려왔다.

그러고는 한태산 회장은 다시 날 쳐다봤다.

그리고 그 순간, 그의 표정은 무척 진지해진다.

짙은 눈썹은 꿈틀거리는 듯했고.

그 눈썹 아래.

점점 더 강렬한 기운이 뿜어져 나온다.

그리고 잠시 뒤.

“···내 한 가지 제안하지.”

그러고는 그의 목소리도 변했다.

좀 전과 다르게, 아주 힘이 실린 듯한 목소리.

그런 묵직한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

그로부터 10분 뒤.

힐끔힐끔 날 쳐다보는 비서실 직원들.

입원실을 거쳐 응접실을 통해 밖으로 나가는 동안, 그들의 따가운 시선이 나한테 집중되었다.

그럼에도 모른 척했고.

나는 조용히 2001호실을 빠져나왔다.

그리고 잠시 뒤, 스치듯 2002호실을 지나가며.

나도 모르게 다시금 그쪽에 시선이 갔다.

좀 전, 한태산 회장의 제안 때문인지 몰라도.

유독 그쪽에 내 시선이 가게 되나 보다.

근데 나한텐 너무 과분한 제안인데···.

어쨌든 나는 얼굴이 굳은 채 터벅터벅 걸었고.

잠시 후, 보안 강화문을 천천히 빠져나갔다.

띵!

곧이어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곧장 엘리베이터 안으로 들어서려던 나는 순간 흠칫하며 뒤로 다시 물러났다.

긴 머리카락에 무척 날씬한 두 명의 여자.

얼굴이 유난히 작은데.

그 얼굴에 이목구비가 놀랄 정도로 선명하고 또한 매력이 있는 여자들이다.

한 명은 연한 파란색 긴 외투에 블랙진, 블랙 블라우스 차림이고. 유난히 짙은 빨간 립스틱을 입술에 바른 모습인데, 그 새하얀 얼굴과도 무척 잘 어울린다.

그리고 또 다른 한 명은 가을 정취가 물씬 피어오르는 아이보리색 트렌치코트를 입었고. 우아한 명품 가방을 들고 있는 모습인데, 갈색빛 머릿결이 늘씬한 트렌치코트와도 무척 잘 어울렸다.

“강소정씨? 김유리씨? 아! 이쪽입니다. 2002호실에···.”

그리고 이때 들리는, 보안팀 직원의 약간 떨리는(?) 듯한 목소리.

그러나 엘리베이터 문은 곧 닫혔고, 이내 그 목소리가 사라졌다.

#

권력의 화신들

<73>

새하얀 담배 연기.

격렬히 춤을 췄다. 그리고 옅게 흩어진다.

미간에 심한 골이 파인 채 인상을 팍 쓰는 한윤형 전무.

그는 담뱃재를 은빛의 재떨이에 톡톡 털어냈다. 그런 뒤 최지철 비서실장을 다시 쳐다봤다.

한윤형 전무의 오피스.

최지철 비서실장은 입을 열었다.

“전무님, 어떻게 하실 생각이십니까?”

한윤형 전무의 긴 눈매가 이때 심하게 찡그려진다.

“실장님, 아버지가 김정민을 만났다고 하셨죠?”

“네, 좀 전에 김상영 부장한테 연락이 왔습니다. 잠깐 비밀 이야기도 했다는 전언입니다.”

한윤형 전무의 얼굴은 좀 더 냉랭해진다.

요즘 이런저런 사건들이 많았다. 그래서 아버지 한태산 회장의 행보에 무조건 신경이 쓰인다.

“이유가 뭡니까?”

“아직 파악된 건 없습니다.”

“파악된 게 없다? 아뇨! 딱 보니 뻔한데···. 사생아 그 년이 무언가 꾸미고 있는 겁니다. 저번에 제가 갔을 때, 그년 낌새가 이상했어요.”

“네?”

“죽다 살아났더니 그년이 정신이 나갔나? 아버지한테 뭔가 요청을 한 게 분명합니다. 그게 아니면 아버지가 노망이 났다고 봐야죠.”

거침없이 말하는 한윤형 전무의 모습에 최지철 비서실장은 표정을 조금 굳히며 차분하게 대꾸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김정민, 김윤상 의원과 접점을 만들 이유가 없습니다. 그게 무슨 이득이 됩니까? 여긴 신라그룹입니다. 단순히 칭찬 내지 감사의 뜻을 표했을 겁니다”

그렇게 말하던 최지철 비서실장은 또 말했다.

“회장님께선 이번 수술로 재기를 하시겠지만, 그리 오래 버티지 못할 겁니다. 회장님의 심장은 이미 많이 약해졌습니다. 무모한 변수를 만드실 이유가 추호도 없습니다.”

“그러니까 내가 말했죠! 확실히 가려면, 무조건 도청을 해야 한다고! 보세요! 최 실장님! 이젠 그게 ‘선택’이 아니라 ‘필수’로 바뀐 것 같습니다만?”

“흠! 전무님, 그 일은 제가 알아보겠습니다. 김 부장을 통하면 금방 해결될 일입니다.”

그러고는 최지철 비서실장은 화제를 슬쩍 바꿨다.

“참고 삼아 드리는 말씀인데, 김윤상 의원은 절대 쉬운 사람이 아닙니다. 회장님께서도 다루기 힘든 사람입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구태여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한편, 한윤형 전무는 거만한 자세로 소파에 앉아 있다가, 낮은 목소리가 중얼거렸다.

“그렇게 위험할 것 같으면, 시발! 뭐든 걷어내면 될 게 아닌가. 김윤상이가 뭐가 무서워? 형님들이 저번에 차를 보내 날 위협했지만, 나도 할 수 있다고! 시발!”

성질을 내며 갑자기 욕설까지 하는 한윤형 전무.

쭉 찢어진 그의 눈매가 서늘하게 변해갔다.

그러나 이때 최지철 비서실장은 좀 더 냉정하게 상황을 이야기했다.

“전무님! 제가 이런 말씀을 드리는 게 맞는지 모르겠으나, 이젠 아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의아해하며 쳐다보는 한윤형 전무.

“과거, 회장님께선 실형을 선고 받으실 뻔한 적이 있습니다. 그때 그 일을 기획했던 사람이 바로 저 김윤상 의원입니다.”

잠시 귀를 기울여 듣던 한윤형 전무. 이내 입가에 약간의 비웃음이 생겨났다.

“그래서요?”

“정치인들을 재계의 감성으로 이해해서는 절대 안 됩니다.”

그러나 기껏 국회의원 따위가 신라그룹의 적수가 될 순 없다.

현재, 그때와 다르게 신라그룹의 힘은 막강해졌다.

과거, 아버지가 당한 건 그저 아버지의 마음이 여려서일 뿐.

사람들은 아버지를 가리켜 냉정한 총수라고 이야기하지만.

자신이 아는 아버지는 한없이 나약한 사람일 뿐이다.

모든 게 부실한 형들까지 경영 일선에 내세웠고.

사생아 그년도 처리하지 못하고 방치하고 있다.

그로 인해 그룹 후계 구도는 더 복잡해졌다.

“그래서 전무님, 오해하시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괜히 걱정이 돼서 그렇게 말씀드린 것뿐입니다. 오랫동안 제가 회장님을 모시면서 봤지만, 김윤상 의원 같은 음지의 정치인은 절대 상종하지 않는 게 좋습니다.”

그렇듯 최지철 비서실장은 이런저런 사례를 이야기하며 선을 긋는 듯한 태도를 계속 견지하고 있었다.

#

한편, 바로 그 시각.

국회의사당 고상중 의원 사무실.

고상중 의원은 주요 보좌관 회의를 진행하는 중이다.

현재, 그는 지역구 주민에 대한 관심을 접었고.

각종 국회 의정 활동 등 대다수의 일들도 그저 뒷전으로 미루고 있다.

자신이 주도한 민생 법안 발의 건. 계류 중인 그 법안에 대해서도 그걸 챙길 여유가 없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대대적인 사과 발표 뒤, 여론이 서서히 반전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른바 인과응보라고 했던가.

지도층에 대한 반감.

범법자에 대한 증오.

이런 것들.

그런데 그건 지금 자연스럽게 불식되고 있다. 자신의 망나니 아들이 사경을 헤매고 있으니까 말이다.

실제, 여론은 어제부터 눈에 띄게 반전되었는데.

특히, 보좌관을 중심으로 꾸준하게 보도 자료를 내며 대응하다 보니.

폐수 사건과 관련된 자신의 연관성은 아들의 선에서 거의 다 끊어진 것처럼 보였다.

그래서 검찰 출두 요청을 받더라도 이젠 전혀 겁낼 게 없다.

수사는 지지부진하다가 결국 한성화학만 치다가 끝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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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원님! 이걸 보시면 아시겠지만, 저희가 다방면의 정보 라인을 가동해서 확인한 결과, 이번 태성시 지하 하수도 폐수 사건은 김윤상 의원의 기획 사건이 맞습니다. 음. 종합하자면, 김윤상과 그의 아들 김정민의 작품입니다.”

박광재 보좌관의 신랄한 의견에 고상중 의원은 아랫입술을 꽉 깨물었다.

사실, 자신은 이번 사건으로 많은 걸 잃었다.

그리고 등잔 밑이 어둡다더니, 바로 이런 경우가 그럴까.

개새끼 김윤상 의원! 의사 아들까지 이용할 줄은 몰랐다.

한참 뒤,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알게 된 그 정보를 듣고, 자신은 얼마나 놀랐던가.

그런데 하필, 자신의 아들 고태진이 그 병원으로 들어갔다.

그러나 고상중은 고태진의 입원실을 계속 거기에 두기로 결정했다.

그래야 성국대 병원을 종종 찾아갈 수 있으니까.

#

“그럼, 권 변호사는 어떻게 생각하나?”

전직 부장검사 출신인 권정식 변호사.

정계 진출을 위해 고상중 의원 쪽에 몸을 의탁한 그는 이번 회의에 끼게 되었고, 잠시 후 차분하게 대답했다.

“아시다시피 검찰 내 라인이 좀 많습니다. 그중에서 가장 큰 강세는 역시 김윤상 의원 라인입니다.”

“그럼 그쪽이 그렇게 성장한 이유는?”

“김윤상 의원은 확실하게 밀어줍니다. 검찰 인사 및 조직개편 때도 막판 조정을 해주는 게 바로 김윤상 의원입니다. 수혜를 입은 사람들도 많고, 그 때문에 조직 충성도가 아주 높습니다.”

고상중 의원은 이내 심각한 표정이 되었다.

자신은 검찰 출신이 아니다.

대검(대검찰청) 김학신 부장과 손을 잡았지만, 서로의 필요에 의해서다.

그러다 보니 계속 검찰 쪽의 행보가 신경이 쓰인다.

사실, 군사 쿠데타를 일으켜 정권을 잡을 기회가 사라진 이 시대.

권력을 잡기 위해선 정치를 해야 한다.

그러나 그 정치가 절대 정의로울 수가 없다.

피투성이 위에 권력은 세워진다.

그리고 그 권력을 수호하고 그 권력을 유지하는 도구는 언제나 검찰의 칼이었다.

국민의 지원과 여론은 그다음 일일 뿐.

그래서 이번 일로 고상중 의원은 김윤상 의원에 대한 두려움과 증오가 생겼다.

그러고 보면, 검찰을 잘 쓰는 건 김윤상 의원이다. 자신은 주로 여론전에 강하고···.

그럼에도 현재 자신이 바라보는 검찰은 대한민국 정치의 칼이다.

정치적 파워는 결국 보복 정치를 통해 그 권위과 위엄이 더 굳건해지는 법. 자신은 그걸 맹신하고 있었고, 어쩌면 자신의 정적인 김윤상 의원 또한 그 점에선 다를 바가 없을 것이다.

다만, 자신은 성장하는 권력 지향적인 정치인.

김윤상 의원은 어느덧 고여 있는 구태 정치인이다.

시간이 흐르면 누가 승자가 될지는 불 보듯 뻔하지만.

이번 사건으로 인해 자신은 도덕적 치명상을 입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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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선생. 자네가 이것저것 공이 많아. 앞으로 자네가 ‘수석’ 달고 좀 더 적극적으로 움직여 봐. 인사 조처는 바로 해결해 줄 테니까.”

그 순간, 깜짝 놀라는 박광재 보좌관.

흔히, ‘수보’라는 약칭을 가진 수석보좌관은 보좌관 이하 비서관들을 모두 총괄하는 베테랑 자리가 아닌가.

그 순간, 벌떡 일어나 머리를 숙이는 박광재 수석보좌관.

“감사합니다! 의원님! 열심히 하겠습니다!”

늦은 나이에 여의도 정치에 입문했던 박광재 수석보좌관.

그는 기쁜 듯 주름진 눈매가 조금씩 밝게 휘어지고 있었다.

“인사는 그만하고 빨리 앉아. 시간 없으니까.”

“네.”

“그리고 지금부턴 기술적으로 움직이는 게 맞아. 공학 알지?”

지금부터가 더 중요하다.

더 머리를 숙이고 억울한 정치인 흉내를 내야 한다.

그래야 동정 여론이 더 강해질 것이다.

수요자(유권자)의 마음을 헤아리며 그것에 맞추어 움직이고.

가능한 모든 방법을 적재적소에 활용하다 보면, 다시 세상을 휘어잡게 될 것이다.

그래서 정치는 공학이다.

“자넨 조용히 신라그룹으로 가서 한윤형 전무를 만나고 와. 그쪽에서 내가 필요한 것 같던데. 나도 자금이 필요하니까 서로 이해관계가 맞지 않나? 다만, 조심해서 만나고 와. 어린 친군데 좀 매서운 친구야.”

한편, 박광재 수석보좌관은 조용히 경청하다가 다른 의견을 제시했다.

“의원님! 먼저, 한태산 회장의 장남, 한윤기 부사장 쪽을 컨택하시는 게 더 낫지 않습니까?”

그 말에 고상중 의원은 냉정하게 대꾸했다.

“한윤기는 진용을 갖췄어. 지금 우리는 이득을 챙길 때야. 멋모르는 한윤형을 잡아먹는 게 훨씬 더 낫고. 재벌 따위는 우리한테 수단일 뿐이야.”

“그럼 한윤형 전무와 약속을 잡고 만나보겠습니다.”

“그리고 내 스케쥴도 다시 확인해. 요양원, 보육원 봉사 일정도 빡빡하게 잡아두고. 최대한 사진 찍기 좋은 곳으로 잡아 놔. 곧 겨울이 될 거니까 연탄 나누기 행사 같은 것도 계획해 보고.”

“의원님, 피해자 미팅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고상중 의원은 짜증을 팍 냈다.

감춰진 자신의 모습이 요즘 쉴 새 없이 드러난다.

그러나 어쩔 수 없다.

이판사판이다.

“그것도 빨리 스케쥴 잡아. 다 같이 무릎 꿇자. 눈물 잔뜩 뽑아야 하니까 매운 양파 좀 준비해 놓고.”

“네! 의원님!”

그렇듯 고상중 의원은 정신없이 수습에 나서고 있는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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띵!

엘리베이터가 다시 열렸다.

잠시 후, 나는 8층 흉부외과 병동에 도착했고, 서둘러 엘리베이터에서 내렸다.

그러고는 곧바로 흉부외과 스테이션으로 들어섰는데.

이때, 스테이션 간호사들이 수군거리는 목소리들이 슬쩍 들려왔다.

“···진짜 얼굴이 요만하다니까. 커피 주문하다가 슬쩍 봤는데, 웃으면서 사람들한테 사인도 해 주던데.”

“근데 대체 무슨 일로 왔을까? 지인 중에 누구 아픈 사람이 있나?”

“선생님, 지금 누구 말씀하시는 거예요?”

“아아! 배우 강소정, 김유리!”

나는 슬쩍 쳐다보다가 그곳을 지나친 뒤 의국에 잠시 들렀다.

그리고 다시 돌아와, 한쪽 모니터 앞에 앉았다.

그 여자들, 배우들이었나.

잠깐 생각하다가 곧 생각을 떨친 뒤, 바로 차팅 작업을 시작했다.

수술일지 작성도 진행해 나갔다.

오후 4시에 수술 하나가 더 잡혀 있다.

그 전에 병동 환자들도 더 챙겨야 하고, 인턴으로서의 병동 잡일도 마무리해야 한다.

그래서 나는 다시금 바빠졌다.

그런데 그로부터 잠시 뒤.

요란하게 울리는 내 휴대폰의 진동.

구식 휴대폰 폴더를 열고 잠시 쳐다보니, 강지연 검사의 전화다.

의국에서 휴대폰을 챙기면서 문자메시지를 보냈는데.

그녀가 지금 연락을 준 거다.

#

새벽에 일어난 일

<74>

“···사제총기 사건은 저도 들었습니다. 저희 정보 라인을 통해 한번 확인하고 전화 드릴게요.”

“네, 잘 부탁드립니다.”

그렇게 전화를 끊고 나서 잠시 기다리자, 한참 뒤 다시 전화가 왔다.

“선생님, 제가 지금 시간이 없어서 그런데, 김창수 계장님을 바꿔드릴게요. 사건 개요를 대략 숙지했으니까 간략히 알려드릴 겁니다.”

“아, 그래요? 감사합니다. 검사님!”

무척 바쁜 듯 강지연 검사는 김창수 계장한테 전화를 넘겼고.

잠시 후 신호음이 가더니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전화 바꿨습니다. 김창수입니다.”

그렇게 상대는 자신을 소개한 뒤, 잠시 후 이번 사제총기 사건의 대략적인 내용을 나한테 설명했다.

#

이번 사건의 용의자는 ‘조상구’라고 하는 남자이며, 만 44세다.

금형 제작과 용접 일을 하는 자영업자인데.

그러나 금형 제작에 있어 그 실력만큼은 아주 뛰어난 사람이라고 한다.

한편, 금형 제작에 필요한 물품과 각종 금형 제작 기기들을 판매하는 윤필준 차장(만 38세)은 그런 조상구와 잦은 거래를 했다고 한다.

윤필준은 조상구의 요구에 따라 그런 물품들을 갖다 줬고.

조상구는 그걸 이용해 각종 금형 제작에 활용했다고 한다.

그런데 문제가 최근에 일어났다.

조상구로부터 금형 완성품을 가져가던 회사가 날아온 어음을 해결하지 못해 부도 처리됐고.

이때부터 조상구는 재정적으로 많이 힘들어졌다고 한다.

그러나 회사 영업부에 속한 윤필준 차장은 그런 조상구의 사정을 배려해줄 수가 없었다고 한다.

윤필준 차장은 반드시 물품 비용을 조상구로부터 정산받아야 했는데.

조상구로부터 정산받지 못할 경우엔 자신이 개인적으로 그 물품 비용을 회사에 배상해야 했다.

그래서 윤필준 차장은 번질나게 조상구를 찾아갔다.

그러나 조상구는 윤필준 차장이 방문할 때마다 돈이 없다는 핑계 외에도 온갖 욕설과 위협을 했다고 한다.

결국, 작은 싸움이 몇 번 발생했는데.

이 과정에서 윤필준 차장은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 몇 번 욕설을 했다고 한다.

그러자 조상구는 나이도 어린 윤필준 차장이 자신한테 욕설했다며 크게 분개했고.

다음 날, 사제총기를 이용해 윤필준 차장을 살해하려고 했다.

이때, 윤필준 차장은 간신히 현장을 탈출했고.

마침 지나가던 젊은 행인 이성훈이 즉각 달려들어 조상구의 살인 행각을 막았다고 한다.

놀란 윤필준 차장은 그때 뒤돌아보지 않고 그냥 달아났다고 한다.

특이한 점은 용의자 조상구가 아주 왜소한 사람이라는 것.

그 때문인지 몰라도, 그는 단숨에 이성훈에게 제압당했고.

그때 사제총기마저 빼앗겼다고 한다.

그러나 조상구는 자신의 몸에 숨기고 있던 또 다른 총기를 이용해 이성훈에게 총격을 퍼부었고.

거기서 멈추지 않고 확인사살까지 감행했다는 것이다.

이성훈은 간신히 목숨을 구했으나.

당시, 조상구는 자신이 이성훈을 죽였다고 믿고서 필사의 도주를 택했다고 한다.

특히, 경찰에 쫓기는 와중에 그는 사제총기로 응수하며 경찰관들한테 심각한 피해를 줬고.

자신을 집요하게 추적해오던 김태균 형사에게 총격을 가한 뒤.

그를 복도식 아파트 5층 난간에서 밀어 떨어뜨렸다고 한다.

158cm의 키에 48kg에 불과한 조상구!

그는 그렇듯 체격적으로 아주 왜소한 사람인데.

생각보다 아주 날랜 사람이라고 한다.

거기까지가 현재 사건의 개요였다.

“···제 생각엔 조상구 저 새끼는 완전히 미쳤습니다. 총기범은 워낙 위험해서 각 뉴스에 조상구 얼굴도 떴는데, 그때 조상구는 이성훈이 살아 있다는 걸 알게 됐나 봅니다. 특히, 이성훈 때문에 윤필준을 놓쳤다고 생각하다 보니, 녀석은 무조건 이성훈을 죽이겠다고 신문사에 투서까지 보냈습니다. 순 미친 새끼죠. 살인 예고까지 한 거나 다름없습니다. 선생님! 그 미친놈이 성국대 병원에 갈 가능성이 있으니 반드시 조심해야 합니다.”

김창수 계장은 거기까지 설명했고.

나는 전반적인 상황을 파악한 뒤 전화를 끊게 되었다.

그리고 잠시 생각했다.

근데 이거 어떡하지.

역시 단순한 범죄 사건이 아니었다.

더 놀라운 점은 조상구의 반지하 빌라 자택을 압수 수색했을 때, 수많은 사제 무기류들이 그때 발견됐다고 한다.

사제 폭발물 3개, 사제 권총 3정, 석궁 5정, 낫, 도끼, 대검 등의 사제 무기 외에 실탄 3천 발이 발견됐다고 한다.

즉, 그는 자신의 특기인 금형 제작 기술을 이용해 이런 무기류들을 제작한 것이다.

이른바 그는 광적인 사제무기 제작 및 수집가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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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탄환(히든 미션), ???를 구하라!]

한편, 이 히든 미션 수행을 위해 [특전: 검은 고양이(B)]와 [특전: 포효(B)]가 나한테 이미 주어진 상태다.

그런데 그런 [특전] 외에도 현재 나에겐 제법 유리한 사항이 존재하고 있었다.

현재 병원 주변에는 경찰특공대를 비롯하여 일반 경찰병력이 물샐틈없이 주변에 배치된 상태다.

그 때문인지 몰라도.

오늘 외래 환자의 방문이 크게 줄어들었다고 하고.

응급실 내원 환자 숫자도 크게 줄어들었다고 한다.

그 결과, 기존 수술 스케쥴 외에는 다른 응급 수술 스케쥴이 잡히지 않았고.

그로 인해 중간중간 시간들이 더 많이 남아돌게 되었다.

그 때문에 나는 좀 더 시간을 들여가며 이 사건을 좀 더 꼼꼼하게 검토했고.

좀 더 깊은 고민의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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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봤냐? 형사들 잠복해 있는 거?”

그로부터 시간이 흘러···.

윤미연 교수님의 심장 수술에 투입된 나는 어느덧 밤 11시쯤 스테이션으로 돌아왔는데, 먼저 스테이션 자리를 지키고 있던 이동욱은 그렇듯 작은 목소리로 나한테 말했다.

현재, 평상복 차림으로 형사들은 흉부외과 병동 휴게실에 진을 치고 있었고.

중환자실 바로 옆 입원실인 819호실은 기존 환자들 대신에 환자복을 입은 형사들로 쫙 깔렸다고 한다.

“야! 근데 사제총기범이 이성훈 환자를 죽이겠다고 하는데. 그게 가능한 일이냐?”

이동욱은 도무지 이해하기 힘들다는 표정이다.

왜냐하면, 정말 이성훈을 죽일 작정이었다면, 신문사에 투서를 보낼 게 아니라.

조용히 병원으로 숨어들어와 이성훈을 죽이고 가면 될 일이 아닌가.

그런데 조상구는 자신의 행보를 미리 밝혔다.

누가 봐도 어리석기 짝이 없는 행동이다.

사건 전말을 다 알고 있는 나 역시 도무지 납득하기 힘든 행동인데.

그 때문에 나는 계속 이런저런 생각을 거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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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조상구가 원래 죽이려고 했던 사람은 금형 제작에 필요한 물품을 제공하던 윤필준 차장이 아닌가.

그런데 조상구가 이성훈 환자를 무조건 죽이고 싶은 이유는 바로 윤필준 차장을 못 죽인 것에 대한 울화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이걸 간단히 떼서 다시 생각해 보면.

만약 이성훈과 윤필준 차장이 조상구의 눈앞에 있다면, 조상구의 총구는 과연 누구한테 겨눠질까.

당연히 조상구는 윤필준 차장부터 죽이려고 할 것이다.

그리고 바로 그 순간, 나는 간단히 퍼즐을 맞추게 되었다.

[마지막 탄환(히든 미션), ???를 구하라!]

아직 구조 대상이 밝혀지지 않은 히든 미션.

그러나 나는 그 순간, ???가 누구인지 바로 알아차렸다.

‘마지막 탄환’이라는 단어, 그리고 현재 진행 상황 등이 조합된 아주 간단한 결론···.

그리고 바로 그때.

새로운 알람이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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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을 추적하는 당신에게 무한한 경의를 표합니다!]

곧이어 [히든 미션]의 전체 정보도 공개되었다.

[마지막 탄환(히든 미션), 윤필준을 구하라!]

[특전: 검은 고양이(B)]

[어두운 곳에서 완벽하게 자신의 존재를 숨길 수 있습니다. 밝은 곳에서도 10초간 자신의 존재를 숨길 수 있습니다. 제한 조건: 1회 사용]

[특전: 포효(B)]

[2m 범위 내, 모든 상대를 일시적으로 세미코마 상태가 되게 할 수 있습니다. 제한 조건: 1회 사용, 10초 유효]

[업적 보상: 진귀한 모래시계(S)]

[생사 위기에 놓인 환자에게 가장 귀중한 10초, 그 10초의 시간을 되돌릴 수 있습니다. 제한 조건: 하루 1회. 특성 발동 페널티: 사신의 목소리]

[실패: 사신의 방문]

[히든 미션은 메인 미션과 관련성이 없습니다]

[경고! 윤필준 차장과 경찰관들이 응급실에 이송된 직후, 한 시간 경과 시점에 범인은 추가 범행을 위해 나타날 것입니다.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그래! 바로 이거였다.

성동격서(聲東擊西)!

동쪽에서 소리를 내지만 서쪽에서 적을 친다는 의미.

다급한 조상구의 현재 목표는 이성훈이 아니라 바로 윤필준 차장이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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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그로부터 시간은 빠르게 흘러갔다.

‘윤필준 차장’이 응급실에 이송될 거라는 시스템 경고를 봤기 때문에 나는 이때 긴장된 상태에서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응급실에 미리 연락을 넣어, 혹시 총상 환자가 응급실로 이송되는 경우가 발생하면 무조건 자신한테 연락해 달라고 부탁해뒀다.

그러고는 또 시간이 흘러···.

어느덧 새벽 4시가 다 되어갈 무렵.

드디어 흉부외과 스테이션 전화기가 아주 요란하게 울리기 시작했다.

나이트 근무 간호사는 즉시 전화를 받았고 즉시 외쳤다.

“선생님, 전화 좀 받으세요! 응급실 전화 왔어요!”

순간, 주위를 먼저 두리번거리던 나는 얼른 다가가 그 전화기를 넘겨받았다.

“여보세요, 흉부외과 인턴 김정민입니다.”

그리고 이때, 전화기 너머로 아주 다급한 상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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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후, 엘리베이터가 1층에 서자, 나는 재빨리 뛰어나갔고.

응급실까지 단숨에 도착했다.

그리고 놀란 눈으로 나는 좌우를 살폈다.

신음하고 있는 경찰관들.

특히, 한쪽 베드 쪽은 피 묻은 거즈가 수북하게 쌓여 있을 정도다.

그리고 그곳에 누워있는 남자.

인공호흡기를 착용한 채 의식이 없는 모습이다.

언제 응급실에 나타났는지 알 수 없는 서철성 교수는 이때 그 환자를 유심히 살피고 있었다.

한편, 내가 다가서자 그 인기척에 서철성 교수는 고개를 돌려 날 쳐다봤고, 이내 심각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김 선생, 어서 와. 환자 상태가 너무 안 좋아.”

나는 좀 더 다가가서 환자의 모습을 좀 더 세세히 확인했다.

환자 이름표가 한쪽에 달려있는데, ‘윤필준’이라는 이름이 정확하게 쓰여 있다.

그런데 그 환자는 현재 목 관통상을 당한 상태다.

심각한 기흉과 혈흉이 발생했다고 하고.

현재 폐쇄식 흉관 삽관술(closed thoracostomy)이 시행된 상태다.

사실, 이런 폐쇄식 흉관 삽관술은 흉막강 내의 공기와 출혈된 혈액 등을 제거하는 데 효과적이지만.

이런 흉관은 보통 수일에서부터 수주 간 유지되는 형태이기 때문에 그만큼 환자 상태가 좋지 않다는 걸 의미한다.

“관통상이 세 군데야. 경부(목), 폐 우중엽, 체간부. 이렇게 세 군데.”

간단히 설명하는 서철성 교수.

그런데 그의 설명에 따르면, 하나같이 관통상들이 치명상이나 다름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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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감한 의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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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는 이미 응급수혈이 진행되고 있다.

응급 수송 직후 심폐소생술(CPR)을 받은 듯 자동제세동기가 바로 근처에 세팅되어 있다.

특히, 경부와 폐 쪽의 관통상은 아주 위험한 수준이라고 한다.

그 외에도 체간부 관통상 역시 절대 무시할 수 없는 수준.

보통, 체간부 관통상은 흉부와 복부를 지나가는 총탄 관통 손상으로써 아주 다양한 손상과 후유증들을 동반할 수 있다.

현재, 이 환자는 동맥 출혈, 복강 내 출혈 등이 발생했고.

소장, 대장 등도 심각한 손상을 입은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즉, 경부, 흉부, 복부 등, 상반신 곳곳에 치명상을 입은 거나 다름없는데.

사실, 이 정도 수준의 총상이라면 이렇게 살아 있다는 게 기적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그나마 경찰의 신속한 대처로 응급실 이송이 아주 빨랐고.

다량 출혈로 인한 쇼크사도 운 좋게 피할 수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절대 안심할 수 없다.

왜냐하면, 그는 여전히 생명이 경각에 달해 있는 그런 상태이기 때문이다.

한편, 나는 정색하며 바로 옆에 있던 간호사한테 질문을 던졌다.

“이 환자, 언제 이송된 겁니까?”

그러니까 환자의 병원 이송 시각을 간호사한테 물어본 건데···.

그러자 그녀는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이렇게 대답했다.

“40분, 50분 전인가, 아마 그쯤 됐을걸요. 정확한 건 저도 모르겠어요.”

그 말에 즉시 나는 좌우를 다시 한번 살펴봤다.

조상구가 나타난 흔적은 아직 없는 상태다.

간호사의 저 말대로 아직 한 시간이 경과되지 않은 것이다.

사실, 나는 응급실에 이런 연락과 관련하여 미리 부탁을 했었다.

총상 환자가 응급실에 들어오면, 꼭 나한테 연락을 주라고.

그런데 응급실 상황이 얼마나 급했으면, 응급실 스테이션 간호사가 그걸 잊어버렸나 보다.

다행히 서철성 교수가 날 긴급히 찾는다는 연락이 날아왔고.

그래서 나는 늦지 않게 응급실에 도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하마터면 정말 큰일 날 뻔했는데.

그나마 다행인 건, 아직 한 시간이 지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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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고! 윤필준 차장과 경찰관들이 응급실에 이송된 직후, 한 시간 경과 시점에 범인은 추가 범행을 위해 나타날 것입니다.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그렇듯 시스템 경고를 다시금 떠올리며 나는 잠시 생각에 잠겼고.

이때, 나도 모르게 손바닥이 저절로 축축해졌다.

긴장감에 땀이 새어 나온 것이다.

나는 지금 긴장하고 있다.

시스템이 예고한 것처럼, 결국 조상구는 여기에 나타날 것이다.

그가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진 알 수 없으나.

어쨌든 그가 이곳에 나타나는 순간, 이곳은 큰 혼란에 휩싸이게 될 것이다.

사실, 응급실 주변엔 수많은 경찰관들이 포진해 있다.

그럼에도 그가 이곳에 나타난다는 건, 다시 말해서 자신이 체포되거나 사살되는 것도 개의치 않다는 말이다.

그저 미쳐버린 것 같은 조상구.

흉악한 살심과 악념에 휩싸인 그.

그 때문에 으스스한 소름까지 돋아났는데.

나는 이내 잡념을 떨친 뒤 다시 집중하며 계속 좌우를 살폈다.

응급실 내 형사들의 위치.

총상을 입고 치료 중인 경찰관들의 위치.

간호사와 의사들의 위치.

그 주변 상황도 계속해서 확인했고.

한편, 응급실 입구 쪽 상황도 유심히 살피며 주목했다.

#

“김 선생!”

“네?”

순간, 나는 움찔하며 고개를 돌렸다.

의아해하며 날 쳐다보고 있는 서철성 교수님.

그의 시선이 강하게 느껴진다.

“무슨 문제 있나?”

“아, 아닙니다.”

나는 서둘러 그렇게 말했다.

그러자 서철성 교수님은 다시 말했다.

“이 환자 말야. 지금 당장 수술해야 할 것 같아. 검사 끝나자마자 바로 수술방에 데려가자. 검사 결과는 수술 직전에 받아보기로 하고. 환자 보호자는 지금 온다니까 수술방에서 대기하고 있다가 동의서 받고, 바로 수술 들어가자.”

그러니까 초스피드 형태의 응급 수술을 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그게 진짜 가능할까.

환자 상태가 너무 안 좋은데.

“마취과 선생님들이 혹시 반발하지 않을까요?”

왜냐하면, 심각한 총상을 입었고, 환자 바이탈도 좋지 못하다.

이건 테이블 데스(수술 중 사망) 발생 가능성이 아주 큰 상황이다.

이런 환자를 수술대 위에 올린다는 건, 의료진으로서 큰 부담이 생길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서철성 교수님은 수술하겠다는 강력한 집념을 보이며 내 질문에 단호하게 대답했다.

“마취과 선생님들은 원래 그런 사람들이야! 자넨 상관하지 마! 내가 다 알아서 할 테니까! 지금 당장 수술방으로 가서 준비나 시작해! 그리고 호흡기 내과, 일반외과, 이비인후과 쪽에는 협진 요청해 두고! 김 선생! 빨리 움직이자!”

“네! 교수님!”

어쨌든 서철성 교수의 오더를 받게 된 나는 우선 스테이션 쪽으로 가서 각 진료과 전화부터 할 생각이었는데.

그런데 바로 그때···.

바로, 그때였다!

#

타-앙!!! 타앙!!!!!

순간, 귀청이 멍해지는 듯한 엄청난 소리!

잠깐 그 비현실감에 모두들 잠시 멍해졌다.

그러나 이내 다들 정신을 차렸다.

난데없이 들려오는 엄청난 총성들!

마치 천둥벼락이 치는 듯한 그런 소리의 총성이었다.

그런데 그 총성이 들려온 곳은 외부로 통하는 응급실 입구 쪽이 아니라 병원 1층과 연결된 작은 입구 쪽이다.

거기서 연달아 격발 총성들이 들렸고.

쾅! 하는 굉음과 함께 누군가 응급실 안으로 번개같이 뛰어들었다.

순간, 다들 놀라며 눈이 커졌고.

근처 형사들이 재빨리 뭔가 조치를 취하려고 했으나.

그 전에 다시금 강렬한 총성들이 울려 퍼졌다.

탕!!! 탕!!! 탕!!! 탕!!! 탕!!!

순간, 비명이 터졌고.

쿵! 하는 소리와 함께 형사들이 각각 넘어졌다.

간호사들은 자지러지며 놀라며 바닥에 엎드렸고.

쨍! 하며 무언가 깨지는 소리들.

우수수 뭔가가 떨어지는 소리들.

뭔가가 부딪히는 소리 등.

사방이 순식간에 어수선해졌다.

한편, 헝클어진 머리카락 사이로 좌우를 살피는 흉수.

그는 갑자기 우리가 서 있는 베드 쪽을 노려보더니 이내 시선을 멈췄다.

하긴, 가장 눈에 띄는 곳이 바로 이곳이 아닌가.

사방에 흩어져 있는 피 묻은 거즈들.

여기저기 튄 핏방울들.

어수선하게 몰려와 있는 각종 기계들.

그리고 그 순간, 흉수의 긴 머리카락 사이에서 알 수 없는 섬뜩함이 번득였다.

그는 번개같이 이쪽으로 뛰어왔다.

#

체구는 정말 작다.

키 158cm로 알려진 조상구.

실제 봤을 땐 더 작아 보인다.

그러나 정말 놀랄 정도로 아주 날랜 모습이다.

저러니 경찰특공대까지 나섰으나 아직도 그를 체포하지 못한 것이다.

단순히 금형 제작자라곤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그는 아주 빠른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순간, 훌쩍훌쩍 뛰어 그는 바로 지척까지 나타났는데.

바로 그때.

난데없이 서철성 교수님이 움직였다.

그가 갑자기 내 앞으로 뛰어나간 것!

깜짝 놀란 나.

서둘러 그를 말리려고 했으니 미처 말릴 새가 없다.

그사이, 서철성 교수님은 두 팔을 크게 벌렸고, 마치 흉수의 앞에 철벽을 세우려는 듯 그를 가로막았다.

그 바람에 내 앞에는 거대한 벽이 세워지는 듯한 그런 착각이 생길 정도다.

그런데 이때, 나는 간이 철렁! 내려앉았다.

동시에 나는 황급히 몸을 틀었다.

찰나!

내 시야에 들어오는 아주 아찔한 광경!

조상구의 괴상한 총구가 지금 서철성 교수님의 심장을 겨냥하고 있었고.

격발 직전의 상황이었다.

나는 숨이 턱 막혔다.

#

야! 이 미친 새끼!!!

시발! 개새끼야!!!

무슨 짓을 하는 거야!!!

그리고 바로 이때, 마치 0.0001초가 아주 긴 시간인 듯.

내 시야엔, 조상구의 검지가 사제권총의 방아쇠를 스르륵! 잡아당기는 듯한 그런 모습이 잡혔다.

그 격발의 무척 아찔한 순간.

나는 앞뒤 재지 않고 무조건 몸을 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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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전: 포효(B)가 발동되었습니다!]

[2m 범위 내, 모든 상대를 일시적으로 세미코마 상태가 되게 할 수 있습니다. 제한 조건: 1회 사용, 10초 유효]

순간, 나는 내 앞을 가로막고 있는 서철성 교수님의 옆구리를 확! 밀치면서 앞으로 튀어나갔고.

[포효(B)]가 이미 발동된 터라, 서철성 교수님과 조상구가 삽시간에 내 권역에 포함되었다.

서철성 교수님 역시 갑자기 굳어 버렸다.

격발 직전인 조상구 역시 2m 권역에 아슬아슬하게 닿아있어.

찰나의 순간, 그는 세미코마 상태에 즉각 돌입했다.

으으으. 미쳤다!

내가 조금만 늦었다면, 조상구의 총탄이 즉각 서철성 교수님의 심장을 관통했을 것이다.

그 아찔함과 그 섬뜩함!

그게 내 대뇌를 두드렸고.

절로 온몸이 부르르 떨렸다.

그러나 그 공포 때문에 이 시간을 허비할 수 없다.

이 특성의 유효 시간은 고작 10초!

서철성 교수가 내 힘에 의해 옆으로 밀려나는 사이, 몇 초가 이미 소모되었고.

그래서 나에게 남은 건, 이제 촌각을 다투는 아주 짧은 시간뿐이다.

나는 괴성을 지르며 더 달려들었고.

조상구의 손목을 힘껏 잡았다.

그리고 총구의 방향을 힘껏 하늘 높이 천장으로 향하도록 했다.

또한, 온 힘으로 다해 조상구를 밀치며 그대로 앞으로 넘어졌다.

다행히 조상구는 왜소한 체격.

내 힘을 이기지 못했다.

조상구가 뒤로 넘어지는 순간, 나는 그의 손목을 놓치지 않고 그대로 그의 몸 위에 엎어졌다.

그리고 서둘러 조상구의 손목을 사정없이 비틀었고.

재빨리 탁! 쳐내며 괴상한 총기를 저 멀리 날려 보냈다.

이때, 유효 시간이 다 소모되었다.

#

갑자기 두 눈이 찢어질 듯 커지는 조상구!

뒤늦게 자신의 상태를 깨닫고, 그는 놀라며 경악한 듯한 모습이다.

격발 직전, 그는 의식이 사라졌다가 제압됐고.

이렇듯 바닥에 어깨를 대고 눕게 된 상태에서 깨어났다.

그런 자신의 모습에 조상구는 지금 너무 놀란 것이다.

사실, 지금 이 상황에서 누구도 조상구의 놀람을 알아차리기 힘들 것이다.

이 세상에 조상구만이 혼란에 빠진 거다.

그는 나의 2m 권역에 있었고, 10초간 세미코마 상태가 되었다.

그럼에도 누구도 조상구가 세미코마 상태가 됐다는 걸 모를 것이다. 나와 함께 뒤엉킨 채 바닥을 뒹군 모습. 그 모습만 사람들의 기억 속엔 남아 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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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자신을 꽉 누르고 있는 내 모습에 조상구는 더 놀란 표정을 짓다가, 돌연 괴성을 지르며 발악했다.

“씨발! 놔! 놔라고! 씨발! 놔!! 놔아!!”

조상구는 온 힘을 다해 발악했고.

그 혼란 중에 조상구의 한 손이 내 완력으로부터 스르륵 빠져나왔다.

이때, 그는 한 손으로 자신의 허리춤을 빠르게 뒤지더니, 뭔가를 꺼냈다.

가늘고 예리한 칼!

그런데 바로 그때.

서둘러 달려온 형사들.

“이 새끼가!”

누군가 욕설을 하며 번개같이 킥을 날렸고.

빡! 하는 소리와 함께.

조상구의 오른쪽 손목은 기형적으로 꺾여 버렸다.

그리고 그 흉기는 저 멀리 날아가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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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발! 뭐야! 이 새끼 잡아! 조 형사! 빨리 잡아!”

“여기도 잡아! 강 형사! 꽉 잡아! 꽉 잡아!!”

“머리 잡아! 야! 야! 다 잡아! 다 잡아!!”

우르르 몰려든 십여 명의 형사들.

그들은 조상구를 완전히 둘러쌌고.

내가 데굴데굴 굴러 옆으로 피하자, 그들은 어느새 조상구를 완전히 제압해 버렸다.

결국, 머리와 목까지 제압당한 조상구.

그는 괴성을 지르며 끝까지 발악했으나 전혀 소용없는 짓이다.

그리고 잠시 뒤.

철컥!

엎드린 자세에서 수갑이 채워진 조상구.

두 눈이 살기로 시뻘겋게 달궈진 그는 침과 땀으로 범벅이 된 모습으로 그저 사람들을 죽일 듯이 노려보고 있었다.

그렇듯 절체절명의 아슬아슬했던 순간은 그렇게 끝이 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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