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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했더니 의사가 능력을 가짐-69화 (69/145)

뉴스에 나온 인턴 01

<75>

두근두근.

심장이 격렬하게 뛰었다.

사건이 모두 끝났지만, 후폭풍처럼 심장이 뛰었고.

잠시 숨을 쉬기 힘들 정도였다.

그러나 어깨에서 느껴지는 차분한 손길. 그 손길 덕분에 나는 길게 숨을 내쉬며 곧 정상을 되찾았다.

서철성 교수님이었다.

그가 내 어깨를 꼭 잡고 있다.

정말 대단하신 분이다.

어떻게 그런 위험한 상황에서 앞으로 나설 수가 있을까.

미치광이 조상구는 총구를 겨눴다.

그러나 그는 몸을 숙여 피하는 게 아니라, 앞으로 뛰어나가 조상구를 제지했다.

도대체 어떻게 하면 저런 용기가 생길 수 있을까.

나였다면 그게 가능한 용기인가.

그러나 이내 나는 고개를 젓고 말았다.

절대 저런 용기를 낼 수가 없다.

심장을 향해 겨눠진 섬뜩한 총구.

그 총구에서 총탄이 발사되는 순간, 이 세상과는 영원한 작별이다.

그런데도 그는 한 발 앞으로 나아가며 두 팔을 쫙 벌렸다.

자신의 뒤에 있는 그 모든 것들을 보호하려는 듯 그렇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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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나?”

“네. 저는 괜찮습니다.”

내가 자신을 쳐다보자, 서철성 교수는 피식 웃는다.

이때, 나는 다시금 놀랐다.

사람의 표정이 저럴 수가 없다.

너무 침착하고, 흔들림이 전혀 없다.

어떻게 저럴 수가 있을까.

사람이 아니라, 꼭 무언가 해탈한 사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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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님은 괜찮으세요?”

조심스럽게 나는 물었고.

그는 다시 웃으며 대답했다.

“보다시피! 근데 자네가 날 세게 밀쳐 옆구리가 좀 아프네.”

“으으, 죄송합니다. 교수님.”

나는 머리를 긁적였다.

그러나 그는 손을 저었다.

“근데 자네야말로 정말 괜찮나? 다시 묻고 싶은데.”

“네! 저는 괜찮습니다!”

내가 힘주어 외치자 서철성 교수는 그제야 만족해하는 표정이었다.

“근데 자네도 정말 대단하군. 총구가 앞에 있는데 어떻게 그런 용기가 나지? 난 현기증이 나서 갑자기 눈앞이 시커멓게 변하던데.”

서철성 교수님의 그 말에 나는 속으로 고소를 머금었다.

[포효(B)] 발동 때문일 것이다.

서철성 교수는 그 때문에 세미코마 상태가 잠시 되었다.

세미코마, 즉 반혼수 상태, 수면 상태가 된 것이다.

그래서 그는 좀 전의 일을 기억할 수가 없다.

다만, 내가 조상구를 확! 밀치면서 앞으로 넘어졌기 때문에.

금방 나의 2m 권역에서 벗어났을 것이다.

그래서 기억 상실의 순간은 겨우 몇 초에 불과했을 터.

다만, 다행스러운 건, 한유나 입원실 사건처럼 특성이 무력화되는 상황이 발생하지 않았다.

내 예측이지만, 이 [포효(B)] 특성은 권역 범위가 좁긴 해도 정신 지배력만큼은 더 강력해진 것 같다.

그런데 이때.

나는 갑자기 당황한 표정을 지으며 좌우를 두리번거렸다.

순간, 사람들이 날 향해 우르르 몰려들었는데.

어느새 내 주변엔 형사들도 있었고.

의사, 간호사들도 있었고.

응급실 일반 환자 가족들도 있었다.

그런데 이때, 누군가 갑자기 가볍게 박수를 쳤는데.

그걸 시작으로 해서 아주 요란한 박수 소리가 사방에서 터져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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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와, 진짜 대단합니다! 김 선생님! 도대체 어디서 그런 용기가 났어요?”

“선생님, 다친 덴 없으세요?”

“무서워 죽는 줄 알았어요.”

“아이고,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신기하듯 놀란 듯 날 쳐다보는 수많은 시선들.

그리고 쉴 새 없이 내 안부를 묻는 말들과 감사의 말들이 그들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그러다가 아주 강렬한 시선이 옆에서 느껴져, 그쪽으로 나는 잠시 시선을 옮겼다.

그러자 내 눈에 들어오는 중년 남자, 양서경찰서 강력2팀 팀장 송종태 경감이었다.

그는 지금 아주 놀란 모습을 하고서 날 쳐다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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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 경감은 정말 깜짝 놀랐다.

바깥에 있다가 총성을 듣고 정신없이 응급실 안으로 뛰어들었는데.

그때, 서철성 교수가 두 팔을 쫙 벌리는 그 아찔한 광경을 보게 되었다.

이때, 잔혹한 조상구는 즉시 총구를 겨누며 살의를 드러냈고.

놀란 송 경감은 멀리서 재빨리 사격 자세를 취했다.

그런데 더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인턴 선생이 몸을 날린 것이다.

지금껏 수많은 경찰들이 조상구를 추적했고.

그를 잡으려고 했으나 번번이 실패했다.

그런데 한낱 의사들이 갑자기 조상구의 앞을 가로막았고.

그 날랜 조상구를 단숨에 제압하는 아주 경이로운 모습을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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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두 분.”

잠시 후, 송 경감은 머리를 깊이 숙이며 감사의 뜻을 표했다.

나는 잠시 그를 쳐다보다가 간단히 마주 인사했는데.

서철성 교수님도 이내 머리를 숙였다.

그러나 나도 그렇고 서철성 교수님도 그렇고.

계속 그런 인사들을 받을 처지가 아니었다.

일부 간호사들과 응급실 레지던트들은 이미 여기저기 흩어져, 응급의료 행위를 시작하고 있었다.

조상구의 총에 맞고 쓰러진 형사들.

그들에 대한 응급처치 말이다.

“김 선생, 저기 좀 돕자.”

서철성 교수는 손짓했고, 나는 즉시 그쪽으로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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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응급실 바깥.

거기도 현재 난리가 난 상태다.

좀 전, 총성이 쉴 새 없이 울린 뒤.

비명 소리가 쏟아졌고.

그 후, 조상구가 체포되어 나오자.

밤샘 대기하며 기삿거리를 쫓던 기자들은 일제히 카메라 플래시를 터트리며 조상구의 사진을 쉴 새 없이 찍었다.

찰칵, 찰칵, 찰칵, 찰칵.

“김 경위님, 어떻게 잡은 겁니까?”

“피해는 없었습니까?”

“총성이 많이 울렸는데, 응급실은 괜찮습니까?”

그리고 체포된 조상구의 옆으로도 바짝 붙으며 기자들은 재빨리 외쳤다.

“조상구씨! 하고 싶은 말 있습니까?”

“사제총기는 어떻게 만들게 된 겁니까?”

“현재 심정은 어떻습니까?”

“하고 싶은 말이 뭡니까?”

“경찰 피해가 큽니다. 경찰한테 하고 싶은 말 있어요?”

기자들은 경찰 호송 차량을 들어가는 조상구에게 온갖 질문들을 던졌고.

잠시 후, 요란한 사이렌 소리와 함께 조상구를 태운 경찰 호송차는 이내 저 멀리 사라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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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로부터 잠시 뒤.

서철성 교수는 총상 환자들에 대한 응급처치를 마친 뒤.

온통 피범벅이 된 자신의 의사 가운을 벗어 한쪽에 내려놨다.

그는 수술복 차림으로 윤필준 환자한테 다가갔고.

잠시 후, 내가 합류하자.

우리는 윤필준 환자가 누운 스트레처카를 밀며 서둘러 영상실로 향했다.

그렇게 각종 영상 촬영을 마친 뒤, 스트레처카의 방향은 이제 3층 수술실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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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보면, 아주 늦은 새벽, 이 시각!

현재, 성국대 병원 전체는 아주 혼란스러워진 상태다.

앞서 요란하게 울렸던 그 총성들 때문이고.

범인 조상구 때문이다.

점점 더 몰려들고 있는 기자들도 그 혼란을 가중시켰다.

그러나 그 혼란 속에서도 더 늦기 전에 윤필준 환자를 수술해야 한다.

그래서 우리는 그때부터 더 바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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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보호자한테서 수술 동의서 받았습니다!”

잠시 후, 응급실 김 간호사가 직접 수술실로 전화를 주었다.

한편, 마취·통증과의 야간 당직 교수인 김광일 교수는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 모습으로 한참 만에 회의실에서 나왔는데.

이때, 내가 즉시 쳐다보자, 김광일 교수를 뒤따라 나오는 서철성 교수는 아주 강렬해진 두 눈을 번득이며 터벅터벅 걸어 나오고 있었다

그리고 잠시 뒤.

좀 전까지 수술방 오픈을 거부하던 김광일 교수는 직접 환자 마취를 진행했다.

그리고 그 일들이 끝나자, 윤필준 환자는 막 오픈된 수술방으로 옮겨졌고.

잠시 후, 아주 강렬한 무영등 아래, 수술대 위에 눕게 되었다.

“교수님, 무조건 살려야 합니다! 제 사전에 테이블 데스는 없습니다.”

마취과 김광일 교수. 그는 아주 딱딱한 목소리로 말했고.

서철성 교수는 아주 단호하게 대꾸했다.

“무조건 저희는 환자를 살릴 겁니다!”

그때부터 서철성 교수의 주도하에 아주 신속한 개흉과 개복 과정이 드디어 시행되었다.

<76>

띠이. 띠이. 띠이···.

전자음이 조용히 울리는 수술방.

숨이 막힐 것 같은 긴장감은 계속된다.

현재, 환자 바이탈은 워낙 나빠, 혹시 모를 심정지 상태를 방지하고자 서둘러 동맥 출혈과 복강 내 출혈부터 잡게 되었다.

이때, 혈관 겸자 후, 단순 봉합 방식이 시행되었는데.

물론, 이런 봉합은 그저 일시 방편에 불과하다.

즉, 미세 혈관 파열 등에 대한 정교한 처치 등은 잠시 뒤로 미루게 됐는데.

우선, 큰 출혈부터 일시적으로 잡은 뒤, 수술은 시작되었다.

좀 전에 일반외과(GS) 의사가 잠시 수술에 합류했다가 일을 마친 뒤 수술방을 나갔는데.

그 과정에서 복강 출혈 같은 건 어느 정도 잡게 되었다.

또한, 쉴 새 없이 혈종 제거를 위한 석션 작업이 이어진 끝에 수술 시야도 어느 정도 확보되었다.

그러고는 그때부터 심폐 바이패스 작업이 진행되었다.

현재, 환자는 경부(목) 관통상 외에도 폐 우중엽 관통, 체간부 관통이라는 끔찍한 일을 당했다.

그래서 흉부 대동맥 등에 대한 처치와 폐 우중엽 손상 부위에 대한 처치는 잠시 후 진행될 예정이고.

그걸 마친 뒤, 경부(목) 관통상에 대한 처치도 곧바로 진행될 예정이다.

사실, 흉부외과는 심장 및 흉부 대동맥 파트 외에도 폐·식도 등의 영역으로 나누어지는데.

이 환자는 총상 환자이고 생명이 경각에 달한 상태라.

서철성 교수는 흉부 쪽 수술 전체를 자신이 집도하기로 결정했다.

이후, 소장, 대장 등의 손상에 대한 처치는 타 진료과의 협진을 통해 2차 수술 방식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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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선생, 이것 좀 봐. 운이 아주 좋은 환자야. 아슬아슬하게 대동맥을 피해갔어.”

잠시 후, 완전순환정지 상태에서 하행대동맥을 쭉 훑어보던 서철성 교수.

그는 그렇게 현재의 동맥 상태를 평가했다.

부분적으로 동맥 출혈이 생기긴 했으나 대동맥이 절단되는 사고는 확실히 피한 것이다.

만약 굵직한 대동맥이 총탄에 의해 절단됐다면 과다 출혈로 인해 윤필준은 이미 사망했을 것이다.

하늘이 그를 도운 것이다.

그 때문에 하행대동맥 원위부 쪽에 대한 단순 봉합 등이 이어졌고.

주변에 형성된 혈종은 석션을 통해 깨끗하게 제거되었다.

잠시 후, 완전순환정지를 해제한 뒤, 이제 수술 부위는 폐 우중엽 쪽으로 넘어갔다.

“15번 메스!”

“12번 메스!”

“지혈!”

“석션!”

“김 선생, 수처 시작할 테니까 잘 봐!”

그사이 괴사 조직 등이 빠르게 제거되었고, 이제 상처 봉합을 위한 수처가 아주 신속하게 진행되었다.

그렇듯 흉부 부위에 대한 주요 손상과 다발적 외상에 대한 적절한 처치가 이어졌는데.

곧이어 경부(목) 관통상에 대한 수술도 전개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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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 박리부터 하고 들어가자.”

메스를 손에 쥔 서철성 교수의 손놀림이 다시 빨라졌다.

“15번 메스!”

아주 섬세하게 근막 절개 및 조직 박리 등이 이어졌는데.

“메젠바움(metzenbaum)!”

“투스 포셉(tooth forcep)!”

“15번 메스!”

“여기 좀 잡아!”

“지혈!”

한편, 아직 미세 출혈이 멈추지 않은 정맥들은 결찰했고.

제2, 3, 4기관 연골부의 파열 및 화상 흔적들을 확인하면서 괴사된 조직 등을 부분 절개해서 제거했다.

기관 손상부에 대한 봉합도 곧이어 진행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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