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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했더니 의사가 능력을 가짐-86화 (86/145)

광란의 질주 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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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네, 안녕하세요. 선생님.”

체외순환사(perfusionist) 간호사 선생 외에도 코디네이터와도 인사를 했다.

이번 업무는 총 4명의 의료진이 같이 움직이게 된다.

이번 출장을 위한 구득팀 차량은 저번에 탔던 그 개조된 응급 차량이다.

현재 정차 중이다.

“안녕하세요? 바로 타시죠.”

운전사와도 인사했고.

그런데 잠시 후 각자 차량에 탑승하는 과정에서 미묘한 문제가 발생했다.

사실, 저번 구득팀 출장 땐 코디네이터와 간호사가 따로 움직였다. 인원 숫자가 많아 차량 배차도 당시에 한 대 많아졌던 것이다.

그런데 이번엔 한 대의 차량으로 같이 출발하기로 한 건데. 막상 탑승하려고 보니 인원 숫자가 생각보다 많은 것 같았다.

개조된 뒷좌석 쪽. 거기에 비좁게라도 앉으면 될 것 같긴 한데.

그런데 미묘한 문제란 게 바로 코디네이터의 몸 상태다.

현재, 둘째 아이를 임신했다는 코디네이터.

앞선 출장 때보다 그녀는 배가 더 부른 상태다.

그러나 만삭은 아니었고, 거동하는 데 불편함이 없다.

다만, 출산 직전까지 병원 근무를 하는 다른 직원들처럼 코디네이터도 그렇게 근무 중이었고. 문제는 외형적인 변화가 뚜렷하다 보니, 그녀의 몸 상태에 대해 누구든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다.

“잠깐만! 그럼 뒷좌석이 너무 좁은데. 조 선생님! 그럼, 차라리 조수석에 앉는 건 어떨까요?”

펠로우 양종규 선생은 자신의 자리를 즉시 양보하려고 했다. 그러나 코디네이터는 이내 기겁하며 두 손을 저었다.

“죄송합니다. 선생님. 저는 조수석에 앉는 게 좀···.”

그 순간, 양종규 선생은 아차! 자신이 실수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임신부는 되도록 조수석을 피하는 게 좋다. 혹시 모를 사고 발생시, 조수석 에어백이 터지기라도 하면, 더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

그렇다고 임신부 포함하여 세 사람이 뒷좌석에 앉으려고 하니, 서로가 상당히 불편할 것 같았다.

“그럼 차라리 두 분 먼저 가시고, 저는 김 간호사님과 다른 차로 가겠습니다.”

코디네이터는 즉시 그렇게 말했다.

그러자 양종규 선생은 재빨리 휴대폰을 꺼냈다.

“그럼 제가 전화해 볼게요. 한 대 더 배차받도록 하죠.”

그러니까 방법은 병원 구급차를 추가 배차받아 2대가 함께 움직이는 거다.

그렇듯 생각은 괜찮은데.

그로부터 잠시 뒤.

전화를 하던 양종규 선생의 표정이 이내 이상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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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한 시간이나 걸린다고요? 저흰 당장 내려가야 하는데, 저기 선생님! 저희 구득팀입니다. 무조건 가야 합니다! 아니, 그러니까 좀 더 알아봐 주세요. 네? 네? 그냥 한 시간이 아니라 최소 한 시간이라고요? 아이씨! 미치겠네. 어쨌든 알겠습니다.”

양종규 선생은 휴대폰 폴더를 접었고,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간호사들과 날 쳐다봤다.

“어떡하죠? 병원 구급차들은 지금 바쁘다고 하는데. 중증 환자들 이송 때문에 배차가 안 되는 차량들도 있고.”

그러고 보면, 현시대 기준, 장기 구득 시스템 자체가 다소 열악하다. 아주 급한 경우엔 의료 헬기 등을 이용하기도 하지만, 그건 아주 특수한 케이스다. 대체로 응급차 배차가 잘 안 되면 직접 운전해서 가거나, 각종 방법을 다 짜내야 한다.

문제는 이 시대 KTX(한국고속철도)가 아직 존재하지 않는다. 2004년에야 개통이 되는 KTX. 그래서 이런 구득팀 활동 자체가 무척 힘이 든다.

“아이씨, 어떡하지? 이런 건 김재호 선생이 잘 해결하는데. 김재호 선생이 안 가니까 벌써부터 일이 꼬이네.”

그렇다고 임신한 코디네이터를 조수석에 함부로 앉힐 수도 없다.

그렇다고 비좁게 뒷좌석에 앉을 수도 없는 노릇.

다음 배차를 받아 누군가는 최소 한 시간 기다린 뒤 후발대로 출발하면 될 텐데. 문제는 바로 시간이었다.

기다림의 시간이 한 시간이 아니라 두 시간 이상 걸린다면 과연 어떻게 될까.

대구 병원에 도착한 뒤, 구득팀 4명은 각자 역할이 있고 각자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이를테면 대구 병원 의료진들도 만나야 하고, 약간의 협의 과정도 필요하다. 특히, 뇌사자의 경우엔 적출되는 장기 숫자가 환자 상태 등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타 장기 적출팀과의 협의 과정 등도 반드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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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종규 선생님! 그러지 말고, 제가 그냥 운전해서 갈게요!”

순간, 나는 차량에서 내 짐을 즉시 뺐다.

“잠깐만! 김 선생! 좀 더 생각해서···.”

아니지, 더는 생각할 게 없다. 시간만 계속 소모되고 있다.

사실, 심장 적출을 집도할 펠로우 양종규 선생이 직접 운전해서 가서는 안 된다.

군의관 이후 여러 병원에서 펠로우 생활을 했던 양종규 선생은 이번 출장에서 그 역할이 상당히 크다.

그렇다고 체외순환사(perfusionist) 간호사 선생과 코디네이터 간호사 선생을 보내기에도 민망하다.

역시 내가 직접 운전하는 게 나을 것 같았고.

사실, 회귀 전의 레지던트 시절, 교수님들의 당일치기 학회 출장 때 나는 밤새 운전대를 잡은 적도 있다.

그런 것들까지 문득 떠오르자, 아무리 몸이 피곤해도 충분히 참을 수 있을 것 같았고. 그래서 나는 다시 외쳤다.

“바로 따라갈 테니까 지금 출발하세요! 벌써 10분 지체됐습니다!”

그러고는 더는 이야기할 게 없다는 듯 나는 즉시 병원 별관 쪽으로 뛰었다. 거기 지하 3층에 주차해둔 내 차를 타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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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 정말 죄송합니다. 선생님. 병원 사정이 요즘 너무 안 좋아서. 구득팀 배차도 잘 안 되고, 저희도 좀 힘듭니다.”

코디네이터 간호사 선생은 무척 미안하다고 했다. 그런데 여기서 병원 사정이 안 좋다는 건, 바로 환자들이 너무 많아져 병원이 너무 잘 돼서 생긴 일이다.

한편, 김정민이 저 멀리 뛰어가자, 양종규 선생은 어쩔 수 없다는 듯 쓴 미소를 짓고는 조수석 자리에 즉시 앉았다.

그리고 잠시 뒤.

구득팀 전용 응급 수송 차량은 드디어 성국대 병원에서 출발했다.

<90>

삑! 하는 소리와 함께 중고 소나타 앞쪽 헤드라이트에 불이 들어왔고.

나는 재빨리 운전석에 올라탔다. 내가 가져온 작은 가방 등은 대충 조수석 자리에 던져뒀는데.

그러고는 즉시 시동을 걸었다.

한편으론 급유가 필요한지 확인해 보니, 휘발유 레벨은 충분하다.

곧이어 구식 내비게이터를 꺼내 바로 설치할까 생각하다가 이내 생각을 접었다.

서울-대구 고속도로 구간.

이 구간은 지금껏 수많은 학회 출장 때문에 상당히 많이 운전한 적이 있고.

그 대구 병원도 회귀 전을 포함하여 내가 여러 차례 갔던 곳이다.

구태여 내비게이터가 필요 없었고.

그래서 바로 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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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후, 소나타 차량은 지하 주차장을 빠져나왔고, 잠시 속도를 줄였다가 곧이어 대로로 접어드는 순간, 좀 더 빨라지기 시작했다.

참! 지금 막힐 시간대인데.

그런데 그 순간, 문득 그 생각이 뒤늦게 떠올랐다.

날마다 병원에만 있다 보니 출퇴근 개념이 없었고, 그래서 거기까지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다.

할 수 없이 나는 초반부터 액셀을 세게 밟았다. 양종규 선생 등이 타고 있는 응급 수송 차량은 훨씬 더 빨리 달릴 수 있어, 그들과 보조를 맞추려면 좀 더 무리하게 액셀을 밟을 수밖에 없다.

우우우웅!

빵! 빵!

그때부터 차선을 이리저리 오가며 요리조리 차량 틈새로 파고들었다.

그러나 이미 퇴근길이라 각종 차량들로 들끓는 도로.

특히, 이곳이 주차장인 듯 쭉 늘어선 앞쪽 차량들의 모습에 현기증이 날 정도였다.

그래서 무진장 머리를 써야 했고, 이때 나만의 필살기(?)가 계속 터져 나오고 있었다.

여기서 우회전해서 좌회전하고··· 참! 저 아파트 단지에 누가 살고 있더라, 그래! 정훈이 할아버지! 그럼 아파트 단지를 관통한 뒤 좌회전해서 우회전하고 다시 직진한 뒤, 골목길에서 유턴하고···.

그때부터 소나타 차량은 급정거와 좌회전, 우회전 등이 쉴 새 없이 이어지고 있었다.

그리고 바로 이건 회귀 전, 내가 레지던트 4년 동안 별의별 구득팀 경험을 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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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목적지는 저희도 모릅니다. 우선, 최대한 따라붙고··· 하! 시발! 아, 아닙니다. 죄송합니다. 네, 네,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 야! 시발! 빨리 따라가! 저 새끼, 왜 저래? 야! 저거 놓치면 넌 무조건 죽어! 시발!! 빨리 따라가!!”

성국대 병원 별관 지하 주차장에서부터 소나타 차량을 조용히 뒤쫓고 있는 두 대의 검정 SUV 차량들.

그런데 앞장선 SUV 차량에선 지금 욕설이 터져 나오고 있다.

퇴근 시간, 도로 상황은 아주 심각했다.

그런데 소나타가 희한한 곳으로 계속 들어가며, 아주 이상하게 운전하고 있다.

그렇다고 그냥 놓칠 수가 없어 계속 뒤쫓고 있는데, 도로가 아닌 단순한 인도를 달리기도 했고, 때로는 전혀 상상할 수 없는 곳에서 유턴하기도 했다.

끼이익!!!

바로 그때.

SUV 차량의 운전사는 대경실색하며 번개같이 급브레이크를 밟았다.

골목길을 빠져나온 소나타가 저 멀리 달려나가는데.

그걸 그대로 쫓으며 나가다가, 도로에서 직진하던 차량과 그대로 충돌할 뻔한 것이다.

사방에서 요란하게 크락션들이 울리며 난리가 났다.

“시발새끼! 그냥 가! 무조건 밟아!!”

그러나 그런 소란 속에서도 다시 액셀을 밟으며 달렸고.

별의별 소란들이 계속 이어지는 가운데, 소나타를 비롯한 SUV 차량들은 마침내 복잡한 서울 도심을 벗어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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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지금 경부 탔습니다. 어떻게 할까요? 계속 뒤쫓을까요? 네? 아! 알겠습니다. 간단한 접촉 사고와 납치? 네! 시도해보겠습니다!”

잠시 후, 경부고속도로 부산 방면으로 접어들게 되었는데.

그때부터 차량 속도는 좀 더 높아졌으나.

그것도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결국, 고속도로 쪽은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 정체 상황이 되고 말았다.

그런데 이번에도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갓길이고 뭐고 가리지 않고 달리는 소나타.

의사라고 하더니 운전실력은 그냥 개판이라고 해야 하나.

칼치기 등등, 뭐든 가리지 않고 최악의 짓들을 다 하고 있었고.

그 때문에 점점 더 소나타와의 거리는 멀어지고 있었다.

그 바람에 때아니게 당황하게 된 조수석 남자.

“야, 시발! 뭐하냐! 빨리 가! 빨리 달려! 야! 이 개새끼야! 빨리 가!!”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그 거리는 더 벌어졌고.

저 앞으로 사라진 소나타는 어느 순간부터 전혀 보이지 않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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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나는 영동고속도로 원주 방면으로 달리다가, 중부내륙고속도로로 갈아탄 뒤, 충주를 지나갈 무렵, 좀 더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이때, 도로 위의 차량 숫자는 좀 더 줄어 있었고.

반면, 사방은 칠흑같이 어두웠다.

고속도로 길가엔 가로등이 없다 보니, 그 어둠 속에서 나는 오로지 앞쪽 차량만을 보면서 빠르게 달렸는데.

그러다가 어느 순간, 그 차량을 한 번에 제친 뒤, 액셀을 더 세게 밟았다.

우우우우웅!

엔진은 아주 요란한 소리를 냈고.

마치 앞으로 튀어나가는 듯한 느낌도 들었다.

사실, 지금껏 도로가 너무 막혀 있어 많은 시간 소모를 했다. 이러다간 많이 늦어질 수도 있어, 더는 참을 수도 없었다.

실제, 차량 속도는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나게 빨라졌는데. 어느 순간 시속 140km를 지나갔고, 시속 180km에 이르렀다.

이때, 심장은 급격하게 뛰었고, 그 속도를 이기는 못하는 차체는 거칠게 흔들리고 있었다.

어디론가 튕겨 날아갈 것만 같은 그런 불안정한 상태.

그럼에도 쭉! 밟은 액셀의 힘에 다시 차체는 쭉! 쭉! 앞으로 튀어나갔다.

빵! 빵! 빵빵!

한편, 놀란 옆 차량들이 거칠게 경적을 울렸으나. 나는 저 멀리, 이미 멀어진 상태다.

그러고 보면, 회귀 전, 교수였던 나는 부산 학회에 초청 강연을 갔다가 응급 콜을 받은 적이 있다.

그때 내가 택한 것은 바로 내 차를 몰고서 병원으로 가는 것이다.

당시, 나는 부산 톨게이트에서 서울 톨게이트 도착까지 겨우 2시간 30분을 찍었을 뿐이다.

그래서 병원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소독 작업을 했고, 곧바로 수술장으로 들어갔다.

그로부터 16시간이나 이어지는 대수술.

결국, 그 환자의 생명을 구할 수 있었다.

그런데 사실 생각해 보면, 그때의 일은 무척 무모한 일이다.

과속으로 인해 다른 사고가 발생할 수도 있고, 상당히 큰 법적 책임을 질 수도 있다.

그럼에도 나는 무시무시한 인과를 등에 짊어진 채 불나방처럼 달려야 했다.

한편, 놀라운 점은, 그 일에 대해서 속도 초과 고지서 하나 받지 않았다는 거다.

다시 말해, 그 시대 과속카메라는 순간 시속 200km 속도의 차량을 절대 잡아낼 수 없었던 것.

훗날 단속카메라 기술이 발전해서 시속 300km까지 잡아낼 수 있게 됐으나, 그땐 그 정도 수준은 아니었던 거다.

잠시 후, 나는 속도를 낮추며 고속도로를 벗어났고.

그렇게 더 달려 어느덧 대구 시내에 진입했다.

그리고 조금 더 시간이 지난 뒤, 나는 목적지 병원에 도착할 수 있었다.

이때, 즉시 도착 시각을 확인해 보니, (서울에서 얼마나 막혔던지) 밤 11시 44분이 찍히고 있었다.

맙소사, 그래도 너무 늦었다.

한쪽에는 이미 도착해 있는 성국대 마크의 응급 수송 차량이 보였는데. 아마도 사이렌을 요란하게 켜고서 달렸던 모양이다.

어쨌든 나는 후다닥 뛰었다.

왜냐하면, 자정 이후 뇌사자 아이의 인공호흡기를 떼기로 되어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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